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율 연습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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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야말로 가장 완벽한 악기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인간은 피아노를 닮았구나 싶다. 결함을 모든 건반에 조금씩 떠안겨 조화롭게 만드는 것, 피아노는 고쳐서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그렇지 않은가. 아, 어떤 인간은 고쳐쓸 수 없기도 하지만.
세상은 평균율을 연습에 애를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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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3-3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아노가 가장 완벽한 악기라고 생각하지만 일렉과 드럼은 내 말을 잘 듣지 않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반에 대한 이야기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5-03-31 09:01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그나마 조금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피아노 뿐이기는 합니다. ㅋㅋㅋ 어릴 때는 악기 다루는데 천재인줄 알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나는 악기 다루는 데 딱히 소질은 없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클수록 겸손해집니다.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좋아지는 책이었어요.

관찰자 2025-03-3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저런 악기는 처음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피아노, 하프, 바이올린, 플루트, 피콜로 막 이런 악기말이에요. 대체 처음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요?

다락방 2025-03-31 16:2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말? 악기들, 대체 누가 어떻게 처음 만들었는지 참.. 세상은 대단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피아노는 특히 더 그런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악기를, 완벽한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를 만들었을까요? 대단해요!!

잠자냥 2025-03-3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들었는데...!

다락방 2025-03-31 16:25   좋아요 0 | URL
아하! 곡 이름에 평균율 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하는군요!! 처음 알았어요!!
 

처음 평균율에 대한 강의를 들었을 때 수민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평균율은 순정률을 보완하기 위한 계책이다. 순정률은 각각의 화음이 절대적인, 변치 않는 비율을 갖는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만든 방식이다. 이 순정률을 대입해 징검다리식으로 음을 조율하다보면 열한 개의 소리는 완벽할지 몰라도 마지막 음은 귀에 듣기 거북할 만큼 본래 소리에서 크게 어긋나게 된다. 이 결함을 모든 건반에 조금씩 떠안겨 일반인의 귀에는 어긋남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절충하는 방식이 바로 평균율이다. 열두 개의 건반이 결함을 조금씩 나눠 가졌기 때문에 각각의 화음은 순정률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모든 음이 무난히 좋게 들린다.
수민은 원장의 설명이 이솝의 교훈적인 우화 같다고 생각했다. ‘고통의 분담‘이니 ‘다수의 행복‘이니 하는 문구가떠오르기도 했다. 음악은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수민에게는 왠지 김빠지는 사실이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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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역사의 정치 딕테 시리즈 3
조앤 스콧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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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읽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이 책 읽기는 어렵고 더뎠다.
뒤로 갈수록 더 좋았는데 특히 차이와 평등에 대한 부분은 여러차례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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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3-31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다락방 2025-03-31 09:02   좋아요 2 | URL
와 진짜 고생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3-3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더 좋다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도 힘내고 있습니다. 차이와 평등에 대한 부분 나올때까지 고고!
완독 축하드립니다! 빵빠레~~~ 🎉👏🥳

다락방 2025-03-31 09:03   좋아요 2 | URL
차이와 평등에 대한 부분은 정말이지 여러차례 읽어야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별넷을 주기는 했지만 과연 이 책에 대한 저의 이해는 얼마나 될런지.. ㅠㅠ

햇살과함께 2025-03-3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차이와 평등에 대한 부분이 좋았어요. 곰곰 읽어보아야 할 부분(언제?).

다락방 2025-03-31 16:25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부분 또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과연 언제일지.. (먼 산)

책읽는나무 2025-04-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넘나 어렵게 읽어 별 넷 달았어요. 여지껏 여성주의 책 별 다섯을 달았었거든요. 제가 이해하며 읽은 시간을 따지면 별 넷도 과분한 거 아닌가?싶을 정도로 너무 대충 읽은 듯도 하구요. 글만 읽은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부끄럽게도.ㅋㅋ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니 저도 차이를 인정한 평등 그 부분이 가장 인상적였던 것 같았습니다. 여성의 노동 부분도 인상적였지만 평등 그 부분이 강하게 남네요. 화가 님의 백자평도 이제 이해가 되고 다락방 님의 백자평도 완전 공감하구요.ㅋㅋ
 

