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리뷰와는 별도로 책에서 잡은 "옥의 티"를 올린다. ^^



90-91쪽
물띠를 “배가 지나간 뒤 생기는 물거품의 긴 줄기”라 해설하고 북한에서는 이를 ‘물이랑’이라 한다고 했는데,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거꾸로다. 물이랑이 남한 표준어이고 물띠가 북조선에서 쓰는 말이다.

143쪽
고주박을 “나무를 베고 남은 밑동이나 죽은 나무등걸”이라 했는데, ‘나무등걸’은 북조선식 표기이고, 남한의 맞춤법에 따르면 나뭇등걸이라 써야 한다.

155쪽
함짓방을 설명하면서 ‘함지’는 “광산에서 금을 채취할 때, 북새나 감흙을 물에 일구어서 금을 걸러내는 데 주로 쓰이던” 네모지게 짠 나무 그릇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북새는 ‘복대기’를 잘못 쓴 것 같다. 북새는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일”이고, 복대기는 “광석을 빻아 금을 골라낸 뒤 남은 돌가루”를 뜻하는 북조선 말이다.

그리고 일단 금 부스러기가 함지에 들어가면 일부러 꺼내기 전에는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방을 함짓방이라 하고, 이를 ‘미로’나 ‘미궁’ 대신 쓸 수 있는 말이라 했는데, 아무리 함짓방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해도 ‘복잡한 구조’를 전제로 하는 미로나 미궁과 같은 말로 쓸 수 있을까? 난 아닌 것 같다.

183쪽
메밀눈을 “작고 모질게 생긴 눈”이라 설명하면서 “우묵하게 생긴 눈은 우멍눈 또는 움펑눈”이라 했는데, 우묵하게 생겼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멍눈을 찾아보니 “움펑눈의 북한어”란다. 움펑눈은 “움푹 들어간 눈”이다. 아아, 이제 알겠다. 그런데 이 책, 북조선에서 나온 사전에 너무 의존한 거 아닌가 의심이 든다.

255쪽
데시근하다’란 말을 “언행이 조리에 닿지 아니하고 미적지근하다. 매우 못마땅해하다.”라고 설명했는데, “언행이 조리에 닿지 아니하고 미적지근하다”와 “매우 못마땅해하다”가 어떻게 같은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데시근하다’는 “말과 행동이 조리에 닿지 아니하고 실속이 없이 흐리멍덩하다”라는 북조선 말. “매우 못마땅해하다”란 설명은 괜히 붙은 것 같다. 북조선 말을 소개하는 건 좋은데, 그러면 그렇다고 표시해줄 일이지.

264쪽
알음을 “사람끼리 서로 아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므로 ‘안면’이 있는 관계를 알음하다”라고 한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알음하다’는 그와 달리 “어떤 일을 알아보거나 맡아보다”라는 말이다.

273쪽
북새를 설명하면서 “여럿이서 어떤 일을 방해하는 것을 ‘북새질치다’, ‘북새놓다’고 하며, 그런 판이 벌어진 곳을 ‘북새판’이라 한다”고 했는데, 북새, 북새질치다, 북새놓다, 북새판, 북새통은 모두 여러 사람이 시끌벅적 북적이는 걸 가리키는 말이지만 꼭 ‘어떤 일을 방해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274쪽과 278쪽
“매나 몽둥이로 함부로 때리는 짓”을 뜻하는 ‘싸다듬이’를 설명하면서, 옛날 마을 공동체에서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죄 지은 이를 덕석(멍석)으로 둘둘 말아 몰매를 때리는 것을 ‘덕석몰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그것은 ‘멍석말이’이고, 덕석몰이는 강강술래의 한 대목으로 “‘몰자 몰자 덕석을 몰자’ 하는 앞소리와 받는소리를 번갈아 부르면서 맨 앞사람이 왼쪽으로 둥글게 돌면서 중심을 잡으면 뒤를 따르던 놀이꾼들은 차례로 멍석을 말듯이 겹겹이 돌아드는 놀이”다. 덕석몰이가 멍석말이의 사투리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사투리라고 표시했어야 한다.

303쪽
메지를 “건축물에서 벽돌, 석재가 이어 닿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말이 판치는 건축 현장에서 아직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키는 토종 우리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메지는 일본말로, 국립국어원에서 사춤, 줄눈으로 순화했다. 다만 우리말에는 “한 가지 일을 단락 지어 치우다”란 뜻으로 ‘메지대다’란 말이 있다.

