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편인 《레드 브레스트》에서 해리는 '랄케'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웃음소리에 반한다.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웃음소리를 좋아한다면, 저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상대를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녀와 함께 더 있고 싶고 또 만나고 싶다. 데이트 신청도 했었다. 


《네메시스》에서도 해리의 그 마음은 여전하다. 라켈에 대한 마음. 라켈을 사랑하는 마음.



"방금 세 번이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것도 이웃사람이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라켈이 웃음을 터뜨렸다. 해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처음 들은 순간부터. 저 소리를 자주 들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기왕이면 매일 듣고 싶은 웃음소리였다. (p.46)



크- 누군가의 목소리를 매일 듣고 싶어한다는 거, 아 진짜 좋지 않은가. 상대의 웃음소리가 좋다면, 그건 진짜 영낙없이 상대를 사랑한다는 거다. 이건 뭐 말이 필요없다니까. 그래서 그 사람을 자꾸자꾸 웃게 해주고 싶은 거.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라켈의 웃음소리를 좋아하는 해리가 좋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꽉 차오르는 건, 살면서 그렇게 자주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좋다, 저 사람을 매일 웃게 해주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잡으면,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의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런데, 해리야... 하아.



해리의 전(前)여친 '안나'가 오만년만에 해리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서 잠깐 만났었고, 작별의 키스를 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해리는 생각하지만, 또 만나기로 한 약속 앞에 해리는 흔들린다. 음.. 안만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다. 라켈 생각이 자꾸 나서. 그래서 해리는 망설이다가 안나에게 전화를 한다. 나는 오늘 너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고 하려고.



해리도 자신이 얼마나 횡설수설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해야 할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저기, 안나.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약속 말이야……."

"유치하게 굴지 마, 해리!"

"유치하게?"

"난 지금 21세기가 시작된 이후로 최고의 카레를 만드는 중이라고. 혹시라도 내가 널 유혹할까 걱정이라면 실망하게 될 거야. 난 그저 너와 한두 시간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뿐이야. 추억에 잠기려는 것뿐이라고. 몇 가지 오해도 풀고. 아니면 그저 한바탕 웃어도 좋고. 일본산 고추는 샀어?"

"아, 응."

"잘했어. 8시 정각이야."

"음……."

"이따 봐."

해리는 우두커니 서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p.96-97)



아...나는 해리가 단호하게 안나에게 '노'를 말하길 원했다. 저 장면을 읽으면서, 안돼 해리, 너는 라켈을 사랑해, 거기 가지마, 진짜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게다가 해리는 라켈에게 안나를 만난다고 말하지 않았다. 라켈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까지 그를 짓누른다. 그러니까 애초에 가지를 말거나, 앗싸리 '나 전여친을 만나기로 했어' 라고 말을 했어야지! 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아, 해리를 보는데 진짜 나를 보는 것 같아가지고. 이미 지난 일이지만, 그러니까 나 역시 전남친을 만나러 가면서 그걸 말하지 않아가지고 애인이 화를 냈던 적이 있다. 으... 힘든 시간이었지. 아무사이도 아니고, 그저 잠깐 밥이나 먹고 들어올 거여서, 딱히 뭐 이걸 말하냐 싶었던건데,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저 잠깐 밥이나 먹고 들어올거였으니 말을 했어야 되는 거였다. 말하지 않으니까 일이 커져버려가지고............... 인생 ....................... 연애란 .............................역시 짝사랑이 짱이야! 윤여정 만세!! 나도 짝사랑이나 해야겠다. 짝사랑이 속편하다. 막 남자들 만나고 다녀도 아무도 뭐라 안하고 언제 어디에 가도 자유롭잖아. 그러면서 내 마음은 사랑을 계속하는거지. 역시 짝사랑 만세야!!! 


아 다시 해리 얘기로 돌아가서,

해리는 안나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안나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 안나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라켈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아, 해리야, 라켈을 매일 웃게하고 싶다면서, 매일 웃음 소리를 듣고싶다면서, 그런데 전여친을 만나러 가면 어떡하니. 게다가, 말하지 않고 전여친 만나러 갔는데.... 문제가 너무나 커져버렸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에 말했으면 그 다음도 편했을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사람이 늘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그 거짓말은 자꾸 거짓말을 만들게 되니까. 반면 사실만을 말하면, 언제나 어디서나 같은 대답을 할 수가 있다. 머리를 굴리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거니까 한결같은 답을 할 수가 있는거다. 


전(前)애인은 가급적 만나지 말고, 만나러 갈거라면 현재의 애인에게 말하고 갑시다.  


해리가 안나를 만나러 가서 너무나 속상했다. 내 애인도 아닌데 내가 속상해. 나 말고 다른 여자 만나지 말란 말이야! 라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속상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톰 볼레르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져서 내친김에 계속 읽어보자고 어제는 《데빌스 스타》를 주문했다. 으윽 톰 볼레르, 어떻게 되나 보자. 《스노우맨》은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거기서 해리가 전(前)아내를 구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라켈하고.. 헤어지는건가... 헤어질 줄 알면서도 나는 지금 그들의 연애 얘기에 귀를 쫑긋하고 있는건가. 연애는 뭔가, 인생은 뭔가... 헤어질건데 왜 사귀는걸까..... 라지만, 모든 헤어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시간을 돌려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할거라는 대답을 하게 될 것 같다. 해리야, 라켈하고 헤어지지마...ㅠㅠ



나는 트위터를 하는 게 너무 좋은데, 거기에 똑똑한 언니들이 너무 많아서 좋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좋고 잘못 알았던 것을 바로 잡게 되는 것도 너무 좋다. 다른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도 트위터의 내 타임라인을 보면 가능해진다. 그런데 얼마전에는 글쎄 누군가가, 구몬을 한다는 트윗을 작성한 거다. 오!!! 오!!!! 오!!!!!!!!!!!!!!!!!


나는 구몬이든 뭐든 학습지는 당연히 아이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인지, 성인이 구몬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1도 안해봤는데, 그 트윗을 보자마자 진짜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영어랑 일어랑 중국어를 다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일어가 밀려서 엄청 숙제하고 있다 라고 썼다. 오만년전에 잠깐 학습지 선생으로 2주간 일한 경험으로 보건데, 이런 방문학습지는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 할수가 있다. 아아, 불어랑 독어랑 스페인어가 있다면, 오오, 나도 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다가, 앗! 하고 벼락 같은 깨달음. 엄마!!!!!!!!!!!!!!!!!!


엄마는 몇해전부터 영어 공부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계셨고, 그래서 내가 몇 해전에 단어책을 사드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게 쉽지 않고, 일단 영어로 쓰여진 것들을 읽는 것이 가능해야 단어 외우는 것도 효과가 있을테니, 나는 구청에서 하는 문화센터나 야간학교는 어떨까 생각해서 가끔 엄마랑 얘기해보고는 다음에, 다음에, 했던 거다. 그런데 구몬이라니!! 마침 칠 살 조카는 한글나라 선생님과 한글을 공부하고 있으니, 엄마도 그런 식으로 영어를 알파벳부터 차례대로 하면 좋지 않을까?? 


아침에 이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일어났어? 응. 

나는 엄마에게 칠 살 조카가 하듯이 그런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하면 어떨까 물었다. 엄마, 내가 돈은 내줄게, 그렇게 해보는 거 어때? 하고. 그거 기초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까 엄마가 공부하기에도 부담 없지 않을까? 하고. 엄마는 반기시며 '좋은 생각이다!' 하셨다. 그러면서 좀 생각해보시겠다고 했다. 저녁에 여동생과도 의논해보겠다고. 

응, 엄마, 여러가지로 좋을 것 같아. 정해진 시간에 학원 가서 앉아 있을 필요도 없고, 잠깐 동안 선생님 만나고 숙제 하면 되고, 엄마가 그거 하는 거 보면서 조카도 '할머니도 이렇게 공부하네'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좋을 것 같아, 하고 부추겼다. 히힛. 엄마가 하게 됐으면 좋겠는데, 공부를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 공부를 하라고 막 강요할 수도 없으니, 엄마의 대답을 기다려봐야겠다. 아 설레인다. 나는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누가 공부한다고 하면 너무나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응 공부해, 하고 막 응원하고 싶어져. 엄마가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새로운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읽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 과정이 얼마나 신날까. 


