2017년에 이 책을 읽고 쓴 후기를 찾아보니 좀 학술적인 글이라 어렵다, 더 쉽게 써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적어두었더라. 지금은 2022년. 약 5년여의 시간이 흐른뒤 나의 독서 근육은 그때보다 확실히 더 단단하게 키워진 것 같다. 이번에 읽을 때는 아주 잘 읽혔다. 전부 동의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글이었고 밑줄 박박 그으며 읽었다. 재독이라서 그런걸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독서 근육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재독인데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3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여성괴물]을 읽기 전에, 비체에 대한 개념을 좀 잡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 굳이 이현재 선생님의 책을 재독했다. 2017년이면, 저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이현재 선생님의 강의를 여러차례 들으러 갔었다. 강의를 듣기 전에 이 책을 읽은건지 강의를 듣고 나서 이 책을 읽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선생님의 강의도 들었었고 이 책도 읽었다.


2017년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체가 뭔지 잘 모르겠고 그 후에도 여전히 비체를 간혹 책에서 만나면 뭔지 모르겠다.. 좋다는겨 나쁘다는겨.. 했었는데, 이번에 읽으니 대략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하는 비체란, '대상이 아닌 것' 이렇게 말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지만, 그러니까 규정해놓은 것과는 어긋나는 것, 이다. '여자란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예쁘게 꾸미고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가 세상이 정해둔 기준이고 또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의 모습이라면, 이것은 그저 남자들이 생각하는 대상화된 여자일 뿐이다. 그러나 여자들이 이런 역할을 하기를 거부하면서 얌전하지도 않고 연애와 결혼을 거부하고 일터에서도 남자들과 경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여행다니고 여성들을 대상화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 기대하는 여자의 모습과 어긋나고, 그럴 때 바로 여자는 '비체'가 된다. 책에서 이현재 선생님은 그래서 남자가 혐오하는 건 자기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여성이 아닌, 그렇지 않은 여성, 즉 비체라는 것이다. 남자가 혐오하는 것은 비체다, 라는게 저자의 요지. 물론 동의하지만 그러나 백프로 동의할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여자를 그런 모습이라고 규정한 것부터가 혐오이니까. 비체가 될 줄 모르는 존재라고 본 것 조차 혐오일테니까.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모든 페미니스트는 비체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차별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므로 바꾸겠다고 액션을 취한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했던 것부터 비체들이 한 일이다. 각각의 페미니스트들이 모두 같은 걸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또 우선순위로 삼는 것도 다르지만, 그러나 남성들의 시장, 남성들의 사회에서 다른 말을 찾고 '아니야'를 외치며 액션을 취한다면, 그 여성은 비체가 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러므로 대부분 비체이겠구나, 생각했다. 아마도 안티페미성향의 남성들은 이 비체를 메갈쿵쾅이라 부를텐데, 내가 보기엔 '비체'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이 책은 2016년에 나왔는데, 그 때에도 여전히, 지금처럼 남성들이 여성을 혐오했었구나. 정작 그들이 원망해야 할 것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인데, 그런데 여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았구나. 소위 '인셀'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웅, 에 대해서 사람들이 따르거나 흠모하는 일이야 있을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얼마전에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영화 [더 배트맨]을 보았다. 나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들 중에 배트맨을 가장 좋아했는데 최근에 베놈쪽으로 많이 흔들리다가 이번에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을 보고 역시 나는 배트맨이 좋다,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체를 감추고 행동해야 하는데에서는 모든 영웅들이 그렇듯 배트맨도 많이 외롭고 고독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배트맨에서는 유독 더 쓸쓸하고 고독함이 묻어나왔다. 집이 그렇게나 부유한데 그것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것 같고, 브루스 웨인의 행색을 보면 부자같지도 않아. 머리는 안감고 다니는 것 같다. 브루스, 머리 좀 감고 다녀요.. 영화가 시종일관 어두워서 좀 더 낮에 좀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두워서 고독함이 더 잘 드러난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이란 감정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나는 애인이나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고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애인도 있다가 없을 수 있고 친구도 지금 각별했다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내 옆의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기인데, 얼마전부터 이런 나도 외로움이 훅 하고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건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가 내 옆에 없다'는 외로움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나의 이 감정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것이다'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 보다는 커다란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찾아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무력함과 안타까움 두려움, 이 감정을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노라면 외로움이 나를 후려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긴 하지만, 나는 이제 외로움이 나랑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마 사는 동안 그런 식으로 외로움은 또 나를 후려치고 그러다 사라지곤 하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 외로움을 상쇄하고자 누군가를 옆에 두는 것은 나와 상대에게 못할 짓일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옆에 둔다고 해서 그 외로움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배트맨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브루스 웨인이, 선한 아버지를 본받아 선한 사람이 되고자 밤이면 악과 맞서 싸우는 배트맨이, 너무 외롭고 고독해보였다. 그러다 캣우먼을 만나는데, 그래서 캣우먼과 어떤 동질감이랄까 동지의식 같은 걸 느끼고, 그래서 캣우먼이 '여기 말고 저기로 가자, 여기는 변하지 않을거야' 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안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작별하는데, 나란히 달리다가 어느 지점에서 각자의 지점으로 갈라지는 장면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내내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했던 브루스가 같이 행동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낫는데 그런데 그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다, 생각하며 그 사람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 고독하고 쓸쓸한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의미하지만, 그래서 그 장면에서 너무 가슴이 시렸지만,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을거야, 라고. 저게 맞는 걸거야, 라고.


