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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들
공선옥 (지은이) | 문예마당

정   가 : 6,000원 | 276쪽 | 절판

출간일 : 1996-08-16 → 판권에는 1996년 6월 18일로 나오는데, 무슨 근거로 8월 16일이라 한 걸까? -.-
ISBN : 6000012499  내가 가진 책에는 ISBN이 없는데, ISBN이 없는 책에 일괄적으로 붙인 번호인가 보다. (책에 ISBN과 바코드를 단 게 아마 1996년부터일 것이다. 그래서 1996년에는 아직 ISBN과 바코드가 없는 책도 많았다.)
210*148mm (A5) ← 이 책은 신국판이다. 신국판은 210*152mm인데...  ̄∼ ̄


이 책을 1996년 7월 15일에 샀다. 책을 사놓고 10년이나 안 읽은 것이다.
비로소 다 읽고 보니, 작가는 주인공 장하준을 서른여섯 살까지만 그렸다.
작가가 63년생이라 했으니 서른세 살 때 서른여섯 살 남자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서른여섯에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만약 이 책을 샀던 당시에 읽었다면,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원대하거나, 원대할 것까지도 없이 순박한 꿈마저 없고,
청렴하고 결백한 마음도 없고, 의지가 굳지도 않고,
그저 내가 죽을까봐 총을 들고, 변변하게 싸우지도 못하고,
운명이 한 대 치면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두를 뿐인 주인공을.
다만 대신에 욕심도 없고 차별도 하지 않는 주인공.
그렇구나. 나이 들어서 좋은 점도 있구나.
이토록 무력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



앞표지




작가 사진이 실린 뒤표지. 이때 임신 중이었던가 보다.




작가의 얼굴 부분을 크게 찍어 보았다. 옆에 보이는 글은 양귀자의 추천사.




앞날개에 실린 작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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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들도 나이들어봐라... 그 말이 점점 이해될때... 내가 그말을 하고 있을때... 안도와 슬픔이 교차하는 것은 왜인지...

숨은아이 2006-03-2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 정말 듣기 싫었는데... 근데 가끔 바로 그 말이 입 밖에 튀어나오려는 걸 꾹 눌러서 참아요. ^^
 



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잠에서 깨어 굴 밖으로 기어 나왔어요. “난 여기 있어.” 쥐가 말했어요. “나는 발 아래 대지를 느낄 수 있어. 나뭇잎을 살랑거리게 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해는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잃은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예전의 나는 결코 아니지. 이제 어떻게 하지?” 그리고 뜀뛰는쥐는 앙 울기 시작했어요.

“뜀뛰는쥐야.”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마법개구리, 너니?” 뜀뛰는쥐가 눈물을 삼키고 물었어요.


(눈물 흘리는 쥐의 귀여운 얼굴 클로즈업)


 

 



“그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울지 마, 뜀뛰는쥐야. 넌 남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몹시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희망과 연민을 잃지 않은 그 마음 때문에 머나먼 나라에 오게 되었어.”

 

 



“겁낼 거 하나도 없어, 뜀뛰는쥐야.”

 



“높이 뛰어,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할 수 있는 한 높이 뛰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몸을 하늘 더 높이 들어 올리는 바람을 느꼈어요. 쥐는 해를 향해 발을 쭉 뻗고, 강한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어요. 쥐는 기쁨에 차서 위, 아래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땅과 하늘과 생명들의 향기를 맡았어요.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네게 새 이름을 줄게.”

 



“네 이름은 이제 독수리야.”




“넌 이제 머나먼 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어.”

