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약해지고 가장 추해질때는 관심받고 싶다는 욕망이 극에 달했을 때인것 같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은 한 사람을 '그런면이 있는지 모를정도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사랑하는 순간은 반짝반짝 빛날지 몰라도 사랑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더 많은 관심을 욕망할 때에는 바닥으로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한다. 일전에 봤던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에서 여자가 영아의 시체로 만든 만두소를 넣은 만두를 먹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름다워지고 싶었기 때문이고 아름다워지고 싶었던건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면 더 아름다워지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 욕망이 없었다면 그런 만두를 찾아 먹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자꾸만 자꾸만 저 안에 깊숙하게 밀어두었던 추한면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건,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나는 특별히.


『이혼지침서』의 「처첩성군」에도 그런 여자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녀들이 원래부터 '그런 성격'을 가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들이 누군가의 '단 하나의 여인'이었다면 그런 성격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한 남자의 첫번째 부인, 두번째 첩, 세번째 첩, 네번째 첩이었다. 네명중의 한명이되, 그들중에 가장 특별하기 위해서 그들은 남달라야 했다. 더 예쁘거나 더 표독스럽거나. 자신이거나 자신의 아이이거나 누군가는 특별한 사랑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그걸 원했다. 아, 그러나 너무나 짜증난다. 그들이 사랑을 갈구한 대상은 사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제삼자 혹은 독자인 나의 생각일뿐, 그들에게 그는 단 하나뿐인 남편이 아니던가. 남자에게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았다면 여자들을 그렇게 많이 첩으로 두지 않았을텐데. 여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 누구보다 현명한 여자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책을 읽다가 나는 중국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신경질적이냐고 친구에게 물었었는데(소설 한 권 읽고 생각한거임), 친구는 그런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며. 「처첩성군」에는 한 집에 있어야 할 여자의 수가 너무 많아 그들의 나쁜면들이 표출되었다면, 「이혼지침서」에서는 (아마도)사람이 너무 많아 다들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고 해야할까. 왜 한 남자가 이혼하는게 이토록 힘든걸까. 세상에. 그가 집 밖으로 나가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신경질적이다(물론 집 안에서도 그렇지만). 대체 이런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 생활하나 싶을정도로. 목욕탕 주인도 짜증을 내고 전차의 차장도 짜증을 내고 매표소의 여직원도 짜증을 낸다. 


그런데 그가 돈을 쥔 손을 창구 안으로 집어넣자, 여자 매표원이 힘껏 그 손을 밀어냈다.

"어디다 손을 쑥 집어넣는 거야?"

양보가 말했다.

"표를 사려고요. 베이징행 침대차요."

매표원이 무슨 물건으로 책상을 탁탁 쳤다.

"누가 표가 있대요? 침대차는 다 팔렸어요." (이혼 지침서, p.156)


대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왜 다들 그렇게 짜증을 내는걸까. 세번째 단편인 「등불 세 개」에서는 짜증내는 아버지가 나온다.


달구지 위의 사람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그제야 소녀가 든 물고기를 똑똑히 보았다. 러우샹의 아들이 소리를 질렀다. 

"흑어(가물치를 말함-옮긴이)다! 우와, 굉장히 크네!"

러우샹이 몸을 돌려 아들의 뺨을 때렸다.

"흑어든 백어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러우샹이 성을 내며 말했다. (등불 세 개, p.226)


아...신경질나......읽다가 내가 다 신경질이 난다. 왜이렇게 신경질적인 사람들이 가득가득할까. 이 작가가 소설을 위해 과장한걸까 아니면 정말로 이런 사람들이 태반인걸까. 그들 모두는 정말 사는게 너무 힘겨워서 짜증이 몸에 밴걸까. 게다가 제멋대로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이혼하자는 남편에게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잔인한 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애기 낳기 전에 내가 매일 발 씻을 물 떠다준 거 기억 안 나? 임신 8개월 땐 몸도 불편한데 입으로 즐겁게 해줬잖아. 말해봐, 내가 뭘 못 해줬지? 말해보라니까!" (이혼지침서, pp.133-134)


아내가 남편의 이혼하자는 말을 예측하지 못했고, 분하고 억울하고 당황스런 마음이란건 알겠지만, 남자와 여자가 헤어질 때 '내가 너한테 과거에 이렇게 잘해줬잖아' 하는게 그를 붙들어둘 이유가 될 수는 없을것이다. 그건 상대방의 '양심'에 호소하는 일이니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와 헤어질 결심을 한 사람의 양심에 호소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의 양심이 다시 나를 선택하게 했다고한들, 그 삶은 행복할까? 그 삶은 체념과 단념으로 유지되는게 아닐까. 그런식으로 유지되는 둘의 생활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게다가 아내는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오빠들에게 폭력을 부탁하기도 한다. 폭력으로 돌린 그의 마음이 다시 온전한 마음으로 나를 볼까?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세상 모두가 그를 나쁜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두가 그의 이혼을 막는다. 당연히 그의 이혼을 지지하는 그의 내연녀 조차도 그를 하찮은 남자로 만들어버린다. 이럴땐 어쩌나, 체념하고 여전히 그녀의 남편으로 사는것이 세상 모두가 바라는 일이고, 가장 편한 길인데,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걸까. 도망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기꺼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 버릴것만 같다. 멀리 멀리.