물론 브루스가 오롯이 혼자인 건 아니었다. 큰 집을 관리해주는 아버지의 오랜 벗도 내내 함께 있었으니까. 그 사람이 다치게 되자 '나에게서 두려움은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끼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남아 있었네요' 라고 말하는데, 아, 배트맨이 고독한 와중에도 아끼는 사람이 있다, 배트맨은 괜찮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튼 배트맨이 너무 좋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나는 좀 좋네. 그 고독함과 쓸쓸함을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건 혼자 해결해야 한다' 고 등장인물들이 느낄 때, 그래서 혼자 문제에 맞서는 걸 볼 때마다 어김없이 너무 아프고 공감이 된다. 혼자인 거 힘들지, 그렇지만 지금 혼자서 해낼 수밖에 없지.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당연히 안티 히어로가 나온다.  '리들러'는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마다 배트맨을 소환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그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그들은 리들러의 지령을 받는다. 리들러는 자신이 살인을 하는 동안 그리고 경찰에 잡히면서 자신이 드디어 보이는 존재가 됐다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챈다고 좋아하면서 자신과 배트맨과 한팀이라고 생각한다. 

리들러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책 [낫씽맨] 이 생각났다.



나는 닥터 위어에게, 그녀가 아는 사실을 바탕으로 낫씽맨은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맙소사." 그녀는 말했다. "나한테 소위 ‘프로파일링‘을 시작하게하지 마요. 하지만 이 말은 할게요. 그는 지루할 거예요. 지루하고평범하고 별 볼 일 없고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결혼생활도 대단치 않을 거예요.
정말로 잘하는 것도 없을 테고, 너무나 지루하고 성취감 없는 직업을 가졌을 테고요. 그런 직업으로는 암 치료도 못 하겠죠. 근본적으로, 그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사실 외에는 그다지 보잘것없을 거예요. 낫씽맨은 연쇄살인범에게 특별히 잘 들어맞는 이름이에요, 이브, 그를 찾아내면, 아마 그가 사실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에 대해 충격받게 될 거예요."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낫씽맨], p.297






물론 리들러의 살인에는 리들러만의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복수를 한다. 그 복수는 그에게는 정의였다. 악한 사람을 죽이는 일.  겉에서 보면 정의를 위해 악당과 싸우는 일은 모든 히어로들이 하는 일인데, 리들러와는 어느 지점에서 그게 갈라지는 걸까. 

<여성혐오, 그 후>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동이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광속으로 빨라지는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취업, 구애 등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좌절과 분노를 안게 되며, 이를 극복할 구체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오인된 대상에 공격적으로 투사하게 되는 심리적 퇴행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p.85

나는 도시적 삶의 양식이 되어가는 이러한 과열된 성취원리에 따른 개인의 경쟁을 성취인정을 둘러싼 투쟁‘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도시적인 삶 속에서 개인들은 이제 삶의 영역 모두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데 집착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더 주목받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주목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여 인정받아야 하는 강박적 성취인정 경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인이 성취해야하는 것은 진정한 authentic 자아나 자율적 자아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주목받고 소비를 통해 자기를 과시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p.93~94


나는 여성을 혐오하는 집단들이 강한 인정욕망을 드러내는 일차적인 이유가 바로 "성취원리", "성취인정"과 연관되어 있다고본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도시 노동이 부추긴 성취인정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는 성취인정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취를 위한 인정투쟁은 곧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주목을 받으려고 하고,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과시하고자 한다. 성취인정은 이미 전반적인 도시적 삶의 양식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물질적 성취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맹목적으로 수행된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 여성 추모현장에 탈을 쓰고 나가 추모하는 여성들을 조롱하겠다는 댓글을 남기거나,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현장에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를잊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화환을 보내는 일베 유저의 자극적인 행위는, 그들이 자기 존재의 과시와 주목을 통해 우월한 자아를 인정받고자 하는 과열된 성취인정의 욕망을 체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열되고 맹목화된 성취인정은 심각한 문제에 당면한다. 우선 성취인정을 둘러싼 경쟁에서 개인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시달리는 가운데 오히려 자아를 소진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개인은 어떠한 기본적 재화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의 경쟁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에 자아계발을 위한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을 무한대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아소비이며, 자기강화가 아니라 자기소진이다. -p.94~95


그들은 성취인정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정체성 소진, 자기계발 실패에 따른 불안감을 느낀다. 겉으로는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남녀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물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젠더를 구성하는 방식으로서의 인정이 아니라 과거의 불평등한 젠더관계를 고수하는 이데올로기적 인정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인정은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배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 인정일 뿐이다. 그들의 여성혐오는 여성을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개별적 성취인정에서 경험한 "자존심의 붕괴" 를 회복하려는 것이며, 이데올로기적 인정 논리를 통해 남성의 집단적 우월성을 확인받고자 하는 왜곡된 인정욕망의 반영일 뿐이다 -p.101~103


위기감에 봉착한 남성들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우월성을 확보해줄 지배적 남성성을 유일한 안전장치로 활용하게 된다. 이들은 수사적으로는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정작 이를 가능하게 해줄 제도적, 물질적 차원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 . 여기서 젠더관계는 단지 이데올로기적으로 재생산될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물질적, 제도적 변화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을 비체로 혐오하게 된다. -p.108



리들러가 죽인 대상은 나쁜놈이었다. 그러니 리들러의 입장에서는 그 나쁜놈들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일 것이고, 그건 지금 고담시의 히어로인 배트맨이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데 왜 한 명은 히어로가 되고 한 명은 안티 히어로가 될까. 똑같이 가면을 쓰고 똑같이 정의를 위해 악당을 혼내주는데, 왜 그들은 다른가. 왜 한 명은 배트맨이고 한 명은 리들러인가, 에 대해 계속 생각해봐야 했다. 어딘가 다른데, 그 어딘가가 대체 무엇일까, 어느 지점일까, 에 대해서. 그런데 <여성혐오, 그 후>를 읽다보니 목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어로는 히어로가 되기 위해 악을 처단하는게 아니라, 악을 처단하다보니 히어로가 되었다. 그러나 안티 히어로는 안티 히어로가 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포장함으로써 자기 같은 존재들을 또 만들어낸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그렇지만 관심을 갈구하는 바람에, 그것을 이뤄내고자 살인을 선택하는 것은 이현재 선생님의 말대로 '자기 소진'에 다름아닐 것이다. 