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꼬인건지 모르겠는데 나의 SNS 에 요즘 부쩍 제니 가 나온다. 나는 제니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언제 무슨 얘기를 한건지 요즘 제니를 막 보여주네. 그런데 보다 보니까 제니 너무 예쁘고 멋지고 대단하다! 블랙핑크가 외국에서도 엄청 인기 많은 그룹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찾아보니 멤버들이 전부 아주 대단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제니도 이번 신곡을 따라서 부르고 또 춤추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로제의 아파트야 말해 뭐해. 아니, 이 젊은 여성 가수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팬들을 불러모으는거지? 로제의 경우 브루노 마스에게 같이 노래하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훨씬 선배인 브루노 마스랑 같이 노래하고 인기를 끌고 이러는게 진짜 와 대단하다 하는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리사? 리사라는 멤버도 최근에 영화도 촬영한 것 같다. 하여간 대단들하다. 진짜.. 대단해.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다들 해내다니. 그들은 어떤 중년이 될까?


그런데 내가 블랙 핑크나 제니 얘기 하려는건 아니었고, 트윗에서였나 이영자와 황동주 에 대한 숏츠들을 보게됐는데, 황동주가 이영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오래 좋아한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찾아보니 그들은 <오래된 만남 추구>라는 예능 프로에서 만났는데 그전부터 황동주가 이영자를 아주 오래 좋아했다는 것. 오.. 이게 뭔데? 하고 나는 OTT 로 오래된 만남 추구를 틀어서 보게 됐다. 세상에.. 예능은 안보고 살 줄 알았는데 샬라샬라에 이어 오래된 만남 추구까지. 난리났네 난리났어.


일단 <오래된 만남 추구>는 여전히 싱글인 50대 이상의 남녀가 만나서 우리 어디 한 번 서로를 이성으로 볼 수 있는지 보자, 데이트 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보자,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애프터도 신청하자, 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짝 찾아주는 예능이 엄청 많고 또 인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프로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대체 왜 연애할 상대 고르는 걸 사람들 앞에서 하는건지.. 그렇게까지 다들 연애를 하고 싶어? 하여간 노관심이었는데, 내가 이영자와 황동주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이 예능을 보게된 것. 그런데 이 예능 너무 재미있다. 일단 이영자가 너무 웃긴거다. 개그우먼의 끼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그래서 육성으로 빵빵 터져가면서 웃는 일이 생긴다. 게다가 이들이 어느만큼 나이가 있어서일까, 불편한 장면들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비슷한 연령대이며 한 쪽이 오빠이다가 또 한 쪽이 누나이기도 한 조건들이라는 게 좋다. 



황동주 는 배우라는데 나는 이 프로를 통해 처음 존재를 알게 됐다. 아무리 내가 드라마를 안봐도 그렇지 어쩌면 그렇게 내가 모를 수 있나요? 이 황동주는 데뷔전부터 이영자를 엄청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8년전 <안녕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됐고 그 때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고. 뭐가 좋냐는 말에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너무 예쁘다는거다. 오.. 황동주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번도 다른 파트너에게 눈을 돌린 적이 없다. 오직 이영자만 향해 직진하고 이영자 앞에서 긴장하고 웃고 그랬다. 이영자도 자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니 시선 한 번 더 주게 되고 신경 쓰게 되고 그러는데,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 진행중일 때 오픈톡방에서 이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하여간 재미있게 봤다. 자,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부터인데,


매력이라는 건 무엇인가.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누가 봐도 잘생기고 키도 큰 사람을 보면 누구나 다 좋아하고 끌릴 것 같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미모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매력적인 사람이 있고. 내 주변에서도 그렇고 또 알라딘에서 다른 분과도 대화하다가 서로 깨달은건데 '못생긴 사람한테 끌리면 약도 없다'는 거였다. 그게 진짜 매력이라고.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끌리면 그건 그냥 게임 끝이라고.

