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의 사물들

 


일요일이다. 내내 사물들로만 일기를 쓴 적 있다. 오늘도 한없는 사물에 대한 내 사랑을 가늠하고, 내 멋대로 스승이자 동지로 삼은 프랑시스 퐁주를 떠올린다. 대상이 우리 머릿속의 추(錘)라고 말한 시인, 프랑시스 퐁주. 프랑시스 퐁주. 끝없이 대상이 되는 우리들.

 

 

인간은 그 중력의 중심이 그 자신에게 있지 않은 이상한 육체이다.

우리 영혼은 타동사적이다. 영혼에게는 직접 보어처럼 영혼을 즉각 감동시키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장 심각한 관계의 문제이다(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존재의 관계이다).

다른 어떤 인간보다 예술가는 그 짐을 받아들이고, 타격을 받은 표시를 한다.

 

프랑시스 퐁주 대상이 시학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라면 글쓰기 전에 '무엇'은 부지불식간에라도 선취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이다. 예술가들은 어떻게를 골몰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평형이지 않다. 프랑시스 퐁주는 평형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대상들을 가져와 라는 저울에 올린다. 심연에서는 그것이 무용하다는 걸 우리는 안다. 데리다는 『시네 퐁주에서 퐁주의 주관적이지만 예리하고 무용한 작업을 얼마나 멋지게 분석했던가국내 번역은 괴발개발이었지만;

 










 

출퇴근 길에 사물에 대한 에세이 당신의 사물들』을 읽었다. 아무래도 사물에 좀 더 민감한 시인들이 주 필진이다.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느끼다/보다/듣다/만지다분류 항목에 따라 이 책에 거론된 사물들은 다음과 같다.

 

1부 느끼다 - 손삽, 숟가락, 사과, 쌍둥이칼, 알약, 오븐, 보자기, 탁주, 은수저, 칫솔, 겨울 양말, 의자, 장롱

2부 보다 등잔, 상자, 샤넬, 안경, 엽서, 여권, 팔찌, 꽃병, 전기스탠드, 신호등, 커튼, 클립

3부 듣다 콘돔, 베개, 침낭, 지도, 털실과 코바늘, 도장, , 버스, 우주선, 음반, 크리스마스트리, 우편함

4부 만지다 머플러, 봇짐, 바늘, 가발, 팔찌, 연필깎이, 교복, 맨발, 매니큐어, 플랫슈즈, 하이힐

 



여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물은 없다. 다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물은 있을 것이다. ?

글을 읽으며ㅡ당연하게도ㅡ놀라운 것은 어떤 전형성이다. 40년대 생부터 90년대 생까지 필자들의 세대 간격은 넓으나 그들 사유는 한국이란 시대와 정서에 밀착해 있다. 좋다 나쁘다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시 나-라는 갇힌 세, 시대사고 틀의 작동을 보는 씁쓸함이랄까. 그래서 새롭기가 힘들며 쉽게 공감에 기댄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당신의 문장은 당신의 계보와 족적을 남긴다

 

 

나는 남녀노소, 어떤 계층, 어떤 국적도 거부하고 싶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구분점에서 달아나고 싶다. 그러나 내가 가져오는 문장도 내 족적을 남긴다.


 

 

어제를 살해한 오늘의 태양처럼 빛나고 향기나는 사과들. 사과는 사과나무를 불태운다. 사과나무는 아름답다

이수명 사과


얼굴이 붉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한 아이가 자신의 변화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더욱 얼굴이 붉어지게 되고처음 그리되게 만든 동기보다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다는 사실 그 자체를 더 수치스러워하듯이그것은 뱉을 수도삼킬 수도 없는 상태로 나를 공포스럽게 하곤 했다

ㅡ 김경후 쌍둥이칼」 

 

겉면이 살짝 그을린 치즈의 노릇노릇한 문양은 오븐만의 확실한 인장이다.

온갖 가능성를 함축한 미지의 창문을 닫고 시간을 맞춘다새로이 도래하는 낯선 세계를 만나러오븐은 먼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뜨거운 방이다

ㅡ 이혜미 오븐」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단칸방이었다나에게 독립된 공간이 생길 때는가족들이 각자 다른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뿐이었다

ㅡ 권민경겨울양말」 

 

등불을 보면 생을 마감한 뒤에 남는 것은 그가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나눠줬던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박물관에서 제일 많은 조선 시대 등잔 중에 오드리 헵번을 닮은 등잔은 정말 늘씬했고지금의 플래시와 같은 조족등은 신기했다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의 제등도 있었고잊혀간 등잔을 보는 동안 우리 조상이 얼마나 근사한지 감탄했다낡아서 더 귀해 보이는 정겨운 등잔매혹과 행운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ㅡ 신현림 등잔」 

 

 


 

너무 사소하고 간단히 잊히지만 언제든지 무언가를 묶어내는 역할에는 한결같다그러면서 이 도구적 존재자의 성실함이 나에게 매번 확인시켜주는 것은 존재의 외로움과 외로움의 빛나는 단면이다쓸데없이 자존심이 상하거나 괜한 피해 의식으로 고통스러울 때 클립은 오히려 소슬한 목소리가 된다ㅡ 김수우 클립」 

 

베개는 잠들고 싶은 머리를 위해 고안된 단순한 물품이라기보다는머리가 잠의 문을 찾는 장소다.

베개 방랑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시중에 좋다는 베개는 수집하듯이 사서 이것저것 다 사용해보지만어느 베개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인간이 돌고래처럼 생겼다면 베개는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일 것이다ㅡ 김행숙 베개」 

 

매일 밤 죽음을 연습하는 장소였다ㅡ 안희연 침낭」 

 

내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불러댔다는 이름나에게 호명당한 그는 누구였을까절박한 순간에 꼭 불러내고 싶은 그 누구나에게 그럴 만한 사람이 정말 있었던가간호사에게 혹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나도 모르는 그 이름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듯 입안이 얼얼했다ㅡ 최문자 」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단지 우연의 일치로 이루어진 일에 대해 우리는 더 깊게 해석하고 감응한다ㅡ 석지연 버스 」 



   






 

당신의 사물들을 덮으며 나는 다짐하듯 생각한다

 어느 날엔가 허탈한 매정함으로 바뀌는 가볍고 편안한 공감을 얻기보다 외롭고 불편한 생각을 세상에 던지리라. 그때 두 손 맞잡지 않아도 우리는 동지가 되리라.

 기다렸어요! 미셸 우엘벡 씨, 그래서 우리는 동지입니까, 아닙니까

 하하하. 헛소리하지 말라고요? 맞아요. 아하하하하))))






 

 

 




 

 

미셸 우엘벡이 무려 미셸 우엘벡으로 출연한! 영화 <미셸 우엘벡 납치 사건>(2014)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안탑!



이웃 A님이 알려 주셨는데, 우엘벡의 끌레망이 사망해서 눈물겨움...

