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친한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좋은분 덕분에 1년에 시집 한권정도는 읽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ㅎㅎ
카페 라블레에서 길을 잃다
카페 라블레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켜놓고 알베르 까뮈의 일기를 읽는다...
(생략)
저는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색칠놀이를 하고 있는데, 왠지 수준 차이가.... ^^;;
'그리운 명륜여인숙'은 제게는 쉬운 시집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시집 한권에 좋은 시 하나 만나면 그걸로써 좋은것 같습니다. ^-^
애비
애들 생각을 하다 보니, 세상에, 내가 애비다 돌아보니 한일이라곤 삼십 년 동안의 밥벌이 치욕의 잎사귀에 몇 번 얻어맞았다 미안하다 아빠도 확 무너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절망의 노래를 부를 때
다 잊었던 거다
통음의 밤에
흔들리며
너희들을 잠시 놓았던 거다
이쁜 것들,
사랑이 저물었다고 쉽게 말한 죄 때문에
애비는 서러운 몸뚱어리다
생계의 바다 앞에서
늘 막막했다
몸 던져 세상과 싸우지 못했다
책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으니
그건 세상이 내게 따질 일이다
꽃이 피기도 전에 저녁이 온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아직은 가짜인 희망의 문장을 쓴다
이쁜 것들,
나는 애비다
꽃
꽃은 우주다
꽃 속엔
먼 궤도에서 날아온 별빛과
유성처럼 빛나는 섹스가 있다
폭풍의 바다와 죽음 같은 쾌락
푸르른 인광의 시간
꽃은 잎 벌려 세상을 받아들이고
팽팽하게 부푼 꽃잎들 위에서
세상은 비로소 적멸의 기쁨을 완성한다
그리하여 꽃 속에 저무는 세상은
얼마나 적막한가
이제 반쯤 거러왔으니
문 닫히기 전 천천히 가자
온통 꽃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