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가득 창비아동문고 248
오까 슈우조오 지음, 노석미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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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예를 들어 화장이 들뜬 친구가 나에게 ‘요즘 내 피부가 엉망이야.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라고 물었을 때 정직하게 “그러게.” 하고 말하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못됐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A에 대해, 그를 잘 모르는 누군가가 ‘A는 어때? 참 착한 친구 같던데’라고 물어왔을 때 “저도 잘 몰라요”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예를 들어 너무너무 혼자 있고 싶은 날, 저녁 먹으러 오라는 엄마한테 회식이 있다고 거짓말 하고 혼자서 조용히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책을 두고 무슨 감동대작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쓰는 건? 무섭게 짖는 커다란 개에게 (벌벌 떨며) “착하지 착하지 착하다 착하다” 하는 건? 안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에 다 같이 부르는 축하 노래에서 ‘사랑하는 땡땡의 생일 축하합니다’를 눈 꼭 감고 불러버리는 건? 자기소개서에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쓰는 건?


이런 예는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저 좋자고 남을 속여먹는 못된 거짓말들 말들은 일단 빼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거짓말들만 해도 세상에 한가득이다. 「거짓말이 가득」의 류우도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루에 3회 정도 하고 산다. 일년이면 1095회 정도 되는 셈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커서 도둑이 되고 염라대왕에게 혀가 뽑힌다는 말을 들을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에게 시험지를 안 보여주는 거짓말을 할 때 정도는 괜찮았다. 나쁜 장난에 당하는 교오꼬를 보면서도 힘 센 친구가 무서워 거짓말을 한 뒤 류우는 친하게 지내는 게이 아저씨 밥짱으로부터 (여장을 한 자기처럼) 사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 사람도 있으니 거짓말 좀 한다고 풀이 죽을 건 없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된다’ 하는 알쏭달쏭한 말을 듣는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엄마는 아빠의 트로피를 망가뜨렸다가 고쳐놓으면서 아빠의 자존심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류우는 우울한 고집쟁이 교오꼬가 집에서는 밝고 듬직한 맏이였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류우는 곤경에 처한 교오꼬를 위해 ‘좋은 거짓말’을 하고 만다. 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아닐지도 모른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짜 여자로 살더라도 행복하기 위해서, 끝까지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떳떳하게 사는 것, 남도 떳떳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류우는 밥짱의 마지막 거짓말, ‘슬픈 거짓말이었지만 따뜻한 거짓말이었’던 그 거짓말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거짓말이 가득』은 참 좋은 단편동화집이다. 나와 이름이 똑같은 할아버지에게 가야 될 편지가 나에게 잘못 배달되는 일, 옛집을 찾고 싶은 치매 노인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처럼 정말 있을 수도 있는 작은 사건을 실마리로 삼아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동화들이 묶여 있다. 무엇보다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눈에 선한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존경스럽다. 그는 역시 좋은 작가답게 야단스러운 상황이나 어지러운 기법 없이 한 문장 한 문장 동화의 품위를 잃지 않고 써내려갔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한국 사람들을 몹시 힘들게 했지요. 그런 과거의 일 때문에 저는 한국을 방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제가 한 일이 아니고 국가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죄송한 마음에 한국으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지금 당장이 아닌 먼 미래에라도 좋으니, 저는 언젠가 꼭 제 작품을 읽은 한국과 일본의 소년 소녀 들이 제 작품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중에서  
   



그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 아프리카와 러시아의 아이들, 미국과 스웨덴의 아이들, 어느 곳의 아이들이라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들이다. 삶의 진실이란 국경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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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4-0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울컥하게 되는거지? ㅜㅡ)

네꼬 2009-04-06 16:21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거지? (^^) 다락님 그래도 우린 (가급적) 거짓말을 피하고 살기로 해요. (근육질 남자 좋아한다고 이제 고백하시지!)

향기로운 2009-04-07 16:32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있는 리뷰 읽으면서 다락방님처럼 울컥 거렸는데... 네꼬님 댓글땜에 분위기가 이상해져버렸다...T_T;; 어흐흐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작가의 말만 봐도 동화책이 사랑스럽게 보이는군요.

네꼬 2009-04-06 16:22   좋아요 0 | URL
덤덤한 듯하면서도 읽고 나면 뭉클해지는 책이에요. 저는 이런 고전적인 동화가 좋더라고요.

코코죠 2009-04-0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란 참 근사하죠. 그 중에서도 동화는 정말 멋져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네꼬 2009-04-06 16:23   좋아요 0 | URL
반가운 오즈마님. 동화도 멋지고 오즈마님의 페이퍼와 리뷰들도 멋져요. 그 사진 참 멋졌어요. :)

순오기 2009-04-0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진실이란 국경 따위는 가볍게 뛰어 넘는다~~ 멋진 말씀이네요.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에서 님이 서두에 한 말과 같은 질문이 나와요.
어제 앞부분만 다시 봐서 생생하게 기억하거든요.^^


네꼬 2009-04-06 21:49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말이 나오는 책이 있었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순오기님은 꼭 어제 다시 보셔서가 아니더라도 그런 것 참 잘 기억하시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_@ 이 책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

마노아 2009-04-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은 하이타니 겐지로 책에서도 비슷하게 본 것 같아요. 진심이 전해지는 리뷰였어요. 아, 난 얄미운 친구의 돌잔치에 가서 축하한다, 네 딸 이쁘다~라는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해요...(>_<)

다락방 2009-04-06 18:1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축하는 하되 네 딸 이쁘다, 이건 하지 마세요 -_-

마노아 2009-04-06 20:32   좋아요 0 | URL
음, 지금 생각해 보니 인물은 별로였던 것 같네요. 다락방님, 연습할게요. 자신은 없어요ㅠ.ㅠ

네꼬 2009-04-06 21:50   좋아요 0 | URL
응 나도 네 딸 이쁘다, 는 반댈세. 사실 저는 '축하한다'도 잘 못할 것 같아요. 가서 그냥 한번 웃어주고 와요. 가는 게 어디야! (근데 우리 착한 마노아님은 네 딸 이쁘다까지 하고 올 것 같아.)

도넛공주 2009-04-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무조건 거짓말은 싫어요! ........그래서 말인데 나 예뻐요?

네꼬 2009-04-06 23:5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예쁘시죠! 제 말, 믿으시는 거죠? (자자, 이것이 바로 심리전? ㅋㅋ)

치니 2009-04-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 오늘 거짓말 100개 정도 한 거 같은데요.
지금 6시 1분전이에요 지금부터 말 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거짓말 안하기 다짐 중.

