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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종종 재미있는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리곤 영화로 만나면 기쁘다가도 혹여 실망을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영화가 너무 좋아서... 알고보니 그 영화에 원작이 있다는것을 알고 찾았을 때는 대부분 영화와 원작 둘다 만족하게 된다.
영화를 만들 원작 정도 되면 내용면에서, 인기면에서 꽤 성적이 좋았으니 선택되었을테니 말이다.
아주 우연히 '프라하의 봄'을 보고나서는 꼭 원작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마도 실망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을것이다.
그리고 또 우연한 기회에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이벤트를 하여 구입하게 되었다.
(무의식 속에 구입해야지 했었는데, 반값 이벤트라는 절대로 놓칠수가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우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영화나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니 이 책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책이 내 손에 닿는순간, 나의 열정은 식어버리고 한참동안 이 책은 책꽂이에 꽂혀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장을 읽는순간, '아...'하고 탄식을 하고 말았다.
어렵다...
그 순간 떠오르는 단어였다.
이럴수가, 도저히 집중을 하고 읽지 않으면, 그리고 책이 한번 재미없다고 느끼면 끝까지 읽기 힘드니 그 두려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냥 덮어 버리고 말았던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책은 저 책을 꼭 읽지 않으면 다른책을 못 볼것 같은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참을수 없는 가벼운 내 인내심에 대한 창피함이 느껴졌다.
단지, 책의 첫페이지가 내 예상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덮었다는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길수록 나는 책의 매력에 빠졌고, 책을 읽는내내 토마스와 테레사, 사비나를 아주 적절하게 뽑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상처받은 아기 같은 영혼을 가진 테레사의 역은 '줄리엣 비노쉬'가 아니고서는 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점이 영화를 보고 책을 선택한 단점이 아닐수가 없다. 내 스스로 주인공을 형상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역시나 고정관념은 깨기 힘든것일까?)
나는 사비나가 토마스의 죽음에 돈주앙이 아닌 트리스탄의 모습으로 죽었다는 문구가 맘에 들었다.
아마도 '이졸데와 트리스탄'이라는 책을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을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사비나도 느꼈을것이다.
이데올로기 속에서 우연이 불러온 필연적 사랑, 존재의 이유 그리고 배신..
세 주인공의 시각을 적절히 그리고 엇갈린 시간들이 교묘하게 포개지는 스토리 전개 방식도 맘에 들었다.
만약, 이 책이 어렵다고 느껴서 읽기가 꺼려진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러면 책을 읽는데 조금은 덜 어렵다는 느낌과 재미를 찾을수 있을거라고 말하고 싶다.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한 침대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단 것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만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고는 소리..이불을 내젓는 습성..이가는 소리..단내나는 입등..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외에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화장안한 맨얼굴을 예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며
로션 안바른 얼굴을 멋있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팔베게에 묻혀 눈을 떳을 때
아침의 당신의 모습은 볼 만 하리라.
눈꼽이 끼고, 머리는 떴으며, 침흘린 자국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입에서는 단내가 날 것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단내나는 입에 키스를 하고
눈꼽을 손으로 떼어 주며
떠 있는 까치집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에서