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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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장애인 비하와 서울 중심적 표현을 써서 지적받고 사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p.140)



몇해전에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정희진을 처음 만났었다.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사실 그 책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 이 책,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아 그녀가 이렇게 '센' 글을 썼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을 때는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은데, 왜이렇게 거부감이 들까. 정작 본문이 시작되고 나서는 거부감이 사라졌지만, 서문에서의 거부감은 정말 컸다. 나는 그녀처럼 읽지도 쓰지도 않을 것이라고, 나는 계속 내 식대로 할 거라고 욱, 하는 마음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본문을 읽으면서 그런 거부감은 어쩌면 '내가 행동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에서 초래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위에 인용한 문장, 저 문장을 보면서 빳빳한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얼마나 많은 말실수를 하고 행동의 실수를 할까, 안그러려고 하고, 그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은연중에 내게 잠재해있던 차별과 편견 그리고 학대는 얼마나 많이, 빈번하게 입 밖으로 터져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사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희진조차, 이 무지한 나조차도 차별을 공부하는 이름으로 알고있는 정희진조차, 여전히 지적받고 사과를 한다는 게 아닌가. 아, 인간은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인가. 이렇게 지적받으면서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반드시 읽어야할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고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저격하자면, 홍준표가 그렇다. 내가 지금은 홍준표를 저격하지만 그건 이 책의 인용문이 홍준표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고,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겠다. 뿌리 깊은 사고는 책 한 권으로 달라지지 않겠지? 그래도 뭔가 자꾸자꾸 권하고 싶다. 밑에 인용한 283페이지에서도 나오는데, 그들에게 이해를 권하고 싶다. '이해의 영어 표현(under/standing)이 좋다. 이해햐려는 대상 아래 서 있으려는 겸손한 마음, 이것이 첫 번째 자세다.' 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공공 의료는 '좌파 정책'이다. '우파 민중'은 안 아픈가? 공공 의료는 국가의 기본 역할인데? 그는 아나키스트인가? 내가 분노하자 주변에서는 '뭘 기대하냐'는 반응이다. 일부 지도층의 이런 발상에 대한 현저한 면역 결핍이 내 지병이다.

질병은 삶의 부작용이 아니라 본질이다. 의료는 복지 이슈가 아니다. 쌀 수급을 복지 정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질병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홍 지사의 사고는 철학의 문제, 그것도 '국정 철학'의 오류다. 그는 '좌파의 국가관'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의 공동체관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p.270)

누구의 인생도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는 없으며 동시에 평생 피해자인 사람도 없다. 피해는 상황이지 정체성이나 지칭이 될 수 없다. 타자화는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정의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다. 내용의 호오가 본질이 아니다. 어머니 숭배와 `창녀`혐오는 모두 남성 사회의 판타지다. 섹슈얼리티를 기준으로 여성을 이분하여 시민권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남성은 `아버지와 남창`, `곰과 여우`로 구분되지 않는다. (p.70)

성 판매는 당연히 노동이다. 그것도 위험한 중노동이다. 그러나 나는 `성 노동`에 반대한다. 노동이되 `어떤 노동`인가, 수천 년간 왜 `여성 직종`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너무 오래된 노동을 두고 `노동이다 vs 아니다`를 논하는 이 사회의 지성이 민망하다. (p.71)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내내 흐르는 1940년대 영화, <밀회(Brief Encounter)>의 우리말 제목은 교양이 없다. `몰래 만난다`는 시선부터 한심하다. 조우(遭遇), 정도가 맞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생면부지의 남녀는 기차역에서 몇 시간 만나고 헤어지지만 평생 두근거릴 가슴을 얻는다. (p.76)

인맥 관리, `밀당`, 포커페이스‥‥‥몸 사리고 계산해봤자다. 남김없이 준다고 해서 바닥나는 마음은 없다. 인간이 바닥을 드러낼 때는 따로 있다. 그러니, 목숨처럼 해 다오. (p.77)

사랑한다는 것은 약점이다. 사랑이 내 몸에 거주하는 것은 축복이지만 연결되고 싶은 욕망은 지옥이다. 이 마음 자체가 `을`인데 만일 성별, 나이, 계급, 외모 같은 자원에서도 차이가 난다면‥‥‥. 그 괴로움,그 부끄러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다. (p.80)

상대방에게 떠난 이유를 따지는 것은 젼혀 효과가 없다.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실리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실 진짜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오하지 않다. `피해자`에게 관심도 없다.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 약자가 될 뿐이다. 그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They do because they can.) 인간은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p.95)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진보 개념은 근대화 시각에서 발전주의(progress)를 의미한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적대하거나 논쟁하는 세력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 건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되 방법이 다를 뿐이다. 공통점은 성 차별과 주류 지향이고, 차이는 `종북`이라는 기이한 용어에서 보듯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드는 일에 통일을 포함하는가 여부와 그 방식일 것이다. (p.122)

여성 상위?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역할(노동량)이 많아진 것이다. 100퍼센트 주부로만 사는 전업주부도 없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이들도 재테크부터 인형에 단추 달기까지 부업을 하거나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남성의 가사 노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여성의 취업은 평등이 아니라 이중 노동이다. (p.142)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대가 오랜 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지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유명한 글귀의 출처가 바로 이 책(선악을 넘어서-프리드리히 니체)이다. (p.214)