월요일 이 밤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 모카롤, 커피, 책들.....



나는 우리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페미니즘의 주체들을 비체로 인식하게 되면서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던 정체 모를 중압감에서 한 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까지의 이념이나 도식으로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해왔던 그 주체성에 꼭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기존의 페미니즘 언어로도 뚜렷하게 설명될 수 없는 존재방식을 갖는다. 그녀들은 통일된 이념을 갖지 않으며, 남성과의 경쟁에도 익숙할 뿐 아니라 페미니즘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의 전략을 수행한다. - P13

그녀들을 비체로 인정하는 순간, 순수성과 완결성으로 무장‘한 나의 이념에 스스로 갇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어떠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어떠해야 한다와 같은 잣대를 만들어놓고 그녀들에게 도덕적 순수성과 논리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일이야말로 버틀러가 말한 ‘윤리적 폭력‘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체는 어디에도 끼워 맞춰지지않는다. 새롭게 부상한 주체들을 비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녀들이 어떻게 경계 넘기를 하는지, 무엇과 무엇을 조합하는지, 그러한 혼종 만들기를 통해 어떤 빗나감을 가능하게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유쾌한 ‘트러블을 만드는지 볼 수 있다. 페미니즘이 결국 갇혀 있던 타자를 해방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페미니스트들은 지금 부상하는 비체의 해방적 잠재성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녀들의 급진적 타자성을 마주하면서 그동안의 언어들을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 P14

비체는 흐르는 것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며 고체화되지 않기에 어떤 규정, 어떤 언어로도 잡히지 않는다. 비체가 대상object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주체의 모든 규정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체는 손에 잡히는 착한 대상이 아니다. 비체는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더럽다고 여겨졌던 것이며 잡힐 수 없기에 공포스러운 것이다. 비체는 철통방어라고 여겨졌던 경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존재이며, 따라서 특정 사회적 질서와 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경계를 위협하는 비체는 공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를 여성혐오에 적용해보자. 자신을 여성과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갖는 주체, 즉 남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남성들이 있다. 이 남성들은 남성 정체성의 경계를 교란하고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오염되고 불순한 것, 공포스러운 비체로 간주하여 혐오하게 된다. 여기서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비체로서의 여성은 뚜렷한 경계를 갖는 주체와 동격이 될 수 없다. - P35

비체로서의 여성은 대상과도 다르다. 만약 남성들이 부여한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착한 대상에 머무른다면 여성은 멸시받기는 하지만 혐오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적어도 주체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며, 주체로서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재생산을 위한 성녀임을 입증하는 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가 되는 순간 여성은 멸시를 넘어 혐오된다. 여성혐오는 여성 대상이 아니라 여성 비체를 향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구의 철학자, 사상가들이 여성을 알 수 없는 존재‘,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온 것은 여성들이 대상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비체로서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P36

여성이 비체의 역사를 쓰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혐오의 구조에 구멍을 내는 여성들의 행위자성을 발견하게 된다. 비체에 드리웠던 오염물의 이미지는 우리가 비체를 긍정적으로 재전유하는 순간, 여성혐오의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힘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비체는 타자 배제에 기반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도, 여성성을 열등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부정하지 않고도 여성의 ‘행위자성‘을 추동할 수 있는 존재방식이다. - P37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던 미러링 mirroring 역시 비체들의 젠더 패러디로 볼 수있다. 이 전략에서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가운데 남성들의 대상화 논리를 그대로 남성들에게 반사한다.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목소리를 모방함으로써 크레온의 목소리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내 보여주었듯이, 메갈리안들은 남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들이 어떤 폭력적 배제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볼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메갈리안들의 거울은 단순히 남성의 주체성을 확인시키는 착한 대상의 거울이 아니다. 그녀들의 미러링은 남성들만큼 여성들이 남성들을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성이자 남성인,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의 거울이다. - P40

주인과 노예의 투쟁에서 투쟁에 주도권을 가진 자는 노동을통해 자신의 자율성을 자각하게 된 노예였음을 기억하자. 여기서 노예는 착한 대상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넘나들게된 비체였다. 투쟁이 시작된 상태에서 자신이 주인이라고 믿는쪽은 이미 나약하다. 비체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인은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잃는다.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언제나 비체의 몫이었다. - P110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으로서의 ‘혐오‘를 여성혐오와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는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다. 메갈리안의 감정을증오가 아닌 ‘분노‘로 분석한 글로는 윤지영, 「증오의 프리즘으로서의 일간 베스트 현상읽기: 파토스의 정치학과 윤리학은 가능한가?」, 『철학논집」, 제41집, 2015, 171-207쪽이있다. - P113

문제는 동정심이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감정이라는 데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에게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거나 혹은 그들의 수준은 우리의 수준보다 낮다는믿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는 고통을 이겨내거나 고통받고 있지 않은 내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길리건과 위긴스는 동정이 사랑과 별 상관없는 말이라고 한다. 오히려 누군가를 동정한다는 것은 그/녀를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동정은 대상에대한 나의 우월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P127

자아가 있고 타자가 자아 밖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오히려 타자의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자기 밖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자기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나 자신의 타자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타자이고 나 자신으로의 귀환이 일어나는 어떤 최종적인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겪는 만남에 의해 항상 변형된다." 따라서 나는 나를 알기위해서라도 너를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너는 누구인가"를 물음으로써만 알아갈 수 있다.(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비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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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글 두고두고 봐야지 배울게 많아 하다가 ㅎㅎ 먹을 것도 많군요 다락방님. ~ 이건 테러입니다 모카롤 ㅠㅠ