 

 

 


http://www.30millionsdamis.fr/actualites/article/4401-le-monde-litteraire-pleure-clement-mort-il-y-a-un-an/






 


 

 

§§ 이웃의 사물들


 

 

서니데이님 소잉데이지 샵 http://storefarm.naver.com/sewingdaisy/products/251789266


티코스터. 카페에서는 자주 사용해 보았지만 내 돈 주고 사긴 처음이다. 선물하려고 사기도 했다. 

티코스터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쓰게 될까.  


 


 


 

 


익명을 부탁하셔서 밝힐 수 없다. 

정말 저렴한 값으로 책을 파셔서 고마웠는데, 책 보다 선물이 더 많아 블록버스터보다 충격과 감동과 당황)))

(공식 알라딘 선물은 빼고- 내 마일리지 주잖아ㅎ!) 공짜 선물이 나는 무척 부담스럽다.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심 중...

『벌들의 죽음여름용으로 딱이다. 헌데 이제나저제나 눈치만;;


 



 


 

 

 

 


 


§§§ 7월의 책들


 

 


이번 달엔 이쯤에서 그만 사야지 하지만..... 

김종건 교수 번역으로 조이스 <율리시스> 범우사 제2판을 팔고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제3판으로 재구입했다. 

<앤디 워홀 일기>를 물리치고 우리집에서 제일 두껍고 무거운 책이 된 거 같다. 

베고 자면 언어의 연금술 꿈을 꾸게 될까?


 


 

 

 

 

도스토옙스키도 동서문화사판으로 다시 모으고 있다. 

신간으로 산 것은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뿐이다. 





 

 

 

 

 

 

 

다 안 읽어보고 권하는 걸 꺼리지만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은 자료 차원에서 소장 강추~
그라피티를 뱅크시의 작품과 영화<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로 대충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라피티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
페이지마다 가득한 수록 작품들도 모두 훌륭하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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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1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사물들>들은 저도 읽은 책이라, 반갑습니다~~
임시보관함에 어느 사물,에 대한 글을 저장만 했지만.^^

<벌들의 죽음>은 어느 분께 받으셨는지~알 것 같아욤~ㅎㅎㅎ
정말 다정한 선물들을, 깜짝선물로 주시죠~~*^^*
편안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AgalmA 2015-07-19 18:24   좋아요 0 | URL
사물 애호가라 ˝사물˝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appletreeje님이 알라디너들을 두루 지지하고 살피시듯 그 분도 알라딘의 보물이시죠 :)
제가 좀 시니컬한 구석도 있지만 사람 간의 情을 바라보는 건 좋아합니다. 사람이라서?ㅎ))

appletreeje님의 저녁의 평안도 기원합니다/

cyrus 2015-07-1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는 동서문화사 번역본이 가독성 면에서 좋았습니다. 생각의나무 번역본은 주석이랑 작품해설이 좋았고요.

AgalmA 2015-07-19 23:08   좋아요 0 | URL
한 권으로 해결보기를 바라서 생각의 나무 쪽으로...사, 사실은 표지가 너무 좋아서ㅎ;;
첫 페이지부터 범우사 판과 생각의 나무 판 번역이 조사와 어미 등 많이 바뀐 게 확연해서 김종건 교수님 꾸준히 노력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베케트가 한 때 조이스 비서였었다니 충격;; (안...아울려....) 릴케가 로댕 비서였던 걸 알았을 때 만큼 괴리감-ㅁ-))˝

북다이제스터 2015-07-1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아닌 사람에겐 무엇을 써야할지도 모르면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막연히 공감됩니다.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가> 신간은 과거 책과 달리 어떤가요? 그 책으로 인생이 바뀐 일인으로서 넘 궁금합니다.

AgalmA 2015-07-19 22:41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단언식였나요^^; 쉽게 말하면 보고서, 리포트 쓸 때 우리는 무얼 써야 하는 지 알고 쓰잖아요. 도표를 넣을 지 통계는 어떤 걸 채택할 지 개요도 짜고요. 무엇을 쓸 지 모른다면 어떻게 쓸 지도 맥락이 잡히지 않죠. 그래서 저는 함께 간다고 말한 겁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구판을 안봐서 저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이참에 개정판 읽고 인생의 판도가 바뀐 대목 좀 얘기해 주십셩! 궁금하네요. 인생이 바뀌다니!

북다이제스터 2015-07-19 22:38   좋아요 0 | URL
제 어른 선배님들은 <역사란 무엇인가>란 책을 읽고 모두 거리로 나섰다고 하던데요, 전 그 세대는 아니구요. ㅋㅋ 역사 책은 팩트로 서술되어 있지만 전혀 팩트가 아니다라는 진리를 전해 주는 책인데요... 전 진리라는 허울을 파는 직업을 갖고 있다보니, 이 책에서 많이 배우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 책 읽기 전엔 잘 몰랐거든요. ㅠㅠ

AgalmA 2015-07-19 22:43   좋아요 0 | URL
아,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과학이 패러다임에 따라 나온다고 말한 대목과 비슷한 거군요!

북다이제스터 2015-07-19 22:53   좋아요 0 | URL
글쿠, 일반인들에게는 뭘 써야 할지 아는 것만도 정말 어마무시한 일이란 걸 아갈마님은 정말 모르실거예요. ㅠㅠ 훌~~~~쩍 ㅠㅠ

AgalmA 2015-07-19 22:56   좋아요 0 | URL
제가 쉽게 생각한다고 누가 그럽니까(화들짝))))...(똑똑, 저 위에 니가 그렇게 쓴 거 같대.....)
저도 글쓰기 어려워요ㅜㅜ....

2015-07-19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07-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롭고 불편한 생각을 세상에 던진다! 당신을 알라딘의 우엘벡으로 임명합니다. 외롭지 않도록 공감 꾸준히 할게요... ㅎㅎ 그림도 있고 보르헤스 보틀도 있고 티코스터에 책까지 *_* 오늘 페이퍼는 꽉 차 있어요!!

생각의 나무 율리시즈는 엄청 올랐던데 잘 구하셨군요! 그라피티 책은 이번에 「중세」 나온다고 해서 검색하다 봤는데 어떤가요? 시공아트 요즘 열일 하는 듯 해요^^

AgalmA 2015-07-20 01:34   좋아요 1 | URL
오, 알라딘의 우엘벡! 정녕 제가 그리 해도 될까요 (*_ _*).... 생각도 못해 봤는데 뭔가 그림이 잡히니 하고 싶은데요. (((비비적 비비적)));;;.
공감버튼은 저도 꾸준히 투입해야 되는 코인 거래 같아져서 요즘은 그것도 싫더라고요ㅎㅎ; 가끔 구구절절 얘기 삼매경이나ㅋ
유리보틀이랑 북 스탠드도 갖고 싶었는데 중고 구매에 예산이 너무 투입돼서 신간 사기가 버거워요ㅜㅜ

