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상반기 결산 페이퍼를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 읽는 중인데, 오늘 아침 출근길, 으으으윽, 소녀가 자신의 흥분을 이제 더이상 숨기지 못하고 소위에게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는 그 순간, 내가 내려야 할 역이라는 방송이 나온 것이다. 아, 미치겠네. 왜 하필 벌써...하아-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직은' 아니다. 절반정도 읽은 현재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것은 제목대로 연민에 대한 이야기이고, 엄청 재미있고 정말 '잘.쓰.여.진' 글이라서 감탄과 감동을 번갈아하며 읽는중. 절반만 읽은 현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 끝까지 읽고나서 하자. 그나저나, 이 책은, 왜, 품절인가!!!!!!!!!!!!!!!! 대체 왜!!!!!!!!!!!!!!!!!!!!!!!!!!!!!!!!!!!!!





스테이크 먹고싶다.







13:34 덧붙임.

위의 품절된 『연민』은 『초조한 마음』으로 나왔다고 에르고숨님께서 댓글로 제보해주셨다. 만세!! 앗싸!!

아직 츠바이크의 연민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어서 읽어보세요,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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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13-06-2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츠바이크의 책은 아주 소장가치가 높은데! 왜 품절일까요!

다락방 2013-06-28 09:13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해야 이 품절이 풀리려나요.. orz

Jeanne_Hebuterne 2013-06-2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글을 생생하게 다루는 사람은 제겐 전무후무였어요.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는 저 헉스러운 표지에도 불구하고(어찌보면 그런데 또 어울리기도) 계속 읽고 또 읽고. 읽다 보면 그녀가 꼭 저같기도 하고 제가 그녀같기도 한 것은 츠바이크가 그만큼 글을 자신의 것으로 다루었기 때문인 듯합니다.저 책은 다시 책장에서 가져와 읽어야겠어요.


'연민'은 아마 스탕달이라면 삼십 페이지 분량의 단편으로 다루었을 듯한 소재인데 츠바이크는 그걸 길게 늘이고 주름 하나하나 결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면서도 지치지 않고 끌려가지도 않는다는 생각. 그의 머릿속을 거치면 글은 도구가 되고 인간은 그 자체가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결론-츠바이크 만만세


다락방 2013-06-28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그래요, 쟌님.
연민 읽으면서 연민이 생기는 시점부터 그것이 과도하게 작용하기까지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안타까웠다가 이해했다가 지금 어쩔줄을 모르겠어요. 평소에 연민에 대해 제가 생각하던 것도 책과 겹쳐지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요.

그런데 쟌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문득 이렇게 분석적인 글을 쓰시는 쟌님은 무슨 일을 하실까 궁금해졌어요. 칼럼 같은거 쓰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학 칼럼. 스탕달이라면 삼십 페이지로 다루었을 것을 츠바이크는 주름 하나하나 결 하나하나를 쓰다듬는다, 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여튼 지금 저는 어서 빨리 퇴근해서 연민을 읽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ㅠㅠ

레와 2013-06-2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드디어 [연민]을 읽는다!!!!! 만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3-06-28 09: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우리 모두 만만세 입니다 ㅎㅎㅎㅎㅎㅎ

레와 2013-06-28 11:11   좋아요 0 | URL
다음 새벽 세시, 모임의 주제는 [연민]입니까?!
다시 읽고 싶어지네.. 엄두가 안나지만.ㅋㅋ

다락방 2013-06-28 13:38   좋아요 0 | URL
회사에서 뛰쳐나가 책 읽고 싶어요. 엉엉. ㅠㅠ
그렇지만 아프락사스님은 아직 연민을 안읽었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06-2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책소개책 한권 내보시는것 어때요? 정혜윤 피디보다 더 잘쓸것 같아요.

다락방 2013-06-28 13:38   좋아요 0 | URL
우앗, 칭찬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자작나무님.
제가 책 내면 사 주실 건가요? 네?

