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나 슈피리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3월

 

어릴때 '하이디'를 읽었는지... 아니면 만화 때문에 하이드를 읽었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귀여운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저는 기억하고 있답니다. 완고한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걷지 못하던 소녀를 걷게 하던 하이디를 말이죠.

 

어릴적 기억이 생생한데, 책을 다시 읽으면 재미있을까? 살짝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네버랜드 클래식 믿고 보는 시리즈예요. 엣 기억을 떠오르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감동을 받으면 왈칵 눈물이 솟을수 있다는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하이디'를 읽으며 울고 있다니... 이래서 제가 책읽기를 멈출수가 없는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메말라 가는것을 느끼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감정을 되살리는것 같아요.

 

네버랜드 클래식 때문에 '하이디'에 관한 책이 2권이라는것을 알았어요. 이 책은 2권을 합본했는데, 2권까지 제가 알고 있던 내용 그대로여서 큰 반전은 없었습니다.^^

 

 

네버랜드 클래식의 하이디는 '토미 웅게러'가 삽화를 그렸어요. 토미 웅게러의 그림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읽은 그림책 모두 마음에 들었던터라 '하이디'의 삽화를 그가 그렸다는것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물론,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하이디는 애니메이션의 귀여운 모습의 하이디이지만, 웅게러의 하이디도 나름 나쁘지 않았어요.

 

 

괴팍한 노인네로 알려진 할아버지가 하이디를 위해 어떻게 세심하고 자상하게 배려해주는지 느껴지는 눈썰매장면이랍니다. 추운날 어린 하이디를 위해 꽁꽁 담요를 두르고 썰매로 데려다 주고, 언덕을 오를때는 꼬옥 안고 오르는 모습에서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몸소 보여주셨답니다.

 

 

왜 제가 하이디를 좋아하는지 느꼈던 장면이예요. 자연을 사랑하고,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드는 하이디의 감성에 저도 함께 동화가 되었던것 같아요.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는 양은 적지만 진하고 강렬한 향기를 지닌 에스프레소처럼 장르소설계의 중단편 소설을 골라 출간하는 시리즈라고합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읽고보니 그 뜻을 정화히 이해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시리즈 책표지 디자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나봅니다. 에스프레소 잔이 얼마나 이쁜것들이 많은데...ㅎㅎ

 

처음 이 책을 봤을때는 전혀 모르는 작가, 익숙하지 않은 책 제목, 시집 같은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종이 재질로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그런 책이였어요. 신간도 아니었기에 그렇게 주목 받지 못했을텐데, 이 책을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겠지요.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선물하셨을까? 살펴보니 SF소설이더라구요. 아~ 내가 SF소설을 좋아하니깐 고르신거구나..하고 생각했고, 가벼운 분량만큼 가볍게 읽어보려 책을 펼쳤는데, 전혀 예상치 않은 즐거움을 주어 책을 덮을때는 선물해주신 분께 고마웠습니다.

 

온라인상에 만들어진 가상의 생명체 디지언트를 보면 예전에 다마고치가 떠올랐어요. 한창 열풍을 일으켰던 디지털 펫 '다마고치'의 업그레이드 버전같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무척 단순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다마고치가 케어하는 사람에 따라 학습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며 서로 유대감을 갖게 되면서 다마고치를 더 이상 제품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책속의 주인공들에게 살짝 거부감이 느껴질지 몰라요. 하지만, 만약 그 다마고치가 AI와 전목되어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외피를 얻게 되고, 인간과 같은 감성과 지성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된다면, 그 존재를 하나의 독립된 객체로 바라볼수 있지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AI'가 떠올랐어요.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지만, 언젠가 먼 미래에는 인간이 아닌 AI 존재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동안 AI는 로봇이라는 외피를 얻은 상태에서 만났다면, 이번에는 로봇의 외형이 없는 '다마고치'처럼 소프트웨어의 AI 생명체를 만나게 됩니다. 그 생명체가 진화를 하며, 외형를 얻게 되고 특정 인간과 유대관계를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독특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디지언트가 더 이상 게임이 아닌 하나의 지성체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인물들...

