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4월부터 항공사 마일리지 적용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전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차감해야 여행이 가능해지게 된것이다. 처음 호치민에 가겠다고 불끈 마음을 먹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는데, 비행기표가 너무 비쌌다. 저렴한 항공사를 알아볼까 생각했지만 아빠가 입원해계신 중에 취소가 용이한 게 나을 것 같아 대한항공으로 그냥 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싼 비행기표 나를 당황하게 했고, 그런데 여행을 포기하긴 싫고, 그래서 마일리지로 왕복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 내가 가진 마일리지로 왕복 프레시티지석 예매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어, 좋았어! 아꼈다 똥되느니 지금 호사를 누리자!! 그렇게 나는 호치민에 프레시티지석을 타고 왔다가는 것이야. 인생의 이 시점에서 프레스티지 석으로 베트남을 왕복하다니, 크- 뭔가 뽀대나지 않나. 직장생활 20년이면 이게 가능해진다. 으하하하하하. 사실 내게는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가 있어서, 그러니까 '아꼈다 똥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게 인생이다!' 이 마인드가 있어서 적립금이나 예치금을 모았다 쓰는 대신 들어오는 족족 바로바로 써버리고 마일리지도 있으면 바로바로 국내갈 때 다 써버렸다가 ㅋㅋㅋ 이만큼 다시 모이게 된 것이었다. 아마 한참 더 모은다면 유럽 왕복도 가능해지겠지만 성수기에 주로 여행을 가는 나로서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누리자, 나는 누리는거야! 그렇게 프레스티지 석을 타고 호치민으로 향했다. 너무 짱 멋지지 않나요? 내가 나한테 쑝간다 진짜..



프레스티지석은 좌석도 넓고 또 뒤로 확 제껴지기도 한게 편하지만, 기내식을 일회용 그릇에 제공하질 않는다. 빵 종류도 세 가지로 바구니에 들고 다니면서 원하는 빵을 선택하라고 하고 메뉴판을 주고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 나는 스테이크를 골랐는데 세상에 굽기도 선택할 수 있단다. 여기서.. 구워주는 거예욤?? 맙소사 내적 환호 지르며 미디엄을 선택했는데, 와.. 사기그릇에 으깬감자와 함께 나온 스테이크.. 너무 맛있는거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나는 보통 여행을 가면 하룻밤은 사치스럽게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는다. 베트남에 갈 때도 종종 그랬는데 베트남에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던 경험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하루는 스테이크 먹어야지, 생각했다가 일정이 짧으니까 그냥 쌀국수만 먹을까? 고민하던 터에 기내에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게된거다. 그러니 내가 굳이 호치민에 도착해 스테이크를 먹지 않아도 이미 만족인데 세상에 맛있어 ㅋㅋㅋ 너무 맛있어서 돌아올 때도 스테이크 먹어야지! 했고 그렇게 돌아올 때 도 나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돌아올 때는 스테이크도, 스프도, 샐러드도, 빵도 다 달랐는데 여하튼 맛있게 먹었다. 아 돈이 좋구나,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만세만세만만세다!! 그러나 프레스티지석에 타는 거, 내 인생에 이제 언제 또 찾아올까?



그러나 나는 프레스티지석을 내가 온전히 누릴 순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이게 잘 때 의자도 완전히 제쳐지고 또 발판만 따로 올라오기도 해서 너무 편한데,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내가 완전히 제친것도 아니고(그건 차마 못하겠더라) 반 정도만 제치고 잠들었다가, 내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깬것이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너무나 놀라고 당황했다. 와 편해지니까 코골았어 나 지금?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제치지 않았는데, 돌아오는 길에보니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제치고 누워서 다른 사람들이 코를 아주 신나게 골더라. 아하... 그런거구나..




이번 호치민 여행에서 내가 목표하는 바가 몇가지 있었다.


1. 공항에서 대중교통인 버스 타고 호텔로 이동하기(택시 말고)

2. 카야토스트 먹기

3. 사이공 대학교 가보기

4. 킴 투이 책 사기




자, 공항에 내렸다. 이 뜨거움, 이 열기!! 너무 좋아. 입국심사 받고 공항을 나서자마자 너무 좋았다. 흑흑 오길 잘했어. 너무나 그리웠다. 이게 뭐라고 나는 이렇게 좋을까. 자, 이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자. 나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내가 타야할 버스가 몇 번인지도 알았다. 정류장 앞의 직원으로부터 티켓을 사야했는데, 직원은 미안하다고 네가 타야할 버스가 좀전에 떠나서 기다려야 해, 라고 말했다. 얼마나 기다려? 한시간.. 왓....나의 동공지진을 본 직원은 연신 아임쏘리 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구글지도로 찾은 목적지, 내가 내려야할 버스 정류장을 보여주며 혹시 다른 버스가 있는지 물었고 직원은 저기 저 파랑색 작은 버스를 타면 거기에 간다고 말해주었다. 땡큐베리머치, 나는 그 버스로 향했고 그 버스에 타 어느정도 대기한 뒤 직원이 티켓을 주면서 돈을 받길래 내 목적지를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직원은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내게 티켓을 주고 돈을 받아갔다. 

맙소사, 내가, 대중교통인 버스를 탔어! 으하하하하하하하. 만세! 씐난다!!





버스 안에는 운전하는 기사님과 티켓을 파는 직원분이 계셨는데 한 정류장에 서자 티켓을 팔던 직원분은 내 뒤의 승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내리라는 말 같았다. 니네가 찾는 곳이 여기다, 뭐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외국인들이 내렸다. 아하, 내가 어디서 내릴지 미리 알려주면 저렇게 말해주는구나. 그러면 기다리면 되겠어, 하다가, 그런데 버스로 얼마 안걸린다고 본 것 같은데 좀 많이 가지 않았나 싶어졌다. 방송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이걸 어떻게 확인하나, 직원에게 연신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 맞다, 구글 맵! 구글맵을 펼쳐 내 목적지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얼라리여?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흐음.. 검색해볼 때 돌아가는 버스도 있다고 했는데, 이거.. 돌아가는 버스인건가? 그렇게 갸웃하고 있는데 잠시후 직원이 나에게 베트남어로 뭐라 말을 했고 그게 분위기상 너 어디간다고 햇지? 였던 것 같아 나는 화면을 내밀었다. 베트남어여서 내가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내가 지나왔고 내려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인것 같았다. 그리고 문을 열더니 내리라는 거다. 왓... 아무튼 그래서 내려가지고, 제기랄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해야 되냐, 싶어서 구글맵으로 다시 검색을 했다. 자, 호텔을 찍자, 그리고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나? 


걸어가면 40분이 걸린다고 나와있었다. 40분이라니, 걷기에 껌인 거리다. 이정도의 걷기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평소의 나였다면 출발! 하고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 히트텍을 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으니까요.. 버스 타고 목적지에서 내릴 예정이어서 옷을 벗지 않았어요. 롱패딩은 캐리어에 넣었지만 히트텍까지 벗진 않았어요. 그리고 이곳의 온도는 34도... 히트텍 입고 34도에서 걸었다가 나는 무엇이 될까?


그래서 버스를 검색하려다가, 안되겠다 싶어 그랩을 불렀다. 그랩은 금방 잡혔고 그랩은 훅- 가서 ㅋㅋ 얼마 안돼 호텔에 도착했다. 아아.. 택시 대신 버스 타보기... 실패..인가 아닌가. 버스를 타긴 했으나 목적지에 도착은 택시로 해버린... 껄껄.



