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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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짓말이란 주제에 흥미를 느낀다. 도대체 거짓말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역사를 거듭 해온 것일까. 집단이든 개인이든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흡사하다. 거짓말에 대한 본질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인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만족스럽다.

사실 제대로 알지도, 알아보려 시도하지도 않은 채 그동안 거짓말을 통념으로 받아들여 왔다. 금기시 되는 일이자 행위로 교육받았다. 거짓말을 떠올리면 불편하다. 거짓말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행위 속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해석할 수 있을까. 편견을 깨뜨리는 데 도움을 준 이 책을 통해서 거짓말의 유용함이나 당위성을 알게 됐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판단해버리기가 쉽다.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을 때일수록 그렇다. 정말 무엇에 대해 안다면 오히려 판단하기가 더뎌진다. 인류에 삶에 필요했기에 남은 것일 테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살 순 없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는 나를 감추는 것으로, 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으로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 솔직함이 이해보단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게 말인 것 같다. 아는 게 없어서 좁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책을 통해 여러 전문가들의 흥미있는 실험과 설명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르던 것들이라 내겐 참신함이었다.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 채 거짓말을 받아들여야겠다. 거짓말을 안 하면서 살 자신은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하게 되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말이다.

인간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막연히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탐구정신을 가지고 한번 파헤쳐보면 얻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 용기가 된다. 잠시나마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이다. 저자가 여러 내용을 잘 엮어줘서 질리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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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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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늦게나마 이런 양서를 읽었다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많이 접했던 책이었던지라 비록 읽지는 않았을지언정 상식 차원에서는 꽤 친숙한 것이 사실이다.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가졌지 생각해보면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속 각오가, 몇 년동안 마냥 미루던 그 [월든]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이다. 

직접 읽고나서야 비로소 이 책에 대한 가치나 평가가 절대 과장된 것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연주의로 회귀해서 삶을 소박하고 현명하게 살아간다면 과연 우린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그리고 소위 '문명'이란 것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를 점점 우둔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황폐와 타락의 길을 걷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란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물리적인 시공간을 뛰어넘어 동일한 주제와 가치를 울림 있는 진솔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물씬 느껴졌다. 책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며 머리와 가슴에 일깨움을 주는 글귀들에 정신이 났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몽상가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삶을 실천했던 온전한 의미의 실천가였다. 랠프 왈도 에머슨이 말했다던 '인간은 관행을 거스를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이 틀림없다. 사회 시스템은 획일화를 양산한다. 그것만이 정답이라는 듯이 사람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소로우는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멀뚱히 서서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사회 시스템이란 것에 제동을 가한 것이다. 자신에 원하는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동반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마음속 계획은 언제까지나 계획에 머물러 있을 뿐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왜 이렇게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나. 그 이유는 내가 천박하고 경박함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실로 천박한 사람인 것이다. 

그 당시 대다수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과는 반하는 선택이었지만 그의 사고와 행동은 후대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시초가 되었다. 누구보다 자신과 자신의 삶에 진실했었기에 그의 글은 당당한 품위가 있는 것이리라. 자연에 대한 예찬의 글에선 잔잔한 아름다움을 노래한 소박한 시인과 같은 감상을 제공하고, 문명세계에 대한 비판의 글에서 느껴지던 통찰력 있는 내공의 글이 던진 참뜻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든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비록 소로우처럼 살 수는 없다해도 소로우가 전파한 삶의 지혜에 눈뜨고 귀가 열려서, 분별과 소신을 가지고 나만의 삶을 꾸려나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 것이다. 이 책은 유통기한이 없이 무한정 살아남을 책이 이미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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