 

하지만 세상은 초인적 지성을 가진 제품을 원하지, 초인적 지성을 가진 피고용인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게 생명과 자유를 주고 싶어합니다. 점점 주인공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데, 짧은 페이지와 달리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어요. 딱 제 스타일의 SF소설이었던것 같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십년동안 존재하면서 습득하는 상식을 얻고 싶다면 그일에 이십년을 들여아한다. 이에 상응하는 자기 발견적 방법론을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조립할 방도는 없다. 경험은 알고리즘적으로 압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81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야생종'으로 알게된 옥타비아 버틀러.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었는데, 그녀의 책이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절판되어 아쉽게도 다음 작품들을 만날수 없겠구나..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올해 그녀의 책 2권이 비채에서 출간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한편으로 또 '야생종'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되었는데, 예상외로 선전을 해주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이참에 그녀의 다른 책들도 주욱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암튼... 그렇게 기다리던 책인데, 참.. 사람의 마음이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책을 보는순간 갑자기 읽기 싫어하지는거예요.  '야생종'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고 할까요. 재미있게 읽었는데, 완독할때까지 힘들었던 기억이....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반납기일이 다가오면서 초반에 몇페이지 읽어보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면 덮고 반납해야지..하고 읽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책을 덮을때까지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습니다. 한순간도 손을 뗄수가 없었어요. 역시나 '옥타비아 버틀러'였습니다.

 

SF계 여성작가하면 르귄만 떠올랐는데, 이제 옥타비아 버틀러도 함께 떠올려야할것 같아요. 여성으로써 게다가 흑인으로써 SF소설은 참으로 어려운 분야인데, 그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킨(Kindred) - 친족 

 

 책의 성격을 너무 잘 드러낸, 군더더기 없는 제목이예요.

 

'킨'은 흔히 알고 있던 '타임슬립'을 다루었지만, 흑인여성이 그것도 흑인은 짐승과 같이 취급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한다는것 자체가 무척 위험한 여행이 됩니다. 과학상식이 아닌 판타지적 타임슬립은 예전에 '시간 여행자'를 떠올랐는데, 그나마 다나는 시간여행자처럼 맨몸으로 타임슬립되지 않고 그녀가 타임슬립하는 동안 접촉했던 물건이나 사람은 함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어요.

 

타임슬립을 통해 자신과 연결된 '루퍼스'를 자신의 친절한 행동으로 변화되질 바랐지만, 다나의 간절함과 달리 '루퍼스'는 괴물이 되어갑니다. 삐뚫어진 욕망으로 주위를 다 불행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앨리스'의 극닥적인 선택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쩜 '다나'는 '루퍼스'에 반응한것이 아니라 '앨리스'에 반응했던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책을 덮고서 들었어요. '앨리스'로 인해 '다나'가 존재하게 되었는지도...

 

과학상식이 난무한 SF소설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판타지적 SF소설은 읽고 여운이 강해서인지 제 취향저격이었습니다.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특별히 이 책에 대해 아는것은 없었어요. 간간히 이 책을 올려주신분들을 통해 책표지 노출이 되면서 이런책도 있군...하고 인식하고 있던차에 읽게 되었답니다. 외국 번역책을 읽기전에 이 책이 언제 출간된지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어요. 진짜 작가의 최신작인지 아니면 최근에 번역된 책인지...^^ 그 사실을 알면 책을 대하는 태도가 살짝 달라지는것 같아요.

