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백수임에 변함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샀다.
안사려고 하지만, 하아- , 인스타그램에 자꾸 영어 원서들이 나와가지고 ㅋㅋㅋ 으응? 뭔데 뭔데? 이러면서, 읽지도 않은 영어책이 쌓인 가운데 또 영어책을 추가하고 있다. 아니, 한국책 추가하는 걸로도 모자라 영어책까지...
시작해보자.

영어책을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잘 읽지는 않아서 좀 쉬운 책을 읽어볼라고 '로알드 달'의 [The Enormous Crocodile] 을 샀다. 하이드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그림책이니까 좀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구판으로 가지고 있긴 했는데, 이번에 번역을 손봤다고 해서 다시 샀다. 그런데 살짝 후회가 된다. 읽은 사람들 후기가 좀 더 쌓이면 살 걸 그랬나 싶고... 번역이 거의 그대로라면 굳이 새로 살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저기 책등에 보면, 제목이 영어로만 크게 써있어서, 그 점이 좀 불만이다. 한국책인데 책등에 한글로 제목 써줘야 하는거 아니냐. 하여간 사고싶어서 샀는데, 사고 나니 살짝 후회가... 이 책 사실 분들은 이미 이 책으로 읽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기다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안 읽고 해보는 말이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 와,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는 모두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어쩐지 읽기가 좀 무섭긴한데... 한 번 읽어보도록 하겠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충동적으로 샀다. 김애란을 몇 권 읽었었지만, 사실 내게 그다지 매력적인 작가는 아니었고, 그래서 김애란의 신간이 나와도 나는 늘 심드렁한 편이었다. 좋은 후기들을 봐도 역시나 마찬가지. 그런데 최근에 손석희와 인터뷰하는 짧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문학'에 대해 손석희가 질문하고 김애란이 답하는 거였다.
총 3분이 안되는 영상인데, 그래도 굳이 그 안에서 대화를 좀 캡쳐해봤다.








