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아래와 같은 사설을 냈고, 문화일보도 비슷한 기사를 내보냈다.
팩트는 아래와 같다.
일부 노조원들이 해고자 구제기금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동운동하다 해고된 뒤 10년 넘게 구제기금에서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노조는 해고자 11명에게 1인당 연간 1억40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봉 인상분에다 세금 감면 혜택으로 옛 동료 직원보다 20%나 많은 연봉을 챙기는 경우가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 여기서 일부 노조원들은 kt노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제 그 노조는 구제기금 지급을 중단하고, 해고된 조합원들을 노조에서 제명시킨 일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위 언급된 팩트는 모두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문제일까 ?
계속 중앙일보의 말을 들어보자.
노조가 조합원 동의를 받아 해고자에게 구제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유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 KT.대한항공.서울메트로 등 대기업 노조들은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경우 구제기금을 지급하도록 아예 노조 규약에 못 박아 놓고 있다.
- 노조에서 규약은 자치법이다. 따라서 그에 따라 구제기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구성원의 동의로 만들어진 자치법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니,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문제될 것은 없다. 그리고 어느 단체이든 자기 단체를 위해, 또는 자기 단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일을 하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권장되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예로 국가유공자를 들 수 있다. 밖에서 감내라 배내라 할 일이 아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지, 특히 비난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더 이상 쓸 데 없는 사족을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이제부터 자기 생각을 집어넣기 시작하는데, 보시라 !!!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
그러나 이런 관행은 노동운동 과격화와 직업 노동운동만 양산할 뿐이다.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된 마당에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보다 화끈한 투쟁'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 그렇게 말할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kt노조에서 해고된 조합원들만 그랬다는 것인가 ? 아니면 희생자 구제기금을 받는 조합원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인가 ? 아 ! 그 근거는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 그런가 ?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더 과격해지는가 ? 중앙일보에서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받는 기자들은 늘 언제나 과격한가 ? 화끈한 기사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해 막 써대고 그러는가 ?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나의 사회 현상을 그리 간단히 대충 설명해 버리는 그 단순함이. 글쓴 자는, 왜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생겨났으며, 그것의 태양이 나라마다 다르고 한국이라는 곳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생각이나 갖고 사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난, 노동운동은 격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살이가 다 그런 것처럼. 한국에서 격렬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격렬할까 ? 초국적 자본의 틈바구니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매우 냉혹하고 게다가 '과격'한 자본과 맞서는 것이 어디 앉아서 말로 떠들어댄다고 해결될까 ? 그러니 생각도 행동도 격렬해야 한다. 그런 생각과 행동은 중앙일보와 같이 자본의 입 노릇을 해온 자들이 쓰는 그런 '과격'이라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런 자들이 쓰는 말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려는 이미지일 뿐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배부르고 등따신 일부가 아닌 길바닥에서 비를 맞으며 모래섞인 찬밥을 먹는 건설플랜트 늙은 노동자들(그들 뿐일까마는)이 더 격렬한들, 어디 그들에게까지 감히 '과격'이라는 단어를 들먹일까 ?
참, 중앙일보 사설(기사)를 학생들에게 보게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숭실대 총장님,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따라 배우면 안 될 것 같은데....
중앙일보의 말을 계속 보자.
물론 구제기금 지원을 받고 버티면서 직장에 다시 복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넘게 '무노동 고임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사례도 연봉은 물론 상급 노동단체에서 별도의 수입을 챙겨온 해고자가 해당기업 노조와 노선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졌다. 얼마 전에는 민주노동당 대표가 예전 직장에서 매달 별도의 돈을 받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 구제기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노조에서 따질 문제다. 노조가 따져봐서 구제기금 지급을 중단할 수도 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참 말 한번 교묘하다. 노선 갈등이야 어디나 있으니 그렇다 치고, 노선 갈등이 있다고 해서 구제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닌가 ? 그런데 그게 왜 구제기금을 오랜 동안, 그것도 많이 받은 것이 문제라는 것으로, 어떻게 논리적으로 그렇게 연결이 되는지,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가 않는다. 돈을 오랫동안 받아서 그래서 노선 갈등이 있었다 ? 그래서 돈 받으면 문제다 ? 아니면, 노선 갈등이 있다 보니 이 문제가 불거졌다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규약에 따라 돈을 받아온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왜 자꾸 문제라고 말하는가 ? 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만약 노선 갈등 때문에 제명에 이은 지급중단 조치로 나아갔다면 kt노조에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제기금의 지급은 오로지 자치법인 규약에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이지, 어떤 불순한 목적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민주노동당 대표가 돈을 받은 것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음은 이미 밝힌 바와 같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금을 계속 받아온 것을 비난받는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 (내 블로그 '일안하고도 돈 받는다고 ?'글 참조)
- 무노동 고임금이 문제라고 ? 무노동 ? 사설 중 직업 노동운동이라는 말이 있는데, 직업 노동운동가는 직업이 아닌가 ? 그럼 직업으로 회사에 붙어 노동상담을 하거나 노사관계업무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뭐라해야할까 ? 그리고 '고임금'이라면서 임금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무노동이라는 말은 하지 못할 텐데. 임금이라는 것이 본디 노동력을 제공한(즉, 노동한) 대가가 아닌가 ? 그렁다면 무노동에 고임금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숭실대 총장님, 제발 학생들 보고 중앙일보 보면서 공부하지 말라고 하세요.
