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매달 찾아오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입니다.


5월의 도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입니다.

오래전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참여했던 분들이라면 재독이 될것입니다.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얼마전에 '가부장제는 이제 소멸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제랑 엮이면 2,30대 남성들이 화를 낸다' 는 댓글을 받았었습니다. 음... 네, 그렇다고 합니다. 뭐, 저는 더 할말은 없고, 다만, 세상의 모든 남성들이 화를 내도 내 알 바는 아니라능..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다같이 읽어봅시다!



6월, 니라 유발 데이비스, 젠더와 민족
















7월, 조한혜정, 한국의 여성과 남성



그러고보니 조한혜정 님의 책을 읽어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몇 년간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왜그랬을까요?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만, 당시엔 어떤 책이 쓰였는지 그리고 지금과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를 비교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참에 한국의 여성주의 책 고전을 한 번 함께 읽어봅시다.











8월, 김민정 외,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히잡도 할례도 여성인권을 해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의 문화이니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더러 보았습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몸을 해치는 것을 용인한다고?


우리 다문화주의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함께 읽어봅시다.











자 일단 8월까지의 도서를 안내합니다.

자, 여러분 힘내요 우리 힘차게 같이 갑시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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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4-2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한헤정 선생님 책도 읽어봐야지 했는데 리스트 추가 좋아요~~

다락방 2024-04-29 14:4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때마침 좋은 책 추천받았네 싶었어요. 우리 힘내서 같이 읽어봅시다!

건수하 2024-04-29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번 책 정희진의 공부에 나온 책 맞죠? 저도 궁금했는데 반갑습니다!

다락방 2024-04-29 22:04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건수하 님. 저도 듣고 리스트에 넣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우리 함께 읽어봅시다!!

책읽는나무 2024-04-29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하시는 분들 참 부럽습니다.
저는 5월 책 오늘 받았습니다.
4월 책들이 얇아서인지 5월 책이 제법 두껍게 보이더군요.ㅋㅋㅋ
그래도 파이팅해야죠.^^;;

다락방 2024-04-29 22:04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읽어두면 분명 좋은책이니 파이팅하고 함께 읽어봅시다. 빠샤!!

단발머리 2024-05-0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재독이어서 얼른 자랑하려고 했는데, 어제 책 찾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뒤에 꽂혀있어서 한참 걸렸습니다.
드디어 찾았고요. 오늘은 5월 2일! 같이 달려보자고요! 부릉부릉!

다락방 2024-05-02 09:22   좋아요 2 | URL
저는 일단 초반에 다른 책들 좀 읽고 재미를 이빠이 충전한 다음에 가부장제로 갈 계획입니다. 빠샤!!
 















역사 과정에서, 남성이 외부 자연 세계와 맺는 대상-관계에 대해갖는 생각은 자신의 신체기관들을 그리는 상징들 속에 표현되어 있다. 남성 생산성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첫 번째 신체기관이 도구를 제작하는 주된 수단인 손이 아니라 남근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초기 여성 경작자들이 사용했던 땅 파는 막대기와 호미를 쟁기가 대체하는 단계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다. 일부 인디언 언어에는 쟁기와 남근이 유사하다. 벵골 속어에서 남근은 ‘도구‘ yantra라고 불린다. 물론 이런 상징주의는 외부 자연에 대한 도구적 관계만이 아니라, 여성과의 관계도 표현하고 있다. 남근은 여성을 대상으로 일을 할 때 사용하는도구, 쟁기, ‘물건‘이다. 북인도 언어들에서는 ‘일‘과 ‘성교를 같은 단어 ‘캄‘kam으로 표현한다. 이런 상징주의를 통해 보면, 남성에게 여성은 외부 자연임을 의미한다. 여성은 남성이 씨(정액)를 뿌리는 대지이자 밭이고 도랑(시타 Sita, 힌두교 여신)이다. - P14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기술이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계속 생산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성은 새로운 것을 생산했다. 한편, 사냥 기술은 생산적이지 않았다. 사냥에 적절한 도구는 다른 생산적 활동에 사용될 수 없었다. 돌도끼는 달랐지만, 활과 화살과창은 기본적으로 파괴를 위한 수단이었다. 이들은 동물을 죽이는 데만 사용되지 않고,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 중요성이 있었다.
바로 이런 사냥 도구의 성격이 이후 불평등하고 착취적인 사회적 관계들뿐 아니라 남성의 생산성이 더욱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기를 제공하는 사냥꾼이 공동체의 영양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그런 발전이 나온 것은 아니다. - P153




남성의 생식 기관 혹은 생산에 관계되는 기관인 고추는 도구이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랑을 나눈다고 할 때도 고추를 사용하지만 강간을 할 때도 고추를 사용한다. 활과 화살과 창이 사냥을 함과 동시에 파괴하는 수단인 것은 남성의 성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성기 역시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파괴의 도구가 된다. 그 도구는 '삽입' 함으로써 생산을 하고, 같은 단어인 '삽입'을 함으로써 강간을 한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자 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은 삽입이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맨다 몬텔'이 [워드 슬럿]에서 이미 말했던 터다.