자작나무 2013-07-02 12:15   좋아요 0 | URL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다락방 2013-07-02 12:19   좋아요 0 | URL
ㅎㅎ 약속 하셨습니다!!

에르고숨 2013-06-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버전으로 읽었는데, 품절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겠던 걸요. 새 번역본이 대산에서 나왔더라고요. <초조한 마음>이라는, 아마 원제에 더 가까운 제목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오니 요놈도 지르고 싶은 게 오히려 걱정거리일 듯요.
저도...(쑥스-) 츠바이크 만만세효.

다락방 2013-06-28 13:37   좋아요 0 | URL
아, 에르고숨님 감사드려요!
저 이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품절이라 막 속상했어요. 에르고숨님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계속 속상해하고만 있을뻔 했네요. 정말 좋아서 세상에 두루두루 읽히고 싶습니다. 흑흑 ㅠㅠ
정보 감사드려요!! >.<


LAYLA 2016-02-17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이 책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어떤 글을 쓰셨나 검색을 했는데 아니 이런 감질나는 페이퍼가...ㅎㅎㅎ

다락방 2016-02-17 10:5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이퍼엔 안썼지만 아마 [독서공감]에 뭔가 썼을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퍼 읽어보니 좀 부끄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타늄



펠리체 판티노에게




부엌에는 마리아가 생전 처음 보는 옷차림을 한, 키가 매우 큰 남자가 있었다. 그는 신문지로 만든 종이배를 머리에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하얀 장롱에 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얀 페인트가 어떻게 그리 작은 통 속에 담겨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리아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다. 남자는 가끔 파이프를 장롱 위에 올려놓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다가 휘파람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따금 쓰레기통 쪽으로 가서 침을 뱉은 뒤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쉽게 말해 그는 너무나 이상하고 낯선 행동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를 지켜보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다. 장롱이 하얗게 칠해지자 그는 페인트 통과 바닥에 널려 있던 신문지들을 주워 모두 찬장 옆으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찬장도 하얗게 칠하기 시작했다.

장롱이 너무나 윤이 나고 깨끗하고 하얘서 그걸 꼭 만져봐야 할 것 같았다. 마리아가 장롱에 다가가자 남자가 알아차리고 말했다. "만지지 마라, 만지면 안 된다." 마리아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요?" 그 질문에 남자가 대답했다. "만질 필요가 없으니까." 마리아는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왜 이렇게 하얀 거에요?" 무척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남자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티타늄이니까."

마리아는 괴물이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을 때처럼 두려움으로 인한 전율이 기분 좋게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마리아는 주의 깊게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 칼이 들려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 어디에도 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딘가에 숨기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제 뭘 자른다는 거예요?" (마리아는 티타늄의 이탈리아어 발음 '티나니오'를 '티 탈리오'(너를 잘라버리겠다)로 잘못 알아들었다.) 이 질문에 남자가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거였다. "네 혀를 잘라버리겠다."하지만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널 자른다는 게 아냐. 티타늄이라고."