네꼬 2009-04-14 22:56   좋아요 0 | URL
치니님, 아이고 제가 답이 늦었어요. 저 미워하고 계신 거 아니죠? (거짓말로라도 그렇다고 해주세요. 헤헤.) 근데 '말 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거짓말 안 하기 다짐' 좋네요. 나도 써먹어야지. 하린 군은 잘 있죠?
 
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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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목에 차곡차곡 쌓인 주름, 허리를 펴고 서면 오히려 살짝 틀어지는 자세, 이따금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참, 영어지), 기침의 깊이, 걸음의 속도와 폭은 극 안팎의 그의 나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여든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다. 누구에게 허리는커녕 목도 굽혀본 적 없을 할아버지. 늘 미간에 힘을 주고 있어서 그의 눈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없지만, 그가 지금 누구를 노려보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가 손가락으로 총질 시늉을 하면 손가락에서 연기라도 나는 것만 같다.

그는 아내의 장례식장에 배꼽티를 입고 나타난 손녀를 보면서 나직이 그르렁거리고, 뭐 건질 것 없나 주위를 어슬렁대는 자식들에게 침을 뱉으며, 그 자신이 폴란드에서 온 미국인이면서도 동네를 채워가는 동양계 이웃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지난날 한국전에서 용감히 싸워 훈장까지 받았고, 늙을 때까지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몸으로 일했으며 반세기에 걸쳐 용도와 크기가 모두 다른 공구를 모았고, 자신이 조립한 72년형 '그랜 토리노'를 보물로 여긴다. 

집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세상을 개탄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젊은 깡패들에게 "너희가 절대로 마주쳐선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다"라고 을러대고, 갱 한 명 정도는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은 근육에 힘이 있다. 제일 친한 친구와는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각자 보유하고 있는 욕의 마지막 하나까지 꺼내 보이는 것으로 우정을 확인한다. 그는 "여자와 차와 직업이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아야 한다"고 믿으며 그 인생의 진리를 어린 남자에게 전수한다. 그렇다. 그는 늙은 마초였다.

그는 제 몸과 가족을 건사하는 마초다. 동양인이라면 질색하고 경찰을 무시하며 신을 믿지 않고 이웃을 성가셔하지만, 결정적으로 제 힘으로 자신과 가족, 필요하다면 이웃을 지킨다. 여성주의라면 콧방귀도 아까워하겠지만 자기 여자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그런 종류의 남자일 것이다. 그는 잠깐 기대 선 옆집 탈수기가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리자 그 자리에서 고쳐놓고 수도와 선풍기를 손봐준다. 이래서 집엔 남자가 필요한 거라는 듯이.

그리고 그는 반성과 괴로움을 아는 마초다. 참전의 기억은 그의 자존심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지만 사람을 죽인 일,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사람을 죽인 일을 괴로워한다. 그가 타오에게 "지금 너처럼 겁에 질린 소년병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받은 훈장"에 대해 고백할 때 그는 진정 고독한 마초였다.

지금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일본차를 세일즈하는 아들녀석도, 할아버지의 소파를 제 기숙사에 갖다 놓으려는 손녀딸도 아니다.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고 했던 옆집의 동양 아이 타오(누나가 시키는 대로 설거지나 하고 있으니 저래서 남자 구실하겠냐고 집안의 걱정을 듣던)와 그의 누나 수가 지금은 그의 가족이다. 그 아이들이 그에게 찾아왔고, 그에게 사람들과 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가 '타오'를 돌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타오가 착했기 때문이다. 미국적 가치를 실현할 준비가 된 예비 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난처한 이웃집 아주머니를 스스럼없이 도와준 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타오로 하여금 맞은편 낡은 집을 고치게 함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한다. 그는 지시로써 아이가 일을 '익히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일을 한다거나 일하는 아이에게 격려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아이가 대학에 갈 자금을 마련하도록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면접을 준비시키며(앞에서 말한 '욕' 전수), 첫 출근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를 준비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데이트를 나갈 때, 그랜 토리노를 빌려주겠노라 한다.  

타오가 자라는 걸 깊은 눈으로 지켜봐주고, 이 남매를 위협하는 갱단을 (아이들 모르게) 손봐주고 마당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그에게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는가 했으나 타오가 갱단에게 린치를 당하고 수가 끔찍한 폭행과 강간을 당하면서 그는 일생일대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갱단이 있는 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복수. '놈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복수.  



언젠가 김어준은 "인문학적으로 각성한 마초, 그거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말은 마치 "우주의 어느 별에도 알고 보니 물이 있어서 생명체가 살더라"는 말처럼 그럴 듯하면서 아득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별에 가는 방법이 발표된 것처럼 희망이 구체화되었다. 즉, 다음과 같은 것들이 사실은 가능한 것이었다: 영리하고 세련된 희생. 인종차별주의자의 휴머니즘. 보수주의를 담아내는 총명한 노(老)감독. 섹시한 노(老)배우. 「그랜 토리노」는 이런 어불성설로 만들어진 영화다. 어불성설로 만들어진,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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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3-2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볼래볼래볼래요 볼래요. ㅎㅎㅎ 다시 봐야할 영화들이 죽죽죽 늘어나고 있어요. 흐흐.

네꼬 2009-03-24 15:49   좋아요 0 | URL
봐요 봐. 난 안 그래도 이 마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집에 와서 쓰러졌다오. ㅠㅠ

Mephistopheles 2009-03-2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말이죠. 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 뿐만이 아니라 배우, 그리고 인간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모든 것이 담겨진 영화에요..^^

네꼬 2009-03-24 14: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의 모든것이 담겨있는 듯해요. [밀리언달러 베이비] 때보다 목의 주름이 더 ㅠ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쩜 그리 멋질까요?

Mephistopheles 2009-03-24 21:10   좋아요 0 | URL
멋지게 지조있게 살아와서가 아닐까요. 물론 이런 그도 굴곡이 있었데요. 카멜시 시장으로 있을 때였나. 혼외정사로 자식이 하나 있었다는게 밝혀졌었죠. 그런데 비난을 할 건덕지가 없었던게. 생활비부터 학비 모든 것을 지원해줬었다나봐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 아이도 자신의 자식이라고 분명하게 인정하기까지 했고요..^^

네꼬 2009-03-25 09:55   좋아요 0 | URL
역시 보수주의의 핵심은 책임감 -_- 할배 좀 짱인듯 :)

urblue 2009-03-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말씀대로, 월트 코왈스키는 딱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신인 듯 싶어요. 저렇게 늙어가는 마초 할아버지라면, 나름 귀엽잖아요? ^^
마지막 "그랜 토리노"를 부르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특히 멋지더라구요.