(마지막 장면의 독수리 클로즈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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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근사한 동화군요.. 흑백그림도 멋지고, 남을 위해서 모든걸 베푸는 쥐의 마음도 따스하고, 마지막에 독수리가 되는 과정도 감동적이네요..!!
번역하느라 수고하셨어요.. 멋진 그림책을 보게 해주신 님께 감사드려요..^^*

숨은아이 2005-02-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고맙슴다, 날개님~! *^^*

2005-02-06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2-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명절 준비 땜에 맘이 급하신가 봐요. ^^

울보 2005-02-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그림책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런데 쥐를 워낙에 싫어하는 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balmas 2005-02-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숨은아이님. 이야기도 좋고 그림도 좋네요.
바쁘실 텐데 언제 번역까지 하셨어요?^^
추천하고 퍼갈게요. 감사^^
그리고 설 잘 쇠세요. 일은 조금만 하시고 편하게 잘 쉬시길 ...

내가없는 이 안 2005-02-0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잘 읽었어요! 저도 퍼가서 제 그림책 책장에 넣어둘게요.
영어표현도 무척 근사해서 무척 감탄했거든요.
그런데 님 번역해놓은 표현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역시~ ^^
숨은아이님, 설 잘 지내세요!

숨은아이 2005-02-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저도 쥐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림책의 쥐는 귀엽잖아요. ㅎㅎ
발마스님, 칭찬 고맙습니다. 헤헤. 일 안 되는 날 농땡이 치고 하루 꼬박 걸려서 했어요. /..\ 저는 시댁에서 옆지기랑 같이 설거지하며 편하게 명절 지내는 편이랍니다. 마음 써주셔서 고마워요.
이안님, 헤헤, 마음에 드셨다니 좋아요. 설 잘 쇠셨는지...
따우님, 출판사 돌아다니며 팔아볼까요? ^^

숨은아이 2005-02-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따우님도 복 마아니마니.

killjoy 2005-02-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뜀뛰는 쥐가 울 때 너무 슬펐어요.

숨은아이 2005-02-1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조이님? 반갑습니다. ^^
 

 

뜀뛰는쥐는 바로 출발하여 숲과 숲 사이를 재게 건너뛰었어요. 저 위에서 그림자들이 휘돌 때면 눈에 안 띄게 숨었어요. 나무딸기가 나타나면 따먹고, 지쳐 떨어질 때만 잤어요. 나날이 흘러갔어요. 빨리빨리 나아가면서도, 뜀뛰는쥐는 과연 황야 저편에 다다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건너, 뜀뛰는쥐는 큰 딸기 덤불 아래에서 늙고 뚱뚱한 쥐를 만났어요.

 

 



“뒷다리 참 희한하구나.”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가 제 이름을 지어 줄 때 받은 거예요.” 뜀뛰는쥐가 자랑스레 말했어요.

“흥.” 뚱뚱한 쥐가 콧방귀를 뀌었어요. “그게 그리 좋으냐?”

“이 뒷다리 덕분에 너른 황무지를 건너올 수 있었어요. 운이 좋다면 덕분에 머나먼 나라에도 가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어요. 여기서 쉬어 가도 될까요?”

“그럼.”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여기서 영영 살아도 돼.”

“고맙습니다. 하지만 기운 차릴 때까지만 머무를게요. 머나먼 나라를 보려는 꿈이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가야 해요.”

“꿈이라.” 뚱뚱한 쥐가 우습다는 듯이 말했어요. “나한테도 그런 꿈이 있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 건 바로 황야였어. 필요한 게 여기 다 있는데 왜 황야를 지나쳐 가지?” 
뜀뛰는쥐는 무엇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임을 설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뚱뚱한 쥐는 여전히 콧방귀만 뀌었어요. 마침내 뜀뛰는쥐는 굴을 파고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밤을 보냈지요.

이튿날 뚱뚱한 쥐는 개울 이편에 머무르라고 훈계했어요. “저쪽에는 뱀이 살아. 하지만 염려 마. 뱀은 물을 겁내거든. 그러니 개울을 건너오진 않을 거야.”