그렇게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방에서 반팔 원피스를 꺼내 입고 가방은 내팽개쳐두고 물 하나 챙기고 손만 씻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쌀국수 쌀국수!! 나는 첫 쌀국수를 분보남보 로 하고 싶었다. 내가 제일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먹었던 제일 처음의 쌀국수가 분보남보였다. 비빔국수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이건 빨간게 아니라 피시소스를 베이스로 한것이었고 아무튼 겁나게 맛있다. 그래서 무작정 걸으면서 분보남보를 찾아 헤매는데, 보이질 않았다. 분보후에, 퍼보, 퍼타이, 분보싸오, 분짜.. 왜 분보남보는 안보이는가. 그러다보니 너무 많이 걸었고 배가 고팠고 이제 쌀국수집도 안보인다. 나는 구글에서 쌀국수를 검색해 일단 국물있는 쌀국수를 먹자, 하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몇해전 호치민에 왔을 때 친구랑도 왔었던 바로 그 식당이었다. 여기가 아마 쌀국수 맛집으로 등록이 된 곳인가 보았다. 직원은 나를 바깥에 앉으라고 했고 나는 너무 좋았다. 이 더운 날씨에 많이 걸어서 겨드랑이에 땀이 차있었다. 그런데 이 더위에 이 더운 바깥에 앉아 겨드랑이에 땀이 찼는데 뜨거운 쌀국수를 먹으니까, 진짜, 와, 



너무 좋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겨에 땀찼는데 뜨거운 쌀국수가 이렇게 좋을 일이야? 이것이 바로 이열치열이라는 것인가? 나는 비타민을 내 몸에 제공하기 위해 레몬쥬스도 시켰다. 아 쓰면서 입에 침 고인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잇게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이 뜨거운데 이 쌀국수 진짜 최고야. 이 더위에 이 뜨거운 국수가 좋다니, 이것이 바로 노화의 증거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한참을 걸어서 숙소로 향하면서 반미를 포장했고 편의점에 들러 물과 맥주를 샀다. 여행지의 호텔에서 물을 좀 많이 마시는 편이라(평소엔 아닌데) 호텔에서 제공하는 물 만으로는 항상 모자란다. 물을 사고 맥주도 사서 호텔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좀 쉬면서 가지고간 영어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이번주의 할당량이 있었고 그걸 아직 못읽었는데, 여행을 핑계로 이번주엔 못읽었어, 라고 말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굳이 거기에 가져가서 굳이 호텔 침대에서 읽어버렸다. 만세!! 난 짱이야, 최고다! 나같은 사람은 진짜 세상에 나밖에 없고 나는 내가 너무 좋다. 이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사람 볼 줄 아는 사람, 대단한 사람... 다락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생에 찬란함 있으리니!! 




그리고 반미! 나는 반미 너무 좋아하고 맥주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반미에 맥주를 호텔방에서 꼭 해보고 싶었다. 껄껄. 그래서 반미에 맥주를! 아, 호치민의 아름다운 밤이여!!




예전엔 여행이 좋은 이유중에 호텔 조식이 있었다. 호텔 조식 먹으러 가서 폭식하는 게 여행의 큰 즐거움중 하나였는데, 그러니까 죽과 오믈렛과 쌀국수를 먹고 그리고 빵과 버터 딸기쨈과 치즈, 햄, 샐러드용 야채를 가져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샌드위치까지 만들어먹는 걸 본 내 애인도 '넌 진짜 짱이야' 라고 했고, 내 남동생도 '누난 정말 짱이야!' 했다. 애인에게는 내가 큰 마음 먹고 반 잘라서 주기도 했다. 엣헴-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까지 아침 폭식이 되질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호텔 조식을 선택하지 않고, 먹고 싶은 날만 돈 내고 사먹는다. 이번 여행에서도 호텔 조식을 선택하지 않았고, 일찍 일어난 나는 또 가방을 싸들고 나가 쌀국수집으로 향했다. 국물있는 쌀국수를 아침이니까 먹고 싶었는데 비빔쌀국수를 포기하기도 싫었다. 식당에 내가 찾는 분보남보는 없었지만 분보싸오가 있더라. 검색해보니 이것도 비빔국수 였다. 오 그래? 아마도 내 짐작이 맞다면, 하노이의 비빔국수는 분보남보, 호치민의 비빔국수는 분보싸오 인것 같았다. 아무튼 호치민을 떠나기 전에 비빔국수를 꼭 먹어야겠는데 내가 앞으로 비빔국수 파는데를 갈지 안갈지 모르겠고 여기에 비빔국수가 있고 그런데 국물도 먹고 싶고... 그래서 그냥 두 개 다 시켰다. 국물쌀국수와 비빔쌀국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뭔지 모르고 시켰는데 라임쥬스였던 것 같다. 비타민 제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두번째 목표였던 카야토스트 먹기를 해야했는데, 검색해보니 카야토스트 파는 가게가 사라진 것 같았다. 과거에 호치민에 있었던 곳이 이제 없어. 내가 그렇게나 동남아를 다녔어도 카야토스트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싱가폴에서 친구가 카야쨈 살 때도 나는 '쨈은 딸기쨈이야! 다른건 다 짝퉁이지!' 했단 말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싱가폴에서 카야토스트 먹었던 여동생이 싱가폴에서 먹은 것중 제일 맛났다는 거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에서 백종원이 카야토스트 먹는 것도 너무 맛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 동남아니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죄다 과거 블로그였고 눈에 띄는 까페는 그 어디도 카야토스트가 없더라. 


실패.




이제 세번째 목표, 사이공대학교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첫날 걸었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 다른 거리로 가야했다. 중간에 전자제품 파는 곳에 들러 파파고 번역 써가며 보조배터리를 하나 샀고, 자 이제 보조배터리도 있겠다, 고고! 하고 걷고 또 걸었다. 킴 투이 책도 사이공 대학교 근처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학 근처에는 서점이 있을 것이고 그 서점엔 책이 많지 않겠는가? 그렇게 걸어서 걸어서 사이공대학교에 드디어 도착!

크- 내가 그렇게나 와보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왔구나! 크- 감개무량! 내가 해냈다. 적어도 이 목표는 이루었어!!














사이공대학교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적막했다. 그래도 이곳저곳 구경하고 나가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사람을 피하는게 아니라 나한테 다가오는거다. 야, 저리가. 나는 먹을 것도 없어. 저리가라고. 그리고 가려는데도 자꾸 나에게로 온다. 냐옹냐옹 거리면서 와. 아, 너 혹시 목마르니? 길고양이들 밥도 밥이지만 물 마시기가 힘들다던데, 그러면 물줄까? 나는 내가 가져온 물을 꺼내 뚜껑에 따라 바닥에 놓아주었다. 일전에도 친구랑 이렇게 했더니 고양이가 씬나게 먹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이공대학교의 고양이는 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꾸만 냐옹 거리면서 내 발에 제 얼굴을 비빌려고 하는거다. 야, 저리가, 이러지마.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고양이든 강아지든 만지기도 싫은 사람이야 저리가. 이러지마. 나는 육성으로 내뱉었다. 야 안돼 오지마. 그리고 좀 피했는데 다시 또 와서 내 발에 얼굴을 문댈라고 하는거다. 야 저리가, 안돼. 이러지마. 이러면서 나는 냥이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물을 챙겨가지고 돌아섰다. 돌아서면서도 너무 무서웠다. 이 냥이, 나 따라오면 어떡하지. 이놈아, 나 뱅기 타고 한국 간다고!! 그랬는데 돌아보고 자꾸 돌아보니 한참을 제자리에서 나를 보던 냥이는 천천히 뒤돌아 사라졌다.


미안해..




자, 이제 나는 킴 투이의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검색한다. 다시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어쨌든 큰 서점이 있다. 중간에 잠깐 멈춰 서 호치민 동상 사진도 찍어보고 그리고 서점에 도착했다. 내가 찾아보자니 막막해 나는 킴투이 책의 표지를 보여주며 이 책 있냐 물었고 직원은 컴퓨터로 조회를 해보더니 없다고 했다. 나는 킴투이의 책 세 권을 보여주었는데 다 없다는 거다. 하는수없이 나와 다시 검색하니 근처에 서점이 또 있었다. 나는 가서 또 물었고 역시 없다는 답을 들었다. 아.. 


