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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 어느 도살자의 이야기 ㅣ 작가의 발견 6
마르틴 하르니체크 지음, 정보라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2년 9월
평점 :
이상한 책을 하나 만났다.
다른이와 대화를 해도 도살, 길거리에서 싸움을 해도 도살, 공공법규를 어겨도 도살,
경찰에게 말을 걸어도 도살, 불법 도살(살인이 아니다)도 도살, 공공의 모임을 가져도 도살....
모든 법률의 위배되는 행동들의 결과는 도살이다.
사형이 아닌 도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결과는 도살.
한치의 실수도 용서는 없다. 참회할 기회도 없다.
그리고 도살이라는 의미는 곧 1급실 정육점의 판매대에 먹기 좋게 포장된다는 의미이다.
예전에 '로드'라는 책을 읽을때는 인간이 살기위해서 인간을 사육하고 먹는것에 대해서 나왔을때 소름이 돋았는데, 이책의 주인공은 하도 아무렇지 않게 도살이라는 말을 사용하니 나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되어버렸다. 너무 충격적인일들이 일상이 되면 아무런 일들이 아니게 되나보다.
아무것도 먹을것이 없을때 인간이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혹은 고기만 없어진거라면 채식주의자를 선택하지 않고 식인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체제에 길들여진 주인공은 결국 체제에 벗어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이 체제속에 있을때보다 체제에 벗어나 실수를 할때가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그저 본능에 충실했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뿐인데...
저자가 이 책을 쓸때 당시 체코는 공산주의시절일때였다고한다.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고, 체포당하고. 그 당시에 살고 있었다면 저자가 느끼는 기분이 바로 책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기분이었겠지...그리고 주인공처럼 감시하고, 신고하고, 도살하고...
지금에야 이상한 책을 만날수 있게되어 반가웠다. 30년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트라우마에 갇혀 채식주의자가 되었을지도 모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