네꼬 2009-03-24 14:30   좋아요 0 | URL
나름 귀여운 정도가 아니라 초섹시하더라고요. '나도 남은 생애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는 그의 아내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그게 영화를 본 저의 소감. ㅠㅠ

Mephistopheles 2009-03-24 21:10   좋아요 0 | URL
워낙 재즈에 조예가 깊고....피아노도 잘치는 멋쟁이 할부지라서..^^ 노래쯤이야..

네꼬 2009-03-25 09:56   좋아요 0 | URL
(기절)

치니 2009-03-2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우선 꾹 누르고,
볼래요볼래요볼래요! 안 그래도 찍어놓았던 영화인데 네꼬님이 이렇게 적어주시면 아이고 봐야죠 봐야죠.

네꼬 2009-03-24 14:32   좋아요 0 | URL
의외로 관객이 꽤 되더라고요. 근데 영화가 내내 심각하거나 하지 않고 온화하고 심지어 이따금 웃기기도 했어요. 저는 한번 더 볼까 하고 있어요. ㅠㅠ 저는 이런 마초 할아버지한테 한없이 약해요. ㅠㅠ

다락방 2009-03-2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일요일,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서(연예인인듯!) 혼자 보았어요. 손수건도, 휴지도 없이 들어가 앉았다가 맨손으로 맨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죠.

아, 그의 복수, 그의 선택!!


화제의 서재글로 가기 위한 다섯번째 추천은, 당연히, 저여요!!

네꼬 2009-03-25 09:59   좋아요 0 | URL
다락님 홈페이지에서도 이 영화 리뷰를 보았어요. 리뷰를 보면서 또 눈물이 핑. 맞아요. 나도 '그건 안 돼요, 그건 안 돼' 하면서 보았는데 그의 선택은 정말....연륜이 묻어나는 결말 참 좋았어요. 추천 안 해 줘도 되니까 만나줘요 만나줘. (^^)

Arch 2009-03-2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안녕하세요. 히^^
화제의 서재글에 벌써 올랐지만, 그래도 추천 꾹 눌렀구요.
요즘 마초에 관해 관심이 생기고 있는데 마침 제대로 된 영화, 아니 네꼬님 영화평이란 생각에 반가운 맘이 생겨납니다.
저라도 이런 마초라면 한없이 약해질 것 같아요.

네꼬 2009-03-25 09:49   좋아요 0 | URL
아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싱글벙글). 관심 고맙습니다.
저는 안 그래도 마초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를 보니 이젠 커밍아웃해도 될 것 같아 안심이에요. 착하게 살아서 다음 생에 이분의 아내로 태어나고 싶어요(다시 강조). ㅎㅎ

프레이야 2009-03-2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정말 감동이더군요.
엔딩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앉아있었어요.
여운이 어찌 묵직하고도 날렵하던지요.
네꼬님 리뷰가 참 좋아요.^^

네꼬 2009-03-25 09: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울고 말았어요. 그런데 여운이 묵직하고 날렵하다니 으와, 바로 그거였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언제나 다정한 혜경님 헤헤--좋댄다)

무스탕 2009-03-2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꼬님♡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솔직히 요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살고 있는데 네꼬님이 저를 달궈주셨어요.
알았어요. 이 영화 꼭 볼께요!!
저도 클린트 아저씨 좋아해요 :D

네꼬 2009-03-25 09:53   좋아요 0 | URL
앗 무스탕님 ♥
저는 지금 보고 싶은 영화를 몇 편 꼽아두었어요. <그랜 토리노>는 벼르던 영화인데 혹시 금방 내려갈까봐 부랴부랴 서둘렀어요. 이 영화는 정말 추천추천.'더티 해리'의 퇴직 후를 볼 수 있어요 :)

마노아 2009-03-2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가 막 끓어올라요. 저도 꼭 볼게요. 같이 초 섹시 클린트 할아버지에게 푹 빠질래요!!!

네꼬 2009-03-25 09:53   좋아요 0 | URL
음, 마노아님은 보시면 아마.. 꼭 휴지 가지고 가세요. (넉넉히) 다락님처럼 낭패 보실라. ㅎㅎ 자자 우리 알라딘 안에 팬클럽 만들까요?

라로 2009-03-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동안(지금까지) 가슴이 먹먹했더랬어요,,,,
네꼬님은 정말 따뜻한 시선을 갖고 계신분인가봐요~. 마초 할배에 대한 표현이 넘 다정해요~.^^

네꼬 2009-03-25 09: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나비님. 저도 일요일에 보고 오늘까지도 자꾸만 생각이 나요. '사는 문제'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지요. 마초도 좋고 할아버지도 좋은데 마초 할아버지라니, 저는 그저 눈이 어질어질 할 뿐입니다요. @_@

2009-03-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9-04-01 09:58   좋아요 0 | URL
엣 그런 게 어딨어요! 흥. 그럼 제가 새치기. 히히히.

2009-03-2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1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9-03-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태로 관람해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네꼬님이 초강력 뽐뿌질을 하시네요. ㅎㅎㅎ 빨리 보고 싶어졌어요. :)

네꼬 2009-04-01 10:01   좋아요 0 | URL
이리스님. 제 '줄거리 요약 서비스' 맘에 드셨어요? ^^ 이런 영화는 꼭 일찍 극장에서 내려오기 마련이니 어서 가 보시어요. 어서요 어서~ (채근채근)

이런생각 2009-03-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랜토리노 마지막에 엔딩곡 올라올 때 정말 울컥 했다구요..
노장의 사회를 향한 유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굳이 작가나 감독이 아니라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궤적이나
산물을 통해 사회에 바래지 않을 뜻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헐뜯기에 바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들이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 진정 그들의 목적이 사람의 사람됨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는 것이라면 모든 이들이 서로를 응원해 줄텐데..하는 아쉬움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네요.