이 매력 포인트라는게 저마다에게 다르게 다가가는 거라서, 이영자는 처음 자기 소개에서 이재황에게 매력을 느꼇었다. 고깃집을 한다는 게 직업적으로 참 호감이 간다고.. 그래, 그럴 수 있다!!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이런거..


일단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내가 나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나도 누군가를 선택해야 겠지만, 사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매력을 느낀 이성은 없다. 누가 봐도 잘생긴 이재황에 대해서도 나는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더라. 황동주도 마찬가지. 딱히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낀건 아닌데, 한 번, 어? 하고 살짝 호감이 생겼던 순간이 있다. 이영자가 황동주 옆에 앉아서 자꾸 자기 손으로 황동주 팔을 쳤는데, 다른 멤버가 그걸 보고 '황동주 팔 부러지겠다'고 하자, 이영자가 '동주씨가 운동을 해서 내가 손으로 칠 때마다 팔에 힘을 줘'라고 말했을 때였다. 오, '운동을 해서', '팔에 힘을 준다'고? 오.. 나는 왜 이런거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셔츠 입었을 때 등근육 실루엣 나오기도 하더라. 후훗.



우희진은 지상렬을 처음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굉장히 깔끔하게 옷을 잘입는 것 같더라. 여하튼 나는 이 멤버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 부분 참여자들도 어떤 설정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1 이 남자2 에게 매력을 느끼고 남자3이 여자 4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 자체는 참 재미있었다. 이런거 너무 신기하지 않나. 각자에게 매력으로 다가가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짚신도 제 짝이 있는것인가 보다. 


구본승과 김숙이 만나 애프터 데이트를 하면서 황동주를 불렀던 적이 있다. 김숙은 황동주에게 물었다. 이영자에게 애프터를 신청해 따로 만난 적이 있냐고. 황동주는 가끔 안부 문자는 주고받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너무 조심스럽다면서. 이때 김숙은 만나자고 하라면서 구본승이 보냈던 문자메세지를 보여준다. 구본승은 김숙과 애프터 데이트를 하기로 하면서 자기 스케쥴을 공유해준거다. 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서울에 있고 그 다음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제주에 있고  그 다음에는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서울에 있을거다, 하는. 그 문자를 보고 김숙이 너무 좋았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랬다. 이건 정말 만나자는 거니까. 언제 밥 한 번 먹자, 가 아니라 구체적은 일정을 잡자는 거고 만나자는 의욕이 정말로 있음을 보여주는 거니까. 무엇보다 계획을 잡을 수 있는게 아닌가. 이런 구체적인 실행력이 진짜 너무 좋은거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면 나 역시 내 스케쥴을 보면서, 흐음, 그러면 내가 이때 제주에 가서 만날까? 라는 일정 같은거 조율해볼 수 있지 않나. 구본승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스케쥴을 공유하고 일정을 잡으려는게 참 좋더라. 그에 반해 황동주는 이영자를 좋아하는 마음'만 터질 것 같더라.



아주 오래전에 방송했던 시트콤이 있다. 제목이 잘 생각 안나는데, 시트콤 속에서 '첫째 사위'는 장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생일 선물로 안마의자를 드리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모님이 피곤해하셨고 저걸 쇼핑몰에서 테스트해보고 좋아했던 걸 기억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백수였던 그는 그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다. 반면 둘째 딸은 돈은 가지고 있었지만 엄마가 무얼 좋아하는지를 몰라 그 안마의자를 사지 못했고 엄마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선물을 샀다. 결국 그 시트콤에서 '장모이자 엄마'인 여성이 원했던 것은 안마 의자였지만, 생일에 안마의자를 받지 못했다. 한 명은 마음은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한 명은 돈은 있었지만 마음이 없어서. 아무리 마음이 있었다한들 돈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마음이 없었던 사람과 같을 수밖에 없다. 돈이든 마음이든 하나만 가지고는 안마 의자를 살 수가 없다. 상대에게 좋은 걸 선물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에 대한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할 돈이 함께 있어야 하는 거다. '나는 네가 안마의자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는 소용이 없다. 그래봤자 나는 안마의자를 갖지 못했으니까.


