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봤는데, 지금까지 가슴이 아파요.
가슴이 아파서, 이러니 저러니 말할 수가 없어요.
두 번 보고 싶진 않아요. 보면 아픈데, 어떻게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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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감우성의 광대 연기는 아무래도 5%쯤 모자라다는 거.
사실 그 정도 한 것도 대단하다 싶긴 하지만, 놀이판을 휘어잡는 광대 노릇은
진짜 광대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싶었지요.

그리고 한 가지 트집을 잡자면... 연산군은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의 인물인데
중국의 경극은 18세기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거... 그러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므로, 알고만 본다면 그냥 봐넘길 수 있지요.

그리고 역사 기록과 다른 부분을 하나 집어낸다면 환관 김처선의 죽음.
영화와 달리 기록에는 김처선이 연산군에게 바른말을 하다가
연산군에게 다리와 혀를 잘렸다던가 화살에 맞았다던가 해서 죽었다 합니다.
역시 영화와 역사는 다르다고 알기만 하면 되지요.

(한 가지 추가)
궁의 후원에서 사냥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배경이 대나무 밭이에요.
기후 여건상 서울에는 대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왕이 살았을 경복궁이나 창덕궁 후원에 대나무 밭이 있을 수 없지요.
 

왕의 남자 | 감독 : 이준익 | 출연 :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 개봉일 : 2005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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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1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쟤가 남자라니!!!
끌리네.. 윽... =3=3=3

숨은아이 2006-01-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끌리면 뭐 어때요. 불행히도 극중 인물이라서... ^^

mong 2006-01-1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칭찬이 자자하니
저도 얼렁 봐야겠어요~ ^^

깍두기 2006-01-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님 분명 여자'만' 좋아한다고 해놓고!(쟤는 내꺼 내꺼!)

이거 빨리 보러 가야지....끝나기 전에....

하이드 2006-01-15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남자로 태어나서 쟤를 사랑할꺼야. 다음생에 .. .흑.

숨은아이 2006-01-15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님/아, 제가 말한 게 칭찬인가요? 아무튼 대단히 공들인 것만은 틀림없어요. 배우들 연기도 훌륭하고...
깍두기님/오, 꼭 보세요. 보시고 나서 뭐라고 하실지 궁금해요!
하이드님/그냥 여자로도 사랑하면 안 될까요? ㅠ.ㅠ

balmas 2006-01-1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남유??

숨은아이 2006-01-16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재미'라고 쉽게 말하기는 좀 슬픈... 두 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고만 말씀드릴게요.

하늘바람 2006-01-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네요

로드무비 2006-01-16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보러 갈랍니다. 저 아이!^^

2006-01-16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6-01-16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로드무비님, ^^
속삭이신 ㄹ님, 바쁜 일 홀가분하게 끝마치고 읽으세요. 리뷰 꼭 부탁드려요. 헤헤.

글샘 2006-01-16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모섹슈얼을 떠나서, 광대를 통해서밖에 자기 분노를 표출할 수 없는 왕의 아픈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영화였지요. 미치지 않곤 못 배기는 왕의 분노 말입니다.
이 영화는 워낙 코믹하고 풍자적이어서, 역사적인 비판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역사물이라고 자칭한다면 모를까, 풍자 예술에서 시간과 공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까 말입니다.
풍자 문학은 그런 시공간을 뛰어넘는 데 가치가 있지요.

숨은아이 2006-01-16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샘님도 보셨군요. ^^
 

오랜만 오랜만 오랜만이어요!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고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우리말 도사리]랑 [속담사전] 한 장씩 읽는 것도 뜻대로 안 되네요.
한 장씩이라기보다
[우리말 도사리]는 한 꼭지(소제목 아래 이어진 글 한 편, 보통 1~2쪽에 걸치는 분량)씩 읽고,
[속담사전]은 한 쪽(한 면)씩 읽는데도 그래요.
출근하자마자 집중해서 한 20~30분 읽으면 될 텐데 말이지요.
내일부터는 꼭 그렇게 하리라 다짐!



이건 1월 4일에 찍어놓은 속담사전 6쪽이에요. 으아~ 열흘도 넘었다...

가만바람이 대목을 꺾고 모기다리 쇠X한다.

"쇠X"가 도대체 뭘까요? 속담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X로 표기하다니...
웃음이 납니다. 이래서야 제대로 속담을 전달한다고 볼 수 없잖아요.
1962년에 나온 초판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1980년 10월에 개정판이 나온 걸 생각하면...
이때는 출판 검열이 이루어졌잖아요. 혹시 그 때문일까요? 쯧...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제대로 나올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이렇게 나옵니다.


가만바람
「명」『북』약하게 소리 없이 부는 바람.

  
가만바람이 대목을 꺾고 모기 소리에 소가 놀란다

『북』'가만한 바람이 대목을 꺾는다'의 북한 속담.

  가만바람이 대목을 꺾는다

『북』 '가만한 바람이 대목을 꺾는다'의 북한 속담.



북조선 지방의 속담이네요.
"모기다리 쇠X한다"가 "모기 소리에 소가 놀란다"로 바뀌었는데요.
"쇠"는 쇠고기 할 때처럼 "소가" "소의"란 말의 준말이고,
X는 뭘까요? 도대체 무슨 말이기에 바로 쓰지 못하고 X 표시로 숨겼을까요?

어쨌거나 가만 가만 부는 바람, 가만바람이라. 기억해두고 싶은 낱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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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2006-01-1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참 아름다운 말이 많은 것 같아요...소슬바람, 새털구름, 여우비등...좋은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면 좋겠어요^^

물만두 2006-01-1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궁금하네. 엑쑤파일도 아니고~

깍두기 2006-01-1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엄청 궁금하다. 몰까몰까????

