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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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는 돌연 채식을 선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식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다. 같은말인 것 같지만, '채식을 하겠어'와 '육식을 하지 않겠어'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 책의 제목이 채식주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는 육식을 금하는 것에 더 방점을 둔 제목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제목은 생각이 안난다. 비육식주의자, 로는 영혜의 선언과 태도를 온전히 설명할 수가 없다. 적합하지 않다. 결국 영혜가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는 나무가 되고자 했던걸 보면, 육식을 금하는 것에서 나무가 되고 싶어한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를 채식주의자,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혜의 남편은 애초에 영혜를 특별히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었고, 자신은 직장에 나가서 점심과 대부분의 저녁을 해결하고 오니 영혜의 비육식 선언이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아침 한끼 식사를 채식으로 한다한들 크게 불만을 가질 것이 무언가. 그러나 다른 채식주의자들과 영혜는 다르다.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가끔 상반신을 노출하고 사람들앞에 선다. 거기에 어떤 거리낌이 없다. 회사에서 부부동반 간부모임이 있었을 때, 그녀의 이상함은 부끄러울 정도다. 차려진 좋은 음식들을 거부하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섞이지 못하기. 이건 사회인으로서의 영혜 남편을 난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삶의 방식을 그리고 태도를 선택한 영혜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영혜 남편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내를 자신과 같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 수가 없어 처갓댁 식구들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의 입을 벌려 강제로 고기를 입에 넣고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영혜의 뺨을 세차게 날린다. 영혜는 제 입에 강제로 고기가 들어가자 뱉어내고 칼로 손목을 긋는다. 남편과의 이혼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혜는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며 경제적 책임을 지고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이에 대한 돌봄도 모두 제몫으로 갖고 있다. 일요일만이라도, 자기가 부탁한 때만이라도 남편이 아이와 시간을 좀 보내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예술을 한답시고 아내의 바람을 무시한다. 돈도 안벌고 아이도 돌보지 않으면서 해내는 예술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그런 그가 처제인 영혜에게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침체되어있던 예술적 영감을 받아 처제의 벗은 몸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비디오로 촬영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간다. 옷 벗기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영혜는 이 일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건지에 대한 인식 같은건 없이 벗으라면 벗고 누우라면 눕고 외려 자신의 벗은 몸에 그려진 꽃 그림을 좋아한다. 그런 처제를 촬영하며 처제에 대한 성욕을 품고 인혜의 남편은 '오늘은 아이를 좀 봐달라'는 말에도 안된다 바쁘다를 연발한다. 밤 아홉시에 돌아와 옆집에서 아이를 찾아온 남편은 아내가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다섯살 아이 잠들었으니 자신은 또 나갔다 오겠다고 말을 한다. 인혜는 하는수없이 가게문을 닫고 아이가 잇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한숨, 체념.. 그런 인혜가 통 연락없는 영혜의 집에 음식을 들고 찾아갔을 때, 그때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영혜가 온 몸에 꽃으로 페인팅을 하고 격렬한 섹스를 하는 비디오테입을 보게 된다. 몇차례의 섹스 후 인혜의 남편은, 처제인 영혜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인혜는 정신병동에 신고한다. 여기 환자가 두 명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정상인으로 판명되어 병원 바깥으로 나가게 되고 영혜는 오랜 입원을 하게된다. 병원에 있는 영혜를 들여다보고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언니 인혜의 몫이다. 정신병자인 딸을 더이상 부모는 들여다보지 않고 남동생 부부도 외면하며 애초에 영혜의 남편은 영혜를 떠나버리지 않았는가. 인혜의 남편도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알 수 없다. 인혜는 돈을 벌어 생활비도 해야 하고 동생의 병원비도 감당해야 하고 아버지 없이 혼자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하며 가끔 동생을 보러 병원에 반찬을 싸들고 대중교통을 타고 찾아가기도 해야한다.



영어로 번역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외국인들이 읽고, 첫문장에서부터 영혜의 남편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맞다. 영혜의 남편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인혜의 남편 역시 마찬가지. 아내의 동생에게 욕정을 품는 것도 그렇지만, 그전에 이미 아내에게 경제적 책임을 지우고 노동 없이 예술한답시고 한량처럼 사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그런 주제에 아이 돌봄노동까지 나몰라라 하는 것은 그가 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혜의 남편도 영혜의 남편도 둘 모두, 아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은 없었다. 영혜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처형같았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하고 인혜의 남편은 처제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이 좋지 않은 남자들인 둘 모두 장인어른에 대해서라면 더 안좋은 남자라고 생각을 한다.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강압적인 남자. 영혜의 고기에 대한 혐오는 영혜 본인이 꿈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에 앞서 그 꿈을 꾸게 만든 그보다 더 오래된 기억들이 있다. 자신을 물었던 개를 학대하며 잡아 먹었던 일, 그 후로 계속 가슴 안에 뭔가 막힌 것 같아 도저히 브래지어도 할 수 없는 채로 살아왔다. 시간이 지나도 그 답답함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를 학대했고, 영혜 앞에서 영혜보다 더 약한 짐승을 학대햇고 또 그 학대를 보여주었으며 그 고기를 먹음으로써 그 학대에 참여하게 했다. 결혼후 만난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아내를 못마땅해 한다. 언니의 남편은 그녀에게 예술을 하자고 해놓고 섹스를 한다. 그녀가 정신병동에서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빼빼 마르게 되기까지, 거기에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남성들의 폭력이 있었다. 그 폭력이 직접적인 그녀를 향한 것이든 혹은 다른 존재를 향한 것이든. 그런 환경에서 사실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아주 많은 여성들이 그 삶을 버티어냈다. 인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삶에서 계속 가지고 나가면서도 돈을 벌고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미치지 않고서 버티어낸다. 그러니 내가 욕할 것은 가부장제이며 폭력이며 권력이며 억압일것이다. 그런데,



나는 영혜를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괴로웠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장 괴로워한점이다. 읽는 내내 내가 괴로운것은, 이 자매의 남편들도 한심하고 특히나 아버지는 정말 죽일놈인데, 그런데 영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되는거다.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린 영혜를, 아니, 뭐 어때, 내가 내 벗은 가슴에 햇볕좀 쬐겠다는데, 그게 뭐 그렇게 미친 일이야, 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그녀가 내 가까운 사람일까봐 무섭다. 내가 언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그래 네가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지, 라며 그녀를 그냥 놔둘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정신병원에 그녀를 입원시키지 않았을까? 고기를 안먹겠다는 영혜에게 억지로 입을 벌려 고기를 쑤셔넣는 아버지는 분명 폭력적이고 잘못되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말릴 사람이다. 그러나 영혜가 될 순 없을 뿐더러 영혜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을 것 같은거다. 왜 안되나, 왜 영혜처럼 살면 안되나, 라고 생각을 하려다가도 영혜야 그러면 안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현실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것일까, 하면서도 나 역시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아시아에서 태어난 중년의 여성인데, 나의 이 정체성은 어떤 지점에서 분명한 약자이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또 약자가 아니기도 하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모두 나랑 같은 방식으로 사는건 아니라고 아무리 수없이 되뇌어도, 그런데 영혜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정상' 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괜찮은 것인가? 이게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영혜를 비정상이라고, 내가, 생각해도 되는거야? 이 지점이 괴로웠다. 결국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있었을텐데, 그런데 그걸 버티어내지 못한 사람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나는, 온당한가? 옳은가?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수도없이 드니까 미치겠는거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영혜로부터 튕겨져나오고, 이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인혜에게로 옮겨진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의사에게 표했던 재발에 대한 우려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이며,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그애가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사실은, 그애를 은밀히 미워했다는 것을.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을. -p.208