나는 황동주가 그런 면에서 저 시트콤의 사위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까웠다. 물론 그들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좋아해요 좋아해요 이십년전부터 좋아했어요 라고 이천번 삼천번 말하고 식사하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문자 사천번 보내도, 언제 만나자고 정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그냥 앞으로도 오천번 좋아한다고 말만 하는 사람이 된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감히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 조심스러운것 같은데, 조심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이십년간 짝사랑했던 거, 사십년간 짝사랑 하고 오십년간 짝사랑 하는 사람이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리도 하고 빨래도 잘 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장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지만, 조심스러워요 조심스러워요 칠천번 외치다가 받아들일 마음 있는 여자를 놓치게 된다고. 이영자 앞에만 서면 긴장해서 덜덜 떠는 사람인데, 그렇게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면 만나지 않는 상태가 더 나은걸까. 마음의 평온을 위해 만나지 않는게 더 나은걸까. 그런 마음도 뭔지는 알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상대를 만나기 전과 만나고 있을 때 긴장이 너무 커서 한 번은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더랬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너랑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 라고. 내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전화가 오면 너무 좋아서 꺄울 소리지르고 빨간색 힐을 꺼내 신고 향수를 뿌리고 달려가는 일이 피곤해서 ..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 먹는 일이 조심스러워서, 아 그만 만나야지, 모르고 지내야지, 생각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그 편지는 보내지 못했다. 그와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는데, 그런데 그러기는 싫어서. 그 편지를 어느 책에 끼워뒀던가, 문서 세단기에 갈아버렸던가 잘 모르겠다. 뭐 그 때 그렇게 요동치는 마음이었다한들, 그는 결혼해서 살고 있다. 물론, 다른 여자랑. 그 전에 나랑 안보는 사이가 된게 먼저였고. 그것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가 아니라, 나를 빡치게 했다는 다른 이유로.. 



지상렬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희진만 봤지만, 그러나 최종선택에서는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했다. 자신이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나는 그것이 무슨 마음인지도 알겠더라. 그것은 내가 부족하다,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 등등 여러가지 다른 말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혼자인 쪽이 더 편한게 아닐까. 우희진 역시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했는데, 우희진은 사실 딱히 연애의 마음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우희진은 저 사람도 이런 면이 좋고 저 사람은 또 이런 면이 좋다고 말했지만, 그건 결국 사실 그들중 누구에게도 특별한 매력은 느끼지 않았다는 말인것 같고, 그게 지금 내 상태인 것 같다. ㅎㅎ 내가 최근에 매력을 느낀 사람은 제니.. 정도? 흠흠.




중년 싱글들의 이성연애 프로그램 뜻밖에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이재황이 한다는 고깃집 너무 가보고 싶다. 고기 정말 맛있게 생겼어.. 검색해보니 인천이네. 가브리살 정말 맛있겠던데.. 인천이라.. 1박 2일로 가서 고기 먹고 하룻밤 자고 와야되는거 아닌가. 앗. 김포에도 있네. 그렇다면 김포로 한 번.. 삼겹살도 맛있겠더라. 그런데 김포까지도 지하철 두 시간... 히융-