토요일에 이 영화를 보는 극장안에서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여자였다면 멀리 멀리 도망갔을거라고. 여기와는 다른 먼 곳으로. 그것만이 마치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꿋꿋하게 그곳에 남아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려고 노력하지는 않을거라고, 그 힘든 상황을 선택하지는 않을거라고. 차라리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이해받기 위해 설득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은채로 그저 내 삶을 사는쪽을 택하겠다고. 물론 그러기엔 정착할 돈이 없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나는 도망치고 싶어졌을것이다. 그녀가 견딜수 없는 남편을 피해 선택한 이곳은 그렇다고 더 나은곳도 아니었다. 명예살인이 아직 살아있는 이곳에서 그녀는 왜 자신의 가족을 설득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걸까. 그러나 또 어찌 예측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거라고 말했던 가족들이 자신을 내칠수 있었음을. 


이 영화에는 내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들이 담겨져있다. 여기가 아닌 다른곳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 그러나 이 영화는 포스터 제목에 써있듯이 '통렬히 가슴을 뒤흔들'지는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화였는데,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결론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란건 충분히 알겠고 이해가 되는데, 그 상황에 맞닥뜨린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왜 그녀는 뛰지 않았을까, 왜 그녀는 지나가는 차들을 멈춰 세우지 않았을까. 왜 그저 그렇게 있었을까. 아무리봐도 그 상황에서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어제 자정을 넘긴 시각, 노크를 하고 남동생이 내 방에 들어왔다. 왜 안자냐고 묻길래 나는 책을 읽는 중이라고 말했고,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스티븐 킹이야?' 라고 물었다. '아니 요네스뵈' 라고 나는 대답하고 어떡하지 잘까, 했다. 남동생은 그만 보고 자, 꿈꾸잖아. 라고 했고 나는 알겠다며 잘자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그러나 책 읽기를 멈추기까지는 또 삼십 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이 책은 무섭다. 나는 이제 앞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을거라는 걸 인식한 사람의 공포감이 그대로 전해지고, 숲과 어둠에 대한 공포감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그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도 자꾸만 책장을 넘기고 있다. 나의 공포심은 136페이지에서 최고를 찍었다. 하아-


빨리 다 읽고 싶을만큼 흥미진진한데 다시 책을 펼치면 그 공포감이 또 전해질까봐 두렵다. 어휴.. 역시 이런 책은 밤에 읽으면 안되는거였어. orz




지난주에 갑자기 윌슨 필립스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내가 엄청나게 재미있게 봤던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삽입되었던 곡.




바람이 몹시 불었는데 이 노래를 찾아 듣고 있자니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오래전에는 이 노래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즐겨듣지도 않았는데, 오래된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노래에 대한 어떤 추억도 가지고 있질 않은데, 어쩜 이렇게 반갑고 좋을까. 


월요일 아침이다. 어젯밤에 느꼈던 무서움은 이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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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2-04-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최초(?)로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이 두권이나 나왔네요 ㅋㅋㅋ 전 스노우맨 읽다가 덮었어요. 이불을ㅋㅋㅋㅋ 왜케 춥던지;; 실제로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더라구용 ㅠㅠ

다락방 2012-04-09 15:35   좋아요 0 | URL
아..저 정말 사무실을 뛰쳐나가서 스노우맨 마저 읽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어떻게 될지 완전 궁금 초궁금. 어쩌면 그렇게 공포감을 막 전해주는지 악몽 꿀까봐 잠들기전에 무섭더라구요. 전 오히려 이불을 차버릴 정도로 뜨거움이 느껴졌어요. 음..그건 야한 부분 읽어서 그랬나? ( '')

쑤퉁은 일전에 뽀 페이퍼 때문에 눈여겨 보다가 읽게된건데, 책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려고 해요. 후훗 :)

프레이야 2012-04-0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므라즈 공연 선예매 놓쳤어요. ㅠㅠ
인터파크에서 더듬대다 순식간에 홀라당 .. ㅋ
내일 일반예매로 다시 해봐야지요.^^
'그녀가 떠날 때'는 아플까봐 망설이고 있는데 역시 봐줘야겠어요.^^
'미치고 싶을 때'에서 그녀는 정말 특별하게 보였거든요.

