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權力] : [명사]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이른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나는 권력이 무섭다.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강제력이라서 무서운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다시 말해, 권력을 가진걸 알고 있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나의 말한마디면 이것이 움직이고, 저것이 바뀌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무섭다. 그들이 무서운 까닭은 그렇게 자기가 깨닫고 있는 자기의 힘을 대체적으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이라든가, 유명세라든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래에 있다는 떵떵거림이라든가. 그래서 나는,  "내가 누군지 알어?" 라는 말이 지독하게 혐오스럽다. 대학생 시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떤 손님이 들어와서 행패를 부린적이 있다. 어떤 까닭으로 행패를 부렸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그의 최종상대는 내가 되었고, 나는 그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그랬다.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어?"  그는 내게 무얼 바랐던걸까.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몰랐으니까.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일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기억나지도 않을뿐더러, 그 당시의 나도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으니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답했다.
 
"전 학생입니다." 라고.
 
편의점안에는 2초간 정적이 흘렀다. 손님도, 옆에있던 알바생도, 그리고 나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했다. 나 역시 다시 한번 말했다.
 
"네, 알았어요. 전 학생이에요." 라고.
 
그 손님은 마시던 캔 음료수를 마저 다 마시더니 그냥 가버렸다. 시시한 사람이었다. 소리지르고 욕하고 행패를 부리더니 나가버렸다. 한낱 알바생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왜 그렇게 알리고 싶었던걸까? 도대체 왜,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면서 자꾸만 자신이 누구라고 말하려 했던걸까? 대체 나에게 뭘 바랐던걸까?  

 


 
 
 
 
 
 
 
 
 
 
 
 
 
  
 
음료수에 청산가리를 넣어 사람을 살인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살해당한 사람중에 '후라야 아키토시'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사무실에서 잘린 '겐다 이즈미', 그녀는 사무실 사람들이 마실 미네랄 워터에 수면제를 잔뜩 타두었다.   

"후루야 아키토시 씨를 죽인 범인이나 겐다 이즈미나 같은 부류의 인간이지. 최고 권력을 추구하며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 권력을 행사해 버린 인간이니까."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이란 말씀입니까?"
"왜 그렇게 되는지 알겠나?"
"저는 모르겠습니다."
장인은 순간 눈을 무섭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굶주려 있는 걸세. 그토록 심하게, 깊이 굶주려 있는 거지. 그 굶주림이 자기 혼을 먹어 치우지 않도록 먹이를 줘야 해. 그래서 다른 사람을 먹이로 삼는 거야."
(p.307)

 
그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휘두를 때에만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인식하면, 그 순간 권력만이 남고 자신은 사라진다.   

"다섯 사람의 목숨을 미네랄워터에 독약을 섞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앗아갈 수 있지. 그런 상황에서 겐다 이즈미는 자네들에겐 저항할 방법이 없는 권력자였네. 죽지 않았으니, 살해당하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다는 변명 따윈 통하지도 않아. 어차피 남을 자기 마음먹은 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니까."
그렇다. 우린 그런 인간을 가리켜 '권력자' 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네. 그런 식으로 행사되는 권력에는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지. 금기를 범하며 휘두르는 권력에는 대항할 방도가 없는거야."
(pp.305-306)

 
그렇다. 저항할 방법이 없는 권력자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하다.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다. 우린 그런 식으로 행사되는 권력에는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뿐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권력 앞에서 우리는 저항할 수 있다. 굳이 정의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국가를 상대로 시위를 할 수가 있으며, 기업을 상대로 항의를 할 수도 있다. 작게는, 힘이 센 친구가 약한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도 그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아주 작은 저항부터가 힘이 든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힘이 센 친구의 목표가 내가 될지도 모를일이다. 그리고 내가 그 목표가 되었을 때, 아무도 나와 함께 저항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권력앞에 나는 작은 개미가 되어 짓밟힐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무서워 권력자의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일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기 위해서는 권력을 주어보라는 말이 있다. 권력을 주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된다고. 대체적으로 작고 알량한 권력이라는 것을 휘두르려는 사람들은, 더 센 권력앞에 언제나 주눅드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가진 힘의 크기가 어느정도라고 알고있는 사람은 상대의 힘의 크기까지 알고있고, 그것만이 그들의 서열을 정해주니까.   

"회장님은 권력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 홍차 잔이 비어 있기에 내가 다시 따랐다.
"덧없지." 장인이 대답했다.
"덧없습니까?"
"그리 생각하지 않나?"
(p.304) 

권력이 덧없다고 말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을 읽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권력은 덧없다는 말.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야 하는건 그 누구보다 권력을 가진자들일 것이다. 크든 작든, 자신이 권력을 가진걸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나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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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철 2010-11-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알았어요, 전 학생이에요."

이 대사 너무 좋아서, 몇 번 중얼거려보다 나갑니다...

다락방 2010-11-23 13:22   좋아요 0 | URL
곽수철님, 몇 번 중얼거리다 나가셔서는 선지해장국 드실건가요? 히히

곽수철 2010-11-23 13:2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튼 전 점심으로 너구리 먹었답니다.^^

다락방 2010-11-23 13:29   좋아요 0 | URL
너구리에 들어있는 다시마는 드시나요, 버리시나요?
저도 점심을 먹었는데 배가 안불러서 고민입니다.

곽수철 2010-11-23 13: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마도 2009년 이후로는 꼭 먹습니다.

저도 약간 허전해서 현재는 다이제 초코를 먹고 있습니다. 하얀색 우유와 먹기 참 좋습니다.

다락방 2010-11-23 13:55   좋아요 0 | URL
저는 건져내기 귀찮아서 그냥 먹어요. 삼겹살의 오돌뼈도 발라내기 귀찮아서 그냥 먹죠.
그나저나 저에겐 지금 다이제 초코도 있고 하얀색 우유도 있는데, 오, 궁합이 맞는 간식이로군요! 먹어야겠어요. 흐뭇해라~

마노아 2010-11-2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발 기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네요.
다락방님의 마지막 글이 크게 공감해요. 누구보다 알아야 할 자들이 몰라서 참 큰일이에요. 그걸 아는 자들은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요.

다락방 2010-11-23 13:31   좋아요 0 | URL
일단 아주 작은 힘이라도 갖게되면 그걸 쓰는데만 급급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아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휘두르기 전에 주변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어요?

