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랑 이야기를 했었다. 후배는 올해 일주일에 한권씩 책 읽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랑 다니면서 독서량이 좀 늘어났지? 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근데 아이퐁 땜에 책 읽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다. 후배는 게임을 좋아해서 얼마 전까지는 angry bird라는 게임에 몰입하더니 요즘엔 god finger라는 신종게임에 열중 중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너 독서할 수 있게 내가 책 사준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 나오면 내가 사줄께.
(후배는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메일을 열어보니..세상에.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이 신간으로 나온단다. 그것도 두 권짜리로. 으윽. 이건 뭐지. 어제 얘기한 게 오늘 실현되다니. 이럴 수가. 철푸덕. 하면서 약속은 약속이니까 눈물을 머금고(ㅜㅜ) 바로 장바구니에 골인. 22일쯤 받을 수 있단다.
















<얼간이>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책인 것 같다. 바로 얼마 전에 <얼간이>를 읽은 나로서도 혹하는 출간이 아닐 수 없어서 후배네 집에 보내고 바로 나의 책쇼핑을 시작했다..ㅎ 올해 첫 책구입이라니. 올해는 한달에 한번만 구입하기로 결심했던 터라 오늘 구입하면 다음 달에나..

  

 

 

 

 

 

 

<분서> 파란 여우님이 극구 추천하신 책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사고 나서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어 계속 미루고 있었다. 신년이고 하니 한번 시작해볼까나 하고 구입.

<시학>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유명한 책. 이번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보관함에 골인시켰던 책이다. 요즘엔 옛날 작품들에 흥미가 많이 끌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의 본질에 관심이 많아졌다고나 할까...





 

 

 

 

 

 

<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은 정말 나오기가 무섭게 사게 된다. 뭔가 마력이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책. 사실 좀 전근대적이고 너무 일본 색채가 짙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도 섞여있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사람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마음에 와닿는 작품들이다. 이번에도 꽤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블랙라이크미><정글> 영어로 살까 하다가 그냥 한글로. 아는 언니가 힘들어하던 나에게 권해준 책들이다. 몇 권 더 권해주었었는데 그것들은 내가 다 읽은 거였고 이 두 권은 말만 듣고 읽지는 않았던 거라 이번 기회에 같이 사본다. 영어로 사면 좋겠지만...그러면 언제 읽을 지 모르겠다 싶어서..ㅎㅎ 괜챦으면 나중에 영어로 한번 읽어보지 뭐.



이렇게 해서 올해도 10만원 상당의 책 구입으로 테이프를 끊는다..ㅠ 다행히 후배에게 받은 상품권(생일선물!)이 있어서 내 돈이 안 빠져나가고 어떻게 해결이 되었지만..호호. 그래도 책을 사는 기쁨은 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겐.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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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1-0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핑거라면..기동전사 G건담...에서 번쩍번쩍 금동이로 변신하여 펼치는 필살기 중에 하나인데...(책 페이퍼에서 난 애니 이야기 하고 있고...)

비연 2011-01-04 20:56   좋아요 0 | URL
허억~ 그게 그런 건가요^^;; 전혀 모르고 있는 비연 ㅎ

후애(厚愛) 2011-01-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이 많이 부러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비연 2011-01-08 16:53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 책을 사두고 아직까지 안 읽은 것은 아이러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사는 족족 다 읽어대는 나인데..하긴 생각해보니 사놓고 안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으으윽. 이럴 수가.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하면서도 시간은 없고 있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아뭏든 올해 1월 1일. 무슨 책으로 새해를 시작해볼까나. 하고 책이 잔뜩 쌓인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선택한 책이 이 책 '얼간이' 이다. 뭐.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 싶지만 그런 건 없고. 새해 첫날부터 머리 아픈 책은 읽기 싫었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책도 싫었고 너무 무서운 책도 싫었고 조금은 인간미 넘치면서 해학이 있는 책이면 좋겠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고른 책. (흠 이게 그럴싸한 이유에 속하는 듯? 큭큭)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이야기는 정말 좋다. 요즘 일본이 복고풍인지라 에도열풍이 불어서 책이며 드라마며 영화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은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야기들은 다양하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아주 똑똑하거나 특출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좀 모자란 듯 하고 좀 허술한 듯 하지만 마음이 깊은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그 내면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마음까지 도닥여주는 내용들이 많아서 읽고 있으면 참 푸근해진다.

얼간이 무사인 헤이시로와 그의 조카이자 곧 양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유미노스케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몇 개의 소설이 이어진 연작소설로 다 다른 내용 같지만 나중에 하나로 모아지는 느낌이 아주 절묘한 작품이다. 헤이시로는 40대 중반의, 정말 어쩔 수 없이 무사의 직책을 맡아 유유자적 다니는 사람으로 딱히 잘 되고 싶은 욕구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천재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에 담겨진 미움들을 밝혀내고 그것을 잘 무마하는 역할을 해낸다. 늘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 갈등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그렇게 해나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미야베 미유키 에도소설의 묘미이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내 옆의 사람인양, 혹은 나인양 느껴지게 함으로써 빠져들게 하는.