360쪽
가락지를 설명하면서 “보통 진주나 보석 따위를 끼워 장식을 한 것을 반지라고 한다면, 가락지는 그런 장식이 없는 고리를 말한다”고 했는데, 이건 터무니없는 말이다. 가락지는 두 짝으로 된 고리를 말하고, 반지는 한 짝으로만 된 고리를 말한다. 곧 손가락에 하나만 끼우도록 만든 것은 반지, 한 손가락에 쌍으로 끼우는 것은 가락지다.

367-368쪽
“한 번도 빨지 않은 새 옷”인 진솔을 설명하면서 “모시옷을 지을 때 풀을 먹이고 다듬이를 하여 짓는 방식”을 ‘짓것’이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짓것은 진솔과 비슷한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① 새로 지어서 한 번도 빨지 아니한 첫물의 옷이나 버선 ② 새로 지어서 그대로 둔 옷감”이다.

370쪽
배악비를 “가죽신의 창이나 울 속에 두껍게 대는, 여러 겹으로 붙인 헝겊조각”이라 했는데, 배악비는 꼭 가죽신에 대는 헝겊이 아니라도, “여러 겹으로 단단하게 풀칠하여 붙인 종이나 헝겊”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371쪽
스란치마를 “입으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폭이 넓은 치마”라 했는데, 스란치마가 대개 길고 폭이 넓기는 하지만, 이름의 뜻을 설명하는 말로는 부족하다. 스란치마는 “스란을 단 치마”를 말한다. 스란은 “치맛단에 금박을 박아 선을 두른 것”이고.

374쪽
먹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양한 밥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그중 하나로 “신령에게 제사 지낼 때 올리는 노구메”를 들었는데, 노구메는 “놋쇠나 구리로 만든 작은 솥” 곧 노구솥에 지은 제삿밥이란 뜻이다. 신령에게 제사 지낼 때 올리는 밥인 건 맞는데, 노구솥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온전한 설명이 된다.

392쪽
들창을 “바깥쪽으로 밀어 올려 열게 되어 있는 문”이라 설명하고는 “중앙 냉난방을 하는 대형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열을 차단하기 위해서 창문을 붙박이로 만들고, 그 아래쪽에 환기를 위하여 작은 들창을 내는 것이다. 따라서 들창은 미세기에 비해서 대체로 창문의 크기가 작다. 이를 옛말로는 ‘벼락닫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고 했다. 들창과 벼락닫이가 같은 말인 듯이 들린다. 그러나 들창은 들창이고, 벼락닫이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위짝은 붙박이고 아래짝만 오르내려 여닫는 창문”이다. 곧 들창과 벼락닫이는 비슷하지만 꼭 같은 말은 아니다.

401쪽
통잠을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잠. 북한에서 쓰는 말”이라고 했는데, 북조선 말 아니다. 통잠은 남한 표준말이다.

403쪽
다스름을 “어떤 곡조를 연주하기 전에 음률을 고르기 위해 먼저 적당한 짧은 곡조를 연주해보는 일, 또는 그 악곡”이라 설명하고, 양악에서는 이를 “리허설”이라 한다고 했다. 내 생각에 다스름과 리허설은 엄연히 다르다! 다스름은 연주 직전에 음률을 고르는 것이고, 리허설은 연주 내용을 미리 한번 해보는 예행연습 아닌가?!

409쪽
환을 “아무렇게나 마구 그린 그림”이라 설명하면서 “화가를 낮추어 부를 때 흔히 ‘환쟁이’라고 하는데 ‘환장이’라고 써야 바르다”고 했다. 하지만 ‘장이’는 장인, 기술자를 뜻하는 말이고, 누군가를 낮추어 부를 때는 ‘쟁이’라고 한다. 어차피 낮추어 부를 때 쓰는 말이므로 ‘환쟁이’가 맞다.

411쪽
바디를 “판소리에서 명창이 한 마당 전부를 절묘하게 다듬어놓은 소리. 더늠”이라고 설명했는데, 더늠은 바디와 다르다. 더늠은 “명창이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다듬어 부르는 어떤 마당의 한 대목”이다. 곧 바디가 한 마당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더늠은 그중 한 대목을 뜻한다.