다락방 2012-04-09 16:27   좋아요 0 | URL
선예매를 놓치셨군요! 그렇지만 일반예매로라도 그의 공연을 보실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금요일의 부산공연이라니, 너무해요. 엉엉 ㅠㅠ 또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흑흑. 이런 저를 달래기 위해서 언젠가 미국으로 직접 공연을 보러 가리라, 라는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꿈을 꿔 봅니다. 흑흑.

『그녀가 떠날 때』는 첫장면부터 아파요. 영화 내내, 끝까지 아프죠. 좀 억지스럽게 표현했다 싶은 장면들도 있었지만, 프레이야님은 어떻게 보실지, 보신후의 감상을 듣고 싶어요.

토니 2012-04-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보내주신 책 덕분에 또 과수석했어요. 근데 몸은 완전 엉망이네요. 수선하려고 부랴부랴 요가와 킥복싱을 배우고 있는데 기력이..흑.. 할머니들보다 못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봄학기 끝나고 집에 가서 엄마 밥 먹어야 기운을 차릴 것 같아요. 여기서 맨날 빵에 버터에 커피에. 노란색 버터만 봐도 몸이 부르르 떨려요.. 아참, 어떤 와인 좋아하세요? 화이트 아님 레드.. 이곳 와인이 선물로 좋다며 추천하시더라고요. 답주세요.. 6월 10일까지.. 전 그럼 이만.. 통계의 놀랍고도 복잡한 세계로..

다락방 2012-04-09 16:28   좋아요 0 | URL
제가 보내드린 책이 어떻게 토니님의 과수석에 도움을 드리겠습니까. 과수석은 토니님 본인의 노력이며 성과이지요. ㅎㅎ 맛있는것도 많이 드세요. 무작정 운동만한다고 체력에 도움이 되는건 아니잖습니까. 먹을것도 잘 먹고 운동도 해야 건강해지지요. 부디 건강 회복하시길 바랄게요.
아, 그리고 저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좋아합니다. 전 술이 스윗한건 질색팔색이에요. ㅎㅎ

비로그인 2012-04-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오늘 지하철에서 책 읽다가 다락방님이 생각났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남자인물이 꼭 다락방님이 좋아하실만한 인물이거든요. 말하는 것도 재치있고요. 아주 귀여워요! 아, 이건 제가 좀 이따 페이퍼를 통해 더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후훗~ :)

위 글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관심 받고 싶은 욕망이 극에 달했을 때 사람이 가장 추해진다면,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이 억눌렸을 때 사람은 가장 슬퍼지는 것 같아요. 신경숙의 <아름다운 그늘>에 그런 일화가 나와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사람이 유일한 친구의 집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아서 양치질을 30분씩 하고 있었다는... (이것도 나중에 자세히 말해드릴게요)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다락방님 글을 읽는데 참 마음이 따뜻해져요. 날씨도 정말정말정말~ 좋고! 제가 요즘 프로이트에 관한 수업을 듣는데 꼭 그 수업을 듣고 나면 마음의 응어리가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참 좋아요.
어디 가까운 곳에라도 봄놀이 가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2-04-09 16:31   좋아요 0 | URL
뭔데요, 뭔데요? 무슨 책 읽은건데요, 수다쟁이님!! 어떤 남자인건데요. 아 궁금해요 궁금해요. 페이퍼 언제 써줄거에요? 네?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그러니 꼭 써줘야 해요!

양치질 댓글을 읽으니 영화 [비스티 보이즈]가 생각나네요. 윤계상이 자신의 여자친구 집에 가서 양치를 하려는데, 혼자 사는 여자친구의 집에 꽂혀있는 (아마도 이 여자를 혹은 여자친구의 집을 거쳐간 남자들의 것으로 추측되는)칫솔의 개수가 너무 많은거에요. 그걸 보고 굉장히 아파하죠.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여자친구에게 "너의 욕실엔 왜그렇게 칫솔이 많아!"하고 싸우기도 해요. 여자친구의 관심이 나에게만 집중됐던건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 윤계상은 아팠던걸거에요.