인혜의 삶도 힘들다. 혼자 아이를 돌보고 경제적인 것도 해결해야 하는 삶이 무겁다. 남편은 처제랑 섹스하고 도망가서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물론 볼 생각도 없지만, 아이가 앞으로 자라서 제 아비가 한 일에 듣게 될텐데, 그걸 생각해도 무섭다. 이 삶이 버거워서 죽고 싶기도 하다. 죽으려고 산에 들어갔다가 죽지 못하고 나왔는데, 어린 아들을 보노라면 내가 어떻게 이 어린 것을 두고 죽을 생각을 했나 싶다. 어쩌면, 어쩌면 죽는게 삶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탈출하는 길일텐데. 아이 아빠는 어차피 책임 지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았잖아. 예술 하고 싶다고 예술하고 욕정 느낀다고 처제랑 섹스하고 아이 돌보기는 남일이었고. 그런데 왜 인혜는 그렇게 할 수 없나. 게다가 부모도 남편도 모두 외면한 영혜를  놓을 수도 없다. 영혜조차도 영혜를 놓았는데, 그런데 왜 언니는 영혜를 놓지 못해 삶이 더 괴로운가. 죽음은 정말 답일지도 모르는데. 모든 음식을 끊고 나무가 되고자 했던 영혜를 어쩌면 그냥 두는 것이 영혜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을까. 고기를 안먹는 것도 제뜻대로 실천하기 어려운데, 옷을 벗고 다니는 것도 자기 뜻대로 안되는데, 죽는것만큼은 자기 뜻대로 하게 두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인혜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 인혜는, 영혜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보고 있기 힘들고, 영혜가 시들어가는 것을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 영혜를 이 삶에 붙들어봤자 그것이 영혜를 행복하게 하는게 아닌데도 인혜는 영혜를 붙들고 있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없는데도 기어코 붙들고서, 그런데 너 혼자 그렇게 경계를 넘어 가버리면 그 뒷수습은 누가 지냐며 원망한다. 나는 영혜를 원망한다. 



나는 영혜를 원망하고 

나는 영혜를 원망해서, 괴롭다.



작가는 이 작품을 다 쓴 후에 이 연작들에 대해 '고통 3부작'이란 파일명으로 저장해두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나는 작가가 말하는 고통이 무얼까 생각했다. 죽음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일까, 남들과 다르게 살면 혐오를 받는 삶에 대한 고통일까, 현실에서 버텨내기 힘든데에서 오는 고통일까, 이 모든것일까. 그런데 나는, 나 스스로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영혜를 , 이 책의 영혜 아닌 사람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고통스럽다. 나 역시도 정상성에 기대어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점이 고통스럽다. 누군가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괴롭다. 작가가 지정한 파일명처럼, 이 책은 그래서 내게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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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4-11-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혜가 부러웠어요.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니까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못해요ㅜㅜ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는 자기 만족을 위해, 자기 뜻대로 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하잖아요. 다락방 님 말씀처럼 정상성에 기대어 사는 거… 모두가 그런 거 같아요.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내 뜻대로 너가 했으면 하는 마음. 언제쯤 그 마음이 사라질까요.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ㅜㅜ 아버지, 남편, 형부… 가부장의 모습들을 보니 클레어 키건의 소설 <푸른 들판을 걷다> 속 소설들이 생각났어요.

꼬마요정 2024-11-17 17:50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잘못 적었어요. 영혜는 용기가 아닌데… 멀 잘못 먹었나봐요. 읽을 때 처음엔 용기라고 생각했고 뒤로 갈수록 용기가 아니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만큼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해놓고 또 다 까먹고 이럽니다. 급 딴 거 하다가 화들짝 밤에 무슨 짓을 했지? 하고 들어왔네요ㅠㅠ 뇌가… 시냅스들이… 끊기나봐요. 힝

다락방 2024-11-19 07:49   좋아요 1 | URL
저는 읽다보니 영혜가 죽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제 마음대로 죽을 수라도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영혜의 입장이 되어보기보다는 언니인 인혜의 입장이 되어서, 본인의 뜻이 어떻다한들 그 사람을 기어코 살려내려고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인혜가 했던것처럼요. 그게 맞는걸까 아닌걸까 고민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게 두고 싶은.. 그것은 현실에서 부담과 고통으로 다가오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영혜가 원망스럽더라고요. 언니 좀 괴롭히지마, 하고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는내내 이 책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 한강은 그만... 라고 결심했던 순간들이 다 기억나네요.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감상인데 저는 그걸 어떻게 적어야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작품이기는 한데....
아, 괴롭다... 를 저도 연타로...

다락방 2024-11-19 07:52   좋아요 1 | URL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단발머리 님. 제 선택이 인혜랑 다를 것 같지 않아서 괴로웠고요, 그런데 그게 옳은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서 괴로웠거요. 저는 읽고나서 [미 비포 유]의 윌도 생각났어요. 죽음을 원하는 당사자인 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면서도, 그러나 그걸 정말 막아내고 싶었던 가족들의 생각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 사는 내 삶이 내것이 아닌 것 같고 영 버텨낼 자신이 없다면.. 어휴,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고통스러운 독서였어요. 제가 고통스러운 지점은 상당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인혜의 입장이 되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괴로웠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4-12-09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지순례 왔습니다!
이 리뷰가 바로 그 리뷰란 말입니까!!
역시나! 알아보는 나의 안목! 🤗🤗🤗

잠자냥 2024-12-10 12:04   좋아요 0 | URL
아 또 왜 왜 뭔데 뭔데 ..

다락방 2024-12-10 12:28   좋아요 1 | URL
하아- 저의 솔직함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나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머 축하드립니다!!! 👏👏👏👏👏

다락방 2024-12-10 12:28   좋아요 2 | URL
아뇨아뇨 고작 5만원인걸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12-10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간 어쩐지 투비에 평소랑 안 어울리게 진지한 글 쓰더니 1등이라굽쇼? 추카추카

다락방 2024-12-10 12:29   좋아요 2 | URL
왜 3백만원은 안되고 5만원이 될까요? 슬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했다.

