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있다.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처음 읽고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에 한 번 다시 읽고, 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을 당시의 애인에게 주고 다시 사서 한 번 더 읽었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력이란, 아니 나의 기억력이란 정말이지 대단치않은 것이어서 딱히 기억나는게 없더라. 주인공들의 이름과, '공개적으로 변한 사랑은 무게를 더한다'는 문장과, 그리고 '무지는 죄다' 라고 내가 이 책을 읽고 썼던 페이퍼에 대한 것만 기억났다. 


호이안에서 혼자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자, 뭘 들어볼까 하다가 박구용 교수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팟빵을 듣게 됐다. 사실 그전까지는 박구용 교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걸 들었노라 하니 친구1도, 그리고 남동생도 이미 아는 교수더라. 아무튼 이 팟빵을 듣다보니 이 책을 다시 읽고싶어졌다. 게다가 이 교수가 말하는 부분 중에 '무지는 죄다'라는 뉘앙스가 나오는게 아닌가! 앗... 그건 내가 이 책 읽고 페이퍼 썼던건데!! 하여간 그래서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 때 쓴 페이퍼는 여기 ☞ 무지는 죄다



자, 다시 이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그래서 그는 단시일 내에 부인, 아들, 어머니, 아버지를 성공적으로 떼어 버릴 수 있었다. 그의 몫으로 남은 유일한 상속재산은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뿐이었다. 그는 여자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했다. 두려움과 갈망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고 그 타협점을 그는 ‘에로틱한 우정‘이라 불렀다.

그는 애인들에게 이렇게 못을 박았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는, 감상이 배제된 관계만이 두 사람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에로틱한 우정이 결코 공격적 사랑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고정 애인 하나하나를 긴 간격을 두고 만났다.

그는 이 방법이 완벽하다고 믿고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3의 법칙을 지켜야 하지.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한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안 되는 거야. 혹은 수년 동안 한 여자를 만날 수 있지만 적어도 삼 주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해." 이 법칙 덕분에 토마시는 고정 애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하루살이 애인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P.23~24



토마시는 바람둥이다. 섹스를 하지만 같이 잠은 자지 않는 그런 남자다. 여자의 집에 갈 때는 별 문제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그 집에서 나오면 되니까. 그러나 그의 집에 여자가 오면 섹스 후에 그녀를 내보내야 해서 더 골치가 아프다. 그런 그가 테레자를 자신의 집에 받아들인다. 아픈 그녀를 간호하고 이제는 같이 자면서 부부가 되는데, 테레자가 자신의 옆에 있어도 끊임없이 바람을 피워서 테레자를 아주 고통스럽게 한다. 


그런 토마시인만큼 그에게 이 '에로틱한' 우정은 중요하다. 더 깊은 관계가 되어 매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여자가 너무 좋고 구속되긴 싫고 섹스는 해야겠고.. 그래서 긴 간격을 두고 애인들을 만나면서 그것을 '에로틱한 우정' 이라고 부르는 거다.


나는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남자가 나의 연인이 된다면 아주 골치가 아프겠지만, 그러나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연애와 섹스는 즐기고 싶은 사람이 왜없겠는가. 문제는 다른 한쪽이 고정된 파트너와 지속적이고 안정된 관계를 원할 때에 있다. 나는 네가 나만 만나길 원하는데 너는 나를 포함한 다수를 원하네? 이러면 싸움이 되고 고통이 되는거다. 그러나 상대 역시 그래 나도 에로틱한 우정 열개 가질게 너도 네 마음대로 해~ 하게 된다면, 뭐, 그건 그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마음대로 하십쇼.


그런데 저 부분을 읽다가 며칠 전의 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일전에 잠깐 언급했지만, 인스타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졌으므로 나는 최근에 '에이티즈'라는 아이돌 그룹의 '최산' 멤버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그의 피지컬과 퍼포먼스에 반해버린건데, 하하하하, 이걸 알고 있는 나의 동료와 얘기를 나눈거다.



-최산이 내 남사친이었으면 좋겠다.

-왜 남사친이에요?

-어 애인은 싫고 그냥 남사친. 친구. 어쩌다 가끔 만나게.

-그러면 최산이 여자친구 생겨도 괜찮아요?

-음..여자친구는 안생기는 남사친?

-그게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애인은 아니지만 애인 생기면 나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하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우리 관계 정리.

-그거 완전 정신적 남자친구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그거였다. 내가 원하는 바를 한마디로 정리해줬어. 정신적 남자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나는 섹스하기가 싫은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정신적 남자친구.