다락방 2022-03-15 07:48   좋아요 1 | URL
책은 마음의 양식 빵은 육체의 양식. 저는 모든 양식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한밤중에 먹는 모카롤은 꿀맛이에요. 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2-03-15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에 커피와 모카롤!!
모카롤은 이해가 되는데, 커피?? 괜찮으신가요?
전 저녁에도 커피 못마시겠던데요~날밤 새거나, 숙면이 안되더라구요ㅜㅜ
아직 젊으시군요?ㅋㅋㅋ

비체라는 단어를 여성괴물에서 처음 접했을 때,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널리 쓰이고 있었던 용어인 줄 처음 알았네요.
이런 책을 읽지 않았었다면 관심 두지 않아 영영 몰랐었을 수도, 들어도 흘려 넘겼었을 단어입니다.
무지를 깨우쳐 주셔 감사합니다.
매달 달달하게 채찍질 해주시는 그대는 달콤한 모카롤 같은 분이시군요ㅋㅋㅋ
그리고 배트맨도 고독해...모카롤 먹여 주고 싶군요^^

다락방 2022-03-15 08:52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예리하신 분!! ㅋㅋ 언제나 책나무님의 섬세함에 감탄합니다.
저 커피는 디카페인 이에요. 모카롤과 커피를 먹고 싶은데 저 역시도 커피를 오후에 마시면 잠을 못자고 말똥말똥해서 ㅋㅋ 디카페인으로 마셨답니다. 저, 젊지 않아요. 책나무님과 함께 늙어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이렇게 비체라는 단어를 알게 돼서 좋아요. 무엇보다 한 번 읽은 것보다 두 번 읽었더니 그리고 그동안 계속 읽었더니 어려웠던 것들이 덜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그건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알아갈 수 있겠죠. 후훗.

아 책나무님. 댓글 읽고나니 진짜 배트맨 만나서 모카롤.. 나눠 먹고 싶네요. 커피도 내려주고, 모카롤도 썰어 주면서, 함께 먹자 하고 싶어요. 내가 당신의 모든 고민을 함께 해줄수도 없고 아마도 내가 이렇게 커피 한 잔 내려주어도 당신은 여전히 고독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겟습니까, 하고 배트맨 집에 제 방도 하나 마련해달라 하고 싶네요. 집 엄청 크던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15 09:27   좋아요 1 | URL
아...배트맨 집 그리 컸나요?
저도 방 몇 개 얻고 싶네요^^
이사를 해야 하는데..아~~집값이!!!!!!!
있다가 배트맨씨 집주소 좀 찍어 주세요^^
모카롤 들고 찾아가서 어떻게 좀 회유를 해봐야 겠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0:12   좋아요 2 | URL
배트맨은 고담시의 재벌인 것입니다!! 저택이에요, 저택. 저는 방 한 칸만.. 물론 두 칸 주면 더 좋겠지만.. 그리고 제 마음대로 살다가 가끔 배트맨 고독해할 때 커피 친구나 되어주고 그러면서 살고 싶네요. 껄껄. 배트맨한테 책도 추천하고... 여성주의 책 읽기 같이 하자고도 해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삼겹살 먹고 싶네요. (갑자기?)

수이 2022-03-15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빌리러 도서관 왔는데 ㅠㅠ 그새 누가 빌려갔네요 ㅠㅠ

다락방 2022-03-15 17:33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걸 요즘 빌리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아무도 안 볼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비타 님, 예약 걸어두고 오세요! ㅜㅜ

수이 2022-03-15 17:37   좋아요 1 | URL
대출자는 아마도 알라디너? 🤔 예약하고 왔어요 ❤️
 
여성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현재 지음 / 들녘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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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시작하기 전의 준비 도서. ‘비체’에 대한 개념 이해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비체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지만 인셀들에 대해 생각도 할 수 있었고 2번남들의 이준석 열망도 동시에 떠올랐다. 분명 아쉬운 지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밑줄 박박 그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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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3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간단한 선물로는 드립백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알라딘 커피는 포장도 예뻐서 기분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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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2-03-1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기분 좋은 선물! 맛도 좋아요.

다락방 2022-03-11 13:02   좋아요 0 | URL
세실님, 다시 만나 반가워요! 앞으로는 자주 봬요!! 🙋‍♀️

독서괭 2022-03-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저도 이거 백자평 남겨야 하는데! 다락방님은 주로 선물로 사시는군요^^

다락방 2022-03-11 13:03   좋아요 1 | URL
드립백은 저한테는 좀 연해서요. 저는 홀빈 사서 갈아 마셔요. 후훗.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지 걱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주연인 손예진은 당면한 문제 앞에 '생각을 하자, 생각을' 이라고 되뇌이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그 영화의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문제가 닥쳤다? 그렇다면 '어떡하지'만 천 번 걱정하고 쭈구려 앉아있는 것보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쪽을 선호하고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개표당일 남동생과 연신 통화를 주고 받았다. 남동생 역시 나라 걱정하느라 잠못 이루는 1인중 하나였고, 나는 그정도는 아닌 사람이었다. 그전까지 잘 잤다. 그러나 개표당일에는 남동생과 통화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희망으로 가득찼다가 나중엔 우울해졌다. 새벽에 환호성을 지를거라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순간에 모두 함께였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서초구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우울해지고 침울해졌다. 평소에 열시에서 열시반에 자는 사람인지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니 머리가 아파왔고, 급격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깨가 너무 아팠다. 나의 어깨는 진짜 고질이라 가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 풀어주기도 하는데 또 어깨가 말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마주치고 자꾸 눈물이 났다. 점심 무렵 남동생이 전화해 "괜찮아?" 묻는데 또 눈물이 났다.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고 참담해 하면서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희망적인 것들을 놓지 말자고 생각하다가도 또 이내 절망이 닥쳐왔다. 그런데,