<율리시스> 반값에 올라온 거 보고 제 눈을 의심! 책 상태도 좋고 완전 좋았어요)))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책 정말 좋습니다. 여백많은 허접한 미술책도 아니고, 애너 바츠와베크가 미술사학과 도시공간, 시각예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박사 학위도 받고!) 이 책은 에세이식이 아니라 전문 서적에 가까워 배우는 것도 얻을 것도 많아요. 제가 이 분야에서 알고 싶었던 것을 말해주는 책^^ 무슨 책이 여백이 없어!....서 좋아요ㅎㅋㅎ;; 과장 비스킷 한 개 얹는다 치고 책을 펼쳤을 때 바스키아를 처음 만났을 때 흥분감을 준다고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바스키아가 이미 거리미술의 대가였지만ㅎ 그래도 가격이 좀 비싸서 중고로 기다리시거나 도서관 신청을 추천;;

수이 2015-07-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명을 요구한 그분_ 어쩐지 저는 알 것만 같은 기분 호홋_
오랜만에 온 거 같은 이 기분은 뭔지_ 저 요즘 책 안 읽는데 아갈마님 공간에 오면 역시 찔려요 핫

AgalmA 2015-07-20 01:35   좋아요 0 | URL
모르면 간첩? ㅎㅎ
제 주절거림에 왜 혼자 찔려하시고 그래요~
야나문 열리면 책 읽을 시간 더 없으실텐데 걱정이군요. 제 지인도 핸드드립 가게 내고는 쉬더라도 책은 읽기 싫다고;;;

양철나무꾼 2015-07-1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간혹 그럴때가 있는데, 전 사물을 의인화하는걸 즐겨요.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닌데, 그렇게 된 근원에는 환자들보면 말이죠, 혼자말을 대화처럼 하는데...이상한 연상이 되면서머리카락이 쭈뼛해서예요. 벌써 혼자서 섬어를 남발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AgalmA 2015-07-20 01:36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려서부터 특별한 대상에게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어린왕자>는 그런 맥락에서도 참 공감이 많이 됐죠.
제 주변에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이 많은데(엉;;) 내면의 비틀어진 부분에서 세어나오는 탄식이라 생각하며 넘어가요(저도 종종 그런;;;;). 제가 뭐라 답하면 상대가 뜬금없다는 듯이 쳐다본다거나 공격적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장소] 2015-07-2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알듯도..하고 아닌 듯도 하고~ 뭐 ,제 속 생각이 틀리다고 죽기야 하겠어요?! 그쵸? 모른다고 쫓아와 때리시겠어요?! ㅎㅎㅎ
아,,좋은 분들이 곁에 많아 참 좋아 보여요!

AgalmA 2015-07-21 10:07   좋아요 0 | URL
모른다고 자신을 쥐어박는 건 아니죠ㅎㅎ;;;?
제가 서재 처음 와서 글 올릴 땐 무슨 공터 같아서 혼자 우하하하~~~해댔는데 (그래서 이웃 취소하던 분도 있었고ㅋ;;;) 어느덧 이웃이 참 많아졌죠ㅎ?
이웃인들 서로 살피기 게을리하면 멀어지는 지라 맘고생일 때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잖습니까ㅎ;;
독야청청 나홀로 가리라 하는 분들 보면 자유일까 고독일까 싶으면서...
 

 

§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시민이 되다 

일주일 넘는 강행군으로 녹초 상태였다. 잔업을 집에 가져 왔으나 책상과 의자가 지긋지긋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사달이 나는 걸 늘 겪었으면서.

다시 눈을 뜨게 된 건 고성 때문이었다.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였다. 나는 또, 하고 생각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참 신기하지.

이곳에 이사 올 땐 언덕 끝 외진 곳이라 조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집에 살면서 시시때때로 괴성과 싸움과 실랑이를 듣고 봐야 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 이 동네가 유독 그런 것인지 점점 가늠하기 어려웠다. 집 앞은 구석이면서 제법 넓어 쓰레기 수거차, 레미콘 차량들조차 공회전을 하며 대기하는 일도 잦았다. 도서관 5분 거리 외에 이 집의 장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 너무 힘들었으므로 누군가 나가 봐 주길 바랐다. 마침 옆집이 대문을 열고 나가보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 주겠거니 하며 다시 잠들었다. 비명 소리가 1분 이내 내 의식에서 사라졌다.

 

 [*] 키티 제노비스 사건(Murder of Kitty Genovese)1964313일 뉴욕 주 퀸스에서 캐서린(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강간살해당한 사건으로,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

위키백과 : https://ko.wikipedia.org/wiki/%ED%82%A4%ED%8B%B0_%EC%A0%9C%EB%85%B8%EB%B9%84%EC%8A%A4_%EC%82%AC%EA%B1%B4

 

 ※ boooo님이 <한국 스켑틱 2015 vol. 2>를 보고 이 사건이 기자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한 글이 생각났다.

 http://blog.aladin.co.kr/764863113/7607878

 

 

 

 

 

 

 

§§ 마봉춘 기자가 나타나다

역시 사달이 났다. 연신 시계를 봐가며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래층부터 또각또각 구두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구두소리가 낯설었다. 전도하는 사람들이 신고 다니기엔 너무 굽 높은 구두소리였다. 어쨌거나 나는 매우 바쁘오. 제발 날 귀찮게 하지 마쇼! 오지마, 오지마…… 속으로 중얼대며 책상에서 안절부절이었다. 스케줄 펑크내서 죄송하다고 언제 전화로 알려야 하나 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시계를 또 봤다.

. . .

(올 것이 왔군. 다 알면서) 누구세요?

마봉춘 기자입니다.

(의외의 답. 요즘 전도(傳道) 멘트가 색달라진 건가;) 네?

마봉춘에서 나왔는데, 간밤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혹 아시는 것 없나요?

(아, 어제의 비명소리가 …….)

취재를 나올 정도의 사건이었다면 내가 더 묻고 싶었다. 시계를 보았고 세수도 못한 몰골로 7센티 이상의 구두를 신은 마봉춘 기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오늘! 모든 불운이 다 닥친 것인가! 물론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10시까지 밥도 먹지 못하고 책상에 코를 박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계속 겪는다.

나는 대문 손잡이를 잡은 채 마봉춘 기자를 정식으로 만날 기회를, 사건의 의문을 버렸다.

열린 창 너머 또각거리는 마봉춘 기자의 동태가 전해졌다. 낭랑한 목소리로 오가는 주민들을 붙잡으며 어제의 사건 소식을 묻고 있었다. 일이 잘 진척되지 않는지 푸념소리가 들렸고 조금 후 사라졌다. 나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곧 튀어나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봉춘에 복직하게 된 이상호 기자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징계 처분 외에 무엇이 더 기다리고 있을까. 

광화문에서 이상호 Go발 뉴스 인터뷰 하던 때가 아주 오래 전 일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정원이 제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 또 밤

하루 종일 복기한 어제의 사건을 급히 검색해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사고는 아니었다.