 

 



딸기 덤불 밑은 살기 좋은 곳이라, 뜀뛰는쥐는 곧 기운을 차리고 힘을 냈어요. 두 쥐는 먹고 자고 또 자고 먹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뜀뛰는쥐가 물을 마시러 개울에 갔다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았어요. 늙고 뚱뚱한 쥐와 거의 같을 만큼 뚱뚱했어요!

“떠날 때가 됐어.” 뜀뛰는쥐는 생각했어요. “딸기 덤불 아래 주저앉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어.”


그때 개울의 폭이 좁은 곳에 나뭇가지 하나가 걸린 것이 보였어요. 그것은 마치 다리처럼 개울가 양편에 걸쳐졌으니-이제 거길 통해 뱀이 건너올 수 있었어요! 뜀뛰는쥐는 뚱뚱한 쥐에게 알리려고 서둘러 돌아갔어요. 하지만 굴은 텅 빈 채였고, 공기 중에 이상한 냄새가 돌았어요. 뱀이었어요. 뜀뛰는쥐가 너무 늦은 거예요. “불쌍한 아저씨.” 뜀뛰는쥐는 급히 도망치며 생각했어요. “꿈을 찾으려는 희망을 잃더니, 삶을 마치고 말았구나.”

 

 



뜀뛰는쥐는 밤새도록 달렸더니, 이튿날 아침 초원에 다다랐어요. 기진맥진한 쥐는 안전하게 쉴 곳을 찾아 크고 넓적한 바위로 뛰어갔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그 바위는 엄청나게 크고 텁수룩한 들소가 초원에 누워 있는 것이었어요. 띄엄띄엄 끊이지 않고 끙끙거리면서요.

뜀뛰는쥐는 그 무서운 소리에 벌벌 떨었어요. “안녕하세요, 크신 분.”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에 가려고 여행하고 있어요. 왜 여기서 죽은 듯이 누워 계신가요?”

“죽어 가니까.” 들소가 말했어요. “독을 푼 개울물을 마셔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먹을 만한 부드러운 풀과 마실 만한 시원한 물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곧 죽을 거야.”

 

 



뜀뛰는쥐는 그토록 놀라운 짐승이 도리 없이 죽어 가는 걸 보니 슬펐어요. “제가 떠나 올 때, 마법개구리가 제게 이름을 지어 주고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 마법은 그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눈이에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뜀뛰는쥐는 들소가 기뻐서 내뿜는 콧김 소리를 들었어요. 쥐는 이제 들소에게 자신의 눈을 주었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여기서 서비스 컷. 들소가 눈뜬 표정을 좀더 가까이.)


 



“고마워.”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작지만 아주 큰 일을 해냈어. 네가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에 뜬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내가 너를 산으로 데려갈게.”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들소의 발걸음에 맞춰 폴짝폴짝 뛰었지요. 이렇게 해서 뜀뛰는쥐는 산기슭까지 왔어요.

“나는 들판에 사는 짐승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한단다.”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 산을 넘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희망은 항상 제 안에 살아 있어요.” 뜀뛰는쥐는 들소 친구에게 안녕 했어요. 그리고 굴을 파고 들어가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산봉우리에서 불어 내려오는 찬 바람에 잠이 깼어요. 찬 기운이 불어오는 방향을 피해 조심스레 몸을 돌렸어요. 발 아래 털이 밟히기까지 그리 멀리 가지도 않았어요. 놀란 쥐는 펄쩍 뛰어 코를 공중에 대고 킁킁거렸어요. 이리? 무서워 몸이 얼어붙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쥐는 용기를 끌어 모아 말을 꺼냈어요. “실례합니다.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로 여행하고 있어요. 길을 가르쳐 주실래요?”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이리가 말했어요. “이리는 코로 길을 찾아. 그런데 내 코는 이제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뜀뛰는쥐가 물었어요.
“나는 게으르고 건방진 동물이었어.” 이리가 대답했어요. “냄새 맡는 재능을 마구 써 버려서, 결국 잃고 말았지. 나는 이제 건방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코가 없으면 살아나지 못해. 그래서 여기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어.”
뜀뛰는쥐는 이리의 이야기에 슬퍼졌어요. 쥐는 이리에게 마법개구리와 쥐의눈 이야기를 했지요. “전 대수롭지 않은 마법을 부릴 줄 알아요. 도울 수 있다면 기쁘겠어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코예요.”

