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할때 읽으려고 어젯밤 미리 챙겨둔 책은 다른것이었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 충동적으로 이 책으로 바꾸었다.

 

 

 

 

 

 

 

 

 

 

 

 

 

 

 

'아모스 오즈'라면 나는 이미 『나의 미카엘』로 만났던 바, 그의 작품이 좋지 않을리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의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았으며 행간도 (열린책들인데!) 넓었다. 쉬이 읽히겠군. 나의 미카엘만큼 좋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좋으려나?

 

책의 뒷편을 보니 이렇게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었다.

 

1939년 폴란드, 유대계 수학자이자 시계공인 엘리샤 포메란스는 아름답고 지적인 아내 스테파를 남겨 둔 채 독일군을 피해 어둡고 적막한 숲 속으로 몸을 피한다. 세월이 흘러 전쟁도 막을 내리고, 엘리샤는 이스라엘의 한 시골 마을 양치기로, 스테파는 러시아의 비밀 요원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

 

우앗. 너무나 흥미롭다. 수학자가 양치기가 되고 지적인 아내가 스파이가 되다니. 하아- 기대감에 부푼 나는 책장을 펼쳤다. 그러다가 16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그는 땀을 흘리며 팔꿈치를 자신의 주위에 내보낸 음악에 기댔다. (p.16)

 

뭐라고?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다시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다시 읽었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아- 팔꿈치를 음악에 기댔다..주위에 내보낸은 음악을 수식하는 말인가...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다섯 번은 읽은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패쓰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내가 한 번에 명쾌하게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더러 나온다. 나는 쉼표가 있는 문장에서는 한 번 쉬어주고 느낌표로 끝나는 문장에서는 더 강하게 읽어주는 등 나름대로 문장부호를 꽤 충실하게 지켜내는 독자라고 자부하는데, 이건 쉼표에서 제대로 쉬어주어도 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자꾸만 나온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45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을 맞닥뜨린다.

 

찬장 위에는 전쟁에 나갈 때 바르는 칠을 한, 조각한 아프리카의 전사가 사나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p.45)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건 대체 무슨말이야. 전쟁에 나갈 때 바르는 칠을 한...무슨 칠....아 진짜. 욕이 막 튀어나올라고 해서 45페이지에서 나는 책장을 덮어버렸다. 안읽어. 포기. 몇몇 문장들을 이해하기 위해 두세번씩 읽다보니 내용파악이 안되는거다. 급기야 45페이지 까지 읽다가 아내가 만나는 교수가 갑자기 왜 아내의 집에 와있는지를 모르겠는거다. 이거 책 내용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고 싶다가도 문장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책 내용 파악이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아, 이렇게 스트레스 받느니 관두자 싶어지는거다. 아.

 

 

양미간에 주름만 잡히고 스트레스만 받은채로 책장을 덮고 집에와서는 남동생에게 이 두문장을 읽어보라고 줬다. 야, 이거 무슨말인지 알겠냐? 나 이해시켜봐. 남동생은 소리내서 읽어보더니 16페이지의 문장을 보고는 음악에 푹빠졌다는건가? 라고 말했고 두번째 문장을 읽어보더니 "나는 짧은 평서문도 이해못하는데 이런거 이해하겠냐?' 라고 대꾸했다.

 

 

아,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 다른책을 읽어야겠다.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덮어버리고 나는 인피니트의 동영상이나 보자 싶어서 재생시켰다. 그리고 반복해서 정신을 잃고 보다가 길동역에서 내려 여전히 동영상에 심취해 걷고 있는데 누군가 달려와 나를 끌어안는다. 놀라서 쳐다보니 우리 엄마. 우연히 길동역에서 만나게 된거다. 아마도 같은 지하철을 탔는가보다.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엄마가 그랬다. 뒤에서 봤는데 코트랑 부츠가 너 같은거야. 틀림없이 넌데 머리에 꽃이 달렸더라고. 어? 쟤는 꽃을 안달고 다니는데 싶어서 부르지는 못하고 뛰어와서 확인했더니 너더라. 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받은 꽃 머리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가 몰랐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머리에 꽃이 달려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와서는 훈제오리를 구워서 와인을 머그컵에 가득 따라 함께 먹었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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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1-0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상상으로,
1)자신의 주위에 내보낸 음악이라는 거.. 혹 시계랑 관계 있는 건 아닐까 마구 상상하여, 시계를 다 고치고 시계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듣는 모습 같은 것. 그런게 떠올라요.
2)전쟁에 나갈때 바르는 칠이라는 거.. 얼굴이나 몸에 칠하는 군용 페인트 같은 것, 인디언들이 전투에 임할 때 얼굴에 사선으로 그리는 칠 같은 것. 그런 칠을 온 몸에 한 전사의 조각(아마도 상의는 벗은 몸일 듯)이 찬장 위에 놓여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물론 상상.