우리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람으로 태어났다. 원래 남녀 차이보다 여성과 여성의 차이, 남성과 남성 간의 차이가 더 큰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이러한 법칙을 왜곡하여 인간을 남녀로 분류한 제도가 가부장제다. (p.247)

자신이 누군지 모를 수밖에 없는 남성들에게 이 책(남성성/들-R.W. 코넬)의 일독을 권한다. 여자는 자기를 잘 아냐고? 인종 차별 사회에서 유색 인종은 자기 처지를 알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 (p.248)

술, 담배, 도박, 초콜릿, 관계, 섹스, 쇼핑, 미디어(스마트폰), 게임‥‥‥.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에 중독되어 있다. 중독되지 않은 몸은 드물다.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긍정적 중독(일, 운동, 공부‥‥‥)인 경우 문제가 덜 될 뿐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중독자의 의지 부족이나 인격적 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대상이 위로와 즐거움을 주거나 삶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중독은 생존을 도와준다("‥‥‥없이는 못 살아.") 그러니 지나친 수치심이나 굴욕감,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감정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중독은 누구나 겪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대응일 뿐, `문제가 아니다`. (p.255-256)

확실성의 볼모가 된다는 것. <기차는 슬프다>가 바로 그것이다. "단 하나의 목소리와 단 하나의 노선으로/정해진 시간에 떠나야 하는 기차보다/더 슬픈 게 있을까?/그 어떤 것들도 이보다는 더 슬프지 않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시간이 멈췄다. 행복할 때, 정지했으면 하는 그 시간이 실현되었다. 우리는 기차역에 함께 앉아 있었다.
목적이 분명한 기차가 정시에 출발한다는 확실성. 기차역(삶)에 끌려온 사람들은 살아 있는 죽음을 산다.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만큼 기차가 오기 전에 죽는 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될까. (p.275)

이해(理解)는 읽는 이의 이해(利害)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니 이해는 난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영역이다. 이해의 영어 표현(under/standing)이 좋다. 이해햐려는 대상 아래 서 있으려는 겸손한 마음, 이것이 첫 번째 자세다. 이해는 사랑과 지식을 아우른다. 사랑은 수용이다. 상대를 수용할 때 이해는 따라온다. (p.283)

몇 해 전에 성별을 기준으로 하여 10대에서 70대까지 열네 개 그룹으로 나누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연령과 성별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내 대답 역시 그렇다. 여기서 `공부`는 10대를 억압하는 입시 공부가 아닌 뭔가 `의미 있는 인생`을 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 무엇인가를 추구했다는 것, 나만의 세계가 있었다는 것 등으로 다양할 것이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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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3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5-03-2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강연을 듣고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평생 존경할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3-24 11:09   좋아요 0 | URL
네, 존경할만한 분이고 이런 분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진다면 아마도 이런분들 덕일테고요. 그렇지만..전 감히 이렇게 될 순 없을 것 같아요. 휴..

아무개 2015-03-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우리가 이런책좀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런책을 안읽겠지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정치하면 홍준표 처럼 된다구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2.이 책의 문제점이랄까, 아니 읽고 난후의 문제점은,
안그래도 삐딱한 관점이 더 삐딱해져서 완전 획~ 돌아가버린거 같다는거...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흠....이건 백인남성들에게만 해당되는거 잖아
이러고 있어요... ㅡ..ㅡ:::::::::::::::::::


다락방 2015-03-24 11:1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차피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은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해왔던 사람일 거라고. 갑자기 생뚱맞게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읽고 아, 삶은 그렇게 살아야하는구나! 하고 깨닫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아.

전 이 책을 읽고 더 삐딱해지진 않았어요. 제 자신을 좀 더 단단히 매야 겠다고 생각을 했죠. 조금더 신경써서 말하고 조금더 신경써서 행동하자고요.

푸른알밤 2015-03-2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도전 읽고 무심결에 표현하는 편견을 반성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 잊고 있었네요. 이 책 한 번 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15-03-24 11:11   좋아요 0 | URL
네, 푸른알밤님. 읽으면서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일요일. 아침을 먹고 남동생과 나는 일자산엘 갔다. 오르면서는 우리 점심에 무얼 먹을까, 에 대한 얘길 했다. 짬뽕과 냉면 소고기 까지 여러가지 메뉴들이 등장했고 결국 우리가 선택한 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였다. 이걸 어디에서 사먹을까, 하다가 나는 '야, 그거 만들어 먹자!' 라고 했다. 그래서 산에서 둘다 걸음을 멈추어 잠깐 앉아서는 인터넷으로 레서피를 검색해보았고, 흐음, 재료도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할 수 있겠는데? 해서 그렇게 까르보나라를 만들기로 했던 것. 원하는 만큼 만들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자!!! 게다가 집에는 따지 않은 와인이 한 병 있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와인이라니. 꺄악 >.< 완벽한 일요일이야!! 산에서 내려와 남동생과 나는 마트에 들러 양송이 버섯과 베이컨을 사고, 제과점에 들러 생크림을 산다. 우유와 양파, 계란, 스파게티 면은 집에 있고, 브로콜리는 안넣기로 쇼부를 친다.