많이 걸었고 배도 고팠다. 점심때까지 17,000보 이상을 걸었고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나는 지도에서 한식당을 검색했고 조금만 걸으면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은 매우 고급스러웠고 ㅋㅋㅋ 나 혼자인데도 6인용 룸을 주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찌개도 시키고 별로 안좋아하지만 너무 더워서 맥주도 주문했다. 고급진 서비스를 받았는데 아니나다를까, 나갈 때 보니 세금을 따로 붙이더라. 그래도 이렇게 먹고 2만원 안되는 돈을 내고 나왔다. 세상에 김치찌개 무슨 일이야 ㅠㅠ 반찬들 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나 무슨 일이야. 왜 호치민에 와서 김치찌개 먹고 있어 ㅠㅠ





일전에 하노이에 갔을 때도 그랬다. 한참 쌀국수도 먹고 너무너무 맛있는 베트남 밥도 먹었는데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은거다. 정확히는 김치찌개에 소주! 그게 너무 간절한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때도 하노이에 혼자 갔었는데 한식집 찾아 들어가서 김치찌개랑 소주 시켜가지고 먹으면서, 하 나는 진짜 한국 씨발 졸라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흡입했더랬다. 이번에도 그런데 또 김치찌개 타임이 와버렸고... 그렇게 나는 김치찌개를.... 하하하하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책 거리(street)를 지나게 된다. 여긴 전날 보았던 곳이기도 한데 규모가 크진 않아 킴 투이 책을 물어보진 않았더랬다. 그런데 이 날은 안되겠다 싶어 책 거리의 한 상점에 들어가 킴 투이 책이 있냐고 화면을 보여주며 물었더니, 아 이 작가 알아 캐나다로 간 작가지, 하는거다. 오 맞아 맞아! 그런데 너는 어떻게 아니? 내게 묻길래, 한국에서 읽었어, 라고 했다. 아 그래? 근데 우린 이 책이 없어, 라는거다. 그래서 아쉽게 헤어지려다가 나는 파파고에 베트남어로 돌렸다. 혹시 킴 투이의 책은 베트남에 번역이 안된거니? 라고. 그랬더니 화면을 본 직원은 말했다.


I think so.


그래,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 사이공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간 작가의 작품을 한국에서는 읽을 수 있지만 사이공에서는 읽을 수 없는,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 살다보면 이런 아이러니가 있어.


킴 투이 책 구입은 실패.



그리고 숙소까지 걸어와서 룸에 들러 손 씻고 양치하고 가방 던지고 책만 챙겨서는 1층  bar 로 내려와 멍때리다 책보다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딱 정해둔게 있었다. 바로 분짜! 마침 오던 길에 분짜 파는 곳을 알아두었더랬다. 철저한 나. 샤라라랑~ ♡


분짜 시켜두고 넴도 시켰다. 히히. 아 너무 맛있었어. 분짜는 사랑입니다.

호치민 떠나기 전에 분짜 먹고 싶었는데 너무 잘됐다. 으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저녁을 먹었으니 또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이 날 총 걸은 거리는 24.500 보였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보고 숙소로 돌아와 책을 한 권 챙겨 또다시 1층 bar 로 내려왔다. 와인을 주문해두고 책을 읽다가 멍하니 바깥을 보다가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컵라면을 먹을까 진짜 엄청 갈등하다가 내일 호텔 조식 먹을 예정인데 방해받을까봐 꾹 참았다. 최대한 배고픈 상태로 호텔 조식을 먹겠어. 그래야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퍼를 두 그릇 먹을 수 있다! 그렇게 꾹 참고 아침이 되어 고양이 세수를 한 뒤에 호텔 레스토랑에 갔다. 죽, 죽이 있을까? 크- 있었다. 나는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죽이 진짜 너무 좋다.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 죽을 한 사발 들이마신 뒤 쌀국수도 먹고 오믈렛도 가져왔다. 오믈렛에 뭐 넣어줄까? 요리사가 묻는데 에브리씽!!! 답해서 오믈렛을 가져와 먹고, 잠시후 쌀국수도 한 번 더 갖다 먹었다. 이것은 나의 호치민 마지막 쌀국수가 될것이야! 크- 베트남에 가면 호텔 조식으로 먹는 쌀국수도 기본 이상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그것은 백프로 진실이고 사실이다. 여러분, 베트남에 가면 호텔 조식 쌀국수, 포기하지 마세요! 진짜 최고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번에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걸었다. 체크아웃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자, 아침 먹고 걷자, 하고는 이번엔 또 안가본 길로 걸었다. 거리 한복판에 갑툭튀..동물원이 있더라. 동물원겸식물원 이었는데 들어갈까 하다가 말았다. 그렇게 걷고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는데, 내가 가지고온 컵라면이 눈에 밟힌다. 다시 짐에 넣기 싫어, 라기 보다는 먹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체크아웃 전에 후다닥 컵라면을 먹었다. 나란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체크아웃하고 그랩 잡아서 공항으로 슝- 와서는 공항 라운지로 가 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맥주도 한 잔 하고! 그리고 비행기 타서 또 스테이크 먹고 와인도 마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칸다 뽀에버 보다가 스톱하고 잠도 좀 자고 그리고 내렸다. 내리자마자 집에 가서 밥먹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간절했는데 집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좀 안된 시간이었다. 당장 내일 아침 일어나 출근해야 하니 김치찜만 만들어두자, 짐은 내일 풀자, 하고 김치찜을 후다닥 만들었다. 내일 아침의 나를 위해. 지금 먹고 싶었지만 이거 먹고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 그렇게 김치찜 만들어두고 샤워를 하고 자려는데 아무래도 짐을 풀지 않은게 영 걸려.. 그래서 그냥 그 밤에 짐도 풀어 정리했다. 빨래는 내일 돌리더라도 짐을 풀고 정리하자. 그렇게 짐을 풀고 정리하고 자정을 훌쩍 넘기고.... 다음날 일어나 전날 만들어둔 김치찜에 밥을 먹고 월요일을 맞았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입국심사 하는데 내게 비자 없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없다고 답했는데, 다음에도 없다고 답해도 되는걸까? 내가 규정을 어긴 건 아니다. 베트남은 한 달 이내에 재방문일 경우에는 비자가 필요하지만 한 달 을 넘어서면 필요없는게 맞으니까. 그런데 자꾸 물으니까 없다고 대답하는 게 그래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5월달에 하노이를 또 예약해 두었는데(네?) 그 때도 비자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나는 비자를 만들어 두어야 할까? 이 생각을 며칠째 하고 있다. 비자 만들까? 왜 자꾸 물어요, 비자 있냐고? 왜요?

어쩌면 조만간 베트남 비자 만들었다는 페이퍼가 올라올지도...



호치민의 더운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여행을 하는 타입은 삶의 태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내 삶을 살아가는 것도 나고 내 여행을 하는 것도 나니까. 그러니까 나는 보통 여행지에서 어떤 목적지를 정하면, 그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목표라기 보다는 그 목적지에 가는 길이 목표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모습인지를 보는게 내게는 더 즐거운 일이다. 결국 목적지에 다다른 건 중요하고 또 성취감도 주지만, 그러나 나는 그 과정을 사랑한다. 


내 삶도,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이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목표들이 있었고, 그러니 내 순간순간의 선택들은 그 목표를 향해 이루어졌지만, 그러나 그 과정이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을-때로는 고통을-주었고, 나는 그 과정을 몹시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그 목표를 이룬 나에 대해서도 뿌듯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이런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과정을 떠올리면서 더 흡족해한다.