마늘빵 2010-11-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저 대사 맘에 들어요. 전 학생이에요. "내가 누군지 알아?" 뭐 어쩌라고. -_-

다락방 2010-11-23 13:5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뭐 어쩌라고. 캔음료 뚜껑이라도 따달라는건지, 원 -_-

레와 2010-11-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료수 한 캔 더 달라는거 아닐까요??? (미안..ㅎㅎ;;)


자신이 가진 힘이 '권력'이란걸 알고도 마구 휘두르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딴식으로 살지뫄!!' 라든가..
부들부들 떨며 흥분부터 하는 본인은 가끔 나 자신이 한심해요.


오늘 다락방 페이퍼가 무척 좋아요. 좋다는 표현을 추천 한방에 끝낼려니 아쉬워서 어떡해야 되나..
(트윗에 올려도 되요? _ 진지)
그렇다고 다른 자리가서 추천을 누르는 비겁한 짓은 하지 않겠어요. 우린 정정당당 코리아니깐! (응?ㅎ)
또 다락방은 숫자 따위에 연연해 하지 않으니깐. (으헤헤)

다락방 2010-11-23 14:30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내 글을 아무데나 올려도 되요. 레와님이 엉뚱한데다 내 글 올릴 여자사람도 아니고.
:)

다른 자리가서 추천을 누르는 짓을 권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잠깐 외출하는 길에 혹은 퇴근하는 길에 회사빌딩 말고 다른 빌딩 앞에서 아이폰으로 추천을 누르는 것까지는 마다하지 않겠어요. ㅎㅎㅎㅎㅎ

poptrash 2010-11-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의점에서 일했는데, 새벽에 배두나가 왔어요.
그때 쫄아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저도 얘기할 걸 그랬어요.
pop : "전 학생입니다"
배두나 : "!!??"

다락방 2010-11-23 15:07   좋아요 0 | URL
저 편의점에서 일할때 정준하도 왔었고(오래전 일입니다), 이윤석도 와서 사발면 먹고 갔어요. 그때마다 저도 학생이라고 말할걸 그랬나 싶네요. ㅎㅎ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밖에 안했는데. ㅎㅎ

moonnight 2010-11-2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어요. 높은 계급의 군인이었는데 저보고 자신이 누군지 아냐고 큰 소리를 치더군요. 모릅니다. 했더니 수행하는 분이 계급을 말해줬어요. "...그런데요?" 라는 제 대답에 다락방님처럼 2초간의 정적이. ^^;;;; (진짜 군대 계급이 어떻게 되는지 뭐가 높은지 하나도 몰랐던 시절 -_-;;;;;)


다락방 2010-11-23 15:18   좋아요 0 | URL
군대 계급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도, 문나잇님이 군인은 아니잖아요. 그걸 말해서 뭘 어쩌려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가진거죠, 그들은.

Mephistopheles 2010-11-2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없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이미 쓴맛을 본 사람이겠죠...?
그 쓴맛...다락방님의 학생이다 어택에 맥도 못 춘 그 아저씨가 아닐까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1-23 17:08   좋아요 0 | URL
편의점 알바생에게 자신에 대해 떠벌리려던 사람이 설마 그정도 어택으로 쓴맛이라 생각할까요? 아니겠죠? 아마 어딘가 다른곳에 가서 쓴맛을 느낄때까지 나는 이런사람이다~ 라고 말하고 다니겠죠.
네, 덧없다는건 쓴맛을 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인것 같아요. 어휴-

푸른신기루 2010-11-2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통쾌한 기분이네요.
전에는 교통경찰한테 잡히면 '내가 누군지 아냐'면서 도망가려는 사람이 있었다던데 요즘은 그런 사람 없나 모르겠어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야!!" "네, 알겠습니다. 전 보시다시피 경찰이구요, 면허증 주세요"ㅋㅋ

네이버 웹툰에 '살인자ㅇ난감'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비슷한 내용이 나와요.
전체 내용은 그닥 유쾌하지 않지만 20화 마지막 부분에..
마트에서 일하던 주인공에게 어떤 여자가 머리를 툭툭치며 "너 교육 이렇게 받았니?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하자
주인공이 되묻죠. "아줌만? 아줌마 남편 말고 아줌만 뭐하는 사람인데?"

다락방 2010-11-24 08: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푸른신기루님. 아줌만? 아줌마 남편 말고 아줌만 뭐하는 사람인데?
뭐하는 사람인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걸까요? 그건 그 사람을 말해주는게 아닌데요.
그리고 뭐하는 사람인지 제가 다 알 필요가 없잖아요, 그쵸?

커피 마셨나요? 커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해야겠어요.

미녀 2010-11-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중딩때 우리 동네 팬시점에 너무너무 불친절한 아저씨가 있었어요.
근데 팬시점이 그거 하나라 우리는 거기밖에 갈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느날 우리가 아저씨를 응징하려고 거기 물건을 막... 몰래... 뒤집어 놓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머리삔이 있는 자리에 필통을 넣는다던지...
근데 그거 거울로 보고('') 아저씨가 경찰을 불러와서 ... 우리 경찰서에 다 잡혀갔;; 도둑이라구;;
경찰차에 타서 내가 민주시민의 지팡이가 어떻게 학생들 말도 안들어보고 잡아가냐고 했다가...
대박 ;; 경찰 아저씨들 완전 흥분하고 ...
쳇, 맞는말 한건데... 암튼 나중에 부모님들 다 와서 데려가긴 했는데 ...
ㅋㅋㅋ 갑자기 생각나 후다닥 적고 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0-11-24 15:18   좋아요 0 | URL
팬시점 아저씨 나쁘다! -_-

그런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주시민의 지팡이가 학생들 말도 안들었어요?! 나쁜 경찰아저씨들.
다른 얘긴데, 나는 완전 경찰들 좋아해요. 여태 만난 경찰들이 다 초친절 했어요. 초딩때 길바닥에 가방이 떨어져 있어서 그거 가지고 경찰서가서 찾아주라고 했더니 경찰아저씨가 막 안아줬어요. ㅎㅎㅎㅎㅎ 그리고 또 어느 초딩때는 경찰아저씨가 지나가길래 마침 잘 만났다고 저쪽 동네에 깡패 돌아다닌다고(실제 깡패인지 알지도 못하고 깡패스러워서;;) 막 고자질하고. ㅎㅎㅎㅎ
그리고 이십대 후반에 경찰차타고 경찰서 갈때도 아저씨들 캡 친절, 삼십대 넘어서 뭐 신고할때마다 열나 친절하게 전화받아주고 확인전화 해주고 이래가지고 그 친절에 사르륵 넘어가버렸어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잠깐동안 경찰하고 결혼해야지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ㅋㅋㅋㅋㅋ 내 인생에서 만난 경찰들 다 생각나네. 얼굴은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0-11-24 18:28   좋아요 0 | URL
이십대 후반에 경찰차타고 경찰서는 왜 간겁니까? 네??????

