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얘길 여기다 했었던가?
점심먹고나서 종종 가는 까페가 있다. 회사 근처의 동네 까페인데, 나의 점심시간이 보통 다른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보다 늦은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까페에 들를 때마다 손님이라고는 나와 E양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뭔가 단골처럼 되어, 가면 제법 아는 사람인듯 남자사람인 까페 사장님과 인사도 즐거이 하고 그러는데, 그러다보니 오지랖넓게(!) 이 까페사장님은 혼자 있을 때 뭘하려나(손님이 없어...한가해.....), 책읽기 딱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뙇- 하고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이고 안 읽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책읽기에 도움이 될것같은 아름다운 책!
그래서 이 책을 내가 기꺼이 한 권 드리자, 라고 생각했지만 좀 망설여지더라. 까페사장님의 성별이 '남자'인 만큼, 이걸 주는 순간 '이 여자사람이 나한테 마음있나?' 로 오해할까봐....아닌데.....그건 아닌데.....주면서 '사장님 좋아서 주는 건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주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뒤로 뒤로 미뤘었다. 아니다, 주긴 뭘주냐, 자기 시간 자기가 알아서 잘 사용할테고, 내 책 내가 주는 것도 모양이 좀 거시기하고....
그러다가 오늘은 아니, 주자,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어차피 내가 가지고 있는것 보다는 누군가에게로 가 읽히는 것이 책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터. 그래, 주자. 최대한 가볍게 주자. E 양한테 대신 주라고 부탁할까 했으나, E 양이 그걸 딱히 대신해주고 싶어하는 것 같진 않아서, 그래 남한테 부탁하지 말고 내가 하자! 라고 생각하고 오늘은 큰맘먹고 책을 들고 나가 점심을 먹고 예의 그 까페로 향했다.
커피를 시켜서 받고서는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책 읽는 거 좋아하세요?
라고. 그러자 사장님은 아니요, 라고 하시는 거다. 아....이러자 다음 과정이 아무것도 진행이 안되더라.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이내 '왜요?' 라고 물으셨다. 나는 '아니요, 책 드릴라고 했어요' 라고 했고 '어떤 책이요?' 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이요, 하며 준비해온 책을 내밀었다.
사장님은 책을 받으시고는 훑으시더니 짧게 나뉘어진 이야긴가봐요, 라고 하셔서 네 에세이에요, 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정말 재미있어요. 아마 읽고나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시게 될거에요. 저도 읽을때마다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깜작 놀라요, 라고도 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아 그래요? 하며 고맙다고 하시는 거다. 잘 읽을게요, 라고 하시며. 그때 재치있는 E 양이 끼어들었다. 그 책 이 분이 쓰신 거에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자 사장님이 놀라시며 아 그러냐고 하시는 거다. 까페에 진열해야겠다고 그래서 내가 네, 까페에 진열도 하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도 좀 하시고 그래주세요,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장님은 알겠다고 꼭 읽어보겠다 하시며 다음번에는 커피를 서비스해주겠다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셀프영업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며칠전에도 찾아볼 게 있어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꺼내 뒤적였는데, 읽다보니 또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응?)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금전에는 우체국엘 다녀왔다. 우체국에 갈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들면 회사를 그만두고 꼭 우체국에서 근무해보고 싶다고. 이 사람이 저 사람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내가 해보고 싶다고. 물론 대부분의 메세지들은 내가 기대하는 그런 아름다운 내용도 아닐 것이고 사랑 가득한 내용도 아닐 것이란 걸 안다. 아주 많은 메세지들은 나쁜 내용을 담고 있거나 험악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업무상의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 중 극히 적은 일부는 여기에서 저어어어기로 전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것일 수도 있을테고, 이사람이 저사람에게 전하는 소중한 소식이기도 할 터이니, 그 중간에 내가 한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무슨 영화였지? 한 아주머니가 기차역인가에서 편지를 대필해주면서 살았는데...그러다 한 소년과 알게 되고 그 소년의 가족을 찾아주는...영화였던가... 뭐 어쨌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연락하고 만나고 하는 것들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누군가의 힘을 빌어야 소식을 전하는 일이 가능하고 또 누군가를 통해야만 마음을 전하는 일이 가능하니, 그 가운데에서 그 보람있는 일을 내가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너무 바쁜 데로 가면 마음과 마음을 전하고 이러는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속 접수만 하겠지...단순히 '일'만 하다 오겠지. 봉투에 쓰여진 이름을 들여다보며 왜 이사람은 이 먼 데 있는 사람에게 이걸 보내는걸까,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하며 상상하는 건....꿈꿀 수도 없겠지.... 뭐, 암튼 우체국에 다녀왔다는 거다.
나 아직도 피자를 못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