414-415쪽
고수레를 설명하면서 “굿을 할 때나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조금 떼어내어 귀신에게 먼저 바치면서 하는 소리나 짓. 단군 때에 고시라는 사람이 백성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데서 온 말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제반(除飯)’이라 한다”고 하고 바로 이어서 “흙이나 떡 반죽을 할 때 물이 골고루 섞이게 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농경에서는 갈아엎은 논판의 흙이 물에 골고루 잘 풀리게 하는 것이고, 떡을 할 때에는 쌀가루 반죽이 물에 골고루 잘 풀어져서 잘 익은 떡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앞의 설명과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고는 또 “남의 집에서 음식을 가져왔을 때에도 고수레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첫 번째 세 번째 설명은 이어지는데, 두 번째 설명은 전혀 엉뚱한 말 같다. 사전을 찾아보니, 두 가지 서로 다른 ‘고수레’란 말이 있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세 번째 설명에 해당하는 ‘고수레’와 두 번째 설명에 해당하는 ‘고수레’가 각각 따로 있는 것이다. 같은 고수레라도 엄연히 서로 다른 말인데, 그 설명을 뒤섞어놓았다.

417쪽
물수제비뜨기를 설명하면서 “자맥질은 물속에서 멱을 감으며 노는 놀이”라고만 설명했는데, 자맥질은 정확히 말해 “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이다.

423쪽
방자를 “남을 못 되게 하거나 재앙을 받게 하기 위하여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짓”이라고 해놓고는 “‘오만방자하다’에서 ‘방자’의 뜻”이라고 했다. 오만방자하다의 방자는 전혀 다른 뜻이다.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뜻의 방자는 토박이 말이고, 오만방자하다의 방자(放恣)는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란 뜻의 한자말이다.

431쪽
‘오쟁이 지다’란 말을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사내와 간통하다”로 설명했는데, 설명대로라면 ‘남편이 있는 여자’가 ‘오쟁이 지다’란 표현의 주어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오쟁이 지다’는 바로 그 여자의 남편이 주어가 되는 말이다. 그러니까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라고 설명해야 옳다.

432쪽과 436쪽에서
이바지를 “갓 혼인한 신부가 친정집에 갈 때 음식을 장만해서 가는 것”, 북조선 말인 무라지하다를 “시집간 딸이 사흘 만에 집에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다”로 설명했는데, 내 생각에는 두 경우 다 신부가 음식을 가지고 친정에 가는 게 아니라, 친정에서 장만한 음식을 가지고 시댁에 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우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바지를 “힘들여 음식 같은 것을 보내 줌”으로만 설명한다. 시댁에 가든 친정에 가든 폭넓게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라지는 명백히 “평안도에서, 새색시가 친정에 첫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지고 오는 잔치 음식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는 무슨 근거로 이바지와 무라지를 친정에 음식을 장만해 가는 것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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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2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있는데 어찌 이리 자세히 보셨어요? 전 아직 거들떠도 안봤는데. 자세히 봐도 전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텐데 대단하세요.

숨은아이 2005-12-2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1년에 걸쳐 읽었으니까요. ^^ 사실 저도 그냥 봐넘긴 거 많을 거예요.

조선인 2005-12-2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이바지를 시댁과 친정에 두루 쓰는 건 맞아요. 원래 장가를 들잖아요? 그래서 장래의 시어머니께서 잔치할 때 쓰라고 편육과 술을 아들 손에 들려보냅니다. 그 답례로 시집갈 때 떡이랑 밤, 대추 등을 며느리가 들고 가지요. 최소한 경상도에선 이 양쪽을 다 이바지한다고 해요.
반면 북한에서는 민며느리의 풍습이 남아서 남자집에서 결혼을 하니 여자가 첫 친정나들이를 갈 때만 이바지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혼 풍속도 지역마다 다 다르더라구요. *^^*

하늘바람 2005-12-2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집니다.

숨은아이 2005-12-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아, 그렇군요. 지역마다 풍습이 다르기는 할 텐데, 그럼 이바지와 무라지 다 친정 시댁 구분 없이 양쪽에 쓰는 말 같아요.
하늘바람님/쑥스럽습니다. ^^

진주 2005-12-2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이 짚어주신 것 잘 보았습니다. 저는 전혀 몰랐던 낱말들(통잠...)도 있었고, 저도 숨은아이님과 동감(나뭇등걸, 스란치마, 가락지, 환쟁이....)하는 것도 있었어요. 그 가운데 몇가지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달라 올려봅니다.

