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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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덮은 순간 나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연극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헨릭,콘라드,크리스티나에 어울리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문체는 어찌보면 진부한듯한 삼각관계,불륜등의 소재를 한 문장 한 문장 나를 소설속으로 끌여들이기에 충분했다.(종종 이런 글을 접할때면 번역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과연 원작에도 이런 느낌이 살아있는지 궁금할때가 있다.)

어린시절부터 24년 동안 거의 언제나 형제처럼 붙어 지냈던 두친구가 헤어진 지 사십일 년 만에 만나 하룻밤 동안에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소설의 배후에는 삶과 운명, 사랑과 진실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절친한 친구의 배신당한 헨릭이나, 사랑때문에 친구를 배신하려하나 결국 사랑마져 배신한 콘라드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남편의 냉담한 침묵 속에서 괴로워 결국 죽음을 택한 크리스티나에 대해 강한 연민이 느껴진다.

아마도 산도르 마라이 역시 그런 생각에 죽은자의 진실에 손을 들어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이란 무엇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람들 내면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정신세계와 격정의 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조용히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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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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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구입했을때, 인기가 있던 작품이라는것도 몰랐고, 작가가 그 유명한 '좀머씨 이야기'의 파트리크 쥐스킨트인지도 몰랐다. 단지 줄거리가 좀 특이해서 흥미가 생겨 구입하게 되었고, 구입한후 신랑이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노라고 얘기했을때 난 이 책의 명성을 알수가 있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을 덮을때까지는 잠을 잘수 없다는것을 예감했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뒷페이지를 뒤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재미를 위해서 뒷페이지에 눈길을 줄수 없었으며 또, 읽는 동안 내내 내가 리뷰를 통해 끝내용을 알고 있다는것에 대해 이렇게 후회해본적은 처음이다. 다행이도, 내가 알고 있던 마무리가 잘못된 이야기라는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 사실을 알게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말로는 표현할수가 없다.

암튼.. 독특한 소재가 나의 마음을 당겼으며, 지루하게 흐르지 않는 글의 전개도 나의 정열에 기름을 부었다. 게다가 난 책 속에 동화되어 그르누이이를 결코 미워할수 없으며, 그의 저주받은 생애에 동정을 하며 축복받은 재능에 부러움을 느끼며 결국엔 그의 살인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맡아 보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게다가 책의 만족스러운 결말에 이 책을 더 마음에 들게 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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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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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라고 읽어보기를 권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읽혀지지 않았던 책 중에 하나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무척이나 지루할거라는 생각과 정치적인 냄새도 날거라는 나의 잘못된 정보때문에 더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정치적인 성향에서도 자유로왔다. 오히려 책을 읽은 동안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제목보다 더 잘어울리는 제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간을 공간에서 시간에서 육체적으로 속박할수는 있을지라도, 그가 가지고 있는 영혼에 따라 정신은 공간,시간등에 속박받지 않고 자유로울수 있다는것을 알았다. 책을 읽는 동안 신영복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고, 그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통혁당'사건에 대해서 찾아보기도했다. 그러나 책속에서는 자신을 무기수로 만들게 했던 그 사건에 대해서나 또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회나 정치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안은채 좁은 공간에서 자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신 신영복님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어쩜 내가 신영복님이었다면, 감옥속에서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쭈욱 다 읽어버리는 그런류의 책이 아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어야 제 가치를 발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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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의 사랑
에릭 시걸 지음, 정영목 옮김 / 김영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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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으로부터 소포를 받았다. 새책을 받은것도 있지만, 그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도 같이 보내주었다. 처음 '오직 하나의 사랑'을 집었을때, 난 산 기억이 없었고 읽었던 기억이 없어서 새로 구입한 책인가 생각했다가 겉표지가 투명비닐로 싸여있는것을 보고 갸우뚱했을뿐이다. 그러다 다시 책을 읽는 순간.. 예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솓아났다.
아..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구나... 그러면서도 처음 접한 책인양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이책을 읽고 나서 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나보다. 그래서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던거겠지... 하지만 조금 내가 성숙되고 나서 다시 읽게 되었을때 새로운 느낌이 왔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을 아마도 그때는 매슈와 실비아의 사랑에만 촛점을 맞추었었겠지만.. 지금 감추어져있던 매슈와 애비의 사랑에 눈이 띄었다. '오직 하나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역설적이게도 매슈에게는 실비아만이 오직 하나의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꼭 하나의 존재로써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느꼈다. 작은 사랑은 큰 사랑에 묻혀 사랑이라고 인식하지 못할뿐. 작은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말할수는 없다.

어쩜 매슈는 애비라는 사랑을 찾기까지 너무 오랜 세월을 소비했을지 모른다. 실비아를 때문에 잃어버렸던 매슈의 음악적 감수성은 실비아를 통해서가 아닌 애비를 통해서 다시 찾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이 아름다운건 그것이 과거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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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1
에릭 시걸 지음, 석은영 외 옮김 / 김영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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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운영하시는 외삼촌 덕분에 접하게 된 책이었다. 외삼촌의 서점을 구경하다가 읽고 싶은 책은 빌려가서 읽어도 좋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던 책이었다. 그때는 이 소설의 작가가 '러브스토리'의 작가인지도 몰랐다. 그냥... 연초록색의 표지와 제목이 맘에 들어고 골랐던 책이었다. 책의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내게는 참 맘에 들었다. 하버드 의대생은 공부벌레에 인간미는 없을거란 생각을 뒤집고, 그들에게도 고뇌에 사랑... 그리고 인간적이다는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한편 소설속의 두 주인공이 서로를 나중에서야 인식했을때 소설속 주인공처럼 내 친구가 나중에 내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했었다. 물론 지금 나는 다른 동반자와 같이 하고, 그 친구는 여전히 내게 친구로써 존재하고 있지만 말이다. '닥터스'에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젊음의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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