 

 

그리고 집에 와 양파를 까려는데, 하아-, 늘 있던 자리에 양파가 없다. 원래 우리집은 양파를 많이 쌓아두고 먹는데, 언제나 베란다에 가면 양파가 가득가득 했는데...왜 없지? 그래서 남동생과 나는 잠깐 고민한다. 양파를 사러 갔다올 것이냐 말 것이냐...결국 양파도 패스하기로 한다. 양파 대신 파를 넣을까? 라고 물으니 남동생이 그러지말라고 한다. 그래. 그럼 양파대신 파프리카를 넣자, 해서 재료를 준비한다.

 

 

우선 양송이, 베이컨, 파프리카를 썰어 둔다.

 

 

 

 

저 옆에 노란건 다진마늘이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마늘을 넣을 것이다. 자, 그리고 이제는 크림소스를 준비한다. 레서피가 시키는대로,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섞는다.

 

 

 

 

 

아....생크림 보고 잠깐 흥분해서 숟가락으로 퍼먹을 뻔 했지만,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고 퍼먹지는 않았다. 섞을때 잠깐 주저했다. 한 번 퍼먹고 저을까, 하고. 그렇지만 애써 이성을 부여잡는다. 이성아, 멀리 가지마. 내 옆에 꼭 있어야 해. 그렇게 간신히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젓다가 레서피가 시키는대로 계란도 하나 깨 넣는다.

 

 

그리고 이제 썰어둔 야채를 올리브유에 볶는다.

 

 

 

 

냄새는 근사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파프리카를 넣지 않는 쪽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강하게, 강하게 든다. 이렇게 볶으면서 한 쪽에서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그런데..진짜..파프리카...지금 넣으면 안되는 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불길하게 들고, 이 생각이 들수록, 아니야 이런 생각하면 부정타서 정말 맛없게 될거야, 싶어 그냥 가던 길을 내처 가기로 한다.

 

 

 

그리고 만들어둔 크림소스를 붓고 삶아진 면을 넣는다. 그런데..이상하다. 왜 스파게티 면이 지 혼자 잘게 부서져있지? 왜 토막토막 끊겨있지? 이거..무슨 면이지? 그냥 집에 있던 면인데...출처는 모르겠지만....내가 그간 스파게티를 몇 번 해봤지만 이렇게 면이 부서진 적은 없었는데..왜지. 뭐지. 왜그렇지... 그리고 소스는......왜이렇게 묽지? 끈적하게 되야 하는건데....그렇다고 전분을 넣을 순 없고...이거, 괜찮은건가? 왜 면을 넣고 끓이고 또 끓여도 안쫄지???????

 

결국 스파게티 국의 형태가 되었다가 스파게티 죽..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게.....뭐야???????

 

 

 

 

 

 

 

 

 

하아- 그래도 기분을 내기 위해 준비해둔 와인을 가져와 세팅한다. 와인을 따는 동안 스파게티를 먹어본 동생은 대체 뭘 한거냐고 묻고....뭘 잘했다고 사진을 찍냐며......그렇지만 이게 완성품이야.....

 

 

 

 

 

 

야..이게 진짜 뭐냐..남동생은 포크로 퍼먹으며 그냥 사 먹을걸, 하고 나는 숟가락으로 퍼먹으며..근데 이게 정체가 뭐냐 싶다. 남동생은 먹고 먹고 또 먹다가 결국 산에서 내려올 때 분식집에서 사왔던 떡볶이를 먹고, 나도 꾹 참고 먹다가 아, 더이상 먹을 수가 없어, 하고는 떡볶이를 같이 먹는다. 따라둔 와인은 마저마신다.

 

이 스파게티..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더먹어, 라고 말하자 남동생은 싫어, 라고 곧바로 대답한다. 그럼 베이컨이라도 건져 먹자, 아깝잖아...하고 나는 아직 잔뜩 남은 스파게티 냄비를 가지고 와서는 베이컨을 주섬주섬 꺼내 먹는다...

 

베이컨과 양송이, 생크림을 다 사는데 만원 정도의 돈이 들었는데.....내 시간과 노력은....게다가 초토화된 부엌은...대체 왜 이 맛없는 스파게티 죽 끓이는데 부엌은 난장인가....맛도 없고... 보기에도 구리고....술안주로도 형편 없어...하아- 하아- 깊은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남동생은 스파게티를 만들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한다. 시간을 돌려서 사 먹으러 가고 싶다고. 맛도 없는게 불쾌하게 배를 부르게 하고 있다며 짜증을 냈다.

 

 

오늘의 까르보라나 스파게티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맛.

 

 

이다.

 

 

하아- 내가 한 요리를, 내가 못먹겠어... 지난번 김치찜도 내가 먹다가 버린다고 하는 걸 아빠가 꾸역꾸역 다 드셨는데..

아, 진짜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일요일을 이렇게 낭비했어, 이렇게... ㅜㅜ

지구를 생각한다고, 환경을 생각한다고, 그렇게나 열심히 장바구니 들고 다니고 에코백 들고 다니고 텀블러 들고 다니면 대체 뭐하나. 음식 쓰레기를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데. 나따위..나란년...나따위년... Orz

 

 

우울한 마음으로 못먹겠는 스파게티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요리는 이과 영역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내 여동생은 요리를 겁나게 잘하는데, 엄마보다 저 맛있고 더 빠르고 더 깔끔하게 잘하는데, 여동생이 이과인 것. 요리 잘한다는 주변인들이 죄다 이과인 것 같다. 그러면 요리는 이과 영역....방금전에 트윗에서 ㄱ 님이 재료살 돈으로 그냥 책이나 사서 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그게 정답인건가.. 하아- 돈 아깝고 시간 아깝고 내 노력 아깝고 이 황금 같은 주말이 아깝다.

