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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맛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3월
구판절판
순간 '염소의 맛'이라는 제목을 보고 동물 염소가 떠오르는건... 저뿐만은 아니어서 위로가 되었답니다.
^^;;
책 표지를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책 제목의 '염소'는 수영장 소독약이라는 것을...
최근에 '크레이그 톰슨의 Blankets'을 읽고, 미메시스에서 출판한 만화책에 관심이 가면서 한권 고른것이 '염소의 맛'이었답니다.
'Blankets'이 워낙 두꺼워서 이 책도 그럴거라 생각했었는데, 얇은 페이지에 편안하게 읽을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족들도 읽으라고 화장실에 두었는데, 저 보다 먼저 읽은 신랑과 도련님이 이 책이 한권이냐며, '염소의 맛'이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고요. ㅋㅋ
사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아보지 않고 느낌으로 선택한 책이라 저도 모른다 했어요. 그리고 읽기 시작했답니다.
척추 옆굽음증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소년은 물리치료사의 권유로 수영을 하기 시작한답니다.
처음 이 컷을 보았을때 개구리 뒷다리를 연상했어요.ㅋㅋ
그런데 이상하네??
다시보니 수영장 물 밑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뒷다리가 아닌 팔이었네요. 머리는 물밖에 있으니 없는것처럼 보일수밖에...
^^;;
소년에게 수영장은 어쩔수 없이 가야하는곳이었답니다.
그래서 수영장의 모든것이 낯설고, 소독약에 눈도 따갑고 물도 많이 먹어야 했을거예요.
소녀를 만나면서 소년에게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수영장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각이 실제 제가 물속에 있는 착각을 하게 하네요.
글이 많지 않고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살짝 단순한 그림체에 비해 섬세한 움직임들이 있어요. 특히 수영하는 모습들은 작가가 하루종일 수영장에 앉아 수영하는 모습들만 그림을 그렸구나...하고 느껴질 정도로 섬세했던것 같아요.
그 동안 엉터리 수영을 하다가 소녀에게 제대로 수영을 배우게 됩니다. 수영선수였다는 소녀가 말해서인지 수영을 가르칠때만큼은 매우 진지해지네요.
제가 좋았던 컷이었어요.
소년이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 위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파이 이야기'가 떠올랐답니다.(영화속에서도 사람이 마치 날아다는 모습 같아서 멋졌는데, 만화도 멋졌어요.)
특히나 물속에서 소녀가 소년에게 무언가 말을 전하는데,어떤 뜻인지 몰라요. 다음주에 만나면 알려주겠다고 소녀는 말하지만...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그그 다음주도....
소녀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자신도 잠형을 할수 있을까?하고 물은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 소녀는 잠형을 시도하려합니다. 처음에는 실패하지만...
다시한번 시도.
어쩜 잠형은 산소없이 수영을 해야하는 방법으로..
이제 소년도 소녀없이 생활할수도 있다는것을 깨달았는지도...
소녀 혹은 소녀를 닮은 아이를 따라잡으려도 숨이 차버린 소년은 바로 눈앞에서 소녀를 놓칩니다.
소년의 놀란 눈을 보면서 혹 소년 앞에 소녀가 앉아 있지는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은후 이래서 남자들이 난리였구나.. 생각했어요.
전혀 엔딩 같지 않은 엔딩.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끝나버린...
하지만 읽는이의 생각에 따라 여러가지 이야기가지들이 뻗어나갈수 있는 엔딩이었답니다.
과연 소녀는 소년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요?
왜 소녀는 다음주 수요일에 찾아오지 않았을까요?
단순히 소녀는 소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수도, '이제 수영 그만할래'라고 말했을수도 있고... 어쩜 소년이 소녀에게 질문했던 '목숨을 바쳐 하고 싶은일'에 관해 대답했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소녀는 정말 다음주 수요일에 소년을 찾아오려했지만 불의 사고를 당해 영영 못올수도... -.-;;
아니면 책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소녀가 소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 어쩜 단순히 보여지는것만 보려는 그대들은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몰라...ㅎㅎ
그래도 이 만화 덕분에 저녁에 만화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염소의 맛'은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
수영장에 오면 강렬하게 느껴지는 소독약 냄새는 너무나 뚜렷하게 각인되어버리는것 것처럼, '첫사랑' 역시 그런건 아닐까??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버린 소년을 보며 안타깝지만, 그래서 더 첫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서인지 이 만화는 한번보다는 두번이상을 읽어야지 더 마음에 와 닿았던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