나는 알파벳도 모르는채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내게 영어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미친듯이 외워 쪽지시험은 다 맞았지만 내게 영어는 늘 아슬아슬했다. 과외를 시작하고 온 아이들이 영어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대답하는 걸 보면 위축됐었다. 국민학교때의 나는 전교에서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인기도 많은 아이었는데(응??), 중학교에 들어와서 영어시간엔 바보가 된 것 같아 너무 기가 죽는 거다. 그래서 '난 영어 못하는 애' 하고 내가 나를 포기하고 수업시간에도 딴짓만 했었는데, 1학년 2학기에 바뀐 영어선생님이 장국영의 <TO YOU>를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오오, 이것은 뭐지, 하고 흥미가 생겼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외삼촌이 나를 붙들고 앉아 발음기호를 알려주면서 신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다. 알지 못하는 단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서 사전을 아무데나 펼치고 단어들을 읽어보곤 했다. 그때부터 영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닥치는대로 팝송을 외우고 해석하고 해서, 듣기평가도 늘 다맞고 수능에서도 영어 점수가 제일 높았더랬다. 뭘 알게되면 알기 시작할 때가 얼마나 좋던가. 게다가 좋아서 공부를 하니 칭찬도 쏟아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의 담임은 영어선생님이었는데, 수능기출문제집을 다같이 풀어보던 시간, 번호대로 걸려서 내게 지문을 읽고 해석하게 시켰더랬다. 학급의 많은 아이들은 답안지를 보고 옆에 해석을 적어놨었는데, 훗, 내게는 우스운 이야기... 나는 그냥 읽고 해석했다. 그리고 정답은 뭐입니다, 하고 말하니, 선생님이 갑자기 "락방아" 부르신다. "네?" 하니, 그 조용한 수업시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영어선생님 해라. 발음과 해석이 퍼펙트해. 어쩜 그렇게 잘하냐?" 라고 폭풍칭찬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시절이었지.


그러다 대학 원서 쓸 때, '넌 성적이 안되니까 영어 본고사 보는 데로 원서 넣고 영어 본고사 보자, 너 영어 본고사 점수로 대학가야 해' 하셨더랬는데 ....................................

그런 내가 어쩌다 지금의 영어병신이 되었나..................................

대학이 망친 거야 나를...대학이 망쳤어............................



아무튼 공부를 막 시작해서 점점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그 기쁨을 엄마가 알게 됐으면 좋겠는데, 나 역시 방통대 편입했다 자퇴한 경험이 있는 관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요할 수가 없다. 아 갑자기 생각나네. 엄마, 중,고등학교때 학습지 비싼 돈 주고 시켜줬는데 하나도 안하고 밀려서 미안해....없는 돈에 내가 졸라서 에이플러스 시켜줬는데...... 깨끗하게 쌓아둬서 정말 미안해.....................대신 내가 이제 엄마 공부 시켜줄게..... 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근데 나는 해리가 전여친 만난 거 너무 속상해서 읽다가 책장까지 덮을 정도였는데, 아니, 그 얘기 쓰려다가 왜 잘나갔던 과거 얘기를 쓰게 됐지? 참 사람이 쓸데없는 게 과거자랑인데... 쩝.....

그나저나 구몬에 스페인어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



어제 저녁엔 너무 더워서 퇴근길에 아빠를 불러 이남장 설렁탕 가서 설렁탕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응?) 좀 남기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 괜찮아, 더우니까, 기운 빠지면 안돼, 잘 먹어야 해, 하고는 집에 돌아갔는데, 왜 금세 또 허해지는 거지... 외로워서... 허한건가....아니면 소화력이 너무 왕성한건가.......이남장이 양이 적나........왜징........ 아빠가 사둔 도넛츠를 먹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래서 도넛츠 앞에서 벗어났다. 냉장고를 열어 토마토를 꺼내서 폭풍흡입을 했는데, 휴, 어제 도넛츠 먹고 잤으면 오늘 아침에 후회했을 거야.


아무튼, 짝사랑이 좋고 공부가 좋다.










"약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평상시에는 정상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공격성이 증가하는 약물은 없나요?"
에우네는 고개를 저었다. "약물은 잠재해 있던 성향을 더 두드러지게 하거나 약화시킬 뿐일세. 술에 취해 아내를 죽이는 작자는 평소에도 아내를 구타하는 성향이 있지."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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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7-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몬을, 저도 함 고민해봐야겠네요.
영어부터 (응?) ㅋㅋㅋㅋ

다락방 2016-07-12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외국어 있으면 기초부터 천천히 시작해보고 싶은데 제가 별로 흥미없는 일어랑 중국어만 있네요. ㅎㅎ
영어는 제가 어제 교재를 주문했으므로 일단 제가 생각한 방식으로 공부 좀 해보고 결정해야겠어요. 히히.

비연 2016-07-1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이 망친 거야 나를...대학이 망쳤어............................
... 락방님 죄송. 이 대목에서.. 뿜었슴다...^^;;

다락방 2016-07-12 10:4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
뿜으셨다니 기쁩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7-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시절이었지.

여기에서 감동의 물결~~~~
다시 시작해요~ 어머님이랑 같이 함께^^

다락방 2016-07-12 11:24   좋아요 0 | URL
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공부를 싫어해서 ㅎㅎ
엄마라도... ㅋㅋㅋㅋㅋ
화이팅!!

건조기후 2016-07-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제 `랄케`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스노우맨 촬영현장 사진 찾아다니다 잊어 먹었네요 ㅎㅎ 받침 위치만 달라졌는데 느낌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달랐어요!

스노우맨에서 라켈을 구해요. 해리는 결혼한 적도 없는데 왜 전처를 구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대체 이 책 볼 때 무슨 책이랑 같이 본 겁니까 ㅎㅎㅎ 라켈 구하던 장면 진짜 스릴넘치고 예술이었는데 어휴.. 지금도 막 숨이 차올라요.

오, 구몬 괜찮네요. 저는 독일어를 배우고 싶은데 독일어는 없나봐요. 영어도 그렇고 독일어도 맨날 생각만.. 항상 모든 물적 심적ㅋ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나서 시작하려고 하니 아무 것도 못 하고 시간만 가네요. 조금이라도 뭐라도 하면 될텐데 늘 마음만 먹다가 이 꼬라지에요. 그만 좀 벗어나자 벗어나 ㅎ

다락방 2016-07-12 13:25   좋아요 0 | URL
아 뭔가 이혼한 전처 구하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스노우맨이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뭘 본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노우맨 다시 읽어야겠네요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몬 괜찮은데 영어,일어,중국어 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스페인어나 불어 독어 있으면 도전해보고 싶은데 말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단계부터 천천히 말이지요. 쩝... 아무튼 엄마가 구몬 하기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배움의 기쁨은 크잖아요. 공부하긴 싫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데빌스 스타 도착할 거에요. 기다리고 있어요. 내친김에 오슬로 시리즈 고고. 톰 볼레르 어떻게 되나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오슬로 시리즈 나중에 마저 읽을까 싶었는데, 데빌스 스타 백자평 보니 많은 사람들이 톰 볼레르 얘기를 하길래, 아 안되겠다 지금 봐야겠다 하고 어제 주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문하는 김에 5만원 이상 주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벗어나자 벗어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7-12 13: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우린 왜 이렇게 벗어날 게 많은 거죠 ㅋㅋㅋㅋㅋ 벗어날 거 많은 인생에서 좀 벗어나자 벗어나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7-12 13:47   좋아요 0 | URL
벗어나자 벗어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의 굴레........ 자유로워 집시다! 히히히히히

singri 2016-07-1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맨 읽어야되는데 글보니 막막 읽고 싶네요 ㅋㅋㅋ 전 레드브레스트 읽어서 막 입이 간질간질해요 ㅎㅎ흐

다락방 2016-07-12 14:5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레드 브레스트랑 네메시스 다 읽었고요. 데빌스 스타가 지금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움화화핫. 그런데 스노우맨 다시 읽고 싶어서 중고 검색하고 있는데 알라딘 중고는 없네요. ㅠㅠ

singri 2016-07-12 14:58   좋아요 0 | URL
아 데빌스스타 ㅡ
얼마전에 샘으로 봤었어요. 전자책이 눈에 잘 안 익는데 이렇게 재밌는거 팍팍 읽어져서 한번씩 보게되요.

다락방 2016-07-12 15:16   좋아요 0 | URL
오와- 이거 분량도 상당한데 전자책으로 보셨단 말입니까?
저 너무 궁금해요! 톰 볼레르, 넌 어떻게 되는거냣!

루쉰P 2016-07-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영어 병신 ㅋㅋㅋ 이거 정말 와닿아요. 이거 비밍인데요. 저 시험에 영어를 못 넘어서 지금 자꾸 헤매고 있어요. 아~~ 저는 장국영 같은 그런 영어적 만남이 안 올까요...외우고 또 외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정말 영어병신이 남 일이 아니에요. 학원도 다니고 개인과외도 20만원이나 들여서 했는데, 그 선생은 별로 의욕이 없어서...하지만 뭔가 감은 잡았거든요. 매일 단어 외우고, 문법 외우고 그게 참 힘들어요.