'최정화'의 《책상 생활자의 요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하는 방식,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세들은 요가를 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내가 억지힘을 써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는 것 말고 또 깨달은 것은 약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데 센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 P67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그것이 요가에도 반영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달았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나보다 훨씬 먼저 그래서 더 오래 꾸준히 요가하는 여동생은 요가를 하다가도 힘이 들면 멈추고 쉬었다가 다시 하거나 아니면 오늘은 이만, 하고 끝낸다고 했다. 언니 힘든데 왜 억지로 해, 라면서.

그런데 나는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내가 재생한 영상(혹은 수업)이 끝을 알릴 때까지 버텼다. 중간에 하지 못하는 동작들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중간에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쉽게 요가를 집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겼다. 여동생은 수시로 요가를 하고 거의 매일 하지만 나는 안한지 오래되었다. 한 번 틀어두면 내가 거기에 집중해서 기어코 끝내고야 만다는 걸 아는 까닭이었다. 나는 고지식하고 이런 나를 여동생은 언제나 우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요가를 대할 때의 태도는 내가 삶을 대할 때의 태도와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연애를 시작할 때의 내가 그랬으니까. 안돼 끝이 있을텐데 시작하지 않을거야! 라고 이를 악물었으나 상대가 '한 번 해보자' 고 설득하는 바람에.... 안돼안돼 했다가 그 연애를 해버렸고, 물론 그 연애는 내 인생 연애였고 내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내게 선물했지만 결국 이별이 왔음에 혼자 울면서 내뱉었더랬다. 거봐, 내가 안한다고 했잖아!! 



호치민 거리를 걸으면서 내 여행을 대하는 자세를 그리고 내 삶의 자세를 생각했다. 요가를 하면서도 그랬는데 여행을 하면서도 그랬다. 내가 이런 사람이면 이런 여행을 할 것이고 이런 운동, 이런 연애를 할 것이었다. 다를 리 없었다. 당연하다.



베트남에 쌀국수 먹으러 가요, 라는 나의 말에 누군가 내게 '그러지말고 관광지도 좀 다니고 그러세요' 라고 했는데 되게 불쾌했다. 내가 나에게 맞는 여행의 방식과 태도를 찾아내 그렇게 즐기고 있는데 왜 그것이 마치 좋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건지.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여행을 한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내 여행에도 아주, 아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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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2-08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구매는 실패했지만 식도락은 성공하셨으니 만족스러운 여행이셨겠어요. 베트남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락방님처럼 쌀국수 먹으러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의 삶과 태도에 만족하고 즐기고 있는데 그것이 통념과 다르다고 틀린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에서 혹시 저도 그러지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사진도 잘 올라가지 않아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올려주셔서 눈호강이라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02-08 14:46   좋아요 1 | URL
쌀국수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는 아닌데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으면 너무 맛있고 만족스럽고 막 행복해져요. 제가 베트남에 가서 행복해하는 데에는 온도와 습도도 크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름을, 더위를 사랑해요.
언제나 열심히 읽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2-08 14:53   좋아요 0 | URL
역시 현지에서 먹는 것이 최고죠. 마치 밀면처럼요. ㅋㅋㅋ 여행이 만족스러웠다 하셔서 저도 덩달아 만족스럽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실지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리처같지만 조금 더 오래 머무를 분을 어서 만나시길 바라요. ㅎㅎㅎ

청아 2023-02-08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답네요! 맛있음이, 즐거움이 가득한 페이퍼예요ㅋㅋㅋㅋㅋ
프레시티지석 검색해봤어요. 아주 편해보이는군요!! 다락방님이 베트남을 좋아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겠어요.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마음껏 먹어도 신나게 걸으면
살이 안 찔것 같은 이 자유로움!! <책상 생활자의 요가>도 담아갑니다ㅋㅋㅋ
-훌륭하고 대단한 미미

다락방 2023-02-08 14:48   좋아요 2 | URL
프레스티지석은 비행하는 동안에도 편하지만 일단 발권하는 줄도 다르고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줄도 달라요. 프레스티지석 입구가 다릅니다. 거기에 제일 먼저 들어가 앉고 나갈 때는 프레스티지석 다 나간 다음에 일반석 손님들 내보내요.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승무원들이 돌아가며 다음에 또 뵙고싶다, 즐거운 여행 하셔라 막 인사도 해줍니다. 하하하하하. 저에게 이런 호사스러운 비행이 앞으로 또 올까요? 저 프레스티지 석 타고 오가면서 와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진짜 만세만세만만세구나 싶더라고요. 이래서 다들 돈, 돈 하는가 봅니다. 아 돈...

저는 동남아의 더운 온도와 습도를 사랑해요. 제가 워낙 여름을 사랑해서 그런것 같아요. 같이 갔던 친구중에는 땀 너무 많이 나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한 친구도 있었는데요, 저는 자꾸자꾸 가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후훗.

훌륭하고 대단한 미미님 만세!!

단발머리 2023-02-08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좋아요! 겨울에 읽는 여름 이야기 너무 좋아요. (겨울보다 여름 10배 좋아하는 사람) 제일 좋은 부분은 역시 히트텍 ㅋㅋㅋㅋㅋ 34도에 히트텍 너무 좋아요. 아, 지구는 넓구나. 여기는 겨울, 저기는 여름 ㅋㅋㅋㅋㅋㅋㅋ

국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혼자 단 한번도 여행해 보지 않은 저는, 다락방님의 여행기가 항상 통쾌하고 즐거워요. 공항에서 호텔 침대까지 모두 다요. 걷는 것도 먹는 것도 완벽하구요. 뭐랄까, 다락방님의 여행구력은 이제 득도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아요. 많이 부럽습니다^^

저는 싱가폴 갔을때 카야토스트 많이 먹었답니다. 커피베이에서 카야토스트 팔더라구요. 맛은 많이 차이나지만 전 싱가폴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사 먹고는 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4:52   좋아요 3 | URL
제가 버스를 타고 잘못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질 않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아서 땡볕에 히트텍 입고 잠깐 망연자실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그랩을 불렀기에 망정이지 히트텍 입고 거기에서 뭐한거니, 나여.. ㅋㅋㅋㅋㅋ

저는 혼자 여행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온전히 제 스케쥴과 제 체력에 맞출 수 있잖아요! 물론 혼자 여행하는게 내내 계속 좋기만 한건 아니예요. 어떤 밤 혹은 어떤 낮은 이야기할 상대가 간절해지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여전히 혼자 여행할 때, 특히 해외에서라면, 조금 쫄리는 면도 있긴 합니다. 제가 뭔가 낯선 곳의 문화를 몰라 어느틈에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한 번 해보니까 그 다음과 또 그 다음은 전보다 나아지는 것 같아요.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요. 후훗.

카야토스트 파는 곳 찾아서 한국에서라도 먹어봐야겠어요. 아니, 저 싱가폴도 말레이시아도 갔었는데 왜 카야토스트를 안먹고 왔을까요. 바보팅이 ㅠㅠ

잠자냥 2023-02-08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히트텍에 빵 터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히트텍 입고 34도의 거리를 걸었음 내가 진짜 인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저 김치찌개 집 놋그릇 뭐예요. ㅋㅋㅋㅋㅋ 그것도 웃겨요.
아, 분보남보랑 분짜 정말 맛나게 보입니다.
어쨌든 이 페이퍼에서도 나란 인간 대단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4:54   좋아요 3 | URL
히트텍 입고 34도의 거리를 걷다가 제가 쓰러지면.. 저 ‘걸을까‘ 하다가 ‘이번에 여행자보험 안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미치니 안전하게, 안전하게!! 막 이렇게 되더라고요. 저 혼자였기 땜시롱 아프면 큰일납니다.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없는데 제가 아프면.. 이렇게나 제가 철저한 사람입니다.
분짜 정말 맛있지 않나요? 호치민은 분보싸오 였는데 하노이에서 먹은 분보남보다 더 맛있었어요. 하노이 가면 분보남보 꼭 또 먹을거예요! 맥주랑 함께. 브라보!!