날씨가 좋은데 저는 오늘도 춥다는 울엄마의 말씀에 옷을 껴입고 왔고... 집에 갈때 더울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아..오늘 정말 바보같은 옷차림으로 나왔어요. 저도 봄놀이 갈거에요. 여수 밤바다로! ㅎㅎ

moonnight 2012-04-0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국소설 읽을 때 같은 느낌 받아요.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신경질적일까. 그리고 굉장히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_-;

스노우맨 굉장히 재미있다고 입소문 많이 났던데 역시나 사놓고 아직 못 읽;;;;;
그나저나, 저 영화 뭡니까! +_+; 첨 들어보는 영화인데, 마구 동하네요. 여기서는 개봉을 할런지. 한숨 ㅠ_ㅠ

다락방 2012-04-09 16:33   좋아요 0 | URL
저는 중국소설을 읽은게 몇 권 되질 않아서 다른 책에서도 그랬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문나잇님. 그래서 다른 책을 한 두권쯤 더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찌나 다들 불만에 가득차있고 신경질적인지, 거기에서 살고 싶어지질 않았어요. 거기에서 살면 저도 그렇게 되어버릴것 같더라구요. 그런 사람들 틈에서 저 혼자 방실방실 웃으며 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어휴. 네, 아버지가 아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저렇듯 때리는데..아, 너무 화딱지가 나서. 작가들은 아마도 이런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쓴거겠죠?

문나잇님, 스노우맨 재밌어요. 멈추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어요. 얼른 결말을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ㅎㅎ

영화는 문나잇님 보시면 아마 펑펑 우실지도 모르는데요. ㅠㅠ 거의 초반에 아들이 아버지한테 맞고 벌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 그 장면 때문에 뛰쳐나갈 뻔 했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서요. ㅠㅠ

icaru 2012-04-0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대 시절에 삼중당 문고 라고 손바닥 만한 문고본 책으로 펄 벅의 대지를 읽었을 때 말이죠 ㅎ (제가 나이가 꽤 많은 사람같은 느낌 잠깐 들었네요) 돈 좀 생겼다고 세컨드를 들이기 시작하는 왕룽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고, 다 커서 읽을 책들 그러니까 위화의 책들에서도 부자가 한 여자를 두고, 쟁투를 벌이고 하는 게 참... 그렇게 참 해학을 보여주려는 거라던데, 씁쓸했어요. 그게 대륙성이라는 걸까, 척박한 환경이라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나저나 윌슨 필립스의 hold on이 괜히 반갑고 그래서 (저도 저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무슨 추억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닌데요.) 몇자 적다가 중국 소설 이야기도 하고 가요.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많이 들었는데, 햐~ 아직도 배철수의 음악 캠프는 건재하고 있더라고요!!

다락방 2012-04-10 09:44   좋아요 0 | URL
왜 그시대의 그곳의 사람들은 (물론 여기도 그렇지만) 돈 주고 여자를 살 수 있는걸 당연하게 혹은 능력으로까지 여기게 됐을까요? 돈 있는 남자가 첩을 들이고 또 들이고 하는것이 신경질나더라구요. 물론 책 속의 이야기지만 말이죠.

윌슨 필립스의 노래를 듣는데 말이죠, 아, 이것이 노래야, 싶더라구요. 너무 반가워서 가사를 외워서 따라부르고 싶어졌어요. 하핫. 이 노래 따라부르면 정말 신나겠다 싶으면서요. 그래서 부랴부랴 시디를 장바구니에 넣었지 뭡니까. 오, 충동구매여! ㅎㅎ

가연 2012-04-0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슬프네요, 확실히 옳은 말입니다. 사랑하고 있을때는 반짝거리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더 관심을 요구하게 되면 힘들어지는 건...ㅋㅋㅋ 확실히 과거에 내가 이렇게 잘해줬잖아, 라고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ㅠ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을 때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잘해줬으니깐 내곁에 있어줘, 라는 말은 분명 소용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해서 상대방을 옆에 있게 할 수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참 애매한 문제입니다. 뭐, 명예살인같은 이런 거라면 당연히 안되지만..ㅋㅋㅋ

다락방 2012-04-10 09:47   좋아요 0 | URL
집착이 생기는 지점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바로 그 때인것 같아요. 의심이 자라나고 확신하지 못할때요. 아, 이사람이 나를 이전만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 이걸 어떻게 되돌리지, 라는 생각이 들라치면 나는 자꾸만 '아니야 예전과 같아'라는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에 집착을 하게되고 상대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게 되고 그래서 상대를 귀찮게 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곤 하잖아요. 으윽, 이게 그 상황에서 좀 벗어나 있을때는 끔찍하다고 여겨지는데 그 상황에 빠져있으면 그저 슬프고 우울해서 냉정한 판단도 못내리고..하아- 전 사랑에 빠지고 설레이고 연애하고 하는 과정들을 몹시 좋아하긴 하지만, 어느 한쪽이 좀 지나치거나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하는게 느껴지는 그 시점부터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려요. 으윽.

