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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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을 염두하고 책을 보는 편은 아니다. 희곡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까닭에 희곡은 언제나 내겐 새롭다. 이 책도 한 4년 가까이 묵혀둔 후에 가까스로 읽게 되었다면 더 말해 무엇하리. 부조리 연극이라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본 것이 유일하다. 부조리극을 직접 눈앞에서 본다면 책과는 다른 어떤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다.  

책을 보면서 비슷한 감성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부조리는 역시 극명하게 다른 감성을 받기에 요긴한 것이 사실이다. 글을 읽는 내내 아니면 읽고난 후, "이게 뭐야!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읽기를 멈추지 못했다. 논리적인 사고나 개연성 따위는 쓸데없는 것인 양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현실이란 삶이 부조리하기 때문에 이런 연극이 계속 지속가능한 생명부여를 받게 되는 것일까. 같은 모국어를 쓰건만 서로가 내뱉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세계에서 얼마나 빈번한가를 생각해보면 부조리는 진정 참인 것이다.   

하나의 재미라는 것에도 여러 층위가 있기 마련인데, 정해진 재미를 깨는 재미가 있는 희곡집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재미와는 차이가 있으니 어쩌면 재미없다는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뜻밖의 수확이라면 '부조리'라는 말이 시사하는 그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약간이나마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인간이라서, 현실이라서 가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함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우린 '한계'라고 부른다. 한계를 직시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반연극을 보면서 '그래. 현실은 부조리한 것이지.'하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세 편의 연극들이 혁신적인 것은 알겠다. 부조리한 이야기 속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현실과 진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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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3-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 오늘 이오네스크의 코뿔소보러가는데..
진짜 이 이오네스크나 베케트 희곡이 공연을 하면 극단에 따라 엄청 괜찮거나 완전 졸리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친구가 전에 대머리 여가수 보면서 계속 잤다고 그러던데 약간 떨려요. ㅋㅋ

거친아이 2009-03-3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연극보러 가시는구나~ 코뿔소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네요.
부조리연극, 제겐 좀 난해해요~ 부디 마음에 드는 공연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