네꼬 2009-04-01 10:06   좋아요 0 | URL
책상머리엔님 안녕하세요? (책상머리라... 저는 주로 밥상머리...)
한겨레에서도 이 영화를 유언에 빗대었더랬죠. 영화를 보니 정말 그 표현이 맞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떳떳하고, 노년에야 알게 된 부끄러움도 있지만 그런 것 역시 솔직히 고백하니 문제를 푸는 일은 후대에 남기겠다, 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정말이지 이런 노인 너무 좋아요. (응?)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보수나 진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이익' 말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보고 싶어요. 음, 그래야 제가 본받을 텐데.. 여태 본보기가 없어서 이러고 있다는... (퍽!)

마노아 2009-03-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네꼬님, 영화 리뷰 당선 축하해요~ 뭔가 한 건 할 줄 알았다니까요.^^

마노아 2009-03-29 16:59   좋아요 0 | URL
어제 이 영화 보고 왔어요. 네꼬님 생각이 났어요. 네꼬님 리뷰를 다시 읽으니 영화의 감동이 또또 밀려와요.(>_<)

네꼬 2009-04-01 10:08   좋아요 0 | URL
이상한 일이에요. 역시 아직 영화 리뷰들을 안 쓰고 계신걸까요? 이렇게 줄거리 요약 서비스를 제공한 리뷰를 뽑아주시다니.. (아마도 고르신 분이 이 영화 팬인가봐요!) 영화 보고 왔어요? 그렇지 그렇지 좋지 좋지? (바짝 붙었음)

순오기 2009-03-2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영화 리뷰 당선 축하해요~ 이 영화 우리 동네선 아직 안해요.ㅜㅜ
어쩌면 아주 안 할지도 몰라요, 대중적이지 않은 건 잘 안 걸어요.엉엉~~

네꼬 2009-04-01 10:09   좋아요 0 | URL
엄마야 '아주 안 하'지는 않기를! 이 영화는 미쿡에서는 흥행 대성공했다던데, 우리는 미쿡이 아니니 그정도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보고 공감할 영화라구요. 게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그렇게 박대하면 안되죠. ㅠㅠ

2009-04-0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할아버지 넘 멋져요~
나도 저렇게 멋지게 늙어야징..

네꼬 2009-04-06 17:25   좋아요 0 | URL
크핫 맞아요 맞아. 일명 '클간지' (^^)

고라니 2009-04-2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섹시한 노老배우'에 세 표.

ㅎㅎ 정말로 오랜만이지요? 네꼬님. ^ ^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저 노배우에게 (작품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저 만수무강만 하시길..' 이라는 강한 염원성 발언을 하던데요.
제 생각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말 멋진 배우-감독인것 같아요.

아, 네꼬님-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라는 동화 읽어보셨나요?
오늘 방송에서 책 소개를 들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한던데요..
네꼬님이 동화를 사랑하는 듯하고 또 좋은 책인 것도 같아 말씀드려봅니다. ^ ^

 
기형도 시인 20주기를 찾은 특별한 문상객들


"정확히 말하면 대중들은 그의 '유령'을 사랑한 것이겠지만, 20살이나 먹은 나이 든 유령이 지금도 사랑을 잔뜩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재미있었다."

  

-->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갓 스무살 된 유령에게 나이들었다고 할 수 있는가. 스무살이면 한참 날아다닐(!) 때다. 승주나무님은 유령차별주의자인가? 이 글은 승주나무님의 마지막 문장에 불만을 품고 쓰기 시작했다고 과격하게 쓰고 싶지만, 사실은 인기가 많은 승주나무님의 글을 트랙백하면 뭔가 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아니, 그게 다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 선배언니(달님)와 함께 ‘기형도의 시 읽는 밤’ 행사에 갔다가 예상했던 대로 감동에 만취해 거의 뛰다시피 홍대 앞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그만... 그래 한번은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홍대 삼거리포차 앞의 수입CD가게 Record Forum이, 언젠가 한번은 내 주머니를 털 줄 알았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음량 우아한 음폭 낯선 선곡 무심한 디스플레이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내 주머니에서 거금을 꺼내가는 날이, 한번은 올 줄 알았다. 그날이 그날이었다. 게다가 내가 예술적 흥취에 푹 젖어있다는 걸 이용해 마침 탱고(그렇다, 탱고!)를 틀어놓는 놀라운 감각. 못 들은척하고 앞만 똑바로 보며 지나가려는데 (실제로 모퉁이를 도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아악, 왜, 신호가 안 바뀌는 거야! 길을 건너야 되는데! 왜! 왜! 이를 꼭 물고 달님에게 “언니 추워?” 하고 돌아보는데, 달님, 안 보인다. 달님, 레코드 가게 앞에서 입 벌리고 서 있다. 나는 포기하고 가게의 문을 열었다. 주인아저씨는 우리를 본 체 만 체다.  

 “저, 지금 나오는 음악이....(제발 이건 파는 거 아니라고 말해줘요)” “ (진열된 씨디 하나를 가리키며 무심하게) 이겁니다.” “에스테반.. 음, 모.. 음, 모르..음, 이건 뭐 이렇게 무식해서 원(난 무식하니까 음반은 살 수 없겠어요)...” “아, 못 읽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읽는 게 중요한가요?” “ (당했다!) 그런데 이 음반은 끝까지 이렇게 좋은가요?” “어유 좋죠. 그러니까 그렇게 비싸죠. (크햑 33900원!) 안 사셔도 되니까 끝까지 들어보세요.” ... 고단수다. 봄, 밤인데. 밖에 비 오는데. 나 방금 시 읽다 왔는데. 난 몰라, 나는 울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현금영수증 끊어 주세요”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문득, 기형도의 시 읽는 밤 행사에 다녀와서 후기를 잘 쓴 한 명한테 4만원 적립금을 준다고 한 게 생각났다! 오냐 어디 팔 걷어붙이고 써보자, 그 4만원은 내 거다, 그걸로 CD값 충당해야지, 누가 쓰기만 해봐라, 하고 별렀다. 그런데 승주나무님이 이렇게 잘 쓴 걸 보니까(심지어 사진까지 잘 찍으셨네!) 4만원은 날아갔구나, 에라, 그럼 나 내 맘대로 쓸래, 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엉뚱한 결론. (응?) 그래서 나는 뵌 적도 없는 승주나무님 서재에서 드러눕는 심정으로 난생처음 트랙백을 해본다. 이렇게 멋진 후기라니, 나는 타의에 의해 겸손해졌다. 낭패로다!



이제는 분한 마음을 누르고 편하게 쓰련다.  