저도 시내 한복판에서 무단횡단하다 걸렸을때 벌금 오만원 안 받고 그냥 보내준 경찰아저씨 (경찰오빠?) 완전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1-25 08:50   좋아요 0 | URL
경찰차 뒤에 타면 차 안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브론테님? 경찰아저씨가 열어줘야만 제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답니다. 네, 저는 경찰차타고 경찰서에 가야했어요. 후아-

2010-11-24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0-11-2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학생의 신분이란 게 최고의 권력아닐까요? 나는 당신보다 젊다, 나는 당신보다 가능성이 많다, 나는 당신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잖아! 뭐 그런... 전 학생들이 너무너무너무 부러워요...

"네, 알았어요. 전 학생이에요." ==> 저에겐 이 말이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어?" 이런 말보다 더 부러워요. ^^

다락방 2010-11-25 08: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학생의 신분이란 게 최고의 권력인 것 같아요. 저도 다시 돌아간다면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뭐, 돌아가봤자 씨씨는 못하겠지만 ㅠㅠ
저도 학생들이 부러워요. 사실 학생이 아니어도 젊은 여자들이 부럽지만 말입니다. 젊은 여자들은 젊다는 이유만으로 반짝반짝 빛이나요! 부러워요. ㅠㅠ

감은빛 2010-11-25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글도 참 재밌지만,
댓글들이 너무 재밌어요!
댓글들 하나 하나 읽으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

다락방 2010-11-25 08:56   좋아요 0 | URL
하하, 네, 감은빛님.
제 서재에 와서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은 다들 센스가 넘치신답니다! ㅎㅎ

순오기 2010-11-2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락방님 글은 오랜만에 봐도 변함없이 반짝거려요.
제가 오랜만에 들러서 댓글 남겨요, 별로 센스있지 못한 댓글이지만...^^

다락방 2010-11-25 11:33   좋아요 0 | URL
반짝거린다는 말은 충분히 센스있는데요, 순오기님.
:)

춘희 2010-11-2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은, 정말 가만보던 서서 보던 대단히 강하고 용기있고, 뜨거운 사람임을 알겠어요. 어쩐지 전.

다락방 2010-11-25 12:57   좋아요 0 | URL
용기는 없어요, 춘희님. 용기 없는 제가 싫어요. 흑 ㅠㅠ

이리스 2010-11-2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명대사 잊지 않을게요. 전 학생이에요! ^__^ 항상 다락방님 서재 오면 충전되고 가는 기분이어요. 므흣므흣~

다락방 2010-11-26 14:16   좋아요 0 | URL
므흣므흣 :)

또치 2010-11-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

다락방 2010-11-29 13:40   좋아요 0 | URL
으응? 누가요? 제가요? ㅎㅎ

또치 2010-11-29 16:28   좋아요 0 | URL
응, 당근 다락님!
태연하게 "저는 학생입니다" 하다니, 멋져요 멋져.

다락방 2010-11-29 16:39   좋아요 0 | URL
아니, 또치님. 뭐 멋질것 까지야. 하핫 ;;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 Last Chance Harve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당신이 다른인생을 살게된다면 그곳에 나를 초대해줘요. 이곳에서는 내가 초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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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11-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 안간지 한달은 된거 같아요.ㅎㅎ;

다락방 2010-11-23 10:05   좋아요 0 | URL
저도 한달만에 갔어요. ㅎㅎ

다락방 2010-11-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0-11-2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11-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자 평 좋아요. 역시 시적이에요~

다락방 2010-11-23 11:04   좋아요 0 | URL
전 안간힘을 다해 40자에 맞춰쓰지요. ㅎㅎ

2010-11-2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해보면 한번도 무언가 특별하다고 여겨질 만한 크리스마스를 보낸적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나의 생일보다, 그의 생일보다,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더 좋아했다. 언제나 3월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왔던 거다. 크리스마스엔 무얼 해야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것도 아니면서 그냥 마구 기다려왔다.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물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늘 집에 있었지만. 

아, 그런데 내가 크리스마스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오늘 문득 음악을 듣는데, 이 음악이 이 기억을 불러왔고, 저 기억을 불러왔고, 그것은 또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 상상은 크리스마스에 가 닿았다. 왜냐고 물으면 이유를 말할수는 없지만.  

 

 

[그대를 내 안에] 

그대를 내 안에 품을 수 있어서
그대 행복함 꿈을 꾸게 해줘서
메마른 나의 마음속 빗물되어 날 적시고
내 맘 강물되었죠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만질 수 없어도 내 곁에 없어도
하루 하루 기다림에 설레어 미소싲죠
나를 살게하네요 

눈 감으면 그대가 보여요
그대 맘소리도 들려요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그댄 내 맘속에 있죠 

그댄 아나요 내가 이렇게 그댈 그리는걸
그대 모습 하나 하나 내 눈에 아른거려요
그저 그대만 꿈꾸네요 

그댄 나를 볼 수 없어도 괜찮아요 나 기다릴게요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 나 충분해요
내게 올거란 걸 알죠 난 믿고 있죠
나 여기 서 있을게요
그대 내 맘속에 있죠 

 

