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아내가 어떻게 결혼을 한다는 것인가? ‘꿈에서’ ‘이혼한’, 또는 ‘남편 몰래’쯤이 생략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소설은 제목의 1차적 의미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엄연히 법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닌데, 아내는 또 다른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겼다고 남편에게 통보한다. 아내는 태연자약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세상 사람들이 본인의 상황이 아니길 바랄 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소설은 과감하게 한발짝 더 내딛는다. “당신하고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그리고 그 사람하고도 결혼하고 싶어.” 말하자면 아내는 평화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남자건 여자건 이런 제의에 자발적으로 동의해 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소설은 해내고 만다. 일부일처제의 테두리에 갇힌 의식구조의 끈을 갑자기 풀어 헤치더니, 끊임없이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보편적 윤리관을 조롱한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인류학적 지식까지 동원하며 논리정연하게 이어지는 아내의 설득에 남편도, 독자도 조금씩 말려든다.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 두번째 수상작인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가 문이당에서 출간됐다. 작가는 “워낙 파격적 소재다 보니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실 좀 걱정스러웠다”면서 “그러나 심사위원들이 재미있게 읽고 잘 봐줘서 무척 다행”이라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작가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반발감을 격감시킬 장치를 소설 속에 마련해 놓았다. 바로 축구다. 울화통이 치밀려고 할 때쯤 느닷없이 축구 영웅이나 각종 경기 기록, 축구관련 전문용어 등이 등장해 상황을 코믹하게 비틀거나 냉정하게 가라앉힌다.
“피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나만의 방식을 창조하고 싶다’. (……) 5천만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창조하려는 여자가 있으니, 그것도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쪽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려 드는 여자가 있으니 바로 내 마누라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축구관련 서적 8권과 축구사이트 4곳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녔다고 한다.
작품을 읽고 드는 의문 두가지. 왜 주인공은 세상의 반이 여자인데 온갖 치욕을 무릅쓰고 아내에게 집착할까.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을 때 소유욕은 더욱 강해지고 제3자가 등장할 때 긴장의 끈은 더욱 팽팽해진다”는 것이 작가의 대답이다.
그럼 반쪽의 아내를 소유한 두 명의 남편은 행복할까. 작가는 “사랑하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부부보다는 행복할 것이고 서로 사랑하는 온전한 부부들보다는 불행할 것”이란다.

박씨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와 2001년 장편소설 ‘동정 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았고 2003년 장편소설 ‘새는’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