 

 

오늘 일자산은 어제 일자산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꽃이 피더라.

 

 

 

 

 

 

 

 

 

 

 

문과인 나는 책이나 사고 책이나 읽는 걸로 남은 생을 탕진해야겠다. 요리는...이번 생애 나는 안되는 걸로...

라지만 뭔가 하나 얻어 걸리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또 생각해보고 해봐야겠다. 나 이 요리만큼은 자신있어!! 하는 걸 하나쯤 만들고 싶단 말이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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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3-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는 이과영역! ㅋㅋ

다락방 2015-03-22 19:18   좋아요 1 | URL
그런것같죠? ㅎㅎㅎㅎㅎ

세실 2015-03-2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삼겹살 구워드실걸~~~
오늘 저녁 우리는 집에서 삼겹살이랑 김치,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콩나물 올려서 먹었어요. 음식 못해도 맛있네요^^

다락방 2015-03-23 14:26   좋아요 0 | URL
삼겹살하고 오리고기를 토요일에 구워먹었어요, 세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5-03-2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르보나라, 어렵다고들 하던데...저도 아줌마 주제에 먹을줄만 알지 만든 적은 없어요.
요리는....잘 하는 사람, 잘 먹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라고 생각해요. 전 잘 먹는 쪽에서 줄 서 있을랍니다. 옆에 오세요.. ㅋ

다락방 2015-03-23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 먹는 사람 쪽이라고 확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 이렇다할 대표 요리가 있었으면 싶어서 말이지요. 이것저것 시도해봤자 아직까지 걸리는 게 없네요. 하아-

Forgettable. 2015-03-2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크림 우유는 실패하기 쉬워서 보통은 그냥 휘핑크림을 사용하고, 양파가 없었던 것도 약간 에러인듯. 파프리카는 향이 강해서 까르보나라랑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아여. 그리고 무엇보다 까르보나라의 생명은 후추인듯. ㅎㅎ

다락방 2015-03-23 14:27   좋아요 0 | URL
크- 휘핑크림으로 해도 되는거였어요? 다시는 안해야지 생각했었는데 뽀 댓글 보니 휘핑크림 사서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양파도 필히 준비하고. 그러면 나...이번엔 성공하지 않을까???

그렇게혜윰 2015-03-2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정샷까지 찍으셨을 줄은....^^;;;ㅋ

다락방 2015-03-23 14:27   좋아요 0 | URL
찍는 동안에는 성공한 과정샷이었어요. 찍고 나니 실패한 과정샷이 되어버리고 말았...OTL

blanca 2015-03-2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이 페이퍼 정말 넘 귀엽당 !!! 우유를 넘 많이 넣었나 봐요. 그러면 묽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실패로 까르보나라 두번 째는 감이 좀 오실 거예요. 남동생이랑 요리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해서 나까지 미소가*^^

다락방 2015-03-23 14:2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질퍽질퍽해지질 않길래 대체 이건 어디에서 생긴 문제일까 생각해보다가 우유를 너무 넣었나..하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뭐 처음에 양파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끊어지는 면발까지...총체적 난국이었지만 말예요. ㅠㅠ

다다 2015-03-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 왜 일케 사랑스러운 겝니까! 깨알같이 웃다가 빵빵 터졌네요. 소리내서 막 웃었어요. 꽃 예뻐요. 봄이 성큼-

다락방 2015-03-23 14:29   좋아요 0 | URL
먹다가 음식쓰레기 된 스파게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참을 가만 앉아있었어요. 난 왜 존재하는가...하아- 요리는 제 길이 아닌가 봅니다. 대체 내 길은 뭐람..ㅠㅠ

하이드 2015-03-23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라피체 말벡 행사하는거 2만원에 3병 주고 샀다가 주말 꽐라 되서 망했어요. 아.. 와인 보니깐 또 생각이....

다락방 2015-03-23 14:29   좋아요 0 | URL
우앗. 저도 2만원 세병 행사로.. ㅋㅋㅋ 요즘 말벡이 괜찮은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나저나 맛없는 스파게티라 저 트라피체는 남겼고요, 저게 마지막 병이라 조만간 다시 가서 2만원 세병 또 사와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앤의다락방 2015-03-2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재밌으셔요!!!ㅋㅋ :) 월요일 아침 덕분에 즐겁게 시작합니다!!^ . ^

다락방 2015-03-23 14:29   좋아요 0 | URL
앤의다락방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아마도 저는 요리를 망쳤는가 봅니다. -0-

아무개 2015-03-2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같은거 하지마라구욧!!!!!!!!!!!!!!!!!!!!!!!!!!!!!!!!!!!!!!!!!!!!!!!!!!!