다락방 2012-01-05 21:48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그러니까 자신의 주위에 내보낸 음악은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인데요, 저 문장으로 보면 팔꿈치가 저기서 어떤 역할인지를 모르겠어요. 팔꿈치가 음악에 기댔다는건지, 그 말이 이해가 안돼요. 문장으로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가 않아요.
전쟁에 나갈때 바르는 칠을 저도 드림아웃님처럼 그런 모습으로 상상하긴 하는데요, 그건 상상할 수 있는데, 저 문장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단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읽으면서 이게 나 혼자만 이해가 안되는가 싶어서 이런 페이퍼를 쓴건데요, 드림아웃님은 그러니까 그렇게 상상하시면서 저 문장들이 잘 읽히시나요?
전 너무 안읽혀요. orz

dreamout 2012-01-06 08:14   좋아요 0 | URL
아뇨~ ㅎㅎㅎ
눈에 안들어오긴 저도 마찬가지죠. ^^;

다락방 2012-01-06 08:39   좋아요 0 | URL
아 전 머리가 너무 아파져요. 그래서 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 대신 이승우의 책을 꺼냈어요. 잘 쓰여진 한국 작가의 글을 보고싶어지지 뭡니까!!

moonnight 2012-01-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깨끗이 포기 -_-
책 읽다가 저런 문장 나오면, 뭐라는거냣. 하며 버럭 소리지르고 싶어져요.

다락방 2012-01-05 22:34   좋아요 0 | URL
팔꿈치를 음악에 기댔다는 건 확실히 상상 안되는 문장이죠? --;;

이진 2012-01-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음악에 몸을 맡겼나~ 하고 생각해보면 땀은 왜 흘리는 거고...
흠, 번역이 우리에게는 약간 맞지 않도록 설정되어있는 것일까요 ㅎㅎ
첫번째 문장에 쉼표가 없노라면 흠, 그냥 생각안할래요 ㅋㅋ
지금 머릿속은 집합과 명제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란 말이예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2-01-06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팔꿈치를 음악에 기댔다는게 통 무슨말인지를 모르겠어요.
소이진님은 집합과 명제 생각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딱 집합 부분까지만 수학을 잘했던 것 같네요. 소이진님은 집합 이후에도 열심히 하셔서 잘하세요. 흑흑 ㅜㅜ

비로그인 2012-01-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여 년 전에 업다이크의 소설을 읽는데 '그의 새 타이어는...' 하는 식의 문장이 반복해서 등장하더군요. 영문과를 나온 후배와 궁리한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새타이어(satire)라는 단어를 마땅히 우리말로 옮기지 못한 번역자가 '그의 새타이어는...' 하고 써보낸 걸 편집자가 친절하게(?) '새 타이어'라고 띄어쓰기를 한 거라고 말이죠. 덕분에 주인공이 타이어매니아가 돼버렸죠. 인용하신 첫째 문장도 아마 그런 웃지 못할 실수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둘째 문장도 마찬가지네요. 칠이 뭐가 됐든 '조각한 아프리카의 전사'라고 쓴 걸 보면 거의 직역을 했군요. 둘 다 요즘은 쉽게 보기 어려운 문장들이네요^^

다락방 2012-01-06 08:42   좋아요 0 | URL
후와님, 첫번째 문장은 정말 뭔가 치명적인 실수가 있는게 아니라면 쓰여질 수 없는 문장인 것 같아요. 팔꿈치를 음악에 기댔다는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아 아무리 머릿속에서 그려보려고 해도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문장이에요. 두번째 문장은 끊어서 읽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아닌것 같은데 매끄럽지 않죠. 그래서 한 번에 읽기엔 무리가 따르는 문장이에요. 그건 말씀하신대로 직역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저 문장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을까 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저 역시 자연스런 문장으로 바꿀만한 재주가 없네요. 안그래도 후와님께 저 문장들을 보여드리고 후와님의 생각을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와주셨네요. 헤헷 :)
한수철님도 오셔서 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국내문학의 달인 두 분. 흣.

Mephistopheles 2012-01-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문
1) 과연 그가 음악을 들으며 왜 땀을 흘렸을까요? 설마 나이트나 클럽은 아닐꺼고..
2) 이거 왠지 피규어를 수집하는 주인공이라는 냄새가 솔솔....

그나저나 훈제오리에 와인이라..전 이 페이퍼의 마지막 문장에 나타난 의성어는.

주아악(거칠게 오리다리를 뜯어)
우적우적(마구 씹어 주고)
벌컥벌컥(와인을 마셔주고)
커억(시원하게 트름 한 번 해주고)

가 떠올랐어요. 아 죄송해요 꽃머리띠를 했지만 떠오른 의성어는 완전 장비스타일이에요.