- 그건 그렇고 중앙일보는 얼마나 자주 정말 말그대로 무노동 고소득(무노동 불로소득)을 질타하고 나섰던가 ? 사설로 할애할 만큼 그런 자들의 하나 하나에 대해 질타해 본 적이 있었던가 ? 매일 사설로 하나 하나 적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중앙일보에는 그런 자 축에 속하는 자는 없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혹여 그런 자가 있다면 사설로 발본색원을 말하길 바란다.
마지막 글은 새겨들을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한국 노동운동은 지난해부터 채용 비리와 공금 횡령 등으로 이미지가 곤두박질했다. 그런데도 대중과 유리된 '귀족 노동운동'을 고칠 준비나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일은 하지 않고 과거 노동운동했다는 이유로 거액 연봉을 10년씩이나 받으니 '그들만의 잔치'라고 손가락질을 안 받겠는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어떤 사회운동도 고립과 몰락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운동이 소수의 직업운동가가 아닌, 사회 다수의 고통을 대변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권한다.
- 배부르고 등따신 것만 찾는(그렇다고 꼭 비난받을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세상사람들 다 그것을 바리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만 노동자인 자들은 이제 더 이상 노동운동한다고 설치고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노동운동은 세상을 바꾸는 진짜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 얼치기 노동운동가들은 노동운동한다고 하지 말고, 그냥 조합활동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규약에 정한 노조활동 목적에서, 노동자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보고 들으면서 한번쯤 스스로를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 노동자,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고민하는 노동자, 주위를 둘러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노동자, 그들의 노동운동이어야 한다. 그것을 충고하는 것이라면 설령 그것이 중앙일보라 해도 새겨들어야 한다.
- 그러나 중앙일보는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것인지, 어쩌면 아예 알고자하는 생각 자체가 없어서인지. 분명 그런 노동자들이 지금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그런 노동자들에게 사설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 이땅의 모순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말에 동조하여 그들을 위해 글을 써 본 적은 있는가 ? 난, 이 사설을 볼 때 중앙일보가 진실을 담아 그런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왜일까 ? 중앙일보도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면 스스로 알 것이다.
- 누구에게나 기준은 똑 같으라 했다. 진심어린 충고가 곁들여진 것이라면 그러라 했다. 과거 뭐 했다고 해서 거들먹 거리는 자들이 어디 한둘일까 ? 그들이 어떤 법률이나 자치법에 따라 행사하는가 ? 그 자들과 자치법에 따른 구제기금을 받는 조합원들이 감히 비교 대상이 될까 ? 법적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문제될 것도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도 기어이 다시 한번 꼬투리 잡는 그 심보는 또 무언가 ? 진짜 노동자들로부터 나온 말이라면 더욱더 진심으로 새겨들어야 할 테지만, 진정하지 않는 질러보는 말이라, 참 중앙일보같은 데서도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정도가 되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 늘 그렇다. 힘있는 자들이 늘 의제를 선점하고 질러버리면, 힘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방어하기도 벅차다. 왜 그럴까 ? 그것은 힘있는 자들을 위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자들은 한번 내질러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해도 세상살이 걱정할 것이 없으니까.
- 그건 그렇고 중앙일보는 그럼 얼마를 받으면 욕하지 않을 텐가 ? 민주노동당 대표가 100만원 받았다고 따질 정도면 그 이하를 받고 노동운동을 하면 시비걸지 않을까 ? 노동운동 자체에 대해 시비걸기 위해 쓴 글이라고 보고 있는 나는, 중앙일보는 아마도 돈도 없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까하면서 배후를 의심하는 글을 쓰지는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내 생각이 너무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