아 그러고보니 이 댓글에도 또 나 대단해 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8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데 에브리씽 넣은 오믈렛 너무 먹고싶네요 ㅋㅋㅋㅋㅋㅋ 고양이도 좋고.. 사이공대학교.. 킴트이 책 안 파는 사연도… 무진장 걷고 잔뜩 먹는 여행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베트남이 관광지가 아닌가? 싶어 읭? 싶고, 왜 “그러지말고”라는 말을 하는 거지 의아하네요. 거참…
아무튼 다락방님 덕에 대리만족합니다~ 34도 히트텍 입고 걸으셨음 뭐가 됐을지 궁금하긴 한데요 ㅋㅋㅋㅋ 전 베트남 아직 못 가봤어요. 애들 좀더 크면 데리고 가보게요!!

다락방 2023-02-08 14:56   좋아요 2 | URL
에브리씽 오믈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영어력은 이렇게 상승합니다. 저 처음에 호텔에서 오믈렛 주문할 때 뭐 넣어줄까? 하고 요리사가 묻길래 ‘all!‘ 이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요리사가 저한테 ˝everything?˝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죠. 아 에브리씽이라고 하면 되는거구나! 그 뒤로 자주 써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난척 뿜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트남 가서 쌀국수만 먹지 말고 관광을 좀 하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관광을 하든말든 무슨 상관입니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가서 일주일간 호텔에 누워있기만 해도 자기가 무슨 상관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정말. 내가 쌀국수 먹으러 가서 쌀국수 먹고 왔다는데 뭘 가르쳐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세상엔 스승이 되고 싶은 인간이 수두룩합니다. ㅋㅋㅋㅋ

34도에 히트텍 입고 40분 걸었다면, 저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08 15:36   좋아요 1 | URL
베트남은 먹으러 가는 곳 아닌가효? ㅎㅎㅎ
전 전에 하노이로 가서 그 유명한 하롱베이 갔었는데... 거기까지 간 시간에 비해서 그냥저냥 무념무상...
하롱베이는 괜히 갔다, 시간이 아깝다 집사2랑 뭐 그런 말 하면서 담부터 베트남은 먹고 그냥 돌아다니자로 결론내렸습니다.

34도에 히트텍 입었으면 지금 다부장님은 탈 to the 진....ㅋㅋㅋ

근데 이 댓글에서도 자기 잘났대 미쳐, 이 인간.....ㅋㅋㅋㅋㅋㅋㅋ
에브리씽 잘났어!

독서괭 2023-02-08 15:41   좋아요 0 | URL
에브리씽다락방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6:44   좋아요 1 | URL
저는 다낭 갔을 때 걍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해요. 베트남은 쌀국수가 최고인것입니다! 온도 습도가 완전 저에게 맞춤한 곳! 34도 히트텍 ㅋㅋㅋㅋㅋㅋㅋ아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에브리씽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0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식사가 다운그레이드됐다더니 정말이네요. 레스토랑처럼 접시에 서빙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고 싶은 페이퍼!!!!!

다락방 2023-02-08 18:14   좋아요 0 | URL
아! 애피타이저인 새우 타르트랑 샐러드는 접시에 나왔어요!! (사진은 생략)그런데 저게 다운된건가요? 서운해라.. 그래도 잘 먹었어요. 아직까지 스테이크가 자꾸 생각나서 도 먹고싶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2-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은 쌀국수 먹으러 가는 곳 맞아요!
김숙도 우리 인생,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 했을 때, 역시 김숙! 전 김숙 넘 좋아해서요^^
그 후로 베트남은 쌀국수 먹으러 가는 곳! 이란 생각이 꽉 박혀 있어요ㅋㅋㅋ
근데 진짜 쌀국수는 베트남에서 먹는 게 진짜 맛나던데요? 예전에 다낭을 갔었는데 호텔 조식을 꼬박 꼬박 먹었었는데, 쌀국수!!♡♡
국물 맛이 완전 끝내줬어요. 과일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베트남 음식이 가장 호불호 없이 맛있어서 내가 전생에 베트남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전 습한 더위가 좀 힘들었어요. 특히 피부가 그 날씨를 못견뎌 땀띠에 습진이 온 몸에 번져 가려워 죽는 줄 알았네요ㅜㅜ
제가 만약 히트텍 입고 걸었더라면?
벌써 등이랑 배가 근질근질해지는 느낌입니다ㅜㅜ

혼자 여행하는 건 저도 한 번도 못해봐서 다락방 님의 홀로 여행기는 무척 설레고, 대단하게 읽힙니다.
많이 걷고, 걸은 만큼 맛있게 먹고, 또 호텔에서 책을 읽고....정말 워너비의 모습입니다^^

다락방 2023-02-09 09:05   좋아요 1 | URL
오오, 김숙이 그런 말을 했나요? 그런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쌀국수 먹으러 가는 곳입니다. 베트남에 가서 먹는 쌀국수는 진짜 완전 너무 맛있죠. 호텔 조식으로 먹을 땐 두그릇씩 먹게 되는 맛입니다. 진짜 맛있어요. 저는 쌀국수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베트남가서 먹는 쌀국수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으하하하.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는 거 맞습니다!!

저도 호치민 갔다가 더위 먹은 적도 있고 다낭 갔다가 피부 빨갛게 다 타서 아파가지고 알로에팩 사다가 바르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번에도 목 뒤는 빨갛게 익어가지고 왔습니다. 더위 먹었을 때는 좀 힘들어서 오후 내내 호텔에서 쉬었지만 그런데 저는 덥고 습한게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히트텍 입고 걸을 순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혼자 여행을 갔었을 때 굉장히 긴장하면서 설레었는데요 한 번 해보고나니 그 다음은 더 낫고 그 다음은 또 더 낫더라고요. 그렇게 혼자 여행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된게 저도 참 좋습니다. 건강하게 지내면서 계속 여행다니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후훗.

- 2023-02-09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보남보 분짜 넴 조식 ㅋㅋㅋㅋ 그리고 김찌!!!!
다락방님 여행기 맛있음이 넘쳐 흘러서 신기해하면서 읽었어요. 야무져. 역시 야무지게 먹는 사람이야.
저는 마지막 저 오토바이 부릉부릉 달려나가는 호치민 일상 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그 옆에서 여름 원피스 입고 땀 닦으면서 우와우와 할 부장님 모습이 그려진달까?
하루에 2만7천보씩 걸으셨으니, 이번 여행도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다락방 만세!!

다락방 2023-02-09 09:07   좋아요 3 | URL
쌀국수 너무 맛있어서 베트남 가면 정말 많이 먹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김치찌개 한 번 먹어줘야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토바이 너무 많이 다녀서 길 건널때마다 쫄리는데요, 이것도 계속 하다보면 쫄림이 좀 수그러들더라고요. 저는 5월에 하노이를 또 예약해두었습니다. 가서 또 씐나게 걷고 먹고 올게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

blanca 2023-02-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신 이 코스 기억해뒀다가 꼭 혼자(기어코) 갈 겁니다. 그런데 킴 투이는 정말 의외네요? 이럴 수도 있군요. 5월달에 하노이 또 가시는 거예요? 이런 욕심쟁이! 그런데 비자, 이건 좀 알아볼 일이네요. 그리고 베트남은 당연히 쌀국수 먹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가면 1일1쌀국 할 거예요.

참, 근데 다락방님은 비행기 타는 것 안 무서우세요? 저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흑. 나이 들고 한번 되게 흔들리는 비행기 탄 이후로 생겼어요. 이걸 극복해야 베트남에 갈 수 있는데...

다락방 2023-02-10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비행기 타다 보면 난기류 만나서 막 흔들릴 때 있거든요. 그러면 엄청 무서워요.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엄청난 무력감도 느끼고요. 그 순간에는 엄청 무서운데 그렇다고 다음에 안타게 되진 않고 전 계속 타게 되더라고요. 하핫. 어딘가로 가고 싶은 욕망이 비행기 흔들리는 무서움보다 더 큰 것 같아요.