결론적으로 그는 매우 힘이 센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자하고 친절해 보였다. 마리아가 물었다.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남자가 대답했다. "펠리체." 그는 입에서 파이프를 빼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할 때면 파이프가 위 아래로 춤을 췄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마리아는 남자와 장롱을 번갈아 쳐다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대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왜 이름이 펠리체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절대 이유를 물어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친구 알리체는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이름이 알리체(알리체는 여자 이름이지만, 작은 멸치인 '앤초비'라는 뜻도 있다. 알리체와 펠리체의 발음이 비슷해서 이렇게 생각한 것.) 였다. 이 남자 같은 어른의 이름이 펠리체라는 게 정말 이상했다. 하지만 차츰차츰 이 남자를 펠리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펠리체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이름으로도 부를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칠을 한 장롱이 너무 하얘서 부엌에 있는 다른 물건들이 누렇고 더럽게 보일 정도였다. 마리아는 장롱 옆에 가까이 가봐서 안 될 것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만지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가 발끝으로 살금살금 장롱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 예기치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갑자기 돌아보더니, 마리아와 두어 발자국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하얀 백묵을 꺼내더니 마리아가 서 있는 바닥에 둥근 원을 그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 원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러더니 성냥을 켜서 입술을 이상하게 비틀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다시 찬장을 칠하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쪼그리고 앉아서 오랫동안 둥근 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원에 출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문질러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백묵 자국이 지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자가 이 방법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원은 분명 마법의 힘이 있었다. 마리아는 가만히 아무 말 없이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가끔씩 발을 뻗어 발끝으로 원을 건드려 보았고 거의 균형을 잃을 정도로 몸을 앞으로 내밀어 보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장롱이나 벽에 닿으려면 아직도 한 뼘 이상이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찬장이, 의자들과 식탁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하얘지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남자는 붓과 작은 통을 내려놓고 머리에서 신문지 종이배를 벗었다. 모자를 벗자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머리가 드러났다. 잠시 후 남자는 발코니로 나갔다. 마리아는 그가 뭔가를 뒤적이는 소리를 들었고 옆방에서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리아가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저씨!" 처음에는 조그맣게 그러다가 점점  크게 하지만 지나치게 크게 부르지는 않았다. 사실은 혹시 남자가 그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가 부엌으로 돌아왔다. 마리아가 물었다. "아저씨 이제 나가도 돼요?" 남자는 마리아와 둥근 원을 내려다보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여러 가지 말들을 했다. 하지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물론이지. 이제 나와도 돼." 마리아는 당황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자 남자가 걸레를 집어 마법을 풀기 위해 원을 깨끗이 지워주었다. 원이 사라지자 마리아는 일어서서 깡총깡총 뛰어 밖으로 나갔다. 마리아는 아주 행복했고 기분이 좋았다. (pp.240-244)





















이 책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티타늄 편의 전문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이 티타늄편이 생각났고 나는 내일 출근길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장에서 꺼내어 침대 옆에 두었다. 출근준비를 하고 나가기 전, 이 책을 가방에 챙겨 넣었고, 티타늄편을 보기 위해 책을 펼치려다가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어, 이건 뭐지? 포스트잇은 수소 편에 붙어 있었다. 나는 내친김에 수소편을 읽었다. 좋았다. 그리고 티타늄편. 짧은 이야기이고 지하철 안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마음은 놀랄 정도로 따뜻해졌다. 새삼 소중한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는 그들이 읽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이 이야기를 읽고 그들도 나처럼 웃게 되면 좋을텐데! 여동생에게는 매일매일 조금씩 문자로 찍어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 수고하자, 손으로 전문을 치자, 생각했다. 그리고 알라딘에 올리자. 그러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글을 읽고 기분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링크를 여동생에게 줘야지.




다 읽고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가는 출근길, 늘 놀이터에서 운동하는 아저씨는 오늘도 한결같이 거기 계셨고, 요쿠르트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로 거기 계셨다. 어제는 두 손녀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던 할머니가 오늘은 나오질 않으셨네. 매번 큰 길로 가다가 며칠전부터 골목으로 찔러가는데, 골목길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 아침의 풍경이 좋아 그 뒤로 자꾸만 골목으로 간다. 오늘은 저 쪽에서 마주 걸어오던 여자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아이쿠. 웃으면 안되는데, 나는 이 모든 풍경들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프리모 레비 덕이고, 티타늄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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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06-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았었어요!

다락방 2013-06-27 15:32   좋아요 0 | URL
수소도 좋아요! 물론 티타늄이 으뜸이지만요. 다시 읽어도 기분 좋아요. 헤헷.