네, 가연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저도 그래요. 과거에 이렇게 잘해줬잖아, 는 소용없는 말이란걸 알지만, 그걸 자꾸 주입시키고 돌이켜서라도 내 옆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네, 저도 그렇죠. 저도 그래요. 사람은 곧 잃을것 같은 사랑앞에서 어쩔수 없이 찌질해지나봐요. 후-

카스피 2012-04-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은 과거의 유물이 아나라 중국에선 현재도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돈 많은 경영자나 고위 당 간부들은 여대생 첩 하나 없으면 팔불출 소릴 듣는다고 하지요.뭐 여대생들도 돈 많은 애인 있는것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다락방 2012-04-12 10:45   좋아요 0 | URL
끙. 세상엔 다른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돈 많은 애인을 두는것도, 돈으로 애인을 사는것도 자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지만, 그것이 결국은 자신들의 결핍을 더 증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진 않을까 싶네요. 뭐, 그렇군요.

마노아 2012-04-1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영화 봤어요. 다락방님 생각이 났는데,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근데 저 시간을 착각해서 늦게 도착했어요. 주인공이 친정 집에 도착한 장면부터 봤거든요. 제가 앞에 놓친 부분이 뭔가요? 아마도 남편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나왔을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요.

다락방 2012-04-12 10:48   좋아요 0 | URL
여자가 낙태수술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런 여자를 아들과 같이 밥먹던 여자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그들은 병원에 갔다고 하질 않고 친구네 집에 갔다왔다고 남편식구들에게 거짓말을 했었구요. 식사자리에서 어린 아들이 우린 그집에 가지 않았어요, 라고 말을 하고 그 말을 막기 위해 아내가 아이의 입에 음식을 넣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엄마를 한참 기다렸어요, 라고 말을 하니까, 남편이 아이의 뒷통수를 때리면서 밥을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어린 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남편이 그 아이를 쫓아가고, 아내는 제발 아이를 그냥 놔두라고 하지만 남편은 그 아이를 번쩍 들어다가 창고에다 가둬요. 밖에서 문을 잠그고요. 아, 그 장면을 보는데 도로 나가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은 반응없는 아내와 성관계를 갖고요.

마노아 2012-04-13 03:03   좋아요 0 | URL
제가 짐작했던 것보다 남편과 더 안 좋았군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마이는 남편을 떠났어야 했네요. ㅠ.ㅠ 설명 고마워요. 궁금했던 것이 풀렸어요.

김택규 2012-04-1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흠. 중국소설을 두 권 더 읽어보시겠다면.... 팡팡, <행위예술>, 리루이, <사람의 세상에서 죽다>를 추천합니다.

다락방 2012-04-15 01:55   좋아요 0 | URL
오, 역자님께서 댓글 달아주셨네요.
:)

말씀하신 책들 검색해봤는데요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험도감 - 캠핑과 야외생활의 모든 것 체험 도감 시리즈 2
사토우치 아이 지음, 김창원 옮김, 마츠오카 다츠히데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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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유용하겠지만(정말!) 나의 관심분야에서는 완전히 완전히 벗어나서 읽다가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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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2-04-0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을 맞아 뒷산으로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다락방 2012-04-09 08:43   좋아요 0 | URL
봄이든 여름이든 저는 뒷산보다는 호텔에 가고 싶어요. ( '')

웽스북스 2012-04-0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보셨어요? ㅋㅋ

다락방 2012-04-09 09:52   좋아요 0 | URL
앞집에 사는 초등3 아이의 생일선물로 구입한거였거든요. 좋아하겠지 싶어서 산 후에 제가 읽어보고 주려던 거였는데 『엄마 사용법』은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도저히 읽을수가 없었어요. ㅎㅎ
아이는 좋아해야 할텐데요..( '')

2012-04-09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9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9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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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거나 조금 부족하다고해서 가치없는게 아니라는걸 아이들이 깨닫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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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4-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목은 쫌 무서운데요? 엄마 사용법이라니....

다락방 2012-04-09 09:53   좋아요 0 | URL
앞집에 사는 아이에게 선물로 준 책인데, 안그래도 그 아이의 엄마가 이 책을 전해준 저의 엄마께, 이걸 보고 아이가 나를 사용하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대요. 하하하핫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애쉬톤 커쳐' 주연의 『나비 효과』에서 남자는 지금 일어난 나쁜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로 돌아가서 그는 이 나쁜일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바꾸고자 한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도 그런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그 원인을 바꿔도 반드시 다른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래서 그는 다시 조금 더 과거로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그간 애쉬톤 커쳐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이미지를 보여줘서도 인상깊지만, 영화의 내용 자체도 꽤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지인에게 말을 했더니 자신이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그가 불행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던게 단 한순간도 자기 자신을 위한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란다. 맞다, 그랬다. 그는 휠체어를 타게 될지언정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자꾸만 과거로 돌아갔다. 