이 대화를 보는데 참 좋은거다.
아, 문학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글을 내가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된거다. 그래서 저 인터뷰를 보게 된 날, 부랴부랴 김애란의 책을 주문했다.
사실 김애란이 이렇게 '대화' 혹은 '말'을 하는 영상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한강' 작가 생각이 났다. 어쩌면 이렇게 조용조용할까, 싶은거다. 한강 작가 도 말을 할 때 되게 조용조용 하던데 어쩌면 김애란도 이럴까. 작가들은 이런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친구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가 안 지 제법 오래 되었는데, 그런데 친구는 내가 어릴 적에는 책을 안읽고 성인이 되어 필요에 의해 책을 읽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나는 한글을 좀 일찍 깨우쳤고, 깨우친 그 날 부터 책을 읽었노라고 했다. 내가 글 읽는게 신기했던 동네 어른들은 나만 보면 글자를 주면서 '너 정말 글 읽냐, 읽어봐라' 하고 내밀곤 했다. 그러면 나는 어른들이 주는대로 글을 소리내어 다 읽어냈다. 나는 친구네 집에 가서도 친구 집에 있는 책들을 죄다 빌려와서 읽었고, 피아노 선생님 댁에 놀러가도 그 집 책장으로 가 책을 꺼내 읽었다. 나는 그랬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이 있는 공간에 간다면 반드시 책장 앞으로 가서 이 책 저 책 꺼내보는 걸 좋아했다. 피아노 학원에서도 대기할 때면 책을 보곤 했고, 학교에서도 학급 문고를 읽고, 고모네 집에 가면 사촌 오빠의 국어책을 읽었다. 나는 국어책이 그렇게나 재미있었다. 정작 우리 집에는 책이 많지 않아서 집에서 읽을게 없으면 부모님이 보시던 신문을 읽곤 했는데, 내 얘기를 들은 친구는 내가 성격이 워낙에 사교적이라서 친구도 많고 바깥에 나가 놀 일도 많으니 책을 읽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본인은 친구도 없고 내성적이라 집에서 책만 읽는 어린시절을 보냈다는거다. 그런데 내가 어릴 적에 바깥에 나가 논 것도 사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뛰어놀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무줄도 하고 다방구도 하고 남자애들하고 축구도 하고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국민학교때 옆집 대학생 오빠랑도 놀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웃집 대학생 언니네 집에도 놀러다녔다.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세상 오지라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의 말을 듣고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나 영화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 캐릭터는 보통 조용하고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나처럼 시끄러운(?) 캐릭터가 책을 읽는 경우를 그러고보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위에 김애란 인터뷰만 봐도 조곤조곤, 어떤 내성적인 성격이 묻어나지 않나. 나는 조곤조곤과는 거리가 먼데... 깔깔깔깔 왁자지껄 캐릭터인데...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책상에는 책이 수두룩하단 말이지. 그리고 또 떠올려보니, 알라딘에서도 책 읽는 분들이 대부분 I 이지 않았나... 사람들 별로 안좋아하고 혼자 있는거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 앗, 단발머리 님이 그렇다면 내가 아는 유일한 E 이면서 책도 많이 읽는 캐릭터란 말인가? 하여간 김애란 인터뷰 보며 되게 인상적이었다.
'모니카 김'의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생선 눈알 얘기이다. 엄마가 생선 눈알이 맛있다고 먹는거 보면서 딸들은 기겁을 하는데, 아, 밥맛 떨어진다 진짜...라고 생각하다가, 우울해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자는 생각에 우리의 k장녀, 생선 눈알을 먹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생선 눈알을 먹었는데, 하- 이제 눈알에 집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가. 완전히 생각하지 못했던 엽기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꽤 통쾌하기도 했다. 아시아 여성에 대한 페티시를 가진 백인 남자가 나오는데, 우리의 여주인공, 그가 어떤 남자인지 파악하고, 그리고, 그의 파란 눈동자를 욕망하게 되는거다. 물론 이 욕망은, 파란 눈동자 백인 남자가 아시아인 여성에게 가진 그 욕망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지은이 모니카 김은 한국계 작가이고 영미문단에 데뷔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The eyes are the best part] 이고, 하하하하, 나는 이 책이 영어로 세계에서 읽힌다고 생각하니-백인 남자들이여!!- 너무 짜릿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영어판과 독일어판 표지를 볼래, 얘들아?

왼쪽은 젓가락이 눈알을 집고 있고, 오른쪽은 입 안에 눈알이 있다... 보이느냐.....
그리고 이번에 산 원서는 'Rebecca Yarros'의 [The Last Letter] 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많이 읽고 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길래 어떤 책인가 싶어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얼라리여, 이정도라면... 읽어볼만 하겠는데?? 싶은거다.

제발 책의 모든 페이지가 이 정도의 영어이기를... 껄껄.
며칠전에 싱가폴 학교 앱에 들어갔었다. 뭐 확인할게 있어서 들어갔는데, 사실 이미 모든 과정을 마쳤으니 더이상 학교앱을 보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든 들어갔단 말이다. 수많은 읽지 않은 새로운 알림들을 휙휙 보지 않고 넘기다가, 4월 2일에, 전체에게 보낸게 아닌, 나에게만 보낸 알림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콩그래츌레이션 이란다. 읭? 왜, 뭐? 하고 그 알림을 확인하다가, 나는 내가 Top student 에 선정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네??

