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지 걱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주연인 손예진은 당면한 문제 앞에 '생각을 하자, 생각을' 이라고 되뇌이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그 영화의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문제가 닥쳤다? 그렇다면 '어떡하지'만 천 번 걱정하고 쭈구려 앉아있는 것보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쪽을 선호하고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개표당일 남동생과 연신 통화를 주고 받았다. 남동생 역시 나라 걱정하느라 잠못 이루는 1인중 하나였고, 나는 그정도는 아닌 사람이었다. 그전까지 잘 잤다. 그러나 개표당일에는 남동생과 통화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희망으로 가득찼다가 나중엔 우울해졌다. 새벽에 환호성을 지를거라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순간에 모두 함께였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서초구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우울해지고 침울해졌다. 평소에 열시에서 열시반에 자는 사람인지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니 머리가 아파왔고, 급격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깨가 너무 아팠다. 나의 어깨는 진짜 고질이라 가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 풀어주기도 하는데 또 어깨가 말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마주치고 자꾸 눈물이 났다. 점심 무렵 남동생이 전화해 "괜찮아?" 묻는데 또 눈물이 났다.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고 참담해 하면서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희망적인 것들을 놓지 말자고 생각하다가도 또 이내 절망이 닥쳐왔다. 그런데,
심상정의 후원금이 밤사이 12억이 입금됐다는 걸 알게 되고 갑자기 힘이 생겼다. 투표에서도 힘을 보여줬던 여성들이 후원금으로도 마음을 보탰다니, 내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또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니. 그 점이 몹시 기뻤다. 앞으로 5년을 어쩌나 싶었다가도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살아간다면, 디지털성폭력을 뿌리뽑자고 행동하는 젊은 여성과 그 여성을 지키고 보호하고 응원하는 여성들과,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표는 못줬지만 돈을 보낸다고 행동하는 여자들이 함께라면,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들과 함께라면 계속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싸울 수 있을 것이고 계속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절망하는 순간들이야 왜 없겠느냐만, 그러나 함께 하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을것이다. 행동하는 젊은 여성들이 이 나라에 이렇게나 많이 존재하고 내가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런 여성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나는 문제 앞에 어떡해라고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자, 생각을 하자 생각을, 되뇌이다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어제 하루종일 책도 읽지 못하겠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는 무력한 상태가 되어 아 어떡하지 읽지도 쓰지도 못하면 어떡하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해야 되는데,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계속할 힘이 생길텐데, 하다가 어제는 일찍 잤다. 전날 자지 못해서인지 바로 기절해버렸고 오늘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여성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해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힘과 용기와 희망을 꾹꾹 다져놓는다.
자 여러분 일상을 살자. 우리는 우리가 살았던 일상을 다시 살자. 회복하자. 우울로부터 빠져나오자. 두 발로 굳건히 땅을 디디자. 일상을 회복하자. 일상을 회복하는 첫번째 길, 책을 사자. (응?)
알라딘 : 2022 세계 여성의 날, 롱머그(이벤트 도서 포함 국내도서 2만 원 이상) (aladin.co.kr)
여성의날 기념하여 롱머그 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라는 거, 알고 계시지요? 이 컵을 받고자 대상 도서를 확인하는 일이 나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터. 그렇다면 어떤 책을 사볼까 하는 여러분께 이 책은 어떨까 추천합니다.
저도 아직 안읽었지만 이것은 바로바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의 선정도서랍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머그컵을 주는 바로 이 때에 사면 참 개이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베카 솔닛의 책을 차곡차곡 사 모으다가 어느 순간 멈춰있는데, 그것은 내가 솔닛의 책을 사두고 읽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어제 선거를 맞이하여 솔닛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에 대한 추천이 트윗에 올라오더라.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미국 대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여, 이 책을 사기로 했다. 자, 코리안 트럼프를 맞이하여 어메리칸 트럼프 세계를 책을 통해 한 번 미리 경험해봐야겠어. 그래야 힘을 기르지. 그런데 이 책은 머그컵 대상 도서는 아니고, 머그컵 대상 도서는 이번에 나온 솔닛의 신간이다.
사실... 오늘 아침 거실에도 뜯지 않은 알라딘 박스 두 개가 있어서(이따 퇴근하고 뜯어보자..)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이 책도 사려고 한다.
과학계의 성차별을 얘기한다는데, 아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아, 그리고 머그컵 대상 도서중에는 이 책도 있다. 재미있을 것 같아. 후훗.
기운을 차리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가 기운을 차려야 한다는 것. 책 사면서 회복하자. 어제 저녁엔 치킨버거와 치킨을 먹었는데 오늘 점심엔 회덮밥을 먹겠다! 맛있는 거 잔뜩 먹고 건강하게 살면서 힘내서 싸울거다.
나 [더 배트맨] 봤고, 그거에 대해 할 얘기 엄청 많은데(그 고독함과 쓸쓸함) 거기에 대해선 별도의 페이퍼로 올리도록 하겠다.
그럼 빨빨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