삽화가 있는 이 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수시로 삽화가 나오는 것도 좋고 주석이 바로 해당 페이지 아래에 있는 것도 좋아서 이 책 읽기로 정착할 것 같다. 무척 마음에 든다. 민음사 신곡, 미안... 아무튼 이 책 좋아. 이 책은 좋지만 단테는 좀 읭? 스럽다.


자, 시작은 지옥편이다.

35세의 단테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저승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자신이 살아있는 몸으로 저승을 여행해도 될지 두려워하며 걱정하는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는 걱정하지 말라며, 천국에서 너를 안내해주라는 명을 받고 자신이 도와주러 왔노라 한다. 천국에서 내려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단테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여자가 세상에, 다름 아닌 베아트리체라는 게 아닌가.


네?


그러니까 나는 단테 하면 바로 베아트리체를 떠올릴 정도로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사랑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간 읽어온 책들을 통해 단테가 베아트리체랑 연인으로 사랑한게 아니라 혼자 바라만보는 짝사랑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그게 뭔지 기억이 안난다) 단테랑 베아트리체는 사귄 적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단테, 하면 베아트리체가 따라나올까, 어떻게 짝사랑만으로 바로 연관되는 사람이 됐을까, 불같은 사랑을 하다 파멸을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이 없었는데, 그러니까 해프닝 이라든가 어페어라든가, 뭐가 없는데 어떻게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여인,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먼 훗날의 나조차도 알게된거지? 내가 모르는 그들 사이에 뭔가 있나, 정도만 생각했다가, 아아, 신곡을 읽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 의문이 풀린다. 단테는 자신의 작품인 신곡에 베아트리체를 등장시켰던 거다. 그것도 무려 천국에서 내려온 사람으로.


마이


하아- 

나는 그래서 좀 검색을 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베아트리체랑 단테는 사귄 적이 없다-이 틀린건지, 짝사랑한 여자를 천국에 있는 여자로 묘사한게 정말 맞는지.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단테 1265-1321

베아트리체 1265-1290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죽기 전까지 9년간 딱 두 번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끓어올라 그녀를 잊지 못하고, 1308년부터 쓰기 시작한 신곡에 그녀를 천국의 여인으로 등장시켜 버린거다.


와...

나는 일단,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9년간 단 두 번 봤지만 사랑하는 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

나도 그런 적 있었다. 2년간 세 번 봤나 그랬는데 인생의 남자가 되었던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러니까 본 횟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과 별개로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처음보았던 순간이라든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쓸 수도 있다. 좋은 영감이 될 것이다. 만났을 때의 기쁨과 언제 볼지 모르는 기대도 다 글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녀를 천국에 있는 것으로 그리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단테는 결혼도 하고 아내도 있었다는데 자신이 짝사랑했던, 그러나 결코 사귀지 않았던 여자를 천국에 있는 영혼으로 묘사했다는 건, 무얼 말하는걸까. 나는 이것이 단테가 베아트리체랑 실질적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에 성녀화 시킨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그러나 내가 겪어보진 못한 그녀-는 분명 성녀일거야. 이건 진짜 대놓고 너무 성녀로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나는 허공에 매달린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 아름답고 축복받은 여인이

나를 불렀고 나는 그분의 명령을 기다렸지 -제2곡 54


여기서 아름답고 축복받은 여인이 베아트리체.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아니 그냥 알았던 여자를 작품을 통해 축복할 수도 있겠지만, 천국에서 왔다니까? 



지옥의 첫단계 가장자리 '림보'에는 숱한 예술가들이 나온다. 거기엔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도 등장한다. 그러니 단테가 신곡에 베아트리체만 등장시킨 건 아니다. 단테의 생각만으로 어떤 사람들이 지옥에 있는 것도 별로지만, 그런데 천국의 여인이라니,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라면, 이거 진짜 너무나 문제 많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단테 신곡 읽고 지옥편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많고 또 지금까지 전해져내려오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순전히 단테의 기준으로 어떤 사람은 지옥에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천국에 있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가 자신이 그리는 인물을 어떤 상황에 놓을지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베아트리체 잘 모르잖아. 베아트리체가 지옥의 입구 혹은 그 밑, 그 밑으로 들어갈 잘못을 품고 사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 여자는 그럴 리 없다'는 단테 머릿속의 베아트리체가 신곡에 있는게 아닌가. 나는 김 숨의 소설, [당신의 신]이 생각났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나는 단테에게 말하고 싶었다.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구원자가 아니야! 그녀는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 산 것도 그리고 죽은 것도 아니야. 당신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김숨의 소설에서 남편은 그녀를 자신의 구원자로 삼고 그녀가 이혼하자고 하자 그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거라고 억지를 쓴다. 자기 멋대로 신으로 만들고 자기 멋대로 그 신이 나의 영혼을 내팽개쳤다고 말하기. 이것과 단테의 베아트리체가 다른 것 같지 않은거다.


모르겠다. 베아트리체의 입장은 어떨지.

베아트리체가 이미 죽은 뒤에 저 작품이 쓰여졌고 발표되었으니 베아트리체 본인은 자신이 작품속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살아있는 중에 이 작품이 나왔다면,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람들이 모두 나랑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고 또 지금으로부터 몇백년전의 일이니, 베아트리체는 나와는 달리 단테의 소설에 천국 여신으로 등장한 걸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시대적 배경이 지금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걸 좋아했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훗. 그 사람은 나를 성녀로 만들어줬지, 나를 등장시켰어, 그거 내 얘기야, 라고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누가 나를 신으로 생각하는거? 질색팔색이다. 



자, 이제 지옥 얘기를 해보자면,

지옥의 첫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비록 업적이

있더라도, 네가 믿는 신앙의 본질인

세례를 받지 않았으므로 충분하지 않다. -제 4곡 36



허허..그것참.. 단테의 신곡이 불신지옥의 기원인가.. 명동 가면 가끔 사람들이 길에 서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외치는데, 그러니까 내가 굳이 죄를 짓지 않아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그들은 외치잖아? 그런데 단테가.. 그랬네요. 지옥의 첫단계에는 죄를 짓지 않았어도 신앙을 갖지 않으면 오게 된다... 불신 지옥이네요. 오 마이 갓.. 


네..

불신 지옥의 기원.. 이십니까, 단테여!!



제6곡까지 읽었는데, 지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언급했듯이 거기엔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도 있지만(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등) 생소한 이름도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세미라미스'인데 각주에는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세미라미스Semiramis(B.C. 1356~B.C.1314). 그녀는 아시리아의 니노스 황제의 부인이었고, 니노스가 죽자 정권을 장악하여 페르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배하였다. 온갖 음란함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자기 아들과 근친상간의 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비난을 받자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법률로 합법화하기도 했다. -p.63



오와 정권 장악에 온갖 음란함?? 근친상간에 법 고치기?? 너무 궁금해져서 세미라미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니 어려서부터 비둘기에 의해 교육받았고(네?) 비둘기가 되어 승천했단다. 대단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았으면 또 비둘기로 승천도 해보고 그래야지. 하하하하하.