캬~ 무슨 차디찬 소주 한잔을 털어넣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일전에 미국에 며칠간 다녀온 적이 있다. 기내식부터 시작해서 미국에 도착해서도 나는 모든 음식들을 마구 잘 먹어줬는데, 삼일째 되는날부터 속이 더부룩 하고 미치겠는거다. 체할 것 같은 기분. 기내식부터 입에 맞지 않다고 했던 친구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음식에 적응해갔는데, 나는 도무지 힘들어서 그것들을 먹을수가 없었던 거다. 그때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의 신랑을 만났고, 그분은 계속 미국음식 먹었을테니 한국식당 가서 갈비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이지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속에 고기까지 먹으면 확 체해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과는 처음 뵙는 사이이고 꽤 어렵기도 해서 그냥 말없이 따라갔다. 된장찌개나 먹자, 그럼 나아질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아, 진실은 된장찌개가 아니었다. 진리는 소주였다. 갈비를 먹으며 소주를 두잔쯤 마시고나서였나, 속이 확 풀렸다, 정말. 이건 고추장도 할 수 없고, 고춧가로도 할 수 없는 미친 치료제. 절대음식. 만병통치약. 나는 소주를 마시고 속이 편해지면서, 이것은 지상 최고의 음식이 아닌가 싶어졌던 거다. 막상 고기를 사주신 분은 운전해야 해서 소주를 한잔도 안드시고, 친구와 내가 둘이서 소주 한병을 비웠는데, 그분께서는 한병 더 시켜드릴까요? 한다.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도 어렵고 불편한 자리라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말했는데 그분은 더 드시고 싶은 표정이에요, 라고 하시더니 더 시켜주셨고, 나는 또 넙죽 받아 마시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가지고 

되게 좋아하시는데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이얘긴 왜 또 했지? 아, 소주같다고. 이 커피 소년의 노래가 내게 어떤 진실의 노래 같다. 그대 내 맘속에 있죠, 하는 이 노래가.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 나 충분해요, 라니! 우아- 우아-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도 나 충분해요,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도 나 충분해요. 뭐, 사실 그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커피 소년의 이 노래, 『그대를 내 안에』는 사실 이 노래, 『사랑이 찾아오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이지, 사랑이 찾아오면, 듣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얼마나 힘든 출근을 겪었던가 따위는 말끔 잊어버리고, 실실거리고 말았다. 아 이런 제기랄. 이거슨 진리. 이게 진짜. 이게 최고. 

 



 

[사랑이 찾아오면]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이내 숨이 멎을 것 같고
먹지도 눕지도 무엇을 하지도 못해 

나로 사는 것 보다 너로 사는게 익숙해질때쯤
사랑을 하나여서 너만 아는 걸 깨달아  

사랑이 찾아오면 알수 있을거야
사랑이 느껴지면 알수 있을거야
내가 했던 그말들 너를 향한 눈빛도 
애태우던 그맘도 그땐 이해할거야 

내 앞에 니가 서있는게
그저 꿈같이 느껴지고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처럼 신비하고 

널 알기전 내가 알던 사랑의 의미 무색해질때쯤
사랑은 하나여서 한눈에 본걸 깨달아  

 

할말이 아주 많은데, 묻고 싶은 말도 넘치는데, 그만두기로 한다. 어쨌든, 

알라딘에서 이아립의 시디를 팔지 않아 엄청난 좌절을 겪고 그래, 이 커피소년의 시디를 사자고 마음먹었다. 이아립 대신 커피소년.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때 까지 왜 일하는데? 다 책 사고 영화보고 커피 사마시고 시디 사려고 하는거잖아. 그러면서 가끔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을라고. 그럴려고 돈 버는 거잖아. 그러니까 돈 없다고 징징대지 말고 커피소년의 시디를 사자, 그러자, 나는 시디 듣는 여자니까, 라고 검색했는데, 아  

커피소년의 시디도 팔지 않는다. 커피소년은 아직 시디발매가 안된 상태라고 한다. 싱글이라고. 아놔. 내가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데, 대체 왜 ㅠㅠ  

시디는 못샀지만 어쨌든 다시 처음의 크리스 마스로 돌아가보면, 

사랑이 찾아오면 가장 좋을 시간, 가장 완벽한 타이밍은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라고, 이 글을 쓰다가 생각했다. 아이고, 말랑말랑해.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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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철 2010-11-2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어우, 걍 나가야겠다.

다락방 2010-11-22 13:14   좋아요 0 | URL
어디가요, 곽수철님! ㅎㅎ
조금만 더 있다가요, 응?

섬사이 2010-11-2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소년, 안되요, 안돼!
'내게 올거란 걸 알죠. 믿고 있죠
나 여기 서 있을게요' 라니요!!!
다락방님, 저는 '나한테 올거지? 나 믿고 기다린다~'는 사람, 답답해요.
나도 다가가고 그도 다가와야죠.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히히,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오랜만에 왔는데 좋은 노래가 들려와서 더 좋았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다락방 2010-11-22 13:3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섬사이님, 나 여기 서있을게요, 는 제가 할 말인데요. 상대가 그러면 안되죠. 서있긴 뭘 서있어요, 오란 말 안하면 안갈건데. 그쵸?
그도 다가오고, 나도 다가가아죠. 우리 같이 해야죠. 그래야 뭐가 되도 되죠.

그러게, 왜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저 좀전에 섬사이님 서재 가서 새벽 세시 글 읽고 서운한 댓글 막 달고 왔어요.
그리고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
:)

Mephistopheles 2010-11-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야 뭐......
소주와 커피소년의 형이상학적인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정도..(음 너무 심오해...)

다락방 2010-11-22 14:06   좋아요 0 | URL
점심먹기 전에 쓴 글이라, 배가 고파가지고 제목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뭘 먹여놔야 문장이 좀 만들어질텐데 말이지요. ㅎㅎ 다음부턴 밥 먹고 써야겠어요.

Mephistopheles 2010-11-22 14:07   좋아요 0 | URL
제목은 정해졌네요. '공복이 부르는 파장'

다락방 2010-11-22 14:09   좋아요 0 | URL
혹은 완벽한 제목은 식후에- 쯤으로 해도 괜찮겠죠. 여운을 주는 제목이에요.

마노아 2010-11-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새벽 3시에 대한 섬사이님의 글과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듣는 '사랑이 찾아오면'은 가슴을 후벼파는 걸요. 당장 그 사랑을 찾아서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응?)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사랑이 찾아오면 정말 알 수 있을까요? 하아, 한숨 한 모금과 함께 무한 리플래이에요.

