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출토 도자기 바로 보기 중원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1
강경숙.김세진 지음 / 진인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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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토 도자기를 기술하는 방법에 대해 한 연구자가 논문형식으로 책을 썼다. 기술하는 것은 도자기의 제조 가마나 불의 온도, 태도와 수비과정을 거쳐 물레질을 통해 성형을 하고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과정과 그 사이에 문양과 무늬를 새겨 미감을 표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출토 유물에 대해 기술하는 방법이란 출토 유물에 대한 공예사적이고 그에 대한 수요자의 시대적 반영과 그 미감을 포함해서 한 시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전에 본 도자책과 비교해서 이 책이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 도자기 발전의 개략적인 시대적 구분과 그 의미와 특징이 간략히 정리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자기 기술에 따른 도자기의 유형 분류와 발, 완, 접시 등 기형에 따라 사례를 사진으로 정리하여 시대별 같은 유형과 유약색과 조형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내겐 시원한 점이었다. 물론 사례로 든 유물의 수와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조형과 문양과 유약색을 바로 옆에 놓고 비교해볼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시대별, 가마별, 도자기 종류별 다양한 태토와 유약을 비교해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굽부분의 모래받침, 태토빚음받침, 규석받침 등의 모양과 형태에 대해서도 비교해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도자기 편을 태토와 유약이 구분되게 그리고 태토의 수비에 따른 청자색과 백자색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았다. 사실 도자기편이 시대별 가마별로 조사가 되어 있었다면 한국의 도자사가 훨씬 더 분명하고 체계적인 연구상태에 놓여 졌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제 시대에 도굴품을 빼돌리기 위한 측량과 무분별한 도굴행위의 의도를 가진 가마터조사가 자행되지 않았더라면 도자편의 태토와 청자색, 유약, 백자색 등 보다 많은 정보와 기물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책이 나오기 위한 계단이 되어주는 이같은 책이 있기에 또 그 다음의 연구는 좀 더 진보된 연구를 만날 수 있겠다. 다만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되는 기물의 확장이 없어서 늘 발표된 자료로만 접근하려 한다면 한계를 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민간이 소장한 보다 폭넓은 기물조사와 정확한 연구와 근거에 의한 기물의 인정과 수용이 한국도자사의 구멍난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진정 보는 안목이 있다면 기물이 많은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편견과 폐쇄성 속에 갇혀 있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기물은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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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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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레드 호세이니의 세번째 작품이다. 역시 훌륭하다.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프랑스, 유럽으로 무대가 더욱 커진 것처럼 울림도 더욱 깊었다. 왜? 제목을 "그리고 산이 울렸다."라고 지은 것인지에 대해 책을 다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 사랑하는 자의 부재라는 것은 슬픔이자 절망이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의 타자는 부재이지만 그것을 마음 속에 살아있는 존재로서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과 슬픔을 말없이 묵묵히 지켜주었던 존재는 바로 산이었다.

 

  이 이야기는 작은 단편들로 구성된 것 같다. 압둘라와 파리의 이야기 그리고 와다티와 닐라의 이야기, 이사벨의 사랑이야기, 아델과 골람의 이야기 등등의 작은 이야기들은 서도 동떨어진 각 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 속에 제자리를 찾아갈 때 우리는 소설의 구성으로서도 보다 큰 그림들을 그려나가게 된다. 한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압둘라와 파리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서로의 부재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그 줄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한다.

 

  압둘라와 파리에게서 일생 동안 만날 수 없었던 사랑의 부재는 닐라와 와다티에게로 압둘라와 그의 딸 파리에게로 닐라와 그의 딸 파리에게로 그대로 유전자의 복제처럼 반복된다. 결국 사랑은 부재 속에서 완성되는 것일까? 평범한 일상으로 존재했다면 알 수 없었던 소중함을 그들은 일생동안 추구하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신의 선물로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압둘라와 파리는 압둘라의 죽음을 앞두고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압둘라는 파리를 알지 못하여 결국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서로의 부재는 서로의 가슴 속에 생생히 그리움으로 남았다면 서로의 만남은 결국 헛돌고 마음의 만남은 이루지 못하게 되고 이같은 비극은 이를 일생동안 지켜보았고 그들의 삶을 연민했고 어루만져주었던 산을 울렸다.