아무튼 지옥에 있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데,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지옥에 있었겠구나 싶다. 지옥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중 1인이 나였을거야. 휴...



자, 계속 읽어보자. 계속 읽다보면 나는 내가 지옥이 아니라 연옥에 있을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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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었나, 8km 를 달렸는데 6km 지점부터 무릎과 발바닥이 아팠다. 내심 10km 달려볼까 했다가 가까스로 8km 까지 뛰고 그만두었더랬다. e는 그런 내게 이제 러닝화를 쿠션 더 있는 것으로 바꿔야하지 않겠냐, 쿠션이 별로 없는 입문자용이어서 발바닥이 아픈 것 같다, 고 했는데 그간 아프지 않았던 걸 보면 그건 아닌것 같은데.. 해서 주말에 달려보고 또 발바닥이 아프면 그 때는 새로 런닝화를 바꿔야겠다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토요일.

아, 아침에 일어나니 뛰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밍기적거리면 뛸 수가 없다. 나는 토요일에 일단 오후 한 시에 미용실 예약이 되어 있던 터라 그 전에 달리기도 샤워도 밥먹기도 모두 마쳐야 했던 거다. 그래야 미용실 갔다가 에술의 전당 가는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뛰러 갈까 말까 생각하던 나는, 그래 뛰자, 하고는 코 풀 휴지도 잔뜩 챙겨가지고 한강으로 향했다.


한강으로 가서는 이번에는 덕소 방향으로 뛰자, 하고는 뛰기 시작했는데 얼라리여~ 무슨 공사를 한다고 중간에 막아놓은게 아닌가. 하는수없이 원래 뛰던 방향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는데, 아직 2km 도 되기 전부터 너무 뛰기가 싫은거다. 아, 뛰기 싫다, 그만 뛸까.. 이렇게 그만 뛸까 라는 생각을 한 이천번은 한 것 같다. 그래도 2km 만 달리면 좀 그렇잖아, 3km 는 가자, 했다가 또 포기하려다가 그래도 인간적으로 이제 5km 는 뛰고 중단해야 하지 않냐 싶었고, 그렇게 5km 가 되자 일단 뛰면 7km 는 뛰어야지 했고, 7km 를 힘들게 뛰어내자, 며칠전에 8km 뛰었는데 주말이니 그것보단 좀 더 뛰어야 되지 않겠냐, 했고 9km 가 되었을 때는 야 이왕 한강 나온거 10km 가자 했고, 10km 됐을때는 '이제 됐다' 하다가, 흐음, 그런데 지난번에 10km 뛴 적 있으니 이왕 뛰는거 그거보다 1km 만 더 뛰어보자, 하면서 최종적으로 11km 를 뛰었다. 와...


뛰면서 발바닥과 무릎이 아픈가 살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 너무나 뛰기 싫지만 아프지 않으니 계속 뛰어보자, 아프면 뛰고 싶어도 못 뛰잖아, 그러니 안 아플 때 더 뛰어!! 라고, 더 뛰자는 내가 그만 뛰고 싶다는 나를 잡아 끌고 11km 를 뛰었던 것이다. 아, 인간이여..



뛰는 동안 하나도 아프지 않았는데, 다 뛰고 나서 걸을 때 계단이 나와 계단을 오르는데 와 무릎 뽀개지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나 아프구나???  하여간 잠실새내역으로 나와서 잠실역까지 걷고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와.. 힘들었어. 집에 가서 밥 먹고 샤워하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는데, 인간적으로 너무나 개피곤한 것이었다. 아 너무 피곤해. 집에 가서 자고 싶다 ㅠㅠ 이렇게 되었는데, 아니 그래도 머리 잘랐으니 예정했던 카라바조 전시 보러 가자, 해가지고 전시를 보러 갔는데, 전시 보는 내내 너무 힘들어썽 ㅠㅠ 11km 는 아직 무라다.. 너무 무리했다. 힘들어..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전시를 본 다음에 원래 계획은 카페에서 책 읽기였는데, 너무 눈이 감겨서 책 읽기 불가한 부분.. 그렇게 집으로 가서 가자마자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침대에 눕눕.. 한 30분 누워있다가 엄빠랑 저녁 먹으려고 일어나서 일단 파김치를 담그고(네?) 순대 데워가지고 와인을 개봉했다. 휴.. 개피곤..



파김치 처음 담글 때는 하나하나 집어서 골고루 양념 바르고 그랬는데 이젠 됐어, 나 혼자 먹을건데 뭐, 이러고 그냥 양념통에 파 썰어서 넣어가지고 슥슥 버무려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역시 존맛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나 안주하라고 호박으로 전 부쳐주시고 참치로도 전 부쳐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사이좋게 와인 한 병 다 나누어마시고 맥주도 마셨는데, 맥주는 한 캔을 다 못마시고 버렸다. 그리고 기절해버림.. 왜냐하면 나는 다음날 일정이 또 있었기 때문인데, 그 일정이란 갑작스럽게 생긴 일일 육아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동생이 올케 결혼식장 가야한다면서 와서 네살 조카랑 함께 놀아달라 한 것. 그래서 응 그래그래 갈게갈게~ 하고 아침 열시반에 남동생 집에 도착해서 저녁 여섯시 저녁 먹을 때까지, 중간에 점심도 함께 먹었지만, 네살 조카랑 논스톱으로 놀아주었다. 중간에 잠깐 조카가 방에서 나간 틈을 타 침대에 드러눕 했는데 갑자기 조카가


"고모 왜 누웠어?"


이래가지고 벌떡 일어남. 조카야, 고모.. 진짜 너무 피곤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오늘 내 이 한몸 너를 위해 불사른다!! 이렇게 조카랑 함께 놀아주었다. 조카는 불쑥, 고모가 와서 너무 좋아! 막 이렇게 말하고 그랫단 말야? 중간에 갑자기 제 두 손으로 내 양볼을 감싸고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기도 했고. 하여간 그렇게 잘 놀았는데, 조카도 알고 있었다. 제 엄마가 예식장 갔다 돌아오면 내가 집에 간다는 것을.


"고모 하룻밤 자고 갈거야?"

"아니. 오늘 놀다가 가야 돼."

"왜?"

"고모도 내일 회사 가야지."


막 이랬는데, 내가 갈 시간이 되니까 잘 가라고 하면서 나를 잘 쳐다보질 않는 것이다. 내가 조카에게 


"고모 이제 갈건데 가기 전에 조카 안아보면 안될까?"


했더니 그전까지 잘 안아주었던 조카가 안된다는 거다. 그리고 잘 쳐다보지도 않아. 히잉. 응 알았어. 안기 싫으면 안안아도 돼, 하고 나서는데 남동생이 그런 조카를 보고서는 내게 말했다.


"누나, 쟤 지금 슬픈거야."