심상정의 후원금이 밤사이 12억이 입금됐다는 걸 알게 되고 갑자기 힘이 생겼다. 투표에서도 힘을 보여줬던 여성들이 후원금으로도 마음을 보탰다니, 내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또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니. 그 점이 몹시 기뻤다. 앞으로 5년을 어쩌나 싶었다가도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살아간다면, 디지털성폭력을 뿌리뽑자고 행동하는 젊은 여성과 그 여성을 지키고 보호하고 응원하는 여성들과,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표는 못줬지만 돈을 보낸다고 행동하는 여자들이 함께라면,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들과 함께라면 계속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싸울 수 있을 것이고 계속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절망하는 순간들이야 왜 없겠느냐만, 그러나 함께 하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을것이다. 행동하는 젊은 여성들이 이 나라에 이렇게나 많이 존재하고 내가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런 여성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나는 문제 앞에 어떡해라고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자, 생각을 하자 생각을, 되뇌이다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어제 하루종일 책도 읽지 못하겠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는 무력한 상태가 되어 아 어떡하지 읽지도 쓰지도 못하면 어떡하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해야 되는데,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계속할 힘이 생길텐데, 하다가 어제는 일찍 잤다. 전날 자지 못해서인지 바로 기절해버렸고 오늘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여성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해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힘과 용기와 희망을 꾹꾹 다져놓는다.


자 여러분 일상을 살자. 우리는 우리가 살았던 일상을 다시 살자. 회복하자. 우울로부터 빠져나오자. 두 발로 굳건히 땅을 디디자. 일상을 회복하자. 일상을 회복하는 첫번째 길, 책을 사자. (응?)



알라딘 : 2022 세계 여성의 날, 롱머그(이벤트 도서 포함 국내도서 2만 원 이상) (aladin.co.kr)


여성의날 기념하여 롱머그 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라는 거, 알고 계시지요? 이 컵을 받고자 대상 도서를 확인하는 일이 나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터. 그렇다면 어떤 책을 사볼까 하는 여러분께 이 책은 어떨까 추천합니다.















저도 아직 안읽었지만 이것은 바로바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의 선정도서랍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머그컵을 주는 바로 이 때에 사면 참 개이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베카 솔닛의 책을 차곡차곡 사 모으다가 어느 순간 멈춰있는데, 그것은 내가 솔닛의 책을 사두고 읽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어제 선거를 맞이하여 솔닛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에 대한 추천이 트윗에 올라오더라.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미국 대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여, 이 책을 사기로 했다. 자, 코리안 트럼프를 맞이하여 어메리칸 트럼프 세계를 책을 통해 한 번 미리 경험해봐야겠어. 그래야 힘을 기르지. 그런데 이 책은 머그컵 대상 도서는 아니고, 머그컵 대상 도서는 이번에 나온 솔닛의 신간이다.


















사실... 오늘 아침 거실에도 뜯지 않은 알라딘 박스 두 개가 있어서(이따 퇴근하고 뜯어보자..)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이 책도 사려고 한다.
















과학계의 성차별을 얘기한다는데, 아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아, 그리고 머그컵 대상 도서중에는 이 책도 있다. 재미있을 것 같아. 후훗.

















기운을 차리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가 기운을 차려야 한다는 것. 책 사면서 회복하자. 어제 저녁엔 치킨버거와 치킨을 먹었는데 오늘 점심엔 회덮밥을 먹겠다! 맛있는 거 잔뜩 먹고 건강하게 살면서 힘내서 싸울거다. 


나 [더 배트맨] 봤고, 그거에 대해 할 얘기 엄청 많은데(그 고독함과 쓸쓸함) 거기에 대해선 별도의 페이퍼로 올리도록 하겠다. 


그럼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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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11 0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후원금 많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심상정 후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은 꼭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12억이라니 놀랍군요.
아직 기운차리기 전인데 다락방님 이야기 들으니 힘이 나네요. 리베카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신간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1 08:56   좋아요 5 | URL
저도 많이 보내진 못했는데 다 모여진 액수를 보니 엄청났어요. 많이 낸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소액 후원자들이 많을텐데,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걸까 싶어서 짠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뭘 해도 하게될거라고, 가만 있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이 좀 났어요.
우린 책이나 삽시다. 읽고 씁시다. 빠샤!!

수이 2022-03-11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5년 동안 테레비 켜지 않고 공영방송 보지 않고 귀 닫고 눈 닫고 살자고 했다가 아니 그러면 안될 거 같아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더 배트맨 페이퍼는 곧 올라올 테니 곧 읽고 일단 저는 책을 사러 달려갑니다. 딱 한 권만, 딱 두 권만, 딱 세 권만 사야지.

아이가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어요. 얏호 우리 석열이가 대통령 됐어! 라고 그랬고 다른 아이가 우리 재명이는 아슬아슬하게 떨어졌어, 아슬아슬하게 대통령 됐다는 걸 기억해둬, 잘 하는지 지켜볼거야! 그렇게 아이들이 모두 까르르르 웃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다시 까르르르 웃으며 준비하면 된다고 그 이야기 들으니 기운나더라구요. 생각을 하자, 생각을. 생각을 해보겠어요.