네, 이번에는 호치민 다녀왔으니 하노이도 한 번 다녀와야죠. 가서 분보남보 먹을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땀도 많이 흘리고! 아 전 정말 베트남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
 
사랑의 가설
앨리 헤이즐우드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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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읽다가 또 몰입해버려서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했다. 사랑도 했다. 이별도 했다. 분노에 떨었고 상대를 걱정했다.
그리고
.
.
.
.
섹스도 했다. 아침부터. 모닝 섹스.

만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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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2-08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가 <The love hypothesis>를 제일 먼저 읽은 사람이거든요 ㅋㅋㅋㅋ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 책 제일 먼저 읽은 사람은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모닝섹스인지 나는 알지롱? 🥵🥵🥵

다락방 2023-02-08 14:17   좋아요 3 | URL
어휴 이거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은것 같은데 기다려집니다!
한창 뇌세포가 열심히 일하는 오늘 이른 아침에 섹스씬 읽었더니 제가 지금 하루종일 감정이 막 요동치고 있습니다. 모닝 섹스는 좋지만 모닝에 섹스신을 읽는 건 지양해야겠어요. 제가 지금 뭔가 진정이 잘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아..

단발머리 2023-02-08 14:18   좋아요 2 | URL
그거 읽고 사무실에 앉아있는것 자체가 대단하십니다. 점심 시간에 잠시 산책하셨나요? 열기 식혀야 하는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6:45   좋아요 2 | URL
저 이것 때문에 지금 완전히 퇴근까지 정신을 못차리고 짝사랑이 시작될라고 해버려가지고 주접떨지 말자, 나이가 몇인데... 정신 똑바로 챙겨, 이러고 있습니다. (정희진 쌤이 이렇게 나이 걸고 넘어지지 말라 하셨는데..오디오 매거진에서요) 그런데 단발머리 님, 저 이나이에 짝사랑 시작하면 어떡하죠? (눈물)

단발머리 2023-02-08 17:04   좋아요 1 | URL
다른 건 모르겠고요 ㅋㅋㅋ 애덤은 제꺼에요. 수이님도 넘보지 않으시고요 ㅋㅋㅋㅋㅋ 명심 부탁드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7:06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읽기전부터 애덤은 단발머리 님의 남자였습니다. 저는 현실 남자 얘기한거였고요, 그리고 애덤 좋지만 저는 조슈아가 더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육 ♡

단발머리 2023-02-08 17:27   좋아요 1 | URL
이해와 협조 감사드려요. 현실 남자 짝사랑 진행 부탁드리고요 ㅋㅋㅋ사랑은 움직이는 겁니다💕💕💕 글고 우리 애덤은 맨손으로 트럭 밉니다 ㅋㅋㅋㅋ (후다다다다다닥!)

다락방 2023-02-08 17:32   좋아요 3 | URL
아니 그런데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도 그렇지 사람들 다 있는데 벗은등에 썬크림 발라주는 거 너무 사적이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멋진 등근육 가진 남자에게 썬크림 발라주고 싶네요. 아무튼 조만간 이 책에 대해 페이퍼를 쓸 예정인데요, 주된 내용은 섹스하기 위해 벗은 몸을 보였을 때 우리는 모두 수줍고 부끄럽지만... 이 되겠습니다. 아마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사귀는 사이라도 벗은 등에 썬크림 발라주는 거 별로지만 애덤이 내 사람이라면 가능합니다. 💕하니까요.
조만간 안 되구요!! 지금부터 식음전폐하시고 페이퍼 작성해 주세요. 전 너무 배고픕니다. 너무 고파요, 사랑이 ㅋㅋㅋㅋㅋㅋㅋ
 

나 호치민 쌀국수 이야기 쓰고 있는데 알라딘에 사진이 안올라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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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8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지금 알라딘 고소하러 법원가는중

blanca 2023-02-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 왜요? 꼭 올라가야 다락방님 쌀국수 이야기 읽고 대리만족하는데...

햇살과함께 2023-02-0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북플에 사진 진짜 안올라가더라고요. 사진 올리다 열받아 사진 올리기 포기하기 여러 번.. 1~2장 밖에 안 올라가요…

다락방 2023-02-0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성공하겠습니다!!

잠자냥 2023-02-08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상하겠습니다.

DYDADDY 2023-02-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올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사진 파일 용량이나 확장자(아이폰이면 라이브 사진)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사진 파일이 워낙 고용량이라서요.

건수하 2023-02-08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로 올리셔서 그럴까요..? 저는 보통 pc로 올리는데 그건 잘 되던데...
쌀국수 사진 보고싶네요 ㅠ

다락방 2023-02-08 11:10   좋아요 1 | URL
저 피씨로 올리고 있어요. 그런데 안돼요 ㅠㅠ

다락방 2023-02-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안올라가는거야, 왜, 왜, 왜 왜!!! 알라딘 바보 똥개 멍충이!!!!!!!!!!!!!!!!!!

잠자냥 2023-02-08 11:34   좋아요 1 | URL
점심시간 지나고 올려주려고 그랬나 봐요...
서재지기가 자기 배고플까봐.......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8 11:46   좋아요 2 | URL
올라갔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엔 로맨스 소설 백자평도 썼어요! 오늘치 임무 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서양문학의 향기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그리고 내일을 살아간다는 것, 일년 후와 십년 후를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 용기로 살아보지'라고 하는 말들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되는데, 정말 어려운 것은 죽는게 아니라 사는것이다.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삶을 끝내는 것보다 더 큰 용기와 지혜와 견딤과 그리고 의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삶이란 '인간적인 삶'을 의미한다.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숨고 도망쳐야 한다.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되는 걸 선택하는 일은 쉽다. 그것은 어떤 행동도 더 하지 않고 그자리에 있으면서 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달리고 또 달리고 숨고 또 숨고 생을 이어가기 위해 음식을 찾아내고 또 물리길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더 어려운데도 우리는 숱한 좀비영화에서 볼 수 있다. 끝끝내 좀비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래서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코로나가 창궐한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하기 쉬운 선택들만 골라 한다면, 그러니까 병원에 부러 찾아가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아간다면 코로나에 전염될 확률이 높지만, 굳이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백신을 맞고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영화 그래비티 에서는 그저 가만 있으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살아내려고 알지 못하는 외국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동안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그 다음으로 나아가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시도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무사히 살아 귀국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죽었던 딸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귀국을 반겨줄 사람이 없음에도 그녀는 더 어려운 '살기'를 택한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더 어려운 것이 맞다.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기어코 해내는 것이 삶이며 인간인 것.



얼마전에 우연히 티비에서 한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됐다. 평소 인기가 많아 티비에 자주 나오는 목사였고 그래서 가끔 보게 되는데, 하는 말마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목사였다. 짜증나는 말중에 기억나는 건, 성공한 남편 뒤에는 우는 아내가 있다는 거였다. 아내가 많이 울수록 남편이 성공한다는 취지의 말이었고, 기독교가 보수적인 종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이 너무 끔찍했다. 남편의 성공을 위해 아내는 그 많은 날을 울어야 하는가, 그걸 견뎌야 하는가, 그래서 인자하고 어진 아내가 되어 훗날 훌륭한 남편의 배우자로 우뚝 서야 하는것인가. 재수없었다.

그 목사가 또다른 방송에서 얘기하고 있었다. 부부간의 일에 대한 고민을 듣고 그에 대해 게스트들을 불러 상담하고 결국 설교하는 그런 방송인가 보았다. 일반인들의 편지와 게스트들의 일화들이 나왔는데, 그 목사가 방송을 마치면서 예의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다가,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다. 혼자 사는 건 쉽다, 같이 사는 게 어려운 거지.