이 책,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은 내내 그 영화, 『나비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책 속에서 여자는 같은 날을 일곱 번 반복해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처음에 일어났던 나쁜 일을 막기 위해 그 원인이라 생각했던 일을 고쳐나가려고 하는데, 다음날은 다른 나쁜일이 생기고 또다른 걸 바꾸면 다른 일이 벌어진다. 반복되는 마지막 날들을 보내면서 그녀는 감추어져 있던 가장 친한친구의 비밀을 알게되고, 좋아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그녀는 이제 자신과 또 죽음을 앞에 둔 다른 친구의 인생 자체를 구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단 하루만 반복되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쌓여 이루어진 지금이 어떻게 단 하루만에 뒤집힐 수 있겠는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겠다. 이 책의 결말은 중간 이상까지 이 책을 재미없게 읽었으면서도 꽤 여운을 준다. 잘했다고 해야할지 잘못했다고 해야할지 모를 그 결말.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잘못했다고도 할 수도 없어서 나는 자꾸만 자꾸만 곱씹어본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잘한것도 잘못한것도 아닌것 같지만, 나였어도 별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고 책 속의 여주인공 샘 보다 더 나은 결말을 낼 수 있었을까. 아니, 나는 그보다 못한 결말을 진행시켰을것 같다.


매일매일 가야하는 학교와 직장이, 그 안에서의 생활이 지독하게 괴롭다면 죽음 말고는 다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그게 유일한 방법일까? 그 괴로운 시간이 과연 언젠가는 끝이 날까? 인기를 끌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피해자도 고통스럽지만 가해자도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을, 그들은,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야만 깨달을 수 있게 될까?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주인공들만 하이틴인게 아니라 작가도 하이틴인듯 느껴진다. 유머(혹은 발랄함)와 로맨스는 과장되어있다-처음엔 몇장 읽다가 그만둘까 싶어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 바꿔 말하자면,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한 아이의 삶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그 계기가 어떤 사소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나이또래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 가장 현실감있고 가장 설득력있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이 이야기는 말하여질 필요가 있었고 쓰여질 필요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의미가 있다. 


죽음만이 끝낼 수 있는 고통이라면, 그것은 그 일에 연관된 모두에게 지독하게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것을 큰 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도 그리고 그것을 사소하고 우습게 받아들인 사람에게도. 그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안다. 그게 문제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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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0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이상한? 병이 있는데, 아무도 댓글을 쓰지 않은 글에 첫 댓글을 남기고 싶은 충동...
그리고 아무도 추천을 누르지 않은 글에 첫 추천을 누르고 싶은 충동...ㅋㅋ

마지막 문단 세 줄에 꽂힙니다. 잘 읽었어요.

다락방 2012-04-09 08:34   좋아요 0 | URL
페크님의 이상한(?!) 병 덕에 이 리뷰에 무플이 방지되었군요. 하핫.
월요일이에요 히잉 ㅠㅠ
 
버스커버스커 - 정규 1집
버스커버스커(Busker Busker)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그해 봄, 나는 친구를 만나러 낯선 도시로 갔다. 낯선 도시에는 나의 친구만 있는게 아니었다. 바다도 있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바다를 앞에 두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는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홀로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는 바다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바다에 가고 싶다고나 하는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친구를 기다리는 20분 가량, 바다 앞에 홀로 서 있는 내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가 무척 좋았다.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웃게 됐다. 아, 좋은데? 나는 잠시 서 있다가 잠시 걷다가 그렇게 바다 옆에 있었다. 그리고는 참지 못해 바다의 사진을 찍었고, 또다른 낯선 도시에 있는 이에게 바다의 사진을 첨부한 메세지를 보냈다. '바다' . 사진 밑에 첨부한 메세지는 그게 전부였던가, 더 있었던가. 


친구가 도착했고 우리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릿속 한 구석엔 내가 보낸 바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을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다. 나에게 바다 사진을 받았던 사람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바다의 사진을 첨부한 메세지였고, 메세지의 내용은 간략했다. '나도 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같은 바다를 보았고 그 바다에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어디있는지를 알렸다. 그리고, 며칠전의 어느 늦은 밤,


「여수 밤바다」를  들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中)


