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맛 육포를 사기 위해서라도 책을 사야 하고 그래서 어제 책 사려고 장바구니에 이거 넣고 빼고 하다가, 그러지말자.. 하고 나를 달래며 간신히 지름 직전에 멈출 수 있었다. 아빠가 엄마에게 했다는 말이 자꾸 생각나서였다. 락방이 책 좀 그만 사라고 해, 계속 사기만 하니까 책장에 넘쳐나서 책상에 쌓아두고 이게 뭐하는거야... 라고 했다고. 얼마전에 읽은 ㅈㅈㄴ 님 글도 생각나고, 아, 역시 동거인이 있다면 내 맘대로 살 수만은 없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이 집을 나가버리잣!! 하게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 보다는, 그래, 아빠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책 좀 그만 사자.. 라고 당분간 나를 어떻게든 자제해보고자 한다. 아니 무슨 책 한 권 읽을 때 열권에서 열 네권을 사버리니 이게 어떻게 공간이 남아나겠냐고요... 여하튼 그래서 안돼, 멈춰! 육포 안먹어도 사는데 지장없닷! 나는 양꼬치맛 육포를 사진 않았지만 엊그제 진짜 양꼬치를 먹었다!! 하여, 책을 사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단 한 권을 샀다. 북펀딩.. 해버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연대자 D'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펀딩하러 가기 고고씽!! ☞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761
연대자 D 님에 대해서라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성폭력 피해 입은 분들께 연대하시며 재판에 함께 가주시는 분이다. 본인이 생존자이기도 하시며 그래서 재판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그들의 옆에 서고자 하신 분. 오래 이 일을 하시면서 피해자들을 돕고 계시는 게 고마운 마음에 일전에 한 번 조심스레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한 적이 있는데, 거절하셨다. 후원은 전혀 받지 않으신다고. 나같은 사람이 아마도 종종 있었던 모양인지, 가끔 트윗에 '후원해주겠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후원 받지 않는다, 나중에 만난다면 맥주나 한 잔 사달라'고 쓰신 적도 있다. 여하튼, 그 분의 책이 나오고 또 펀딩중이라 하니 가만 있을 수가 없지. 어제 소식을 알았던 바로 그 시점에 바로 펀딩 했다. 연대자 D 님에 대해서라면 이 책의 설명을 읽으면 아마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만 어제 결제했다. 흠흠.
엊그제는 회사 후배, 그것도 한참 후배가 술을 마시자 청했다. 내가 예뻐라 하는 후배고 그래서 내가 밥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있다해도, 이렇게나 한참 후배일 경우 내가 먼저 마시자고 제안하기가 쉽진 않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혹시 상사의 꼰대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래서 차마 거절하지 못해 네, 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다만 나는 후배 여직원들에게 술 마시고 싶거나 밥 먹고 싶으면 얘기해요, 사줄게, 라고만 한다. 그런데 엊그제 이 후배가 (증말 한참 후배, 아마 그 후배의 엄마와 내 나이가 비슷할 것.... 그만두자, 이런 얘긴.) 보자고 해 그래, 하고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 양꼬치를 다 먹고 집에 가자며 계산하려는데 아니 글쎄, 이 후배가 나 화장실 간 사이 계산도 다 했다는 게 아닌가. 아니, 후배여 왜... 흑흑 ㅠㅠ 내가 이 후배 데리고 양꼬치도 먹으러 갔었고 레스토랑에 가 와인을 사주기도 했었는데, 일전에 친구랑 와인 마시러 갔더니 거기에 이 후배가 자기 친구 데리고 와있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회사 직원들이 다 나 좋아해서 큰일이다. 피곤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후배는 책을 많이 읽는 후배고, 입사 하고부터 나랑 책 얘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이번에는 자꾸 SNS 에 엄청난 로맨스라는 광고가 뜬다는데 궁금하지만 그러다 별 거 아닐까봐 읽기를 망설이게 되는 책이 있다는 거다. 그래? 어떤 책인데? 했더니, '콜린 후버 아세요?' 라는게 아닌가. 앗, 나 들어봤는데, 내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지? 왜 알지? 하면서 후다닥 검색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산 책들중 한 권의 작가였던 것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름을 들어본 거다.
저기, 《베러티》가 콜린 후버의 작품. 오오, 이거봐, 내가 샀다니까? 내가 산 작가야! 이러면서 후배랑 빵터지고, 그런데 후배가 말한 책은 저 책이 아니라 이것.
그래서 오오 그래? 하고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니 이 책 들어가보면 홍보 문구에 '전 세계 틱톡 유저들이 사랑에 빠진 로맨스 소설'이라고 되어있는게 아닌가. 와.. 너무 싫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싫은지 알겠쥬?
아... 나는 정말이지.. 고지식한 꼰대임에 틀림없다. 이런거 .. 잘 이해 못하겠어. 왜 책 읽고 울면서 그걸.. 찍어? 그리고 그걸 왜 공유하지?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울고 있다는게.. 나는 넘나 어리둥절... 읽고 싶어서 읽고싶어요 체크했다가 이 홍보 보고 옷 읽기 싫다.. 이렇게 되어버리는데 그래도 읽을까? 어쩐지 이거 읽고 나면 그 뭣이냐 달러구트랑 그 뭐지.. 그...라이브러리... 그런 느낌 받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뭔쥬 알지?
아 되게 어색하네. 울면서 틱톡하는 사람들.. 당황스럽습니다.