사회언어학 수업에서, 나는 젠더 스테레오타입이 영어에 숨겨진 미묘한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삽입'이라는 단어가 섹스가 남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발상을 함축하며 이를 강화하는지 등을 배웠다. 마치 섹스는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삽입의 반대는 흡입이라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섹스를 말할 때 쓰는 용어에 따라서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 가능한가? 여성이 성적인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으로 조명된다면,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의 그것과 달리 궁극적인 목적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은 내 마음을 앗아 갔다. -p.28









여성의 질과 자궁은 파괴의 기관이 아니고 여성은 섹스를 할 때 흡입한다 말하지 않는다. 흡입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좀 더 여성 주체적이 되는걸까? 그런데 흡입하기 싫은데? 남성의 성기가 생식기관일 뿐만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도구 역시 사냥 뿐만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생산을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게 착취와 억압을 당한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기도 하다는 것은, 정찬 작가도 알고 있었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될 수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았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희생>, 115쪽)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아니다, 이건 옳지 않다. 참이 아니다.

남성이 생산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생산에 관여할 수 있지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됐다.

만약 남성이 임신할 수 있었으면, 그렇다면 달랐을까? 자신의 몸으로 임신할 수 있고 출산할 수 있었다면, 자기가 낳은 아이에 대해서 친자 확인을 할 필요가 없엇다면, 자신이 아이를 낳음으로써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성기를 파괴하는데 쓰지 않앗을까?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범죄는 열등감에서 비롯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기 보다는 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보다 잘난 사람을 파괴하는 데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나는 남성이 도구를 만들어 파괴로 이어지는 지점도 스스로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열등감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것은 여성을 사유재산으로 만들고 여성의 최고 미덕을 정절이라 세뇌시켰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자신의 손 안에 쥐기 위한 방법.


남자들은 자신의 생식력 없음에 열등감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들의 생식력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초적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녀의 생식력에 대한 두려움임이 밝혀졌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 P46












피셔E. Fisher는 남녀 사이의 지배 관계는 남성이 자신의 재생산능력을 발견해야만 수립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피셔에 따르면 이런 발견은 새로운 생산양식으로 동물을 길들이는 것-특히 사육하는것-과 함께 진행된다. 목축민은 황소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소를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약한 동물들을 거세하고 없애는 것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력한 황소 한 마리가 남아, 목축유목민이 생각하기에 암소를 임신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기간에 이용되었다. 암컷들은 성적 강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야생의 자유로운 섹슈얼리티가 강제적으로 경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강제적 경제는 무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경제이다.

암컷의 무리를 만들고, 여성을 납치 강간하고, 부계를 따라 후손과 상속이 이어지도록 가부장제를 수립한 것은 이런 새로운 생산양식의 일부라고 할 만하다. 여성 또한 같은 경제적 논리의 대상이 되었고, 움직이는 재산의 일부가 되었다. 여성은 가축이 되었다. - P156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파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것은 어쩐지 남성의 성기가 없는 다른 존재들을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남성의 성기가 파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 파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추와 파괴를 어떻게 해야 떼어놓을 수 있을까? 


계속 읽어보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성과 자연, 남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 사이의착취적인 지배 관계가 생겨난 것은 사냥기술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 P155

사실 큰 게임에 나가는 모든 사냥꾼은 사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성이 구해온 음식을 먹고 사냥터로 향했다. - P148

사냥꾼이 여성보다 이렇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저자들에 따르면, 집단으로 사냥을 하면서 익힌 ‘긴밀한 유대의 규율‘이었다. 남성 우위의 근원에는 ‘남성 사이의 긴밀한 유대‘의 규율이 있다는 발상은 타이거가 일찍이 집단을 이루는 남성 Men in Groups(1969)에서 발전시킨 바 있다. - P150

a. 사냥꾼의 주 도구들은 생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치는 것이다. 그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이 아니라 파괴수단이며, 동료 인간을 강제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b. 이를 통해 사냥꾼은 동물과 인간 등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지배력을 갖게 된다. 이는 그들 고유의 생산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채집자처럼) 과일과 식물, 그리고 동물을 전유할 뿐 아니라, 무기를 이용하여 다른 (여성)생산자도 전유할 수 있다.
C따라서 무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상관계는 기본적으로 약탈적이며 착취적이다. 사냥꾼은 생명을 전유하지만, 생명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이는 적대적이며, 상호작용이 안 되는 관계이다. 생산과 전유의 착취적인 관계는 결국 모두 강압수단인 무기에 의해 지탱된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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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27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흡입이라는 단어도 좀….. 싫기는 마찬가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4-05-27 18:22   좋아요 1 | URL
흡입이란 단어도 흡입 행위도 별로에요. 흡입하고 싶지 않아요 -.-