알케 2013-06-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아시겠지만 프리모 레비 할배 책의 좋은 짝지는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이죠.
<주기율표>가 전기라면 <사라진 스푼>은 열전 ...
아포리즘으로 가득 찬 잠언집 대 살짝 드라이한 엔트리급 대중 과학서.

병독하면 시너지가..

다락방 2013-06-27 15:32   좋아요 0 | URL
아뇨, 알케님. 저 사라진 스푼 몰랐어요. 지금 이 댓글 읽고 검색했다가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병독하면 시너지..란 말씀이시죠? 오케바리. 접수요!

Forgettable. 2013-06-2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사랑에 빠진 삘이 ㅋㅋ

다락방 2013-06-27 15:32   좋아요 0 | URL
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3-06-28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도 티타늄과 수소 편을 찾아서 볼래요. 다락방님 눈에 걸린 정겨운 아침풍경을 따라 저도 씽긋~~^^

다락방 2013-06-28 09: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읽어보세요. 정말 좋아요. 주기율표를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흐흣 :)

레와 2013-06-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다. ♡


나에게 티탸늄이란 값비싼 카메라 바디의 소재, 등산 스틱의 소재,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그 무엇이 티타늄이란 이름을 달고 있으면 놀랍도록 가볍지만 고가의 그 무엇이였는데..
이토록 예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니... ㅎㅎㅎ

이 책이 그렇게 좋단 말이죠!? 앙?! ㅋㅋㅋ


다락방 2013-06-28 13:45   좋아요 0 | URL
응 그렇지만 빨리 읽히지는 않는 책이에요. 천천히 읽어야 되는 책이죠. 어제 여동생도 이거 읽고 정말 좋다고 너무 예쁘다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남동생은..........하아- 나오지 말라고 원 그린게 뭐 그리 대수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내가 다시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그렇게 받아들여야 되냐?" 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응, 이라고 했더니 "그럼 이젠 그렇게 받아들여보지 뭐." 라고 ..............................orz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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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일을 하신다. 아침 여섯시 반에 일을 시작하고 다음날 아침 여섯시반에 일이 끝나는 24시간 근무를 하고 계시는데, 24시간동안 잘 수 있는 건 고작 두 시간 정도 뿐이다. 텔레비젼 시청도 안되고 신문을 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자는 것도 겨우 두어시간 허락해줄 뿐이니 침대 따위를 기대하는 건 사치고, 에어컨도 준비되어 있질 않다. 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치를 떨고 밤에 잠도 자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처사에 항의라도 할라치면 '원래 경비는 자지 않고 지키는 게 임무다' 라는 답만 돌아온다.


그래, 맞다. 경비는 말그대로 아파트 입구에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을 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24시간 근무라고 잠을 자지 않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조리하지 않은가? 감시와 보호 일을 제대로 잘 하게 하려면 근무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덟 시간이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보통의 사무직이지만 여덟시간을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운도 빠진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파트 경비의 특성상 그들은 오십대 이상의 남자들인데, 그들이 여덟시간이 아니라 이십사시간을 한결같이 순찰하고 감시한다는 게, 그게 합리적이라고 정말 생각하는걸까? 게다가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은 고작해야 백만원 남짓. 그마저도 일자리가 없어  보수가 적고 근무환경이 열악해도 그들은 '자르지만 말아달라'의 심정으로 그 환경을 견디어낸다. 거기에서 잘리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니까. 여덟시간씩 일하고 교대하게끔 삼교대로 돌려줬으면 하는 게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인건비 문제로 아파트에서는 그런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했을 경우 지금 두 명에게 나가는 인건비를 세 명에게 나눠준다고 하면, 지금 일하는 사람들은 고생스러워도 지금의 방식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아파트는 그걸 알고 있다.



왜 누군가에게 일은 고되고 힘들고 열악하며, 왜 누군가는 그런 일조차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할까?