지난번에 내가 간다는 말에 갑자기 고개 푹 숙이고 또 표정 감췄던 조카인 걸 아는지라 동생말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를 바래다주겠다는 남동생과 함께 집을 나섰다. 조카야 고모 갈게, 응 조심해서 가, 조카가 말을 해주긴 했지만 나를 잘 쳐다보질 않았어.. 그렇게 남동생과 가고 있는데 올케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동생에게 한 것이었는데, 내가 집을 나가자마자 조카가 고모가 가서 슬프다고 했다는 거다.


"그런데 왜 고모한테 잘 가라고 제대로 인사를 안했어?"

"응. 슬퍼하는 거 고모한테 들킬까봐."


이랬다고. ㅠㅠ 아니 진짜 ㅠㅠ 얘 왜이러는거지 ㅠㅠㅠ 조카야, 슬퍼해도 되고, 그거 들켜도 돼 ㅠㅠ 왜 감추려고 하는걸까. ㅠㅠㅠ 그러면서 내가 남동생 전화 하는거 같이 듣고 있었는데 옆에서 조카가 하는 말이 들리는거다.


"엄마, 고모한테는 이거 얘기하지마."


라고 하는게 ㅠㅠ 아이참 ㅠㅠ 조카야, 왜그래? 괜찮아. 슬퍼해도 되고 들켜도 돼.



이 일을 여동생에게 얘기하니, 그래도 조카가 제 엄마에게는 그런 감정들을 말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게, 그건 정말 다행인데, 왜 아직 네 살밖에 안된 조카가, 제 엄마와 제 아빠로부터도 사랑을 듬뿍 받고 이모 세 명과 고모 두 명의 사랑도 듬뿍 받는 조카가, 왜 슬픔을 내보이는 걸 두려워하는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러는걸까. 왜 불쑥불쑥 좋아, 라고는 말하는 아이인데, 슬픈 표정을 들키기 싫어할까? 제 엄마도 제 아빠도 안그러는 것 같은데 조카의 그런 지점은 타고난 성격인걸까? 그러다가, 그 지점은 어쩌면 나를 닮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야말로 좋은 사람에게 좋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그러나 그 사람이 간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한 번도 가지말라는 말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아니던가. 이런 내 성향이 조카의 그런 성향과 맞닿아 있는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들었던거다.


어휴 같이 있으면 나 좋아하는 거 너무 티나는 아이인데 내가 간다고 하면 제대로 쳐다봐주지도 않는 아이라니 ㅠㅠ 조카랑 헤어지고 오면 이렇게나 조카 생각을 오래 하게 된다. 어휴.. 



책을 샀다.



















얼마전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바닷가의 루시] 읽고 진짜 너무 좋아서 그 책의 원서 [Lucy by the sea]를 읽기 시작했다. 번역본 없이 읽을 자신은 없어서 수시로 번역본과 함께 보려고 전자책으로도 바닷가의 루시를 또 사뒀다. 그러니 바닷가의 루시 책은 내게 총 세 권이나 되는 셈이다. 종이책, 전자책, 원서... 네... 그리고 그게 너무 좋아서 아직 번역 안된 [Tell me everythig]도 주문했다. 내가 그냥 원서를 읽을 순 없어도 어차피 번역본 읽으면 또 살 테니까 뭐 언제든 살거잖아? 이러면서 샀다. ㅋㅋㅋㅋㅋㅋ


[Who is Taylor Swift]는 하이드 님 서재에서 후이즈 시리즈에 테일러 스위프트 있다는 거 알게 되어 검색해서 샀다. 땡투 하려고 했는데 책 링크를 안하셨더라고요...


[페미사냥]은 건수하 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샀다. 어쩐지 모르는 내용은 아닐 거라고 생각되지만.....


















[죽음을 사랑한 소년]은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프로파일러가 범인을 추측해내는 과정은 내게는 좀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가끔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 읽고 싶어져서 이렇게 사서 준비해둬야 한다. 준비성 철저한 나님..


[나쁜 책]은 유부만두 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샀다.


[붉은 강 세븐]은 인스타에서 광고 보고... 하아-


[플러드]는 투비에서 내가 즐겨찾는 분의 글을 보고 샀다.




















[포르노그라피아]는 예전부터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니 글쎄 나의 그 이메일친구가 최근에 읽었는데 진짜 너무 좋다며 강력추천하는게 아닌가. 나더러 꼭 읽어보라는거다. 그 친구는 내가 추천하는 거 다 읽었는데, 그것도 여성주의 책을.. 그러니까 나도 읽어야지, 하고 샀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8월은 악마의 달]은 잠자냥 님 서재에서 보게된 책인데, 제목이 참.. 좋다. 그러니까 나도 여름, 8월... 참 여러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뜨거웠지요. 크-



[타오]는 추리 소설 사려고 산건데 어떻게 알게된 책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정희진 쌤 오디오매거진 듣는 대신 이거 들었다. ㅋ ㅑ ~ 나는 울뻔 했어요..







어휴 지난주에도 책 많이 샀네.
이번 주에는 좀 덜 사는 걸로 해보자.



아, 그리고 여러분 저 단테 신곡 시작했습니다.














현재 서재에서 은하수 님이 지옥편 끝내신 듯 하고요, 햇살과함께 님, 나인 님 도 지옥편 끝내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 글 읽어보면서 독서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hnine 님의 신곡에 관한 글은 여기 https://blog.aladin.co.kr/hnine/15990572#C4168063


은하수 님의 신곡에 관한 글은 여기 https://blog.aladin.co.kr/734483154/15981837



그럼 여러분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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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11-1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피곤한 와중에 파김치를 담그시고 바닷가의 루시 책으로 있는데 전자책을 또 사시고...놀라움의 연속인 다락방님의 일상😄 열정적인 출판계의 큰손!

다락방 2024-11-11 17:57   좋아요 1 | URL
파김치를 담그려고 걔획해서 파를 사두었기 때문에.. 몸이 부서지는 가운데 파김치를 담갔습니다. 하아- 진짜 저는 제가 저를 고생시킵니다. 왜 이런것인지.. Orz

제가 출판계의 큰손이자 재벌인 것은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4-11-1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달리기 싫다고 2만번은 생각했으면서도 11킬로미터 달린 다락방, 정말 대단하네요.
11킬로미터를 달리다니... 제가 주말에 자전거 타면서 그 거리를 측정해보니 정말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카라바조 전시 다녀왔군요? 얼리버드로 티켓 예매한 모양이군?! ㅋㅋㅋ 전 이번주에 보러 갑니다.

그나저나 조카가 슬픔을 감추는 건 자기가 슬퍼하면 상대도 슬퍼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걸까요? 꼬맹이가 그 심정을 안다면 참 그것도 대단...