*우묵하다 : 라는 설명은 그리 낯선 표현은 아닐 텐데요? 흔히, 요리강습할 때도 "우묵한 접시에 담아주세요"이런 표현 자주 하거든요. 움푹하다-만큼 우묵하다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며 '우묵'은 우리사전에 올라와 있는 하다형 형용사입니다.

*덕석 : "덕석"이라는 용어는 원래 "추울 때에 소의 등을 덮어 주기 위하여 멍석같이 만든 것"이라는 뜻의 낱말입니다. 그래서 멍석과 덕석이 표준어와 사투리의 관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두 낱말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속담도 있지요 " 덕석이 멍석인 듯이"라는 속담은 실물도 아닌 것이 약간 비슷함을 빙자하여 실물처럼 자처한다는 뜻입니다.
강강술래에서 덕석몰이는 놀이의 형태를 생각해보면 멍석말이가 통념상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때는 덕석은 멍석에 대한 사투리 표현이겠지요. 하지만, 멍석이든 덕석이든 그 생김새가 비슷해서 덕석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사투리라고만은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더늠과 바디에 대한 보충설명 : 숨은아이님 말씀대로 더늠과 바디가 똑같은 건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더늠'은 '더 넣었다'라는 뜻으로 어느 명창이 특정 부분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다듬어 넣은 것이고, "바디"는 받았다라는 뜻의 '받이'에서 유래된 말이기도 하고 베를 짜듯이 소리를 짰다하여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더늠과의 차이라면 더늠은 한 대목을 말하고 바디는 전체적인 짜임새를 말하니 더늠보다는 바디가 좀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말의 공통점이라면 '판소리의 유파와 스타일을 구별'할 때 쓰는 말이란 것이겠지요. <바디를 “판소리에서 명창이 한 마당 전부를 절묘하게 다듬어놓은 소리. 더늠”>이라고 설명을 붙인데는 아마 그런 뜻으로 한 것 같습니다. 더늠과 바디가 똑같다는 식의 설명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판소리의 공연방식의 특성상 발생하는 명창들마다 자신의 더늠과 바디 (더 나아가'제"까지)가 있다는 정도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제가 가진 민중서관의 <새로나온 국어대사전>을 참고했으며,가물가물하던 전공과목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숨은아이 2005-12-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주님 자세한 보충 설명 고맙습니다. 그런데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 "우묵한 눈"이란 말이 이해 안 된다고 한 것은 우묵하다라는 말 자체가 낯설어서가 아니고(오목하다, 우묵하다란 말은 많이 쓰지요) "눈이 우묵하다"란 표현이 바로 와 닿지가 않아서였어요.

- 덕석몰이가 사투리 같다고 한 건 "덕석" 때문이 아니라 "몰이" 때문입니다. "말다"를 "몰다"로 발음하는 건 전라도 사투리거든요.

마늘빵 2005-12-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이 너무 어렵군요. ㅠ_ㅠ

숨은아이 2005-12-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하하... 길어서 주눅드신 거 아니고요?

반딧불,, 2005-12-27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눈이 우묵하다는 것은요.
전라도에서는 보통 깊다는 뜻도 같이 있습니다.
깊거나 아니면 보통보다 들어갔다는 뜻이지요. 우묵하다는 말 어릴 적에 많이 들었었어요. 보통 서양눈보고 그리 표현하지요. (알고 계신 걸 적었나요?)

숨은아이 2005-12-27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호오... 처음 책에서 봤을 땐 그닥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진주님과 반딧불님 이야기 듣다보니 또 자연스럽게 이해되기도 합니다. 역시 익숙한 말이냐 아니냐의 차이... ^^a 저 책에서도 "우묵하게 들어간 눈"이라고 했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 "우묵하게 생긴 눈"이라고 해서 어색했던가 봐요.