다락방 2015-03-23 14:30   좋아요 0 | URL
기다려봐요. 내가 뭔가 하나는 꼭 성공할테니. 불끈!! --^

수이 2015-03-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는 하면 할수록 늘어요 ㅋㅋ 그러니 마음 편히 먹고 다음에 또 도전해보세요 ㅋㅋㅋㅋㅋ 근데 빵 터져서 계속 웃었어요_

다락방 2015-03-23 14:30   좋아요 0 | URL
하면 할수록 는다지만, 거기에 예외가 있고, 그 예외가 저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듭니다만? ㅋㅋㅋㅋㅋ

라로 2015-03-2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르보나라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요???ㅎㅎㅎㅎ3=3=3333

다락방 2015-03-23 14:30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아- 제 시간과, 돈과, 노동력.. ㅠㅠ

꽃핑키 2015-03-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아 내 옆에 꼭 있어야해, 에서 미친듯 웃었어요ㅋㅋ ㅋㅋ 하아, 나라면 한 숟가락 퍼먹었는데ㅋㅋ 면 요리가 원래 좀 어렵더라구요ㅋㅋ 라면도 진짜 안 퍼지게 간 딱 맞춰서! 제대로 끓이기 힘드니까요ㅋㅋ 위로가 될런지;;

다락방 2015-03-23 14:31   좋아요 0 | URL
차라리 생크림 한숟가락 퍼먹었으면 요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몇초간이라도 행복했을것을.. ㅠㅠ

transient-guest 2015-03-2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는 감이에요.ㅎㅎ 하다보면 많이 늘기도 하구요. 파스타종류는 고급이야 어렵지만, 일반적인 종류는 몇 가지 요령만 알면 거기서 거기더라구요.ㅎ 가급적 마리나라소스 방향으로 잡으면 실패가 적지요..ㅎ

다락방 2015-03-25 10:38   좋아요 0 | URL
마리나라 소스는 무엇인가...지금 네이버에 검색해봤네요. ㅎㅎ

스파게티를 집에서 해먹을 땐 그냥 소스 사다가 먹는데요 이번에 크림 소스는 내가 직접 만들어 잔뜩 먹어주겠다는 의욕이 너무 가득찬 나머지...음식 쓰레기를 만들어버렸네요. 하아-
저는 요리에 워낙에 소질도 관심도 없을 뿐더러 해본 적도 없어서 뭐만 시도했다 하면 자꾸 실패를 해요. 아무래도 돈을 열심히 벌어서 독립하게 되면 요리해주는 사람을 쓰던가 아니면 요리에 재미를 붙이고 소질도 있는 남자랑 동거를 해야겠어요. 맨날 사먹을 수는 없으니깐요. -_-

비로그인 2015-03-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이성은 멀리 가게 냅두고 한 번 퍼먹었을 거예요 ㅎ
산에 오르며 뭘 먹을지 얘기나누는 장면에서 하트뿅~
파프리카 고민에서 또 뿅~
에코백 텀블러 뿅뿅~
저도 문과라서 마지막으로 뿅~♥

다락방 2015-03-26 10:51   좋아요 0 | URL
전 이성을 내다버리지 않겠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동안 너무 이성하고 안친해가지고 육체가 이지경이 된.....orz

아 배고파요 아른님. 헤헤.
저 지금 누구랑 문자메세지 주고받고 있게에에에에에에~~~~~~~~요? 히히히히히.
 

이비인후과에 가는 건 언제나 끔찍하다. 진찰실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반드시 울고 그 울음 소리는 대기실까지 들린다. 아마 듣기에 제일 힘든 소리가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아닐까. 다독다독 옆에서 아이야, 울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콧구멍에 이상한 기계 들어와 요란한 소리를 내는데, 아이들에게 내 말이 들릴까. 얘들아, 아프지마. 아프니까 이 무서운 병원에 와서 그렇게 울게 되잖아. 아, 이비인후과는, 아이들이 울어서, 너무 힘들다.

그리고 나는 까페에 왔다. 까페 창을 통과하는 볕이 좋고 빛이 좋다.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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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2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15-03-2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어제 빌려왔어요. ^^

다락방 2015-03-22 19:04   좋아요 0 | URL
이리스님, 오랜만이네요. 읽기 시작 하셨습니까? 훗.
 

안되겠구나.


재이슨 스태덤과 그의 연인 로지 헌팅턴 휘들리던가..이름이 암튼 겁나 길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이둘이 연인이라고 사진 올렸던 게 트랜스포머..그 뭣이냐, 여주 바뀌고 나서였던 것 같은데.

여튼 이들이 2010년 부터 지금까지 사귀고 있단다.

여자가 88년생이라고 했던가. 스무살 차이라는데.

재이슨 스태덤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것 뿐이지만,

그가 한 여자와 오년이상 교제할 수 있는 남자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좋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좋아서 사귄다면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그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아서 그런지..뭔가 참 좋아보인다.

그러니 내가 거침없이..양보한다.


예쁘다.


바로 밑에 사진 여자 배 모양이 나랑 똑같다.

다만, 내가 저 여자보다 아주 많이 크고 아주 많다는(응?) 차이만 있을 뿐... 저 배나 내 배나... 저 다리나 내 다리나... 저 얼굴이나 내 얼굴이나...다 거기서 거기지, 뭐....

재이슨 스태덤은 저 여자한테서 뭘 봤을까?

저 여자는 재이슨 스태덤한테서 뭘 봤을까?

뭣 때문에 그들은 끌렸고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할까?


좋네, 재이슨 스태덤..역시 좋은 남자였어..

아, 좋은데 어쩐지 쓸쓸해...



개인적으로는 맨 마지막 사진이 마음에 든다. 같이 편한 차림으로 장 봐서 돌아가는 사진.






재이슨 스태덤, 이젠 안녕..



