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거쳐 이제 <연옥>으로 넘어갔다.
읽다보니 이렇게 한권짜리 두툼한 책이라면 주석이 책 뒤에 있지 않고 페이지 바로 아래 달려있는게 편하다.
민음사의 <신곡>은 세권으로 나뉘어져 있어 한 권이 저렇게 두껍진 않을테니, 주석이 뒤에 있더라도 조금 손에 익으면 주석 읽기가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난 원래 책을 험하게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맘대로 밑줄 치고 끄적거리고 메모해가면서 읽고 있다.
<지옥>편에서 가장 핵심적인 싯구라고 할만한 문장이 맨 첫페이지부터 나온다.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죽음 못지 않게 쓰라린 일이지만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
(인생의) 길을 잃어버려본 사람이라면 첫 페이지부터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어서 '거기에서 찾은 선'이란 말은 또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다음으로 새겨둘 문장은 지옥의 문 위에 적혀 있다는 글귀이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희망을 버린 곳.
<연옥>편에 가면 "희망을 굳건히 해라 (66)"라는 문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옥과 연옥을 가르는 열쇠중 하나가 희망이라고 봐도 될지.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간직하는 한,
그런 저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사랑은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135)
지옥의 가장 심층부에서 가장 중한 벌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많은 죄목 중에, 배신을 한 사람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다른 분들 모두 어떻게 읽어가고 계신지.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단테의 <신곡>을 영어로 Inferno라고 잘못 부르고 있었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Inferno는 신곡중 지옥편을 일컫는 말이고, <신곡>은 La Divina Commedia (The Divine Comedy) 가 맞다. 희극도 아닌데 왜 Comedy라고 했는가 하는 이유는 지옥편 제16곡 주석에 나온다. 단테 스스로 자신의 이 작품을 그렇게 불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