하늘바람 2005-12-2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진주님의 코멘트 정말 자세하고 친절하시네요 얼려주셔서 감사해요. 진주님 코멘트 제가 업어갈게요

숨은아이 2005-12-27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진주님 댓글에 대한 제 답글과 반딧불님 댓글도 봐주세요. ^^

반딧불,, 2005-12-31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빠뜨렸는데요. 의뭉스러워 보인다는 뜻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서양인에 대한 경계도 같이 들어있는거지요)

숨은아이 2005-12-31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아, 우묵한 눈은 의뭉스러워 보인다고요. 그건 좀 편견이란 생각이 드네요. ^^

반딧불,, 2006-01-04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견이라기보다는요. 그게 시대사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19세기 말과 전쟁을 치르면서 서양인들의 우묵하게 들어간 눈을 보면서 우리와 다른
그들의 눈을 고정관념으로 굳힌것이지요. 이건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공감하실 내용인데요. 어릴적 할머니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뉘앙스가 특이했었던지라 기억하지요. (편견이라는 말씀도 맞지요^^)

숨은아이 2006-01-0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하긴 그렇겠네요. 전쟁 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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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05년) 정월부터 하루에 한 장씩 읽기로 한 책이다. 그냥 한 장씩 쭉쭉 읽어나가지 않고, 매일 어제 읽은 부분을 복습(^^)한 다음 새로 한 장을 더 읽기로 했다. 찾아보기를 제외한 본문은 437쪽이니 하루에 한 장, 곧 두 쪽씩 꼬박꼬박 진도 나갔다면 진작 책씻이를 했을 터인데, 주말 휴일엔 건너뛰고 또 바쁠 때는 며칠씩 거르기도 해서 겨우 오늘에서야 마쳤다. 그래도 올해를 넘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우리가 많은 것들의 “이름”을 잊고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내리는 비는 먼지잼, 밤의 딱딱한 겉껍질 속에 있는 불그스름한 속껍질은 보늬, 채 익지 않은 과실은 똘기, 책갈피에 끼우는 긴 끈은 보람줄, 뜨거운 볕을 가리려고 눈썹 위에 손바닥을 대고 작은 그늘을 만드는 짓은 손갓, 죽이나 풀의 표면에 엉긴 엷은 막은 더껑이... 우리 곁의 자연물, 우리 행동 하나하나에는 모두 이름이 있었는데, 그걸 지금까지 몰라주고 살았다.

왜 그랬을까? 획일적인 도시 생활에 사로잡혀 살다 보니 자연의 변화에는 둔감해져서 굳이 이름을 구별해서 불러줄 필요가 없었을 테고(안개와 는개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나?), 또 독서의 경향도 번역 문학에 치우치다 보니 어휘의 폭이 좁아졌을 테고(해당 외국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 쓰는 번역가는 매우 드물다), 교과서나 언론에서 쓰는 공식 용어는 한자말 위주라서 뜻이 같은 토박이말 어휘는 묻혀버리기도 했을 터이다(이를테면 “무수기”라는 토박이말 대신 “조수간만의 차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에서도 큰비가 오면 물마(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못 다닐 정도로 땅 위에 넘쳐흐르는 물)가 지고, 4월 구름 끼고 포근한 날은 잠포록하다(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이런 말을 모르고 살아온 게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표현하지 못하면 감성도 잃는가.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준 듯해 고마운 책이다.

그러나 가끔 북한 말과 남한 말을 뒤바꾸어 표기하고, 때로는 낱말 해설에 미묘하게 틀린 점도 있고, 앞에서는 안 그러려고 꽤 노력한 듯하지만 뒤에서는 역시나 성 관계에 대해 차별적인 말을 지은이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점(이를테면 “논다니 계집의 몸뚱이”를 “살꽃”이라 한다는 등. 기생의 성을 사는 것을 풍류로 보는 이성애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이게 아름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 말에서 그 “몸뚱이”의 주인은 풍류의 대상일 뿐 인격체가 아니다)이 거슬려서, 별 하나를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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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2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정을 끝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내년에는 님처럼 읽어나가 볼까요?^^

숨은아이 2005-12-2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예, 한번 읽어보세요. ^^ 근데 대장정을 끝냈다고는 하지만, 앞부분 넘겨보니 언제 이걸 읽었던가 싶게 거진 다 까먹었다는... 으으. -.-;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사랑"이란 말이 나온다.
"마르크스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줄 클럽에는
머리를 조아리며 가입시켜달라고 빌 생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면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면,
나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이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 양 실망하는 심리를 가리켜
"마르크스주의적인 사랑"이라고 한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마르크스를,
나는 바로 그 마르크스, 곧 독일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인 줄 알고,
어, 마르크스가 이런 말도 했어? 하고 갸우뚱했다.