집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그를 보내야겠다..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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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3-2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이슨 스태덤은 다 좋은데, 옷을 넘 못입는 거 같아욤~^^

다락방 2015-03-22 19:05   좋아요 0 | URL
그냥 막 입는 것 같죠? 뭔가 생각하고 입는 것 같진 않고 그냥 옷이니까 입는다?
옷을 예쁘게 입으면 좋겠지만, 저는 한 사람과 저렇게 오랫동안 연애할 수 있는 남자라면 옷 저렇게 입어도 좋은 것 같아요. 후훗

몬스터 2015-03-21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일 마지막 사진이 좋아요. 저렇게 가슴 위 (?) 까지 내려가는 옷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게 좋아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거. 한국도 이제 그럴 수 있는 분위기인가 잘 모르겠네요.

다락방 2015-03-22 19:05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 사진 여자 원피스 편하고 예쁘죠? 저도 저렇게 입고 다니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 시선은 상관 없는데 아빠랑 남동생 시선이 신경 쓰이네요. ㅎㅎㅎㅎㅎ 제일 마지막 사진 좋아요!! :)

비로그인 2015-03-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능성은 열어두세요^^~재이슨도 자기도 모르게 양보당한 걸 알면 얼마나 가슴아프겠어요~

다락방 2015-03-22 19:06   좋아요 0 | URL
흐음. 가능성..열어둘까요? 저도 저렇게 단단한 연애를 해보고 싶은데, 저렇게 단단한 남자여야 가능한거겠죠?

transient-guest 2015-03-25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대머리 남자들에게도 희망의 빛이....ㅎㅎㅎ

다락방 2015-03-25 10:38   좋아요 0 | URL
어떤 대머리 남자들은 지독히도 멋있잖아요. 재이슨 스테덤이 그렇고 브루스 윌리스가 그렇죠!! >.<
 
다음생을 위해 지금이라도 지구를 구해야겠다.















아침에 이 책 제목 회사 동료한테 말하면서 [악마 같은 연인] 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악명 높은 연인' 이었다. 하하하하하.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읽었던 책 제목과 작가쯤은 거뜬히 외울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작가 이름도 안외워지고 제목도 잘 모르겠고....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회사 동료한테 말하면서 [나쁜 남자]라고 한 적도 있다. -0- 나란 년... 돌...



어쨌든, 이 6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으면서 참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이란 나라에서는 비리가 정말 끝이 없구나, 하는 것. 뭐 비리와 부정부패가 스웨덴만의 것이겠냐마는, 이 책에서는 너무 답답한 게 정말이지 믿을 놈이 하나도 없는 거다. 하아- 이 놈을 믿어야 될지 저놈을 믿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석에 몰리면, 나는 대체 어떤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처한 상황이 어마어마한 위기라면 당연히 거기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그런데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럴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이 놈도 저 놈도 다 내 등쳐먹을 생각만 하는 놈들이라면...하아-


일전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읽을 때도 스웨덴이란 나라, 복지가 좋고 한 사람이 두 채의 집을 갖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이 나라가, 도대체 왜이렇게 부정부패가 심한가, 왜 다른 나라들과 별다를 바 없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악명 높은 연인]에서도 그랬다. 어디나 돈이 있는 곳이라면 썩어버릴 수 밖에 없는 건가..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맹한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악함의 근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천사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밝고 명랑한 사람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두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게 본다 해도 어디서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뿌리 뽑아 버리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또한 내 안에 선한 기질이 이천 개쯤 있다고 해도, 악한 기질 두 세개가 악의 축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대체적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을 듣는 사람이지만-물론, 그러니 만남을 유지하겠지만- 교제했던 남자에게 쌍년 이란 말을 들은 적도 있다(앞으로 듣지 말란 법도 없고).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이며 동물을 극진히 사랑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에게 그는 천사 같은 인간이었을 것이 아닌가. 인간에게 잘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과 인간을 학살하고 동물에게 극진한 사람이 있다면, 그 중 누가 낫다고 그 가치를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어떤 사람들에겐, 인간에게 잘하면서 동물에게도 잘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건지는 모르겠다만. 자신이 아닌 타인, 혹은 자신이 아닌 동물들에 대해 '나보다 못하다' 혹은 '내가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게, 그게 왜 안될까.



이 책 악명 높은 연인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스웨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물이며 폭력배의 두목이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제거' 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노인이, 강아지를 구한다.



발톱 달린 작은 발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뇨가 공을 입에 물고 늘 그렇듯 기쁨과 흥분을 발산하며 다가왔다. 주인 없는 개였던 피뇨는 5년 전 아달베르토의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개를 집에 들였고, 그 뒤로 좋은 친구로 지냈다. 구스만 엘 부에노는 공을 잡아 던졌다. 개는 달려가 공을 물어 주인에게 다시 가져왔다. 늘 재미있는 일이다. (p.61)