그런데 로제는 아파트보다 이 노래가 더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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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야 오만추라고 해서 다락방 누구 만나는 사람 생겼나 했음요! “오래 먹는 만남 추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생긴 사람한테 끌리면 약도 없다‘에서 빵 터졌습니다.... 그런 거 같기도. 솔직히 저는 상대 외모 보는 편인데요......(이것참 어쩔 수 없지만 인정 ㅋㅋ) 그 상대들은 대부분 못난 저를 그냥 만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예전에 만난 사람이 “귀여움”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매력이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로 저를 만난 사람들은 저의 이 귀여움에서 못 헤어나는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오늘 너무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런 프로그램에서 정말 좋아한다는 건,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설정??? 암튼 황동주인가 저 사람은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다락방 님 말처럼 좋아한다는 말 천만번 하는 것보다 “좋아해요” 한두 번만 말하더라도 행동으로 약속으로 실천으로 옮기는 게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데는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다락방 2025-03-28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에게 끌릴 때 외모에 끌리지는 않더라고요. 못생긴 남자 여럿 만났습니다. 돈 없는 남자도 여럿 만났.. 아니 백프로 다 돈 없었다. 몸매도 제멋대로인 남자들도 수두룩했고요. 아니, 몸 관리 하는 남자는 딱 한 명이었네요.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그들의 어떤 것에 끌려서 만나걸까요? 잠자냥 님은 귀여움을 언급하셨지만 그들은 귀엽지도 않았는데... (먼 산) 그러고보니 저는 귀여운 남자는 만나본 적 없는것 같네요. 그런데 귀여움은 그런 말 있잖습니까. 상대가 갖춘게 아니라 나의 감정에 찾아오는 거라고. 그러니까 잠자냥 님을 귀엽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그들이 잠자냥 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 이런 거죠. (그렇다고 잠자냥 님의 귀여움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강조하고 싶은겁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귀여워본 적이 있는가... 역시 없는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제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기는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나는 뭣이냐. 나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냐.....

그만둡시다, 이런 얘기는. 저는 어쩐지 나이들수록 더 싸가지가 없어지고 있는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프로 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설정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황동주가 정말 좋아한다고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영자는 그가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해줘서 자신이 자신감이 생기고 그래서 다른 남자들한테도 (프로그램에서)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의 좋아하는 마음을 이영자가 알고(정말 많이 언급하고 또 태도에서도 티가 나니까요) 그래서 이영자도 황동주를 신경쓰는데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얼굴 보고 만나고 만지고 그래야 합니다. 육체적으로도 다가가라, 실체로 다가가라!! 물론 이건 저의 오지랖입니다. 알아서 잘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잘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3-28 11:18   좋아요 0 | URL
*만나고 만지고*

이 인간 역시 육체를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28 11:47   좋아요 0 | URL
모름지기 만나서 만지기도 좀 해야 더 무르익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흠.

망고 2025-03-28 13:17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잠자냥님, 야한 다락방님...서재 횐님들에 대한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5-03-2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페이퍼 쓰러 알라딘 들어왔다가 오래된 만남 추구에 헤~~ 되어버린 나...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귀여운 스타일이시구나, 제가 기억해 둘게요!
다락방님의 ‘만나고 만지고‘도 기억해 둘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나서 써먹야겠어요!

다락방 2025-03-31 08:13   좋아요 0 | URL
중년 싱글들의 단체 소개팅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 자신의 삶에서 어느만큼은 다 이룬 사람들이라서인지 이들이 설사 여기서 진짜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뭐 사람 일은 모르는거지만 말입니다. 하하.
저는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읽으러 가겠습니다. 슝 =3

Forgettable. 2025-03-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모 봅니다. 후후.. 20년 짝사랑 보니까 콜레라시대의 사랑이 생각나네요. 50년 짝사랑하면서 자기 연애(?)할 거 다 하던 남자 ㅎㅎㅎ

다락방 2025-03-31 08: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 얘기 하는줄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짝사랑 오래 하면서 연애할 거 다 했던 여자. 그런 주제에 기다렸다고 말한 여자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 잘생기면 일단 호감이 가기는 하지만 저는 대화가 안되는 순간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더라고요. 잘생김, 의미 없다.. 이렇게 되어버리는............. 저는 얼마전에 일본 소설 [파선] 읽다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후훗.
 















어제 젠더와 역사의 정치 에 대한 페이퍼를 쓰면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에서 가져온 인용문이 있다.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p.152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 여성의 노동이 가치폄하 되는 부분을 읽었고 그러다 페데리치 글에서 결국 성매매가 활성화되는 흐름에 대해 가져왔던 것. 그런데 어제 퇴근후 젠더와 역사의 정치를 읽다보니, 조앤 스콧도 결국 여성의 노동에 대한 가치 폄하가 결국 성매매를 불러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더라. 여성의 노동, 임금 노동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성매매는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임금 계산의 비대칭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남성의 임금에는 최저 생계비용과 재생산 비용이 포함되었지만, 여성의 임금은 자신을 부양하기에도 부족해 가족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했다. 남녀 모두 가족 구성원으로 상정(그리고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장려)되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남성은 미혼이건 기혼이건 자신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남성은 정치경제학자들이 제기한 개인 자유의 가능성을 체현하고 있었지만, 여성은 그 이론이 상정한 대로 타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닌 의존적인 사회적 존재가 되었다.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p.258