다락방 2012-01-06 09:27   좋아요 0 | URL
그가 땀을 흘리는건 저 문장 전에 나와있었을 거에요.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ㅎㅎㅎㅎㅎㅎㅎ메피스토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조자룡이 되기를 꿈꾸는데...그런데 저는 장비 스타일이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훈제오리에 와인은 진짜 환상궁합이에요. 행복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히히히히히

2012-01-06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1-06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꽃을 달고 예쁘게 걸어다니시는군요~ @.@

너무 어려운 번역이네요 =_+

다락방 2012-01-06 09:28   좋아요 0 | URL
머리에 꽃을 달고 '예쁘게' 걸어다니지는 않습니다만, 저 문장이 어려운 건 맞습니다. orz

gimssim 2012-01-06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제오리고기에 와인...이 저는 맘에 듭니다.
머리가 굳어가는 아줌마라 두어 번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책은 마음을 낙심케 해서 싫더라구요, 요즘엔.

다락방 2012-01-06 09:29   좋아요 0 | URL
훈제오리고기에 와인...이 저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오죽하면 하이킥도 안보고 오리 먹기에 열중했을까요. 히히.
저 문장은 멘사회원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특히 첫번째 문장 말입니다. 어휴. 저도 낙심했어요. (시무룩)

레와 2012-01-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번역의 문제인가 편집의 문제인가..
번역가를 찾아보니, 초보 번역가도 아닌데..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product.aspx?AuthorSearch=@39658


다락방 2012-01-06 11:30   좋아요 0 | URL
번역가는 소설가이기도 하더라구요. 머리가 터질뻔 했어요. orz

2012-01-06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2-01-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 원작을 봐서 저게 뭔 말인지 알겠으면 원작을 보자고 말할텐데 그럴 깜냥도 안되고..;;;;
어머니도 다락방님의 꽃끈을 못 보셨었군요. 이쁜데 왜 안 보여 주셨었어요?

다락방 2012-01-06 14: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엄마한테 엄마 이거 이쁘지 하면서 뭔가 막 보여주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까.....엄마가 며칠전에 제 방에서 뭔가를 찾으시려고 뒤지시다가 케이스에 들어있는 번쩍이는 목걸이를 발견하시고는 이게 뭐냐, 라고 물으셔서 그거 작년 여름에 내가 미쳐서 산거라고....그런데 왜 케이스에 들어있냐, 라고 하시길래 그건 내가 미쳤다는 증거라서 하지는 않고 그냥 거기 둔 거라고...그런 또라이같은 대화를 한 기억이 지금 떠오르네요. 하하하하

음, 이건 댓글도 또라이같군요;;

건조기후 2012-01-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표지도 되게 읽기 싫게 생겼어요 ;;; 흐흐

다락방 2012-01-06 15:30   좋아요 0 | URL
전 완전 기대했었는데 ㅠㅠ

다락방 2012-01-0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 총 186090 방문

호오..누굴까. 누구십니까.

jongheuk 2012-01-0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체 비문들은 정말 독서를 힘들게 해요. 물론 번역하신 분들도 나름 고생을 하셨겠지만.. 그래서 전 훌륭한 번역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2-01-08 2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예요. 평소엔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가 이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접하고 나니 눈이 핑핑 돌아요 -_-

cyrus 2015-10-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의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에 대한 서평을 찾고 있다가 다락방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이 책의 서평이 많지 않군요. 《나의 미카엘》을 읽고 난 다음에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을 읽었는데, 번역이 어색해서 그런지 전작보다 부족한 면이 보였습니다. 특히 호흡이 긴 문장이 곳곳에 보였어요. 저도 처음에 이야기 전개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엘리샤는 고통스러운 세계를 평화롭게 변화시키는 음악의 힘이 믿고, 그 음악에 의지하는 인물입니다. 제 생각에 16쪽에 나오는 문장은 주인공 엘리샤가 피난길 도중에 자신의 하모니카 연주에 흠뻑 빠져 안식을 취하는 장면을 ‘음악에 기댔다’라는 표현으로 역자가 쓴 것 같습니다. 정영문 작가의 해설을 읽고 나니 이 장면이 엘리샤와 음악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심각한 중동 분쟁으로 인해 생사에 위협받는 난민들을 생각하면 작가의 낭만적인 묘사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더 오즈의 소설들을 읽어보고 난 뒤에 다시 평가해야겠지만,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의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하이킥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동료와 저녁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나는 DMB 로 하이킥을 시청했다. 보다가 지하철안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내서 웃게 되었는데, 특히 백진희의 상상 부분에서 더 그랬다. 백진희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윤계상을 상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와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상상, 그러나 윤계상 가족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상상, 파리에서 불어로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 상상, 거기까지 윤계상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찾아 오는 상상(무려 파리까지!!)...아...백진희의 그 상상이 도무지 뜬금없다거나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런 상상을 하는 백진희는 나와 너무나 많이 닮아있었다.