 

기형도 시인이 살아있었다면 분명히 시를 몇 편이고 썼을 날씨였다. 찬바람이 불었고, 비가 왔다. 나는 여럿이 모이기로 (술을 마시기로) 한 날 비가 오면 일단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은 몇 해가 지나고도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니까. 그렇게 찾아간 이리까페가 어둡고도 따뜻한 곳이어서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자리에 꼭 가고 싶었던 실제 이유-진은영 시인을 멀리서나마 만난 게 특히 좋았다. 함성호 시인이 딱딱한 말투로 전하는 ‘노련해져가는 일에 대한 걱정’이 듣기 좋았다. 소설가 성석제의 ‘노안을 배려치 않는 유인물’에 대한 일갈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죄송)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은 그대로 훔쳐 오고 싶었다. 성기완 시인과 동료 밴드가 「가수는 입을 다무네」를 부를 때, 기형도가 죽은 시인이 아니란 걸 확인해서, 나는 안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입 속의 검은 잎』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과 섞여 일하고 싸우고 술마시고 떠들고 내일을 걱정하며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음껏 고독하고 싶어서 외롭고 싶어서 읽는 시집이었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 모든 길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정거장에서의 충고)라거나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 기적적이었다' (오래된 書籍)거나 하는 노골적인 환멸과 슬픔, 체념이 참 신기하게도 오히려 내일 출근하는 힘이 되곤 했다. 내 그림자는 이 시집이 대신해주었다. 그가 나대신 우울했다. 그가 나대신 울었고 절규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이면 또 환하게 웃었다. 무례한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고집스럽게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나쁘게 말하다)는 구절을 펴 읽던 어린 날의 네꼬를, 나는 오래간만에 떠올려보았다. 울고 싶은 건지 웃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울었으니 다시 내가 웃을 차례라고 생각했다. 한 시인이 죽었고 우리는 모여서 행복했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할 정도로.

 

*

이벤트’에 응모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신청하면서 확인한 간절함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다른 분들의 진한 사연에 비하면 나의 응모 댓글은 투박하기 그지없었는데(“어떤 이벤트에 이토록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오로지 플래티넘 회원이란 거 하나로 날 뽑아준 알라딘과 문학과지성사에 감사를. 특히 달님의 표현에 의하면 ‘20년 전에 죽은 시인을 이렇게 모던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문학과지성사의 탁월한 감각에, 각별한 질투를. 

 

 
 

 

 

P. S.  4만원은 날아가고 CD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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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 님과 이벤트 후기 쓰시는 분에게 사과하며...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9-03-12 11:03 
    그냥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써서 그런다는 게 아니라, 후기를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남겨야 나중에 그걸 보고 나서도 후회가 덜 하거든요. 예전에 시를 쓴 적이 있는데 시를 쓴 다음에는 절대 다시 그 시를 보지 않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그 시를 보면 감정은 누그러지고 시에 대해서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일주일 후에도 살아남는 시는 단 하나도 없었죠. 다른
 
 
Mephistopheles 2009-03-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누가봐도 승주나무님 후기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밖에......(영화리뷰로 도전해보세요. 내용 필요없고 무조건 많이 쓰는 사람이 장땡입니다..수근수근 거기다가 1등에겐 무려 30만원의 적립금이..!!)

네꼬 2009-03-09 17:44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오해예요, 오해(손사래). ㅎㅎ 아, 저는 이를 갈며 겸손해져서 차마 이걸 그 게시판에는 못 올렸습니다. (항복의 의미랄까?) 하하 근데 메피님의 '무조건 많이 쓰는 사람이 장땡'에서 그만 푸하핫 웃었어요. ㅎㅎ (뭣이? 30만원!!!)

다락방 2009-03-0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이 들리면 당장 들어가서 그 곡을 물어보고 사는건 나도 잘 하는 짓
그렇지만 시를 제대로 느끼는 건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짓

그래서 네꼬님이 부러워요. 나는 심지어 네꼬님의 전공까지 부러워요. 난 뭐하고 산거야 대체 ㅜㅡ

네꼬 2009-03-09 17:45   좋아요 0 | URL
좋은 음악을 당장 사버리는 건 전 그닥 잘 못하는 짓.
시를 느끼는 건 언제나 잘 못하는 짓 ㅠ_ㅠ
전공과 관련해서는 뭐든지 못하는 짓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난 뭐하고 산 거야 대체!" 하는 탄식은 요즘 내가 잘 하는 짓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하이드 2009-03-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무슨 밥집에서 연주하는 것 같지만, 이 곡이 제일 좋으니깐, 조공짤로- 바치고 갑니다. 넙죽- 이런 음악이 길거리에서 나오면, 발이 안 떨어질만해요. 아- 방구석에서 들어도, 그냥 막 녹는걸요.


네꼬 2009-03-09 17:56   좋아요 0 | URL
으악, 하이드님, 안돼요, 안돼. 이러시면... (귀를 꽉 ㅠㅠ)

순오기 2009-03-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벤트에도 이토록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수첩에 적어두고 써먹어야겠어요.ㅋㅋ 기형도 시인, 사랑받을 만한 유령(?)이죠.^^

네꼬 2009-03-10 10:05   좋아요 0 | URL
오, 요런 노골적인 부탁의 말이 통하기도 할까요? ^^ 순오기님은 이제 이벤트 응모하지 마세요. 흥, 만날 다 되고 심지어 독후감도 잘 써서 상금 받으시고 ㅠㅠ (쓰다 보니 울컥하네 ㅎㅎ) 기형도 유령님, 그럼 사랑스러우신 거? ㅎㅎ

순오기 2009-03-10 22:0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어쩌다 운이 좋았지요~ ^^
우리 민경이 왈,
"우리 용포쌤, 잘 계신가요?"ㅋㅋㅋ
우리 용포샘이랍니다. 전해주세요~~~ ^^

네꼬 2009-03-11 17:53   좋아요 0 | URL
용포샘이 누구시더라? ㅎㅎ (자자 안부는 직접, 관심은 저에게만! 하하)

니나 2009-03-0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와 비와 탱고와 이리까페라니요. 알콜까지 홀랑 털어넣으셨을테니 부러워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

네꼬 2009-03-10 10:07   좋아요 0 | URL
니나님, 안녕하세요? 저는 그렇게 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 떨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냈답니다. 기형도, 비, 탱고, 이리까페는 어딘가 살짝 어긋나는 듯하면서도 말하자면 또 뭐 잘 들어맞기도 하고 그렇지요. 왜냐, 어긋나는 부분은 알콜이 묶어주니까요. 하하하.