그런데 오늘 [욕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다가 알았다!
저 말을 한 사람은 독일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Karl Marx가 아니라
미국의 코미디언 그로초 막스Groucho Marx란 것을!
(아마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심술궂게도 독자의 이런 혼란을 예상하고
일부러 Marxist란 말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십중팔구 옮긴이와 편집자는 나처럼 착각하고 영어식 표기인 "막스" 대신
독일식 표기인 "마르크스"라고 썼을 것이다.) 

 ☜ [욕망의 심리학]은 이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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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럴때 필요한게 주석인데 ㅠ.ㅠ

숨은아이 2005-12-2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 반가워요! (덥썩) 제가 며칠 뜸했죠?

chika 2005-12-2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 ㅑ 우뚱, 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일인데, 역시 숨은아이님! ^^

숨은아이 2005-12-2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저도 갸우뚱하고 그냥 넘겼어요. 근데 오늘 책 읽다가 발견했답니다. ^^

라주미힌 2005-12-2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늘빵 2005-12-2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번역자도 몰랐을까요?

숨은아이 2005-12-2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우후~! ^^
아프락사스님/글쎄, 모르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편집자는 몰랐을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5-12-3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oi726님 반갑습니다. 저는 이 책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숨은아이 2005-12-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aoi726님은 "욕망의 심리학"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전 아직 다 못 읽었어요.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는
오쟁이 지다란 말을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사내와 간통하다”라고 풀이했지만,
사실 오쟁이를 졌다는 말은 다른 사내를 만난 여자가 아니라
그 여자의 남편이 처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쟁이(를) 지다「관용」 자기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 ¶나 같으면 다른 놈이 내 계집의 손목만 한번 건드려도 그놈을 당장에 물고를 내고 말텐데, 글쎄 그런 못난이가 어디 있어. 꼭 오쟁이 지기 안성맞춤이라.≪이광수, 흙≫ §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의 풀이는
미묘하게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오쟁이는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을 가리키는데,

 ☜ 오쟁이

왜 바람 피우는 아내를 둔 남자를 가리켜 오쟁이를 졌다고 하게 됐을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는
무슨 곡절이 있겠지만 그 내막을 알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전혀 알 수 없을까?
혹시 신화 속에 그 실마리가 있는 게 아닐까?
“궁산 선비와 명월 각시” 신화를 보면, 명월 각시는 궁산 선비와 결혼했는데,
명월 각시의 미모를 탐낸 배 선비가 궁산 선비에게 내기를 걸었다.
그런데 그만 궁산 선비는 내기에 졌고, 배 선비는 명월 각시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명월 각시는 배 선비의 집에 가서 말도 않고 웃지도 않았다.
배 선비가 왜 말을 않느냐고 물으니,
명월 각시는 거지 잔치를 사흘 동안 열어주면 말을 하겠다고 한다.
궁산 선비는 거지가 되어 이 잔치에 왔는데,
첫날은 아래쪽 귀퉁이 자리에 앉았더니 위쪽부터 상이 차려져서
마지막 한 상이 모자라 음식을 얻어먹지 못했다.
둘째 날은 위쪽 끝자리에 앉았더니 아래쪽부터 상이 차려져서
또 마지막 한 상이 모자라 못 먹었다.
셋째 날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양편 끝부터 상이 차려져서
또 한 상이 모자라 먹지를 못했다.
명월각시는 사흘 동안 상을 받지 못한 거지에게 따로 상을 차려주라고 했고,
이에 궁산 선비는 잘 먹고 남은 것은 오쟁이에 넣어 가려고 했다.
이때 명월 각시는 구슬 옷을 내던지며
“이 옷의 깃을 잡아 깃고대를 들추어 입을 수 있으면 거지라도 내 낭군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도 구슬 옷을 입지 못했고, 궁산 선비만 입을 수 있었다.
궁산 선비가 이 옷을 입으니 하늘 높이 떴다가 내려왔다.
배 선비도 나서서 이 옷을 입어보았으나, 배 선비는 입을 줄만 알았지
벗을 줄을 몰라 그만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명월 각시와 궁산 선비는 다시 같이 살게 되었고,
죽은 뒤 일월신이 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한국 신화]에서 보고 내용을 축약해 쓴 것입니다.)