 



이리는 기쁨에 차 부르짖었어요. 뜀뛰는쥐는 공중에 대고 코를 킁킁거려 산의 냄새를 찾아 보았어요. 하지만 이제 솔향 풍기는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없었어요. 뜀뛰는쥐의 눈과 코는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었어요. “넌 아주 작은 동물이지만.” 쥐의코가 말했어요. “내게 아주 큰 선물을 주었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 줘야 해. 자,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의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너를 산 너머 머나먼 나라로 데려다줄게.”

(다시 이리와 뜀뛰는 쥐 모습 클로즈업)



그래서 뜀뛰는쥐는 터벅터벅 걷는 이리의 발걸음에 맞추어 폴짝폴짝 뛰었어요. 이렇게 해서 마나먼 나라에 다다랐어요.
“난 산에 사는 동물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해.” 쥐의코가 말했어요. “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데 이제 어떻게 길을 가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그리고 이리 친구에게 안녕 하고는 굴을 파고 잠들었어요.

(3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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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숨은아이 2005-02-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설 잘 쇠세요. ^^

balmas 2005-02-0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런데 네번째 그림 아래 번역문 중에 오타가 하나 있어요.
“독을 푼 개울물 마셔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먹을 만한 부드러운 풀과 마실 만한 시원한 물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곧 죽을 거야.”  ^^;;;

숨은아이 2005-02-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고맙습니다, 발마스님! 지금 고쳤어요.
 

 

지난번에 이안님께서 선물하신 영어 그림책을 서투르나마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



뜀뛰는 쥐 이야기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 전해진 옛이야기를 존 스텝토(JOHN STEPTOE)가 다시 쓰고 그림.


(성이 steptoe라, 뭔가 의미심장하여 사전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나온다.
steptoe[stptu]n. 용암러 싸여 고립언덕
발가락걸음이나 까치발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높이 뛰는 쥐 이야기”는 Hymeyohsts Storm이 1972년에 낸 《일곱 화살(Seven Arrows)》에 실린 이야기인데, 존 스텝토가 어린이들을 위해 다시 쓰고 그림을 그려 1984년에 낸다.





큰 강가 숲에 어린 쥐 한 마리가 살았어요. 쥐들은 낮에는 내내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밤에는 늙은 쥐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데 모였지요. 어린 쥐는 강 건너편 황야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듣다가, 하늘에 사는 위험스런 그림자들 이야기를 들으면 흠칫 떨곤 했지요. 어린 쥐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머나먼 나라’란 말이 매우 근사해서, 어린 쥐는 꿈까지 꾸기 시작했어요. 거기 가보기 전에는 성이 차지 않을 게 분명했어요. 어른 쥐들은 너무 멀고 험한 길이라며 말렸지만, 어린 쥐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어느 날, 어린 쥐는 동이 트기 전 출발했지요.

 

 



숲의 가장자리에 다다를 때쯤 날이 저물었어요. 어린 쥐의 앞에 강이 나타났어요. 강 저편엔 황야가 있었지요. 어린 쥐는 깊은 물 속을 내려다보았어요. “여길 어떻게 건너지?” 어린 쥐는 난감해서 말했어요.