잠자냥 2022-03-11 11:45   좋아요 3 | URL
근데 저는 벌써 어제 하루 내내 뉴스 및 기사 1도 안 봤어요. 그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역해서.. ㅠㅠ

수이 2022-03-11 11:49   좋아요 4 | URL
응 어제는 저도 안 봤다가 오늘 친구가 보내준 경향이랑 오마이뉴스 클릭해서 읽고 패배한지 하루 지났으니 다시 준비하자 이번엔 제대로_ 그런 마음 생겼어요. 점심에는 속 부담 안 되는 걸로 드시고 따뜻한 차 마셔요 잠자냥님

그레이스 2022-03-11 17:40   좋아요 1 | URL
우리집은 당분간 티비 안켜기로 했습니다. YTN주요뉴스 알려주는 클로버도 안불렀구요
뉴스 들으면서 식사했는데, 조용했습니다.ㅠ

수이 2022-03-11 17:42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 네, 저희도 한동안 조용히 지내기로 했어요. 운동하는데 공원 근처에 얼굴이 나부끼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욕 나왔어요. 보기 싫은 얼굴 안 보려고 운동하러 나왔는데 떡 하니 보이니까 울컥해지더라구요. 이렇게 반성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긴 한데 반성도 많이 하고 그러고 있어요. 힘내요 우리, 그레이스님

다락방 2022-03-15 07:52   좋아요 0 | URL
저는 안듣고 안보는 것보다 보고 들으면서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러자니 이번에 싸울일이 엄청 많아지겠구나 싶어서 벌써부터 피로하더라고요. 그래도 젊은 여성들이 싸워야한다고 힘을 내겠다고 하는데에서 저 역시 힘을 내려고 합니다. 정말 꼴도 보기 싫고 듣기도 싫고 특히나 최근에 SNS 를 중심으로 추적단불꽃과 박지현 위원장에 대한 유언비어 도는 거 보고 속이 뒤집어지고 진짜 ㅠㅠ 에휴.. 밥 잘 먹고 힘 키웁시다. 싸울일이 많겠어요.

그레이스 2022-03-15 08:31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읽고 있더군요.

다락방 2022-03-15 08:5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추적단 불꽃 인터뷰 영상도 있어요. 저는 그 당시에 읽었었어요. 그레이스 님의 따님도 화이팅!!

독서괭 2022-03-11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 저 이미 다른 책 주문했단 말입니다 흑흑 ㅠㅜ 왜 4월 선정도서가 있다는 걸 몰랐을까요 ㅠ
다락방님 우리 힘내요. (불끈)!!

다락방 2022-03-11 08:55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컵 예쁘더라고요.
다다익선...

=3=3=3=3=3=3=3=3=3=3=3=3=3

- 2022-03-11 08: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도 상정언니 후원했어요 😤 한녀들아, 또 젊은 한녀들아!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자.

다락방 2022-03-15 07:52   좋아요 0 | URL
그냥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만으로는 안될것 같아요. 우리 아마도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 같아. 날 싸우게 하지 마라, 세상아 ㅠㅠ
밥 잘 먹어요, 쟝님!

감은빛 2022-03-11 08: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거리에서 투쟁하게 될 일이 많아질 것 같네요. 눈 앞이 캄캄합니다. 다만 저는 1번이 당선 되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상식도 통하지 않을만큼 엉망인 사람이 당선 되긴 했지만, 또 얼마나 엉망일지는 모르지요. 시스템이란 것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명박도, 박근혜도 거쳐왔으니 또 잘 싸워나가며 살아야죠.

다락방 2022-03-15 07:53   좋아요 0 | URL
저도 추적단불꽃을 비하하고 유언비어 퍼뜨리는 거 보고 이번 정권에서 거리에 나가 싸울일이 많겠구나 싶더라고요. 싸우면서 살기 싫은데 세상이 싸움꾼을 만드네요. 자, 잘 싸워봅시다. 지치지 않기 위해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그래야겠어요. 휴..

거리의화가 2022-03-11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12억 소식 들었어요. 소액으로 많은 이들이 보내서 그렇게 모인거라 해서 더 기분좋더라구요. 이번 선거에서 여성들의 힘을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5년간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레이디 크레딧 이때 사두는 것도 좋겠군요^^

다락방 2022-03-15 07:55   좋아요 1 | URL
저는 싸우면서 살기 싫은데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할 것 같아요. 지켜야할것들을 지키며 사는 것이 싸움으로 이어져야 한다니, 너무 슬프네요. 결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이제 우리는 주어진 과제 앞에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야겠지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힘을 냅시다!

책읽는나무 2022-03-11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젠 거의 종일 누워 있다가 엊저녁쯤 겨우 정신 차리고, 밥도 하기 싫어 반찬가게 가서 반찬 사다가 밥 두 공기 먹으면서(울집 밥공기는 어찌나 작은지??ㅜㅜ) 힘이 좀 났었는데, 자다 일어나니 또 침울...상태가 되어..뜻이 통하는 언니 만나 산책하기로 했네요..실컷 욕하고 오면 좀 생기가 생기려나요??ㅋㅋㅋ
5 년은 금방 간다지만, 5 년후 내가 너무 늙어 있을텐데, 생각도 늙어 있을까봐 좀 걱정이구요^^
심상정 후보님은 정말 아픈 손가락입니다. 마음은 백 번도 더 찍어드리고 싶은데 저쪽으로 정권이 넘어갈까 두려워 늘 마음 한구석이 애잔하네요.ㅜㅜ
이 마음을 소액이나마 후원해 드리는 걸로 표현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12억!!!! 정말 소중한 돈이네요.
그럼 이만 저는 커피 마시고 힘 내서, 욕하러 갑니다ㅋㅋㅋ
그래요. 힘내 봅시다.!!!!


2022-03-11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03-11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우- 이 글 읽으니 또 울컥하네요. 참자.. 눈물 참아! 여긴 회사야! ㅋㅋㅋㅋ
배트맨 재미나요? 울적하니 오늘은 퇴근 후 영화로 달래볼까... ㅠㅠ

레베카 솔닛 책 더 이상 사지 않는 이유 어머나 저랑 똑같아요! ㅋㅋㅋ 그리고 이번 책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표지 너무 촌스럽.....;;

힘냅시다!