어젯밤에 남동생과 반건조오징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는 내 방으로 돌아와 나는 스맛폰으로 인피니트의 영상을 몇 개나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오, 이런 영상을 보게 됐다. 





맙소사! 옷이 날개라는 말은 틀리지 않아서, 양복을 입은 남자는 멋질 수 있다. 양복을 입고도 멋지지 않다면 그건 좀....그러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멋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일곱 명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이렇게 춤을 추는 걸 보는데..와..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오는거다. 그들이 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 이게 훨씬훨씬 멋진거다. 대박이다, 대박이야 ㅠㅠ 감동이구나.

그래서 이 장면을 계속 떠올리면서 오늘 아침 출근길의 나도 상상을 했다.

나는 아주 커다란, 정원이 딸린 집에 사는거다. 정원에는 늑대개 한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를 키우는거다. 그리고 인피니트 멤버 일곱 명과 함께 사는거다. 나이스! 우리는 주말이면 정원에서 모두 함께 바베큐 파티를 하고 와인을 마시겠지. 내가 외출한다고 하면 일곱 명 모두가 우르르 양복을 차려입고 나와서 두 명은 내 옆에 그리고 다섯 명은 내 뒤에서 함께 걷는거다. 멋져.. 그러나 나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내가 그 중 한 명을 '특히' 예뻐하는거다. 그런 나의 마음을 들키면 멤버들 사이에 불화가 생길까봐 나는 내 마음을 숨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자꾸만 자꾸만 커져간다. 결국 나는 견디지 못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내가 여기 있는건 너희들을 불행하게 할 뿐이야...라는 쪽지를 남기고.

암스테르담으로 간 나는 며칠을 혼자 쓸쓸하고 외롭게 지내다가 우연히 제이슨 므라즈의 콘서트에 가게 되고 노래를 부르다가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 제이슨 므라즈와 연인이 된다. 그러나 해외 이곳 저곳으로 투어를 다니는 제이슨 므라즈를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 머물고 싶고 정착하고 싶다. 결국 제이슨 므라즈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는 미국 어느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거기는 벌목꾼들이 가득한 숲......가장 힘 좋은 벌목꾼인 제이슨 스태덤과 나는 그곳에서 운명처럼 맞닥뜨린다....그리고 일 년에 한 명 씩 아이를 낳는다..........( '')


이쯤하고.


2012년에는 카드명세서에 알라딘 찍히게 하지 않기, 라는 결심을 세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동안 사둔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되, 만약 책을 사고 싶다면 중고샵에 책을 팔아서 들어온 예치금이나, 땡스투 적립금, 혹은 알사탕으로만 책을 사기로 한거다. 만약 적립금이나 알사탕이 들어오지 않고 중고샵에 책도 팔지 않았다면, 나는 책을 못사는거다. 만약 이번 달에 삼천원의 적립금이 들어오고 다음달에 삼천원의 적립금이 들어왔다면 합이 육천원. 나는 책을 한 권도 사지 못하는거다. 그러면 얌전히 기다렸다가 적립금이 만원이 되는 그 날, 그 날 책을 한 권 사는거지. 멋지다. 꺄울. 긴축재정모드로 들어가서 이번 해에 신용카드로 알라딘에서 결제하는 일을 결코! 만들지 않겠다. 그런 결심을 하고 보내는 새해의 다섯번째 날이다.


날이 춥다.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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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빠
    from 마지막 키스 2012-02-21 08:46 
    - 어제 오늘. 출퇴근길에 책을 읽지 않았다. 버스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음악을 들었다. 이 음악 저 음악, 스맛폰에 들어있는 음악들 중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재생시켰다. 그리고 오늘, 지하철 안에서는 오랜만에 인피니트의 노래를 들었다.  제목도 유치뽕짝인「내꺼하자」와, 「paradise」였다.세대차이를 말하려는게 아니고, 확실히 시간이 흐르면서 세대간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도록 길들여진 차이점이 있다. 너희때는 좋은거야, 를 말하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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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06 08:28   좋아요 0 | URL
저는요 꿈꾸는섬님,
아줌마가 되어도 제 모든 상상이나 꿈들이 그대로일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이에요. 그리고 제가 별로 좋게 보지 않는 성향을 가진 아줌마들처럼 될까봐 그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저라는 인간이 아줌마가 되어도 좋을것인가, 하는 고민을 요즘에 좀 하고 있어요. 제가 변할까봐 혹은 변하지 않을까봐 그 둘 모두가 걱정이 되어서요.