요 며칠 계속 프로파일러 생각을 했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간밤의 지구대에 보고된 사건 사고 중 범죄성이 짙은 사건을 골라낸다고 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잦은 이직률에 자살까지 한다는 직업의 특수성을 전하는 전직 프로파일러는 결혼과 대인관계를 포기하는 말투였다. 꿋꿋한 표창원 씨를 떠올리고 있을 때 그도 표창원을 언급했다. 한동안 언론에 잘 나오지 못했던 표창원 씨가 요즘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나와 반갑다.

지난주에 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 화재 현장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은 대번에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람이 탄 비리고 역한 냄새.

오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자신도 겨우 구해냈다. 11시에 밥을 먹고 있었다. 머리 위 형광등에서 벌이 마치 어떤 의식처럼 붕붕거리고 있어 어떡해야 하나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벌의 날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은 영영 멈춘 것 같았다. 그 잔해를 찾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잔해는 꼭 찾아야 한다. ■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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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17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같은일들이 실제에서도 일어나고있다는것이 소름돋아요. 괜찮으신가요?

AgalmA 2015-07-17 02:23   좋아요 0 | URL
저도 도울 수 있었을 일이었는데, 제 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던 게 내내 맘이 걸렸습니다...이리 반성문 비스무리하게 쓰고 있는 정도면 괜찮다고 봐야겠지요ㅜㅜ? 정말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안부 인사 감사드립니다

2015-07-17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궐 2015-07-1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으론 벌은 자기가 들어온 구멍을 알고 있습니다. 놔두면 알아서 나가더라구요. 힘드신 일도 그럴 거에요.

AgalmA 2015-07-17 11:44   좋아요 0 | URL
그 벌이 저 벌이 아닌 것일텐데 일순간 착각ㅎ;;....헌데 벌이 들어올 때 소리도 들었던 터라 다시 날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형광등에서 그쳐서 말이죠. 어쨌거나....

에이바 2015-07-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그동안 바쁘셨군요.. 식사는 하셨나요? 포스팅은 반갑지만 마음은 무겁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AgalmA 2015-07-18 00:37   좋아요 0 | URL
비빔면 먹었습니다~^^...바빠도, 돈이 적어도 감안하겠는데 책 볼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화납니다ㅡㅜ 일하며 온종일 생각만 하다보니 책 얘긴 쥐꼬리고 생각만 잔뜩 입니다;

cyrus 2015-07-1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나올법한 일이지만, 정말 영악한 놈은 사건 취재 오는 기자나 사건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찰로 가장해서 증인으로 여길 만한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AgalmA 2015-07-18 00:39   좋아요 0 | URL

삶처럼 아무리 대비해도 무언가 온다면 기습적이겠죠...
cyrus님은 이제 하드보일드 SF 소설을 쓰시면 되겠습니다! ^^

CREBBP 2015-07-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작 소설 정도로 알았는데 실전 얘기였군요. 그 방면으로도 소질 있으신듯.. 묘사가 묘하게 재밌어요. 아 재미있으라고 쓴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AgalmA 2015-07-18 01:27   좋아요 0 | URL
소설쓰기를 즐깁니다만 이런 소재와 방식은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ㅜ 겪는 일화들이 이렇다보니~_~);

2015-07-18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7-18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일 없었다면 되었습니다. 병나지 않도록. 잘 챙겨 먹고 다녀요.
 

 

 

 

 

 

 

 

 

 

 

 

 

 

 

 

§

론스타가 한국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5조다. 서울시 한 해 사회복지 예산에 육박하는 금액이자 대구시 한 해 총예산에 맞먹는다. 슈킹 할 만큼 해 놓고도 한국의 빈틈을 남김없이 공략하는 론스타의 꼼꼼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꼼수부터 지금 그알싫, 기타 유사 언론들에서 이 문제의 중대성을 논하지만 자꾸 묻힌다. 여전히 사태에 대해 `내 일 아니니까`, 늘 하던 대로 `나라꼴....` 툴툴대며 에이 소주나 한 잔, 어, 이거 살까? 하는 상황...

[그것은 알기 싫다]-이슈대이빨:내 돈 30만원은 어디로
http://www.podbbang.com/ch/7585?e=21739328

론스타가 이 조정건에서 이기면, 다음 만수르, 그리고 더더 얼마나 나올 지 모른다. 막을 능력이 없다는 게 더 무력하지.
대부분 멍하니 자기 앞만 걱정하는 동안 이런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지 못해 매년 휘청휘청이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 타령 소리가 나오나?
욕을 하며 해마다 4대강 녹차라떼 뉴스를 계절 풍경처럼 본다.

금리 내려서 집 사게 해 놓았지만 세계불황의 계단에서 살짝 누군가 건드려도 곧 변동금리의 지옥을 맞보게 될 걸? 그리스 사태가 강 건너 불구경이 절대 아니라는 것.
최저임금 협의는 언제나 몇 십원 몇 백 원...구걸보다 못한 논의 수준이고, 15년을 일해도 깎을 수 있을 때까지 깎기 위해 `프리랜서 수위`라는 명칭까지 붙이는 비정규직 쇼크랜드는 재미인지 공포인지 연일 헷갈린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는데 일조한 정부인사가 이번 론스타-정부 조정건에 참여하고 있는 건 역시나 한국답다.... `또 뵙네요~ 하하)) 잘 지내셨죠?` 이런 총체적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쟁과 제 밥줄-연줄 찾기 바쁜 인사들을 정부로 보내놓고 국민의 삶을 잘 지켜줄 거라 생각하는 순진함은 생각의 기네스감이다. 그 국민의 그 정부 꼴....뭘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서 무관심한 이들은 이젠 욕 들어가며 배워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자유? 네 자유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등짝 스매싱)))

박근혜 정부가`증세없는 복지` 맞추려고 온갖 것(교통벌칙금, 담배세, 연말정산 세금폭탄 등등...)에서 세금을 갈취하는 행태는 박정희 정권 때 증세 욕 들을까봐 부가세 도입한 것과 꼭 닮았다.
정책지원금 마련하고도 정작 제대로 된 정책이 없어 쓰지 않고 있는 육아지원금은 누구의 돈인가.
전염병 연구소를 300억 넘게 들여 지어놓고 방치하고 있다가 `메르스`, `홍콩독감`을 무력하게 맞고 있는 한심함은 끝이 없다. 연구도 안 되면 초기 방역이나 잘 해라! 무능을 가릴 재주도 없냐! 아 참참, 이 나라에선 그래도 되지~~
급[어떤 부패와 비리도 정부급이면 무마해 드립니다]

국민이 죽어나가든 말든 군기 잡고, 폼 잡기 바쁜 인간들이 만드는 지금 한국의 시간. 반쪽이 움직이는 이상한 세계. 세상의 움직임은 참 이상하지.

주름살과 뱃살 걱정, 맛있는 거!, 돈에 열광하는 게....생활 전반에 이렇게 뿌리깊게 깔려 있는데,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걸까. 저 무대 뒤편의 악취나는 거래를 커텐으로 덮으며 자기 고민에 빠져 뭘 하려는 걸까. 이미 검은 땅에 발목이 빠진 채.
정치에 관심 없다. 정치가 여기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사람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고상함도, 중도도, 현명함도 아니다. 사회 속에 사는 한 모든 인간은 정치성을 가진다. 자유를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미 정치성이다.


