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상상과 새해 결심
- 어제 오늘. 출퇴근길에 책을 읽지 않았다. 버스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음악을 들었다. 이 음악 저 음악, 스맛폰에 들어있는 음악들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재생시켰다. 그리고 오늘, 지하철 안에서는 오랜만에 인피니트의 노래를 들었다. 제목도 유치뽕짝인「내꺼하자」와, 「paradise」였다.
세대차이를 말하려는게 아니고, 확실히 시간이 흐르면서 세대간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도록 길들여진 차이점이 있다. 너희때는 좋은거야, 를 말하려는게 아니라 확실히 너희들은 우리랑 다르구나, 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이를테면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해외 어학연수를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한 과에 손에 꼽을만큼 있었고, 거기에 다녀오는 애들은 소위 돈이 좀 있는 아이들이라고 다른 아이들은 이야기했었고, 나도 가야겠다 라고 결심하기 보다는 나와는 다른 아이 쯤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에게 어학연수는 필수코스인것 같다.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이력서를 검토할 일이 있었을 때, 그 숱한 사람들이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기가 죽을 판이었다. 맙소사. 어학연수가 확실히 월등한 스펙일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학연수가 베이스가 됐다. 다른 스펙은 무얼 더 쌓아야 하는걸까.
컴퓨터도 그렇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을 손에 꼽았다.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를 배우기도 했다. 나도 한 달인가 두 달 배우다 관둔 경험이 있고.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딱히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를 배우지 않아도 아예 뱃속에서부터 잘하게끔 태어난것 같다.
그리고 춤이 있다.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때 춤을 추던 아이가 전교에 소문이 났던 걸 기억한다. 그 아이는 에어로빅을 배웠었고 전교 행사가 있었을때마다 불려나가서 앞에서 춤을 췄다. 그런데 요즘에는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춤을 추는 아이들이 아주 많은것 같다. 간혹 나이 어린 연예인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걸 보면 대체 저 춤을 언제 다 배운걸까 싶다. 새삼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지금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나는 춤을 전혀 추지 못하는데 저렇게 춤 잘 추는 아이들이 가득한 틈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휴.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70년대에 태어났는가보다.
그러니까 이게 오늘 아침에 인피니트의 노래를 듣다가 다시 오오오오, paradise 의 동영상을 찾아 보면서 한 생각이다. 아, 멋지다. 정말 잘 춘다. 나도 춤을 잘 추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인피니트의 춤을 따라 출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인피니트를 만나서 우리 같이 춤추자 할 수도 있을텐데. (응?) 여튼 멋지다. 짱 부럽다. 게다가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서 박력있는 춤을 추다니. 하아- 이런건 정말 정말 멋진 일이잖아. 나는 초등학생때 소방차를 보고서도 가슴이 뛰었었는데, 무려 인피니트란 말이다! 그리고 동영상을 반복재생하면서 생각했다. 미쳤나봐, 내가 미쳤어. 대체 왜 인피니트 시디를 아직까지 안산거지? 마침 오늘 내일중으로 중고샵에 책을 매입한 예치금이 들어올 것이다. 인피니트 시디를 이번에는 꼭 사주리라, 반드시 사리라. 내 방에서 인피니트의 노래가 흘러나오게 하리라. 그런데 사실 나는 그들의 노래 그 자체 보다는 그들이 함께 모여 춤을 추는게 더 좋기는 한데. 내가 이 멋진 아이들의 시디를 왜 안샀지? 살거야, 살거라구!
- 얼마전에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마더 앤 차일드』를 보고 너무 좋아서 다른 영화를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나인 라이브즈』였다.