산업적으로 보면 여성은 불완전한 노동자다. 만약 남성이 자신의 벌이를 파트너의 충분치 못한 임금에 보태 주지 않는다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만으로 빈곤에 빠지게 된다. -p.258, 외젠 뷔레 재인용


일하는 독립 여성을 표현하는 용어는 모호했다. 성매매 감시 제도 아래서 '독신 여성femmes isolees은 성매매 허가 업소에 등록하지 않고 비밀리에 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여겨졌다. 1848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산업통계] 와 같은 노동자 실태 조사에서 '독신 여성'은 기성복 산업 내에서 생산 건수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으며 가구가 딸린 셋방에 혼자 사는 임노동(보통 여성 봉제사나 여성복 재봉사를 하는) 여성을 의미했다. 여기서 '독신 여성'이라는 같은 용어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36년 성매매에 대한 파랑-뒤샤틀레의 대규모 조사 이래로 노동하는 소녀들 가운데 비정기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p.252


성매매를 초래한 여러 원인 가운데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의 불가피한 결과인 빈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없다. 이는 특히 파리와 기타 대도시에서 그러하다. 우리의 여성복 재봉사, 여성 봉제사, 수선사, 그리고 바늘을 갖고 일하는 모든 이들은 보통 얼마를 버는가? ..... 그들이 노동해서 받는 대가와 불명예스러운 일을 해서 받는 대가를 비교해 보면,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무질서에 빠져드는 것은 놀랍지 않다. -p.252, A Parent 의 글 재인용


사회주의자들이 노동력을 파는 것이 여성이 몸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고 경제적 착취와 성적 착취가 같다고 지적했다면, 정치경제학자들은 "근력"의 생산적이고 규율된 사용과 성적 활동의 낭비적이고 방종한 측면을 신중하게 구분한 것이다. 게다가 섹슈얼리티를 여성의 몸에 둠으로써, 그들은 노동과 섹스, 생산성과 낭비성, 규율과 방종, 남성과 여성 등의 젠더화된 대조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성매매를 성립시키는 교환에서 남성의 역할을 부정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래서 겉보기에 성매매로 더렵혀지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경제적 생산성과 도덕적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면 남성적 원칙이 널리 퍼져야 했다. 이것은 가부장적 가족 -위계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독립체- 이 질서를 위한 학교가 되고 이 질서를 체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빈곤과 섹슈얼리티를 연결함으로써 만들어진 독신 여성의 양가적 형상은, 규제된 상황의 외부에서 살아가는 모든 삶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p.259-260



성매매하는 여성을 창녀라고 비하하지만 성구매를 하는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없다. 자기들은 돈을 주고 성을 사면서 그런데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욕한다.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그런데 자기가 성을 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랑스레 내보이고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왜 구매자와 판매자가 있는 거래에서 한 쪽은 욕을 먹고 한 쪽은 자랑스러워할까?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성매매가 빈곤한 여성들이 이를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말에는, 그건 자기 선택이지 다른데에서 알바를 하면 되지, 라면서 역시 그런 '선택'을 한 여성들을 욕한다. 


언제나 말해왔지만 무지는 죄다. 무지는 악이다. 무지하기 때문에 비난과 혐오가 쉽다. 알면, 그렇게 못한다. 

지금 당장, 한달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어서,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굶어죽지 않을 수 있어서, 성매매 여성들은 일단 선불금을 받고 그걸 갚는 방식으로 일한다. 물론, 그 빚은 일하고 또 일해도 갚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빈곤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된 일인데, 그 일은 더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가난한 자에게 악은 쉽게 찾아오지만 가난한 자에게 구원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일단 현금이 당장 필요할 정도로 빈곤한 여성이 성매매를 자신의 돈벌이로 선택했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을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로 비하할 수 있을까. 