숨은아이 2006-01-1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릿광대님/예, 실생활에서 자주 씁시다~
만두 언니/그렇지요 그렇지요. 아, 궁금해.
깍두기님/이거 알아맞히기 이벤트라도 열까요? ^^

mong 2006-01-15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바람...저도 기억해 둘께요~
내일부터 결심 변치 마세요 ^^

숨은아이 2006-01-1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고마워요. 내일부터 꼬옥~ ^^

숨은아이 2006-01-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욕 비슷한 비속어 아닐까 싶긴 한데... ^^a

조선인 2006-01-1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려주세요!!!

숨은아이 2006-01-1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새벽별님 고맙습니다. 저 대신 대답해주신 조선인님도... 아하하, 그 말이었군요.
 

이 사진을 찍은 건 2005년 12월 29일.
날개님께 빌린 [Stay] 1, 2권을 로드무비님께 보내려고 상자에 책을 넣다가
보내기 전에 다시 한 번~ 하고 한 번 더 읽었는데,
지난번엔 무심코 넘겨버렸던 재미있는 그림이
2권 차례 면에 있는 걸 보았다. 



아츠시가 그려놓은 동그라미를 무시하고 저벅저벅 다가가버린 미치루. ^^
책 전체의 내용을 잘 압축해놓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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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6-01-1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역시 만화는 두 번쯤 봐야 해요. 그렇죠? ^^

숨은아이 2006-01-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줘야!
 

배동바지라는 출판사 아시나요? 주로 어린이 책을 내는 곳이지요.
(좋은 책을 많이 낸 곳으로 알고 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웬 바비 인형 책들이 주르륵 나오네요. -.-)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발음도 쉽고 기억하기도 좋은 이름이라고 감탄했어요.
그 뜻은 몰랐지만, 막연히 어린아이가 입는 바지가 아닐까 생각했고요.
오늘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읽다 알았어요.

배동-바지   
「명」벼가 알이 들 무렵.

오, 그렇담 배동바지의 “바지”는 입는 바지가 아니라,
“일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할 때의 그 막바지에 붙은 바지네요.
힘든 여름 지나고 벼가 알이 들 무렵이라니,
농사꾼에게는 꽤 뿌듯한 시기일 듯해요.
그때쯤 논에 물을 다시 한 번 더 대주고,
혹시 가을걷이 전에 큰물이 나지 않기만을 기도하겠지요.
배동바지나 패암(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것) 때 논에 대는 물을
꽃물”이라고 한대요. 꽃물이란 말에는 “일의 긴한 고빗사위”라는 뜻도 있지요.
그만큼 배동바지나 패암 때 논물을 잘 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한 해 농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고비가 되는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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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에서 오늘 읽은 부분은 모내기와 가을걷이에 관련된 말들이다.
봄에 모내기할 때, 모를 손에 잡고 심기 좋게 서너 움큼씩 묶은 것을 모춤이라 하고,
모내기할 때 모만 심는 일꾼을 모잡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그 아래 “모춤을 별러 돌리는 일을 맡은 일꾼은 모쟁이”라는 말이 나온다.
모춤을 “별러 돌린다”니, 그게 대체 어떤 일이지?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봐도 똑같은 풀이가 나온다.

모-쟁이
「명」모를 낼 때에, 모춤을 별러 돌리는 사람. ¶을만이와 막동이 등 모쟁이들은 모를 찌는 족족 모 타래를 논두렁으로 나르고 있었다.≪송기숙, 녹두 장군≫§

(모를 찐다는 말은 모판에서 모를 뽑는다는 말이다.)

벼른다고 하면, “그놈 한번 혼내주려고 별렀다.”거나,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그 책을 샀다.”는 식으로,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는 뜻으로 쓰는 말 아닌가?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뜻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벼르다”를 찾았더니, 역시나 흔히 쓰는 뜻 외에 다른 뜻이 하나 더 있었다.

벼르다02
〔별러, 벼르니〕「동」【…을】 일정한 비례에 맞추어서 여러 몫으로 나누다. ¶그들은 적은 돈이지만 잘 별러 쓰기로 했다.§
「비」 배당하다(配當-)〔1〕. 벼름하다.
 

아하! 그렇다면 “모춤을 별러 돌린다”는 말은
모찌기(모판에서 모를 뽑는 일) 하는 사람이 모를 뽑아
서너 움큼씩 묶어서 모춤을 만들어가지고 한데 쌓아 놓으면,
이 모춤들을 모잡이(논에 모를 심는 일꾼)들 수에 맞게 나누어서
모잡이들에게 건네준다는 뜻이다.

그럼 협동조합에서 수익을 나누는 것도 벼르는 것이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고구마를 나누어 주는 것도 별러주는 거네.

별러-주다〔-주어(-줘), -주니〕「동」【…을 …에/에게】【…을 …으로】 몫으로 나누어 주다. ¶유 선달이…안 참령 집에를 다녀오자 금년 작권을 다시 동리 사람들에게 별러주었다.≪이기영, 봄≫//그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일어나서 아랫목으로 그의 자리를 별러주었다.§

맛있는 거 생기면 이웃끼리 벼르면서 삽시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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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럽시다~

하늘바람 2006-01-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납니다

숨은아이 2006-01-0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설 2006-01-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르다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또 하나 알았네요. 물론 곰방 까먹어버리긴 하지만요^^

깍두기 2006-01-0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잘 알았습니다^^

숨은아이 2006-01-0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저도 이번에 첨 알았어요. ^^
깍두기님, 혼내주려고 벼르시면 안 되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