치니 2009-03-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제가 알라딘이라면 4만원이 뭐에요, 40만원 줄 마음 드는 페이퍼네요. ^-^
이렇게 정성껏, 그리고 이렇게 주최 측의 의도를 이쁘게 고스란히 담아주는 블로거가 몇 있을라구요.
(승주나무님 거는 이제 가서 읽어볼랍니다만 ㅎㅎ 일단은 네꼬님 편)
탱고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네꼬님이 반했다니 들어볼래요. 길을 걷다 들려오는 음악이 좋아서 씨디를 샀다, 라는 짧은 표현으로 대개 넘어갈 사건을 이렇게 소상하고 재미나게 들려주시는 네꼬님은 천상 작가가 되었어야 해요. :)

이리까페 근처에 일본인이 하는 빵가게가 있답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961244) 친구가 알려줬는데 저도 함 가볼라고요, 맛있을 거 같죠? 헤헤.

네꼬 2009-03-10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치니님의 알라딘 마을에 세 들어 살겠어요. 하하. 제가 집세로 40만원을 드리죠! (승주나무님 페이퍼에는 뭐라 댓글을 달아주실지, 저는 안 보겠어요. 흑.) 저도 탱고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날은 좀 심하더라고요. 홍대 삼거리를 지나실 땐 레코드 포럼을 주의하세요. 아주 흉악한 가게예요! 그에 비해 '미루카레'는 아주 다정한 가게군요. 기본적으로 그날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든다는 원칙 참 맘에 드네요.♡ 이런 고소한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간만에 빵가게 재습격? 히힛.

또치 2009-03-1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기본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들어요" 이건 내가 꿈꾸는 가게!! (네꼬씨~ 반죽 준비햇~)
아, 음악에 대한 우울한 추억 하나가 보태지겠군요. 그리고 이 다음날... 나는 네꼬씨에게 멱살을 잡혔죠. The Chieftains 음반을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면서 ㅠㅠ

네꼬 2009-03-11 17:51   좋아요 0 | URL
ㅎㅎ 멱살 잡아서 쏘리 또치님. (그날의 격한 감정이 다시 한번 떠오르누나)
안 그래도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든다는 대목에서 또치님 생각이 났죠. 아, 소보루 먹고 싶다. (응?)

mong 2009-03-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불만이나 항의 이런 단어들도 네꼬님에게 오면
달콤해진다니까...
재주덩어리 네꼬씨~~
(갑자기 빵이 먹고싶어진 몽)

네꼬 2009-03-11 17:52   좋아요 0 | URL
어머 우리 노란 동지 오셨다. (똑똑한 몽님, 방가방가) 나도 지금 소보루 먹고 싶은데. 음, 네꼬씨와 몽님이 소보루를 수북이 쌓아놓고 우유(반드시 우유여야 함)를 마셔가며 냠냠 짭짭 먹는 걸 상상하니 막 좋아요. ㅎㅎ

승주나무 2009-03-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만에 글을 봤습니다. 여유가 없어서 글을 하나씩 검색해보지도 못했네요. 그 대신 트랙백을 남겼으니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

네꼬 2009-03-12 11:35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안녕하세요? 제가 불쑥 이렇게 트랙백을 달아서 혼자 재밌다고 놀았네요. ㅎㅎ 진심이 담긴 후기를 읽고 제가 가졌던 사심이 부끄러워서 써본 거예요. 그냥 추천과 댓글로만 남기기엔 아쉽기도 하고, 또 저도 남겨두고 싶어서요. (^^) 저는 아예 그 게시판엔 글을 안 남겼답니다. 이렇게 뵈어서 반갑습니다요.

2009-04-0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면 나의 친구들은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는데, 요즘 나는 무척 우울했다. 뭐, 몇 가지 일이 겹쳐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울함이란 두통 같은 것이니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고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당분간 이 마음을 모른척하지 않기로 했다. 이랬다가 또 금방 뛰어다닐 만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겠지. 어디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오거나, 짧은 스커트를 사거나, 음, 고기라도 구워 먹거나 그러면 될 거야.  

그런 의미에서 마음 편하게 여기 친구들에게 털어놓자면, 요즘 내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걱정이다. 가족 속의 나, 회사라는 조직에서의 나, 일에서의 나, 그냥 나. 별 생각없이 살아왔는데(이게 문제) 돌아보니 어? 너무 생각 없었나? 하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우울함은 두통처럼 왔다가 또 가는 것이지만, 한가지 더 나쁜 점이 있다면 그건 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통보다 머무는 시기가 좀 길다.)  

그건 그렇고 제목을 이렇게 썼으니 그와 관련한 이야기도 해야겠지. 나는 원래 아주 구체적인 꿈을 많이 꾸는데, 요즘 특히 그렇다. 요 며칠은 꿈에 자꾸 동물들이 나온다. 처음엔 원숭이가 나왔는데, 그저께는 달팽이가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달팽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다섯 살쯤 된 남자애가 나오는 꿈이었다. 그 애는 유치원이 끝나면 달팽이와 함께 집에 돌아갔는데, 달팽이를 손가락이나 나뭇잎에 올려놓고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산책을 시키는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집까지 가는데 매일매일 백년이 걸려서 선생님과 엄마가 속터져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얘기는 이보다 더 말이 안 되는 황당한 것이라서 적을 수 없다. 그래도 꿈에 달팽이가 나오는 건 그리 흔치 않은 경험이니 자랑해도 되겠지? 요즘 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로 제일 빠를 때일까?' 하는 어두운 질문을 떠올리곤 하는데, 어쩌면 '아니어도 할 수 없으니 닥치고 출발해'라는 뜻으로 그 달팽이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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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3-0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 대한 경과를 상세히 기억하시는 것을 보니 개꿈은 아닌 듯 합니다.
꿈이야 어떻든 간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좋게 생각하면 길몽이 아닐까요. ㅎㅎ

네꼬 2009-03-03 09:48   좋아요 0 | URL
네 전호인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달팽이가 일부러 나왔을 땐 다 좋은 뜻이 있었을 거라고 위로를 삼고 있어요. (^^) 고맙습니다.