꿈꾸는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조선인 2012-01-0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도 안 되요. 다락방님, 책 사기를 그렇게나 줄인다면, 당신의 근사한 소설 페이퍼가 확 줄어들거란 얘기잖아요. 안 되요. 안 되요. 그런 새해 결심은 절대 안 되욧!!!

다락방 2012-01-06 09:29   좋아요 0 | URL
ㅎㅎ 조선인님, ('근사한'을 빼놓고 말하자면) 제 페이퍼가 줄어들 일은 없을거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 집에 안 읽은 소설책이 수두룩 해요. 그것들을 읽을거에요. ㅎㅎㅎㅎㅎ

버벌 2012-01-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뜨케 어뜨케.. ㅋㅋㅋㅋ 락방님에게 노래받고 바로 검색해서 저 동영상 찾아낸 1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이브도 봤어요.
움... 저는 그냥 립싱크만 보렵니다. ㅡㅡ;;;;;;;;;;;;;;;;

다락방 2012-01-08 21:13   좋아요 0 | URL
전 이 아이들이 라이브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춤을 그렇게 추면서... ㅎㅎㅎㅎㅎ
물론 이 동영상은 진짜 짱이죠. 완전 멋져. 홀딱 반했어요. 흑흑

꽃핑키 2012-02-0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얘네들이 인피니트군요ㅋ 아하~ 얘네들은 7명! 아하 ㅋ
(저는 TV도 잘 안 보고ㅋㅋ 음악도 잘 안 듣는 사람인데 ㅋㅋ
다락방님이 소개해주는 음악들은 가끔 찾아서 다운도 받고 그래요 ㅋㅋ)
멤버 7곱명과 함께 사는거다 나이스! ㅋ 하이파이브 하려고 벌떡 일어날 뻔;;; ㅋㅋㅋㅋ

다락방 2012-02-14 14:43   좋아요 0 | URL
핑키님(이제서야 늦은 댓글. ㅋㅋㅋㅋㅋ 보름 뒤에 쓰는 댓글 ㅋㅋㅋㅋㅋ)
하이파이브에서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인피니트랑 함께 살게 되면 그 어떤 여자사람도 초대하지 않을거에요. 애들하고 눈 맞으면 어떡해. 다 내껀데, 다 나를 좋아해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곱명의 남자가 저 좋다고 함께 살아서 제가 머리 터지게 고민해보는게 소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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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아주아주아주 불편한 점심식사 자리가 약속되어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이 잡힌 지난주부터 계속 바랐다. 제발 피치 못할 사정이 누군가에게 생겨서 그 약속이 깨어지기를, 아니면 최소한 나만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는, 누가 들어도 합당한 핑곗거리가 생겨나기를. 약속시간은 어제 열두시. 나는 열한시 오십분까지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원했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던가. 결국 나는 불편한 마음을 이끌고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점심때 먹은 소고기는 엄청나게 맛있었고, 맥주도 맛있었고..그리고 급기야 그 자리가 끝났을 때는 드디어 이걸 해치웠다, 하는 생각때문에 만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며 식당에서 나오면서는 아드레날린 급 용솟음치며 흥분하기에 이르렀다. 오, 끝났어, 맛있었어, 해치웠어, 야호. 이제 최소 일년간 이런일은 없을거야. 꺄울. 신나, 행복해, 끝났어, 끝났다구! 내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아는 몇명에게 문자메세지라도 보내고 싶었다. 나 해치웠어, 끝났어!! 라고.

 

불편한 상대와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것만큼 곤혹스러운건 또 뭐가 있을까.

 

 

- 어제 오늘 내가 반복재생하여 듣는 노래는 '인피니트'의 『paradise』인데, 연말 가요대전을 보면서 이 노래를 알게 됐다. 하아- 완전 좋아. 리듬이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반복재생하다보니 들리는 가사도 좋다. 오!

 

삐끗 삐끗 고장 난 내 마음이라 
이대로 보낼 순 없어 어쩌자고 
흔들 흔들 위태로워 보여도 난 
너를 잡아둘 수 밖에 없어 어쩌자고 
사랑한다 (그럴 꺼야 넌) 안 한다 (아닐 꺼야 넌) 
한다 너만 본다 여기 있어
더 더 부탁 할께
더 더 잘해 줄께
더 더 아직은 못 보내니까 
(오~) 난 난 살아야 해
난 난 버텨야 해
난 난 언젠간 멈출 테니까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paradise 
억지로 너를 가둬 버린 paradise 오 오 
깨어선 갈 수 없는 슬픈 paradise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paradise 오 오 오 오 오~ 