자, 내가 채경이에게 번역해달라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이게 뭐야?
그러니까 나는 내가 우리 반에서는 항상 1등을 햇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반과 경쟁해도 내가 1등일지는 알 수 없었고, 그러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중국인 친구 쒸엔은 자기 반에서 자기가 1등 하고 싶은데, HD 를 받은 학생이 자기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고 했단 말이지.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에서 봤던 인도 친구는, 자기네 반에서 자기가 제일 잘한다고 말했더랬다. 그러니까 내가 우리 반에서는 1등이지만, 내가 속한 모든 cohort 에서는 아마도 1등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냥 상위권일 것이다, 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최고란다, 내가 최우수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게 나란다!! 나이쓰. 세상에, 나 전교1등을 한 거 아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오랫동안 내 알라딘 블로그를 봐온 분들이라면, 내가 가끔 1등을 해보지 못했다고 푸념했던 글을 썼던 걸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나는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전교는 말해 뭐해, 반에서도 없다. 장학금을 받아본 적도 없다. 나도 내 평생 장학금이란 걸 한 번 받아보자, 하고 오래전에 방통대에 편입을 했었는데, 막상 또 가니까 강의를 안들어서 ㅋㅋㅋㅋㅋㅋㅋ재수강이 나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 학기 다니고 때려쳤단 말이지. 그런 나를 달래고자 오래전에 문학동네 리뷰대회 1등했던 걸 오래 우려 먹었더랬다. 나도 거기서 1등했다!! 막 이러고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ㅋㅋㅋㅋㅋㅋ반에서도 1등 전교에서도 1등 했다. 그래서 사람이, 참, 하고 싶은 목표를 정해두고 사는게 중요한 것 같다.
지난주에 친구를 만나서도 말을 했지만, 사람이 목표를 정해두면 방향이 생기고 그래서 거기로 나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목표가 없으면 이리저리 휩쓸린단 말이지. 게다가 목표를 정해두면, 그 목표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해도 근사치에 도달하는 게 가능해진다. 내 경우에는 뉴욕에서 살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여행을 다녀왔고, 베스트셀러 써서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고 싶다고 부르짖었는데, 절판된 책의 작가가 되긴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칠봉이랑 아는 사이 되고 싶다고 오래 바라왔는데 연인으로 지내기도 했다. 영어 어학연수는 나의 오랜 꿈이었고, 그러니 그걸 이뤄야해서 직장생활 20년 이상 하다 때려치고 간거였는데, 세상에 거기서, 드디어, 전교1등 이라는 걸 해보게 된거다. 완전 나이스 샷 아닌가. 인생 어쩜 이렇게 사냐.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어 실력이 뛰어나게 늘거나 한 건 아니다. 여전히 영어가 늘지 않아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저렇게 궁리중이고 방법을 찾고 있다. 가끔은 거기 다녀왔는데도 영어 왜 이모양이야, 하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내가 최우수 성적이긴 하지만, 내가 잘했다기 보다 다른 애들이 못했...... 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얘들아, 수업시간에 집중만 했어도 나만큼은 해... 내가 이번에 학교 다녀보면서 느낀건, 내가 정말 공부를 안하는 학생이라는 거다. 학교 때도 안하더니 어른이 되어도 안하네. 나는 내가 돈 들여서 그 멀리로 간 만큼, 예습복습 하는 성실한 학생이 될줄 알았는데, 일단 학교를 벗어나면 내가 공부를 안하더라. 복습, 그게 뭐죠? 그러나 수업 시간에는 진짜 집중해서 들었다. 졸리면 나가서 커피 마시고 와서 들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만큼은 수업을 열심히 듣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나오는게 진리다. 하여간 전교1등한 사람이 여기있다.
사설 어학원에 갔으면 성인과 술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라고 어떤 날은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학교를 선택해서 빡센 과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더랬다. 숙제도 내주는 빡센 과정... 그런데, 학교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지금은 천번 만번 생각한다. 학교니까 전교1등도 해보고 그걸 내게 알려주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전교1등 다락방이다.
세상 사교적인데 책도 읽고 전교1등도 하는 다락방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학원에도 공유했더니 유학원 과장님이 세상에, 이 학교에 이런게 있는거 처음 알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출력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줘도 되냐고 물었다. 이름 가리고 보여주겠다고. 그래서 내가 이름도 보여줘도 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장님이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그동안 없었나 보죠, 나 전에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세!!
싱가폴 라이프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1
꾸벅.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