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 글.그림 / 예담 / 2015년 10월 

 

'아만자'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누군가의 이름일거라는 생각에 코믹 만화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만자'가 '암환자'의 발음 그대로인것을 알고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암환자'에 관한 만화를 읽어본적이 없었는데... 묘했던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암환자는 친할아버지세요. 어려서 병문안을 자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것은 몰랐어요. 할아버지 병문안가면 캔으로 된 잣죽을 먹을수 있어 좋았던것 같아요. 아... 어릴때의 그 단순함이란... 지금도 잣죽을 먹을때면 할아버지가 떠올라요.할아버지 돌아가실때 많이 울었지만, 그때는 슬픔보다는 무서움과 죄송함 마음이 들었던것 같아요.

 

암튼, 이 책은 저자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그린 만화랍니다. 전문 만화가가 아니어서 배경이나 말풍성을 그리는 법을 몰라 그냥 없이 그렸다는데, 오히려 그점이 담담하고 깔끔해서 '아만자'의 이야기와 잘 어울렸던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는 순간 무척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수 있는 밥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마음이 찡했어요.

 

 

죽더라도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는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림에서 뜬금없이 '숲'이 나온다 생각했는데, 은유적인 표현이었군요. 항암주사를 맞는것은 자신의 숲을 태우는 일인데, 모조리 태우는 일이 없기를....

 

 

'아만자'를 읽다보면, 순간 순간 울컥하는것이 아마도 암에 걸린 주인공이 20대의 젊은이라는점 때문인것 같아요. 물론 암환자 모두 신경이 쓰이지만, 조금 더 젊고 어린 아이가 환자라면 더 많이 안타까움이 느껴져요. 진부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순간일수도 있다는거 기억하게 됩니다.  

 

 

27살 암진단을 받았게 된다면... 게다가 4기 말기암 진단을 받는다면 어떤 심정일지 100% 이해한다고 말할수 없지만, 그 참담한 심정이 전해지는것 같아요.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 하지만 그로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

차마 살려달라는 말을 입안에 삼켜내야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아만자'를 읽으면서 감정 이입 자꾸 되요. 예전에 비해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암'진단을 받았다고 다 죽는것은 아니라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병원비'인것 같아요.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들이 '돈'을 생각해야하는 현실이 무척 두렵습니다.

 

 

 

'아만자'의 작가 '김보통'씨. 진짜 이름이 아닐거라 생각되지만, 그 이름이 전해주는 보통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1편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아버지가 암투병중인데도 자신은 직장을 다니며 직장 상사에게  힘들겠지만 '공과 사'를 구분해야한다는 말을 듣는것이 그에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그의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대변인이 되어 말하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청춘과 인생을 바쳤는데, 아들까지 바쳐야하느냐?'라는 물음이 자꾸 맴돌아요.

 

사람들의 무신경함에 또 화가납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깐... 혹은 자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란 생각에 저런 말을 할수 있는걸가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병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암이 발병하는 장소에 따라, 발견하는 시기에 따라 그리고 병원비를 감당할수 있느냐에 따라... 살수 있는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 병의 경중함을 떠나 나 자신이, 혹은 가족이 '아만자'가 된다면 처음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요.

 

 

 

 

'아만자'는 어느정도 결과가 정해진 만화예요. 현실에 암으로 투병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행복한  결말을 그려주고 싶겠지만, 기적을 바라기엔 만화속 남주의 상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1%의 희망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병간호로 힘들어지는 가족들... 점점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역시나 그건 생각뿐. 마음은 포기를 안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빠'라는 이름으로 내색을 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셨지만, 그래도 한번씩 무너지는 마음을 가족에게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고 남주의 여자친구의 심정도...

어점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보통의 사람들처럼 연애를 하다가 헤어질수도 있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아갈수 있었을거예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보통의 삶을 기대할수 없습니다. 남겨져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나에게는 제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바라면서요.

 

마지막 5권은 환자의 마음을 그렸어요. 그래서 5권중에 가장 상상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실제 말기암 환자들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투여하는 진통제가 환각제 성분이 있어서 하루종일 잠만 자는 상태라는데,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마도 아버지도 만화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숲에서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셨기를... 그리고 편하게 떠나셨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리지 않으셨을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막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은유적이지만 '환자'분들의 마음도 함께 읽히는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 이 책을 읽을때 마음을 가다듬고 읽었지만, 마지막에서는 자꾸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답니다. 저처럼 주변에 암으로 투병하시는 분이 없어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투병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이 그냥 슬프기만 한책이라면 그저 그런 만화책중에 하나였을테지만, 책을 읽으면서 힐링도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만화이지만 언제나 죽음을 마주하는 상황은 힘들어요. 항상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게 이런일이 찾아온다면 두렵고, 거부하고 싶을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가 바뀌는것을 느꼈어요. 조금은 서로가 편하게 보내줄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준다고 할까요. 아마도 작가도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기 때문에 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된 만화였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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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0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60세 이상 성인4명 중 1명이 암을 경험했거나 환자라고 하네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무심하기보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보슬비 2016-08-06 21:57   좋아요 1 | URL
정말 이제 `암`은 일상의 병이 되었네요.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4명중에 3명일거라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말씀처럼 타인의 불행에 무심하기보다는 공감할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것 같습니다. 댓글남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