다락방 2010-11-22 14:2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 오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이 노래를 들었더니 기분이 부웅- 떠가지고 지금까지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아요. 어쩌면 좋아요. 흑흑 ㅠㅠ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를 상영하는데, 시간은 왜 또 20:50 인지. 이걸 혼자 보러 갈까 말까, 중간의 시간들은 어찌하나 싶고. 후아- 수요일까지 밖에 상영을 안하고, 나는 보러 가고 싶고, 왜 저리 늦게하나 싶고.
사랑이 찾아오면 알 수는 있겠지만, 타이밍이 중요해요. 떠나간 다음에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해서는 안되요. 그러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사랑을 잃게되죠. 우리는 바로 그때, 바로 그때 알아채야 해요. 마노아님께 사랑이 찾아오면 반드시 제때에 알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신께 부탁해볼게요.

moonnight 2010-1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에 걸려서 어제 기침이 너무 나길래 몰래 나가서 하이네켄 두 캔을 사서 벤치에 앉아서 책읽으며 마셨어요. 너무 추워서 부들부들 떨었는데, 놀랍게도!!! 기침이 싹 멎고 울렁하던 속도 진정이 되더군요. 역시 술이 만병통치약이군. 하고 흐뭇해하며 집에 들어와서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와인 1/3 병 남은 거 비우고 잘 잤죠. 아침에 목소리가 안 나오더군요. -_ㅠ;;;;;;;;;

어쨌든;;;; 소주 한 잔에 몸과 마음이 풀리신 다락방님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어찌나 와닿는지. ^^

참. 근데 저는 크리스마스가 안 좋아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술집에 자리가 없어서요. -_-;;;;;;;;;;;;;

다락방 2010-11-22 14:43   좋아요 0 | URL
소주는 진정 멋진 술이에요. 지상 최고의 음식이죠. 저는 여자라면 모름지기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소주를 마시는 인간이 진정한 인간......쿨럭.

점심은 먹었어요, 문나잇님? 몸은 좀 어때요? 오늘은 그래도 좀 일찍 자요.

크리스마스에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술집에 자리가 없으니까 저는 늘 집에 있어요. ( '')

비로그인 2010-11-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FBI 행동의 심리학 읽은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어떻게 인간이 행동하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아, 어쩜 이런 가사를 쓴답니까. 너무 멀리서 말해도 내 귀엔 그 목소리 하나만 들리는 그런 현상이었어요. 그러니 안나도 속삭인 것이겠지요.

그런데요, 이아립과 커피소년을 찾는 다락방님과..하필이면 FBI 행동의 심리학을 사는 저는 몹시 다른 감성의 다른 인간 같아요.

다락방 2010-11-22 15:18   좋아요 0 | URL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라는 가사를 듣는데 저도 확 돌아버릴 뻔 했어요. 가까이에 있어서 그랬구나, 하고 말입니다.
어휴, 저 완전 흥분하고 부웅 떠있어서 참지 못하고 그만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20:50 예매해 버리고 말았어요. 친구가 하루만 참고 내일 같이 보자고 하는데 알았다고 했다가, 못참겠으니 난 혼자 오늘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저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보러 갑니다, Jude 님.

그리고요, 무슨. 저도 Jude님과 아침에 대화한 후로 [FBI 행동심리학] 보관함에 일단 넣어두었는 걸요. 읽어보고 싶어서요. 좀 참았다가 1일이 되면 왕창 지르거나 해야겠어요.

푸른바다 2010-11-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난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 "
왜 다락방님 글을 읽고 박노해의 이 시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네요.^^
이 시 맥락 속의 소주와 다락방님의 소주는 엄연히 다른 데 말입니다.
다락방님에게 소주는 마치 소화제이자 원기 회복제인 듯 싶습니다.
왠지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들이키는 소주 한잔이 그리워집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소주를 마신지가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다락방 2010-11-23 09:52   좋아요 0 | URL
푸른바다님, 시도 외우고 다니시는군요! 의외네요. ㅎㅎ
네, 맞아요 푸른바다님. 저는 거지같은 일이 있어도,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그리고 무엇보다 속이 불편해도 소주를 찾죠. 언제나 적당한 선까지 소주를 마시는게 좋아요. 알딸딸해질 때쯤에 끝내기.
소주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 제겐.

푸른바다 2010-11-23 10:11   좋아요 0 | URL
ㅎㅎ 다락방님은 제게 '의외'를 많이 느끼시는 군요.^^

다락방 2010-11-23 13:00   좋아요 0 | URL
그만큼 잘 모른다는 것이겠죠. :)

카스피 2010-11-2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구리소마소 잃어버린지 옛날입니다ㅡ.ㅜ

다락방 2010-11-23 09:53   좋아요 0 | URL
구리소마소가 뭔지 한참 뚫어지게 쳐다봤네요. ㅎㅎ

blanca 2010-11-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내가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으며 소름끼치게 해주었도 락방님은 이렇게 커피 소년을 알게 해주시는군요. 아...정말 좋다................이 읊조리는 듯한 음성, 절절한 가사....

다락방 2010-11-23 09:53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가는 길에도, 오늘 출근길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칠때에도 저는 계속

사랑이 찾아오면~

을 반복청취했어요, blanca님.

미녀 2010-11-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국에서 러브 액츄얼리 찍고 싶은데... 음, 그냥 엄청스레 추울 듯 ㅋㅋㅋ

다락방 2010-11-23 09:56   좋아요 0 | URL
To me, you are perfect.
이거 찍을라구요? ㅎㅎ
추우니까 그거 찍는 대신에, 휴 그랜트가 했던것처럼 춤 춰요. 엉덩이도 막 흔들면서, 뒤로 걸으면서. 그럼 따뜻해질텐데.
:)

2010-11-23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커피와 소주를 부르는 페이퍼군여.
재주소년도 있고,미래소년도 있고,팻샵보이도 있고,백스트리트 보이도 있는데...꼭 커피소년이어야 한단 말입니까?

제가 커피를 마실 수 없어서,보리차를 보온병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데 말입니다.
소주는 제 속이 더 감당할 수 없죠~ㅠ.ㅠ

다락방 2010-11-23 10:04   좋아요 0 | URL
친구가 커피소년의 노래를 듣는데 바로 제 생각이 났대요. 락방이 좋아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저는 듣자마자 확 꽂혀버렸네요.