 

  우리가 각자의 오늘의 삶에 울릴 수 있다면 작가는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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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 다산·추사·초의가 빚은 아름다운 차의 시대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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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선생님이 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여 차문화를 정리했다. 조선 후기 다산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차애호문화를 중심으로 조선후기의 차문화는 번성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초의스님의 차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이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다. 물론 다산과 추사가 있었기에 초의스님의 차문화는 더욱 발전을 거듭했고 경화세족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연이어 읽고 있는 다완의 시리즈를 이쯤에서 접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신라 흥덕왕 때 중국에서 차 씨앗이 들어와 국토에 뿌려졌지만 그것을 가꾸고 차로 만들줄 몰라서 오랜 세월을 기다려 조선후기의 차를 통한 만남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 책은 차 문화와 관련한 고문을 일일이 찾아서 해석하고 검증해가며 차와 관련한 글귀를 뽑아서 정리했다. 그래서인지 개인문집에 실린 글이 많았고 또 걸차의 편지글 형식이 매우 많았다. 차를 통한 교우에 서로 상찬하는 글을 통해서 차문화에 대해 알려준다.

 

  차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봄에 올라오는 풀은 새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성을 가지고 있는 데 이 차잎 또한 곡우 전후로 흐린 날을 골라 채취하는 방법부터 덖는 방법, 그리고 구증구포의 반복적 덖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독성을 제거하는 과정이 알려진다. 체증을 내리고 학질을 치료하고 감기를 치료하는 약성으로 인해 다산선생님은 차를 마셨다. 이 차가 기호품으로 되기까지는 독성제거의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예술품이 그러하듯 생산자 뿐만 아니라 그 수요자의 기호가 예술품을 더욱 발전시키기도 한다. 다산 선생님과 그 제자들, 그 아들 정학연 정학유 등이 차를 애호하고 즐기지 않았다면 초의스님의 차는 발전하지 못했으리라. 또한 추사의 까다로움과 그 우정을 나누었던 벗들이 없었던들 차문화는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리라. 박영보의 남차병서와 자하의 남차시병서 그리고 홍현주의 요청에 의해 동다송이 씌여지는 과정에서 그들은 차를 매개로 인생을 나누었고 삶의 깨달음을 나누었고 시정을 나누었고 무엇보다도 차의 그윽한 맛을 나누었다.

 

  다산 선생님이나 추사 선생님의 걸명시 또한 때로는 구걸하고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거칠고 험하게 차를 보내달라고 하는 편지글은 웃음을 선사한다. 조선 후기의 어느 시절로 돌아가 차에 미친 차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차를 둘러싼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나는 이 봄이 올 때까지 차를 달여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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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최준식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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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패배감에 젖어 있다. 자신의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수많은 외침과 내부갈등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바램으로 바램이 열망으로 바뀌어서 한국인의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서양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국 근대화의 시계가 빨라질수록 한국 정체성의 파괴는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누군가를 모방한다는 것은 자신이기를 버리는 행위였다. 그러한 결과 한국인은 자신 고유의 것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좀 더 근사해보이는 외국문화를 추구하기 시작했지만 늘 모방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많은 노력과 공에 비해 그 결과는 최고가 아닌 늘 2류에 머물러야 했다.

 

  한국학자 최준식 님은 이러한 한국문화의 열등감과 패배감에서부터 출발하여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말한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 나아갈수록 우리 고유의 것이 받는 엄청난 찬사 속에 우리는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세계화된 한국음식문화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악, 전통 춤, 전통 회화, 전통 공예 등 무수하게 많은 잃어버린 한국의 전통은 새시대에 극복되어지길 바라며 세계로 도약할 씨앗을 감춰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한국은 자신을 버리고 타자화되어가는 과정 속에 그 중요한 씨앗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서양바라기의 세월 속에 잃어버린 자신의 본래모습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런지도 모른다.