참여정부 때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게 만든 건 성과주의의 실책이었다고 보지만, 그 뒤라도 한국은 외국기업계 제재 방안을 강화했어야 했다. 슈킹하기 바쁜 정치인과 정책 발의가 전무한(그나마 있던 국회법 발의도 골치 아파지자 본인 게 아니라 발뺌...)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정상적이길 바란 게 비정상적이겠지만...설마 그 정도까지야 했던 것이 정확히 우리 뒤통수를 친다. 같은 한국인? 우스운 구분이 된 지 오래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구분이 있지. 갑이신지 을이신지~ 우유 쳐 안 받아? 땅콩 먹을래요? X, 땅콩 안 까 줬어!

정책이 아닌 정치인, 정치색을 따지는 문화. 연예인이든 작가든 정치인이든 대상을 경배하기 바쁜 나라.
작은 일엔 불같이 화내면서 큰 일엔 생각도 움츠러드는 문화. 얕잡아볼 대상을 찾아 억지 가득한 욕을 해대는 나라.
왜 이토록 기본적인 것 마저도 안 되는지 화가 난다. 이게 과연 교육과 언론과 경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배달시켰던 수박이 깨졌다며 운송 기사분이 반품을 할 것인지, 다시 받을 것인지를 물었다. 더운 날 기사분이 왔다갔다 하는 게 고생스러울 거 같아 반품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지금 내 형편에 수박은 사치인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작동한 거 같다.

내 일처리 능력은 예전보다 더디다. 자주 쉬었기 때문이다. 일이 밀리고 눈치가 보인다. 자고 싶다. 내 속에 스위치가 있다면 좋겠다.
007 같은 영화를 볼 때면 기상천외한 발명품이 한 번 사용된 뒤 얼마나 쉽게 버려지는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 가난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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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10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좋아요`보다는 `슬퍼요`를 누르고 싶습니다. ㅜㅜ

AgalmA 2015-07-10 22:23   좋아요 1 | URL
응원~응원~ 슬픔의 에너지로 발전소를!

2015-07-10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10 22:24   좋아요 0 | URL
내용이야 잔인해도 재미의 미장센 추구!

2015-07-1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

우선 손을 씻고 따뜻한 잔을 쥔 뒤 이 글을 읽어주십시오괴상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아닙니다시몬 슈날은 청결감과 판단」 강연에서 청결감 등 신체적인 자극으로 인한 정서가 도덕적 판단 및 행동”(p50)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우리는 떨어져서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영장류의 사회적 그루밍(socal grooming:어떤 동물이 동종의 다른 동물의 털이나 깃털을 청소해주는 행동양식)”(p53)으로 즉각적인 우호관계를 만들기 어렵잖아요?

 

우호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맛있는 음식이나 귀여운 동물,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계산적이라 하기엔 과도한 비난입니다.(파워블로거는 좀 의심;)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제1형" 사고라 해야 할 겁니다.("제1형" 사고는 아래 참조) 

특히 맛의 힘은 대단합니다. 혐오가 얼마나 즉각적으로 발생하는지....

조너선 하이트는 맛과 감정과 행동 사이의 관련성은 분명”(p384)하다며 우리가 선호하는 단맛이 우리가 가장 열망하는 맛이라고 합니다. 산행 시 초콜릿 바는 필수죠~ 그는 미각 수용체와 도덕적 기반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지면상 상세히 말하지 못하는 점 양해를ㅎㅎ)>

 


엣지 재단 강연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이 알려주는 대학 구내 식당의 실험 결과(p495~496)도 유의미하우유와 차를 파는 곳에 자율적으로 금액을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노려보는 눈 포스터]와 [꽃 포스터번갈아 붙였을 때 [노려보는 눈 포스터] 일 때 금액을 더 지불합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의 사고 작용을 1-자동적이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이고연상적인 일관성”(p494)을 띤 지각과 직관으로, 제2형-통제되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며 규칙에 지배받고논리적인 일관성”(p494)을 띤 종합적 사고라고 말합니다. 이 구분은 사회심리학 분석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합니다. 「직관적 사고의 경이로운 결함」강연에서 이 두 형에 대해 자세히 비교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뼈아픈 문장이 많습니다.

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이름을 붙인 속성도 시스템 1(제1형)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보유하지 않은 정보에는 민감하지 않은 경향을 띠는 메커니즘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이 있다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이용할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여서, 요컨대 현재 동원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상의 이야기를 꾸미지만 보유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p503)  

ㅡㅡㅡㅡㅡ (그래서..... '뭐야, 이거....이 책 안 봐!' 같은 성급한 결단을 하시면 안 됩니다.... Agalma;)

 

이 책의 논의들은 서로 상충하지만 모두 허투루 볼 수 없습니다. 읽으면서 계속 이런 건 알려야 돼! 는데, 양이 방대해 한 번의 리뷰에 다 담긴 무리였습니다. 이런 제 마음도 상당히 진화론의 영향이죠문화가 폭넓어지고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욱 상호의존(p451)이고 친절”(p452)의 중요성을 알며, “이야기의 힘”(p452)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밀감을 나누고자 하니까요.

 

이야기” 얘기가 나와서 티머시 D. 윌슨 사회심리학이란 무엇인가」 강연도 살짝 언급합니다자기계발산업계에는 "18개월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자기계발 서적을 사는 사람은 18개월 전에도 유사한 책을 샀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법칙"(p168)입니다일이 안 풀릴 때 복권을 사는 것과 유사하죠윌슨은 자기계발서에 끌려 다니기보다 "글쓰기 훈련법"을 추천합니다. '하루 15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p169)이죠윌슨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변명의 내러티브(심리학에서 개개인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를 만들어 문제를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글쓰기 훈련법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직접 재구성해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끔" 합니다. 재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스토리를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그 문제를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글쓰기 훈련은 스토리 편집 기법의 대표적인 예이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토리 편집의 효과는 탁월합니다 (p169)

 

조너선 화이트와 비슷한 입장이라며 대니얼 카너먼은 이성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정서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p453) 우리 삶의 많은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데이비드 피자로는 우리의 정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믿음도덕관을 형성해가는 어두운 과정을 이야기 합니다정치성, 보수주의인종차별주의....(-ㅁㅜ);;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연구도 흥미로운 점을 시사합니다. 사실 이 책에 흥미롭지 않은 연구는 없습니다; 

도덕적으로 지나치게 자기 통제에 빠져 자기통제가 고갈된 사람은 잘못된 성관계에 탐닉할 가능성이 크다”(p434)는 그의 실험 입증에서 저는 종교계의 성 탐닉 이유를 짐작하게 됐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론입니다. 그는 자제력 있는 행동도덕적인 행동도덕적인 선택 등은 자유의지와 관련된 것들”(p435)이라고 말합니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책 속으로~ 참고로 빌려서 읽을 책 아닙니다. (밑줄 수두룩, _ _____ ___....)