버트런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다가, 그에게 감탄했다.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었다. 특히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고용주들에게 필독하게 하고 싶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시점에서 일정한 수의 사람이 핀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하루 (이를테면) 8시간 일해서 세상에 필요한 만큼의 핀을 만들어 낸다. 그때 누군가가 같은 인원으로 전보다 두 배의 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한다. 그러나 그 세게에선 핀을 두 배씩이나 필요로 하지 않을 뿐더러 이미 핀 값이 너무 떨어져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론 팔 수도 없다.

이때 지각 있는 세상이라면 핀 생산에 관계하는 모든 이들의 노동 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조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 종전처럼 잘 굴러갈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세게에서 그렇게 했다간 풍속 문란 행위쯤으로 여길 것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8시간씩 일하고, 핀은 자꾸자꾸 남아돌고, 파산하는 고용주들이 생겨나고, 과거 핀 제조에 관계했던 인원의 절반이 직장에서 내쫓긴다.

결국 모두 4시간씩 일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만큼의 여가가 창출된 셈이다. 그러나 인력의 절반이 완전히 손놓고 노는 동안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불가피하게 생긴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 커녕 온 사방에 고통을 야기시킬 뿐이다. 이보다 더 정신나간 짓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p.22)



경비 뿐만은 아니다. 이 나라의 많은 근로자들이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기도 하고, 연월차수당을 받지도 못하면서 쉬지도 못하는 채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많은 '일'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건 일자리가 있는 사람의 문제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자리조차 없어 늘 불안과 가난에 시달린다. 이 환경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게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직원을 더 뽑아서 야근을 없애고 실직자도 없애는 것은 가장 당연하고 뻔한 해결방법인데도, 기업은 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사람을 더 채용하면 그만큼의 인건비가 더 나가니까. 기업이 노동력 착취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어마어마할 것 같다. 그래서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일에 치이거나 가난에 치일 수 밖에 없다.


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서 함께 일하면 안되는걸까.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p.33)



러셀 아저씨의 말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우리는 뉴스를 보며 세상이 험악해졌다고 말하는데, 그 험악함은 어디로부터 비롯되는가. 우리 모두가 힘들게 하루하루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선한 본성의 발현만을 기다리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 아닌가. 




러셀이 주장했던 것처럼 '모두 다 네시간 근무 그리고 여가활동' 이 도무지 꿈같기만 하다면, 모두가 8시간 근무 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24시간 근무하고 누구는 365일 일을 하지도 못하는 이사회는 확실히 비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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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6-2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면서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캔디는 '선함'을 대변하지 않았나요?
저는 그'선함'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제가 십년전에 투잡 뛸때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한 타임, 오후5시 부터 새벽 1시나 2시까지 두타임.이렇게 16시간 정도 일을 했었는데 참...힘들었어요. 특히나 앉아서 일보는 사무직이 아니라 더 했겠지만 여하튼....젊었어도 힘든건 힘든거였죠.
일의 능률? 그런거 없죠. 그냥 버티는거에요. 시간제니까......
아버님 참...힘드시겠어요....

다락방 2013-06-26 15:03   좋아요 0 | URL
지금 우리가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게 배부른 자들의 배를 더 부르게 해주는 일인것 같아요. 모두 다 같이 좀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배부른 자들의 주머니가 지금보다 약간 가벼워질지도 모르고, 그건 배부른 자들이 도무지 감당하려 하질 않고요.

힘드시죠, 힘드신데 별 수 없는거에요, 이 상황에서. 답답하죠. 그런 직장 때려쳐, 라고 말한다면, 그런 저야말로 배부른 소리 하는게 되는거죠. 에휴..

L.SHIN 2013-06-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적 여유는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가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한 본성이 나오는 것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은 -
그만큼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다락방 2013-06-26 15:05   좋아요 0 | URL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의 '여유'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자기들은 여유로우면서 말이지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왜 마음에는 여유가 없는지 답답하기만 해요. 답답한데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네요, 엘신님.

blanca 2013-06-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말 몰랐어요. 두 시간 자고 24시간 근무라니요. 에어콘도 신문도 책도 안 된다고? 눈물이 핑 도네요. 이 책은 친정에 남동생이 사 두었던데 당장 들고와 읽어볼게요. 아버님 파이팅!

