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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가득 ㅣ 창비아동문고 248
오까 슈우조오 지음, 노석미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9년 4월
평점 :
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예를 들어 화장이 들뜬 친구가 나에게 ‘요즘 내 피부가 엉망이야.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라고 물었을 때 정직하게 “그러게.” 하고 말하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못됐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A에 대해, 그를 잘 모르는 누군가가 ‘A는 어때? 참 착한 친구 같던데’라고 물어왔을 때 “저도 잘 몰라요”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예를 들어 너무너무 혼자 있고 싶은 날, 저녁 먹으러 오라는 엄마한테 회식이 있다고 거짓말 하고 혼자서 조용히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책을 두고 무슨 감동대작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쓰는 건? 무섭게 짖는 커다란 개에게 (벌벌 떨며) “착하지 착하지 착하다 착하다” 하는 건? 안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에 다 같이 부르는 축하 노래에서 ‘사랑하는 땡땡의 생일 축하합니다’를 눈 꼭 감고 불러버리는 건? 자기소개서에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쓰는 건?
이런 예는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저 좋자고 남을 속여먹는 못된 거짓말들 말들은 일단 빼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거짓말들만 해도 세상에 한가득이다. 「거짓말이 가득」의 류우도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루에 3회 정도 하고 산다. 일년이면 1095회 정도 되는 셈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커서 도둑이 되고 염라대왕에게 혀가 뽑힌다는 말을 들을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에게 시험지를 안 보여주는 거짓말을 할 때 정도는 괜찮았다. 나쁜 장난에 당하는 교오꼬를 보면서도 힘 센 친구가 무서워 거짓말을 한 뒤 류우는 친하게 지내는 게이 아저씨 밥짱으로부터 (여장을 한 자기처럼) 사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 사람도 있으니 거짓말 좀 한다고 풀이 죽을 건 없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된다’ 하는 알쏭달쏭한 말을 듣는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엄마는 아빠의 트로피를 망가뜨렸다가 고쳐놓으면서 아빠의 자존심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류우는 우울한 고집쟁이 교오꼬가 집에서는 밝고 듬직한 맏이였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류우는 곤경에 처한 교오꼬를 위해 ‘좋은 거짓말’을 하고 만다. 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아닐지도 모른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짜 여자로 살더라도 행복하기 위해서, 끝까지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떳떳하게 사는 것, 남도 떳떳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류우는 밥짱의 마지막 거짓말, ‘슬픈 거짓말이었지만 따뜻한 거짓말이었’던 그 거짓말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거짓말이 가득』은 참 좋은 단편동화집이다. 나와 이름이 똑같은 할아버지에게 가야 될 편지가 나에게 잘못 배달되는 일, 옛집을 찾고 싶은 치매 노인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처럼 정말 있을 수도 있는 작은 사건을 실마리로 삼아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동화들이 묶여 있다. 무엇보다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눈에 선한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존경스럽다. 그는 역시 좋은 작가답게 야단스러운 상황이나 어지러운 기법 없이 한 문장 한 문장 동화의 품위를 잃지 않고 써내려갔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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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한국 사람들을 몹시 힘들게 했지요. 그런 과거의 일 때문에 저는 한국을 방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제가 한 일이 아니고 국가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죄송한 마음에 한국으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지금 당장이 아닌 먼 미래에라도 좋으니, 저는 언젠가 꼭 제 작품을 읽은 한국과 일본의 소년 소녀 들이 제 작품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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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 아프리카와 러시아의 아이들, 미국과 스웨덴의 아이들, 어느 곳의 아이들이라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들이다. 삶의 진실이란 국경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