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으로 세식구 한달살기


[서울신문]대형 할인점에 가서 식료품이니 잡화니 이것저것 쇼핑카트에 담다 보면 금세 10만원이 넘어가게 마련이다.10만원짜리 지폐의 필요성이 한참 전부터 제기돼 온 것을 생각하면 요즘 10만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달 동안 기본 의식주를 10만원으로 해결하는 30대 초반 주부가 있다.

주인공은 결혼 4년째인 (33·충남 아산시)씨. 생활속 절약법을 모아 지난해 11월22일 ‘10만원으로 한달 살기’란 제목의 책을 펴내 더욱 유명해졌다.

이 책은 3일 현재 5800부 정도가 팔려 짠돌이·짠순이 마니아들의 생활백서로 통하고 있다.

김씨의 ‘왕소금 생활’은 2003년 8월 결혼과 함께 시작됐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아파트 전세금 25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차렸지만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남편은 몇달 동안 집에 돈 한 푼을 가져오지 못했다. 유일한 생활수단은 아내 김씨가 회사에서 받는 월 80만원. 하지만 여기에서 주택부금으로 23만원, 종신보험으로 20만원 빠져나가고 이런저런 공과금·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에는 달랑 10만원밖에 안 남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내린 선택

독기를 품었다.‘식비 5만원, 생활잡비 3만원, 여유자금 2만원’을 한 달 생활비의 상한선으로 정했다. 아껴 쓰느냐 풍족하게 쓰느냐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옷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마감시간을 노려 꼭 필요한 것만 샀고 과일은 약간 흠집이 있지만 먹기에 지장이 없는 것을 파격세일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한꺼번에 구입했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적은 메모를 붙여두고 필요한 것만 넣어둬 냉장고 안에서 상해버리는 음식을 없앴다. 미용용품은 일반 화장품점보다 30%가량 싼 미용재료 도매상을 이용했다.5000원어치 계피를 사서 수정과를 끓여두면 음료수를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아기 예방접종은 보건소서 해결

태어난 지 170여일 된 딸 미준이는 모유를 먹이고 천으로 된 기저귀를 빨아 입힌다. 태어나기 전 여기저기 수소문해 3세까지 입힐 수 있은 옷을 미리 확보해 뒀다. 미준이의 필수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결했다. 물론 남편과 자신이 아플 때도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보건소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처음엔 이런 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였지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야속했거든요.”

그러다 남편 수입이 안정을 찾고 2004년 7월 전업주부가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마음이 느긋해져서인지 요즘은 목표로 한 10만원 생활비조차 남길 때가 많다.

김씨는 2년 전부터 회원 40여만명이 모인 다음카페 ‘짠돌이’에 ‘절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주일에 2차례 생활속 절약법을 연재했다. 평균 조회수 2만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난해 봄 소문을 전해들은 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제의했다.

“무조건 짜게 사는 삶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쓴 돈과 맞바꾼 가치를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자세만 가진다면 소비는 무조건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나직이 전하는 김씨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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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6-03-0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한번 보고싶더라구여.

울보 2006-03-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신없습니다,
정말 가능한일일까요,,

보슬비 2006-03-0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모은돈으로 여행이나 가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