영어를 못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다던데...사실 영어 원서로 읽고 싶은 책도 많거든요...

영어병신 ㅋ 왜이리 웃기지....전 영어 고자에요....

다락방 2016-07-13 11:17   좋아요 0 | URL
영어를 못한다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는 않을겁니다, 루쉰님. 저는 영어를 못하지만 패배자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면 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확률도 더 커지고요. 그러니 영어를 잘하는 건 매우 유리합니다. 유리한 걸 떠나서, 일단 읽고 싶은 원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ㅠㅠ

계속해봅시다, 영어공부. 영어 천재가 되도록 힘써봅시다 ㅠㅠㅠ

야홍이 2016-07-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몬지 모를 이공감대~~ 영어병신 ㅋㅋㅋㅋㅋ 진짜 웃겼어요 그리고 이 헤매이는 글의 전개속에 마무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집중력도 ㅋㅋㅋ 언제나 잼있네요 ㅋㅋㅋ
그리고 그 짝사랑은 너무 가슴아픈관계로 패슈~ 네메시스는 읽는걸로 결정 !! 저도 읽으면서 주인공이랑 이야기 하고 싶네요 ~~ 안돼!!!

다락방 2016-07-18 10:50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나봐요. ㅎㅎ 잘하고 싶은데 못하고 잘하고싶은데 하기는 싫고... 크-
제자리로 돌아오는 집중력, 이라니. 오! 제가 미처 저에 대해 몰랐던 면이네요. 저는 이렇게 저의 몰랐던 점에 대해 누군가 얘기해주는 게 엄청 좋아요. 히힛.
네메시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해리한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다고 해주세요!!
 

여자들이 그의 지위에 현혹된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도 자신의 지위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무부 차관인 베른트 브란헤우그였다. 맙소사, 그것은 평생을 바쳐 얻어낸 자리였다. 설사 라켈이 약에 취해 창녀 륭내를 낸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난 자네를 가져야겠어." 브란헤우그가 그녀의 술잔에 얼음 두 조각을 넣으며 말했다. "나란 사람을 알게 되면 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우선 일종의 첫 번째 수업을 하도록 하지. 날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그는 그녀에게 잔을 건넸다.

"어떤 남자들은 평생 땅에 코를 박은 채 기어다니며 살지. 그러다 음식 찌꺼기라도 발견하면 그걸로 만족하면서, 하지만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두 발로 일어서서, 식탁으로 걸어가 정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먹지. 우리 같은 사람은 소수야. 왜냐하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때때로 잔인해져야 하는데, 그런 잔인함은 힘에서 나오거든. 우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의 교육 방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켜야만 했어. 따라서 그렇게 살거나 기어서 사는 것,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차라리 근시안적인 도덕주의와 결별하는 쪽을 택하겠어. 도덕주의는 개인의 행동을 제대로 된 맥락에서 바라보지 못하거든. 그러니 자네도 그런 점에서 내심 날 존경하게 될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술을 벌컥벌컥 마셔댈 뿐이었다.

"홀레는 당신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어요. 우린 그저 친한 친구였을 뿐이라고요."

"거짓말을 하는군." 브란헤우그는 그녀가 내민 잔에 마지못해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난 자네를 독점해야 했어.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홀레와 모든 연락을 당장 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 아니야. 그보다는 순사함의 원칙 때문이었지. 어쨌거다 스웨덴인지 어딘지는 몰라도 거기서 몇 주 산다고해서 그자에게 해될 것은 없어."

브란헤우그는 킬킬 웃었다. (p.484-485)

















외무부 차관인 베른트 브란헤우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는다. 아니, 잠자리란 말은 너무나 상호적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자들을 강간한다. 그를 상사로 두고 있는 여자들은, 브란헤우그에게 '자신의 지위에 현혹되어 섹스한' 여자들이겠지만, 그 지위에 있는 남자랑 자고 싶다는 유혹에 진 여자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걸 알았을거고, '저 남자가 하자는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라는 생각으로 그의 부름에 응한 여자들은, 남자의 권력에 이용당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언제나 여자들을 쳐다본다. 


일전에 '조여정'이 주연한 영화 《방자전》에서 변사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 것은 여자들을 맘껏 후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거다. 권력이 주어지면, 그것으로 많은 여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랄케는 브란헤우그의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노골적인 유혹에 언제나 완곡하게 거절을 말했다. 그럴수록 브란헤우그는 더 애가 탔다. 랄케가 '해리 홀레'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안순간, 그의 '그녀를 갖고싶다'는 욕망은 더 커진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해리를 저기 멀리, 알 수 없는 시골로 보내놓고 그와 관계를 끊기를 청함으로써, 브란헤우그는 자신의 경쟁자를 지워낸다. 랄케가 결국 브란헤우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랄케의 전남편인 소련 남자와의 사이에서 양육권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국제적인 일이 되고, 여기에 브란헤우그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걸 알고서, 랄케는 해리에게 이별을 말하고, 그가 부르는 호텔방으로 가, 결국 드레스를 벗는다. 


이 장면을 읽다말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책장을 덮어야 했다. 분했다. 너무 분하고 슬펐다.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한다는 것,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는 것. 너무 분했다. 결국 여자가 자신이 안고 싶었던 남자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게 너무나 끔찍했다. 이 장면이 너무나 힘들어서 주말 내내 생각났다. 그러다 결국 오늘 새벽엔 꿈을 꿨는데,



꿈에서 나는 톰 크루즈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데, 머리가 벗겨지고 오십대로 짐작되는 백인남자 대통령이 나를 찾아와서는 자신과 하룻밤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 나는 톰을 사랑하고 있고, 게다가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 남자랑 자기 싫으므로 '싫다'고 말한다. 그러자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톰에게 해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니가 자주지 않으면 톰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톰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경찰인것 같았고 그 일에서 위태로웠으므로, 나는 대통령의 말을 결국은 들어줘야 함을 알았다. 그래서 대통령과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 후에 톰을 만나는게 너무 힘이 드는거다. 이 사람에게 말해야할까, 대통령이 또 만나자고 했는데, 이제 어떡하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무슨 꿈이 이모양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 네스뵈가 나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양육권 판결에 대한 서류는 6개월 내에 변경가능성이 있고, 브란헤우그는 랄케에게 6개월간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 썅스러워..... 이게 너무 화가 나서 나는 그런 꿈을 꾸었나보다. 아 진짜 힘들었어........... 개같은 브란헤우그...



개같은 남자들은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크리스토퍼 역시 그렇다. 크리스토퍼는 헬레나를 사랑한다. 헬레나랑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자신은 부자이며 의사라는 직업도 갖고 있으니 자기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헬레나는 부상병과 사랑에 빠졌고, 크리스토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크리스토퍼는 헬레나를 설득하다 결국 그 남자를 무사히 병원에서 내보내는 조건을 내걸고 헬레나를 차지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자신의 설득,회유,협박에도 헬레나가 자신에게 오지 않겠다고 하자,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내내 생각했던 여자에게, 순식간에 창녀라고 욕한다.



"우리아가 자기와 함께 노르웨이에 가자고 했어요. 여행 허가서를 신청하려면 병원의 추천장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제 내가 당신 발목을 잡을까 두려운 거야?"

"당신 아버지가 병원 이사회에 계시잖아요."

"그래. 마음만 먹으면 널 곤란하게 할 수도 있지." 브록하르트가 턱을 문질렀다. 그의 강렬한 시선은 헬레나의 이마에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은 절대 우리를 막을 수 없어요, 크리스토퍼. 우리아와 나는 서로 사랑해요. 알겠어요?"

"내가 왜 군인의 창녀 따위가 하는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p.222-223)


크리스토퍼의 말은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여자, 즉, 다른 남자를 선택한 여자는 순식간에 창녀가 된다는 것. 게다가 창녀를 욕으로 사용한다는 것. 성매매의 구매자가 자신들과 같은 남자인데도, 그런 자신들을 욕하지는 않으면서, 여자들은 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자기들은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성매매 여성을 욕한다는 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전에 서프러제트 상영관에서 폭행사건이 있었을 때, 가해자 남성은 상대에게 구멍 두개와 보지를 운운하며 욕을 했다고 했는데, 그냥, 여자라서 욕먹는 대상이 된다. 보지가 있는 것, 구멍이 두개인 것, 그리고 성을 파는 것. 돈을 받고 자기랑 잔 여자들은 창녀이고 자기랑 자주지 않았던 여자들은 창녀라 욕하고... 뭐하자는 짓거리들인지 모르겠다. 