저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소주도 마실 수 있고, 심지어 생마늘도 먹죠. 제 위는 그런것들에 단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 제 위가 썩 건강한 상황은 아니지만요. ㅠㅠ
소주를 부른다면, 응답합시다!

2010-11-2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사랑이든 일이든 친구든 그게 뭐든,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들 모두를 나의 '일부'로 가지고 있어야 내가 무너지지 않으니까. 사랑에 실패하면 일과 친구가 나를 붙들어 줄 것이고, 일에 좌절하면 사랑과 친구가 나를 위로해줄 테니까. 그래야 이 땅에 두발로 서 있을 수 있으니까. 가끔 휘청거려도.  

전부라면 무너진다. 사랑이 전부이면 사랑을 잃었을 때 무너져버리고, 일이 전부라면 일로 좌절을 느꼈을 때 무너진다. 그것들을 전부로 생각하지 않아야 내가 나를 잃지 않고 나를 잊지 않는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안나에겐 사랑이 전부다. 사랑과 브론스키 혹은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 3권에서의 안나는 브론스키가 자기를 미워할까봐, 자기에 대한 사랑이 흔들릴까봐 겁나고 두렵다. 안나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도 하고, 일에 빠지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지만, 브론스키의 눈빛이 하는 말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안나는 브론스키를 잃는것이 전부를 잃는것이라 결코 잃고 싶지 않다는, 반드시 붙들어 두어야 한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휘둘리고 있다. 그녀에게 여전히 브론스키를 압도할만한 매력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녀가 브론스키에게 열중하는 그 마음과 정신을 조금만 더 책과 일과 사람들에게 쏟을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보고 브론스키는 지치지 않을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안나가 아닌, 안나를 '보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안나가 조금이라도 브론스키와 떨어져 있으면 조바심 내는것이, 모르핀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일전에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로 본 적이 있어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 결말로 가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건 슬프다.  

'나는 남에겐,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까지 이만큼의 영향을 줄 수가 있는데 어째서 그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차가운 것일까? 아니, 차가운 건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이 지금 우리를 갈라 놓으려고 하고 있다. 어째서 그 사람은 하루 저녁 내내 집에 없는 것일까?' (p.302) 

그녀는 다시 자기가 가여워져서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아준다면! 지금처럼 당신이 나에 대해서 적의를, 그래요, 말 그대로 적의예요. 적의를 품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아준다면! 그러한 순간에 내가 얼마나 불행에 가까워지는지, 얼마나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p.305)

나는 감히 안나에게 모르핀을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브론스키를 향한 사랑을 조금만 거두어 들이라고도 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 전부라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할수 있겠는가! 그녀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것을 지켜볼 밖에 내게는 별 도리가 없다. 

 

오전에 외근을 다녀오면서 걷는데, 문득, 내가 상대에 대해 이러이러하다, 라고 생각하는 건 결국 내 기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상대가 나에게 선을 긋고 있을거고, 나는 그 선에 맞춤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 생각은 '내가 그러하기' 때문에 나온게 맞을거라는 거다. 내가 선을 긋고 있으니까. 딱 선을 그어놓고 그 선에 가까이 오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그 선을 넘으려고 하면 까칠해져버리곤 하니까, 상대도 내게 당연히 그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어쩌면 상대는 내게 선을 긋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저 활짝 열어두었을 지도 모르는데.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상대를 믿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일 거라는 걸 나는 이제서야 조금쯤 할 수 있게 되었달까. 내가 이러니까 상대도 당연히 그러하겠지 라고 나는 나 좋을대로 생각해버렸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들었다.  

 

 

 

밤새 방안엔 눈이 많이 쌓였어
난 자장가에 잠을 깨어 눈을 떴지만
넌 이미 없었어

밤새 마당엔 새가 많이 죽었어
난 종이돈 몇 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했어

노래는 반쯤 쓰다 참지 못하고 태워버렸어
나는 재를 주워 담아 술과 얼음과 마셔버렸어

오 미안 오 이젠
작별 인사를 해야지
내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밤새 방안엔 꽃이 많이 피었어
난 종이돈 몇 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끊어 버렸어

밤새 술잔엔 눈물이 많이 고였어

넌 내게 거절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난 끝내 거절했어

it's my close my mind
it's time to close
it's my close my mind
it's my close my mind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라는 가사가 파고들어와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우습게도 나는 오늘 이노래를 들으며, 열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어졌다. It's time to open.  내가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한다면, 그것은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고 선을 지웠기 때문이지, 마음을 닫을 시간이 되서는 아닐것이다.

내 마음을 열어둘 시간이야, 라고 오.늘. 나는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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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기루 2010-11-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상대는 그렇지 않은데 나 혼자 지레짐작으로 상대도 나처럼 생각할 거라고 단정짓는 건 아닐까.
하지만 원래 사람은, 자신을 기준으로 남을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이기적이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 그 방식과 과정을 온전히 고스란히 알 수 있는 대상은 나 자신 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가끔 나조차도 나 자신을 모를 때 빼고는요^^)
상대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깨닫는 게 중요하겠죠.

다락방 2010-11-19 17: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푸른신기루님. 일단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상대의 생각도 나와 같을거라고 지레짐작 해버리는 것 같아요. 사람들 대할때 선을 긋고 혹은 울타리를 만들고 하는 그런것들이, 내가 그런다고 남도 그럴거라고 저는 단정해버린 거니까요. 그러니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쉽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가는 것도 쉽지 않은거죠. 상대는 내가 선을 그어서, 나는 상대의 선은 여기쯤 있겠지, 하고 추측해버리니까 말예요.
다른 사람은 나와는 다르다는 걸, 말로는 자꾸만 내뱉으면서 적용시키긴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상대에게 이만큼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더 나은것 같기도 해요. 무턱대고 다가가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써놓고나니까 제가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레와 2010-11-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열어두기에 더 없이 좋은 날, 금요일.

:)

다락방 2010-11-19 17:59   좋아요 0 | URL
조금쯤 열어두어도 괜찮잖아요, 그치요? :)

비로그인 2010-11-1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차가운 건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전

그러나-여기서 숨을 들이쉬었지요.

전 상대방이 내게 사랑한다고 숨쉬듯이 말해주길 원하는지도 몰라요. 아니, 말은 하지 말고 행동으로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너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하지만 놀라기 직전까지만, 아주 강하게. 집시의 새를 잡듯이 아주 민첩하게 내 마음을 잡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난 늘 울테니까요.