늘 내가 해오던 생각이고 해오던 말인데 그 목사의 입을 통해 들을 때는 그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이길 선택하고 혼자이길 원하는 것, 거기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꾸려나가고자 할 때의 나는 혼자의 편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목사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나는, 더 어려운 걸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목사는 같이 사는게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함께 살아가다보면 성장을 한다는 거였다. 혼자이면 편한대로 살아 성장할 수 없지만 함께 살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서로 맞춰주고 인내하면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거였다. 나는 이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완전히 다른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죽기보다 더 어려운 걸 선택함으로써 이어진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리고 더 어려운 걸 선택하는게 기어코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보여졌을 때, 그렇다면 혼자 사는 조금 더 편한 삶보다 누군가랑 함께 섞여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또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 더 궁극적인 인간의 삶인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가, 그것이 궁극적 인간의 삶으로, 그러니까 성장하는 삶으로 나를 이끌 것인가. 



사실 나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왔다. 그건 늘,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 고독한존재라고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독이 주는 느낌은 그러나 좀 다르다. 내가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것, 평생을 함께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외로움'이라 정의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상쇄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자 할 것이다. 친구를 만들고 애인을 만들고 그래서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고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삶을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독이 인간에게 필연적인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어쩌다 내게 닥친 고독한 시간에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고독이 찾아들면 나는 사색하고 사유하고 관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내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다른 사람의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고, 내가 고독한 것처럼 다른 모든 고독한 존재들과 손을 내밀어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게 아니라, 고독한 나와 고독한 네가 만나는 것이다. 고독은 해소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선택해온 시간이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이, 저 목사의 말을 빌자면, 그렇다면 더 쉬운 것이었나. 이것이 며칠째 내게 찾아들어 나를 괴롭게 했다. 나는 내가 더 쉬운 걸 선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 나를 성장으로 이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괴로웠다. 최근에 인셀(비자발적 독신)에 대해서도 생각했는데, 인셀들을 놓고 보자면 누군가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목사의 설교가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닌가. 성장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퇴보하며 자신을 그리고 타인까지 망치지 않는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은 외로움 때문이고,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서 뭐가 다르고 얼마만큼 멀다는 건가. 내가 선택한 혼자는 인셀들의 혼자와 다른것인가?



여기, 릴케가 있다. 아니, 있었다. 프라하에서 1875년에 태어난 시인 릴케가 2023년의 내게 와 읽힐 줄, 릴케는 알았을까? 이 책은 한 젊은 사관생도가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이 되는 젊은 시절에 자기 말 좀 들어달라며 릴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한다. 이미 자신보다 앞서 자신과 같은 길을 지나쳤고 그리고 자신처럼 고민했던 릴케에 대해 알았던 까닭이다. 처음 이 사관생도의 편지를 받고 릴케가 답장을 보내준 때가 1903년, 그의 나이 28살 때이다. 놀랍게도 릴케는 답장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자신의 그러한 깨달음을 고민 많은 청년에게 들려주었던 거다. 나는 인간의 고독함,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고독하다는 것을 아주 늦게 깨달은 것 같은데, 릴케는 세상에 그걸 일찍 깨달아서 스물여덟살엔 다른 사람에게 그에 대해 말해주기도 하다니. 어떤 사람들은 삶의 진리를 스스로 일찍 깨닫기도 하는 것이구나. 그의 이런 깨달음은 그의 성장일텐데, 그건 그가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었다는 뜻인걸까?



그랬다.

릴케는 혼자가 아니었다. 

고독에 대해 깨닫고 그걸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편지가 진행되는 내내 릴케가 싱글인 줄 알았는데, 아니 이 편지를 쓴 시점에 이미 결혼 3년차였던 거다. 그에겐 아내도 있었고 아이도 있었으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도 여럿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성장과 그의 깨달음은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정말로, 혼자 사는 것은 쉬운 일인가? 어려운 건 함께 사는 일인가? 내가 혼자인 게 편하기 때문에 더 쉬운게 맞나?

고독대신 사랑과 우정을 선택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주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영역이 이미 별들 바로 밑에까지 다다를만큼 커졌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p.45



나는 혼자인 게 더 쉽고 같이 사는게 더 어렵기 때문에 같이 사는 걸 해내면서 성장한다는 목사의 말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틀리지 않기 때문에 내내 떠오른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참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릴케의 말을 빌자면, 고독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주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 주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게 더 많아진다는 것을 뜻할 것이고, 그것은 그게 뭐가됐든, 그러니까 그것이 사랑과 우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뜻한다고, 또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주위를 넓게 만드는 것, 릴케가 말하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성장이 아닌가.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향합니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자라며 자신들을 방어하고 또 안으로부터 제 특징을 만들어내며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리고 어떠한 저항에라도 맞서면서 그와 같은 고유성을 지키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우리가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와 같은 확실성만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어렵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려우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중에서 가장 힘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p.68



인간의 삶이란 것은 왜 계속 어려운 길을 향하는가, 왜 삶을 포기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가, 에 대해 나는 종종 생각해왔는데, 릴케는 말한다. 어렵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그 어려움은 사랑일 것이고, 고독일 것이었다. 기어코 저항하거나 견뎌내거나 버텨내거나 내딛는 일,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일들이 우리를 결국 살아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한편 고독과 사랑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릴케의 삶을 놓고 보자면 그는 타인과 함께 살기를 하고 있었으나 인간의 고독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함께 사는 것은 어렵고 그것을 해내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참이되 그러나 반드시 참은 아닌 것이, 함께 산다고 해도 인간의 고독을 깨닫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이 바탕이 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고 할 때에도, 그것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살면서 우리가 각각 고유한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함께의 삶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나의 외로움만 해소하기 위한 더불어 삶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그저 어려움일 뿐이고 그 어려움은 빡침일 뿐이다. 너와 내가 함께하는게 어렵다는 걸 알고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의 고독과 너의 고독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함께 사는 삶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인간은 어려운 걸 선택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필히, 필히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고독하다. 당신도 고독하다.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 

어느날 문득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바로 이 말을 떠올리면 된다.

아 맞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고 했지!!

그 순간 우리의 삶은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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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2-07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중립적인(?) 다락방님의 글은 처음 읽는 것 같습니다요.
매사에 중립상태인 저는 어려서부터 릴케처럼(?) 살아온 것 같습니다요.
고독이 고독인 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냐, 고독에 흔들리지 않도록 본인을 세팅할 것이냐...

다락방 2023-02-07 15:26   좋아요 2 | URL
음, 이 글의 어떤 부분이 물감님으로 하여금 중립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까요? 하하.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중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당연한 인생의 법칙들을 일찍 깨닫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릴케가 그런것처럼 물감 님도 그런 분이신가 봅니다. 저는 제가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그러나 늦게 깨닫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독이 고독인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런대로 자기 삶을 영위해나가면 될것이지만, 저는 인간이 고독하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쪽이 좀 더 좋아요.

독서괭 2023-02-07 12: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도 옳다고 주장하면서 이건 어려운 길이고 저건 편한 길이고, 요즘 사람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니까 하면서 혀를 쯧쯧 차고.. 저는 저 목사가 누군지 모르지만 뭔지 알겠습니다. 자기가 뭐라고 이건 어려운 길 저거 편한 길 운운하나요. 정말이지 편협하네요. (짜증)
저는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일이 오히려 편한 길이랄까, 수동적으로 흐름대로 따라간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숱한 강요 속에서 홀로 살아가려면 어지간히 꿋꿋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어휴, 난 저렇게 애 키우면서 힘들게 못 살아‘라며 비혼/비출산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삶을 편안하게만 산다고, 어려움을 선택해서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요. 삶에서 어려움/도전이라는 게 결혼과 출산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애초에 좀 편한 걸 선택하는 걸 비난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저도 얼마전에 이 책 읽었는데 그냥 심상하게 읽었거든요. 다락방님 인용해주신 글도 기억이 안 나지만 ㅎㅎ <가치있는 삶>과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독을 인정하고, 가족과 사랑을 나누며 매일 성장하고 계신 다락방님!!^^

다락방 2023-02-07 15:32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애초에 편한걸 선택한다고 해서 비난할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요. 함께 사는 삶이 어려운 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산다고 성장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일테고요. 독서괭 님 댓글을 읽으면서 저는 저 목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치인이라면 정치 안에서 종교인이라면 종교 안에서 끊임없이 사유해야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차단하기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내가 제일 잘하고 내가 제일 높고 내가 늘 옳다, 는 생각에 빠지기 쉽겠지요.