치니 2009-03-0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네꼬님. 우울함을 적은 페이퍼에 어울리지 않는 괴성이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봄이라서 그렇다 생각해요. 무언가를 꼭 시작해야 할 것 같이, 묵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야 할 것 같이 구는 이 봄의 분위기가 사람을 종종 우울하게 하더라구요.
꿈은, 천천히 가고 싶은데 옆에서 재촉을 받으니 그게 싫어서 꾸신 꿈 같은데요? ㅎㅎ

네꼬 2009-03-03 09:49   좋아요 0 | URL
꺅! 우울하다고 울어놓고 참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죠, 저야말로! 치니님, 잘 계셨어요? 안그래도 묵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마음이 제일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오늘 제가 있는 곳에는 눈이 막 오네요. 벌써 봄이야? 어어, 하고 있었는데 느긋하게 가라는 하늘의 계시가.... (얼씨구 이젠 그냥 막 갖다 대는구나.)

2009-03-02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3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03-0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치마. 짧은 치마. 짧은 치마. 좋아요.
짧은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오는 네꼬님을 보고 싶은데? 흐흐.

그런데, 네꼬님이 '어? 너무 생각 없었나?' 하면 저는 너무 슬퍼질 것 같은데요.
네꼬님은 그렇지 않아요. 네꼬님이 생각이 없는 거면, 저는 어쩌라고요 네?
그냥 우리,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 삼겹살집이나 갈까요? ㅋㅋ

네꼬 2009-03-03 09:55   좋아요 0 | URL
음, 짧은 치마 찬성? 물론 웬디님처럼 쭉쭉 긴 다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전환 삼아서 입어볼까 싶어요. 이 봄이 지나면 또 언제 입겠어요. (더 무너지기 전에.) 웬디님 잘 있었어요? 나는 비록 생각이 모자란 고양이지만,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뾰족구두 필수) 꽃향기 나는 향수도 뿌리고 삼겹살집 갑시다. 요 밑에 우리 고기 멤버 있네!

다락방 2009-03-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저는 정말 생각없어요. 엊그제도 생각이 없어서 식당에서 한 손님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어요.(이건 말하기 싫어요. 정말 당황했었거든요. 얼굴도 시뻘개지고!)
그런데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제가 앞으로는 뭔가 다르게 살것 같은가 하면 또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적고나니 갑자기 한없이 우울해지려고만 해요.

우리 다시 태어나기로 해요, 네꼬님.
제 남동생이 언제나 자기 전에 제게 하는말이 내일부터 다시 태어날거야, 에요. 그러면 저는 어제 그랬던것처럼? 하고 말하지요.

네, 네꼬님.
저는 매일매일 커피를 마시고 매일매일 커피를 끊어요.
확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우리, 내일 그리고 또 내일 늘 다시 태어나자구요.
짧은 치마도 좋고 고기도 좋고 따뜻한 캬라멜마끼아또도 내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늘을 위로하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겠죠. 아, 수다도!


(이렇게 길게 적고 다시 한번 읽어보니 대체 뭔말인지를 모르겠어요 -_-)

네꼬 2009-03-03 09:58   좋아요 0 | URL
나는 저 두 번째 문장을 몇번이나 읽어보았어요. 다락님이, 생각이 없어서, 식당에서(식당에서!) 한 손님에게(손님에게!) 호되게(호되게!!!!!) 혼나(혼나?????)다니!!!!!!!!!!!! 이게 무슨 소리? 내가 그를 끌어와 볼기짝을 치리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다락님이 잘못했더라도 상관없음. 진짜.)

고양이는 아홉번 다시 태어난다고 해요. 전 아홉번까진 아니어도 되니까 내일 당장 다시 태어나면 좋겠어요. 그럼 잘해볼 텐데. 어리석게 굴지 않고... 이런 생각 드는 거 보니까 나 나이먹긴 했나봐. ㅠㅠ 다락님의 브라더 말 대로 저도 매일매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내보겠어요. 그리고, 이 우울한 날들에, 마시멜로 들어간 코코아가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걸까요?

무스탕 2009-03-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휴가 내서 차를 몰고 춘천에 다녀오세요. 아.. 춘천이 아니라도 좋아요. 그냥 피곤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잠시 일탈을 하세요. 가는 길에 강가를 만나면 무작정 차를 세워서 넋놓고 물구경 하다 와도 좋고 처음보는 박물관이 눈에 띄거든 요건 뭘꺼나 들어가 보는것도 좋겠죠.
그냥 어제까지의 나를 잠깐은 집에 두고 하루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거에요.

네꼬 2009-03-03 10:03   좋아요 0 | URL
음, 역시 우울함을 달래는 데는 여행이 최고겠죠? 저도 하루쯤 그래볼까 싶었어요. 머물던 데서 떠나보아야 새로운 다짐이 가능한 건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어떤 배우 인터뷰를 보니까 그는 머릿속이 복잡할 땐 서울에서 부산까지 음악도 틀지 않고 운전을 하고 간대요. 전 그 경지는 아니니 어디 가까운 온천이라도...(응? 온천?) 강아지는 너무 귀여우니까 그렇고, 음, 오리쯤 어떨까요? 꽥꽥.

마노아 2009-03-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리게 느리게 집으로 가는 달팽이라니, 너무 철학적으로 들려요. 혼자만 늦게 가고 있다는 어떤 불안감이 작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달팽이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참 좋아요. 집에 가서 숙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가려고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달팽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니, 친자연적이고 낭만적이잖아요. 그 꿈 네꼬님처럼 예뻐요!

네꼬 2009-03-03 10:06   좋아요 0 | URL
철.학.적.이.라.니. 역시 마노아님은 긍정의 여왕! (마마~) 맞아요, 숙제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고 산책. 달팽이의 산책. 아무튼 뭔가 긍정적인 것만은 확실해졌네요. 마노아님 덕분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 보니까 마음이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역시 좋은 사람과 어울려야 돼요. 그건 고양이도 마찬가지.

2009-03-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치마 입고, 내꿈 꿔줘요~~ ㅎㅎㅎㅎ 에이, 그냥 웃고 말아요~ 히힛

네꼬 2009-03-09 17:46   좋아요 0 | URL
왜요? 왜 웃고 말아요? 짧은 치마 입고, 션님 꿈 꿀 건데. 어디 도망만 가 봐라.

2009-03-07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9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0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우울할 때는 달달한 것을 먹어줘야 하는데~~ 초콜릿이라도...
살랑살랑 봄바람에 짧은 치마 아가씨~ 생각만 해도 좋은 그림이네요.^^
달팽이 이야기 동화로 써 보세요, 정말 좋은 이야기가 될 거 같아요~~~ 강추!!