이 노래를 듣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바다 메세지 생각이 났다. 아 그래, 나는 그에게 바다 사진을 찍어 보냈지. 그도 내게 바다 사진을 찍어 보냈어. 나는 「여수 밤바다」를 듣는 동안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 시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깊은 밤, 나도 모르게 굳게 결심했다.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갈테야. 그래, 여수 밤바다에 가야지, 여수 밤바다에 갈거야. 바다에 가고 싶었고, 바다를 보고 싶었고, 다시 한번 바다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싶었다. 너를 생각해, 라는 메세지를 띄워 보내지 않아도 좋으니 바다로 가고 싶었다. 내가 바다에 간다면, 이제는 여수 밤바다로 가보자. 그때의 그 바다가 아니라 여수 밤바다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한 곡이 나를 이렇게 상념에 젖게 만들었다. 음악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흥얼거리게 만드는 것, 함께하게 만드는 것, 울게 만드는 것, 고단을 치유하게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의 음악이 역할이라면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도 음악의 역할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은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든것이 아닌가.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첫사랑), 라고 노래하는 그들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전혀 서툴지 않다. 첫사랑의 설레임과 서투름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그들을 어떻게 서투르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목소리는 앨범 전체를 한꺼번에 다 들을 수 있을만큼 내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개성이 넘치고, 내가 좋아할 만한 색깔은 아니지만 색깔이 분명하다. 이 앨범의 전까지는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고 또 나는 그들이 출연했다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지만, 이렇듯 숨어있는 가수를 찾아내는 것을 오디션 프로그램이 해내는 것이라면, 그 프로그램은 오, 괜찮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가수를 '만들어' 파는 이 때에 '숨어있던 가수를 찾아내'다니, 이 얼마나 기쁜일인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벚꽃 엔딩 中)



참 이상하다. 목소리도 가사도 세련되기 보다는 촌스러운 쪽에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런 목소리와 가사가 어우러진 노래가 듣기에 좋다. 이것이야말로 노래가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나는 그들의 앨범중에서는 특히나 「여수 밤바다」와 「첫사랑」이 좋다.  혼자 바닷가에 가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들의 노래나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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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4-0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첫곡 '봄바람'이 너무 좋아요. 지금 핸드폰 벨소리도 이곡이에요.^^

올해 봄은 이 곡이 있으니깐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어요.

다락방 2012-04-04 11:42   좋아요 0 | URL
난 첫곡 봄바람은 그냥 바로 패쓰해버리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이들의 노래를 들었더니 오늘 아주 남자 생각이 쓰나미로 밀려오네요. 이 남자 저 남자...미치겠어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4-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밤바다에 가보고 싶더라구요. >.<
버스커버스커는 슈스케에 나왔을때도 심사위원들에게 보컬이 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네요. ^^; 기교를 부리지 않는 솔직담백한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곡들 많이 듣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2-04-04 11:41   좋아요 0 | URL
전 이 봄이 가기전에 여수 밤바다에 기필코!! 가고야 말겠습니다. 불끈!
여수 밤바다에 가면 사진 찍어 문나잇님께 보내드릴게요. 히히. 그때까지 즐겁게 지내고 있으셔야 해요, 문나잇님!

turnleft 2012-04-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별로였어요. 서툴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음악적 맥락이 저하고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저로서는 80년대 감성의 복고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4-04 11:40   좋아요 0 | URL
우앗, 정말요? 저는 저보다는 턴님이 이들의 앨범을 더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니었군요. 저는 이들의 음악이 좋기는 한데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는 못하겠어요. 목소리가 음, 뭐랄까, 앨범 전체를 듣기엔 좀 질려요. 너무 개성이 강한 목소리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비로그인 2012-04-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 가보고 싶어요.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에서 주인공이 바다 내음에 몸서리치는 대목에서 아, 나도 몸서리든 진저리든 일단 가서 느껴보고 싶다 했답니다. 여수에는 박람회도 하고 있고, 봄 맞아 꽃도 만발할 것이고, 정말 훌쩍 떠나고 싶어요. 버스커버스커는 잠깐 들으면 좋은데 계속 듣고 싶지는 않아요. 복고풍이더라도 왜 그런 목소리 있잖아요. 조금 더 진하고 청승떠는 블루지한 목소리. 저는 그런 게 좋아요 ^^

다락방 2012-04-04 17:37   좋아요 0 | URL
우앗,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은 ... 뭐죠? 저는 박람회 하지 않을 때 가고 싶어요. 한적하게. 꽃은 만발하겠네요. 아.. 좋다. 꼭 가보겠습니다! 밤바다는 아니더라도 낮바다라도 보고 오겠어요. 불끈. 저녁엔 술에 취하겠어요. 계속 불끈! ㅎㅎ

수다쟁이님도 그랬군요! 버스커버스커 말예요. 저도 계속 듣지를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목소리 궁합이 나랑 안맞는가보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하핫.