 

브루스 후드 「본질주의」강연을 읽으며 얼마전 떠들썩했던 드레스-금색/파랑 논란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개인적 정체성"의 속성을 다시금 확인했죠.



우리의 의식적 경험(conscious experience)도 실제로 진행되는 사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착각입니다. 의식적 경험에는 관련된 모든 메커니즘이 진정으로 반영되는 게 아닙니다. 착시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이해될 겁니다. 착시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도 우리가 착시 효과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착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서 탈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착각을 일으키는 겁니다.

개인적 정체성도 우리가 꾸준히 실험 중인 과제로, 우리가 일화적 기억과 자서전적 기억에 두는 중요성을 입증해줍니다. 앞에서 언급한 복제 연구에서, 어린아이들은 햄스터의 물리적 속성은 복제할 수 있지만, 햄스터의 일화적 기억은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것을 어렵지 않게 인정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개인적 정체성은 자서전적 기억이나 일화적 기억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 영국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기억의 결합체입니다. 그 결합체는 다양한 형태의 망각으로 쪼개지고 단편화됩니다. 어떤 사람이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을 상실하거나 그 기억들이 왜곡되면, 그 사람의 정체성은 변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무척 중요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억은 믿을 수 없습니다. (p358)



딱딱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닙니다.


새러 제인 블레이크모어 청소년기의 뇌발달」 강연은 청소년기의 비밀을 뇌과학으로 접근합니다. “사회적 뇌 영역이 구조와 기능 양면에서 청소년기 동안 지속적으로 발달”(p111)하며청소년기에 충동과 위험에 대한 도전의식은 단순히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자립의 때를 알리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밌었던 연구도 있습니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행동신경학의 대담한 시도-신경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강연을 통해 신경학이 예술의 비밀을 알려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아포템노필리아"란 증후군이 있습니다멀쩡한 자신의 신체부위 특히 왼팔을 잘라 버리려 하는 특징입니다이건 분명 인지적 문제가 아니죠내부 회로가 잘못되어 나타나는 이상현상입니다. "헛팔다리현상"(시집 이민하 <환상수족>에서 잘 표현)과 반대되는 성질이죠섬찟하게도 이 "아포템노필리아증후군의 환자가 실제로 팔을 자르는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멀쩡한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인데도, 뇌의 충동을 끝내 이기지 못하는 거죠.

우리가 국어시간에 공감각이라 배운 것이 신경학에서는 동반감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이것을 과거엔 비정상인 희귀현상”(p146)으로 보았지만 라마찬드란은 신경증후군”(p136)이 아니라고 합니다이 증상은 숫자에서 특정한 색을 떠올리거나 소리에서 색을 떠올리는 등 일종의 기억연상 현상인데유전된다고 합니다짐작하다시피 동반감각은 화가시인과 소설가 등 창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p137)에게 많이 나타나며그들의 작업에서 직접적이든 은유적이든 볼 수 있습니다뇌과학자들은 우리 뇌에서 색을 담당하는 영역과 수를 담당하는 영역이 서로 인접해 있기 때문”(p141)이 아닐까 추측합니다동반감각은 "50명 중 한 명 꼴"(p144) 생각보다 상당히 흔합니다. 이 유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이러한 진화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확인은 책 속에서ㅎ/

 

관련해 "헛팔다리현상을 겪는 환자가 얼굴에서 사라진 손의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은뇌세포가 담당했던 신체영역이 없어지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데니얼 데빗 적절하게 조절되는 정상적인 마음」 강연에서 말하던 알바로 파스쿠알 레온 실험과 유사성을 느꼈습니다알바로 파스쿠알 레온 실험은 “8주 동안 눈을 가리고 지내면 시각 피질이 점자(點字)와 촉각즉 촉각에 의한 지각에 적응하기 시작”(p278)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 이런 유사성 지각 작용도 조심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누누이 말하고 있죠;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드네요.

 

데니얼 에버렛이 촘스키의 보편문법을 반박했을 때 촘스키의 반응은 나심 탈레브가 사사분면」 강연에서 비판적으로 말했던 경제 분석가의 자세와 비슷했는데책에서 확인해 보시죠~



 

ㅡAgalma




ps)

제가 보기에 사람들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가변적이고 오류투성이인 자신의 사고와 감정에 너무 의존적이며 문제해결에 고투하기 보다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겠지만;;) 취향으로 돌아가 편향에 치우친 독서를 끊임없이 계속 합니다. 지식과 교양을 쌓는다는 착각과 위안 속에.

사고가 편견과 오류 가득한 채 어떻게 입력 전환되는지 그 작용의 상관관계를 위에서도 여러 번 밝혔습니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근육을 만드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저도 아닛내가! 사람들이! 이런 거였군!” 움찔하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인식의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우리의 많은 문제 해결은 앞으로도 묘연할 겁니다. 


올해 읽은 책 top 10에 넣을 생각입니다~ 엣지재단 책 모조리 봐야겠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멋진 재단은 없고, 사익(私益)만 추구하는 청ㅁ재단 같은 것만....한숨))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고,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이성은 열정에 봉사하고 복종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p391)
ㅡ데이비드 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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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0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이렇게 또 장바구니에 한권 추가를...^^; 흥미로운 사례와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단순히 서평의 매력인 것일까요??

오늘따라 글의 속도감이 굉장합니다:-) 몇일 agalma님의 글이 없어서 서운한(??ㅜㅜ죄송;;)마음이었는데요^^;


AgalmA 2015-07-08 16:02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정말 돈이 안 아까운 책입니다. 두고두고 사전처럼 참고할 책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그 이론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촘스키의 언어문법이 반세기 넘게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도 참 대단...
우리가 봉착해 있는 여러 문제(도덕성, 자유의지, 판단력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오랫동안 숙고한 연구 결과라 각각 신빙성이 있죠. 애매모호한 위안을 담은 인문학적 충고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견해로 느껴질 때가 너무 많습니다. 설득력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중요해야 할 법적 상황도 인식의 난장판이죠. 2012년 아청법 토론회에서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 목욕씬에 잠 못 이뤄, 아청법 더 촘촘해져야...˝등의 이야기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너무도 빈번하니까요.

어렵게 읽힐까봐 걱정했는데,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더 많은 걸 전달하지 못해 아쉽지만, 리뷰쓰기에서 제 주안점은 정보를 담은 책의 가치를 알리는 거라 생각하니까 이쯤에서...

이 책이 워낙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어떻게 전달해야 될 지 고민이 많기도 했고, 먹고 사는 게 좀 바빠서ㅎ))..별 수 없이 능력 닿는 만큼~_~;

하나 2015-07-08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티머시 D. 윌슨의 ˝변명의 내러티브˝와 ˝글쓰기 훈련법˝ 흥미롭네요.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도 인간은 자기 서사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일인칭 드라마에 나오는 결함이 있을지언정 고귀한 주인공으로 둔갑시키는 이야기를 평생 만들어낸다. (198p)˝ 그런 경향 때문에 모든 회고록은 픽션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었던 책 뒤적거렸어요. 덕분에 ^^)

`하루 15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p169), 저는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서 `모닝 페이지`라는 도구를 받아들여서 9개월째 하루 세 장씩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확실히 어떤 문제를 재구성해 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 분석해보니 첫 장에는 내 감정에 대한 배설 + 두 번째 장에서는 약간 여유가 생겨서 상대의 입장 분석 + 세 번째 장에는 대처 방법을 쓰고 있더라구요.