단발머리 2024-05-27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근이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다가, 않았다가.... 구분되는(?) 그런 변화가 가능하기에 특별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임신시킬 수 ‘있는‘ 힘에 있겠죠. 그건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 자체가 역동적인건 아닌데 그렇게 보이는.... 그런 측면 때문에 남성 성기에 대한 과도한 망상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가 그 부분에 대해 제일 중립적이고 사실적인 태도로 설명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락방님 페이퍼 쭉 따라 읽다 보니까, <제2의 성>이 떠오릅니다!!

다락방 2024-05-28 07:40   좋아요 0 | URL
저는 임신이 랜덤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오늘의 섹스로 임신하게 되는것은 여자인 나일 수도 있고 남자인 너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강간에 대해서도 강간피해 여성일 수도 있고 강간 가해 남성일 수도 있다면, 지금보다 성범죄가 확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를 열달 동안 품고 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여자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지금 이 지경이 된 것 같아요. 아 너무 싫어요 정말 ㅠㅠ

달자 2024-05-27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도 고추가 파괴적이라면 고추를 파괴하고 싶네요.....

다락방 2024-05-28 07:38   좋아요 0 | URL
달자 님의 생각이 제 생각과 같습니다.
 















어느 국가에서든 강간당한 여성은 강간과 관련된 모든 법은 여성에게 불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강간으로 비난받는 것은 피해자 여성이다. 피해자 여성이 남성을 고발할 경우 법정에서 두 번째 '강간'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성생활에 대하 질문할 모든 자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해자 남성의 행위는 호탕한 무사 기질 정도로 가볍게 처리된다. -p.86~87



어제 링크했던 BBC 의 버닝썬 다큐를 보고 강간과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에 대해 생각이 많았는데 마침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위와 같은 구절을 읽게 됐다. 다큐에서는 익명으로 강간 피해자가 나와 자신이 버닝썬에서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었던 일, 눈 떠보니 침대 였고 자신에게 술을 주었던 남자와 함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비명을 질렀더니 가해자가 입을 막고 자신의 몸 위로 올라타 자신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그렇게 강간을 당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했다. 집에 보내달라고, 엄마가 보고싶다고,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그러자 가해자는 자신과 사진을 찍어야만 보내주겠다고 했단다. 피해자는 무력하게 그의 강압에 못이겨 억지로 브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경찰에 강간을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함께 찍은 사진을 내밀며 합의하에 한 관계라 말했고, 그의 강간 범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했다.




다큐에서는 생전 구하라의 영상도 보여주었다. 다큐를 보면 알겠지만, 구하라는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들을 잡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자신 역시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였고 그래서 돕고 싶다고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구하라의 전남자친구 최종범은 구하라의 섹스 영상을 찍었다. 그 영상을 빌미로 구하라를 협박했다. 나는 네 연예인 생활 끝나게 해줄 수 있다고. 그간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 이룩했던 삶을 끝나게 한다는 소위 남자친구라는 사람의 협박에 구하라는 무릎 꿇고 그에게 빌었다. 제발 그 영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그러나 최종범의 영상 촬영은 무죄로 판결났다. 오덕식 판사는 그가 영상을 찍은 것은 범죄의 의도가 없다고 보았고, 굳이 그걸 자기가 보고 판단하겠다고 해서, 구하라와 구하라 측 변호인이 그러지 말아달라고 하는데도 그 영상을 시청했다. 명백한 2차 가해였다. 그러고 판결한 게 최종범의 불법촬영혐의 무죄였다.


"동의를 받지 않았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라는 것이 이유였다. 


동의를 받지 않았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것은 아니다??? 우리, 어디서 많이 본 논리 아닌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닌 것처럼?


https://www.insight.co.kr/news/257073


마리아 미즈가 책에서 언급한대로 법정에서 두번째 강간이 일어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판사가 굳이 그 영상을 확인하려 들고, 웃으며 브이한 사진을 보며 합의했네, 라고 말하는 경찰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피해자라니. 왜 피해자가 매달리고 피해자가 애원하고 피해자가 무릎 꿇어야 하는가. 