다락방 2022-03-15 07:57   좋아요 1 | URL
자꾸 우울함이 찾아와서 미치겠어요. 신문이나 뉴스에 온통 도배된 얼굴 보는 것도 너무 싫고요. 박지현 위원장 까내리는 것도(세상에 말투가 싸가지 없다는 욕도 하더라고요?!) 보는게 너무 힘들어요. 배트맨이 서울에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저는 배트맨 원래 좋아해요. 그리고 이번에 로버트 패틴슨 배트맨도 너무 좋았어요. 로버트 패틴슨에 대한 이미지 자체도 다시 긍정적이 되고 있고, 앞으로의 배트맨도 몇차례 더 해주길 바랍니다. 으흐흐흐흐.

저는 솔닛이 트럼프 당선 이후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는지를 보고 힘을 얻기 위해 가장 최근 신간이 아닌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샀습니다. 힘을 내야지요, 잠자냥 님. 힘냅시다!

Forgettable. 2022-03-11 1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먹먹하네요.. 소주 마시자!!

다락방 2022-03-15 07:57   좋아요 1 | URL
그래요. 양꼬치 먹으러 갑시다. 욕할거 실컷 욕하고 서로에게 힘을 줍시다!!

mini74 2022-03-11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 먹고 힘내요 더운 어느 날 다시 길거리에 나서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ㅠㅠ

다락방 2022-03-15 07:58   좋아요 1 | URL
더운 어느 날 거리에 나서야 할 일이 제 생각엔 많을것 같아요, 미니님 ㅠㅠ 왜 자꾸 시민들을 국민들을 투사로 만드나요, 이놈의 나라가 ㅠㅠ 잘먹고 힘냅시다, 미니님!!

꼬마요정 2022-03-11 17: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세상은 오묘하더라구요. 솔직히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당선되었기 때문에 탄핵될 수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박정희 신화도 어느 정도 씻겨지는 것 같구요. 또 탄핵은 한마음이었는데, 그 뒤는 다 다르구요. 사람 사는 세상이니 뭐든 제 뜻대로 다 되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1번이든 2번이든 도긴개긴이란 생각이라 충격이 덜합니다. (사실... 제가 제일 충격받았던 건 사사오입이었거든요. 그 뒤로는 살짝 삐딱선입니다. 하하하) 비호감 대선이니 둘 말고 다른 분들이 차라리 득표를 많이 하면 좋겠다... 생각했죠. 근데 저 또한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이수정님 말로는 여성 정책이 많다고 하던데 아직 저는 공약집에서 찾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반려동물 정책은 좀 맘에 드는 게 있어서 그거 보고는 흐믓하구요. 좋은 걸 보면서 더 좋도록, 안 좋은 건 좋아지도록 어떻게 하면 될까 계속 생각해야겠어요. 솔직히 한 번만에, 빠른 시간에 다 고쳐지겠나요... 오히려 넘어져야 돌아볼 수도 있고, 다친 곳을 어루만질 수도 있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다 좋은 것도 없고 다 나쁜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또 견디고 고쳐 나가다 보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봐요. 특정 연령대나 성별을 막 내세우고 이런 건 싫지만 이번 선거에서 ‘20대 여성‘의 연대가 기사에도 나고(정치사 전면에 20대 여성이 등장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대단해요!!) 정의당에 후원금이 쏟아지고... 이런 것들은 이번 대선 양상이 아니었다면, 국힘당 당대표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힘 냅시다! 혹시 아나요? 또 축제 같은 일들이 벌어질지 말이에요. 아, 저도 오늘 책 샀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2-03-15 08:02   좋아요 3 | URL
안그래도 엊그제 남동생 만나서 우리 이렇게 우울해하지만 말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 밝은 면을 보자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어김없이 20,30대 여성들에 대해 얘기했고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더 희망적일 수도 있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같은 감정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더 위로받긴 했지만요.

저는 속으로 계속 빌고 있어요. 제발 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기를..........ㅠㅠ

저는 오늘 또 책 살겁니다. ㅋㅋ
 














여성괴물을 시작한 여러분, 안녕?

여성괴물에 대한 여러분의 글을 읽다보니 '비체'라는 개념 때문에 모두들 괴로워하시네요. 사실, 저 역시도 아직 비체에 대해 온몸으로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께 같이 읽을 책을 언급해드려야겠다 싶어서요.
















'이현재'의 《여성혐오 그 후,》라는 책인데요, 이 책의 부제가 바로 <우리가 만난 비체들> 입니다. 이 책의 한 구절을 가져와볼게요.


그러던 내가 이제 글을 쓰기로 했다. ‘결국, 난 꼰대였던 거야‘라는 좌절에서 ‘그래, 이왕이면 제대로 꼰대질 하자‘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궁리해온 페미니즘 철학과 이를 가능하게 해준 페미니즘의 계보들을 인용하는 가운데 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리지도 않은 채 소거될지라도 내 언어를 입 밖으로 꺼내보기로 했다.

내가 이러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체abject‘라는 개념을 재고하게 되면서였다. 다시 보니 ‘비a-체object‘, 즉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참 유용한 언어였다. 어떤 존재를 무엇이다(A) 라고 규정하기 않고, 무엇이 아니다(~A)라고 말하는 방식은 그 존재를 어떤 경계에 가두기보다 그 여분의 공간, 경계의 열림에 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남성이 정해놓은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었던 여성들, 항상 흐르고 있기에 개념적으로 잡힐 수 없는 ‘비-체‘가 되었던 여성들에 의해 쓰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비판받거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언어나 질서로는 파악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p.12-13)



저도 읽은지 몇 년된 책이라 이 책을 읽으면 비체에 대한 개념이 바로 잡힌다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아무래고 국내 여성학자의 비체 에 관한 책이니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152쪽의 얇은 책이니 부담없이 같이읽기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몇개의 인용문 옮겨두었던 밑줄긋기 링크 놓고갑니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9109016



