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 Life I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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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한번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껏 보지는 못했었다. 시간도 꽤나 흘렀고 유명한 영화인지라 영화 내용에 관해선 거의 다 알고 봤기 때문에 확인 차원에서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알고 봤다고 해서 감동이 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암울했던 시대가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귀도처럼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이 말도 어느 정도는 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참은 아닐 것이다.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내와 부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차마 어린 자식에게 진실을 말해줄 수 없어서 거짓말을 한 귀도였지만 아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아름다운 거짓말 혹은 착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귀도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멋지고 감동적인 거짓말이 또 어디 있을까. 살벌한 현실을 미약한 개인이 바꿀 수는 없었지만 살아남은 도라와 조슈아에게 귀도의 희생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사랑으로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낙담할 만한 상황이지만 이렇게 긍정적이고 낙천적일 수도 있다는 점은 항상 기억해야 될 부분 같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하며, 시종일관 영화에 흐르는 따뜻한 유쾌함이 강렬하게 남는다. 어쩌면 척박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거짓말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말도 안되는 순진한 거짓말로 아들을 속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 고단한 수용소 생활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부지런히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마음을 데운다.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뭔가에 대해서 꿈꾸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말이라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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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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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성은 잘 알지만 그의 영화를 직접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다 해서 전혀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는 법. 배우와 감독으로서 성공한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그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연기뿐 아니라 연출까지 매끄럽고 무엇보다 인간미 느껴지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런 영화, [그랜 토리노]가 역대 클린드 이스트우드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지. 당최 어떤 영화길래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월터 코왈스키는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인물이다. 보수주의자면서 그 누가됐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꼴을 도저히 못참는 사람이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을 떠나보냈으며 자식들과의 관계라 해서 별반 다른 건 없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이란 게 도무지 마음에 드는 건 하나 없고 오만상만 찌푸리게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왜 자꾸 반갑지 않은 아시아 이민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지. 주객이 전도된 듯 자신의 동네가 아시아인들의 동네가 되는 형국이 그저 못마땅할 뿐이다. 



이런 꼬장꼬장한 노인네에게도 애지중지 아끼며 애정을 쏟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그랜 토리노'란 빈티지 자동차. 그랜 토리노란 매개로 옆집 소년 타오와 엮이게 되고 그 만남이 코왈스키와 타오 모두에게 소중한 우정을 배우고 나누는 진실한 관계로 변화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괴팍하고 투박한 성격은 고치지 못한 월터이지만 타오와 그의 가족과 함께 어울리면서 서서히 불가능할 것 같은 변화가 가능해지고 월터의 확고했던 그것이 천천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가까워진다는 것이 당사자도 예상 못할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내 타오를 지키기 위해서 내린 월터의 극적 반전인, 삶의 마지막 선택을 바라보며 뭐라 형언하기가 힘들었다. 삶과 죽음이 과연 무엇인지 얕은 나로서는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월터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가 내린 결정으로 그는 스스로를 구원했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게 된 것이라. 타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타오를 위하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테지. 단순히 감동적이었다고 표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가벼운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울 정도다. 감독의 깊이있는 내공, 연륜, 통찰을 체험하게 하는 그의 영화가 좋다. 또다른 장점이라면 상당히 유머러스한 면이 살아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꽤 많이 웃으면서 본 영화 중 하나. 오래도록 강도 높은 여운이 지속되는 영화다. 시간이 지난다 해서 기억속에서 까마득하게 잊힐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것 같다. 의미있는 행동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우정에 대해 가르침을 얻은 영화라면 이 영화를 조금은 정확히 소개하는 말이 될런지. 마음에 품은 영화가 또 한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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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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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타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난생 처음이다. 이런 영화를 경험해보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더 폴]은 절대적인 대상으로서 다른 무엇과 비교 불가능한 영역에 이제 막 놓인 것과 같다.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표현하는 시각적인 이미지라는 것이 영화적으로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것인지를 이 영화처럼 뛰어난 영상미로 구현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출나다. 많은 영화에서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풍광들을 접해 왔건만 아무리 뛰어났다 해도 단연코 [더 폴]정도는 못된다. 