여성은 모든 민주주의 헌법이 선언하고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중 일부, 특히 신체가 해를 입지 않을 불가침의 권리가 여성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모든 여성은 이런 남성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라고 하는 암울한 사실과 힘과 교양을 갖춘 근대 민주주의 국가가 여성의 이런 기본권들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막막한 현실을 접하면서 많은 페미니스트는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국가가 동맹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품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근대 민주주의의 '문명화된' 사회에서 노골적인 폭력이 사라졌다고 하는 모든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 사회에서 자주 찬미되는 '평화'가 사실은 여성에 대한 일상적이고 직간접적인 공격에 기초한 것임을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깨닫기 시작했다. 독일 평화운동에서 페미니스트는 이런 슬로건을 만들었다. '가부장제의 평화가 여성에게는 전쟁이다.' -p.87



버닝썬 사건에서도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났으나 정작 경찰총장보다 더 힘이 세다는 윤규근  총경은 벌금 2천만원이 이 조직범죄의 처벌 전부였다. 벌금형이라 공무원직을 잃지 않았다. 며칠전 뉴스에 나온 서울대 n번방 사건에서도 경찰들은 '텔레그램이라 수사가 어렵다',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 며 피해자들을 돌려보냈다. 피해자들은 추적단불꽃을 찾아갔다. 추적단불꽃의 원은지 님은 텔레그램에 잠입해 결국 범인들을 잡는데 성공했다. 피해자가 무릎 꿇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가해자를 잡는 일까지도 해내야 했다. 왜? 경찰이 그리고 나라가 도와주지 않으니까. 마리아 미즈가 언급한대로 '신체가 해를 입지 않을 불가침의 권리가 여성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2024년에도 여전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곧잘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부르짖곤 하는데,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국가가 동맹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여성해방의 동맹자라니. 오히려 국가는 여성을 죽이는 일에 동맹자가 되고 있지 않은가. 가해자의 편에 서있지 않은가. 



마리아 미즈의 이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1986년에 쓰여졌다. 그러나 2024년에도 여전히 변한 게 없다. 국가는 여성의 해방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가는 여성을 죽이는 일에 동참한다.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기본권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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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22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호 정희진 <공부>에서 ˝성폭력 가해자 산업의 형성 <시장으로 간 성폭력>˝편 들으면서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형산업처럼 대부업체까지 끼고 성폭력 변호인단 패키지 꾸리는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게 법정에서 또 먹힌다는 것도 암담하고... 이놈의 한남민국에서 평생 이런저런 성폭력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한국 여자가 과연 있을까 싶고.... 근데 저런 놈들은 출소해서 잘 먹고 잘 살고. -_- 한국 남자들은 어디서부터 문제일까요? 답없다 정말......(최종범은 말할 것도 없고 오덕식 죽이고 싶네요;;;)

다락방 2024-05-22 11:32   좋아요 2 | URL
정희진의 공부 다 듣지는 못했지만 저도 <시장으로 간 성폭력> 편은 들었거든요. 아예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법무법인이 따로 있고.. 하아- 미친 나라인것 같아요 정말. 성범죄 가해자들이 살기에 최적의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권이 성범죄 가해자에게만 있는 나라.. 승리가 나와서 사업한다고 돌아다니고 있는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요. 얼굴도 못들고 다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일전에 무슨 영상 보니까 어딘가에서 사업설명회인지 뭔지 여튼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씐났던데.. 뭐가 그렇게 씐날까요? 자기 때문에 범죄 피해자가 된 여자가 많은데. 게다가 정준영도 출소했어요. 미치겠네요. 최종범도 지금 미용실 하고 있을지. 윤규근도 오덕식도 그리고 승리파 모두 최종범까지 정말 다 죽여버리고 싶어요. 저는 이렇게 죽여버리고 싶은데 어째서 다들 감옥에조차 있지 않은걸까요? 답 없는 한남민국 ㅠㅠ

단발머리 2024-05-22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장으로 간 성폭력> 3-4번에 나눠서 들었어요. 듣기 힘들더라구요 ㅠㅠㅠㅠㅠㅠ

저 밑에 링크 올려두신 거 몰랐거든요. 근데 어제 제 유튜브에 저 링크가 뜨더라구요. 보기 힘들지만... 다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ㅠㅠㅠ 저는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딱 답은 아니구요. 어디 가서 판사들 정신 교육이나 좀 시켜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배심원 재판은 나은가... 그 에피소드에서 정희진 선생님은 그건 또 아니라고 하시고....