숨 죽여서 지켜볼 수 밖에 난 
그저 그럴 수 밖에 없어 깨질까 봐 
나를 본다 (그럴 꺼야 넌) 안 본다 (아닐꺼야 넌) 
본다 아파 온다 여기 있어
더 더 부탁 할께
더 더 잘해 줄께
더 더 아직은 못 보내니까 
(오~) 난 난 살아야 해
난 난 버텨야 해
난 난 언젠간 멈출 테니까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paradise 
억지로 너를 가둬 버린 paradise 오 오 
깨어선 갈 수 없는 슬픈 paradise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paradise 오 오 오 오 오~

Rap> 매일 밤 너로 채웠던 나 그래 익숙해진 몸을 이젠 눈물로 채울 time 
감아 왔던 팔 숨이 가파르던 밤 최고의 paradise
너 없인 hopeless world 

조금만 널 더 더 잡아 둘께 더 더 바라 볼께 더 더 심장이 식을 때까지 
난 난 살아야 해 난 난 너 없이도 난 난 지금은 니가 필요해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paradise 
억지로 너를 가둬 버린 paradise 오 오 
깨어선 갈 수 없는 슬픈 paradise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paradise 오 오 오 오 오~

 

 

흔들 흔들 위태로워 보여도 난, 하는 가사가 좋다. 위태로워 보여도 널 잡아둘 수 밖에 없다니.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패러다이스, 하는 부분은 들으면서 꼭 따라부르게 된다. 그 부분의 음이 제일 신나서. 억지로 너를 가둬 버린, 하는 것도 비극적인 마음이 철철철 넘쳐나. 하아. 인피니트야, 노래 좋구나. 안되겠다, 누나가 시디 살게. 아이돌의 시디를 누나가 처음으로 사보겠구나. 아니, 그러고보니 예전에 신화 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시디도 샀었구나. 오, 생각해보니 핑클과 보아의 시디도 샀었어. 물론 그건 오래전의 일이지만 누나가 시디 사주마.

 

 

 

 

 

 

 

 

 

 

 

가사를 듣고 또 보노라니 2PM 의 풋춰핸즈업 그 노래보다 훨씬 낫구나. 그 노래는 대체 왜 만든건지를 모르겠던데. 장난하나 싶더라고. 그런데 너희들이 부르는 paradise 는 좋더구나. 그리고 왼쪽 앞에서 노래 부르는, 입술 두꺼운 녀석, 넌 이름이 뭐니? 누나가 너를 보는 마음이 흡족하단다.

 

 

 

누나가 몸소 검색창에 쳐봤다. 너의 이름은 이성종 이더구나.

 

 

 

- 새해들어 아직 한권의 책도 사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혼자서(가 아니라 건조기후님 따라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인피니트 시디를 사려니...5만원을 채울까 싶고..아니야, 시디 한장만 사자, 싶기도 하고. 하아- paradise 가 지금 내게 지옥을 주는구나.

 

지르러가자.

 


**덧붙임**


이 책 두 권 제가 가지고 있으나 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읽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보내드릴게요. 물론, 가장 먼저 원하신 한 분께만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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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2-01-0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그런 기분 알 것 같아요. 저는 한 달에 한 번 그런 자리가 있거든요. 진짜 밥 먹고 나오면 해치웠다!! 하는 뿌듯함이 물씬 드는 자리. 그나저나 아침부터 꽃돌이 사진을 보니 훈훈하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2-01-04 09:30   좋아요 0 | URL
전 저 영상까지 봤더니 지금 일이 손에 안잡혀요. 아 역시 남자들이 단체로 나와서 몸을 움직이는 건 저를 흥분하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것 같아요.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어요.

아니 그런데, 이매지님은 그런 자리가 한 달에 한 번씩이나 있답니까! 저는 일 년에 한 번인데도 미쳐버릴것 같은 기분이었는데요. orz

2012-01-04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1-0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소년들이 인피니트였군요. 부장님이 방청권을 부탁했을 때 '걸그룹' '인피니티'라고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아주 망신당했다는... ㅎㅎ

다락방 2012-01-04 11:07   좋아요 0 | URL
어머. 걸그룹이라뇨!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룩말 2012-01-0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염.. 성종이를 이제야 알다니, 첫 데뷔했을때부터 죽..좋아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2-01-04 13: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얼룩말님과 저는 남자 보는 눈이 너무 똑같아서 ㅎㅎㅎㅎㅎ 노지훈도 그랬고 ㅎㅎㅎㅎㅎ 성종이 완전 예쁘네요. 노래부르는 거 볼 때마다 아주 쑝 가요 ㅎㅎ

무스탕 2012-01-04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피니트라는 그룹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뽀이들이란건 지금 알았네요;;;;;
그 불편한 자리가 점심이었기 망정이지 저녁이었으면 이차 삼차로 이어질수도 있었겠네요. 어느정도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점심이길 정말 다행이에요.
자, 어제 그 가시방석을 해치웠으니 이제 맘 놓고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실수 있겠습니다 (응?)