<포르노그라피아> 재밌어요. 참 잘 썼다는 기억이... <8월은 악마의 달> 읽는 중인데 이 책도 참 잘 썼더라고요?! 일단 문장이... 대박. ㅎㅎ

다락방 2024-11-11 18:02   좋아요 0 | URL
네네, 저 얼리버드로 예매해서 다녀왔어요. 잠자냥 님 보고 오시면 후기 남겨주세요. 저는 할 말이 있긴한데 이건 차차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제 조카 때문에 제가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아이고 이 아가를 어쩌면 좋아. 저보다 더 어른 같아요. 지난번에 갔을 때는 제가 조카 안고 ‘고모 가기 싫다 조카랑 살고 싶다‘ 했더니 ‘가!‘ 라고 단호하게 말하더라고요. 아이참.. ㅠㅠ 고모가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저에게 가, 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아기라니. 어휴 ㅠㅠ

아무튼 저는 이제 엉망인 여성해방론 을 읽어야 합니다. 화이팅!!

독서괭 2024-11-11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ㅋㅋㅋ 방금 션 아들 마라톤 기록 기사 보고 션이 풀마라톤 후 설거지 하는 사진 봤는데, 11키로 뛰고 파김치 담그는 분이 여기에 ㅋㅋㅋㅋ 대단해요 다락방님!! 그래도 무릎 조심 ㅜㅜ
아가조카 너무 사랑스러워요🥰🥰🥰 우리 둘째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 아마 자기 슬픈 걸 알면 고모도 슬플까봐 그런 거 아닐까요!? 고모가 마음이 불편할까봐?! 어떻게 이렇게 어린데 자기 감정을 감추려 하는지 참 신기하네요.

다락방 2024-11-12 08:46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의 이 댓글 읽고 션 아들 마라톤 검색해보고 왔습니다. 10km 42분에 뛰었네요. 저는 한시간 이십분 걸리는데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눈물 좀 닦고) 그리고 11km 달리고 파김치 담는건 비추입니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코피 쏟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저처럼 살면 안됩니다. 어휴 주말 내내 피곤에 쩔어 있었어요. 아직 11km 는 무리인걸로. 아, 날 추워지니까 달리는 거 너무 싫지 않나요.. 하하하하하.

저는 네살 조카 도대체 왜 자기 감정을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모르겠지만 하여튼 짠합니다. 어휴 눈에 아른아른 합니다. 이뿐 조카 ㅠㅠ

유부만두 2024-11-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책은 읽다보면 책을 더 사게 됩니다. 아주 나쁜 책이에요;(

건수하 2024-11-11 18:18   좋아요 0 | URL
무슨 책인가 궁금해서 목차를 봤는데 엄청 강렬하네요... @_@ 위험합니다

다락방 2024-11-12 08:46   좋아요 0 | URL
나쁜 책을 안읽어도 이렇게나 책을 사대는데 그거 읽으면 더 산다고요? 맙소사...

봄날의 언어 2024-11-1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션감 있는 러닝화 신으시면 확실히 통증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

다락방 2024-11-12 08:47   좋아요 0 | URL
아직 가지고 있는 러닝화가 새거나 다름없는데 다들 그럼에도 또 새로운 러닝화를 사는건가요... ㅠㅠ 일단 이번에 달릴 때는 통증이 있지 않았으니 좀 더 신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름 구멍나면 바꾸고 싶네요 ㅠㅠ

건수하 2024-11-1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사냥 사셨군요! 전 안 샀는데..... 다락방님이 먼저 읽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
신곡에 아직 혹하지 않고 있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읭?)

다락방 2024-11-12 08:48   좋아요 0 | URL
페미사냥 중고로 나오길 기다렸다 살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사고나서 살짝 했습니다. 어쩐지 모르는 내용은 아닐 것 같긴 해서요. 어쨌든 읽고나면 후기를 올릴게요.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신곡 서사시여서 그런지 책장 잘 넘어갈 것 같아요. 이제 그만 넘어오시죠!!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4-11-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번역본을 다 읽고, 원서 읽으시면 좀 더 잘 읽힐거에요~ 후 이즈 테일러 스위프트 재미있습니다!

다락방 2024-11-12 08:4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 루시 바이 더 씨 번역본 읽고나서 바로 원서로 갔더니 더 잘 읽히고 있습니다. 후훗. 그런데 읽을 책이 워낙 많아 언제 완독할진 모르겠어요. 하여튼 스스로의 의지로 완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blanca 2024-11-1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하는 거 고모에게 들킬까 봐,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또르르..아놔. 그리고 -..- 저 한 3키로 주말에 뛰고 드러누웠어요. 이렇게 체력이 비루할 수가 있나요. 11키로 뛰고 파김치까지 담근 다락방님의 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 ㅋㅋ 그거 나도 예매했는데 귀찮아서 지금 얼리버드 그거 취소해버릴까 생각 중이었어요. <포르노그라피아> 관심 가네요.

다락방 2024-11-12 08:51   좋아요 0 | URL
블랑카 님, 조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어떡하죠 정말 ㅠㅠ 흑흑 ㅠㅠ 맨날 보고 맨날 안고싶어요 ㅠㅠㅠ

저도 30분 뛰고 일요일 내내 드러누웠던 적 있어요.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하겠더라고요. 하하하하하. 그리고 이번 주말에도 다른 스케쥴이 없었다면 침대에만 있었을 것 같아요. 11km 는 무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일정이 있었고!! 그래서 소화를 해내야만 했습니다. 와 너무 피곤했어요. 일요일 밤에는 기절하듯 잤습니다. 휴..
저도 얼리버드 해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상 해두니까 아 귀찮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랬는데 갔다왔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11-1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11키로 1시간반 달리기라니요! 멋짐!!
저 아직 지옥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ㅎㅎ 주말에 못읽고 아직 100페이지 남았는데 지겨워서 오늘은 출근할 때 딴 책 가져가느라.
슬픈 조카 너무 귀여워요 ㅎㅎ
저도 얼리버드 예매해서 가야하는데 막상 갈 땐 왜이리 귀찮은지 ㅠㅠ

다락방 2024-11-12 08:52   좋아요 1 | URL
션 아들은 10km 42분에 달렸는데 말입니다. 저는 한시간 넘어야 비로소 10km 를 달릴 수 있어요. 어휴 달리기 연습이 좀 더 필요합니다. 더 열심히 달려야 되는데 요즘 추워서 달리기 싫어요. -0-
저는 이제 막 지옥 시작했습니다. 고고씽!! ㅋㅋㅋㅋㅋ

그쵸. 가고 싶어서 예매했는데 예매하니까 가기 귀찮아지는... 누구나 다 그런거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키로도 놀라운데 다녀와서 파김치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통은 11키로 뛰고나서 파김치가 되었다. 이렇게 되야하거든요. 근데 11키로 뛰고 파김치를 담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 너무 예쁘네요. 어쩜 이렇게 어른스러운지... 생각보다 빨리 자랍니다, 아가들이요. 많이 놀아주시길 권합니다.
조카가 고모랑 놀아 줄 때가 곧 닥쳐온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13 09:31   좋아요 0 | URL
제가 토요일에 11킬로 달리고난 후로 아직 달리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ㅋㅋ 어제 하려고 했다가 아 하기 싫다 하고 안달렸는데요, 내일은 달려보는게 목표입니다. 내일은 11킬로까지 달리진 않을 것 같고요. 여하튼 달리는 것 자체가 목표입니다.
11킬로 달리고 파김치 담그는 것은 결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피곤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도 부지런히 조카랑 놀아야겠어요. 우리 이쁜 조카.. 사실, 동생들이 아이를 좀 더 낳아줬으면...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동생들에게 말했더니 저더러 낳으라고 하는데, 제가.. 낳아볼까요? 흠흠.