무엇보다 전 그 영상에서, 두 분 기자분들.......... 마음을 다해 진짜 존경합니다. 어쩜 그렇게... 용감하고 담대할 수 있을지... 불꽃추적단도 그렇구요.
남자들이 망친 세상을 여자들이 구해요ㅠㅠㅠ 욕 먹어가면서 협박 당해가면서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4-05-22 11:56   좋아요 3 | URL
대한민국이 한남민국인건 알았지만 <시장으로 간 성폭력> 방송 듣다 보니 제 생각보다 더 심한 한남민국, 가해자나라 더라고요. 저 그 책 진작에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도 못하고 있네요. 그런데 못읽겠어요. 읽다가 얼마나 화가 날까요. 하아-

그 두 분 기자들 그렇게나 협박과 조롱을 당하면서도 그 일을 해내신게 정말 너무 대단하죠. 존경스러워요.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들이 망친 세상을 여자들이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씁니다.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저는 비비씨 버닝썬 다큐에서 강간 피해자가 강간 가해자에게 무릎 꿇고 집에 가게 해달라고 빌었다는데, 그리고 그 얘기 하면서 몸을 떠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대체 왜 타인에게 그렇게까지 함부로 하면서 강간을 저지르는걸까요? 도대체 왜요?

버닝썬 전직원은 지금도 강남 클럽들이 그렇다면서 여전히 다른 클럽에서 일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도 이해가 안됐어요. 하아- 저도 저 다큐 다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blanca 2024-05-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다큐 보고 진짜.... 욕 나올 것 같아서 참아야 할 것 같아요. 하라 씨 생각하니 또 욱하고. 형량 보고 놀라 또 한번 뒤집어지고. 심 세력은 무죄? 이게 지금 21세기 민주주의 사회 맞나 싶더라고요.

다락방 2024-05-28 07:45   좋아요 0 | URL
지금 버닝썬 멤버들 어떻게 지내는지 기사들 나오는 거 보면 어느정도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승리는 캄보디아에 또 클럽을 열 거라고 하고 정준영은 이민 준비중이라고 하고 그러더라고요. 캄보디아든 어디든 그들이 간다는 곳이 확실해지면 그 나라에 알리고 싶습니다. 미친 성범죄자들이 니네 나라로 간다, 추방하라! 하고 말이지요. 가긴 어딜 가요 아오 빡쳐. 게다가 승리는 그 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돈이 많은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거 같아서 미치겠어요 ㅠㅠ
 

여성에 대한 직접 폭력의 다양한 양상은 시대와 무관한 남성의 타고난 가학성 때문이 아니다. 이는 남성이 부와 생산적 자본을 경제적 힘이 아니라 직접적인 폭력과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통제를 통해 축적하고자 하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원시적 축적’ 과정의 메커니즘때문이다. 이 장은 가부장적 폭력이 일부 봉건적 과거의 특징이 아니라, 이른바 근대화 과정의 필수 요소로 엮여있음을 보여준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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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p.99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위의 구절에 밑줄을 그었을 것 같다. 얼마전에도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를 이 글 관련 댓글로 본 것 같은데, 아마 다들 엄마의 희생-그 때는 희생인줄 모르고-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고기나 맛있는 혹은 비싼 음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닭다리 생각이 났다. 아, 닭다리여. 언제나 아빠에게 가장 먼저 당연하게 올라가야 했던 닭다리. 하아- 어쩌면 그렇게 당연하게 아빠는 닭다리를 가져갔을까. 어쩌면 그렇게 식구들이 챙겨주는 닭다리를 민망함 없이 먹을 수 있을까. 닭 한마리에 다리는 두 개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당신이 드셨던게 당연한걸까. 그러면서 닭다리 나머지를 다른 가족에게 양보하는 엄마에게는 '가슴살도 맛있어' 라고 말씀하셨었지. 머리 큰 나, 참지 않긔. '그러면 아빠가 먹어! 아빠는 닭다리 가져가면서 왜 엄마한테는 가슴살이 맛있다고 해!' 버럭버럭 소리 질렀었다. 


그렇다. 닭다리를 비롯해서 많은 맛있는 음식을-이를테면 생선의 가운뎃토막-양보하는 엄마를 보면서, 그러나 그런 양보 같은게 뭐에염? 하는 태도가 몸에 밴 아빠를 보면서 '왜 같은 부모인데 엄마는 양보하고 아빠는 양보하지 않을까?'를 어릴 적부터 숱하게 궁금해 했더랬다. 그 꼬마는 자라서 꼴페미가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처음 만난 한남은 우리 아빠다. 하하. 가부장제? 바로 우리 집에 있었다. 물론 내가 자라온 많은 일화를 얘기하면 내 친구들은 '너네 아빠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는데 너는 왜 꼴페미가 된걸까' 를 궁금해하곤 했다. 이를테면 이런 일화.