다락방 2012-01-04 14:42   좋아요 0 | URL
어머. ㅋㅋㅋㅋㅋ 무스탕님도 그들을 걸그룹으로 알고계셨단 말입니까! ㅎㅎ

안그래도 어제 몹시도 흥분한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서 부대찌게와 스테이크(부대찌게 집에서는 왜 스테이크를 팔까요?)를 안주삼아 소주 일병 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진 2012-01-0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남자아이돌과 사랑에 빠지셨군요...
저는 인피니트 리더.. 성규? 였나 그 사람이 제일 좋더라구요~
뭐 그래도 요즘에 아이돌이라고는 통 모르니 인피니트도 잘 모르고~ ㅎㅎ

다락방 2012-01-04 15:35   좋아요 0 | URL
사랑에 빠졌...........다기보다는 저 아이가 무척 예뻐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93년생이네요. 제게는 80년대생도 벅찬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2-01-04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1-0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저는 다음주에 '즐겁지 않은 자리'가 2회 준비되어 있어요. -_-; 그래도 다락님 경우처럼 '아주 아주 불편한' 자리는 아니라서 그냥 견뎌야지 하고 있어요. 끝나면 저도 소주 일병 해야겠어요. 헤헤. ^^

다락방 2012-01-05 14:08   좋아요 0 | URL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인들에게 불편한 자리는 하나쯤 가지고 있는것인가 봐요. ㅠㅠ
모두들 각자의 입장에서 참석하고 싶지 않은 자리가 있네요. 하아- 안타까운 현대인들의 삶...

지금의 저는 커피나 한 잔 더 해야겠어요. 폭풍졸음 쏟아져서..orz
 
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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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숙이 손을 뻗어오자 영기가 감쌌다.
"부럽다."
그는 바라보는 나와 인호를 향해 웃었다.
"니들도 여자친구 사귀어."
"생각은 있는데 잘 안 돼."
"손 감촉이 어때?"
"만져봐."
"만져봐도 돼?"
듣고 있던 진숙이가 손을 빼서 우리에게 내밀었다. 우리는 만졌다. 손가락 마디는 가늘고 손등은 부드러웠으며 손바닥은 따뜻했다.
"너는 좋겠다. 맨날 만질 수 있어서."-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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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1-04 09:20   좋아요 0 | URL
네. 당근.

비로그인 2012-01-0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다락방님 ''~
오랜만에 왔는데도 어제 왔던 곳처럼 친숙하네요 ㅎㅎ

다락방 2012-01-04 09: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수다쟁이님. 대체 그동안 어디서 뭐했던거에요! 이메일이라도 보내볼까 하던 참이었어요.

당고 2012-01-0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2-01-04 09:21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읽으면서 눈물도 흘렸지만 초반에 엄청 웃었네요. ㅎㅎㅎㅎㅎ

2012-01-0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1-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맞아요. 다락방님 애인은 좋겠어요. 부러워요. +_+;;

다락방 2012-01-05 14: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자기가 얼마나 축복받은 남자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
 
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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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말하면서 폭력을 미화시키는 작품들도 있지만 한창훈의 『꽃의 나라』는 폭력을 말함으로써 폭력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점이 몹시도 고마웠고 그리고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때리고 맞는것이 일상인 삶을 그려내는데, 그 안에서 내가 보는건 대체 이것을 어떻게 멈추게 한단말인가, 하는거라니!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 소설을 쓸 때, 그 사실에 빚지고 있는 소설들은 소설 자체의 중심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한창훈은 달랐다. 한창훈은 일단 그 역사적 사실에서 멀리 떨어졌던 인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창훈이 태어나기 오래전의 일이 아닐뿐더러 한창훈이 살고있는 곳과는 동떨어진 먼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그 일들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이 도시에 들어와서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하는 그 일들을. 여자들의 옷을 벗기고 노인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도시 이곳저곳을 파괴하는 일들을 그는, 중심을 잡고 묘사한다. 나는 그 일들을 읽어내려가며 지하철안에서 몇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한창훈은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을 그려내면서, 그는 여전히 중심을 잡는다. 한창훈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게 아닐까. 


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다고 말을 하지만, 그러나 소설이 내게 주는것은 비단 재미뿐만은 아니다. 나는 그 안에서 정의를 보고 불의를 본다. 행복을 보고 불행을 본다. 고통과 상처를 보고 치유와 위안을 본다. 그 속에는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내가 이미 알고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것일때가 많다. 그것들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간다.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감정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일들을 나는 소설속에서 보며, 느끼며, 알게된다. 나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으면서, 그 사람들을 만난것도 아니면서 그들중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울거나 웃는다. 바로 그때, 소설속의 그 일들은 '나의 일'이 된다. '나의 경험'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내가 가진 단편적인 지식들에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이제는 더할 수 있게 됐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는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총기난사가 벌어지기 전에 구스 반 산트가 보여주는 건, 그 학교 학생들의 일상이다.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그는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아니, 그들의 삶은 저마다에게는 특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무차별 죽음을 당한다. 그런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창훈의 이 소설도 처음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때리고 맞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시절, 그것은 정말로 '리얼'한 일상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한창훈은 초반기에 그러면서도 그들이 웃고 사는 삶을 드러내준다. 나는 이 책을 펼치고 나서 몇번이고 피식거렸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난 너에게 시집간대."

