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너무나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리뷰를 보면 대부분 평들이 좋아서 분명 재밌으리라는 기대를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들 좋다고 하더라도 내가 별로면 그만인데. 정말정말 [바람의 그림자]는 책읽기를 잠깐이나마 중지시키기가 곤란할 정도로 줄곧 이어지는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가 상당하다. 

이야기의 가치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우연과 운명이 뒤섞이고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이야기는 덤덤하게 책을 펼치고 보던 나를 시작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집중도를 높여주니까. 놀랍도록 촘촘하게 엮어놓은 이야기가 주는 만족감 혹은 뿌듯함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도 소설의 주인공 '다니엘'처럼- '잊혀진 책들의 묘지'와 같은 곳은 없겠지만- 평생 기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책과의 만남을 기대해보게 한다. 단 한권의 책으로 시작된 거대한 이야기는 치명적일 정도록 사람을 중독시킨다.  

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작가로 이어졌고, '훌리안 카락스'에서 다시 시작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스페인 내전의 어지러운 역사와 그보다 더 어지럽게 꼬인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들로 빚어진 삶의 관계를 서서히 드러낸다. 소설 틈틈이 나오는 문화적 차이에서 느껴지는 익살스러운 유머들 덕분에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복수와 증오, 슬픈 사랑이야기 등등. 너무나 다양한 보편적 정서를 아우르고 있는 책인지라 어떻게 내 생각과 느낌을 간추려서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가슴 설레하며 기억하는 사람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일지라도 책 전반을 흐르는 따뜻한 감성과 정서는 건드리지 않았다. 결말이 주는 여운과 감동도 생생하게 간직될 것이다. 이야기에 빠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재밌는 소설을 알게되면 마땅히 읽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하다. 이런 재미를 알기에 소설을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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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4-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셨군요 ^^
진짜 괜찮죠! 제가 정말 이렇게 폭 빠진 이야기는 오래간만이었어요.. ㅜ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뭐 있나 찾아봤었는데 조만간에 하나 번역되서 나올 예정이랍니다+_+

거친아이 2009-04-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저도 봤습니다. 정말 재밌더라구요. 대만족이었어요.^^
또다른 책도 나올 예정이라니 반가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