길 잃은 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구스만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는 더 많은 돈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하고 손 안에서 사람들을 쥐락펴락 한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데, 길 잃은 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이걸..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물론 한 사람을 좋은 사람이다 혹은 나쁜 사람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기는 하겠지만-그건 내게 보이는 면에 대한 평가일 뿐이니까-, 참, 생각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다. 길 잃은 개 피뇨에게, 구스만은 은인이며 좋은 친구이다. 길 잃은 개 피뇨에게 구스만은 피뇨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고마운 사람이며, 그를 만난 걸 평생 감사하며 살다 눈을 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뇨가 아닌 다른 많은 인간들에게 구스만은 죽음을 가져온 사람일 것이며 악의 뿌리일 것이다. 또한 구스만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구스만과 피뇨의 사이만 보고 구스만을 선한 사람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동물을 대할때조차 따뜻하다면 인간에겐 어떻겠어? 하고. 반면, 그의 밑에서 일을 했다거나 그에게 당했던 사람들이라면, 그가 피뇨와 노는 모습을 보고 혀를 찰 것이다. 아니, 저인간은 어떻게 개한테는 잘해주지? 하면서. 하아-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 여자 주인공 소피에게 나타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던 소피는 아주 오랜만에 가슴 떨리게 하는 남자를 만난다. 함께 있는게 즐거운 남자, 더 알고 싶은 남자, 손을 잡는 게 좋은 남자. 그 남자랑 있는 게 참 좋다. 소피는 그를 알 것 같고, 그도 소피를 알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는 건 살면서 그리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건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손을 잡은 채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잡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p.86)




그런데 그 남자가, 크고 따뜻한 손을 가진 이 남자가, 손 잡는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바로 이 남자가, 구스만의 아들이며 구스만 조직의 후계자다. 분노가 들끓어 오르면 사람을 토막살인할 수 있는 남자이며, 고기 가는 기계로 갈아버리라고 말하는 남자이다. 하아- 다정한 눈빛을 내게 보이고 내 손을 따뜻하게 잡는 남자가,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심지어 국제적으로도 힘을 가진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라니. 도대체 나는, 소피는, 이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끌리는 건 사실이고 두려운 것도 사실.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 복잡한 생각들을. 왜 하필이면 이런 남자한테 끌리게 된걸까. 


그런 그녀에게 위험이 찾아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찰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피에게 접근해 그들의 스파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소피는 갈등한다. 경찰의 말대로 해야할까? 그렇지만 그는 내게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경찰을 믿어도 좋은가? 그렇지만 그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데???



후아- 참...뭐라 더 할 말이 없다.

난..글쎄. 나라면 어떨까. 나는.. 물론 남자를 좋아하지만, 내 자신이 더 소중하다. 내가 끌린 남자가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란 사실을 알게 되면,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어낼 것이다. 단순히 경찰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라, 큰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위협받는 상황도 그만큼 많을 터, 그 위협은 내 것이 되기도 할텐데, 나는 그런 위험의 순간 속에 나를 놓고 싶지 않다. 내가 나로서 기능하고 나로서 잘 살기 위해서는 커다란 힘을 가진 자가 옆에 있어서는 안될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엑토르'-그의 이름이다- 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아마도 '엑토르의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테고, 그러면 엑토르의 부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 여자는 예쁜 여자야, 똑똑한 여자야, 지적인 여자지, 아름다운 여자야, 세계 최고지' 라는 말을 듣기 전에 '저 여자는 엑토르의 여자지' 라는 정체성을 가장 크게 갖게 될 것이고, 그건 경찰들과 경쟁 조직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엑토르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것이고, 아마도 가장 큰(덩치가 가장 크다는 게 아니고) 포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엑토르를 선택하는 순간 내게 가해올 위험이 너무나 많을 것이란 게 눈에 보인다. 매시간 나를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나를 노릴텐데, 와-,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되고 싶은 영화속 주인공 캐릭터는 소소한 일상속에서 빛나고 잘먹고 잘 마시고 자주 섹스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자주인공이지, 액션물에서 개죽음 당하는 보쓰의 여자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위험한 남자에게, 나는 위험속에 놓이고 싶지 않으므로 너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 고 말할 것이고 만약 그 남자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렇지 내가 위험한 남자지 너를 놓아줄게, 하고 나를 좋아줄 것이다. 혹은 나를 안심시키며 붙잡을 수도 있겠지. 엑토르처럼.



"아론과 내가 차에서 내린 순간, 온갖 일들이 일어났던 그날 밤, 난 고칠 수 없는 무언가가 깨졌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어요. 당신이 내게 가졌던 믿음, 희망, 신뢰 같은 거겠지요. 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던 거예요. 당신을 잃는 게 두려워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날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절대." 그가 말했다. (p.280)



좋아했던 남자다. 지금도 좋다. 그러나 두렵다. 그런데 좋아했던, 좋아하는 남자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좋아했던 남자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잘 지내고 싶다고 말하고, 자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데, 하아- 어떻게 나는 그를 떠날 수 있을까. 흔들흔들 흔들리는 이내 마음, 나도 몰라~ 아아 될대로 되라지, 그래요 같이 가요, 하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사랑을 선택하는 여자가 아니야. 나는 나의 안전을 선택할 거야. 미안해요, 나를 놔줘요, 당신이 나를 놔줘야 해요. 그래야 내가 자유로워요. 나는 자유로울 때 가장 빛나요.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선택해 사랑하며 굵고 짧게 살고 싶진 않아요. 나는 사랑을 포기한 채 얇고 길게 살래요... 아, 엑토르. 제발, 세이 굿바이 하자. 그런데..겁나 흔들리겠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남자니까. 내가 반한 남자니까. 하아-





