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사실, 이 책을 MBC 느낌표에서 선정해서 읽은 건 아니다. 역자가 김화영 교수라서 읽기 시작했다. 모르는 작가이고 어떤 내용인지 대충 감만 잡은 채 그냥 무작정 산 거다. 외국 소설류는 역자를 보고 사는게 나의 오랜 습관이다. 왜냐하면 누가 번역했는지에 따라서 그 내용이나 감흥이 느껴지는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고...번역이 나쁜 경우 그 원본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실망을 주지 않은 책이었다....지은이가 젊었을 때(어렸을 때가 말하는 게 더 적당할 거다..) 가르쳤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묘사한 문체가 매우 섬세하고 정감어려 좋았다. 글 속에서 그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해 자기가 성숙해갔음을 인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서려 있었다. 그리고...캐나다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맑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다. 나마저도 읽으면서 그 아이 하나하나의 처지에 마음 쓰게 되고 잘 될 땐 환호를, 안 될 땐 너무나 가슴 아픔을 느끼며 책을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이질적인 문화에 섞여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떨림, 낯설음..이와 더불어 배경이 되는 캐나다 산간지방의 자연, 그 신비한 자연, 그리고...그 속에 담겨진 사람들의 궁핍함, 고된 삶, 그럼에도 식지 않는 희망의 불꽃, 순수함...등은 비단 외국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우리네 삶에서도 문득문득 발견되는 아릿한 마음의 흔적일 수 있었다...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

.......나는 한 줄기 작은 오르막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 아이들이 하늘 저 밑으로 가벼운 꽃장식 띠 같은 모양을 그리며 하나씩 하나씩, 혹은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매번 나는 그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광대하고 텅 빈 들판에 그 조그만 실루엣들이 점처럼 찍여지는 것을 볼 때면 이 세상에서 어린 시절이 얼마나 상처받기 쉽고 약한 것인가를, 그러면서도 우리들이 우리의 어긋나버린 희망과 영원한 새 시작의 짐을 지워놓는 곳은 바로 저 연약한 어깨 위라는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감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한 그때 세상 구석구석으로부터 그들이 나를 향하여,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한낱 이방인에 불과한 나를 향하여,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경우처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경험없는 풋내기 여교사에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고 가장 쉽게 부서지는 것을 위탁한다는 것을 느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 책 中 '집 보는 아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찬 예찬 시리즈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미셸 투르니에다. 그의 산문을 읽는 건..또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이요 신선한 만남이었다. 소설과 달리 그의 생각, 관점 등을 좀더 투명한 창 너머로 바라보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자연과 사람과 몸과 이미지, 장소 등에 대해 그가 느끼는 것들을 노골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써내려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내가 프랑스 사람들의 산문을 좋아하는 건 이런 이유에 있다. 쟝 그르니에나 알베르 까뮈나 기타 등등의 유명한 프랑스 작가들은 어떤 글을 쓸 때 액면 그대로 쓰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며 비유를 하고 그것을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또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덧붙여지는 많은 기억들, 일화들. 그 속에서 정말 나도 그들과 같은 심정 같은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됨을 느낀다.

이 책은 초반부에는 좀 지루할 수 있다. 어라? 이게 뭐야?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내던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인내하며 읽다 보면 그 속에 슬며시 동화되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서 한동안을 지내야 했다. 후반부에 있는 역자가 직접 저자와 만난 사실에 대한 후기도 인상적이다. 김화영 교수가 이 작가를 국내에 소개했고 그는 끊임없이 그와 교류하며 교감을 나누고자 애쓴다. 그래서 그의 번역은 살아있다.

예찬이라는 제목을 포함한 글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걷기 예찬, 일상에의 예찬 등등등. 어쩌면 나는 이 단어를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한 애정과 그에 대한 기억들을 담은 글들을 접하다 보면 나의 고질적인 부정적 시각와 냉정함이 조금은 덜어지고 좀더 정감어린 시선을 가지게 되는 듯 하기도 하고...글 잘쓰는 그리고 생각많은 작가들의 세상보기에 따라 나 또한 보다 깊이있는 마음을 지니게 되는 듯 하기도 해서겠지...이제 장마도 시작된다 하니..이 주룩주룩 내리는 빗 속에서 자연과 사람과 공간을 벗삼아 지내기에는 이 책이 참 적격이다.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어떤 아름다운 음악가, 한 마리 우아한 말, 어떤 장엄한 풍경, 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04-06-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찬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프랑스어의 유려함을 제 아는 교수님도 참 만나면 칭찬합니다. 그 분은 나이가 상당히 지긋하신데도 프랑스어 배우시고 계시답니다. 저도 프랑스어를 배워볼까 합니다.
우리 신문이 축구 기사도 '격침, 승전보...'이렇게 전투적인 용어를 쓸 때, 그 사람들은 아주 유쾌한 문구들을 쓴대요. 다 잊었지만...
좋은 주말 되세요. *^-^*

비연 2004-06-2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제 2외국어로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프랑스어를 조금이나마 해둘걸..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책 꼭 읽어보시구요..리뷰도 써주세요...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큰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딕슨 카의 작품은...'황제의 코담뱃갑' 을 읽은 적이 있었다...그 때도 신통치 않다고 생각했는데...이건 어떨까 싶어 손에 들었다. '화형법정'...소개글을 보니 약간 등이 오싹한 내용일 것 같아 호기심도 동했고. 결론은....글쎄다. 뭐..좀 오컬트적인 내용을 좋아한다면 읽을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 하면 뭔가 원인적 연관성을 보이고 거기에 개입된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도 있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취향에 딱 맞는다 할 수 없었다. 추리소설도 쟝르가 여러가지고 그래서 저마다 좋아하는 작가도 틀리고 주로 읽는 책도 다양하게 분포하니 나만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기는 그렇지만.

