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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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는 분명 악하고 자극적인 것에 격하게 반응하는 무엇이 존재한다. 사건 사고를 마냥 안타깝게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흥미를 느끼며 소비한다. 잔인한 관심을 발휘하면서. 빠르게 퍼뜨리는 언론이 가진 강력한 힘에 좌우되지 않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시시각각 쫒아다니며 취재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친숙하다. 그런 모습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 계기를 제공한 사건을 뒤늦게 접한 이유로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듯하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상상이나 생각은 전혀 개입 없이 보도된 사실들을 가능한 많이 모아서 재구성한 책이다. 이렇게 책을 쓰는 방법도 있구나 싶다. 선정적인 이야기를 반기는 사람들. 생산하는 이들은 그게 바로 돈이 되니까 그랬을 것이고, 소비하는 이들은 재미가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 자극제로. 누가 어쨌다더라 하는 이야기, 사실 재밌으니까.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소비자로서 내가 미디어에 어떻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휘둘리기가 엄청 쉽다. 언론 재벌에 대해 살면서 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관련 내용을 보며 이런 배경이 있구나 싶었다. 심한데 싶은 눈살 찌푸려지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누군가에겐 업적이라서 영광일 수 있겠지만 그저 욕망에 눈먼 치정사건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런데도 알게 된다. 궁금하지도 않은데 그냥 보여서 알게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차라리 모르는 편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아는 것이 힘일 수도 있지만 독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논픽션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 사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바깥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옐로 저널리즘에 대해, 퓰리처에 대해, 허스트에 대해 검색하게 했다. 타블로이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전쟁이 멈추는 날이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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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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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보게 된 책이다. 이런 책을 여러 번 열심히 본다고 해서 실제로 글쓰기가 잘 되는 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일단 읽게 된다. 궁금하니까. 방법론적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각각의 경우가 존재하겠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배웠다.

책이 좋아지면서부터 글쓰기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고 관심은 소망이 되었다. 소망은 결코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내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가 상당하니까. 진짜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백날 읽어봤자 쓰지 않으면 말짱 꽝 아닌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이다. 비법이란 건 끊임없이 계속 고쳐쓰는 것. 시도해보는 것. 멈추지 않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지레 겁먹고 시도하기를 주저하는 건 왜일까. 글쓰기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시금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는 점이다. 순간 불끈 해지는 것이다. 습작을 시도해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끝맺어본 적은 없다.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스누피의 모습 속에 담긴 태도를 배운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발전된 상태가 될 것이다. 스누피처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건데. 난 그렇게 한번도 못 해봤거든.

경험자들의 여러 도움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몰라도 혼자 끄적여보는 게 더더욱 좋다. 하면서 결국 터득하게 될 테니까. 이제 어떡할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속일 것인가? 말 것인가? 어려울 건 없는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 허황된 것을 바라서, 시도조차 못하는지 모른다. 자극만 받고 끝내면 의미가 없다. 의미를 추구하자. 미루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글쓰기를 추구하는 삶! 생각만 해도 멋지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동경만 하다 인생 끝날까봐. 문득 찾아드는 이런 생각들. 사람 마음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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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펭귄클래식 1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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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을 상당히 오랜만에 읽었다. 사실 쳐다보지도 않고 안 읽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아무튼 예전부터 읽기를 미뤄온 작품 중 하나였다. 초반에는 안 읽혀서 혼자 씩씩댔다. 이유는 모르겠다. 집중력이나 이해력 부족 탓이겠지.

소설의 주인공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가 쏟아내는 감정과 사고의 파편들이 더러 버겁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복합적인 존재인지 살면서 실감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내 안에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서 그렇지 모순이 그득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이 지하인과 흡사하다. 큰 문제일까. 음울한 이야기에 맘이 움직인다. 한마디로 꼬인 인물이라서 저런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흐름이 있는 것이니까. 마냥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이런 인물 잘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난 멘탈이 건강하지 않기에 잘 받아들였다. 오락가락하며 스스로도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고민하면서도 통제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고 야속해지는 것이다. 이런 감정 익숙하다. 삶을 모르겠다. 직접 깨지며 부대끼며 살지 않아서. 그냥 소설을 보면서 자주 들었던 생각은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그 누군가엔 자신도 포함되니까. 떠올린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젠장.