CG 없는 판타지 영화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여기 CG 없는 판타지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좀더 찾아보면서 영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특히 '타셈 싱'이란 감독과 제작과정에 대해서 말이다. 혀를 내두를 만한 열정과 고집으로 혁신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있었기에 기대치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실망도 없었다. 사뭇 높은 기대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면에서 만족으로 가슴을 채워주었다. 다만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이 마냥 후회스러울 뿐이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서 '이야기' 그 자체의 매력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사실과 허구, 현실과 환상, 상처와 치유가 모두 이야기 안에 담겨 있다. 분명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마음이 움직인다.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처한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불행과 절망적이다. 몸을 다쳤고 실연도 당한 탓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따분한 병원생활 속에서 귀엽고 천진한 어린소녀 알렉산드리아를 알게 되고 로이는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준다. 이야기를 해주게 된 속셈은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시각적인 '미적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시선을 압도하는 선명하고 강렬한 풍광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런 말도 안되는 그림 같은 곳이 실재하다니. 구경한 것만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보면 알게 된다. 이것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독창적인 새로운 영상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영화라 생각한다. 배경으로 등장한 장소가 주는 마력을 느끼실 수 있으실 터.  

내 감정과 정서가 반영되는 내 이야기이지만 내 입에서 음성이 되어 떠난 순간, 창작된 이야기는 혼자만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운명에 처한다. 누군가가 이미 귀담아들었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리라. 감각적인 볼거리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편들어주고 싶은 영화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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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 - Monster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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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마니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본 작품은 [토이스토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마니아라면 지금까지 나온 왠만한 픽사 작품은 다 챙겨봤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볼 기회는 적었던 것 같다. 막상 보면 그 재미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지금껏 보지 못한 것들, 하나씩 정복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채집하는 일을 하는 몬스터들이라니. 설정부터가 남다르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표현해내는 방식도 대단하고 말이다. 언젠가 픽사 특집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지만 정말 혀를 내두를 만했다. 상상력과 기술력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이었다. 비명소리로 모은 에너지로 운영되는 도시와 몬스터 주식회사에 소속된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털복숭이 몬스터 설리반과 그의 단짝 외눈박이 마이크와 정말 귀여운 아기 '부'를 보고 있노라니 잊고 살았던 내 안의 동심이 복원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을까.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아이들을 무섭게 하고 깜짝 놀라게 해서 얻은 에너지보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으로 얻은 에너지를 채집하도록 새롭게 회사는 바뀌게 된다. 아이들 웃음소리만큼 맑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까르르'하는 그 웃음소리. 재밌고 신나서 자지러지는 아이들의 그 웃음소리에 담긴 힘을 알 것도 같다. 픽사가 대단한 건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봐도 즐겁고 재밌는, 동심의 세계를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이란 이야기로 보여준다는 것이 아닐까. 뛰어난 퀄리티로 자리매김한 픽사에게 웬만해선 실망하는 법이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지금까지의 작품이 모두 수작 아니면 걸작이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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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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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맨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대박날 영화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한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접했던 이유로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 너무 많이 알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탓에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내가 직접 보지 않은 영화고, 보고픈 마음에 뒤늦게 찾아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쾌하고 따뜻한 코미디 영화였다. 무엇보다 아기자기함이 살아 있는 영화라서 보고 있는 동안 더 재밌고 즐거운 느낌일 수 있었다. 실상 어두운 소재를 코미디 장르에 맞게 밝고 명랑하게 그려내기에 역설적인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가족애도 덤으로 챙겨주는 뭐 그런 영화에 속한달까. 내용은 다르지만 영화 [주노]를 봤을 때의 감상과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다. 그 영화도 소재는 심각해지려면 얼마든지 심각해질 수 있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영화는 굉장히 밝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중 하나이니까. 이 점에서 [과속스캔들]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과속도 유전이 된 탓인지, 어쨌든 간에 피는 못 속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는. 삼대가 모여서 한집에서 복닥거리며 생활하는 모습이나 감칠맛 나게 주고받는 대사나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박보영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 '노래, 진짜 잘한다. 완전 가수네~!!'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경이로운 노래 솜씨를 발휘했다는. 역시 배우들은 다양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연출이나 연기도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각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각본이 아니겠는가. 티격태격 싸울 때는 남보다도 더 신랄하게 치열하게 안 볼 것처럼 싸우지만 결국 '가족'뿐이다. 함께 사는 가족일 때만 느끼고 간직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는 것 같다. 분가해서 따로 떨어져 살면, 함께 살 때처럼 똑같은 정도로 감정이 유지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대사 덕분에 여러 번 웃었고, 한 두 번 정도 울컥했다. 훈훈한 기운이 몸에 가득해진 기분이다. 보편적인 웃음의 코드로, 많이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달리 덧붙일 말 없이 기분 좋은 유쾌함을 선사해준 영화라서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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