syo 2024-11-1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너무 오랜만에 왔더니 뭔가 이상하다 첫 번째 사진..... 누구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세상 왤케 변한거야? 원래 8킬로씩 막 뛰고 그런 사람이셨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4-11-19 07:53   좋아요 0 | URL
오! 정말 그렇네요. 오랜만에 봤다면, 그 사이에 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제가 낯서니 말입니다. 일년 전만 해도 저는 제가 이런 사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잘 지냈어요? 이제 컴백한 겁니까? ㅎㅎ

syo 2024-11-19 09:4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하도 오래 없었어서 컴백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네요. 중고신인? 아니다 시니어 인턴 syo입니다ㅋㅋㅋ

다락방 2024-11-19 10:42   좋아요 0 | URL
귀엽다. 시니어 인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겹살 먹을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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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쿠폰 사용용으로 참 좋은데
여동생은 내게 ‘언니 이거 망고 50프로만 들어갔어. 나머지 죄다 설탕인 거 알고 있지?‘ 라고 말했다.
왜, 뭐,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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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매달 10일 정도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읽기 시작한다.

10일이 되기 전까지는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어주고,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여성주의 책을 읽고 마치자,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오늘 출근길부터 이 책, '다나카 미쓰'의 [생명의 여자들에게: 엉망인 여성해방론]을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한국어판 서문>부터 턱,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 이 책, 읽기 만만찮겠네. 무엇보다 읽기 싫어하는 혹은 불쾌해하는 혹은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부터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음, 당황스러웠거든. 자, 그러니까 서문에서 나를 이런 구절을 본것이다.



'여자다움으로 살아간다면 나는 나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온몸에서 끓어올랐습니다. 남녀 구별 없이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내면서, 저는 '이게 바로 나야'라고 여기는 내 자신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싫은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나, '좋은 남자가 만지고 싶어 하는 엉덩이를 갖고'싶은 나. 내가 싫어하는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은 여성들의 공통된 분노에서 나온 것이기에 운동의 대의가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만져 줬으면 싶은 쪽은 말하자면 개인의 욕망입니다. 대의와 욕망-이 두 가지가 비슷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나와 함께 들고 일어났습니다. -p.5-6



음.. 싫어하는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는 일단 적극 동의. 그런데 '좋은 남자가 만지고 싶어 하는 엉덩이를 갖고 싶은' 것 역시 적극적 동의인가? 여기에서 턱, 하고 걸려버리는거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어떤 남자도 내 엉덩이를 만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참인가? 나는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아니, 나는 좋은 남자여도 내 엉덩이 만지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나는 생각하는가? 질문을 여러개 더 던져보아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 엉덩이가 내가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매력적이기를 원한다는 답이 나오기는 한다. 그러니 '다나카 미쓰'의 저 구절이 거짓은 아니고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되게 불편한거다. 저 문장이 너무너무 불편해. 사실이라며, 참이라며, 그러니까 대의와 욕망이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데, 내 안의 모순 우리 안의 모순을 우리가 인지한다고 해도, 그래도 저 문장이 왜이렇게 불편한걸까. 다나카 미쓰가 '지나치게' 솔직한걸까? 그런 지나친 솔직함에 내가 불편한건가? 지나친 솔직함에 당황스러운건가? 내 안의 깊은 욕망을 표현해버려서 불편한건가? 너무 직설적이라 불편한건가? 음.. 그런데 나는 그게 아닌것 같은거다. 그러니까 나는 '좋은 남자가 만지고 싶어하는 엉덩이를 갖고 싶은 나'라는 문장 자체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문장의 적나라함에서 오는가 혹은 나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기 싫음에서 오는가. 아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은거다. 이 문장은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솔직하지 못함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니다. 다른 불편함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불편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그것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떠올린 건 '에바 일루즈' 였다. 에바 일루즈가 이 남녀관계 욕망에 대한 모순.. 을 말하지 않았었나. 



그리고 나는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불안한가] 에서 이런 구절을 보게 된다.

















로이피(미국의 여성 작가로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뉴요커』The New Yorker 지에 실린 대프니 머킨의 말을 인용한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 심지어 겉보기뿐인 평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지만, 언제나 섹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로이피가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더더욱 흘려들을 수 없는 노골적인 불평, 곧 평등이 섹스 욕구를 퇴색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남녀의 평등은 그다지 섹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평등을 존중하는 섹스는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반면교사로 삼은 남자는 적극적이며 직접적으로 섹스를 주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여성은 자신감에 넘치며 게임이라도 벌이듯 유려하게 접근하는 남성성을 갈망한다. -p.81-82



평등은 원래부터 혼란스럽다. 평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불거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등이 불안함과 애매함을 낳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불평등을 편안하게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측면은 권력관계를 보호관계로 바꿔주며, '자연스러운' 상호의존성과 강한 감정적 접착성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등은 어떤 의무감도 낳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권리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방과 갈등을 빚도록 조장한다. 불평등이 지닌 세 번째 편안한 측면은 역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이로써 관계 당사자들은 좀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골치 썩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그려내는 사회적 역할을 보라. 고민하고 자시고 할것 없이 그저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지 않은가. -p.82-83



아, 뭔가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내가 원하는 답이 여기에 있기를 바랐지만 정확한 답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방향에서 내가 저 문장을 불편해했는지는 알 것 같다. 에바 일루즈의 문장들을 읽고나니 내 안의 모순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만져지길 원하는 엉덩이를 갖고 싶다'는 그 '욕망'은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그러나 그 욕망 자체가 순수하게 내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이 온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태어나기를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엉덩이가 만져지길 원한다'고 태어나진 않았다는 거다. 이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 욕망은 나에게 세뇌된 것이라는 거다. 이 거대한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에 살기 때문에 때로는 내 엉덩이가 누군가에게는 만져지길 원한다는 욕망이 생기는 것이지, 애초에 그것이 내가 내 모순에 직면할만큼 본질적 욕망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욕망은 이 사회에서 태어나 살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진 욕망인 것이 맞다. 만약 내가 화성에서 태어났다면, 무인도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의 욕망과는 완전히 다른 욕망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남자에게 만져지길 원하는 엉덩이를 갖고싶어 한다는 것, 그 욕망만 나에게 주입된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건 '그건 애초부터 내 욕망인 것은 아니었다고!' 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가진 대부분의 욕망은 이 환경에서 자라면서 주입되거나 만들어진 것이다. 나도 안다. 그런데 저 문장에서 불편한 것은, 그 욕망을 내 안의 모순, 그러니까 대의와 욕망의 대립.. 으로만 보는게 옳은가, 우리에겐 이런 대의와 욕망이 함께 있다, 고 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잘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직 이 책을 몇 페이지 읽지 않았지만, 지금을 사는 여자들은, 내 욕망이 내 대의와 대립한다, 는 것에서 더 나아가있는데, 그 욕망의 원인 조차도 알고 있는데, 이 책, [생명의 여자들에게]는 욕망과 대의의 인정만 말하고 있는것인가, 에서 오는 것이다. 내 엉덩이가 누군가에게는 만져지기를 원해, 를 인정하는 데에서 끝나면 안되는데, 그런데 그 욕망은 왜 있는거지? 를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결국 닿게 되는 지점은 '어떤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길 원하는 나의 욕망은 정말 내 것인가?' 일텐데, 이 서문만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은거다. 