“헤엄칠 줄 모르니?”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말했어요.
어린 쥐가 둘러보니, 작은 초록색 개구리가 보였어요.
“안녕? 헤엄치는 게 뭐야?” 쥐가 말했어요.
“이게 헤엄치는 거야.” 개구리는 말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오, 난 못할 것 같아.” 어린 쥐가 말했어요.
“너 왜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개구리가 강둑으로 도로 뛰어오르며 물었어요.
“머나먼 나라에 가고 싶어. 매우매우 멋질 것 같아. 평생 못 보고 살 순 없어.”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구나. 난 마법개구리야. 넌 누구니?”
“난 쥐야.” 어린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는 푸하하 웃었어요. “그건 이름이 아냐.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름을 지어 줄게. 네 이름은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이 이름을 말하자마자, 어린 쥐의 뒷다리가 움찔움찔거렸어요. 조금 뛰어올라 보았더니, 놀랍게도 전보다 두 배나 높게 뛰어올랐어요. “고마워.” 어린 쥐가 다리에 놀라운 힘이 생긴 데 감탄하면서 말했어요.

“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이제 이 잎을 딛고서 같이 강을 건너는 거야.”

안전하게 건너편 둑에 닿자,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네 앞길엔 난관이 많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안에 희망이 살아 있다면 머나먼 나라에 갈 수 있어.”

(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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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멋져라. 추천하고 퍼갑니다.^^

숨은아이 2005-02-0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좀더 잘 찍었으면 좋았을 것을. 번역은 좀 이상하더라도 봐주세요. ^^

balmas 2005-02-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번역이 참 잘된 것 같은데요.^^

릴케 현상 2005-02-0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고(^^장정일한테서 '옥고'라는 표현을 몇번 봤는데 재밌어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숨은아이 2005-02-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꼼꼼히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자명한 산책님, 오오, 과분한 칭찬이십니닷.
 



이 책은 해적판이다. --; 아직도 해적판이 버젓이 유통된다니 참 놀랍다. 해적판이 있으면 정식 수입해서 출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해적판을 샀을 테고, 독자들이 같은 책을 또 사주리라 기대하긴 어려울 테니.

해적판 책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게 독자의 양심을 지키는 것일까? 해적판은 분명 작가의 열정과 시간과 수고를 도둑질한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해적판이란 이유로 안 보고 버티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식 수입판이 있다면 당연히 그걸 사겠지만, 없는데 어쩌라구. 그래서 결심했다. 해적판 책을 읽고 좋았다면, 정식 수입판이 나올 때 반드시 다시 사기로. 해적판 책을 사는 건 내 즐거움을 위해서고, 정식 수입판을 다시 사주는 건 내게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에 대한 예의다.

이 책에서 처음 이마 이치코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았다. ^^ 今市子다.




이마 이치코의 작품집 [다섯 상자의 비밀]에는 “상자”를 소재 삼은 단편 연작 “다섯 상자의 비밀”과 다른 단편 네 개가 실렸다.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다섯 상자의 비밀”은 단편 연작이라고 해도 서로 줄거리가 이어진다든가 등장인물이 겹친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그저 모두 어떤 “상자”에 얽힌 이야기일 뿐.



"다섯 상자의 비밀" 첫 번째 이야기인 "일몰"의 겉장 그림이다. 그림 선이 거칠다. 해적판이라 그런가.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는 “꽃구름”과 관계가 있다.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에 등장하는 두 연인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꽃구름”이다.



나는 이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 겉장 그림이 좋다.



그리고 "이상한 녀석들"에서 이렇게 손을 맞잡은 장면도.

모두 다정한 연애담이다. [게임]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더 좋았다. 그런데 이 책도 그렇고, [키다리 아저씨들의 행방]과 [낙원까지 조금만 더]도 모두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다. 이 작가, [백귀야행]과 [해변의 노래] [외딴섬의 아가씨] 등 단편집 몇 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게이를 주인공으로 삼는군. 게이 만화를 잇따라 보게 되니 세상 남자들이 다 남자만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런데 [백귀야행]에는 어째 게이가 한 명도 안 나올까? 게이와 이성애가 공존하는 연애담이 나오면 좋겠다.

2001년 하이북스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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