저는 릴케 이름만 들어봤지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이 젊은 시인이 고독을 알고 있었네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젊은 시절을 보냈어요. 크- 인간이 고독함을 깨달은 젊은이라니.

아무튼 독서괭 님, 우리는 모두 가족과 사랑을 나누며 매일 성장합시다!! 그리고 독서괭 님과 저의 이 관계 안에서도 성장합시다. 만세!!

- 2023-02-07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로움과 고독은 아주 다른 종류의 무엇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제서야 가까스로 삶에서 고독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인간이 이 글을 고독 속에서 (ㅋㅋ) 음미하고 갑니다. 저는 이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읽고 나니 릴케 당시 27세 인게 너무 웃겼지만ㅋㅋㅋㅋ 암튼 너무너무 혼자가 되고 싶었을 때 읽었거든요. 다시 읽으면 이제는 또 다를 것 같아요.

외로움과 고독의 간극 보다는 고독과 사랑의 간극이 더 가깝다고 여겨져요. 음… 정말로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다스리는 것은 사랑하며 같이 사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 또 사랑하면서 같이 살기 위해 전제되어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삶이 어려운 건 맞지만 너무 어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2-08 14:32   좋아요 1 | URL
저렇게나 젊은 나이일 때 고독을 알고 남에게 말해줄 수 잇다니 너무 대단합니다. 저는 스물여덟에 가만있자, 뭐했더라... 아무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이십대여..

사랑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나의 고독과 너의 고독을 알고 시작한다면 어려움이 조금 덜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삶이 너무 어렵진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가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는 건 정말 짜릿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버려요. 기운내서 잘 삽시다!!

감은빛 2023-02-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상황과 관계는 다 다르지요.
다락방님은 결혼이라는 삶의 방식을 삶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결혼해서 남들 보기에는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다락방님보다 더 외롭게 철저히 더 혼자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 목사의 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많은 말들이 그렇듯,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락방님은 그 목사라는 사람과 달리
늘 고민하고 실천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그저 그런 뻔한 말들을 쉽게 내뱉는 사람과는 분명 다릅니다.

다락방 2023-02-08 14:34   좋아요 0 | URL
어휴 너무나 감사한 감은빛님. 언제나 제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제 편을 들어주셔서 제가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ㅎㅎ 저는 감은빛님에 대해서라면 뭐랄까, 앞으로도 계속 제 편이 되어주실 것 같은 그런 믿음같은 것이 있습니다. 후훗. 저는 그런 감은빛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만나서 소주나 마셔요, 감은빛 님!

은오 2023-02-08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이 성장한다고 생각하긴 해요. 근데 그게 꼭 누군가랑 같이 살아야만 맺을 수 있는 결실은 아닌 것 같고요. 목사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꼭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고행을 자처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듭니다. 살다보면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게 고통인데 그렇다면 저는 피할 수 있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성장따위...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고독한 나와 고독한 네가 만나는 것. 너무 좋습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도 좋고, 이 책이 다락방님께 별 5점이라 좋네요❤️

다락방 2023-02-08 14:3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은오 님. 은오 님의 말씀이 아주 정확합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이 성장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꼭 같이 살아아먄 가능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씀이요. 아주 정확하십니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 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했던 것 같은데 은오 님은 또 벌써 깨닫고 계셨네요. 아 지혜로운 젊은이여!! 존경합니다!! 은오님이야말로 남들보다 더 빨리 깨닫는 분이신 것 같아요. 저의 젊은 시절은 똥같았기에.. 하아- 이렇게나 똑똑한 젊은 여성을 보면 배꼽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애정이 샘솟습니다!!

고독한 은오 님과 고독한 제가 만나 아름다운 우정 펼쳐 가십시다. 만세!!

단발머리 2023-02-09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오늘 아침에 한 번 더 읽었어요^^

그 목사님의 ‘같이 사는게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함께 살아가다보면 성장을 한다‘는 의견은 아주 조금만 맞는다고 전, 생각하는데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사는대로‘ 살고 ‘다른 사람들처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지금 상황에서는, 평범하게(?) 결혼하는 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게 훨씬 ‘쉬운‘ 결정이라는 거죠. 물론 세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혼자 있기로 하는 선택에는 더 많은 고민과 결정이 녹아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사는 건 힘들고 함께 살다가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구요. 경험해봐야 배울 수 있지만 경험했다고 해서 다 의미있는 깨달음을 얻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말 그대로 케바케....

오래 오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사유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은.... 다락방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고 또 기쁩니다.

- 2023-02-09 08:31   좋아요 1 | URL
같은 말이라도 삶에 빗댄 사색이 있고 없음의 농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두분 우정 보기 좋아요 ㅎㅎㅎ

다락방 2023-02-09 08:37   좋아요 2 | URL
제가 그 목사님의 말을 참이라고 생각한 까닭은 바로 저 자신이 더 쉽기 때문에, 더 편하기 때문에 혼자를 선택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었어요. 단발머리 님은 저와 오랜시간 알아오셔서 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실텐데, 제가 혼자인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그 혼자인 걸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사람한테 맞추기도 타협하기도 싫은‘ 성향이 분명이 아주 강하게 존재하거든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하는 거였어요. 이번에 베트남 여행에 굳이 혼자 간것도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었어요. 가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선택과 결정을 모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저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고 또 인내하고 배려하는 그 모든 과정을 아예 빼버린거죠. 그거 하기 싫어서요. 그렇다면 저는 어려운 과정을 생략하고 싶었던 게 맞잖아요. 그렇게 놓고보니 저 목사님의 말이 저를 아프게 찌르더라고요. 맞네, 같이해서 더 어려운 걸 나는 선택하지 않았네, 라고요. 뭐랄까 쉽게 말해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게 참 괴로웠는데, 그런 한편, ‘그러나 남들과 함께 산다고 성장하는가?‘를 물었을 때 그건 참이 아니더라고요. 그저 살아가면서 저 모든 과정들이 생략된다면 -타협, 대화, 인내, 배려- 그건 그냥 다툼과 불만만 연속인 삶일테고, 그것이 어떻게 성장이 되겠는가.. 하니까, 반드시 참인 것만은 아니고 그것만이 참인 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그걸 발판삼아 성장할 수 있는게 아닌가,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고독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맞아요, 단발머리 님. 경험해봐야 배울 수 있지만 경험했다고 해서 다 깨달음을 얻는 건 아니죠. 같이 살면 성장할 수 있지만, 같이 산다고 다 성장하는 건 아닌 것도 맞고요. 혼자여도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거고 말입니다.

아침에 단발머리 님 댓글은 참 반갑고 좋으네요. 물론 저녁에도 좋고요, 밤에도 낮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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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페더 지음, 박다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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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순간 우리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것은 극복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그전에 없던 것이 이제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달라졌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우리중 누구도 이 과정에서 도망칠 수 없고 그러므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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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07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도! 자연스러운 일이 어른이 되면서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합니다.

다락방 2023-02-07 11:55   좋아요 2 | URL
저자는 대학 신입생 시절 엄마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 슬픔 그리고 어떤 죄책감 까지 다 얘기하고 있어요. 눈물콧물 흘리면서 읽었네요.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