 

  한국 음악에 드러난 즉흥성은 공예에서는 무기교, 자연미, 비균형성으로 이는 다시 음악의 엇박자, 시나위로 돌고 돌아 그 자유분방함의 미가 온 땅에 스며든 시절을 떠올린다. 중국화의 정형에서 벗어난 조선 독자적인 회화가 정선에게서, 단원에게서, 혜원에게서 나타났고 중국도자기에서 비롯되었으나 한국만의 고유한 청자를 비롯하여 자유분방함과 무기교의 공예, 분청사기와 정호다완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그 고유성과 창작성의 미를 꾸준히 이어왔다. 수십 수백가지의 색깔의 층차를 가지는 흰색의 예술, 백자는 또 유교적 검소함과 여백의 미를 얼마나 살려내었던가?

  특히 조선 후기에 와서 신분질서가 흐트러지고 상하간의 신분이동이 많아지면서 자유로운 의식과 정신세계는 조선 후기의 독창적인 예술의 창조를 가져왔다. 시나위와 산조, 판소리와 살풀이춤과 승무, 창작과 자유의 탈춤, 민화, 장승 등의 조선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문화가 쏟아져나오는 시기, 문화예술의 빅뱅이 바로 이 때 이루어졌다고 저자는 본다. 실제로 민화를 보다가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적인 그림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조각보를 보다가 추상미술의 원조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생활 속의 파격과 창조에 의한 일상생활의 재미, 그것이 우리 전통의 예술세계였고 정신세계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독창적인 우리의 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버린 전통과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전통과의 만남 속에 발효되고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새로운 그 무엇이 창조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런 면에서 만나야 하고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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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불화 명작강의 -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국보급 베스트 10
강소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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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에 가면 사람들이 으례히 드는 곳이 있다. 주로 그 사찰의 본존불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 대적광전, 무량수전 등이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그래서 그 부처님의 광명 속에 자신의 소원을 빌고 마음을 바치고 또 위안받는다. 그렇지만 불상을 보고 절할 뿐 그 뒤에 걸린 불화나 탱화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또 그것을 그린 사람의 의도나 의미를 제대로 알지못한다. 루브르에 가서는 모나리자나 유명작품을 귀에 설명테이프를 들어가면서 오랜 시간 잘 돌아다니지만 정작 회화사의 걸작인 우리나라 불화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의도이다.

 

  사찰문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사찰예절이나 사찰문화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더구나 불화 속의 부처님의 명호나 의미, 보살님들의 종류와 의미, 조사스님들이나 불화가 이야기하는 스토리에 대해 모른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고보면 또 회화사적인 미감을 갖고 들여다보면 고려와 조선불화야 말로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을 넘어 세계 문화유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그 불화 속 부처님과 보살님을 경외와 믿음의 눈으로 쳐다보며 삶의 진실에 대해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구려벽화는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이 몇 점 되지 않고 또 대부분 외국에 흩어져 있다. 고구려벽화는 귀족불교적 성격을 띤 시대적 배경으로 대단히 섬세하고 웅장하다. 또한 불교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참배자로 하여금 속세의 그릇된 견해를 버리고 청정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올 것을 가리킨다. 그에 비해 조선시대의 불교는 유교중시와 불교탄압이라는 배경하에 민중과 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현세구원적 성격을 띄고 있다. 그림의 형식도 세밀함에서 벗어나 대담하고 역동적이게 부처님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속세의 세계로 나와 민중들의 삶을 구제하고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의미를 가진다.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연등불, 노사나불 등 등 많은 부처님의 명호와 형상 그리고 부처님의 수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왜 그런 형상을 갖게 되었는지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불화와 더욱 친숙해지는 느낌이고 앞으로 사찰에서 대하는 불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나. 강우방 선생님의 따님이시다. 한국미술사에 대한 강우방 선생님의 책을 최근에 몇 권 읽게 되었는데 이어서 또 좋은 책을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갑다.

 

  불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처님의 참 가르침에 따라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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