AgalmA 2015-07-08 16:04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고급 정보를 알려 주시다니! (하나님 사랑합니다...썼다가 ....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좀 이상....아니, 많이 이상...해 함)

티머시 D. 윌슨은 ˝변명의 내러티브˝로 시작해 진화심리학과 사회심리학, 도덕기반 이론, 종교 등 그 연결을 포괄하며 논의합니다. 짧은 강연인데도 실생활 속 우리 인식과 작용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강도높은 글쓰기 훈련법을 활용하고 계셨군요. 효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요즘 저는 일기를 기록용으로만 쓰고 다시 훑어보는 걸 게을리 하고 있었어요...북플에 에너지를 쓰는 대신 좀더 그쪽으로 자주 가야겠어요^^

북다이제스터 2015-07-08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 놓았던 책입니다. ^^

물고기자리 2015-07-08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다 궁금하네요^^

cyrus 2015-07-08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니얼 카너먼’, ‘존 브록만’이 저자로 참여한 책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죠. 3년 전에 두꺼운 분량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책이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AgalmA 2015-07-10 02:09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에 관한 생각>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어요ㅎ 엣지재단 책이 굉장한 엑기스들이 많은데, 호응이 그에 미치지 않아 의아했습니다.
각 저자들의 전문 연구를 보는 것도 좋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의를 한꺼번에 보는 맛도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이더군요.

2015-07-0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7-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앉아서 그루밍만, 하다 갑니다.^^ 굿 밤 ! 하기 ~~

AgalmA 2015-07-10 02:11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도 굿나잇~
 

 

 





§ 내가 내 스토커...
위 이미지는 5월 내가 다른 서재 가서 쓴 댓글만 모아 한글 문서에 입력해 본 것. 
원고지 80매 단편소설 4개는 쓸 분량~ 질을 떠나 일단 양으로는.
가벼운 농담류 ˝ㅁㅁㅁ님은 이래서 멋지다니까요^ㅇ^) ㅇ~~˝같은 글은 뺐다.
한 달에 대략 웹페이지 14개가 넘어가는 댓글을 쓰고 있었다. 뭐 될 라고 이래!!! 
댓글을 줄이고 내 글, 내 독서에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될 댓글 전쟁에 참여한다거나... (차라리 대서사시를 쓸걸)... 흥미진진한 리뷰나 페이퍼를 보면 또 참지 못 한다. 이런 의견 교환에서 분명 뭔가를 건지게 될 때도 있거든! 노파심에서 밝히는데 남의 표현이나 글을 훔쳐온다는 게 아닙니다-_-; 내 생각의 개진을 뜻하는 것임... 
자신을 먼저 깨지 않는다면 타인도, 세상도 요지부동이다.

상대가 글을 삭제해도 내 댓글은 남아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었다. 이건 알라딘에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북플 [읽고 싶어요]에 남긴 코멘트는 댓글 브리핑에 남지 않는다는 건 참고할 사항~


팔 아파서 6월 댓글은 다음에 또;_;)....
나는 그나마 서재 시작 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이렇게 정리라도 하지 댓글 브리핑이 200~300페이지 넘어가는 이웃은 그냥 포기겠군....-_-)>충성!! 어디다? 
아 참, 평상복일 땐 이런 거수경례하면 안 된다지. 모자도 벗어서 가슴팍에 똭~요즘은 이거저거 다 따지기도 어려운... 


 

 




경례 문화도 난장판인 나라 사정을 생각하며, 여러분~ 자신의 댓글 그냥 넘겨 버리지 말고, 알뜰살뜰 살펴보길 바라요/

글감은 저 먼 우주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버려진 데서 더 찾기 쉬운 법이죠~ 금리보다 당신에게 더 이득이 될 것임b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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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7-05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알고 싶다.
그동안 숨기시느라 애 많이 쓰셨네요.
이제는 밝혀질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갈마님은 알라딘에서 북플 활성화라는 특명을 받고 심어놓은 프락치라고 합니다.
이제 스스로 커밍아웃 하시죠.
많은 분들이 이해하실꺼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님의 댓글과 정성어린 피드백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AgalmA 2015-07-05 04:23   좋아요 1 | URL
왜 이리 된 건지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알라딘이 아니, 이 자식이 우리 내부 기밀을 자꾸....하며 제 서재 폭파할까봐 겁납니다))...그래서 글을 이리저리 모으며 보따리를 늘 싸두고 있어요;_;)...또, 어디로.....흑.

따끔한 지적도 개의치 마시고 주십시오. 언제나 귀담아 듣겠습니다/

boooo 2015-07-05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댓글을 잘 안달기도 하지만 북플을 이용하느라 휴대폰으로 접근하는데 길게 못 쓰긴 더 힘든 거 같아요 ㅎㅎ

AgalmA 2015-07-05 15:16   좋아요 1 | URL
휴대폰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더군요.
저는 웹이랑 서재 반반 병행합니다. 서재브리핑으로 이웃의 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하루하루 어떤 흐름을 파악할 수도 있달까. 표절 사태 때는 대단했죠...
휴대폰 보기는 호외, 웹 보기는 생각의 경향과 배치를 살피는 신문 같아요.
본의 아니게 서재와 북플을 통해 현장성 넘치는 사회학을 배우는 기분 :)

만병통치약 2015-07-0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길게쓰면 시비거는 어조로 변해서 길게 못 쓰겠어요. 제 생각이 아주 독선적이거든요 ㅎㅎ

AgalmA 2015-07-05 15:15   좋아요 1 | URL
ㅎㅎ 2월에 만병통치약님 서재에서 최다 댓글(16개) 단 글이 있어서 웃으며 확인했어요ㅋ 글 맥락과는 상관이 없었던 터라 좀 죄송하기도;....그 이후 댓글 릴레이에 대한 경각심 급상승ㅎ 그러나 사람 대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이럴 때 독선의 성격이 필요한 거지요~ 만병통치약님은 독선을 책에 대한 블랙유머로 잘 표현하고 계셔서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

물고기자리 2015-07-05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경험이 있어요^^ 리뷰 사이트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곳에서 몇 년 동안 만 개를 훌쩍 넘기는 댓글을 달았었는데 어떤 면에서 저는 글보단 댓글을 쓸 때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댓글이란 건 다른 사람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라 다른 집을 방문할 때처럼 적당한 예의나 유쾌함 등을 갖추고 조심스러워도 할 말은 해야겠는, 즐거운 피로를 남기거든요 ㅎ

꽤 정성스러웠던 그 많은 댓글들을 떠올려보면 내용의 방대함이나 정성보단 제 뜨거움을 먼저 추억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언제 또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싶어서요.