 ☜  [이승과 저승을 잇는 한국 신화]는 이 책이어요. (자명한 산책님 고맙습니다. ^^)

이 이야기대로라면 궁산 선비가 오쟁이를 지고 거지 잔치에 간 셈이 된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해서 “아내를 빼앗긴 남자”가 오쟁이를 졌다고 하게 된 건 아닐까?
이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이제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의 마지막 단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단원의 주제는  ‘혼인과 성 풍속’이다.
이 부분을 보다 보면, 혼인과 성 풍속에 관한 우리말은
주로 이성애 남성 중심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옛글이나 문학 작품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게 알아둘 필요는 있겠지만
굳이 살려 쓰고 싶지는 않은 말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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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2-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을 못 하지만...
제가 아는 오쟁이를 진다의 유래는...
옛날 순진한 남편과 색기 넘치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가 옆집 남자와 바람이 났다.
그런데 순진남편, 전혀 눈치 못 챔.
이에 아내랑 옆집 남자가 순진남을 놀려먹으려고 작정.
순진남과 아내가 방문을 열고 밥을 먹고 있을 때 옆집남 오쟁이 지고 놀러감.
"아니, 대낮부터 왠 해괴망측한 짓인고? 대낮에 문 열어놓고 관계를 하냐?"
순진남,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고 일축.
그런데 옆집남 매일같이 밥 먹을 때 지나다니면서 대낮부터 해괴하다고 놀림.
순진남이 계속 펄쩍 뛰자 옆집남, 원인을 밝혀보자며 역할 바꿀 것을 제안.
옆집남이 매고 있던 오쟁이를 대신 매고 순진남 사립문밖에서 보니
정말로 옆집남과 아내가 관계하고 있는 광경이 보임.
멍청하게 속은 순진남 덕분에 '오쟁이 지다'라는 유래가 생겼다 함.

숨은아이 2005-12-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런 이야기도 있군요.

숨은아이 2005-12-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다면 그 말의 실제 유래라기보다는, 마치 전설처럼, 어떤 일의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설화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숨은아이 2005-12-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재밌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는 건데, 어렵기는요. ^^

2005-12-22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앗, 이렇게 송구할 데가... 그 책 아직 안 샀습니다. *ㅂ*

숨은아이 2005-12-2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으음, 무슨 웃음이실까...

숨은아이 2005-12-2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러셨군요.

2005-12-22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페미니즘의 도전으로 할게요. 고맙습니다. <(__)>

내가없는 이 안 2005-12-2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살려 쓰고 싶지 않은 말이 꽤 된다, 는 말이 전 왜 이렇게 재밌죠? ^^

숨은아이 2005-12-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이안님도 이 책 갖고 계시니 뒤쪽을 보면 저랑 같은 생각 하실걸요?

2005-12-2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39에 속삭이신 님/도착했군요. 워낙 늦게 보내서 언제 갈까 걱정했어요. 우리 내년엔 같이 이뻐져요. 하하하!

진주 2005-12-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네요^^ 오쟁이지다란 말도 재미있고, 숨은아이님과 조선인님의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숨은아이 2005-12-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들어주셔서 고마워요. ^^
 

안산공대는 파업 중인 조합원 모두 죽이려나...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2.19

 

안산공대에서 파업 중인 계약직 조합원이 본관 2층 일부를 점거하고 있다.

사업장을 점거하면 불법이다 어쩌다 할 지 모르지만, 직장점거는 쟁의행위의 하나의 방법으로서 출입문을 폐쇄하거나 생산시설을 점거하거나 출입을 통제하거나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는 이른바 사용자와 병존하는 형태의 점거 즉 병존적, 비배타적 점거는 정당한 쟁의행위라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고,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는 견해는 전혀 없다.

다만, 검찰 또는 경찰은 노동법의 원리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아예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아서인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주거침입이다 퇴거불응이다는 형법에 의해 처벌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직장점거는 헌법과 그것의 하위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서 말하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 처벌하여서는 아닌된다. 그럼에도 우리네 자랑스런 공안검찰(노동사건은 공안 사건으로 취급된단다)은 그런 생각은 엿바꾸어 먹은 걸일까 ?

정규직이라고 하는 자들의 행태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여 비정규직을 적대적으로 대한다고 해도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게다가 여성 노동자의 파업은 늘 힘겨웠다. 그리고 학교측이라고 할 만한 지위에 있는 자들 중 일부가 폭행, 손괴 등의 행위를 자행하였으며, 그에 대해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다.