"말에게 춤 스텝을 가르치는 것을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동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을 강요하니 동물 학대라는 거야. 하지만 그건 훈련받는 말을 직접 못 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난 봤어. 그러니 내 말을 믿으렴. 녀석들은 훈련받는 걸 아주 좋아해. 왜 그런지 아니?"

브록하르트는 말의 주둥이를 쓰다듬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지. 신은 열등한 생명체가 우월한 생명체에게 복종하고 봉사할 때 훨씬 행복하도록 정해놓았어. 아이와 어른의 관계만 봐도 그렇잖니. 여자와 남자의 관계도 그렇고. 심지어 소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곳에서도 약자는 자신보다 강하고 현명한 엘리트에게 기꺼이 권력을 양도하지. 그게 세상의 이치야. 그리고 우리 모두는 신의 생명체인 까닭에 우월한 자들은 열등한 자들이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단다."

"열등한 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요?"

"바로 그거야, 헬레나. 넌 참 이해가 빠르구나. 그렇게……어린 아가씨가 말이야."

헬레나는 '어린'과 '아가씨' 중에서 어떤 말이 더 강조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건 중요하단다. 거기에 저항하면,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 (p.254-255)


........................................................

이쯤에서 이 분 사진을 한 번 봐야될 것 같고요.






책속에서 헬레나는 우리아를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아도 자신을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말한 적이 없으므로 확신할 수가 없다. '아니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은 주현을 짝사랑한다. 그동안 다른 가족들의 삶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돌 볼 여건이 안돼 연애도 못하고 살았는데, 그런 윤여정에게 '꼬마야', '잘자라' 등의 문자를 보내주는 주현이 등장한다. 주현으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으면 너무 즐겁고 설레인다. 문자메세지를 보고 보고 또 들여다본다. 공부를 해야하는데, 자꾸 주현 생각이 난다. 이런 문자는 무슨 뜻일까? 친구들에게 묻고, 또 혼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본다. 그런 윤여정을 응원하는 박원숙에게, 윤여정은 


"끝났어."


라고 말한다. 박원숙은 '아니, 시작한 적도 없는데 뭐가 끝이나?" 라고 묻는데, 이에 윤여정은 이렇게 답한다.


"했어. 머릿속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나 잘 알겠고요. 그러니까 윤여정의 상상속에서 주현과 교제를 했고 함께 살았다. 자신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주현이 커피를 끓여줄 거라는 생각에 마냥 흐뭇해했다. 그렇지만 함께 살다가 수시로 자꾸 자신을 가르치려 들고 잔소리 할거라는 생각을 하고서는 고개를 저으며 '안돼 안돼 피곤해'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윤여정은 사랑을 시작했고 함께 살았고 끝냈다. 크- 역시 사랑중에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주변의 누구도 힘들지 않고 그냥 나 혼자 힘들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물론 내 마음은 찢어지지만...


윤여정은 그러나,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내가 짝사랑한 남자, 짝사랑하면서 봐왔던 남자가 이러이러할 것이다 라고 짐작한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니까 내가 지켜보기만 했던 한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지내면서는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신경써줄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다정할 수도 있으니까. 옆에서 지켜본 것과 나와 함께 지내는 사이에서는 많은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그것은 더 나쁘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지만, 더 좋게, 더 다정하게,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도 사귀기 전에 막 좋아서 팔짝 뛸 것 같았는데, 사귀고 나서 점점 더 좋아졌던 적이 있다. 어머, 이런 사람이라니!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렇게나 좋아할 수 있다니! 하면서 종종 감탄했던 거다. 미처 몰랐던 점을 사귀면서는 많이 알게 되는데, 이건 상상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상상속에서 사귀고 함께 살았다고 해서 끝내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끝내버리는'게 어떤 건지도 너무 잘 알겠다. 나도 여러차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냈던 적이 있었으니까. 혼자 끝내도.. 슬퍼. ㅠㅠ 


셀프이별..

그대여, 이제 안녕...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최근에 읽는 책마다 딱히 좋지가 않아서 요 네스뵈를 책장에서 꺼냈다. 와, 탁월한 선택이었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싫더라. 누가 내게 요 네스뵈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요 네스뵈의 소설이 흥미롭게 잘 읽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에 《레드 브레스트》에서 해리는 첫 눈에 반하게 되는 여자 '라켈'을 만난다. 탄력 받아 쭉쭉 읽고 바로 다음편인 《네메시스》를 시작했다. 아니, 조금 읽었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아퍼... 해리는, 라켈을 사랑하면서도 그래서 사귀면서도 전여친의 만나자는 연락에 거절을 못한다. 매정하게 거절 못하는 해리를 보면서 어제 왜그래, 왜, 왜 거절을 못해,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폭풍 슬픔에 잠겨 맥북을 열고 페이퍼를 쓰려고 했지만, 중간에 멈추기엔 너무나 재미있어서 계속 읽었다. 라켈과 해리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끝까지 읽어볼 일이다. 흔들리지 마요, 굳고 강하고 단단하게, 오래오래 함께 지내요... 힝 ㅠㅠ 세상에 단단하고 오래가는 관계는 재이슨 스태덤과 로지 헌팅튼 휘틀리 커플이 유일한가....그들이 전부인건가....


오래된 커플들, 제가 힘차게 응원합니다.

짝사랑 하다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는 사람들도, 제가 힘차게 응원합니다.

세상 모든 사랑에 건배!

음..아니 모든 사랑에 건배는 못하겠다. 패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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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7-1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프 이별....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히는 아침이네요.

다락방 2016-07-11 10:58   좋아요 0 | URL
아프죠, 셀프 이별 ㅠㅠ
이별은 뭐든 다 아파요 ㅠㅠㅠ

건조기후 2016-07-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기억이 솔솔 나네요 저 병신같은 남자들의 유치한 말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를 성적으로 공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듯해요. 달리 단순한 동물이 아닌가봐요. 한숨...

이 책 좀 지루하지 않았어요?... 저는 전반은 좀 힘들게 읽었어요. 나중에는 손에 땀 나가며 봤지만 ㅎㅎㅎ 참, 스노우맨 영화로 나온다는데 캐스팅 싱크로율이 환상이더라고요. 해리홀레는 마이클 패스밴더 라켈은 샤를로뜨 갱스부르 ㅜㅜ

어우... 케미도 좋고 ㅜㅜ 완전 기대 중이에요!

음 사진 링크 걸었는데 왜 안 뜨지 ;

다락방 2016-07-11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전반에 진짜 지루했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왔다갔다하나 싶더라고요. 나중엔 진짜 재미있게 넘기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꼬아놨다는 느낌은 사라지질 않아요. 뭐랄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걸 위해서 잔챙이를 쳐내지 않은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이야기가 여러갈래로 뻗어나가는 것 같아서 그게 아쉬웠어요. 그래도 한 번 손에 들면 진짜 놓을 수가 없어요. 가독성은 짱이에요!

`여성`이라는 걸로 공격하다니, 너무 병신들 같아요. 그게 왜 욕할 거리가 된다고 생각할까요... 너무 오래전부터, 너무 기본적인것부터 잘못되어 있어서 이게 뭐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건지..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아 한숨이 나요. ㅠㅠ

그나저나 스노우맨 내용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피는 어머니...불륜을 저지른 여자들을 응징..... 뭐 그런 내용인 것 같은데, 거기에 라켈이 나왔었나요? 라켈하고 잘 됐으면 좋겠는데, 해리가 [네메시스]에서 바람을 펴서 ㅠㅠ 짜증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천 해수욕장 :)
그리고 조개 줍는 칠 살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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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6-07-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냄새와 살랑거리는 바람의 느낌을 상상해 보려 하는데 잘 안되네요. 아...참....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집니다.

다락방 2016-07-11 08:19   좋아요 0 | URL
바람보다는 햇볕이 너무 강했어요. 등에 화상 입고 돌아왔어요. 아직도 쓰라려요 ㅠㅠ
저도 여름에 바다에 몰려든 사람을 보는 게 참즐거웠어요. :)

레와 2016-07-1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몇주 바다수영을 못했는데, 갑갑해 미치겠다요.

사진만으론 해소가 안되네.. ㅠ_ㅠ


다락방 2016-07-11 17:21   좋아요 0 | URL
어휴 날이 너무 더웠어 ㅠㅠ 나는 등에 화상입고.. 아이들은 물에 들어갔다가 춥다고 다시 나오더라고요. 날이 더워도 애들이 물속에서 오래 노는 건 무리더라고. 화상 입은 데 쓰라려요. 엉엉 ㅠㅠ
 
토스트 Toast - 완벽하게 모던한 사계절 토스트 50
라켈 펠젤 지음, 나윤희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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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는게 즐겁다.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예쁜 그릇에 담겨 있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좋다. 보기만해도 그 맛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푸짐한 음식들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쉽게 말해 나는, 음식 사진을 보는 게 무척 좋다. 알라딘에도 그렇지만 SNS 에서도 가끔 자신들의 앞에 있는 밥상을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사진들을 보는게 참 좋다. 특히나 그 상차림의 주인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단순히 음식 사진인걸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음식 사진을 본다고 내가 또 다 좋아하지도 않고, 음식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대로 이건 누구랑 어디서 이런 얘기 하면서 먹으면 좋겠다, 하고 마음껏 상상을 해대니, 어쩌면 나는 음식 사진을 보며 하는 상상을 즐긴다고 할 수도 있겠다.


