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 Nobody Know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연히 머물게 된 블로그에서 알게 된 영화였다. 약간의 정보도 미리 얻었고 내심 기대도 가졌었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찾아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 방송에서 해줘서 작년에 한번 그리고 며칠 전에 또 한번 다시보게 됐다. 두 번째로 봐서 그런지 작품에 대해서 더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맨 처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만한 깊이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무엇일까. 슬픔에도 물론 여러 가지가 존재하겠지만 '버려진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세상 아무도 모르게 버려진 아이들 말이다. 자신의 행복과 삶을 찾아서 즉, 남자를 찾아 엄마는 아이들 곁을 떠났다. 장남 아키라에게 모든 것을 내맡긴 채로. 엄마의 사고방식과 행동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행복해질 권리를 있다는 엄마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낳은 엄마가 된 이상 절대적으로 양육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책임지기를 회피하고, 무책임하게 제 자식들을 버리면서까지 찾아야하는 그 알량한 행복과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엄마란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 이 영화를 아이를 둔 부모가 본다면 더더욱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무책임과 무관심이 이렇게 마음 아픈 것인지를 비로소 간접적으로나마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키라 역의 야기라 유야의 눈빛과 표정이 생각난다. 잊히지 않을 그 눈빛이. 야기라 유야는 정말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네 아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서로를 보듬어가며 생활하는 모습들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고 변하게 되면서 맞딱뜨리게 되는 변화들을 영화는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초반부에선 동생들을 챙기는 일에 대해서도 능숙하게 처음부터 제 일인 양 책임지는 맏이의 모습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활고라는 점점 고통스러운 환경과 상황에 놓인 어린 소년은 많이 지쳤고, 홀로 감당하기에 버거운 현실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 그 자체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감정의 과장 혹은 과잉 없이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전달되는 영화였다. 오지 않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해보면 엄마가 보고 싶다며 떼쓰거나 울지 않는 아이들이라서 더 슬펐던 것 같다. 울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버린 눈물을 쏟지 않는 네 아이들. 슬픈데도 울지도 않고 담담하게 묵묵히 자기들끼리 생활하는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슬프기만 한 영화도 아니고 작정하고 그렇게 만든 영화도 아니건만 그 슬픔이 워낙 짙게 내 마음에 닿아서 거듭 슬픔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잔잔한 따뜻함과 뭉클한 감동이 있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엄연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삶의 여러 슬픔 중 하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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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5-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제목만 봤던 영화인데 별 다섯이네요.
다음 기회에 찾아볼 수 있으면 봐야겠어요.

거친아이 2009-05-2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감사합니다.^^ 글도 잘쓰지 못했는데 리뷰 당선이라니요.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당황스러워요.
이 영화의 장면장면이 잊히지가 않아요.
전 별 다섯을 줘도 아깝지 않았는데요.
영화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하게 되잖아요.
기대하는 맘은 조금 줄이시고 나중에 시간 나실 때 꼭 한번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