아직 초반이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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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 뭔 심정인지 알 거 같은데.... 내 엉덩이는 내가 만지고 싶다고 세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12 08:57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오늘 하루 우리는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힘차게 시작해보도록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1-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적으로 섹시해 보이길 원하는 욕망이 있긴 있는데 그게 어디까지 세뇌된 것인지를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자들은 일단 “남에게 섹시해보이는 엉덩이”보다는 “달리기 좋은 기능성 엉덩이”에 더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만 조금은 그 세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용… 다락방님이 왜 불편하신지 그 혼란 너무 공감가고요.

다락방 2024-11-12 08:57   좋아요 1 | URL
섹시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섹시해지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 따라와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섹시한 여성이 가치있는 여성인것처럼 매스컴이 다루지 않았다면, 이 자본주의가 조장하지 않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섹시한 엉덩이를 꿈꿨을 것인가.. 그런데 이 욕망에 대한 것을 ‘싫은 놈이 만지는 건 싫다‘랑 같이 놓으니 너무 걸리적거리는거에요. 하여간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출근길에도 좀 읽었는데요, 음, 현재까지는... 보부아르 제2의 성 읽었으면 이 책을 굳이...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흠흠.

건수하 2024-11-1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금 다른 면에서 혼란스러운데...

(제가 아직 읽기 시작하지 않아서, 다락방님이 인용하신 부분만 본다면)

싫은 남자가 만진다면 허락받지 않고 만지는 것일테고
좋은 남자는... 허락의 의미는 차치하고 좋은 남자가 ‘만지고 싶을만한‘ 엉덩이를 ‘만드는 것‘만 다루는 것인가요?

이걸 어떻게 한 번에 얘기할 수가 있는지... @_@

(어제 운동했더니 엉덩이가 아파서 괴로운 자 - 누가 만지길 바라진 않고, 건강해질 것 같아서 + 꽉 끼던 바지가 덜 껴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락방 2024-11-12 08:55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건수하 님 댓글을 읽고 곰곰 생각해봤는데요, 제가 저 문장에서 불편했고 그래서 그걸 찾으려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서 나름 제 나름의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건수하 님 댓글 읽고나니 어쩌면 제 불편함도 바로 그것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싫은 남자가 만지는 건 싫다‘는 것과 ‘만지고 싶을만한 엉덩이를 갖고싶다‘는 것이 한문장에 있는 거요. 거기에서 오는 이상한 불균형 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게 한 문장에 있어서 불편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어제 필라테스에서 운동이를 조져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잠이 다 안오더라고요. 저는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쁜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서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운동했어요. 제가 자세가 나빠서 여러가지로 나쁜 증상들이 나타나버리는 바람에.. 하아- 젊은 여성들이 바른 자세를 갖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저처럼 나이 들어서 자세 고치고 균형 찾으려면 너무 힘들고 오래걸려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4-11-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문장 읽으면서 오히려.....
예쁜 엉덩이를 만지고 싶은 나...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다르게도 표현할 수 있는데요. 예쁜 손을 만지고 싶은 나.에 대해서요.
그걸 섹슈얼리티의 영역에 묶을 수 있는지, 아니면 섹슈얼리티가 그 모든 걸 포함하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책을 좀 읽어보고 정리해봐야할 거 같아요.

전, 띠지를 풀어놓았습니다. 헤헤.

다락방 2024-11-13 09:29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출근길에도 이 책을 읽었는데요, 음, 매끄럽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독자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조금 더 읽고 또 생각나는게 있다면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단발머리 님도 읽고 감상 남겨주세요!

시에나 2024-11-1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책이 초반부에 으잉? 하는게 좀 있죠. 게다가 글이 어찌나 산만한지.ㅋㅋㅋㅋ 이 말 했다 저 말했다.ㅋㅋㅋㅋㅋ

한 중반 넘어가야, 다나카미쓰가 뭘 말하려는지 알듯말듯한데 그럼에도 저도 한 두번 읽은 후에야 파악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중간은 확실히 제2의성 요약본 같은 부분도 꽤 많고요. 문제의식이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은 70년대 일본 좌파운동의 한복판에서 쓰여진 거라, 그때 일본의 적군파 같은 사건을 모르면 이해가 안되는게 많더라고요. 여성해방운동하는 여자들과 좌파운동 남성 혁명가(?)들의 이상한 결탁, 공의존 관계 같은걸 계속 비판하는 책이라서...

대의와 욕망의 대립을 큰 축으로 볼 수는 있으나, 이 책은 그 욕망에 담겨 있는 어두움 자체를 더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 욕망이 내것이 아니었으나 내것처럼 되어버렸고 여자들이 그걸 알면서도 왜 못 버리는가, 또 자아를 그부분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까지...? 그리고 여자들의 취약함이나 비겁함까지 엄청 후비파들어가고요. 그런데 반전은 그 부분을 긍정하라는데까지 이른다는 것이고요.

하여간 70년대 래디컬페미니즘이라, 엄청나게 새로운 내용은 없는데, 동북아 버전의 페미니즘 책이라는 점에서, 일본 민족주의나 학생운동과 한국 상황에서 통하는 부분들...?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락방 2024-11-22 11:00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도 초반부이긴 한데요, 저자의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게 되게 괴로웠거든요. 현실을 파악하는 감각은 가지고 있는데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사랑을 갈구하는 지점이 있어서, 그래서 제가 읽기 힘든것 같더라고요. 그냥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본인의 욕망 자체를 버리면 더 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느라 좀 괴로웠는데요, 2부로 넘어가니까 개인사 나오면서 그녀가 어릴 적부터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고, 그래서 사랑받고 싶은 인정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또 짜증내며서 읽은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고, 야속해지고.. 한 인간이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는 어린 시절이 정말 많이 좌우하잖아요. 그러다가도 또 불쑥불쑥 윽, 별로야, 하게 되고... 저는 좀 괴로운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정말 초반이고요, 저도 더 읽어가다보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같이 읽는 다른 분들은 다들 좋게 읽고 계시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