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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성은 잘 알지만 그의 영화를 직접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다 해서 전혀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는 법. 배우와 감독으로서 성공한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그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연기뿐 아니라 연출까지 매끄럽고 무엇보다 인간미 느껴지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런 영화, [그랜 토리노]가 역대 클린드 이스트우드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지. 당최 어떤 영화길래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월터 코왈스키는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인물이다. 보수주의자면서 그 누가됐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꼴을 도저히 못참는 사람이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을 떠나보냈으며 자식들과의 관계라 해서 별반 다른 건 없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이란 게 도무지 마음에 드는 건 하나 없고 오만상만 찌푸리게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왜 자꾸 반갑지 않은 아시아 이민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지. 주객이 전도된 듯 자신의 동네가 아시아인들의 동네가 되는 형국이 그저 못마땅할 뿐이다.
이런 꼬장꼬장한 노인네에게도 애지중지 아끼며 애정을 쏟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그랜 토리노'란 빈티지 자동차. 그랜 토리노란 매개로 옆집 소년 타오와 엮이게 되고 그 만남이 코왈스키와 타오 모두에게 소중한 우정을 배우고 나누는 진실한 관계로 변화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괴팍하고 투박한 성격은 고치지 못한 월터이지만 타오와 그의 가족과 함께 어울리면서 서서히 불가능할 것 같은 변화가 가능해지고 월터의 확고했던 그것이 천천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가까워진다는 것이 당사자도 예상 못할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내 타오를 지키기 위해서 내린 월터의 극적 반전인, 삶의 마지막 선택을 바라보며 뭐라 형언하기가 힘들었다. 삶과 죽음이 과연 무엇인지 얕은 나로서는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월터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가 내린 결정으로 그는 스스로를 구원했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게 된 것이라. 타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타오를 위하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테지. 단순히 감동적이었다고 표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가벼운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울 정도다. 감독의 깊이있는 내공, 연륜, 통찰을 체험하게 하는 그의 영화가 좋다. 또다른 장점이라면 상당히 유머러스한 면이 살아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꽤 많이 웃으면서 본 영화 중 하나. 오래도록 강도 높은 여운이 지속되는 영화다. 시간이 지난다 해서 기억속에서 까마득하게 잊힐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것 같다. 의미있는 행동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우정에 대해 가르침을 얻은 영화라면 이 영화를 조금은 정확히 소개하는 말이 될런지. 마음에 품은 영화가 또 한편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