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1년 7월

판매가 7,600원 : 292쪽 (2/1~)

 

 

시를 가까이하시는 나무늘보님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시집 하나를 부탁해서 추천받은 시집이랍니다. 사실 책 제목을 볼때 사랑에 관한 시라 짐작했지만, 고은님의 아내분의 이름일거라 생각못했답니다. 참... 무식했던것 같습니다. -.-;;

 

도서관 대출하면서 신랑에게 읽어주겠다고 이야기했던터라, 저녁에 '시 읽어봐~~'하는 신랑과 키득키득 거리며 읽으려 폼을 참았어요.

 

우선 책의 서문은 건너뛰고, 고은님의 아내분의 시를 신랑에게 읽어주었어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 묻지 말아요

어느 별에서 왔기에

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닫고 없는 것이냐고

다그치며 묻지 말아요

 

.....

...

 

 

그런데....

 

한줄 한줄읽다가 갑자기 목이 메이더니...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시가 특별하게 와 닿았던것도 아니었는데...

속으로 읽을때와 누군가에게 읽어주려고 낭독할때와 다른 기분이었을까요...

 

신랑이 저의 이상행동에 당황해하더라고요.

 

"그래. 알아, 나 답지 않아.."

 

결국 신랑이

 "내가 읽어줄때도 울면, 뽀뽀해주기다."하며 책을 가져갔어요.

 

 

<서시>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해가 뜬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

 

 

 

그런데..

 

신랑도 읽다가 목이 메여서 울었어요. 그나마 첫시는 짧아서 다 읽어주고... ^^;;

 

 

결국 순서대로 읽지 않고 우선 골라서 몇편만 읽었어요.

되도록 조금은 웃음을 줄수 있는 시들을 골라서요.

 

하지만..

어떤 시들은 제목만 봐도 울컥하게 하는것들도 있었답니다.

 

"이 시는 자기도 울컥할것 같아"

"뭔데?"

"제목부터 그래.."

 

 

<무덤>

 

 

화장하지 않으리

풍장하지 않으리

티베트 아리 뒷산

조장하지 않으리

 

그 누구한테도 늙은 구루한테도 맡기지 않으리

 

반야심경 사절

 

내가 씻기고

내가 입히고

내가 모셔넣고 난 뒤

내가 못질하리

내 울부짓음과 내 흐느낌 담아

엄중하게 못질하리

 

내가 흙 파내어

내가 묻으리

 

작은 빗돌 일깨워 세우리

여기 사랑이 누웠다고

감히 천녀쯤 지난 뒤

나비도 강남제비도

이 무덤 속 백골 알수 없으리

 

 

이번에 읽을때는 처음처럼 무장해제한 상태가 아니어서 끝까지 읽었는데,

이번에는 듣고 있는 신랑이 우네요....

 

갑자기 기분이 침울.....

 

 

"연세가 있으실때 쓰셔서 이별을 연상케해서 그런가봐"라고 신랑이 이야기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시집 한권을 읽는데 좀 험난할것 같습니다. ^^

 

그래도 이 시집을 읽으며 함께 웃고 울어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감사합니다.

 

 

 

이 사랑이 나중까지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이 아닌 것

상화는 안다

상화 남편은 안다

 

<자전거> 중에서

 

 

신랑.. 우리는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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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2-0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읽으며 함께 웃고 우시는 두 분의 모습에 감동을 합니다.^^
저도 어젯밤에 이 시집을 다시 읽으며, 이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구나..깊이
읽었던 시간이었지요. '무덤'을 처음 읽었을 때나 다시 읽었을 때나 저도 매번 주르르,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마음을 무겁게 해드리는 시집을 추천해 드려서 한편, 죄송하네요.^^

보슬비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보슬비 2013-02-02 22:25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신랑과 저 오랜만에 시집읽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오늘은 친정에 오는 바람에 시집을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제가 먼저 읽어보고 좋은시 읽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신랑과 이야기하면서 제 100권소장 목록에 이 시집을 넣어야겠다고 했답니다. 좋은 시집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appletreeje 2013-02-03 09:42   좋아요 0 | URL
아유~~제가 더 감사합니다.
보슬비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보슬비 2013-02-03 17:59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도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안녕미미앤 2013-02-0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절정이네요. 부러움의 절정. 고은님의 부인되시는 상화님도, 그리고 보슬비님도..

보슬비 2013-02-05 22:14   좋아요 0 | URL
부끄럽네요. ^^;;
오랜만에 시를 읽어서 더 그랬던것 같아요. 이제 조금 나아졌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