토마시는 이런 나랑 완전한 반대를 원했다. 에로틱한 우정. 섹스하는 우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섹스 없는 애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래서 연애를 안한다. 섹스를 하기 싫은데 연애를 하면 섹스를 해야 되니까 세상 귀찮아........ 아니, 나도 젊을 때는 안이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덥다....



어제 또 말했다.



-최산이 내 남사친이었으면 좋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깍지는 끼는 남사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피곤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내가 이렇게 최산이 남사친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좀 두렵다. 그가 입 여는 순간 친구고 뭐고 하기 싫어질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듣고 싶지 않다!! 하여간 토마시를 이해한다. 토마시랑 사귀고 싶진 않지만. 토마시랑 남사친 하기도 싫다. 밥 잘 먹고 있다가 섹스하자고 조를 것 같아서.....



책을 샀다.





















[BECOMING]은 두달간 영어 원서 같이읽기 책이라서 샀다.


'이리나 그레고레'의 [상냥한 지옥]은 부제가 무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역사와 개인, 감각과 언어의 교차'이다. 이런 부제를 가진 책을 어떻게 안사? 닥치고 산다.


[그늘의 계절]은 왜샀는지 모르겠다.
















[인 더 메가처치]는 [정욕]의 작가 '아사이 료'가 쓴건데, 아사이 료 .. 정욕 싫었어서 관심을 안두다가, 얼마전에 블랑카 님의 별다섯 리뷰를 보고 닥치고 구매했다. 


'퍼시벌 에버렛'은 [제임스]를 읽고 생각보다 썩 좋지는 않아서 딱히 기억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한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어제는 여섯살 조카가 생애 처음 이빨을 뽑았다고 했다. 아 진짜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너무나 귀엽다.



시간이 너무 빠르고 나는 너무 바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도 읽어야 하고 비커밍도 읽어야 하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는 나는... 뭐죠? 아이 돈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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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8-1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 남사친이랑 손깍지는 ㅋㅋㅋㅋㅋㅋ 손깍지는 연인 사이 아니에요? 진짜 몰라서 물어봐요. 저는 남사친이 없어서 말이에요. 남사친이랑 속깍지 끼지 않아요;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뭐랄까. 토마스는 자기가 그런 사람인거 말하고 다니면 좋겠어요. 여기저기에서... 자기는 그런 사람이다~~ 만약에 토마스를 좋아하게 된 어떤 여성이 있다면 토마스의 생각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래야 치고 빠지는, 자기 나름의 규칙에 충실한 연애에 적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오늘 너무 시원하고 좋네요. 시원해서 좋은데 여름이 벌써 가는거야? 싶기도 하구요.

다락방 2026-08-12 16:17   좋아요 1 | URL
남사친하고 손깍지도 안되고 손잡는 것도 안됩니다! 팔짱이나 어깨동무는 가능하지만 손깍지는 좀 내밀하지 않나요. 이런 이성친구들이 있는것 같기는 하지만 하여간 저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남사친과 손깍지라는 것은 토마시의 에로틱한 우정 쪽에 가깝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토마스는 자기가 그렇다는 걸 밝히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테레자가 미칩니다.. 매일 악몽 꾸고요... 미쳐버려. 그런데도 그 남자 곁을 떠나지 못하는 테레자를 어쩌면 좋습니까!!

시간 너무 빠르지요? 제가 싱에 간 것도 벌써 1년전이더라고요! 하, 세월이여..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바람 불어 좋아요!

망고 2026-08-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참을 수 없는...˝ 이제 시작할게요. 책은 찾아 놨어요ㅋㅋㅋㅋ
저도 얼마전에 최산이라는 아이돌 처음 봤는데 춤 잘 추더라고요? 가슴 꿈틀꿈틀ㅋㅋㅋㅋㅋㅋ저는 사실 그 아이돌 외모가 제 취향은 아닌데 왜 멋있다고 하는지는 알겠더라고요ㅋㅋㅋㅋㅋ
남사친이랑은 손도 안 잡는데 손깍지라... 가능한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8-12 16:18   좋아요 0 | URL
망고 님, 시작하세요. 저는 이번이 네번째인데.. 왜 새롭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쳐버려.
저는 최산이 근육질 되기 전의 마른 몸 사진도 봤거든요? 인스타에서 자꾸 보여줘서 말이지요. 근육 전과 후라고 해서 많이 보여주던데, 역시..근육이 참.. 옳은 일을 합니다. 저도 근육질 여성이 되겠어요!! 그러려면 지방을 좀 쳐내야 하는데.. 하, 갈길이 멀다..

저도 남사친이랑 손도 안잡고 손깍지도 안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깍지는 에로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