250여일이 넘도록 파업을 계속하고 있고 본관 2층의 일부를 점거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 드디어 학교가 단전 조치를 취했다. 방화문으로 보이는 문이 여성 조합원들의 추위를 막아준다고 하여 그 문을 모두 떼어냈으며, 심지어 여성 조합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화장실 문까지 떼어냈다(너무했다 싶었는지 나중에 화장실 문은 붙여주었다). 문이 다 사라지니 계단으로 올라오는 한기를 그대로 느낀다. 전기장판이며 난로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니 춥다. 온수도 차단하니 물도 차다.

직장폐쇄를 했기 때문에 그런다지만 직장폐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들은 나와서 일한다. 본디 직장폐쇄란,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막대한 손실 등이 예상되어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할 때 일시적으로 직장을 폐쇄하는 것을 말하며, 노동조합에게 공격적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때는 그것이 적법하지 못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이며, 역시 그와 다른 의견은 없다. 안산공대가 여성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직장폐쇄를 할 만큼의 것이었을까 ? 과연 그러했을까 ? 이사장실, 학장실 점거하고 난동을 부리던 정규직들의 행태에는 자기들 편들어 못마땅한 사람들 내쫓기 위한 것이라면 월급도 다 주고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더니만, 비정규직 여성 조합원들의 파업에는 왜 그리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걸까 ?

안산공대는 설립자라고 하는 강신경의 자식과 자식들이 이사장이며 학장이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4개 대학 중 하나다. 또한 여러개의 중등학교를 가지고 있으며 역시 마찬가지다. 친인척 사돈까지 10여명이 학장이니 이사장인 교수니 등등의 자리에 있다. 그 자식 중의 하나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걸려 있는 열린우리당의 강성종이다. 그의 손자는 81년생으로 2003년도에 교수가 되었다. 만 22살에 대학 교수라 ? 안산공대 학장의 부인도 역시 안산공대 교수다. 그 모두가 그만한 인물이어서일까 ? 사립학교를 개인 재산쯤으로 취급해서 생겨난 결과일까 ?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판단하기에는 어떠할까 ?

안산공대를 비롯한 설립자라는 집안의 종교는 기독교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짱날 뿐....

지난 금요일부터는 경비용역업체(노동조합에게는 흔히 용역깡패라고 불리기도 한다)가 들어왔다. 경비업법을 적용받는 그들은 명찰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그것도 없고 어느 회사인지를 밝히지도 않는다(나중에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명함을 경찰에게만 건네준다. 그런데 그 경찰은 왜 그러는지 그들의 명함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 경찰은 경비업법에 관해 내가 설명하며 관련된 규정을 적은 쪽지를 보고서야 '그런 게 있었느냐'는 투다). 또한 그들의 의무는 도난 방지나 시설 관리이지 노사관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그들을 서슴치 않고 개입하려고 든다(그런 일이 오죽 많았으면 올해 8월에 경비업법이 개정되어, 위력을 보이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행사하거나 행사를 지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었을까 ?)

게다가 그들은 그 추운날 창문을 열고 다닌다. 닫으면 열고 다닌다. 추워 죽으라는 것일까 ? 학교 전기가 아니라 자체 발전기를 사다가 트는 것도 못하게 하려고 했다. 도대체 어떤 놈의 머리에서 그런 발상이 나왔을까 ? 그걸 지시하는 놈은 누구이며, 그걸 따르는 자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 그게 인간이 할 짓인가 ?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밤에 어찌 하라고 ? 그게 과연 돈과 권력을 자들의 속성인가 ? 두툼한 잠퍼에 모자를 눌러쓰고 따뜻한 사무실로 들어가는 자들의 모습을 보며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안산공대의 그런 행태에 대해 시정을 바라거나 여성 조합원들에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직원을 단 한명도 보질 못했다. 인간이란 눈 앞에 자기 이익에만 매몰되는 간사한 동물이라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도 이 추운 겨울날 자식들의 건강을 걱정하겠지 ? 그들 중 누군가는 교회를 다닐 것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얘기하겠지 ? (하나님 그들이 진정 당신의 사랑스런 자식이어서 따뜻한 교회로 불러들이나이까 ?)...................

우라질 ~~~~~~~~~~ 이 놈의 세상은 한두 군데 손봐서 될 게 아니야......돈도 권력도, 인간도, 생각도 다 한판 뒤집어야 해......정말....그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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