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은 몰랐지만 샘 스페이드란 이름과 몰타의 매가 맥거핀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봤지만 크게 곤란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줄거리를 안다고 해도, 그게 전부는 말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글로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는 한낱 작은 정보에 불과할 뿐이다. 미리 조금 알았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읽다보면 샘 스페이드란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진다. 단순하지 않게 복잡한 면을 잘 살려서 그런 거 같다. 확실히 착하지는 않다. 나쁜 매력이 있어. 그래서 끌리는 건가. 시작은 하나의 물건이었다. 그 하나로부터 비롯된 여러 사건들. 욕망에 취한 여러 사람들이 나온다. 사람 잡는 그 욕망이 문제지. 그렇게 값어치 있는 물건이라던, 값을 매길 수조차 어려운 진귀한 물건은 실체가 없다. 이 모든 게 다 헛소동이라니. 허상을 좇은 것이었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이라면 무력함이 아닐까.아쉬움이 없을 만큼 좋았다기보다는 생생한 캐릭터가 맘에 들어 기억되는 이야기지 싶다. 스페이드는 마초적이고, 주관이 분명하고, 능수능란하다. 이게 그의 재능이다. 끝부분에 나오는 스페이드의 대사 부분을 눈여겨보면서 느꼈다. 거부하기 힘든 그만의 시니컬한 매력을. 난 시니컬한 사람 좋던데. 너무 반듯하고 밋밋하기만 하면 뭐든지 재미가 없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더욱. 뾰족한 면이 있다 해서 나쁜 건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은 여러 면을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여러 표정, 여러 얼굴, 여러 말투가 내 속에 같이 있다. 소설과는 별 상관없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샘 스페이드란 이름으로 기억될 소설이다. 먹히는 캐릭터다. 한 방이 있는 캐릭터. 그래서 괜찮게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