얼마전에 유튭으로 강의를 좀 들었다. 다 듣진 않았는데 최유미 님의 도나 해러웨이 강의였다. 댓글로 친구가 알려줘서 들어보게 된건데, 도나 해러웨이가 영향을 받은 작가로 안나 씽을 얘기하며, 안나 씽은 버섯을 가지고 책을 썼다는거다. .. 버섯? 버섯을 가지고 책을 썼다고 하면 다들 버섯의 효능, 버섯으로 요리하는 법.. 같은 걸 쓸 것 같지만, 안나 씽이 그런 거 썼다면 도나 해러웨이가 영향을 받을 리가 없겠지. 최유미 강사님은 안나 씽이 버섯으로 인해 인간이 살아가는 형태.. 뭐 여하튼 그런 거를 썼다는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학자가... 버섯을 가지고 인간에 대해 썼다는 것이.. 이 무슨 미친.. 도대체 어떤.. 막 이렇게 되었는데, 그러고보면 도나 해러웨이도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찰하면서 사이보그 선언 쓰고 반려종 선언 쓰고 그런거잖아. 그렇다면 그것이 버섯.. 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 너무 궁금한거다. 이 삶이 끝나기 전에 나도 뭐 그런거 하나 해야되지 않나. 반려종은 도나 해러웨이가 했고 버섯은 안나 씽이 했고 그러면 나는.. 뭐로 하지? 마늘??? 양?? 대파?? 쪽파????
아무튼 그 버섯책을 나도 사보겠다! 라고 하였지만 역시나 번역된 건 없더라. ㅠㅠ
그래서 좌절하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가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에 안나 씽의 버섯 이야기 좀 나와, 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아아 내가 이걸 사면 되겠구나, 하였다.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딱 기다려랏!! 내가 널 산다!!
그 강의를 끝까지 듣지 않았지만, 듣다가 안나 씽..버섯.. 이렇게 알게되는게 너무 흥미로워서 <아트 앤 스터디> 급 회원가입하였다 ㅋㅋㅋㅋㅋ최유미 님의 도나 해러웨이 강연 다 들어봐야지! 하고. 언제 들을진 모르지만. 그런데 그 전에 책부터 사야하지 않을까.
도나 해러웨이 어렵고 그래서 내가 다 이해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적 느낌..같은게 있고 좋다. 친구랑도 쥬디스 버틀러는 싫은데 도나 해러웨이는 좋아, 이런 얘기 하면서 그렇다면 그렇게 만드는게 무얼까 궁금해졌다. 내 남은 삶은 도나 해러웨이와 한나 아렌트에게 바치겠다. ㅋㅋㅋㅋㅋ 내가 아무리 도나 해러웨이 읽는다고 해봤자 최유미 님처럼 알 순 없겠지만... 도나 해러웨이랑 한나 아렌트 계속 읽어봐야지. 지금은 사실 그들에 대해 아는게 없고 책 한두권 읽어본 게 전부지만 앞으로 읽어봐야지. 회사 퇴사하고 하루를 온종일 내가 자유로 쓸 수 있다면, 도나 해러웨이와 한나 아렌트 강의 틀어놓고 지내도 좋을 것 같다. 어쩐지 각잡고 노트필기 해가며 들어야할 것 같긴 하지만. 퇴근길에 강의 들을라니 뇌가 움직이질 않아서, 요즘엔 영국 시트콤 <미란다>를 다시 시청하고 있다. 미란다 진짜 너무 최고임. 어제 집에 가면서 보는데 혼자 막 웃음. 미란다 만세!!
그 외에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다음과 같다.
아아 다 너무 사고 싶지만, 나는 이제 내가 읽은 만큼의 책만 사는걸로 다짐해본다. 한 권 읽으면 한 권 사기. 그런데 한 권만 사면 쿠폰도 마일리지도 다 써먹을 수가 없으니까 다섯권 쯤 읽었을 때 다섯 권 사는 걸로 해보겠다. 제발 지켜, 나여.. 응?
일단 오늘 한 번 지르고 다음부터 결심할까.. 하아. 어렵구먼. 쩝..
아니 글쎄, 꿈을 꿨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에 잔나비가 나왔다. 어딘가에서 내가 잔나비를 만난 것. 물론 '만났다'는 것은 적절한 단어는 아니고, 여하튼 한 공간에 있어서 그를 보게 됐는데, 오오, 좋구먼, 하고는 나는 부랴부랴 내 책장으로 가(어떻게 다녀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거긴 내 집도 아니었는데) 독서공감을 꺼내왔다 ㅋㅋㅋㅋㅋㅋ 잘 지내나요 를 가져올까 두권 다 가져올까 하다가, 독서공감으로 하자! 하고는 독서공감을 딱! 꺼내와서 다다다닥 잔나비에게 달려가가지고 선물로 내밀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하고. 그러자 잔나비가 고맙다고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나비야 읽고 리뷰 써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잠에서 깨가지고 이게 너무 웃겨서 ㅋㅋ 아니 이게 도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꿈이여? 그냥 개꿈인가? 하고 껄껄 웃다가, 앗, 내 책 주면 이제 그만 만나게 될텐데.. 해서 새삼 다짐했다. '현실에서 잔나비 만나면 내 책 주지 말 것!' 아마도 이 꿈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었는가 보다. 현실에서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는 바로 그 지점. 오케바리. 현실에서 만나면 잔나비에게 책 주지 말자. 오케오케. 접수접수!!
아 근데 나 가부장제의 창조 왜케 읽기 싫지? 벌써 6월 24일인데 ㅠㅠ 주말엔 남동생 집에 가야돼서 못읽는데 ㅠㅠ 오늘은 회식 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부장제의 창조 어뜩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학창시절 때부터 읽어야 되는건 읽기 싫고 공부해야 되는건 하기 싫어서 그래서 나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문제는 가부장제의 창조 읽기는 내가 시작했다는 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맨날 내가 정해놓고 맨날 내가 읽기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공부 못하는 애들 보면 괜히 못하는 게 아님. 이상한 반항기질만 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