저는 제가 남긴 글과 댓글들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생각해요. 소통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을 들인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북플에서의 저는 이기적인 유저이고,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활자의 힘을 아는 만큼 제 발자국을 함부로 남기지 말자 다짐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먼저 반응할 때가 있어요^^

북플을 우연히 알게 된 건 두어 달 남짓인데 전 제 서재에도 딱 한 번 가봤어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다른 분들의 언급을 통해서였죠.

책에 대한 애정과 노트북을 켜지 않고도 쉽게 리뷰를 올리거나 볼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북플을 찾지만 아갈마님 같은 분들의 활동 덕분에 독방 같은 이곳이 사랑방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ㅎ

아갈마님이 열심일수록 스스로에게나 다른 분들께 긍정적인 자극과 공감을 주실 거라 믿어요.

댓글뿐만 아니라 아갈마님의 글을 말하는 거예요. 제 관심분야와 상관없이 꼭 읽고 지나가는 분들 중의 한 분이거든요.

자극 없이는 생각을 더하거나 뺄 수 없는데 그런 긍정적인 자극과 공감을 얻게 되는 글이니까요.

제가 댓글 다는 것을 엄두내지 못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ㅎ 장황하고 길어지는 거요 ㅋ

그나저나 정말 난장판이네요. 경례하는 모습 말이에요 ㅜㅜ

AgalmA 2015-08-15 00:38   좋아요 1 | URL
어제 물고기님 리뷰에 대한 단상들이 제가 하나같이 느끼고 있는 점이었는데, 뭐라 더 말을 덧붙이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다 말씀하신 거에 중언부언될까 해서...ㅎ;
맞아요! ˝조심스러워도 할 말은 해야겠는˝ 이 말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런 경험 통해 위축되고 좌절과 후회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사실 에너지 소모가 점점 힘들어지는 게 가장 좌절스러워요.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어푸어푸 이참에 폐활량을 늘리는 수영을...(죄송해요. 엉뚱한 소리하는 게 또 제 취미기도 해서...제가 그리 진지한 사람이 아니라능!)
물고기자리님의 소회는 긍정성을 더 앞에 두셔서 저도 그 긍정을 받아보게 되네요.

제게 칭찬을 주시지만 물고기자리님 리뷰 볼 때 저는 마음의 차렷자세;; 공감도 참 많이 되고요.

경례 난장판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녜요. 나라사랑이 기반이 돼야 몸도 따라 줄텐데...그런 게 요즘 정치인이고 일반인이고 있을 여유가.... 저는 국가라는 체제와 규범을 절대적으로 반대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도리에서 보면 세상사가 참....

양철나무꾼 2015-07-05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님은 멋지시네요~따위의 가벼운 농담을 할 수 있는거지만,
역시 님은 글도 그렇지만, 댓글에서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뭘 얘기하냐면 비껴가지 않고 맥락을 파악하는걸 한큐에 끝낸다는걸 의미하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는것도 있지만, 수많은 분야를 두루 폭넓게 꿰뚫고 있어야 나올 수 있는 댓글이 불가능하거든요.
게다가 듣기 훈련이 잘 된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치례의 답방이 아니고, 쓴글을 열심히 읽고 코멘트를 해주시는 님 같은 분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죠.
님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AgalmA 2015-07-05 15:57   좋아요 1 | URL
아시다시피 저도 (성공 여부를 떠나) 농담 엄청 하잖아요ㅎㅎ;
제가 인사치레를 싫어해서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기 싫은 거예요. 아마 제 배움이 많아서라기 보다-여기 열공다독 얼마나 많은가요-공감력이 중요한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심상정-노회찬 사이에 30대 후반의 조성주란 분이 눈에 띄더군요. 그와 그의 동료들이 이뤄 온 성과는 통상적인 진보적 대의가 아니라 정말 소소하지만 `사람`을 향해 있다는 것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조성주 씨가 그러더군요. 자신의 장점은 사람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는. 정치 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언제나 절실했지만 언제나 부족한 점이죠. 그래서 이토록 쉽게 정쟁화, 경쟁화되는 것일테고. 이런 분들이 안 되겠다 싶어서 물밑에서 올라와 정치를 많이 해 주면 희망도 있겠지...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서재 사람들이 보통 이상의 지식과 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앎이란 안경을 통해 세계를 재단해서 보려는 속성을 자주 느낍니다. 당연하겠죠. 자기의 앎을 넘어 뭘 본다는 건 불가능하니.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에 나오던 귀와 목소리와 눈이 확대된 인물들은 아닌가 매번 짚어봐야 할 겁니다. 저도 그런 속성의 인물은 아닐까? 매번 고민스럽죠. 그래서 끊임없는 배움과 반성이 필요한 거고요^_ㅜ)

양철나무꾼님처럼 좋은 질문과 글 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가 생각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거죠. 듣는 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서로가 생각하는 게 점점 다양화되다 보니 오해와 곡해도 많이 생기는 거 같아 그게 참 걱정스러운...

2015-07-0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09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쓴 댓글에서 글감을 얻을 때가 있어서 댓글을 따로 관리해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글감이 참 없구나, 하다가 어느 님의 서재에서 댓글을 쓰다가 얻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의 글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가 되겠습니당~~
남의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좋은 일을 하다가 복을 받았다, 가 되겠습니당~~

AgalmA 2015-07-10 22:16   좋아요 0 | URL
워낙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댓글을 달다가 과장 보태어 대오각성 같은 순간도ㅎㅎ;
다른 분께 댓글을 달 때 좋은 질문을 모색하는 게 서로에게 좋겠구나 생각합니다^^

CREBBP 2015-07-10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교환할 수 없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어요. 그래서 내 생각이나마 글로 남기는 건데.. 어떨땐 참으로 귀찮죠. 그래도 꾸역꾸역 한 1~2년 읽고 쓰고 했더니 이렇게 세상이 조금 변했네요. 휴대폰에서도 가볍게 SNS 처럼 다른 생각과 공감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좋아요 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핵심 내용을 가지고 의견 교환을 한다던가 공감하는 내용들을 가지고 말을 섞는 행위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같아요. 저도 댓글을 모아봐야겠어요. 사실 대화를 하면 혼자 쥐어짜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잖아요. 댓글 달 때 더 좋은 생각과 글감이 떠오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헤요. 저도 뭐 건질 거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AgalmA 2015-07-10 23:56   좋아요 1 | URL
공감 만 개^^!!!
guiness님도 워낙 정성 가득한 글을 쓰셔서 제게 생각을 참 많이 던져 주시죠. 그래서 guiness님 리뷰 읽을 땐 섣부른 질문으로 서로의 생각에 혼선이 가지 않도록 고심을 많이 합니다;
능력 부족으로 제 역량이 되는 글에만 댓글을 달게 되는 게 아쉬워요... 공부 열심히 할께요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