중3때 담임한테 억울하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운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전에도 후에도 담임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총애를 받는 편이었단 말이다. 그런 미움은 내 생애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혼난게 아니라 나를 미워해서 혼낸다는 걸 알겠는 그 느낌. 다들 경험이 있을까?

당시 담임은 돈을 바라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는데, 어제 누군가를 막 혼내다가 다음날 그 아이에게 방긋 웃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면, 우리들은 그 아이의 엄마가 왔다갔다는 것을 알았다. 쉬는시간에 우르르 몰려가 "너네 엄마 왔다가셨어?" 하면 그 아이는 어김없이 '응, 화장품 선물해주고 가셨대' 라고 하든가 '응 왔다 가셨어' 했다.


내가 중3때 선생님 때문에 울면서 들어오는 날이 이어지자 엄마는 학부모 모임때 돈봉투를 챙겨가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는 '차마 줄 수 없었다'고 고백하셨다. 사실 가져갔는데 못주겠더라, 고. 엄마는 그날까지 한 번도 선생님한테 돈봉투를 줘본 적이 없었고 그걸 주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주지 말라고, 엄마, 나 돈 봉투로 예쁨 받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1년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미움을 받았더랬다. 


그러니까 그 토요일, 그 토요일도 담임한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울었더랬다.

그러자 아빠는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딜 가려는거냐 물었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 락방이가 뭐 잘못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이건 선생이 잘못한거야. 교장 만나서 말해야지. 우리 락방이는 잘못할 리가 없는데 선생 이상하니까 자르라고!!"


나도 울면서 아빠를 말리고 그 때 당시 함께 살던 친할머니도 아빠 다리를 붙들었다. 엄마도 함께 붙들었다. 가지 말라고, 그러면 앞으로 우리 락방이 더 힘들어진다고. 그렇게 아빠는 간신히 진정하셨는데, 그때 말려야 했던게, 왜냐하면 우리 아빠는 뭔가 한다고 하면 정말 그걸 해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대학시절 집 근처 식당이 세워둔 입간판의 전선줄에 걸려 넘어지고 들어왔을 때, 별 일 없이 거기 걸려 넘어져서 무릎 까졌다고 했는데, 그 길로 아빠는 그 식당에 가서 간판 관리 잘하라고 선에 우리 딸 걸려 넘어졌다고 하셨던 거다. 이런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며칠전 인스타그램에서 최화정이 아버지에게 사랑 받고 자란 얘기를 했다. 이영자가 그걸 대신 얘기하며 이 언니의 이 사랑충만함은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거라고 하더라. 그 영상 보면서 나는 '아 내가 지금 이런 성격이 된 건 다 아빠 때문인데, 아빠가 나를 극진히 사랑했기 때문인데, 나도 아빠가 그랬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부장제 얘기 나올 때마다 자꾸 내가 경험한 가부장제로 아빠를 소환합니다. 하아- 아빠가 날 사랑한 거 알겠어, 그런데 ... 뭐 아무튼 이렇게 되었네요?



자, 얼른 술얘기로 넘어가자.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p.82



하하하하하. 크리스틴 델피의 지적들은 대부분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러나 술에 대해서라면 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도 우리 집 술은 다 내가 관리(?) 하니까.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이젠 사케 까지, 사다 쟁여둔다. 안주를 만드는 것도 나고 술을 마시는 것도 나다. 술 소비, 내가 한다! 술상을 차리는 것도 나다. 아, 물론 내가 안주 만드는 동안 엄마가 술상을 차릴 때도 정말 많다. 앞접시를 가져다두고 '오늘은 뭐 마실거야?' 물으시고 내가 말하는 술 종류에 따라 잔을 가져다두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다 보니 술 마시고 싶네? 


사실 술 마시는 게 아빠의 특권이었던 때가 있다.

우리 아빠, 나 어릴 적에 돈 벌 생각은 안하고 술만 마셔댔다.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속상해했고. 술 드시고는 잔뜩 과자를 사와서 우리 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 학급 임원이 되어 임명장을 받아오자 아빠는 술마시기를 그만두셨다. 아니, 나는 맨날 술만 마시고 다니는데 얘는 어떻게 부반장이 됐지? 이런 생각이 아빠를 강타했고 그러다가 '우리반 애가 아빠 술 취한거 보고 나 놀렸어' 라고 하는 말에 대충격 받으시고 그 뒤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대신다. 그렇게 술을 안마시자 일하러 가는 날이 늘었고 그제야 엄마는 아빠가 정신 차렸다며 같이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 그전에 엄마가 돈 벌고 싶어도 꾹 참았더랬다. 그러면 엄마가 돈 버는 것에 아빠가 의지하는 삶이 될까봐. 여하튼 그 때 아빠가 술 끊고 우리 집은 술과 상관없는 집이 될 줄 알았는데, 하아, 미래는 예측불허, 큰 딸이 술을 쟁여두고 삽니다.. 엄마.....