첨엔 뭔가 있어 보였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랬고 범인이 누굴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이 내 몸을 감싸고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여 읽었는데...좀 실망이었다. 작가는 아마 독자에게 이중의 트릭을 던짐으로써 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책을 덮으며 'so what?" 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더랬다.

있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가 아니라 사건의 전개가 앞뒤가 안 맞고 지목된 범인이 몰아세워지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빈약하여 그냥 한편의 2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존 딕슨 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나의 평에 엄청 반발하겠지만 말이다...(^^;;) 추리소설 중에서도 심리묘사와 치밀한 상황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별로 유익하지 않겠다. 심령적인 내용을 좋아한다면 전혀 무방하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생각을 뒤집는다기 보다는 인습적인 사고를 벗어나도록 만든다는 게 더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이 아직까지 생생할 정도로 난 이 책을 통해 내가 인지하는 방법이 과연 '내'가 인지하는 것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더랬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접했던 로빈슨 크루소의 얘기는 어떠했는가. 로빈슨 크루소는 배가 난파되어 우연히 어느 무인도에 살게 되었고 거기서 꿋꿋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해 갔고 살고자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프라이데이라는 노예를 가지게 되었고 그 인간성마저 없어보이는 상대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였다...끊임없이 탈출하고자 했던 불굴의 의지는 마침내 지나가던 배를 발견하게끔 하였고 로빈슨 크루소는 드디어 극적으로 무인도에서 벗어나 문명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훗날 나이가 들어 다시 들른 무인도를 회한에 차 바라보는 로빈슨 크루소. 그는 영웅인 것이다. 백인 영웅.

그러나, 이 책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방드르디(프라이데이를 프랑스어로 바꾼 것)의 관점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바라볼 때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달라지던가 말이다. 방드르디는 비겁하고 째째하고 권위적인 백인 남자 로빈슨의 지배 아닌 지배를 당하면서 자신의 자의식을 키워나가고 그 환경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 반해 로빈슨은 어느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왕인양 군림하는 그 처지에 점점 매몰되어 사회성은 망각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무인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선뜻 잡은 사람은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 방드르디였다. 로빈슨 크루소는 미약한 자신의 처지와 두려움과 버릴 수 없는 제왕적 지위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무인도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그의 몸종이었던 방드르디는 새로운 세계에 과감히 발을 들여 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결말인가 말이다. 같은 책을 두고 이렇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왔고 관점을 달리했을 때 같은 상황, 같은 인물이라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가를 뼈아프게 알 수 있게 한 소설이었다. 난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놀라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미셀 투르니에는 이 작품이 처녀작이고 40살이 넘어 썼다. 그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약간의 삐딱한 시선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이, 내가 만든 것 같아도 수십년간 지탱해온 사회적 환경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난 이 작가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글들을 즐겨 읽는다.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두 사람의 인간관계 속에서도 세상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권력관계가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세세한 심리 묘사가 독특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번 들면 놓기 힘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앨리스 피터스라는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공항에서 사든 추리소설을 품에 안고(^^) 비행기를 탔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작품이 내게 좋은 느낌을 준 이유 중에는  정말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너무나 오랜만에 보게 된 기쁨도 있을 것이다. 아뭏든...후배가 괜챦다고 추천을 했고...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이기에 선듯 고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나..^^)

일단...배경은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수도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주인공은 십자군 전쟁 참여 등 숱한 일들을 겪어낸 50대의 일개 수도사이고 지적인 배경이 뛰어나다거나 뭔가 카리스마적인 특성을 지녔다기 보다는 평범하지 않았던 인생 속에서 지혜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와 더 비슷할 수도 있겠다. 수도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갈등, 그 속의 죄악들이 섬세한 묘사로 그려지고 있었다. 좋았던 점은...거창한 주제를 어렵게 덤비려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심리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가의 방식이었다.

수도원을 대외적으로 빛나 보이게 하면서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원 장과  신에 대한 경외와 자신의 야심을 혼동하는 수도사들, 맞지 않는 길을 과감히 떨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 속에 스치듯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태가 독특하게 구사된 책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대의명분을 지향하는 속에서 간과되기 쉬운 인간적인 측면들은 느껴질 때마다 가슴에 저릿함을 안겨주고...그것이 추리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참 빛이 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작가들과 구태여 비교하려 들지 않겠다. 나름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이 작가에게 관심이 동하게 된 책이라는 건 확실했고. 또한 결말이 여느 추리소설처럼 "너 범인이지?" 하는 식이 아니라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것으로 매김한 것도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시리즈로 나와 있던데 심심할 때마다 한권씩 사들고 읽으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4-05-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20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비연 2004-05-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더 읽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지네요. 멋진 추리소설 작가를 만난다는 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선, 생활의 색다른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물만두님도 그러시죠? ^^* 당장 두번째 책부터 주문해야겠네요...

물만두 2004-05-2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 소설도 그렇고 추리 소설 좋아하는 분을 만나는 것도 기쁨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