여성은 일해야만 하는데 기존의 직업과 임금 규모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사실과 관련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끼치는 영향은 물질적이면서 도덕적이었다. 독신 여성에게 그와 같은 영향의 결과는 "빈곤이냐 수치냐"였고, 이 둘은 모두 방탕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p.284



나는 이것이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방법이 되는게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가능성이 되는게 싫다.

이미 먹고살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직업의 하나로 염두에 두지 않을 일이,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먹고 살 방법이 되는게 싫다. 그렇게 먹고 산다고 비하하고 혐오하는게 싫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아예 가능성 자체가 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남성에게 그랬듯이 여성도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우리가 그것을 교육으로 가르친다면,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올 것이고, 성적대상화 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과연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성매매가 최종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여성들이 하지 않기 위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다. 

빈곤과 수치를 선택지로 받아들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백혈병이나 무슨 병에 걸려서 막 되게 아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업소 생활이나 이런 생활을 모르면 그런 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만 내가 이미 이런 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분명히 그쪽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럼 '나, 참 내가 몰라도 될 거는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다혜> -p.282


평등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차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며, 실제로 이런 인식에 의존하고 있다. 평등에 대한 요구는 그 안에 내포돼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차이에서 비롯된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개인들이나 집단들이 단일하거나 서로 똑같다면 평등을 요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등을 특정한 차이에 대한 의도적 무관심으로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 P300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원주민을 제거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P335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소수자로 지칭해 온 것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차이 때문이었다. 내가 덧붙이고자 하는 핵심은, 소수자를 소수자로 고정하는 사건들은 소수자의 지위를 소수자 집단의 본질적 특성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런 특성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불평등을 초래한 이유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예를 들어, 모성은 종종 여성의 정치적 배제에 대한 설명으로 주어졌고, 인종은 흑인의 노예화나 종속의 이유로 제시되었지만, 사실 인과관계는 그 반대다. 즉, 사회적 차이화의 과정이 배제와 노예화를 낳고, 그런 다음 생물학이나 인종을 통해 정당화된다. - P353

"나는 여성이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국가에 봉사한다." 요점은 여성에게는 시민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으며, 성별은 차이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구주는 차이로 규정된 바로 그 여성으로서 주장해야만 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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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25-03-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도 되는 걸 모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저도.

저희 둘째는 축구선수를 꿈꾸고 있는데, 개인의 능력 외에도 필요한 부모의 뒷바라지(이른바 정치질)라는 게 있다고들 해서 아주 정신이 아찔한 요즘입니다. 정말 모르고 싶어요. 이런 세상.

다락방 2025-03-28 10:59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진로로 정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는 힘드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도 해야 하고요 ㅠㅠ 그게 너무 치사한 것 같아요. 왜 굳이 그래야 하는걸까요. ㅠㅠ

어제였나 sns 에서 에전 드라마의 짧은 릴스를 보게 됐는데 룸쌀롱에서 아가씨들 옆에 앉히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국내 정규방송 드라마였는데, 아..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남자들이 술집 가서 아가씨 불러 논다는 거 미리 다 학습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유해한 문화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5-03-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 다락방님의 제일 중요한 주장과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요. 매춘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 방식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비난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니깐요. 결국 국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읽기 어려운 부분을 자주 만나게 되지만 다락방님 글 올라오는 거 보면서 힘내서 따라 읽게 되네요. 찬찬히 가고 계세요, 곧 따라갑니다^^

다락방 2025-03-28 11:03   좋아요 1 | URL
우리가 함께 읽었던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에는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이 몸의 주인이 나고 이 몸을 파는 것도 나인데 나에겐 여전히 빈곤이 남고 다른 남자가 대신 돈을 벌죠. 아주 치사스런 그리고 수치스런 상황입니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너무 어려웠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 나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차이‘와 ‘평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한 번 더 읽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남아 있으니 열심히 마저 읽도록 하겠습니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