그렇지만 나는 돈 벌면서 마십니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마십니다. 여하튼 안주도 내가 만들고 술도 내가 사고 술 관리도 내가 하고(라고 해봤자 얼마나 남았나 보고 또 왕창 사오기 정도) 그렇게 되었다.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p.84



ㅎㅎ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 라는 말은 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덜 먹는 여성도 있고 아닌 여성도 있다는 것. 저렇게 규정 지어놓으면 덜 먹는게 당위성을 갖는 것 같지만, 나같은 여자는 여기에 반발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남동생하고 둘이 탕수육을 먹을 때였는데 마지막 하나가 남았단 말야? 남동생이 '누나 먹어' 이러길래 '응!' 이러고 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이 그런 나를 보고 '아니, 다른 누나들은 이럴 때 다 동생 먹으라고 양보하지 않냐?'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난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남동생하고 순댓국 먹으러 갔을 때 내가 싹싹 긁어먹느라고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데, 남동생이 또 그걸 보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 여자는 누나 밖에 못봤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자들이여, 뚝배기를 기울이자!!!


이래서 비정상체중입니다.

이게 다 '여자는 남자보다 덜 먹는다' 같은 말 반박하느라 이렇게 된거라니까? 내 온몸을 부딪혀 세상에 반항하느라 비정상체중이 된것이다!!



이만 총총.

(19세기의) 전통적인 농촌 가족과 오늘날 프랑스 남서쪽에 주로 분포한 주변화된 가족 농장을 살펴보면, 식품 소비 양상은 가정 내 개인의 지위에 따라서 극단적일 정도로 달라진다.
이 차이는 음식의 양으로 나타나고 아동과 성인, 여성과 남성의 대립 구조를 낳는다. 성인 중에서도 노인은 중장년보다 덜 먹고, 하위 구성원이 가장보다 덜 먹는다. 가장은 가장 큰 조각을 먹는다. 그들은 또한 가장 좋은 음식을 차지한다. 양만큼이나 질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 P78

부엌에 있는 많은 음식이 성인 정도의 키로만 닿을 수 있는 높은 곳이나 빵 쟁반 위 혹은 찬장 위에 보관된다. 높이를 통한 이런 강제는 너무나 고전적인 것이어서, 여기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수많은 민담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용감하게 사다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불행히도 어른의 매가 개입함으로써 제재되거나 즉각적인 배탈이라는 천벌로 응징된다. 한 잼 회사에서는 잼 단지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가 있다. - P81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 P82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 P84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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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4-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중학교때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는 초등3학년때 딱 그랬어요. 담임이 저를 대놓고 미워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결국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돈봉투를 안줘 그런것 같다고..그 선생님 얼굴 아직도 생각납니다ㅋㅋ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들은 대체로 집안의 빌런이었던 것 같아요. 애증의 빌런?ㅋㅋㅋ저희 엄마는 생선 머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소금빵도 저에게 예전만큼은 양보 안하셔요. 크리스틴 델피 서문과 주황색 책이 제일 좋았는데 저도 뭐라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24-04-25 11:11   좋아요 2 | URL
저 크리스틴 델피 마지막 권 읽고 있는데 이게 제일 좋네요. [제도화된 수렁들] 이요. 유산과 계급에 대해 말하는게 너무 좋아요!! 이건 별다섯입니다!!

미미 님 말씀대로 아버지는 애증의 빌런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장녀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온전히 사랑하는게 불가능할 것 같아요. 내 엄마가 왜 힘들었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 명확하니까요.

어른이 된 어느 순간부터 세상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는 무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건 꽤 상처여서 아주 오래 그리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어요. 나 역시 어른이 되었으니 그 때 선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되물어도 저는 미움받는 아이가 되고 선생님이 그랬으면 안됐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중3때도 그렇게나 괴로웠는데 더 어린 초등3년때라니, 미미 님 너무 힘들었겠어요. 미미 님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들만을 계속 가져가도록 합시다.

잠자냥 2024-04-24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진짜 찐사랑이시네요? 술까지 끊으신 건 진짜 찐사랑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비정상체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순댓국 뚝배기 기울이지는 않는데.... 내가 졌다...