몇개월전에 유튭에서 어떤 영상을 검색하려다가 우연히 '먹방'이라고 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런 사람들을 뭐라고 하지?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라면 세개(어쩌면 네 개 혹은 다섯 개)와 치킨 두 마리, 튀김까지, 여러명이 함께 모여 먹을 음식을 앞에 두고는 혼자서 다 먹는 걸 보여주더라. 그 밑에는 댓글도 많이 달려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렸다. 그냥.. 그냥 그 많은 음식들을 먹기만 하면서 방송이 진행되는 것 같던데, 그걸 보고 나는 진짜 이런 기분이었다.



?????????????????????????????????????????????????????????????????????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냥 한 사람이 일인분 이상의 음식을 계속 먹고 또 먹기만 하는 방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음식 사진 보는 걸 좋아하니, 그 방송을 하고 또 즐겨 보는 사람들도, 내가 음식 사진 보고 좋아하는 것처럼, 타인이 먹는 걸 보는 게 너무나 좋은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나의 조카가 내 앞에서 무언가 먹는 걸 보면 너무 예뻐서 미치겠는데, 어떤 사람들은 타인이 먹는 걸 봐도 예뻐서 미치겠는걸까?? 음.. 잘 모르겠다.



이 책, 《토스트 TOAST》는 제목 그대로 토스트 사진이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좋다. 토스트가 다 너무 먹음직스럽고 예쁘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있다. 진짜 너무너무 내 스타일의 책인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책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다한들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재료부터 다 멘붕.... 게다가 식빵 사서 하는데도 오븐이 필요할 때가 숱하게 나오는데, 아아, 간단히 먹는 토스트를 만드는 것이 뭐 이다지 어렵단 말인가! 난 심지어 요리바보이기까지 한데.... 물론 단순히 '보면서' 즐기려고 이 책을 갖고 싶었지만, 그래도 '볼 수밖에'없다는 건 초큼 슬프다... 일단, 이 책이 얼마나 무서운(!!) 책인지 목차를 보자.




어떤가. 정말이지 


'………………………………………………………'


이렇게 되지 않는가. 만체고 치즈와 향신료에 볶은 피칸을 곁들이고 사이더를 발라 구운 스쿼시 토스트 ...는 뭐란 말인가. 데브 페럴먼의 맥주를 넣은 콜리플라워 레어빗 토스트는 또 뭐고... 히융...  목차에 큰 의미를 두지말고, 자, 아름다운 토스트 사진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자!



이건 그냥 토스터에 식빵 넣고 구워서 크림을 바르는 간단한 것이렸다? 그렇다면 이건 너무나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겠지. 자, 그 재료와 방법을 보자.



이름하여 <마카다미아 카다멈 버터 토스트>란다. 음.. 이 책의 저자는 글쓰는 솜씨도 뛰어나서, '카다멈은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모두 빼앗아버리는 향신료다' 같은 문장으로 이 요리법을 시작한다. 저 문장이 너무 좋아서 들여다보며 으음, 나도 언젠가 이 문장을 꼭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이를테면, 음, 칠봉이는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남자''다, 같은 걸로 응용 가능하겠다. 소주는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술이다, 같은 걸로도 가능하고. 아,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빵 위에 바르는 저 버터도 오븐을 예열해서 어쩌고 해가지고 만들어야 한단다. 게다가 재료좀 봐, 카다멈 파우더는 뭐고 굵은 코셔 소금은 뭐야...그나마 이게 가장 간단한 재료에 속한다. 다른 토스트들로 넘어가면 아주 난리가 난다.





크, 여기서도 예의 멋진 문장이 나온다. '나는 당신의 세상을 바꿀 두 단어를 알고 있다.' 이것 역시 너무나 응용하고 싶어진다. '나는 당신의 세상을 바꿀 한 남자를 알고 있다' 같은 걸로...아..근사해..... 마지막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토마토 소스를 풍성하고 극적인 뉘앙스를 가진 라구 소스로 만들어줄 것이다' 라는데, 아, 또 응용의 욕구가 생기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를 풍성하고 극적인 뉘앙스를 가진 여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라고. 누가? 당신이. 크- 좋구먼... 이것은 단순 요리책이 아녀....빵 책이 아녀.... 예술인 것이여.....


어쨌든 들어가는 재료는 굉장히 적어보이고 만들어진 토스트도 간단해 보이지만, 스모크 파프리카 파우더와 페드 페퍼 플레이크..같은 것이 필요하단다. 뭔 말이여... 패쓰하자. 





자, 이름도 어려운 <만체고 치즈와 향신료에 볶은 피칸을 곁들이고 사이더를 발라 구운 스쿼시 토스트>의 재료를 보자. 아주 난리가 났다. 아이싱 슈거, 가람 마살라, 카옌 페퍼 파우더, 곱게 다진 신선한 로즈마리, 깍둑 썬 버터넛 스쿼시.... 이거슨 외계어인가... 너무나 낯설다. 아니, 이 재료들을 대한민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겁니까? 나는 요리바보라 이런 재료를 아예 처음 들어 보는데, 요리를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뭐 그런 재료들인건가? 나는 이 토스트 사진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이나 가만히 들여다보지만, 역시나 고개를 젓는다. 음, 만들 순 없어. 그렇지만 나는 보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해!





아, 이 사진을 좀 봐.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썰어 먹으면서 와인을 혹은 커피를 마시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위에도 말했지만, 이런 것들의 사진을 보면 나는 단순히 이 사진을 보는 것에 멈추는 게 아니라, 아주 있는 힘껏 상상을 한다. 이건 이렇게 먹으면 좋겠지, 앞에 이 사람을 앉혀두고 같이 먹으면 좋을거야, 먹다가 깔깔대고 웃겠지, 와인 잔을 부딪히며 건배도 하고... 아, 너무나 행복하다. 나는 수시로 맛있다고 좋아하겠지. 음.. 하면서 감탄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건 진짜 너무 좋잖아! 그래도 체통을 지켜야지. 빵을 다 먹은 다음에 접시 바닥에 남은 소스를 핥진 말아야지. 우아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이 책에 실린 모든 토스트들의 특징은, 토스트의 기본이 되는 '빵' 없이도 너무나 맛있을 수 있다는 것. 사실 내 입장에선 빵 없이 먹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잘 믿지 못하지만, 나는 빵을 딱히 좋아하진 않거든. 정말이다. 특히나 바로 위의 <봄베이 버블 & 스퀴크 토스트>는, 진짜 빵 없이도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 (미안하다, 스쿼트 토스트라고 처음에 읽었다, 그것도 여러차례) 토스트란 대체적으로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일텐데, 나는 어째 죄다 술안주로 보여...





책에 실린 모든 토스트들이 굉장히 우아해 보이는데, 특히 <스파이시 랍스터 발차오 토스트>는 더하다. 이건 간혹 길에서 내가 사먹곤 하는 토스트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토스트가 아닌가. 무려 랍!스!터! 란다. 아니, 랍스터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그냥 먹어도 누구랑 나눠먹기 싫은데, 왜 그것을 빵 위에 얹는건가.... 이 책에는 스테이크를 얹은 토스트도 나오는데, 어쨌든 이렇게 우아한 토스트를 잔뜩 준비해서는, 다정한 사람 몇 명을 불러놓고 파티를 하면 좋겠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놔도 좋을테고. 다정한 사람과 함께 맛있는 걸 먹는 건, 진짜 살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닌가. 이것만큼은 내가 손에서 놓지 않은채로 살고 싶다. 오래오래, 다정한 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피클피클한 에그 샐러드 토스트>는 내가 한 번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욕심내봤다. 달걀을 삶을 줄 알고, 마뇨에즈 사면 되고, 피클 사면 되고... 셀러리나 장식용 샐러드 같은 건..패쓰해도 되니까. 이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내가 언제고 도전해볼 참이다. 나는 요리 블로거니까... (응?)





