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박민규는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진 그는 씨네21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제는 그만 글 쓰는 일에 매진하고 싶대나 뭐래나.

여튼 박민규가 진짜 유명해진 계기는 `야구` 때문이다. 그는 `야구`를 통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독자들에게 명쾌한 샘플로 제공, 일약 유명 스타로 떠올랐다.

아, 사실 박민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작년 가을쯤(언제쯤인지 확실치 않다) 이외수의 `장외인간` 뒤풀이 장소에 출몰했던 그의 노란 펑크 머리가 갑자기 떠올라 서두에 그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사실 그와 나는 구면이었는데도 당시 한 삼류 잡지의 기자였던 나는 과 선배였던 그를 담백하게 대하지 못했다. 괜스레 어설픈 명함을 건네주며 “선배님, 다음에는 저랑 인터뷰…” 운운하다 선배 기자에게 `기자답지 못하다`는 쓴 소리를 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이만 각설하고 박민규가 야구로 인해, 또 야구를 자신의 소설에 영입시킴으로써 유명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야구`라는 주류에 속하지 못했던 비주류들을 잠시나마 주류로 편입시켰다는 점.

다시 말하면 야구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특히 스포츠에 문외한인 나를 포함한 숙맥들)도 그의 작품을 읽으며 전율했다. 여튼 야구라는 스포츠 장르를 통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법칙을 쿨하게 이야기할 줄 알았던 그는 나의 작은 영웅이다.

이제 슬슬 `축구`라는 스포츠를 소설에 접합시킨 박현욱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세상에 일부일처제가 어디 있느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은 어디까지냐`등의 인류의 진부한 고민을 저자는 축구를 통해 풀어낸다.

나 역시 `축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몸이(때론 얼굴까지도) 훌륭한 남자들이 구릿빛 피부를 빛내며 필드를 뛰어다니는 역동적인 운동. 딱히 까다로운 규칙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그저 공만 죽어라 바라보며 낯선 사람들과 함께 열광할 수 있는 단순한 스포츠. 그러나 박현욱은 축구에 무지몽매한 독자의 관념을 깨고 축구와 소설의 접합을 과감히 시도, 소설을 축구와 `결혼`시킨다.

주인공과 그의 아내의 결혼은 사실 비정상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여자가 남편을 둘이나 두고 살겠는가. 하지만 각 장마다 덧붙는 축구 이야기는 사랑과 결혼에 고지식한 독자들까지도 `아, 그래` 혹은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치게 만든다.

마치 축구장에서 끊임없이 볼을 쫒는 선수들처럼. 혹은 티비 앞이나 관중석에 앉아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 순간만을 두근두근 기다리는 관중들처럼. 그래서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는 모든 독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구와의 결혼에 결국 골인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축구 전문가도 아니며 마니아도 못 된다고 했다. 그가 참고한 여러 축구 전문 서적 목록만 보아도 알 법한 일이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는 사랑과 결혼, 행복이라는 소박하지만 거대한 주제에 `축구`라는 앙꼬를 자연스럽게 박아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주인공은 비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자유롭게 누리고자 하는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로 가기로 결정한다. 직장을 관둬야 하고, 관계 맺던 모든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지만 결정한 마당에는 걸릴 것이 없단다. 마치 골이 터지기 직전까지 볼을 쫒는 공격수의 심정처럼. 눈앞에 다가온 공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골키퍼의 그 한순간처럼.

그래서 이 땅에서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결혼생활을 하러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작가가 자연스럽게 소설에 침투시킨 전세계 인기 스포츠 `축구`가 생소한 그들의 결혼을 유머러스하게 감싸주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조한별 시민기자] star2new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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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6-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화제의 소설 .진짜 읽어보구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