아 그런데 제기랄, 품절인거다. 예스에 가도 품절이고. 그래서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인터파크인가 어디에 팔더라. 거기서 살까 하다가 그냥 다운을 받자고 생각했다. 나는 굿 다운로더. 가끔 영화를 다운받는 daum 으로 가서 검색을 했는데, 오, 이건 없는거다. 나는 굿 다운로더. 아니 이게 없으면 어쩌지. 나는 굿 다운로더. 그러나 daum 말고는 대체 어디서 받아야 할지 모르겠는거다. 흑흑. 나는 굿 다운로더. 그러나 아는게 쥐뿔도 없는 굿 다운로더. 그래서 y 씨에게 말을 걸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나는 굿 다운로더인데 이 영화를 받을 다른 사이트를 모르겠다, 혹시 네가 아는곳이 있다면 추천해다오, 라고. 일전에도 나는 y 씨로부터 영화 파일을 한 번 받은적이 있던터였다. 물론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0-
y 씨는 자신은 배드다운로더라며(;;) 내게 사이트를 알려주는 대신 자신이 이 영화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라고 했고, 그게 지난주 금요일 아침의 일이었다. 그러나 퇴근때까지 그로부터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월요일 아침에도 아무말이 없길래, 한바탕 궁시렁대는 글을 쓰던가 하려고 했다. 약속은 남자의 모든것인데 말만 내뱉고 마는 인간이라고 중얼거릴 참이었다. 그때 메신저 창이 깜빡거리며 그가 파일을 내밀었다. 오. 이것은 내가 말한 그 영화인가요? 네. 아, 나는 지금 막 욕할려고 했어요, 약속도 안지킨다고. ㅎㅎㅎㅎㅎ
파일을 받고 신나서는 역시 y 씨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룰루랄라 거리며 재생을 하는데 15초에서 더이상 진행이 안된다. 이런 젠장. 다시 해보고 또 다시 해봐도 15초에서 파일은 멈춘다. 더이상 나아가질 않아...나는 y 씨에게 15초후에 더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는 잘못 받은것 같다며 다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게 어제 오후의 일. 흐음.
- 연애가 끝났다. 나는 옥주현의 「사랑이 떠나가네」를(왜 나는 이 노래가 김건모의 노래가 아니라 옥주현의 노래 같을까..) 흥얼거렸다. 사랑은 모두 끝났어~ 노래를 부르다가 울다가 했다. 연애의 시작이 설레이는것도 그 과정이 행복한것도 그 끝이 힘든것도 나이든다고 달라지는게 아니었다. 번번이 그렇다. 조금 더 잘 견딜 수는 있다. 어제는 그제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겠지. 어제 남동생은 내게 메신저로 물었다. 점심은 먹었냐고. 나는 먹었다고 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최소한 일주일은 식음을 전폐하던데.."
나는 다른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말했다. 식음을 전폐하지도 않았고 앓아 눕지도 않았다. 술에 취해 떡이 되지도 않았다. 남동생은 내게 누나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건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더 잘먹지."
- 어제 올렸다 변덕을 부리고 내린 조카 사진. 이 아이는 몹시 신기한게, 브로콜리를 잘 먹는다. 그냥 삶아서 그릇에 담아 주면 큰 것도 작은 것도 마구 먹는다. 먹다가 발로 짓이기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시 그릇을 들고 자리를 이동해 또 브로콜리를 먹는다. 심지어는 멸치도 먹는다. 식탁위에 고추장과 찍어 먹기 위해 엄마가 아주 살짝 볶아둔 멸치가 있는데, 그걸 그냥 먹는다! 그냥 멸치는 술안주가 아니라면 나도 먹기 싫은데! 어떻게 멸치까지 먹지? 얼마전에는 여동생 식구들과 대게를 쪄 먹었는데, 제부가 커다란 대게살을 발라주면 그것을 손에 쥐고 엄청 잘 먹는거다. 맙소사. 조카가 할 수 있는 단어는 별로 많지 않다. 엄마, 아빠, 아추(아 추워), 또, 할미(할머니), 또줘 등인데 어제 여동생으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하나 더 늘었다고. 그 단어가 바로 족발이란다. 아 너무 웃겨. 족발이라니! 여동생이 '족발' 하면 조카가 따라한단다. '조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삭제)
조카가 웃고 달려와 안기고 하면 나는 그냥 녹아버린다. 정말 정말 예쁘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