2012-04-0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6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2-04-0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봄바람 살랑 불어오니 자꾸 남자 생각이 나지 말입니다. 안그래도 버스커 음반 주문할려고 알라딘 들어왔는데 다락방님은 이미 사셨군요. 히. (빨랑 사서 나도 남자 생각에 홀딱 빠져볼랍니다욧. ( ")

다락방님은 쟤네들 나오는 오디션 못 보셨군요. 저도 쟤네들 덕분에 처음으로 오디션프로 보는 재미가 생겼었거든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숨어 있는 가수' 란 표현에 왕공감.

다락방 2012-04-06 09:03   좋아요 0 | URL
봄바람 살랑 불어오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응?) ㅎㅎ 뭐, 사실 저로 말하자면,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늘 남자 생각을 하는 여자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후훗.

달사르님도 여수밤바다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는 오디션도 못봤을뿐더러 이들의 앨범이 나온것도 몰랐는데 직장 동료가 엄청 좋다고 들어보라고 하더라구요. 신선했어요!

2012-04-04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2-04-05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 밤바다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여수를 거쳐 거문도로 가야했지만 결국 개도에 걸려 넘어진 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섬에서 홀로 보낸 그 어느 봄날의 기억. 다락방님, 왜 모든 봄은 사라지고 마는 걸까요?

다락방 2012-04-06 09:04   좋아요 0 | URL
팝트래시님, 왜냐하면 모든 여름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모든 가을과 또 모든 겨울이 찾아오니까요. 그러니 모든 봄은 사라질 밖에요.

paviana 2012-04-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노래 듣고 전 이제까지 여수밤바다도 못보고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밤바다 보고 전화해주는 전화해주는 남자도 없었다니...흑흑

그 전주까지는 존 박 노래를 자기 전에 들으면서 잤는데, 지난주부터는 버스커 버스커 노래를 틀어놓고 잠들고 있어요.

다락방 2012-04-06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파비아나님. 저는 여태 왜 한번도 여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바다는 부산에만 있는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전 이번에는 여수 바다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꼭 가보겠습니다! (불끈)

마노아 2012-04-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너무 좋았어요. 저는 제 친구가 여수에서 결혼해서 정장 입고 7시간 기차 탔던 기억이 납니다. 밤 10시에 출발해서 새벽 5시에 도착했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12-04-09 08:35   좋아요 0 | URL
헉. 친구랑 여수에 가자고 말해두었는데 기차로 일곱 시간이나 걸리는..........곳입니까, 정녕? 흐음.. 오고 가는데 시간 다 빼앗기겠군요. 어쩜....흐음................

마노아 2012-04-09 12:15   좋아요 0 | URL
십년도 더 전에 무궁화호 탔을 때 이야기에요. 요새는 반으로 줄었을 거예요.^^ㅎㅎㅎ
그때 예식장이 있던 곳이 바다가 보이는 절벽 사면이었는데, 지금은 장례식장이 되었어요...;;;;;

가연 2012-04-0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노래 좋네요. 여수밤바다 들으면서 글을 읽고 있었어요. 저는 겨울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해산물을 싫어해서ㅋㅋ 바닷가에서 음식은 거의 안먹지만[..] 바다에 앉아서 몇 분이고(차마 몇 시간이라고는 못말하겠...) 쳐다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었답니다.

다락방 2012-04-10 09:49   좋아요 0 | URL
앗 저도 해산물을 싫어해요. 친구랑 제부도에 가서도 바지락칼국수 안먹고 조개구이 안먹고 제부도 빠져나와서 바로 갈비 먹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도 해산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말이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수밤바다 노래 좋죠? 히히히히히. 전 이들의 노래중 [첫사랑]도 좋아요!

프레이야 2012-05-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는 스무살에 간 적이 있어요. 여수 돌산대교에서 찍은 풋풋한 사진도 있어요.ㅎㅎ
여수밤바다는 가본 적이 없네요. 가봐야지 하고 별르고 있어요. 여수 엑스포 기간 동안이 되겠죠.
엑스포보다 밤바다지만요.^^ 당선 축하해요 다락방님, 우연히 보고 뒤늦게 이 글 찾아왔어요.
부산밤바다보다 여수밤바다, 그렇게 부르니까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지죠.^^
부산밤바다는 왠지 범죄의 온상 같은..ㅋ 아무래도 영화 탓인가 봐요.ㅋ

다락방 2012-05-15 11:05   좋아요 0 | URL
저 부산 바다에 몇차례 가본적 있는데 거긴 진짜 외국인들 많더라구요. 서울보다 더 외국인이 많은곳이 부산인것 같아요. 그러게요, 프레이야님. 여수밤바다, 부산밤바다, 이렇게 부르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냥 바다라고 부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히히
저는 여수에 처음 가봤거든요. 바다가 아주 고요하고 조용했어요. 파도가 전혀 치지 않는 그런 바다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