 

'천사들의 탐정'은 1997년 출간되었으니 약 20년전에 출간된 작품이예요. 추리소설이 20년전이라면 강산이 2번 변할정도이니 약간 올드할지도 모르겠군....생각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전혀 세대차이없이 오히려 최신작처럼 느껴질정도로 깔끔했습니다. 그래서 왜 '하라 료'의 작품이 사랑을 받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천사들의 탐정'이라니... 설마 판타지 추리소설은 아닐테고, 읽다보니 사건의 중심에 십대들이 등장하기 때문인것 같군요. 아직 날개가 꺾인 타락천사가 되기전의 아이들... 그들의 날개를 꺽는건 어른들이죠. 묘하게 비정한듯 담백하고 그러면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추리소설이었어요.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인격전이의 살인' 초반에 읽을때는 조금 지루했었어요. 그런데 중반에는 완전 초스피드식 전개로 제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정신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어 당황했답니다. 육체는 그대로인데 정신만 바꿔치기 당한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았는데, 그 바꿔치기 되는 영혼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정신없었었요. 게다가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정신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보여지는 살인자가 진짜 살인자가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으니, 진짜 살인자를 찾기 위해서는 두뇌싸움이 필요할거라 생각했는데, 이때부터 초스피드식 전개로 숨쉴틈없이 정신이동과 살인이 일어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범인은 누구!하는 추리소설보다는 액션 스릴러에 가까웠던것 같아요.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액션 스릴러가 아닌 로맨스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정도로 죽은자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산자들에게는 훈훈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정신이동의 원인 역시 부부간의 서로 이해를 위한 외계인(?)의 장치일거라는 결론을 내렸으니 말이지요.물론 결론도 억지스럽지만, 뭐 처음 소재 자체가 말도안돼~였는데, 이런 결론이 나쁠것은 없어보입니다. 정말 서로의 몸과 마음을 공유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Follett, Ken / Signet / 2010년 6월

 

'대지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The Pillars of the Earth'.
워낙 부량이 방대하다보니 3권으로 분권되어 번역되었지만, 3권 분권은 좀 너무했어요. 2권이면 족할것을....

 

영어로 읽기 쉽지 않을것 같은데, 이미 한글로 읽고, 미드로도 만들어져셔 원서 읽기로 도전차원에 구입했어요. 페이퍼백이다보니 책 사이즈가 아담하고 글이 작습니다. 처음엔 페이퍼백의 재질이 익숙하지 않고, 글도 작아서 읽기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가격이 저렴한 페이퍼백을 읽다보니 어느새 페이퍼백이 책을 읽는데 훨씬 편하다는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소장용으로는 부적합해요. 종이 특성상 색변질, 헤짐, 찢어짐이 쉽거든요.

 

그래도 이미 아는 내용을 읽는거라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느정도 내용을 아는 상태라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보지 않고 대략 건너뛰기도 하고..^^;; 영어원서 처음 도전할때, 자신이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 원서나 번역본을 먼저 읽어본후 도전해보시는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

 

 

 

 

이름처럼 병맛 히어로 '킥애스'

페이퍼에도 '19금' 이런거 표시를 해야하나.... 굉장히 고민하게 만드는 만화였어요.^^;;

 

 

결국 3권의 책의 그림중에 애교수준의 그림 2장만 올리는것으로 19금을 해제했습니다. 막상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진짜 잔인하게 느껴지는것은 아무래도 상대가 꼬마 아이기 때문인것 같아요. 그나마 악당과 싸우니깐 조금 아주 조금 위로를 삼았다고 할까요...^^

 

 

 

영화도 무척 잔인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만화의 잔인함을 다 표현한것이 아니었네요.

 

그동안 읽었던 마블 히어로들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외계인이든, 물리적이나 화학적으로 노출이 되어 초인이 되든 어쨌든 일반인보다 우월한 조건을 가진 능력자들이었는데, '킥 애스'는 그런 초인적인 능력은 1개도 없는 진짜 무대뽀 찌질이 캐릭터라 더 당황스러웠어요.

 

아버지의 망상으로 어릴적부터 킬러가 된 소녀와 히어로 망상에 잡힌 소년이 콤비가 되어 무모한 악당 물리치기를 감행합니다. 그로인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것을 잃음으로써 자신이 지켜야하는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초반 찌질함에서 의젓함으로 변하며 왠지 저도 뿌듯해졌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의 찌질함이 그리워질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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