<장미향을 가미한 리코타 치즈와 구운 딸기를 올린 토스트>는 진짜 너무 예쁜데, 이건 간단해 보이지만 무려 딸기를 오븐에 구우란다. 패쓰. 그렇지만 이 토스트, '라우라 에스키벨'의 《탈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생각나게 한다. 그 책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담아 준 장미꽃잎으로 만든 요리를 먹고(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여자의 언니인 '헤르트루디스'가 사랑의 열정에 휩싸이게 되는 거다. 온 몸이 뜨거워지게 된 것. 결국 그녀는 발가벗고 춤을 추게 되고, 그 장면을 본 한 남자가 그녀를 말에 태워서.....


헤르트루디스는 그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강렬하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헤르트루디스는 천사와 악마를 반반씩 섞어놓은 모습이었다. 가녀린 얼굴과 순결한 처녀의 육체는 눈과 땀구멍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나 관능과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오랫동안 산에서 싸우며 억눌러왔던 후안의 욕정과 맞물리면서 크나큰 장관을 이루었다.

후안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말을 멈추지 않은 채로 몸을 숙이더니 헤르트루디스의 허리를 낚아채서 자기 앞에 앉혔다. 하지만 자신과 마주보도록 앉힌 채로 함께 말을 타고 갔다. 겉으로 보기에 말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듯했다. 후안이 헤르트루디스를 열정적으로 껴안고 키스하느라 말고삐를 놓았지만 말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아는 것처럼 계속 질주했다. 전력 질주하면서 어렵사리 첫 번째 결합을 이루었을 때는 말의 움직임과 그 둘의 움직임이 하나가 되어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후안이 너무 빨리 달렸기 때문에 뒤를 따르던 혁명군 부하들은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실의에 빠진 대원들은 포기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그들은 대장이 전투 중에 갑자기 미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보고했다.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中, p.63


내가 이 <장미향을 가미한 리코타 치즈와 구운 딸기를 올린 토스트> 만드는 법을 반드시 익혀서(!!),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면 집으로 초대해 반드시 대접해야겠다. 그날의 나는 헤르트루디스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꺅 >.<

나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대, 말을 타고 달려 내게로 와요!




나는 음식 사진을 보는 게 너무나 즐겁다. 음식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상상을 하게 되니까. 이건 이럴 때 먹으면 좋겠지, 이건 이렇게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좋겠다, 우리는 함께 웃겠지, 우리는 정말 즐거울거야, 같은 것들. 음식 사진은 나를 상상하게 해주기 때문에 너무나 좋다. 그러고보면 내가 음식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도 언제까지나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간을 좋아하고, 그리고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내가 다정하게 대하는 모든 이들을 좋아한다. 그들과 함께 오래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겁고, 누군가 먹는 걸 보며 기뻐할 때마다 내 안에 샘솟는 사랑을 느낀다. 나는 당신이 먹는 걸 보는 게 좋아, 그런걸 보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게 틀림없어.


그래서 만들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토스트 사진들로 가득한 이 책이 너무나 좋다. 가끔 나는 내가 먼 나라로 이사를 가는 상상을 하는데, 그럴 때 내가 가진 책들의 대부분을 정리하고 가야할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소중한 몇 권의 책은 내가 어디로 거주지를 옮기든 가져갈텐데, 그때 이 토스트 책은 넣고싶다. 어느 깊고 외로운 밤, 잠도 오지 않는다면,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니까.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내게는 공감능력도 있지만 상상력도 있다. 내 상상력은 비록 2020년의 지구를 상상할 순 없지만, 더 나은 기술개발을 상상할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지낼까, 무슨 얘기를 할까, 어떤 관계가 될까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너무나 좋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즐겁고 위로가 되고 마음껏 상상하게 만들고 또 그런 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 책은, 오빠가 선물해줬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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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7-0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토스트들은 토스트인데도, 웬지 근사하고, 영양적으로도 우수할 것 같아요. 너무 뽀대나요.
나는 프렌치 토스트를 해 먹어요. 달걀물과 식빵, 버터가 없을 때는 올리브오일로 ㅠㅠ
그래도 맛있다고... 우리집 어린것들은.... 우적우적....

단발머리님, 이거 먹어봐요~ 하면서,
다락방님이 내 접시에 올려줬던 두껍디 두껍던 계란말이가 생각나네요.
맛난 계란말이, 좋은 사람들, 좋은 기억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7-08 12:41   좋아요 0 | URL
그치요? 너무나 근사한 토스트이지요? 토스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맛있을 것 같고 와인이나 커피와 함께해도 너무나 좋을것 같아요. 프렌치 토스트, 저도 좋아해요! 식빵 자체를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토스트에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하긴하는데, 여기 나온 토스트는 빵을 빼고 다른 재료들이 너무나 고급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요. 특히나 비쥬얼도 근사한 딸기 토스트, 진짜 한 번 만들어서 남자를 초대해 대접하고 싶어요. 불타는 밤을 보내자꾸나!!! 하면서요. 아하하하핫.

제가 계란말이를 단발머리님 접시에 올려드렸던가요? 오, 그렇다면 저는 단발머리님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라영 2016-07-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는 그냥 영원한 눈팅족으로 남고 싶었는데에.... ㅎㅎㅎ
희망을 드리자면, 인용하신 대부분의 재료는 심지어 마트에서도 구입이 가능해요. 약간 레벨업된 재료들은 조금의 손품(?)을 팔면 구할 수 있구요. 한 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지.. :)

다락방 2016-07-08 12:4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커밍아웃 하셨군요. 반갑습니다, 눈팅족이셨던 여름빛하루님!

아, 저게 다 마트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들이군요. 다 어려운 이름들인데... 저도 한두가지쯤은 언젠가 반드시 시도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어요. 특히 잘 만드는 토스트가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어도 좋을테니까요. 히힛.

레와 2016-07-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유일한(??) 옵빠(!!)가 올리는 스테이키 사진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오늘 불금이니 올리실라나...ㅎㅎ ㅎㅎㅎㅎ


올려준 사진들을 보니 저런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토스트전문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되도록 우리집 가까운 곳에. 와인이나 맥주도 팔고.
아.. 근사하다!!! +_+



다락방 2016-07-08 12:43   좋아요 0 | URL
우리 오빠가 올리는 스테이크 사진은 진짜 최고죠! 제가 따라갈 수가 없어요. 레알 스테이크인 것입니다. ㅎㅎㅎ 그러게요, 오늘 불금인데 올리시려나.. 애피타이저는 뭘 드시려나... 와인은 어떤 걸 드시려나... ㅋㅋ

그러게. 저런 토스트전문점이 있으면 수시로 가서 먹을 것 같아요. 와인도 함께 팔면 진짜 좋겠다. 천국일거야 ㅠㅠ

moonnight 2016-07-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_@;;;;;;



어쨌든^^;
토스트나 샌드위치류를 좋아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ㅜㅜ 저역시 만들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음식사진 가득한 책 보는거 참 좋아하지요^^

다락방 2016-07-08 12:45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디너가 이 책을 선물주셨는데, 그 분이 책을 사주시며, 고마우면 오빠로 불러도 된다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되셨지요.

저는 샌드위치 좋아해요! 햄버거보다는 샌드위치 쪽입니다. 샌드위치 맛있어요 ㅠㅠ
문나잇님도 음식 사진 보는 거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문나잇님이 올리시는 술사진도 진짜 좋아합니다!! >.<

시이소오 2016-07-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키벨의 인용하신 문장은 실로 작두탄 문장이 아닐런아닐런지요.읽을때마다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되네요. 다락방님이 요리 블로거이신줄은 미처 몰랐어요. 응?에서 뿜고 가요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락방 2016-07-08 15:13   좋아요 0 | URL
진짜 저 문장 좋지요? 저 이야기가 좋아요. 막 열정에 가득차고 저쪽에서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크- 너무나 관능적이에요. ㅎㅎㅎㅎ 자유로운 영혼과 뜨거운 열정, 관증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장인 것입니다!!

제가 요리 블로거인것, 아직 모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07-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재료와 제조법을 보니 아 몰랑이 되네요 ㅋㅋㅋㅋ 코셔 소금이라..... 아몰랑. 이렇게요 ㅋㅋ 사진은 너무나 아름다우나 멀고멀어서 전 제가 할수 있는 범위의 음식책이 좋은가봐요:)

다락방 2016-07-11 08:4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입니다! ㅎㅎㅎㅎㅎ 재료와 제조법을 보면 진짜 저도 읭?????????????????하게 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저는 요리 바보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외계어같아요, 외계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은 확실히 나를 자극한다. 누군가는 채찍에 더 자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칭찬이다. 그러니까 '너 뭐 잘한다' 라고 하면 그걸 더 잘하고 싶어진달까. 반면 '너 이거 못하네'라고 하면 그건 그냥 내가 못하는 거구나, 라고 아예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왜 요리는 포기가 안되고 생각나면 또 도전할까????????????)


