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로 어수선하고. 하노이 다녀와서 약속도 많고 일도 많고...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독서란 걸 해보기가 힘든 요즘. 그래도 부여잡고 있는 책들은 몇 권 있다. 물론 내 침대 머리맡에는 읽다간 만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기는 하지만, 일단 다 무시하고...(으으으).
읽어봐야지 하다가 놓친 책이었다. 아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고는 냉큼 읽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김선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주의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좋아라 했다는 칼럼들. 참여정부에서 몇 번이나 모셔가려고 했으나 언론인으로 남기를 원해 극구 사양했다는 김선주다.
한번씩 읽었던 칼럼이지만 정말 잘 쓴다. 그러니까 잘 쓴다는 기준이 글을 화려하게 쓴다거나 하는 거라면 전혀 아니다. 이 분의 글은 소박하고 담백하고 솔직하다. 그렇지만 할 말을 하는 것에 있어 천박함이 없다. 자기가 하고픈 말을 하기 위해 저속한 표현들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이 가끔 비위에 거슬리곤 하는 나로서는 (사실 대부분 거슬린다) 이렇게 쓰는 글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창한 것을 논하지 않고 그저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빛나는 그 무엇을 건져올리는 그녀의 시각이 좋다. 글을 잘 쓰는 첫번째 요소는, 관점 아닐까 한다. 그저 아무 말이나 잘만 쓴다고 글이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혹은 납득을 구하지 않아도 논리가 있게) 글을 구성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관점. 이부분이 정말 어려운 거다. 누구나 나의 생각이라고 하지만 남의 말들에 의해 오염되고 마치 내 생각인 것마냥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수많은 정보와 말과 글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소중하게 매일 조금씩 신문의 칼럼을 읽듯이 읽고 있다. 이렇게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내가 놓치고 사는 부분이 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잊어서는 안되는데 잊고 사는 게 뭔지를 또한 되새김질하면서.
마이클 코넬리의 이 작품을 이제야 읽는다. 그 두께에 압도되어 쉽게 잡지를 못했다. 이거 읽기 시작하면 일은 끝이구나 뭐 이런 생각? 근데 지금 이렇게 바쁜 때에 잡는 건 뭐냐구..ㅜ 암튼 해리 보슈가 처음으로 등장한 무려 1992년의 소설이다. 그런데도 읽으면서..아 이래서 마이클 코넬리구나..라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어쩜 이렇게 쓰는 것마다 내 맘에 쏙들게 쓰는건지. 해리 보슈의 캐릭터도 맘에 든다. 제발 순서대로 나와서 그의 캐릭터 진화를 충분히 맛볼 수 있게 배려해주었으면..이라고 다시한번 바래보지만, 뭐 내맘대로 되던가. 출판사 맘이지. 헹~
여하간, 베트남 참전용사로 일명 땅굴쥐였던 해리 보슈가 여차저차해서 경찰에 들어왔고 잘 나가다가 쭈욱 미끄러져서 LA 경찰국 강력범죄반에 들어온 상태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베트남에 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인지 괜히 운명처럼 느껴진다는 거지..푸하하. 반쯤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밝혀진 건 별로 없고 FBI 여형사와의 로맨스가 지금 막 전개되고 있다. 암튼, 이것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웅...좋다.
요즘 성경책처럼 매일 조금씩 강독하고 있는 이 책. 베트남 다녀와서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고, 난 호치민에 대해서 계속 감동하고 있다. 누구의 인생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평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자기가 살아낸 인생을 쓴 자서전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사람.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로 자국국민들에게 무조건적인 존경을 받고 정신적 지주로 여김을 받는 사람은 일본 천황 외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도 아시아라면 간디가 있겠지만. 철저한 공산주의자이고 그 원리에 입각해 살았으며 그 인생에는 비밀이 많은 사람. 베트남 민중에게 그저 독립독립 이렇게 강요하기 보다는 좀더 범세계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꿈을 실어준 사람. 그렇게 기억하며서 지금 조금씩 읽고 있다.
너무 두꺼운 책이라 그냥 올해 말까지 계속 보기로 결심하고 읽고는 있지만 의외로 재미있어서 술술 넘어가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베트남을 가게 된다면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껏 다 알고 가고 싶다. 그렇게 가면 또 다른 면모가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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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무슨 책이든 조금씩 읽고 있는 비연이다..ㅋ 암튼 그래도 내게 있어 바쁜 시기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음에 감사한다. 나에게 책이 없었다면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