자, 여러분 화이팅!!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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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8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전 감사합니다. 역시 다락방님!!!
링크해두신 글만 읽어도 일단 감은 좀 잡히는듯요. 이 책 진짜 분량이 많지 않고, 밑줄긋기 한 부분 읽으니 조금 알아듣기가 쉬워서 빨리 찾아서 읽어야지 하며 집어갑니다. ^^

다락방 2022-03-09 13:25   좋아요 1 | URL
저는 2017년이 이현재 의 책 읽고 팔았는데 [여성 괴물] 읽기 전에 다시 읽어보려고 어제 주문했어요. 하핫. 대체 책을 왜 팔고 또 사고.. 아무튼 열심히 읽고 쓰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님. 화이팅!!

dollC 2022-03-08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감사해요. <여성괴물> 읽다가 멈춘 상태였거든요. 이참에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2-03-09 13:26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요! 다시 도전하신다니 응원드리고 이렇게 함께 읽어주시니 기쁩니다. 이 책 읽으면서 우리 자주 만나요!!

책읽는나무 2022-03-08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비체!!!!
저도 읽으면서 비체 뭐지? 했었어요.
찾아봐야지~해놓곤 책 덮음 머릿속이 하얘져 암 기억도 안나니...찾기도 게을리 하네요!!
비체는 무엇이 아닌 존재인 것이네요?
전 아브젝션이란 단어도 좀 알쏭달쏭 했어요.
아브젝션은 비굴함, 비천함이란 뜻이라곤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건 또 좀 다르더군요? 교란시키고, 분리시킨다고 읽히는데 내가 똑바로 해석한 건지 헷갈리더군요?
책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쉬운 것 같기도 하고...제겐 좀 어려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철학책이나 심리철학, 정신분석학 책을 안읽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여성주의 책은 뭐랄까요? 읽을수록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읽어야 되는군요? 읽을 때마다 저자들이 넘 똑똑한 넘사벽들이라.....ㅋㅋㅋ
부제 책도 한 번 읽어봐야 겠군요?
암튼 감사해요^^

다락방 2022-03-09 13:28   좋아요 3 | URL
책나무 님, 제가 페미니즘 책 처음 읽을 때 ‘가시화‘, ‘성적 대상화‘ 이런 단어가 낯설고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정희진 쌤 책을 비롯 한국 작가들이 쓴 걸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었는데, 여러권 읽는 시간을 이토록 오래 거치다보니 이제 그런 단어들이 뭔지 확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써먹을 수 있고요. 비체는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낯선 단어지만 우리가 반복해 독서를 하다보면 비체도 우리가 써먹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한번에 다 알 순 없는게 당연하고요 우리 꾸준히 가서 지금보다 확실히 더 많은 걸 알고 또 깨닫는 사람이 되기로 해요. 그 길을 우리가 함께 가는겁니다!!

수이 2022-03-08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저는 알라딘에서 책을 늦게 보내는 바람에 ㅠㅠ 아직도 못 받았어요. 왜 제 여성괴물은 아직까지 안 보내주는 걸까요? ㅠㅠ 결국 늦은 까닭을 알게 되었고 먼저 보내주세요 제 여성괴물_ 하고 일대일 상담 코너에 글을 올리고 답을 받았습니다. 오늘밤이나 내일 온다네요. 비체 접하기 전에 이미 사전 학습했으니 저는 자신감 뿜뿜 얻고 읽도록 할게요.

다락방 2022-03-09 13:29   좋아요 1 | URL
비타 님은 책 도착하고 펼치는 순간 1등으로 읽게되실 것 같아요! ㅎㅎ
비타 님,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으시고 또 이 책 한 권을 통해 가져가는 것도 많으시길 바랄게요. 마치 제가 쓴 책처럼 얘기하네요? ㅎㅎ
자, 힘냅시다!

mini74 2022-03-0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 비체 뭔지 검색해 보며 난 무식한건가 왜 책에도 부연설명이 앖지ㅠㅠ 하며 슬퍼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2-03-09 13:30   좋아요 1 | URL
저는 비체 나오는 다른 책 읽었는데도 아직 비체가 뭔지 명확하게 잘 모르겠는걸요. 반복된 독서만이 살 길인듯 합니다. 미니 님은 다양한 책을 엄청 많이 읽으시니 언젠가 비체를 또 만나고 또 만나고.. 그러다 비체 전문가가 되실 거라 믿습니다!!

- 2022-03-09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체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잔다 (짧은 책이예요, 김은주)에서 쥘리아 크리스테바 편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일을 재빨리 끝내고 영화를 보겠습니다 ㅋㅋ 근데 티스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다락방 2022-03-09 13:21   좋아요 2 | URL
티스 네이버 시리즈온 구매 1,000 원 입니다!!

- 2022-03-09 14: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요 ㅋㅋㅋ 나의 꿈. 나희 희망. 내가 커서 될 사람 다락방!

독서괭 2022-03-11 0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리더 다락방님!! 비록 진도는 못 따라가고 있지만 <여성 괴물>은 착실히 구매해 두었습니다 ㅎㅎ
비체가 나오는군요.. 전 <퀴어이론 산책하기>에서 비체 개념을 직관적으로 설명해둔 부분이 있어서 이해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 읽으며 또 머리를 쥐어뜯는 거 아닌가 좀 걱정되네요^^;;

독서괭 2022-03-11 07:18   좋아요 1 | URL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저도 퀴어이론 산책 관련부분을 올려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03-15 08:03   좋아요 1 | URL
우리는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면서 비체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네요. 아, 뭔가 하나씩 더 알아가는 거 너무 좋지 않나요? 뭔가 하나 더 알아가면 더 말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래서 역시 계속해서 읽고 써야 하는것 같아요. 독서괭 님,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