그러나 .. 그 남자가 좋은 남자가 아닐 확률이 진짜 엄청 많다. 높은 위치에서 힘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다루던 경험이 많고 오래됐던 사람이라면, 너랑은 안돼, 라는 부정의 말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웃기지마, 너는 일단 내가 찍은 이상 내 여자야, 어디도 못가, 라는 싸이코식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하나. 어디로 도망가나. 전국적이며 국제적으로 힘이 뻗친 조직이라면 내가 어딜 가나 나를 쫓아올텐데.. 도망가 숨을 곳이 없을텐데. 나는 자연인이다 여자 버젼 찍어야 하나. 산 속 깊은 곳에 숨어들어...난 산 속 깊은 곳도 무서운데.. 비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소리를 꺅꺅 질러댈텐데... 바람이 세게 불어 나뭇잎들이 흔들린다면 혼자 무서워서 눈물 줄줄 흘릴텐데...밖에 늑대라도 나타난다면 난 아마 기절할거야. 아, 제발 진짜, 엄청난 힘을 가진 국제범죄단의 두목들이 나를 좋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를 내버려둬요. 엉엉 ㅠㅠㅠㅠㅠ 난 소박한 여자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힘들어..



그러나 이건 모두 추상적인 상황일뿐, 구체적인 대입을 해보면 또 답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제 구체적 대입의 시간. 내가 지금 이순간 가장 좋아하는 남자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남자를 국제조직범죄단의 보쓰로 만들어보자. 나는 그를 떠날것인가?



음.



음.



음.



음.




뇌가 꼬인다. 생각이 멈춘다. 재이슨 스태덤이 보고싶다. 




얼마전에 본 영화 [나의 ps파트너]에서 김아중은 고등학교(였나 중학교였나) 동창을 우연히 만나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지성은 그 동창에게로 가 김아중의 편을 들어주며 그 동창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못생겼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건..너무나 치명적이야. 다른 말도 아니고 못생겼다니!! 그 말을 이성으로부터 듣다니! 꽥!! 그리고, 이 책에서도 본다.



"우린 잘 지내왔어, 라르스. 우린 싸우지도, 오해하지도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해왔어.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지내왔잖아. 우린 흥미도 같고, 가치관도 같아. 같이 발견한 것들이 있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는 계속 시선을 피하며 와인을 더 마셨다.

"아무 일도 없었어. 넌 그냥 편집증적이고‥‥‥못생겼어." 

사라는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p.191)




아,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사라와 라르스는 동거하고 있었고, 라르스는 소피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피가 너무 예뻤고...완벽했고.....집에 와 사라를 보니 못생겼고.....왜 저런 여자랑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그래서 한때 사랑했으며 함께 살고 있는 여자한테 못생겼어 라고 해버린다. 물론 저 상황의 라르스는 약물중독이었지만....하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못생겼어 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니. 그 절망. 아무리 사랑이 식어 헤어졌어도, 연인에게 못생겼어, 라는 말을 하진 말자. 우리, 그정도의 예의는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되자. 너도 못생겼잖아. 나도 너 잘생겨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 ...현빈이나 김우빈은 티븨에만 있는 거란거, 늬들도 알잖아. 




이건 뭐 부패부정이 너무 심해서 읽기 짜증날 정도의 책인데, 정말 지칠 정도로 비열한 인간들 투성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짜증나고 건조한 책에서 한가닥 유머가 삐죽,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도 삐죽, 피식, 웃었다.



"총알은 제거했어요. 운이 좋았어요. 내부 장기에 영구적인 손상은 남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동안 좀 불편할 겁니다."

"고마워요." 클라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파트리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데, 몸 상태는 괜찮겠어요?"

"아뇨."

"그냥 부를게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파트리크는 방에서 나가 병실 두 개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경찰이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구닐라 스트란드베리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아주 예의 바른 여자였다.

"그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녀가 물었다.

파트리크는 전문의가 쓰는 용어를 써가며 막 떠들어댔다. 구닐라는 그냥 잘난 척하려고 이러는 거구나 싶어 말을 끊었다. (p.48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닐라는 그냥 잘난 척하려고 이러는 거구나 싶어 말을 끊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읽다가 피식-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 책이 소피 시리즈로 앞으로 나올 거라는데, 아, 너무 믿을만한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서...아마 안읽게 될 것 같다. 시리즈로 나올라면 잭 리처 같은 캐릭터가 존재해야 하는데..사랑에 빠져야 계속 만나지. 




어제는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오늘 뭐 먹지?> 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얼마전에 친구가 '니가 보면 좋아할거야' 라고 했던 그 프로렸다. 그래서 보는데 오, 정말 재미있는 거다. 요리하다 말고 수다 떠는 신동엽 때문에 빵빵 터져 웃다가, 아, 뭔가, 어쩐지, 성시경이 좋아졌.............이 캐릭터, 뭐지? 뭔가...요리하다 말고 수다 떠는 신동엽을 한심하게 보는 것 같고, 뭔가 똑똑한 것 같고, 뭔가 좀 .. 아 몰라. 암튼 초큼 성시경이 좋아졌......그런데 어쩐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내적갈등 중이다.



이 세상은 내적갈등 투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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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15-03-2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입니다.
다락방님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슬프지만 무척 행복합니다. (말이 좀 이상합니다만 너그러히..)
다락방님의 독자라서..:)
목 아픈거는 좀 나았어요?
아프지 말아요.

다락방 2015-03-20 15: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소금꽃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제 목은 나아가고 있어요.
네, 봄이네요. 봄을 봄대로 잘 즐겨요, 소금꽃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