문득, 물만두님이 이걸 읽으셨겠지 싶어서 한번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동서고금 같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이 작품에서 잘 이야기하고 있다. 미스터리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이 좋았다. 정이 깊은 오토쿠 아줌마가 논다니 오쿠메를 받아들이고 오쿠메가 오토쿠가 쓰러졌을때 구박받은 것도 잊고 간호하던 것,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거두는 젊은 관리인 사키치의 따뜻한 마음씨와 서로 그 아이를 돌봐주는 모습은 없는 형편에서 넉넉한 인심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있어 사람이 더 행복하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나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은 불행해도 좋다는, 아니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들이 만연해있는 지금 차라리 얼간이라 불리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2010. 11. 03. 리뷰

만두님도 나랑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측은지심.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나를 참 예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끔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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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1년 결산


통계대상: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음반+DVD  (알라딘 구매리스트)
 

1. 비용 

O 총구매액 : 2,574,230원 (커억...! ㅜㅜ 한달에 20만원씩 썼다는 이야기)  
- 도서구입액 : 2,237,230원 (87%)
- 음반 및 DVD 구입액 : 337,000원 (13%)

O 제일 비싼 도서 : 로마제국 쇠망사 6권 셋트 144,900원
O 제일 값싼 도서 : 동물 3,600원 (이건 후배 아들 낳아서 선물한 책 .. ㅎ)  
O 평균 : 12,093원 

O 구입 책수 (셋트는 한 권으로) : 185권 (한달에 10~20권을 샀다는 이야기)


  

 

 

 


 

2. 출판사별 (5권 이상 산 곳, 만화책 제외)

1등. 문학동네 15
2등. 랜덤하우스 코리아 10
3등. 북스피어 9
4등. 시공사 7
5등. 민음사 5 / 손안의책 5 / 창비 5



3. 결론

으흐흐흠. 정말 한 해동안 무진장 샀던 것 같네요. 자중한다고 한 게 이 정도니. 이걸 다 읽지는 못 했고..ㅜ  자중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좋은 책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욕심은 하늘을 찌르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더 지름으로써 대미를 장식해볼까나...라는 무서운(!) 생각도 가져보고 (덜덜덜)...조만간 가지고 있는 책중에 버릴 넘들을 골라 알라딘에 깨끗이 넘기고 (중고샵에서 개인에게 파는 건 감질나서 못 하겠다는..ㅜ) 다시 재구입에 들어가볼까 라는 깜찍한 생각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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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12-2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비연님이나 호련님 같은 분이 있기에 제가 기운내고 삽니다. =3=3=3

비연 2010-12-29 21:24   좋아요 0 | URL
흑흑...ㅜㅜ

비연 2010-12-29 22:31   좋아요 0 | URL
제가 슬픈 건, 알라딘에서 구입한 게 '다'가 아니라는 거에요..으흐흑.
정말 지름신을 멀리하는 2011년이 되도록...정신을...차려야..ㅜㅜ
 


이번 여행은 도피 여행이기도 했지만, 사실 늘어져서 책과 영화를 벗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고 먹고 하느라 생각만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집중해서 보니까 아주 좋았다.



조국교수. 그리고 오연호기자. 그 둘의 만남은 절묘했다. 조국교수는 누가 봐도 엄친아라서 잘 생기고 키크고 멋지고 서울대법대 교수에 똑똑하고...그런데 그 무엇보다 그 생각들의 진보성향이 아주 좋았다. 생각보다 직선적인 부분도 있었고 생각의 방향에 일관성이 엿보여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2012년 혹은 2017년의 대선을 준비하자는 이야기. 진보 개혁성향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20대와 30대와 40대가 각각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집결하고 흩어져있는 정치인들의 힘을 모으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의 실패담이 있다면 그것을 온고지신으로 삼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 아주 감명깊었다. 이 사람의 권력의지가 이대로 가기를.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이렇게 정치인을 떠받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주기를 강렬히 바라게 되었고. 학문하는 사람이 누구나 다 정치인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제발 진흙탕 속에 빠지지 말고 제대로 끝까지 한번 그 사상적 토대를 굳건히 해나가길 바래본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 웃는 이에몬, 이전의 책들에 비해 훨씬 말랑말랑해진 책이었다. 실제 있는 전설을 나름대로 각색했는데, 아름답게 각색했다고나 할까. 처연하게 묘사했다고나 할까. 암튼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마음이 많이 아파지는 글이다. 이전에 나왔던 요괴들은 간 곳없고 좀더 현실감 넘치는 사람들로 차 있는 책이기도 하고.










지금 읽고 있다. 아마 여기에서 반 정도 읽고 내일 올라가게 될 것 같다. 조지 오웰. 역자가 선택한 29편의 에세이들. 조지 오웰이 에세이에 이렇게 재능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렇게나 험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사회주의적인 경향, 권위에 대한 저항심 등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음을. 그리고 앞의 몇 개의 에세이만 보아도 그의 글의 예민함과 단순하면서도 강렬함이 느껴진다. 에세이의 장점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들이나 경험들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것이고 그래서 잘못 쓰면 굉장히 저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조지 오웰의 글은 하나하나가 아주 주옥같다.  