"왜?"

"오줌 누고 있는 니 고추를 봤다고 말했거든."

"근데 나도 네 것을 봐야 결혼하는 것 아니야?"

진숙이가 대답했다.

"내 것은 저 속에 있어서 잘 안보여."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인호는 책상을 때리며 웃었다. (P.51)


초등학교 삼학년 아이들의 대화였다. 게다가 이런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게 될까, 하는 것을 평화롭게 상상하고 있기도 했다.


'방이씀'은 교회 옆 전봇대에서 붙어 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종착지는 골목과 공터 너머 오래된 스레이트집이었다. 주인은 늙은 할머니였다. 그녀는 마루에 앉아 마늘장아찌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P.10)


나도 늙은 할머니가 되면 깍두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 혼자 홀짝이고 있게될까? 그때는 그리 많은 안주가 필요하진 않겠지? 나는 혼자 마시게 될까? 아니면 늘 함께 소주를 마셔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그 때 그 시절, 그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주인공인 소년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성욕과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소년이었고, 맞는게 지겹다고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고 오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생물 교사를 좋아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되풀이되는 교사와 선배의 폭행속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p.55)


그들 모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래서 자신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아군' 이라는 사실에 크게 당황한다. 왜 맞아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총을 맞고 쓰러져야 하는지, 왜 옷이 벗겨진채로 뒹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 역시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 속의 생물선생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나도 내 선생님에게 여쭤보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침을 삼켰다.

"그분도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래스카의 개 이야기를 하셨다."

"알래스카 개라뇨?"

"썰매 끄는 개 말이다."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에스키모들이 썰매에 개를 묶을 때,"

생물교사는 잠깐 동안 말을 끊고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이다가 다시 이었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그사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형체만 실루엣처럼 보였다. 이러고 있자니 그는 교실에서 보았던 생물교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그 사람은 참으로 낯설게 보였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

"에스키모들은 어느 때 어떤 공포심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거지."

"그러면 우리가 그 개라는 말인가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좀 되었다."

"‥‥‥"

"사람들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령관 있지?"

"예, 들었어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짓이라는 거야."

"‥‥‥"

"그 사령관은 그게 필요한 거야.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pp.203-204)


나는 창피하게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와 혼란의 장소에 있지 않아서, 그것들을 내가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내가 군인들의 발에 짓밟히고 내 가족들이 총에 맞아 쓰러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바로 거기에 내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웠다. 나는 우리나라 언어로 쓰여진,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어렵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껴야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스포일러, 이렇게 끝난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p.272)


흐느껴 울지 못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보다 더 가슴 아픈건 채 반페이지도 되지 않는 '작가의 말'이다. 그가 하는말이 너무나 절절해서, 나는 내가 여태 읽어온 '작가의 말'중 가장 슬픈 작가의 말로 이 책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작가'가 해야 할 일과 '소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충실하게 해냈다는 것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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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2-01-0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감해요!
전 이 책을 너무 떨며(!) 읽었는데...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정의와 불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상처' '치유와 위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말이죠.
말죽거리 잔혹사니, 예전에 나온 그곳의 이야기와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말아 무척 안타까웠답니다.
학교 폭력? 울겨먹기? 또 광주? 그건 아닌데...비유가 웃기지만 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건지 안타까워요(-.-)

다락방 2012-01-04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소설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리뷰에도 밝혔듯이 한창훈이 꽤 중심을 잘 잡고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교 폭력', '또 광주' 인건,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이 소설은 읽어두는것이 좋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초반에 소년이 성장할 가능성과 일상을 배치해두고 뒷부분에 광주사태를 넣어둠으로써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식으로 작용했는가도 잘 보여주었고요. 전 좋았습니다, 리더수님. :)

moonnight 2012-01-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거 자제하려고 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이에요. (라며 떠넘기기;;;)
한창훈 작가는 다락님 덕분에 알게 되었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 2012-01-05 14:1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이 책 읽으시다가 후반부에 폭풍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 물론 초반부에는 엄청 웃으실거구요.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손에 쥐면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입니다. 물론 내용까지 팔랑거리는 건 결코 아니구요.
헤헷 :)

버벌 2012-01-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 생활비가 없어요. 책.... 사고싶다.

다락방 2012-01-09 18:26   좋아요 0 | URL
카드가 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