행복한 캐릭터는 내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예의바른 캐릭터는 사양한다. 많이 비뚤어졌다 해도 단단히 꼬였다 해도 난 이런 주인공이 마음에 든다. 그게 거부할 수 없는 그의 매력인데. 그의 모순, 탄식, 어쩔 수 없음에 공감하는 바이다. 실제론 이렇게 절절하게 세게 적나라하게 표현을 못하니까 내면에 갈등이 쌓이는 거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전제 하의 수기라면 나도 한번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망한 글이라도 괜찮겠지. 비공개라면 안전하니까. 주인공 못지않게 두서없이 떠들 수 있다. 내면의 짐을 내려놓는 것도 짊어지는 것도 똑같이 필요하다. 내부든 외부든 억압이 없을 순 없다. 자유로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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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
문학수 지음 / 돌베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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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2년 정도쯤? 얼마 안 됐다. 라디오를 통해서 손쉽게 친해졌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초반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졌다. 뭘 좀 알아야 들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경험상 비춰보면 꼭 그런 거 같지도 않다. 전혀 몰라도 음악감상에는 하등 지장이 없다. 알면 더 좋겠지만. 관심이 늘수록 자연스레 더 알고픈 마음이 생겼고 이론적으로도 접하고 싶은 맘에 고른 책이다.

클래식 초심자 및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 유익하다. 적당한 수준으로 쓰여져서 난해하지 않다.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들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음악의 숭고함, 아름다움,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저자처럼 평생을 관통하는 꾸준한 취미생활을 가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듣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편해지고 좋았다. 어떻게 좋은지는 표현을 못하겠다. 선율에 리듬에 감정이 마구마구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대체 음이 뭐길래 사람 마음을 이렇게 휘젓는 것인지.

비록 읽을 때 뿐인 거 같지만 분명 기억 속 어딘가 남아 생각날 때가 있을 것이다.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을 허투루 흘려들었던 것 같아도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지식이 쌓였다는 걸 책을 보며 체감했다. 역시 자주 접하는 게 진리다. 음악감상의 즐거움을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지 싶다. 깊이나 취향을 만들어가고 싶기에 조급함은 버린다. 좋은 걸 자꾸 보고 들어야 안목이 생기는 법. 내 귀에 좋게 들리는 음악이 시작이다. 쉬운 해설과 과하지 않은 분석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전공자와 진배없는 분들에 대해 생각한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꾸준히 키우면 저런 식견을 나도 가질 수 있으려나. 부럽다. 하면 더 즐거운 게 취미생활이니까 지켜나가고 싶다. 길게 가져가보고 싶은 게 하나 생겼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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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 -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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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라는 이름만 얼핏 알았지 사람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작년에 타계했을 때 관련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 싶어졌다. 유명한 영화평론가라던데. 글을 쉽게 잘 쓰는. 읽어보니 과연 그러했다. 난생 처음 누군가의 회고록을 읽어봤다. 기억 속에서 지나간 일을 천천히 길어 올려 생각하며 적은 기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남겨질 만한 의미와 추억이 컸기에 긴긴 시간을 이겨내고 기억으로 자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진정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된다.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한 사람의 인생 내력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시작된 삶이 누군가의 친구로 가족으로 끝나는 이야기. 이런 책을 보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게 최고라는 거다. 정말 부럽다. 말할 내용이 끊이지 않으니까. 영화와 관련된 일화들을 통해선 글쟁이란 직업인으로서 로저 에버트를 알 수 있었다. 알지 못했던 다양한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영화가 좋아지면서부터 영화판이나 그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졌기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 같다. 병마 때문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었지만 성숙된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서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보통 솔직해서는 이런 글이 안 나올 거 같다. 자신을 마주하고 오래 들여다봐야 쓸 수 있는 글이란 게 따로 있으니까.

글은 내가 전혀 모르는 멀리 있는 사람과 시공간을 떠나서 대화하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연결시킨다. 그것이 가능하게 한다. 그의 영근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그 생각으로 하여금 자극받고 감정으로나 정서로나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만족스럽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과 생각들을 보며 특히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꼭 영화에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인간 로저 에버트에 대해 한번 알고픈 마음이 생겼다면 고민 없이 그냥 읽어나가면 덤으로 삶에 대해서도 새로 생각하고 배우고 얻는 바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부쩍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인지 재능도 인내도 없으면서 이런 호감가는 글을 나도 한번 쓰고 싶다는 욕망만 자꾸 품게 된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뭘 바라는 건지. 안 될 소리란 거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여러모로 유익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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