 

 


이 영화는 도대체 몇 번이나 봤을까. 아마 개봉할 때 극장에서 본 이후로 dvd 사서 적어도 크리스마스 때에는 한번씩 봤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여행 오는데 dvd를 챙기면서 이걸 빠뜨릴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봐도 새로 본 듯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영화가 흔한 게 아니니까. 역시나 보면서 아아..뭉클해 너무 좋아...이런 영화 어떻게 만들지? 막 이렇게 된다는 게지. 사랑에는 참 여러가지가 있다. 부부의 사랑, 피 하나 안 섞인 새아빠와 자식간의 사랑, 친구의 아내에 대한 사랑, 혹은 중년 남자에게 다가오는 불륜스러운 사랑, 수십년간의 동지에 대한 사랑, 오빠에 대한 사랑....사랑은 참으로 많은 양태를 가지지만 그 힘은 놀라운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 참으로 담담하게 그런 것들을 그려내고 있어서 사는 게 뭔가 허무하다가도 괜한 힘을 얻게 된다.




1973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작품이다. 알파치노와 진해크먼이 나온다. 이 영화 선전할 때 알파치노의 허수아비라고 선전하지만, 난 사실 진해크먼 때문에 이 영화를 기억한다. 40년쯤 전의 영화이지만, 인생의 변방에 머물게 된 두 남자의 로드무비가 인상깊게 펼쳐진다. 거칠고 단순하고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세차장 차린다고 허세를 부리는 맥스(진해크먼)과 여자와 사귀다가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 무서워 배를 타버리긴 했지만, 그 여자에게 계속 돈을 부치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이제 램프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고 있는 프란시스(알파치노)는 우연히 어느 길에서 만나 함께 여정을 하게 된다. 둘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고 변화하게 되고. 마지막에 진해크먼이 울며 얘기하는 부분은 늘 감동이다. 그리고, 중간 부분. 폭력을 휘두르려다 말고 웃음으로 무마하는 진해크먼이 허수아비 춤을 추는 부분..그 모습을 처음에 막 웃으며 보다가 나중엔 안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알파치노...그 장면은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다. 다시 봐도 마음에 깊이 박히는. 이래서 칸느에서 상도 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알파치노와 진해크먼 같은 배우들은, 이래서 명배우라고 하는구나. 하는.  


이 좋은 책들과 영화를 벗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삼일이었다. 내겐 책과 영화가 늘 큰 위안인데, 요즘 힘들다고 그걸 잠시 잊었었나 보다. 그래. 이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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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2-2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수아비는 아주 가끔 EBS에 주말에 편성되곤 합니다...^^

비연 2010-12-22 13:21   좋아요 0 | URL
아. EBS에서도 하는군요. 요즘엔 tv로는 영화를 잘 안 보게 되어서^^;;;
 

 

 

 

 

 

 

 

이 책을 어제부터 들고 읽기 시작했다.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장하준 교수라는 분,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지도 궁금했다....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1/3 정도 읽었는데, 새로운 관점이다. 어떤 사회/경제적인 현상을 쉽게 하지만 예리하게 읽어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반갑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경제경영책이나 인문사회책은 꼭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학문적인 토양이 일천하여 늘 외국 것만 베껴쓰는 것에 익숙한 우리였고 그래서 외국 것만 좋고 우리나라 것은 별로고 외국 학자는 우수하고 우리나라 학자는 그저 그렇다는 왜곡된 생각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만큼 배우고 성장했으면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 나름의 인문학적인 토양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따라서 학자들이 그런 책을 내고 활동한다면 열심히 읽어주고 같이 고민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참 많은 학자들이 책을 내고 있고 좋은 글들도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하준 교수는 아마 그 중에 제일선에 있는 분이겠지.

자유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다른 시선. 우리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최선이라고 믿는 일들을 다른 시선, 혹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조명하는 것은 신선하고 즐겁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만들어진 틀 내에서 세상을 바라보느라 진실을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틀을 깨는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고, 아마 오늘 아침에 장지에 묻히셨을 것이다. 사상적인 은사라고까지 할 정도로 깊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의 저작은 여러권 접하면서 정말 이런 분이야말로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했었다. 특히 어려운 시절에 치열하고 정직하게 온 몸으로 실천하며 사회에 저항했던 인생을 산 분이었고 그런 삶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임을 알기에 더 존경스러운 것일 게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세상에는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가며 자신의 인생과 태어난 의미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리영희 선생님이 그랬고 아마 장하준 교수나 기타의 많은 사람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인생과 저작활동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그들의 인생을 바꾼다. 어쩌면, 열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 믿는 신념 위에 있는 인생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일 테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지. 여러가지로 반성이 되는 요즘이다. 게으르고 나약하고 구태의연한 삶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하고 쉽게 대충 살자는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또 모든 사람이 각기 나름대로 태어난 의미가 있을 테고 그것에 부흥해 사는 것도 위대함의 일종이 아닐까.

아뭏든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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