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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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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갑(북케이스)이 필요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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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 한국신화 1 - 신화로 만나는 세계 7 한국신화
최원오 지음 / 여름언덕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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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년 전인가, 한국신화 강좌를 들을 적에 난생처음, 무당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한국신화를 알았다. 기억력이 매우 안 좋은 고로 강의를 통해서만 듣고 흘려버려야 하나 안타까웠는데, 이 책 덕분에 그때 들은 신화를 상당수 다시 새길 수 있었다.

한국신화는 성서의 창세기나 그리스 신화처럼 한 줄기 체계나 계보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지역마다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한 편 한 편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되 그 전체를 꿰뚫는 어떤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내가 신화나 어원, 고고학 따위에 관심 있는 것은, 어떤 생각이나 사실을 사람이 어떻게 해냈을까 알아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땅과 하늘을, 세상을 어떻게 파악하기 시작했을까.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물질을 세계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은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을까.

한국신화에서 어떤 일관된 세계관을 뽑아내기는 어렵지만, 창세 신화라 할 수 있는 관북 지방의 석가 미륵 신화(미륵이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 석가가 내기를 제안, 속임수로 세상을 빼앗는다)나 제주의 대별왕 소별왕 신화를 보면, 세상은 ‘살기 힘든’ 곳이다. 왜냐하면 석가와 소별왕이 속임수를 써가지고 순리를 따른 미륵과 대별왕에게서 세상을 빼앗았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는 살인 역적이 많을 것이다. 도둑도 많을 것이다. 남자는 열다섯 살이 되면 자기 아내는 놓아두고 남의 아내를 엿보는 자가 많을 것이다. 여자도 열다섯 살이 되면 자기 남편 놓아두고 남의 남편 엿보는 자가 많을 것이다.” 이승은 그러하고, 대신 대별왕이 차지한 “저승법은 맑고 청랑”하다.(36쪽)

그렇지만 부자가 되어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일이 왕왕 있는데, 부자가 되어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죄다.

벼는 썩어서 두엄이 되게 하고, 쌀은 썩어서 재가 되게 하고, 돈은 녹이 슬게 하고, 옷은 썩어서 거름이 되게 하고, ...... 걸인이 오면 식은 밥덩이를 여기저기 던져 주었다.(68-69쪽, 사마장자 이야기에서)

벼, 쌀, 돈, 옷이 남아나서 썩게 하는 게 바로 부자의 첫째가는 죄였던 게다. 그리고 거지에게 밥을 주더라도 곱게 주지 않고 여기저기 던져 주면 그게 죄였다. 이 구절에서 나는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벼, 쌀, 돈, 옷이 남아나면 썩게 두지 말고 이웃에 풀어서 돌게 할 일이다.

죄가 그렇다면 공덕은 무엇인가?

깊은 물에 다리를 놓아 주는 월천공덕(越川功德), 절을 지어 주는 위인공덕, 옷 없는 사람 옷 주고 밥 없는 사람 밥 주는 활인공덕, 목마른 사람 물 주는 급수공덕, 그중에 제일은 젖 없는 아기 젖 먹여 기르는 공덕이라 하더이다.(138쪽, 바리데기 이야기에서)

그중에 제일은 젖 없는 아기 젖 먹여 기르는 공덕. 아이를 입양해 정성껏 기르면 그게 가장 큰 공덕인가 보다.

책을 읽다 보면 잘 모를 낱말이 가끔 나오는데, 그만큼 구전으로 이어지는 입말의 세계에서 내가 멀어진 탓도 있고, 또 무가도 노래인지라 의미 없이 음악적인 리듬감을 표현한 탓도 있다. 이를테면 상좌중이 “한침 지른 고깔에 두 귀 누른 장삼을 둘러 입고” 절을 나섰다는 표현이 있는데, ‘한 침 지른 고깔’이나 ‘두 귀 누른 장삼’이 대체 어떻게 만든 고깔이며 장삼이란 말인지? 굳이 해석하자면 한 침에 질러 만든 고깔(바느질 한 번에 뚝딱 지어낸 고깔?)에 두 귀를 눌러 만든 장삼(어떻게 천의 두 귀를 누르면 장삼이 되는지 모르겠다)이란 말일 텐데,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운율에 맞춰 읽으면 될 듯하다. 한 침 지른 고깔에 두 귀 누른 장삼. 랩으로 불러도 괜찮겠다. ^^
 
이들 신화는 무당이 굿할 때 읊어짐으로써 전승되었는데, 묘하게도 그 내용 중에 남에게 저주하는 말 속에 “자손 중에 무당이 나고” 하는 구절이 곧잘 나온다. 무가에 무당을 멸시하는 내용이 있다니,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근세 이후 무당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낮았는가 짐작할 수 있다.