다락방 2010-11-19 18:01   좋아요 0 | URL
1권에서 안나가 그러잖아요, 나를 좀 안심시켜 달라고.
제가 바라는건 딱 그만큼인것 같아요. 숨쉬듯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런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의 안중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확신하는 그런 관계. 30분마다 한번씩 전화하지 않아도 그가 이세상 어딘가, 그러니까 저 너머쯤에서 삼십분마다 한번씩은 나를 생각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진 관계. 저는 안심하고 싶은 것 같아요, 초조하고 싶지 않아하는거죠.

poptrash 2010-11-1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열어놓으면 모기 들어와요.
요즘 모기는 시도 때도 없다니깐요.

다락방 2010-11-19 18:01   좋아요 0 | URL
모기는 닫아도 들어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어디로 들어오는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0-11-20 07:55   좋아요 0 | URL
for poptrash님, 다락방님

닫아도 닫아도 들어오는게,
어디 모기 뿐입니까?

다락방 2010-11-21 19: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Jude님.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moonnight 2010-11-1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마음을 닫고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힘 줘도 안 열려요. -_ㅠ;

다락방 2010-11-19 18:03   좋아요 0 | URL
먼지도 좀 닦고 기름칠도 좀 해주면 삐거거걱 소리를 내면서 열릴거에요, 문나잇님. 그럴거에요. 닫힌 문은 언젠가는 열리게 되어있죠.

2010-11-19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10-11-2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은 저에게 열려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닫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다락방 2010-11-21 19:38   좋아요 0 | URL
내가 무얼 잘못한걸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될 일이 있었는데
자꾸만 자꾸만 생각해본 결과,
전 결국 더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아놓고서는 상대가 저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됐어요.
 

여름이었고, 나는 슬리퍼를 신고 후드티를 입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우리는 영화를 봤다. 그리고 삼청동을 걸었다. 삼청동의 유명한 떡볶이집에 가자고 친구는 말했는데, 그 떡볶이집은 줄이 너무 길었다. 친구는 기다렸다 먹고 가자고 했지만 나는 맛집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건 딱 질색. 아, 싫다고 말하고 우리는 삼청동을 걸었다. 그리고 (아마도)삼청동에 있는, 그러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극장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는 어떤 전시를 하는 중이었고, 어떤 종류의 책들을 팔기도 했다. 어어, 여긴 뭐지 하며 그 책들 사이를 오고가다가 나는 익숙한 이름이 들어가 있는 인터뷰집을 발견한다. 

어어,  삐리리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거 사서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충동적으로 그 인터뷰집을 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한다. 그리고는 그곳에 함께 갔던 친구와 극장을 나와서 맥주를 마시러 들어갔다. 우리는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나는 맥주를 마시다가 포장되어 있는 그 인터뷰집을 뜯어 본다. 아 궁금해. 그리고 거기에 실린 이름들을 본다. 그 이름들 속에  

'이아립' 

이 있었다. 그 인터뷰집에 실린 사람 모두가 남자들이어서 나는 그때도 당연히 이아립이 남자인 줄 알았다. 한번 훑어보기만 하고 다시 뜯었던 비닐에 넣어둔 뒤 친구랑 맥주를 마저 마시고 헤어져 집으로 가는데, 어라, 나의 삐리리가 맥주 한잔 할래? 하고 청해온다. 나는 알았다고 말하고 그 시간에 허겁지겁 뛰어간다. 이 인터뷰집을 삐리리의 집으로 보낼까, 아니면 언젠가 만나는 날 줄까 혼자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늘 연락한걸까! 몹시 신나서 약속장소로 그 밤에 이동하다가 문득 나는 내가 슬리퍼 차림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 이런 제길.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한다. 나는 잽싸게 맥주집에 들어가서 앉아서 기다린다. 슬리퍼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맥주 다 마시고 나갈 때 어쩔 수 없이 슬리퍼를 보이고야 마는 상황. 엄마 슬리펀데;;  

어쨌든, 이거 너 주려고 샀는데 다행이야, 여기에 니가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하고 말하고 인터뷰집을 건네줄 수 있어서, 아 이 인터뷰집과, 나와, 삐리리는 삼각형으로 연결 되어 있을거라고 뭔가 생각한 하루였는데,  

그리고 가을. 

 나는 한 친구로부터 『버스, 정류장』시디를 선물받는다. 이 영화를 본 적도 없고 음악 역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 루시드 폴이구나, 하면서 며칠 동안 듣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아이팟에 담았고, 폴더에 따로 담기는 노래가 있길래 이게 뭔가 싶어 봤더니 거기에는  

이아립 

이란 이름이 있었다.  

아, 이아립, 이아립이 가수였어? 가수구나!  

앨범에 실린 루시드 폴의 『그대 손으로』를 들으며 이 익숙한 곡이 이 영화의 음악이구나, 하며 좋다고 듣다가
아, 이아립을 들어볼까, 하고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를 재생한다. 

아, 이아립이 게다가 여자사람 이었어?  

목소리도 듣기에 좋고 노래는 듣기에 더 좋다.   

 

 

그리고 이런 가사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몰래 사랑하는 까닭을,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할까 

 

목소리도, 가사도, 노래도 그리고 나의 기억까지도 모두다 아름다운 노래. 이 노래로 나는 오늘 하루를 마감하려고 한다. 퇴근까지는 한시간이 남았고, 이제 남을 일을 좀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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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아립, 음반도 정말 정말 정말 좋아요.
이번 음반도 정말 정말 짱이에요.