그렇지만 그런 칭찬이라고 해서 그저 그냥 뜻없이 내뱉는 말이어서는 안된다. 듣는 사람도 다 안다. 저게 그냥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를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건지. 며칠전에 남자동료1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었다. 다른 지역의 공장에 근무하는데 서울에 일이 있어 들렀던 것.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인사를 하며 내게 살빠지셨어요~ 했다. 야..... 어디 그런 개뻥을....개구라를....... 내가 진짜 살이 빠졌을 때 살 빠졌다고 하면 오오, 티나게 빠졌군, 하겠지만, 아니, 내가 살이 쪘는데!! 거기다 대고 살빠졌어요, 하면... 내가 니 말을 믿니 안믿니? 어디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아- 내가 차장이라고 그렇게 막 아무 말이나 기분 좋으라고 던지는 거, 그런 거 하지마.... 느끼는대로 살아......알겠나? 


자잘한 장점들,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는 사람이 좋다. 아니, 생각날 때마다 콕 집어 얘기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어깨에 뽝 힘도 들어가고, 뭔가 내가 잘하고 있구나 스스로 뿌듯해지고,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베티 그린'의 《독일 병사와 함께한 여름》에서 '안톤'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한다. 이 장점들이 순전히 어머니 개인의 것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안톤은 캔버스천으로 된 접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머니는 자잘한 장점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어요."
그는 몸풀기라도 하듯 장점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하고, 꽃을 학명으로 부를 줄 알고, 또 은주전자에 든 차를 따르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아는 분 같죠. 어머니에겐 적어도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어요.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 채소 가게에 다녀오는 길에도 흥밋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성품이 따뜻한 분인 거죠." (p.123-124)
















어머니 개인의 장점이지만, 저런 장점들을 보고 찾고 알 수 있으려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라면 장점이라고 입밖으로 낼만한 것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러나 내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냥, 그 사람이 그런 것도 잘해, 그런 거. 꽃을 학명으로 부른다니, 이건 4개국어를 하는 내 친구만큼이나 멋있다. 내 친구는 4개국어를 하고 거기에다가 2개 국어는 추가로 간단한 회화도 한다. 2개국어 이상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 아 진짜 멋져. 그건 정말 큰 장점이다. 똑똑해..멋져.. 나는....... 한국어로 된 책만 읽도록 하자. 패쓰.

그런데 안톤이 말한 어머니의 장점들 중,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이 쏘옥- 눈에 들어온다. 내 얘기 하는 줄 알았잖아. 으하하하하.

안톤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장점들을 저렇게 읊고 있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아, 나도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고 싶다, 누군가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니까. 애정도 없이, 관심도 없이, 상대의 자잘한 장점들을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다. 너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계속 바라보고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자잘한 장점이니까. 누군가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된다면, 그 순간은 눈이 반짝반짝 거릴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말해야 하니까.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될 때, 그때에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던 중간에 툭, 그 문장이 들어가도 좋을 테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이기도 해' 라고 말해도 좋을 테다. 

아, 자잘한 장점을 열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거 진짜 너무나 따뜻하다. 너무나 좋다. 나의 좋은 점을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란...



열두살 소녀 '패티'는 호기심이 많다.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어 매일 사전을 읽는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아버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아버지는 패티를 귀찮아한다. 게다가 패티가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라고 해도 그 말을 듣지 않은채, '왜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냐'며 패티의 뺨을 때리고, 벨트를 풀어 때린다. 패티의 어머니는 패티에게 '왜 너는 머리스타일이 그모양이냐' 라고 푸념하고 '왜 네친구처럼 친구가 많지 않냐'고 비교한다. '싫다'고 하는데도 미용실에 보내 강제로 패티의 머리를 파마하도록 한다. 가장 사랑받고 싶은 부모에게 패티는 아무리해도 사랑받지 못한다. 부모에게 패티는 그저 밉고, 말 안듣고, 지나치게 고집이 세고, 저혼자 똑똑한 아이다. 

그런 패티가 독일인 전쟁포로 '안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톤의 탈출을 돕게 된다. 독일인 전쟁포로의 탈출을 돕는 미국 유대인 소녀 패티는, 며칠동안 그를 숨겨주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흑인 가정부 '루스' 말고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안톤은 너무나 다정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믿고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예의바르게 대했는지를 기억한다. 패티는 이제 열여덟살이 되어 부모를 떠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그 날이 오면, 나는 독일로, 안톤이 있는 곳으로 갈거야!


그러나 삶은 패티가 생각한대로만 흘러가질 않는다.





안톤은 어머니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었지만, 패티의 엄마는 패티의 나쁜 점들만 봤다. 머리가 왜그런건지, 왜 예쁘지 않은건지, 왜 친구들은 별로 없는건지... 패티의 아빠는 패티의 장점조차도 단점으로 바꿔버린다. 



아빠의 벌건 얼굴이 자주색에 가깝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어린애라고! 잘 들이시오, FBI 양반." 아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건 어린애가 아니오. 어린애다운 적이 없었지. 태어날 때부터 지금 당신들보다 머리가 좋았다니까. 알겠소?" (p.235)



패티의 아빠에겐 패티가 머리가 좋은 게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다. 패티 아빠는 패티를 무시하고 패티를 때리는데, 그건 패티가 머리가 좋아 언젠가는 아빠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힘으로 잡아놓지 않으면 큰일나, 라고 생각했던걸까.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까지 풀러 자신의 딸을 때리는 아빠지만, 동네의 모든 여자들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는 남자다. 대체 이런 남자들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자신의 어린 딸을 때리는 남자가, 좋은 남자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며 '미국도서관협회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골든 카이트 상 등을 수상했다(책날개中)'고 한다. 몇해전만해도 나는, 내가 소설을 쓴다면 꼭 무슨 상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글이라는 뜻 같아서. 그렇지만 .. 상 받은 소설이 다 재미있다거나 좋거나 하질 않았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책들 중에 계속계속 오래 남는 책들이 있더라.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바도 바뀌게 됐다. 나 역시 무슨 상을 받아서 인정 받기 보다는, 적은 사람에게라도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거다. 그러니까 이 얘길 왜 하나면,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무슨 상을 탔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내게 깊게 남을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든게 그렇지만 책도 역시, 내가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톤은 패티의 비밀아지트에 숨어 있었다. 전쟁 포로의 신분으로 탈출중이라 잡히는 순간 그는 끝장이다. 그런 그가, 패티가 아빠한테 맞는 걸 보고는 비밀 은신처로부터 튀어나온다. 말리려고. 다행스럽게 들키지 않고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그가, 그랬다. 



안톤은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내가 은신처에서 뛰어나갔죠- 맙소사, 내가 그랬어요, 그랬죠?" 그가 손을 옆으로 내린 덕분에 나는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그의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이 년간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겁쟁이로 지내다보니 내가 남을 위해 선뜻 위험을 무릅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다니 기쁘네요.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뻐요." (p.184)



안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름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쁘다고. 아, 정말 좋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여전히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 그걸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아마도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자잘한 장점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되었을 것이다. 


나도 여러차례 생각했다. 내가 만약 안톤을 만났다면, 나는 그를 숨겨줄 것인가, 나는 그를 신고할것인가.. 나는 그를 숨겨준 후, 그를 숨겨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숨겨주고는 싶지만 내가 그 위험을 무릅쓰고 살 수 있을까..생각해보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냥 내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쪽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 후의 패티의 삶은 어쩌나, 싶었는데, 이 책의 후속작이 있단다. 《오랜 시간 뒤에 온 아침》 이라는데,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진 않았지만 패티를 어쩌나 싶어서 궁금하긴 하고.... 아, 진짜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읽을 책이지만 내가 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 후속작은 아직 번역이 안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안나오네. 

라고 써놓고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초궁금하네.... 흠.......




그나저나 외서이벤트 굿즈 에코백 넘나 갖고 싶은데 외서는 살 게 없어서 넘나 속상하다 ㅠㅠ 사면 뭐해 진짜 장식용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글북은 이벤트해당국내도서 3만원이상만 사도 저 에코백 받을 수 있다는데, 이미 가진 책이거나 안갖고 싶은 책들만 수두룩 ㅠㅠㅠㅠㅠㅠ 처음엔 정글북 에코백 넘나 갖고 싶었는데 최종적으로 월든을 선택하지 싶다.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에서 팅커가 바지 뒷주머니에 월든 맨날 꽂아 가지고 다니던 거 생각나고.. 엊그제부터 계속 장바구니에 이 외서 저 외서 넣어놓고 이거 사서 뭐하나....자꾸 이러고 있다 ㅠㅠ 에코백은 넘나 갖고 싶은데 ㅠㅠㅠ 월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거 받으려고 장바구니 이렇게 만들어놨다.