166쪽 이하 잿부기 삼형제 이야기에 나오는 ‘산천 선비’는 앞뒤 맥락을 볼 때 ‘삼천 선비’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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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세상을 향해 뛰어
도나 윌리엄스 지음, 차영아 옮김, 이나미 감수 / 평단(평단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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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폐아 소녀가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을 찾은 이야기, 그 실제 주인공이 쓴 이야기다. 자신의 벽에 갇힌 사람, 자폐증 어린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다 읽은 지금도 정말 이 사람을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 사람의 내면에 있었던 벽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내 안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나는 사물과 물질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본다. 사물이 그리는 반복 무늬의 세계를 좋아한다. 나는 글을 읽을 때, 한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읽어내지 못하고, 마치 이제 한글을 깨치는 어린이처럼 한 글자 한 글자씩 눈으로 짚어가면서 읽는다. 내가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은 책 읽는 속도를 올릴 욕심에 빠르게 훑어 읽는 법을 연습해서 좀 나아졌지만, 전에는 한 글자씩 읽을 뿐만 아니라 마치 내가 그 글자를 따라 쓰듯이 글자의 획까지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 그렸다. 벽지 무늬의 세계에 빠져 살았던 도나와 글자 획에 매여 살았던 나.

도나의 문제는 뭐냐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의 이른바 ‘정상적인’ 반응이 왜 정상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누군가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면, 그러니까 저 사람이 무엇을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했으니 저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게 좋다고 가르쳐주었다면, 도나도 이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들’은 그렇게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행동 패턴을 받아들인다. 도나가 세상을 두려워했던 것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의식을 작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역시 ‘정상적인 반응’을 저절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원리와 근거를 누군가에게 듣거나 나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여동생 친구가 놀러 왔는데, 여동생과 그 친구가 놀던 방에 옷장이 있어 양말인지 속옷인지를 찾으러 들어갔더니 여동생이 어서 나가라고 소리쳤던가 했다. 나는 얼버무리며 볼일을 보고 나왔던 것 같다. 내가 나가는데 여동생 친구가 그랬다. “니네 언니 공부는 잘하는데 좀 모자라다며?” 내가 뭘 어쨌기에 ‘모자라다’는 소리를 들었을까?

도나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자신의 자아는 ‘아무도 없는’ 유리벽 너머에 숨겨두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캐롤처럼 행동하며 스스로 캐롤이 된다. 캐롤이 된 도나는 활발하고 재치 있게 말하며 행동하지만, 그것은 도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로봇처럼 배우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마치 내 몸 밖에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프로그램 된 대로 말하고 웃고 움직이고, 내 자아는 공중에 떠서 그런 나를 무심히 보는 것이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일 때문에 의무적으로 만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곧잘 그런다. 내 안의 이런 점을 찾아낸 것만으로, 도나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나는 성장기에 도나의 눈높이, 도나의 발걸음에 맞춰서 서서히 벽 너머로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학대를 겪어야 했고, 집을 나와서는 동거남들에게 폭행과 착취를 당했다. (세상엔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행히 도나는 한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고, 또 여행길에 자신과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을 만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역시 여행길에 캐롤이 된 도나의 연기를 꿰뚫어보고 자신을 찾도록 격려해준 독일인을 만나면서, 그러나 스스로의 고통은 고스란히 혼자 견뎌내면서, 마침내 유리벽 너머 세상으로 나온다. 가족의 도움 없이 이 모든 일을 해냈다니, 참으로 장하다. 앞으로 도나를 통해 사람들이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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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12-2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정상적인, 이란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걸 모른다고 모자르다고 혹은 자폐적인 기질이 다분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전 얼마 전에 뇌신경학자가 쓴 책을 읽고 났더니 한동안 모든 게 다 뇌의 비정상적인 작용처럼 보이데요. ^^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하늘바람 2005-12-2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리뷰가 참 좋네요

숨은아이 2005-12-2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자주 뵈니 참 좋아요. ^^ 그러게, 어른들이 하는 행동도 참 미성숙한 경우가 많은데 말이에요.
하늘바람님/고맙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로드무비 2005-12-2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가끔 마치 내 몸 밖에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저도 그런데요! 제가 하는 짓이 가소로워서 코웃음을 치기도 하지요.
자폐증에 관심이 좀 있습니다.
병이라기보다 참 신비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숨은아이 2005-12-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는 일이 가소로워서 코웃음을 치기도... 아아, 제가 정말 그래요!
 
도나, 세상을 향해 뛰어
도나 윌리엄스 지음, 차영아 옮김, 이나미 감수 / 평단(평단문화사) / 2005년 9월
절판


사람들은 '정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확고부동한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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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 더 많은 흑백논리가 들어있나요?

숨은아이 2005-12-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글쎄요, 구체적인 흑백논리가 들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구요, 다만 도나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흑백논리에 의해 "미친 아이" 취급을 받곤 하지요.
 
조선왕실의 자녀교육법 - 혜경궁 홍씨, 인수대비, 사주당 이씨에게서 조선시대의 총명하고 어진 자녀 교육법을 배운다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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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노래[音]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임으로써 생긴다. 사람의 마음은 왜 움직이는가? 세상의 온갖 일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세상의 온갖 일들에 반응하면서 소리[聲]를 낸다. 이 소리가 서로 반응하면서 일정하게 변하는 것을 노래라고 한다. 노래에 춤까지 더하면 음악[樂]이 된다. 그러니 음악은 노래에서 생겼지만, 그 근본은 세상의 온갖 일들에 반응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예기]의 "악기(樂記)" 부분에서)-114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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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0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12-0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오늘 제 서재에서 많이 읽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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