다락방 2013-06-26 15:06   좋아요 0 | URL
그뿐만이 아니에요, 블랑카님.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를 찾아와 한마디씩 하죠. 그 중엔 별의별 사람들도 다 있어서, 아버지가 전에 근무하신 아파트의 한 아주머니는,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오는 걸 막으라고 했대요. 그걸 어떻게 막냐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더니, 개똥을 모아서 놀이터에 뿌리라고 하더래요...허...참..................

열악한 근무환경에 꼴불견인 사람들까지. 참, 어렵네요, 블랑카님.

마노아 2013-06-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리 출판사는 6시간 근무해요. 대한민국에선 경이로운 숫자예요.

저 어저께 시험 감독을 60분씩 세번 했는데 수당을 세시간만 쳐준다는 거예요.
다른 교사들은 30분씩 6교시 수업한 걸로 해놓고 강사는 이렇게 대접하네요.
원래 45분 수업니까 한발 양보해도 4시간은 인정해줘야 하는데도 말이지요. 완전 더럽고 치사해요. 흥!

다락방 2013-06-26 15:08   좋아요 0 | URL
여섯시간 근무라뇨, 마노아님. 대박이네요.
요즘 제 남동생도 매일 야근하거든요. 사람 하나만 더 뽑아주면 되는데, 그걸 안 뽑아주고 있는 직원들을 야근시키네요. 있는 직원들을 좀 더 여유롭게 해주고 실직자를 한 명 줄이는 것이 회사로서는 정말 못할 짓인걸까요?

그리고 아니, 강사에 대한 취급은 왜 그렇게 개떡같답니까? 덜 가진 사람들을 아주 초라하게 만드네요, 사회 구조가...

아무개 2013-06-26 15:27   좋아요 0 | URL
에? 뭡니까...거참 정말 빵꾸똥꾸 같네요!

그런데 다락방님이 우리가 쓴 글 못봤나봐요 오호호

마노아 2013-06-27 09:17   좋아요 0 | URL
담당 선생님과 교무부장님께 부당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안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교장샘이 6시간 인정해 주라고 변경 지시 내려왔어요. 그나마 교장샘(여자분)이 상식적이어서 다행이에요. ㅠ.ㅠ

다락방 2013-06-27 15:33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 오늘 오전에 읽었지 뭡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제일 높은곳에 계신 분이 상식적이라 다행이네요. ㅠㅠ 밑에 사람들이 다 상식적이어도 윗 사람이 꼴통이면 그게 더 문제. '손아람'의 [소수의견]에서 배심원은 상식적으로 판결했지만 판사가 뒤엎어 버리는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래서 욱 치밀었는데. ㅠㅠ

2013-06-2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7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ㅈㄷㄱ 2013-06-2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radio.ddanzi.com/index.php?mid=broadcast&category=1176709&page=2&document_srl=582993

들어보시면 해결책까진 아니라도 이런 사회가 된 이유정도는 알 수 있으실듯
(처음부분이 부담스러우시면 중간이후부터 들으셔도)

다락방 2013-06-27 15:37   좋아요 0 | URL
아, 조만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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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지금 이런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된 건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잘못들 때문은 아닐까, 하고 과거속으로 빠져드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건 퍽 흥미로운 일이었다. 더불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역시나 하며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모두 보통의 인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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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6-2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06-24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4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25 09:49   좋아요 0 | URL
이메일 보냈습니다.
 
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트래비스는 무척 마음에 드는 캐릭터. 앞으로 이 시리즈가 나온다면 나는 계속 읽을 것이다. 필립 말로 이후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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