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 사실 알라딘에서는 좌절을 많이 겪고 있지만..이 동네에서는 도대체가 너무나 멋진 독서광(!)들이 많으니 나같은 사람은 뭐라 얘기하기도 민망스럽다 -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물론 내 멋에 겨워 이것저것 고르기는 하지만, 아주 자주는 좋은 책의 글귀를 읽어 주고 거기에 공명하여 함께 기꺼워할 사람들이 주위에 필요한 거다. 나혼자 줄치고 나혼자 좋아라 하고 그런 거에 지칠 때쯤에 말이다.

그렇게 책을 두고 마음의 교감을 두는 사이만큼 멋진 사이가 있을까...내 주위에 아주 드물게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틀리고 느끼는 게 틀리고 그래서 뭐라고 읽어주면 얼굴 표면으로는 주억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이거 언제 끝나나 하는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읽어주는 이들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나랑 느낌표를 찍는 그 방점이 틀리다는 것 뿐이다) 어떤 구절을 읽어내려가도 나와 감탄하는 그 타이밍이 같고 비통해하는 그 시점이 동일한 사람은 드문 법이다. 그런데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 아닌가.

오늘 아는 사람이 이 책의 프롤로그들을 읽어주었다. "마음의 사회학". 우리나라 학자인 김홍중 교수가 쓴 책이다. 대구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아마 올해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세상에. 사회학자의 글빨이란. 나 이거 읽어서 프롤로그 옮겨적을 테다. 글을 쓴다고 다 잘 쓰는 건 아니고 기실은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게 좋겠다는 글들도 많은 이 현실에서 (그게 그냥 작가 뿐 아니라 대학교수가 자기 전공에 대한 얘길 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프롤로그만 읽고 네가 뭘 알겠어?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글이란 게 보면 척 아는 거다. 우리나라 책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외국의 문헌을 잘 번역해서 옮겨담아두기는 했는데, 우리의 글로, 외국체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의 마음에 가장 맘에 와닿는 글로 써내려간 글이 없다거나 남의 나라 사람들 철학은 딥따 옮겨적었는데 자기의 생각은 없다거나 하는 건데, 이 책은 그런 우려를 처음부터 없애준다. 어떤 현상을 우리나라 말로 잘 적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걸 알게 해주는 글빨 있는 사회학자다.

아는 知人이 그 프롤로그를 찬찬히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데 마음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 그런 거구나. 마음이 그런 거고 조직이 그런 거구나. 그걸 우리나라 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 교수에 대한 관심 게이지가 하늘을 치솟으며 바로 보관함에 퐁당. 곧 주문 예정이다.

나는 그렇다. 좋은 글 많이 읽고 외국 사람 글 많이 인용하고 그들의 문체 흉내내서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 말을 우리나라 말 답게 잘 표현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확 와닿게 쓰는 글쟁이 - 교수든, 작가든, 언론인이든 뭐든 뭐든 - 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사상적인 체계을 가지고 외국 것을 받아들일 만은 되었다고 보니까. 우리나라 학자들이 그 정도는 된다고 보니까. 이제 그만 베껴썼으면 좋겠다. 내적으로 소화한 글들. 그들의 사상을 우리의 현실에 접목하여 혹은 가장 기본적인 정서 - 마음이랄까 정신이랄까 - 를 우리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글들을 많이 접했으면 싶다. 그게 우리들의 교양을 키우는 길이다. 왠지 맞는 말 같은데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 글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거나 지식으로 남지만, 내 마음에 콕 박히는 표현들은 새겨져서 쉽사리 파헤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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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2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쓰신 마지막 문단이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

비연 2010-08-25 09:30   좋아요 0 | URL
...^^

sweetmagic 2010-08-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 땡기는데요...
한국가면 사와야지 !

비연 2010-08-25 15: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조만간 꼭 사려구요^^

다락방 2010-08-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면 내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직 누군가가 제게 책을 읽어준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한번도요. 좀 쓸쓸하네요.

비연 2010-08-25 15:22   좋아요 0 | URL
흠..쓸쓸해지셨다니..이런. 나중에라도 꼭 생기겠지요^^

pjy 2010-08-2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부러워라~~ 책을 읽어주는 친구가 있다니요~
예전에 라디오드라마 참 좋았는데요,, 제5? 공화국 막 이런거요ㅋ

비연 2010-08-28 23:43   좋아요 0 | URL
하하. 라디오 드라마 재밌었죠. 요즘은 안 하나요? ㅋ
책 읽어주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반가운가봐요. 제가 괜히 넘 행복하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