하아-

인생......................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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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7-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좋네요. 자잘해서 좋고 자잘해야 좋은 것들이 많아요.
저도 월든 받으려고 책은 다 골라놨는데 이미 두 번이나 주문을 해서 좀 더 있다가 하려고요 ㅋㅋ 어차피 할 건데 조금 미루는 게 무슨 차이인가 싶지만 어쩐지 텀을 둬야 죄책감이 덜 들어요. 스스로에게 조삼모사하고 있습니다 ㅎ

다락방 2016-07-06 10:09   좋아요 0 | URL
자잘한 장점들 너무 좋죠. 누가 말해줘도 좋고,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좋아요. 그걸 찾는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거니까요. 좋아요!

저도 월든 받고 싶은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외서를 사는 게 너무 쓸모 없을것 같아서, 저렇게 어떻게든 쓸모 있는 것들로만 채워놨는데, 그랬음에도,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내일로, 내일로 하루씩 미루고 있어요. 영어공부를 진작 해뒀다면 외서 사는데 두려움이 없었을 것을... 하아.......

건조기후 2016-07-06 11:21   좋아요 0 | URL
영어공부 늦지 않았어요 ㅜ 저도 공부삼아 사는 거예요. 회화는 당장 안 내키고 책이라도 좀 읽어야지 싶어서요. ; 사실 영어를 누구나 잘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책 원문이 궁금할 때도 있고 외국 언론들 칼럼이나 기사도 좀 빨리 읽고 싶은데 그런 사소한 거에서 제약을 느끼니까 불편하고 짜증나요. 이런 불편과 짜증을 느낀 지도 오래됐고 그 때마다 마음을 먹었으나 여전히 실패한 채로 있다가 다시 또 마음 먹고 공부하는 모드로 전환 중입니다 ㅎ 또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글줄 하나라도 읽게 되니까. 꼴랑 한 줄 한 장 읽으려고 엄청난 마음을 먹는 건 웃기지만 그 또한...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 우리 공부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6-07-06 11: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조기후님.
저는 여행 가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제한적이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서를 읽고 싶기도 하고요. 원서를 읽고 싶어서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었죠. 공부는 안돼...하고요. 요즘에도 또 공부좀 할까 싶어서 방법을 생각중이에요 ㅠㅠ 그렇지만 공부도 의지의 문제고 제 의지는 공부와 다이어트에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ㅠㅠ 이러다 금세 포기하지 싶어요. 어쨌든 영어를 잘하고 싶기는 해요. 친구중에는 영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들까지도 말하고 쓰고 번역 통역 다 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저는 영어만이라도 잘하고 싶은데... 공부하기가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합시다 건조기후님 ㅠㅠㅠ

건조기후 2016-07-06 13:35   좋아요 0 | URL
와, 편입까지 하셨던 거예요?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일인데 대단해요 다락방님. 시작했(었;)다는 것만으로요.

통번역이 다 되는 친구님들은 참 부럽네요. 하지만 나는 그만큼 노력한 것도 아니니 부러워하는 것도 어불성설 ㅜ 일단 읽는 거라도 열심히 읽고 조금씩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겠어요.

다락방 2016-07-06 14:03   좋아요 0 | URL
등록금만 날렸죠 뭐 ㅠㅠ 3학년 1학기 다니고 2학기에 자퇴했어요. 저는 공부를 안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공부 안하면서 등록만 되어있는 상태가 대체 뭐란 말이냐... 싶어서 자퇴했어요.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었고요. 영어 원서 한 권 낑낑대며 책장 넘기기보다 번역서 여러권 읽자..라고 그때 체념했었죠. 그래도 가끔 원서 읽고 싶은 마음이 쏙쏙 샘솟아요. 요즘엔 회화를 잘하고 싶어져서 스크린 영어회화 이런 걸로 공부해볼까 싶어요. 그래봤자 또 사놓고 안하겠지만.... ㅠㅠ

공부합시다!

북깨비 2016-07-0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예쁜 가방들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본투리드 가방 때문에 예정에 없던 충동구매를 하고 지금 후폭풍으로 고생중인데 이 가방은 또 웬거란 말입니까 으흑흑 ㅠㅠㅠ

다락방 2016-07-06 11:42   좋아요 2 | URL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1153

북깨비님. 위의 링크 들어가보세요. 에코백 진짜 환상적으로 예뻐요! 전 정글북에 완전 꽂혔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든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월든을 꼭 받고말테닷!! 하고 있는데, 외서라서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6-07-0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은 장점 많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앗! 장점을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했죠? ㅎㅎ
일단 오늘의 장점은 장바구니 가격을 기막히게 맞추는 감각?!? 맛난 점심드세요~
당신의 체력이 우리나라의 국력^^

다락방 2016-07-06 12:11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밥을 많이 먹었는데도 어쩐지 당떨어지는 느낌이라 점심에 짜장면 시켜가지고 밥 비벼 먹으려고요. 당을 섭취해야해, 당을... ㅎㅎㅎㅎㅎ
저걸 사느냐 마느냐 지금 어쩌지를 못하고 있어요. 에코백은 갖고 싶고 외서는... 멘붕이고. 으하하하하. 그래서 읽을 책 대신 부록을 주는 일본잡지를 선택했는데, 이거슨 현명한 것일까.... 생각하고 있고요 잉.

단발머리님도 점심 맛있게, 많이 드세요! 그나저나 저도 작은것들의 신 읽으려고 준비해뒀는데 아직도 안읽고 있네요? 오늘은 요 네스뵈 들고 나왔어요. 훗

psyche 2016-07-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숨어있는 팬이에요. 다락방님 글 너무 좋아하는데 글쓰기 쑥스러워서 조용히 좋아요만 누르고 가곤 했는데요 저 에코백 이야기를 보니 저도 모르게 댓글을...
저는 심지어 미국에 살고 있는데도 저 에코백때문에 외서를 사야할까 하고 있답니다.말도 안된다는거 알면서도 자꾸만 장바구니창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네요.

다락방 2016-07-06 12:12   좋아요 0 | URL
크- 저 숨어있는 팬 넘나 좋아하고요, 숨어있는 팬이라시며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숨어있는 팬이 되어주셔서, 이렇게 인사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아,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행복해집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행복해지는 순간들도 곧잘 찾아와요. 이런 순간이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작은 기쁨` 의 순간 같은 건가 봅니다. 예상치 못하게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기쁨. 그러나 큰 행복... 히히.

에코백은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저는 월든으로 찜해놨는데, 사실 저기 에코백들은 넘나 예뻐요. 다 예뻐서 다 갖고 싶어요. 정글북도 색 특이하고요. 아아아아. 어쩌죠. 살것이냐 말것이냐... 에코백...지금도 많긴한데.... 하아-

psyche 2016-07-06 15:56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겨주시니 진작 커밍 아웃을 할껄 그랬네요. ㅎㅎ
제가 맘에 드는 에코백은 몽땅 다요!!! 맨처음에는 월든이었는데 정글북도 이쁘고, 노인과 바다, 모비딕 다 가지고 싶어요. 거기에 오스카 와일드 팬인 큰 딸을 위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받고싶고....
지난번에 셜록 에코백 받아서 한국의 동생집에 배송시켜놓은것도 아직 못받았거든요. 집에 에코백이 넘치는데 그때도 너무 맘에 들어 이거 주문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손이 지맘대로 주문한건데... 이번에는 외서라고 하니 진짜 마음에 갈등이...흑

다락방 2016-07-06 16:55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또 마침 오늘 셜록에코백을 들고 오지 않았겠습니까? 움화화화핫. 셜록 에코백 요즘 들고 다니거든요. 여름이라 더워서 무거운 숄더백이나 토드백 가지고 다니기 싫더라고요. 그렇지만..에코백이라도 무거운 게 함정 ㅠㅠ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니니 에코백이라고 가볍지도 않네요 ㅠㅠ
그러니까 이렇게 셜록 에코백도 있는데..왜때문에 또.. 에코백을 받고 싶은 걸까요. ㅠㅠ
지를까말까 지를까말까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칭찬은 너무 좋은데 하기는 쑥쓰럽고, 받기는 더 힘든거 같아요ㅠㅋㅋ

다락방 2016-07-07 12:59   좋아요 1 | URL
저는 칭찬 잘 하는 편인데요, 상대방에게서 장점을 찾고 또 그걸 말해주는 게 너무 좋아요.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히힛

레와 2016-07-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완료!!

마음이 이렇게 잔잔해지는것을.............................................................. 과연??? ㅎㅎㅎㅎ;;;;

다락방 2016-07-11 08:43   좋아요 0 | URL
그래. 지를까 말까 너무나 갈등될 때는 지르는 게 답이야. 지르기 전까지는 계속 갈등할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