다락방님. 제가 이아립 노래를 그렇게 올려댔건만 ㅋㅋ 여자 루시드폴이라고 막 그랬건만.
안듣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워할거에요!!!
그래도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나는 뭥미. ㅋㅋ

그녀가 만드는 잡지도 있어요. 월간 <싱클레어>라고. ㅎㅎ

다락방 2010-11-17 18:20   좋아요 0 | URL
동영상 안보지만 이아립→웬디양 이렇게는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그동안은 완전 무심했죠. ㅎㅎ 그냥 세상엔 이아립 있다, 정도? 근데 이 노래 엄청 좋아서. 히히. 가사도 완전 내 스타일.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아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반이 있다구요? 잡지는 패쓰하고(관심없음 ㅎㅎ)시디나 검색해서 사야겠어요. 아놔 ;; 돈 없는데 살건 많아가지고 미치겠네. 어쨌든 사야지. 히히히히히

루쉰P 2010-11-1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시는 글을 읽어보면 왠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이시는 키치 같다고 할까요? ㅎㅎ '오직 자신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라고 레빈은 말합니다. 사랑하는 반쪽이 있으시다면 다행이지만 없으시다면 레빈의 말처럼 가시기를..(근데 제가 억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

다락방 2010-11-18 08:41   좋아요 0 | URL
진정한 사랑, 이라는게 있을까요? 진정한 사랑이란건 뭘까요? 사랑에 있어서는 영원한 것도, 변하지 않는것도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변치않는 사람도 역시 없구요. 사랑과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게 또 있을까요.

저는 다만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만 좋아하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

2010-11-17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0-11-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요 루시드폴의 원조격인 미선이의 송시를 처음 듣고, 정말 다른 사람 서태지에게 놀라듯 놀랐더랬어요 그 리듬과 사운드에. 리듬을 듣는다는 표현을 직접 경험한 계기였어요 지금도 루시드폴은 좋지만 미선이 때의 그는 정말 최고였어요!

다락방 2010-11-18 08:42   좋아요 0 | URL
전 루시드폴을 안게 얼마 되지 않아서 미선이의 송시는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 오래전 영화의 사운드 트랙인 [버스,정류장]이 좋아서 원래 음악 잘 만들던 사람이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어요. 어제 퇴근길엔 이아립을, 그리고 루시드 폴을 들었죠.
그런데 오늘 이어폰을 안가져와서 좌절 ㅠㅠ

마노아 2010-11-18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희정 작가 작품 중에 등장인물 이름이 '이아립'이 있었어요. 여자 방송인이었는데 그때 이름 보면서 가수를 좋아했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오늘은 일거리가 생겨서 외출했다가 참고 자료를 잔뜩 받아오는 바람에 알이 잔뜩 생겼어요. 그거 들고 수영장도 다녀왔거든요. 팔 아픈 건 이해가 가는데 왜 다리까지 후달거리는지 모르겠어요.^^;;
담주까지는 무척 몰입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래도 잔잔하게 음악을 깔아두려고 해요. 덕분에 좋은 음악 감상해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11-18 08:43   좋아요 0 | URL
팔이 아프고 당연히 다리까지 후달리죠, 마노아님. 무겁잖아요. 무거운걸 다리가 버텨내야 하잖아요. 다리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내가 마노아님에게 열심히 음악을 제공해 줄게요! 기운내서 지치지 말고 잘 살고 있어요, 알았죠?

치니 2010-11-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는 한동안 저와 제 지인들 사이에서 노래방 18번이었죠. :) 그 때의 그 감성 루시드폴은 이제 한 시대를 건넌 거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미선이 때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음, 최근의 행보는, 뭐랄까, 이제 공학 때려치우고 정식으로 음악만 하기로 했으니 몰입, 뭐든 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인 친구를 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공학도로써 음악을 겸할 때, 더 편안한 음악이 나왔으려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래도 이 시대에 루시드 폴의 음악이 인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이제 다락방님까지 아시고! ㅎㅎ

[버스, 정류장]은 김민정인가? 그 친구가 인디영화에 출연해서 잠깐 우리끼리는 화제였는데. 이쁜 영화였다는 기억이 있을 뿐, 영화 자체의 매력은 기억나지 않아요. 음악은 물론 좋았고요. 아, 십여 년 전 추억들이 새록새록. ㅎㅎ

다락방 2010-11-18 10:06   좋아요 0 | URL
전 이런 음악을 담은 영화가 무척 보고 싶어져서 알라딘에 dvd 검색했는데 역시나 품절이네요. 전 김민정도 김태우(맞나요, 이 이름이?)도 별로라서 아예 관심도 안가졌었거든요. 이제서야 알고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다니, 저는 참 뭐든 늦어요. 하핫.

공학도와 음악의 결합은 참 묘한데, 의외로 이런 케이스가 많아요. 루시드 폴도 그렇고 임태경도 그렇죠. 실생활에서는 제 중학교때 과학 선생님이 그랬어요. 과학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기도 했어요! 전 그게 어릴때부터 정말 신기했거든요. 그 분도 음악이 부전공이었대요. 멋지지 않아요? 과학과 음악이라니! 뭔가 황홀해요!

2010-11-18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11-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아립은 첨 들어보고요. 루시드 폴은 이름만 안다는. (자랑이냐!!!)

저도 맥주 한 잔 하자고 청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허구헌날 제가 조르는 현실 흑흑. ㅠ_ㅠ

다락방 2010-11-18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루시드 폴의 이름만 알다가요, 몇개월전의 루시드 폴의 최근 앨범 [레미제라블] 사서 듣고 오! 했다죠. 노래가 참 좋아요. 나직나직하고 말이지요. 이아립은 루시드 폴과 궁합이 잘 맞는 그런 음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허구헌날 제가 조를 수는 있지만 이젠 같이 마셔줄 친구가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0-11-1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 하나.

다락방 2010-11-18 13:12   좋아요 0 | URL
어디를 보면서 가고있어요, Jude님?

레와 2010-11-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과거와 다락방의 현재가 이 음반에서 만났네! ^^

다락방 2010-11-19 09:52   좋아요 0 | URL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군요! (읭?) ㅋㅋ

도란도란 2010-11-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의 알찬 다락방(?)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다락방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다락방 2010-11-19 09:55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도란도란님. 블로그 구경은 좀전에 하고 왔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서평단 신청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보고 싶을때 사서 볼게요. :)

비로그인 2011-01-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이 (아마 다음주쯤..)구매하면서 Thanks to 버튼을 눌렀습니다.

적립금은 간에 기별도 가질 않겠지만, 소주 한 잔 만(또는 삼겹살 두 점..)큼은 나올 것 같네요.

요즘은 탱투 알리미가 좋아져서 이런것까지 나온다고 하네요(제가 건의할까요?). ^^

다락방 2011-01-09 21:3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녕. 땡투 알리미라니. 하핫. 그러게요 누가 땡투하고 샀는지 궁금하긴 해요. 히히.
여하튼 살림에 보태어주신 적립금은 아주 요긴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