다락방 2024-04-25 11:07   좋아요 2 | URL
뚝배기 기울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ㅋㅋㅋㅋ 뚝배기만 안기울여도 체중이 좀 덜나갈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4-25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4-25 11:07   좋아요 0 | URL
오 좋아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

단발머리 2024-04-2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락방님 오래 알아왔지만 다락방님 아버님의 다른 일면을 오늘에서야 발견하네요. 다락방님 사랑 많이 받으셨네요.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 맞아요.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방식이 다르지만, 우리 딸 걸려 넘어졌다고, 입간판 단속 나가시는 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딸이 임원되었다고 술 끊으셨다는 그 지점도 그렇구요. 이 세상 어디 마음에 딱 드는 사람이 있을까요. 미운 지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사랑하고 아끼는 그 마음은 너무 잘 느껴져요. 그러니까 아쉬운 점은 닭다리이고, 아끼는 마음은 금주입니다.

온 몸을 부딪혀 세상에 반항하시는 그 열정에 항상 감복합니다. 걷기에 뛰기까지 더해졌으니 그 열정은 앞으로도 주욱~ 이어질 듯 하고요!!

다락방 2024-04-26 14:32   좋아요 2 | URL
요즘은 늙고 병든 아버지가 참 짠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에 삼겹살 사드리려고 합니다. 영화도 한 편 같이 봐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저를 아버지의 방식대로 사랑하셨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런 한편 그런데 사랑한다면 그것보다 저 잘했어야 하지 않아? 이것도 좀 했어야 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저는 감사할 줄 아는 딸이 되었다가도 못된 딸이 되기도 해요. 음 비율적으로 못된 딸이 될 때가 더 많고 더 커요.

그나저나 날씬한 세상에 너무 반항해서 제 육체가 너무 커져버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4-27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 시절 아빠가 고기를 더 많이 그리고 좋은 부위를 드셨었는지 생각을 좀 해봤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더군요.
제가 눈치가 없었던 건지?ㅋㅋㅋ
실은 아빠가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어서 기억이 잘 나질 않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ㅋㅋ
하지만 엄마는 늘 가족들에게 양보하려 했던 모습은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고기의 좋은 부위는 어쩌면 장녀라서 제가 많이 먹고 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혼을 해서 시가에서 시어머님이 가족들에게 생선의 좋은 부분을 양보하시고 생선 머리를 따로 드시는 걸 지켜본 기억은 선명합니다.
왜 그 부분을 드시냐고 물었는데 어머님은 그 부분이 맛있다고 답하셔서 줄곧 의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일까? 하면서요. 전 영 의문이 풀리지 않아 생선 머리는 쳐다도 보질 않아요.^^;;;
하지만 줄곧 마음 속엔 뭐랄까?
엄마와 어머님의 오랜 그 습관을 지켜봐온터라 나도 모르게 저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양보하게 되고, 때론 아이들이나 남편이 양보해줘서 아이들을 제치고 닭다리를 먼저 집어먹을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 엄청나게 마음 속에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런 게 한 번씩 짜증이 일곤 합니다.ㅋㅋㅋ
주변 환경에서 답습된 오랜 습관들을 깨부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늙고 병든 아빠를 지켜보며 요즘따라 드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네 아버지들도 시대를 조금 늦게 태어났더라면 좀 더 멋진 아버지가 되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딸과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서툴렀고, 부모세대에게 물려받은 오랜 습관을 깨부수기엔 교육이 너무나 모자랐고...
다락방 님 아버님의 사랑 방식에 감동스런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울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 좀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서 다락방 님의 생각에 깊은 공감이 갑니다.
지금 제 아버지는 아내도 없이 늙고 병이 들었기에 제가 모든 걸 덮어 놓고 좋게 보려는 것인가? 싶은 맘에 모든 걸 용서하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래도 아빠 곁에서 잔소리 따박따박 하는 저라서 뭐 못된 딸. 그걸 저도 자주 하고 있어요.ㅋㅋㅋ
하지만 못된 딸이 되는 시간이 많아도 자책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 엄마 아프실 땐 못된 딸이 되는 시간들이 종종 찾아올 땐 자책 엄청 했었거든요. 근데 아빠를 간병하면서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냥 아빠는 짠합니다. 어린시절부터 나를 사랑했던 그 방식을 간간히 떠올리며 자식 노릇을 ‘기꺼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크리스틴 델피의 책들을 읽으며 부모님들 세대를 많이 떠올리게 되네요.
이론은 역시나 문구가 좀 어렵구요.^^;;
아직 한참 멀었다! 이번 달에도 또 깨닫구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