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1년 7월
시를 가까이하시는 나무늘보님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시집 하나를 부탁해서 추천받은 시집이랍니다. 사실 책 제목을 볼때 사랑에 관한 시라 짐작했지만, 고은님의 아내분의 이름일거라 생각못했답니다. 참... 무식했던것 같습니다. -.-;;
도서관 대출하면서 신랑에게 읽어주겠다고 이야기했던터라, 저녁에 '시 읽어봐~~'하는 신랑과 키득키득 거리며 읽으려 폼을 참았어요.
우선 책의 서문은 건너뛰고, 고은님의 아내분의 시를 신랑에게 읽어주었어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 묻지 말아요
어느 별에서 왔기에
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닫고 없는 것이냐고
다그치며 묻지 말아요
.....
...
그런데....
한줄 한줄읽다가 갑자기 목이 메이더니...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시가 특별하게 와 닿았던것도 아니었는데...
속으로 읽을때와 누군가에게 읽어주려고 낭독할때와 다른 기분이었을까요...
신랑이 저의 이상행동에 당황해하더라고요.
"그래. 알아, 나 답지 않아.."
결국 신랑이
"내가 읽어줄때도 울면, 뽀뽀해주기다."하며 책을 가져갔어요.
<서시>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해가 뜬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
그런데..
신랑도 읽다가 목이 메여서 울었어요. 그나마 첫시는 짧아서 다 읽어주고... ^^;;
결국 순서대로 읽지 않고 우선 골라서 몇편만 읽었어요.
되도록 조금은 웃음을 줄수 있는 시들을 골라서요.
하지만..
어떤 시들은 제목만 봐도 울컥하게 하는것들도 있었답니다.
"이 시는 자기도 울컥할것 같아"
"뭔데?"
"제목부터 그래.."
<무덤>
화장하지 않으리
풍장하지 않으리
티베트 아리 뒷산
조장하지 않으리
그 누구한테도 늙은 구루한테도 맡기지 않으리
반야심경 사절
내가 씻기고
내가 입히고
내가 모셔넣고 난 뒤
내가 못질하리
내 울부짓음과 내 흐느낌 담아
엄중하게 못질하리
내가 흙 파내어
내가 묻으리
작은 빗돌 일깨워 세우리
여기 사랑이 누웠다고
감히 천녀쯤 지난 뒤
나비도 강남제비도
이 무덤 속 백골 알수 없으리
이번에 읽을때는 처음처럼 무장해제한 상태가 아니어서 끝까지 읽었는데,
이번에는 듣고 있는 신랑이 우네요....
갑자기 기분이 침울.....
"연세가 있으실때 쓰셔서 이별을 연상케해서 그런가봐"라고 신랑이 이야기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시집 한권을 읽는데 좀 험난할것 같습니다. ^^
그래도 이 시집을 읽으며 함께 웃고 울어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감사합니다.
이 사랑이 나중까지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이 아닌 것
상화는 안다
상화 남편은 안다
<자전거> 중에서
신랑.. 우리는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