네꼬 2009-03-09 17:48   좋아요 0 | URL
요즘 아주 달달한 것 입에 물고 살아요. (아이고 충치야~)
그러게요, 나름대로 잡은 컨셉은 "봄바람 살랑살랑 미니스커트 샤방샤방"인데 실제로는.. 털썩.
달팽이 동화를 누가 읽어줄까요? ㅎㅎ 앞뒤 스토리를 붙이려는데 아무래도 말도 안돼요. 하하하.
 

초등학교 때 1등 한번 안 해본 사람 찾기 어렵듯이, 한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줄 아는데, 나도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우리 네 식구가 전전한 셋방은 그 종류가 꽤 다양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유독 한 집이 각별하다.

그 집은 길 위에 있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그 집은 대문이 없었다. 길가에 닿은 현관의 자물쇠를 열면 바로 부엌이 나왔고 바로 방이 들여다보였다. 겨울에도 찬물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집, 세탁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집에 이따금 주인집 아저씨가 다녀가고 나면 엄마는 온종일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울 만도 했는데 이상하게 별로 그렇진 않았다. 친구들을 데려와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TV도 보고 잘 놀았다.  

나를 괴롭힌 건 다른 데 있었다. 그건 바로, 도둑이 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었다. 어떤 도둑이라도 맘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집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어떤 도둑도 눈여겨보지 않을 집이기도 했지만, 그땐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 열한살, 열두살, 그때 내 나이가 그랬다. 어려서부터 눈치가 빤했던 나는 그 불면의 이유를 부모님께 절대 말하지 않았다. 목이 꽉 메어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내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대문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이었다.   

그 꿈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알게 된 것은, 엄마와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오던 어느 겨울, 명동성당 앞에서 비닐 천막을 치고 거주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들을 보았을 때였다. 비닐 천막 위에 얼기설기 천을 씌운 가건물 안에서 아기가 빽빽 울고 있었다. 그 충격에 나는 그날밤부터 아예 소원을 바꾸기로 했다.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말이 실현되지 않기를, 주인집에서 우리집에 자꾸 찾아오지 않기를, 우리를 지켜주는 저 시멘트 벽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느라고 어린 네꼬의 밤은 길고 무서웠다.  

마지막 가진 것은 시너밖에 없던 사람들이, 그들의 마지막 '일터'였던 초라한 가건물에서, 죽었다. 이른 아침 시내 한복판에서 불길에 싸인 얄팍한 상자 같은 건물. 밖에서는 그들의 동료가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온몸으로 울부짖었다. 경찰 관계자의 기자회견을 보니, "왜 이렇게 불이 커졌을까요?"라는 질문에 "시너를 안 갖고 들어갔으면 괜찮았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살의를 느꼈다. 남대문이 불타는 것을 넋 놓고 보아야 했듯, 오늘도 나는 그 불길을 지켜보기만 했다. 국가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있는 걸까. 슬프고 참담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꼭 적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이 가기 전에 쓴다. 오늘은 2009년 1월 20일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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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쏘공이 되풀이되는 대한민국~ 아, 부끄럽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1-21 01:25 
    네꼬님의 글을 보며 기어이 눈물이 났다.  우리 애들에게 읽어주면서도 잠시 숨을 고르느라 멈추어야 했다.  종일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어젯밤 새벽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리뷰에도 썼듯이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들과 누리는 것들이 행복하다기 보다 오히려 미안함이 앞섰던 마음을 나는 용산철거현장에서 죽어간 그들에게 또 다시 가져야 했다.  시골에서 살때만 해도 우리가 그렇게 가난할 줄
 
 
순오기 2009-01-2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에겐 한몸 누일 공간이 얼마나 절실했는데~ 가진 자들이 그런 뼛속까지 시린 고통을 짐작이나 하겠는가요? 정말이지 쥑일, 죽을 놈들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지요.ㅜㅜ
나도 방문 열면 한뼘짜리 쪽마루 아래 연탄아궁이가 있고~ 작은 부엌문이 있는 집에서도 수년간 살았어요. 우울한 사춘기와 청춘기를 그렇게 보냈는데~ 난, 부끄러워서 친구 하나 데려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빚더미에 앉아서도 이집을 고수하고 사는 건, 우리애들에게 그런 사춘기를 갖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예요.
그들을 보면 눈물나요~ 내 지나간 세월까지도요.ㅜㅜ

웽스북스 2009-01-2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네꼬님.

다락방 2009-01-2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컥.
이 페이퍼는 추천이 말해줄 거예요.

paviana 2009-01-2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들 중에 분명히 빨갱이가 있을거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 살고 있어요. 빨갱이든 아니던 신나를 들고 들어 갔던 아니던 소중한 목숨들이고, 국가가 지켜줘야 할 국민이에요. 네꼬님이 정말 더 좋아졌어요.

마늘빵 2009-01-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눈물 나잖아요. 포털에서 기사 내려가지 않게 열심히 추천 눌러대고 있어요.

어릴(?) 때 제가 살던 집도 떠오르네요. 푸세식 달랑 한 칸 있는 화장실은 마당 개집 옆에 있었고, 집 문을 열면 바로 연탄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 나와요. 그리고 무릎 높이로 훌쩍 올라서면 방 한 칸이 나왔죠. 매일 부엌에서 씼었어요. 안에 있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거나, 밖에 있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려면 그곳을 통과해야 했어요. 집배원이 오거나, 집주인이 올 때 씻고 있으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마노아 2009-01-2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악물었는데, 결국 울어버렸어요ㅠ.ㅠ 대한민국을 사는 2009년은 참담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정초부터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이야... 참담하고 또 참담해요ㅠ.ㅠ

전호인 2009-0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아픈 일입니다. 조중동의 기사를 보니 더 울화통이 터집니다. 아무리 왜곡을 일삼더라도 주검앞에서 만큼은 권력의 앞잡이에서 살짝 비켜갔으면 했는 데 역시나 로군요. 기대할 것도 없는데 미련을 가진 제가 바보지요.

hanicare 2009-01-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정말 인간이 인간이 아니네요.
너무 처참합니다.

Alicia 2009-01-2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마음아파요. 그리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쟈니 2009-01-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 합니다.. 다시 눈물이 나려하는군요..

네꼬 2009-01-3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이토록 참혹해하는데, 정말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살릴 수도 있었다. 진압이 아닌 구조였다면" 하는 추모 집회의 문구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