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남자의 갱년기'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심리요법사로서 30여 년 동안 수천 명의 중년 남녀와 상담해온 나는 폐경기에 이른 여자들 대부분이 두드러진 변화를 겪음을 알아냈다. 생리적 변화와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또한 남자도 뭔가를 겪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남자의 변화는 육체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것이었다. 나는 '남자의 갱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 대한 푸념이거나, 중년의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일 뿐이었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희생자로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호르몬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결코 놀랄 만한 변명이 아니다. 나는 심리요법사로서, 자신의 삶을 한탄하거나 자기 자신 외의 다른 것들을 탓하는 사람을 보면 참을 수 없다. 4년을 연구한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즉 중년 남자들도 두드러진 호르몬 변화와 생리적 변화를 겪는다는 것, 남자들이 삶의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겪는 이러한 현상을 이르는 적절한 명칭은 바로 '남자의 갱년기'라는 것이다. '남자의 갱년기'라는 말을 '남자의 생리통'이라는 말쯤으로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렇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남자에게도 이 보편적인 삶의 과도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연 여자에게도 갱년기가 있듯이 남자에게도 있는데 아무래도 좀 무심해지는건 사실인것 같아요.-.쪽
남자와 여자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여자에게 갱년기란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생물학적 능력의 종식을 뜻하지만 남자는 중년에도 여전히 생물학적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생식력의 종식을 뜻하는 뚜렷한 생물학적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다. 남자들은 60대, 70대, 심지어 80대에도 생식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왕성한 성욕을 느낄 수 있으며, 적어도 상상으로나마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능력'대로 살지 못할 때에는 성적 좌절에 빠지며, 흔히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50세가 넘은 남자들 중 상당수가 정신적으로는 어린아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갱년기Menopause'는 여자에게 있어서는 생리가 끝나는 시기를 말한다. 다른 말로 '폐경기'라고도 한다. '메노meno'는 여자의 생리 주기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말이며, '포즈pause'는 그 주기의 중단을 뜻한다. 나이 든 여자들 가운데에는 팔팔한 용모와 능력의 상실을 슬퍼하는 여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른바 '갱년기 이후의 열정'을 느끼며 이 과도기를 제2의 성인기로 여기는 여자들도 있다. 그들은 50세가 넘었음에도 힘을 되찾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쪽
노화Aging란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의 흐름이 물질에 끼치는 영향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은 노폐물을 쌓게 만들고, 이 노폐물은 병이 전혀 없을 때에도 몸을 쇠약하게 만든다. '남자의 과도기Male Menopause Passage'란 남자가 제1성인기에서 제2성인기로 넘어갈 때의 과도 기간을 말한다. 이때는 생물학적, 심리적, 대인적, 사회적, 정신적 변화가 일어난다. '중년기Midlife Passage'는 우리가 삶을 반쯤 살았으며, 앞으로 살 날보다 지금까지 산 날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삶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은 삶의 전반기에서 사용한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인 마크 거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잊어버린 우리 자신의 일부를 기억하려 하고, 굶겨서 쇠약하게 만든 일부를 되살리려 하고, 침묵시킨 일부를 표현하려 하고, 어둠 속에 처박아두었던 일부를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려 한다."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삶의 후반기에 나타나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면서 젊은 시절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려는 사람에게는 이 시기가 위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변화가 삶의 후반기를 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 시기가 위기보다는 모험으로 느껴질 것이다-.쪽
우리는 갈수록 존중과 배려가 상실되어가는 수치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영혼을 판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도 많다. 중년에 들어선 많은 남자들이 몸과 마음과 정신의 변화에 낙담한다. 이제 삶의 고개를 넘은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구나 하고 느낀다. 청소년의 조언자이자 길잡이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고, 수치심에 늘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닌다. 그렇지만 오직 웃어른만이 줄 수 있는 보살핌과 존중에 굶주린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람을 죽여서라도 존중을 받거나 지금 받고 있는 약간의 존중이라도 지키려는 청소년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쪽
길리건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난 재소자들에게 왜 폭력을 휘둘렀냐고 물어보면 흔히 이렇게 대답한다. '나를 무시했거든요.'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의 어휘와 도덕적 가치관과 정신 역학에서는 '무시'라는 말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을 오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존심과 존엄성과 자긍심 없이 사느니 차라리 남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든지, 남의 손에 죽거나 불구가 되겠다는 이들의 말은 진심이다. 이들은 불명예보다는 죽음을 택한다."-.쪽
32년 동안 약물 남용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나는 그들이 약물에 집착하는 주된 요인이 '수치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존재 한가운데 깊은 상처가, '블랙홀' 같은 것이 있다고 느꼈다. 바로 이런 상실감에서 수치심이 비롯되었다. 한 마약 중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 자아가 있어야 할 내 한가운데에 구멍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런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흔히 약물에 의존했다. 폭력의 원인도 똑같다. "남에 대한 것이건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건, 수치심은 모든 폭력의 궁극적인 원인이다"라고 길리건은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수치심은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흔히 사소한 것에서 생겨난다. 많은 남자들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수치심을 느낀다. 우스워하는 표정, 말투, 식료잡화점에서 깜박 잊은 것 따위에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남자들에게는 어떻게든지 숨기려는 수치심이 있다. 자신이 쉽게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길리건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많은 남자들이 죽어도 입 밖에 내지 않으려는 비밀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깊은 수치심을 느끼며, 그런 사소한 일에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 때문에 수치심은 더욱더 커진다."-.쪽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이 걸핏하면 그들을 무시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가정과 사회 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한다. 그들은 다정한 말에 굶주려 있다. '너는 참 똑똑해' '너는 참 착해' '나는 네가 필요해' '널 이해한단다' 같은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들은 집 없는 거지나 다름없다. 보살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과, 너무나 쉽게 굶주림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폭력적인 남자들은 흔히 허세, 오만, 남자다움, 자기만족, 태연, 가장된 무관심 따위 자위적 가면 뒤에 이 비밀을 숨기려 한다"고 길리건은 말한다.-.쪽
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화와 늙어가면서 생기는 질병들을 구별해야 한다. 노화도 질병도 적절한 기능의 손상이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 둘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50세의 건강한 남자는 20세 때처럼 빨리 달릴 수 없다. 달리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몸이 노화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변화 때문이다. 이것은 질병이 아니다. 머리가 세는 것, 주름살이 생기는 것, 머리가 벗겨지는 것, 뼈가 약해지는 것 등도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를 두려워하는 문화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질병보다 정상적인 신체적 변화를 더 두려워한다. 병에 걸리면 회복될 수도 있지만, 늙으면 고통과 망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쪽
갱년기는 남자나 여자나 사랑과 친교가 성과 결합된 삶에 대비하는 기간이다. 삶의 전반기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고자 하는 욕구가 성 생활의 원동력이었지만, 삶의 후반기에는 다르다. 배우자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알기 위해서는 남자의 갱년기와 여자의 갱년기 사이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